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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공장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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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쪽 | 규격外
ISBN-10 : 8970139192
ISBN-13 : 9788970139197
책공장 베네치아 [양장] 중고
저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 역자 김정하 | 출판사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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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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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깨끗한 책 잘 보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cha***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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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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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에 대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시작! 인쇄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엔 원하는 사람 누구나 책을 즐길 수 있지만, 필사생들이 한 자 한 자 써내려가고 채식사들이 아름답게 장식해 만들었던 초기의 필사본은 그 값을 치를 수 있는 왕이나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15-16세기에야 비로소 최초로 인쇄기가 도입되고, 그전까지는 없었던 다양한 시도와 혁명적인 변화가 이루어졌으며, 책의 대량 생산, 확산이 가능해졌다.

『책공장 베네치아』는 책의 청년기라 할 수 있을 르네상스, 특히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졌던 16세기 이탈리아의 베니치아 공화국에서의 출판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최초로 활판 인쇄기를 사용해 책을 인쇄하기 시작한 사람은 독일의 구텐베르크였지만, 그 이후 베네치아는 16세기 초반 유럽에서 출간된 모든 책의 절만을 출판할 만큼 출판 산업을 주도했다.

이곳 베네치아 출신인 저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는 섬세한 필치로 베네치아의 근대 인쇄 출판업을 묘사하며, 베네치아 거리 곳곳을 살아 있는 듯 생생히 묘사한다. 독일에서 인쇄술이 전해진 인쇄 발흥의 초기부터 인쇄의 중심지가 유럽 북부로 옮겨진 후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다보면 근대 르네상스의 시작인 이탈리아의 융성한 문화유산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저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Alessandro Marzo Magno는 1962년 9월 베네치아에서 태어났다. 1990년에 베네치아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신문기자로서 구 유고슬라비아 사태를 보도하기 위해 발칸 반도의 전 지역에서 취재 활동을 했다. 현재 역사 잡지 Focus Storia에서 일하는 한편 경제 일간지 Il Sole 24 Ore에서 음식 문화 소식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엔진의 굉음 : 조종사들의 이야기》,《일본에 전해진 곤돌라》,《피아베 : 성스러운 강의 연대기》,《허영을 좇는 여인들》,《1687년 아테네 : 베네치아, 오스만튀르크와 파르테논의 파괴》,《돈의 발명 : 이탈리아 금융을 이야기하다》,《맛의 천재 : 세계를 정복한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등이 있다.

역자 : 김정하
역자 김정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시에나 국립대학교에서 역사학(중세문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기록물관리학 개론》,《남유럽의 전통기록물 관리》,《지중해 다문화 문명》,《서양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로마 제국사》,《중세 허영의 역사》,《치즈와 구더기》(공역),《실과 흔적》,《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서양 고문서학 개론》,《즐겁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가짜 전쟁》,《서양 고서체학 개론》,《고대 로마 제국 15,000킬로미터를 가다》가 있다.

목차

1장. 책의 수도 베네치아 13
책의 거리, 출판의 도시 15
16세기 서점의 풍경 18
베네치아의 출판 시장 25
책공장 베네치아, 세상을 읽게 하다 30
책을 팔려는 자, 베네치아로 가라 39
모든 조건이 충족된 도시 43
출판 주식회사, 다국적 출판사의 탄생 46

2장. 알도 마누치오, 출판계의 미켈란젤로 53
출판의 제왕, 책의 혁명가 55
군주의 스승에서 출판업자로 60
가장 아름다운 책, 《폴리필로의 꿈》 65
필기체, 포켓북의 탄생과 구두법의 혁신 69
마누치오, 책세상을 건설하다 73

3장. 최초의 탈무드 인쇄본 81
게토와 기도하는 책 84
베네치아와 유대인, 박해와 교류의 역사 87
히브리어 서적의 출판 90
봄베르크의 탈무드 93
이것은 새로운 것입니다 94
이단의 책을 불태워라 99
검열과 하가다의 출판 102

4장. 사라진 코란 107
파가니니의 코란을 찾아서 109
봉인이 풀리다 115
코란의 귀환 118
세상으로 나아가다 122
반바지를 입은 신부와 코란 126
아랍어 인쇄, 베네치아의 도전 129
거짓말이 반복되면 진실이 된다 134
시대를 앞서간 이의 실패 137

5장. 아르메니아인과 그리스인 143
수수께끼의 아르메니아 출판인 야코브 145
아르메니아인, 베네치아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다 149
레판토 해전의 영웅, 안토니오 수리안 152
베네치아에서 싹튼 아르메니아어 출판 156
최초의 그리스어 출판 161
알도 마누치오와 그리스어 출판 168

6장. 동쪽에서 불어온 바람 173
동양의 관문 베네치아 175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글라골 문자 179
키릴 문자의 출판 184
세르비아 예식용 서적의 출판 186

7장. 신대륙과 전쟁 191
대발견의 시대 193
지도 출판의 부흥 195
콜럼버스의 편지 198
베스푸치의 편지 201
신세계에 대한 관심과 지도책의 출판 203
라무시오의 《항해와 여행》 207
초강대국의 군사 서적 출판 216

8장. 악보집 출판 225
음악을 사랑한 베네치아인들 227
최초로 인쇄된 악보 229
악보 인쇄의 선구자 페트루치 232
새로운 악보 인쇄 방식의 발전 238
가르다노와 스코토 241
세계로 뻗어나간 베네치아의 악보집 249

9장. 몸 관리 : 의학, 미용, 식도락 253
의학 서적의 출판 256
아름다움을 갈망한 베네치아 269
서민의 음식부터 궁정 만찬까지 274

10장. 피에트로 아레티노와 작가의 탄생 285
희대의 괴짜, 아레티노 289
《음란한 소네트》의 출판 293
악명 높은 아레티노 296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다 298

11장. 쇠퇴, 귀환과 결말 303
최초의 정기 간행물 305
베네치아 출판계의 암흑기 308
다시 일어서다 316
레몬디니의 시대 322
외국어 서적 출판의 강자 331
베네치아의 마지막 천재, 이미지를 출판하다 335

감사의 말 340
옮긴이의 말 342
주 345
참고문헌 369
찾아보기 376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베네치아, 세상을 읽게 하다 우리가 책에 대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시작 책의 혁명가 마누치오와 16세기 책세상 베네치아 이야기 16세기 책의 수도 베네치아에서 펼쳐진 책의 혁명 세계를 변화시킨 매혹적인 책과 출판의 역사 아랍어 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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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세상을 읽게 하다
우리가 책에 대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시작
책의 혁명가 마누치오와 16세기 책세상 베네치아 이야기

16세기 책의 수도 베네치아에서 펼쳐진 책의 혁명
세계를 변화시킨 매혹적인 책과 출판의 역사
아랍어 코란이 처음 출판된 곳은 어디일까? 처음으로 탈무드가 인쇄된 곳은? 그리스어와 아르메니아어로 쓰인 책이 처음 출판된 곳은? 휴대가 간편한 포켓북이 처음 만들어지고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곳은? 답은 하나, ‘베네치아’다. 세계 최초로 악보집과 건축 화보가 출판된 곳, 최초의 요리책과 게임책, 포르노책, 의학?군사학?지리학 책이 출판된 곳도 바로 베네치아다. 16세기 베네치아는 상업적 인쇄, 출판, 서점이 생겨나 번영을 누린 ‘책의 수도’였다. 세계 최대 인쇄소와 다국적 출판사가 있었고, 다양한 언어로 책을 만들어 세계 각국으로 번역, 유통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거대한 ‘책공장’ 베네치아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지식을 대중에게 보급하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정신을 전 유럽으로 확산시킨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발명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사람이 있다. 출판계의 미켈란젤로라고 불리는 알도 마누치오. 그는 오류투성이였던 당대 출판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전문편집자이자 출판의 근대화를 실현한 사업가이며 기술적 혁신을 이룬 발명가였다. 최고의 지식인이기도 했던 마누치오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또 고전 저작뿐만 아니라 당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책들을 출판했으며, 종교적?교육적 목적을 넘어선 ‘취미로서의 책읽기’라는 혁신적 개념을 제시했다. 포켓판을 처음 만들고 필기체 활자를 처음 인쇄한 것도, 쉼표와 어퍼스트로피 등 구두법을 혁신하고 출판사 로고를 처음 디자인한 것도 마누치오다. 출판 역사의 걸작으로 꼽히는《폴리필로의 꿈》을 출판하고, 페트라르카의 저작으로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10만 부 판매 도서라는 베스트셀러를 ‘발명’해내기도 했다.
한 권의 책을 세상 모든 이에게 읽히겠다는 생각을 최초로 했던 사람 마누치오와 그가 건설한 ‘책세상’의 모습, 오늘날 우리가 책에 대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시작된 책의 여명기이자 혁명기였던 르네상스 시대 출판의 역사, 근대 이행기 베네치아를 무대로 한 책과 지식의 생산 및 유통 그리고 문화와 지성의 풍경,《책공장 베네치아―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이 전하는 이야기다. 베네치아 출신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는 이 매혹적인 책과 출판의 여명기를 과거와 현재,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교차시키며 생생하게 복원해냈다. 세계의 진정한 혁명을 가져온 ‘책’에 대한 예찬이자, “책을 둘러싼 출판업자와 서적상, 기독교도와 이교도, 성서와 음란물, 자국인과 외국인의 갈등과 타협의 변주곡”이 우리를 500여 년 전 ‘베네치아 책세상’으로 안내한다.

모든 조건이 충족된 출판의 도시
책을 팔려는 자, 베네치아로 가라
15세기 중반 활판 인쇄술을 발명해 지적 혁명의 단초를 마련한 것은 독일의 구텐베르크지만, 출판 산업을 주도한 문명 확산의 중심지는 16세기 베네치아였다. 중세 지중해 무역의 강자였던 베네치아는 문명의 전령인 책의 인쇄를 통해 자국의 상업혁명을 전 유럽에 걸친 지식혁명으로 이끌었다. 16세기 초반 유럽에서 출간된 책의 절반가량이 베네치아에서 인쇄되었을 정도이다.
지식인의 결집, 풍부한 자본력, 뛰어난 영업 활동. 이 책의 저자가 꼽은 출판의 활성화를 위한 조건이다. 16세기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가장 산업화된 도시의 하나였던 베네치아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최적의 장소였다. 인근의 파도바 대학교는 지적 자원을 제공했으며, 부유한 상인들은 자금을 동원했고, 만들어진 책들은 선박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네치아는 자유와 다양성의 도시였다. 독일인, 그리스인과 아르메니아인, 유대인 들이 자유를 찾아 흘러들었고, 그들의 언어와 문화도 함께 유입되었다. 박해를 피해 도망친 종교개혁가들을 받아들이고 1553년까지 검열을 실시하지 않는 등 개방적이고 유연했던 베네치아의 공기는 다양한 외국인 공동체와 종교 집단이 번성하는 토대가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사상을 담은 여러 언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출간될 수 있었다. 코란과 탈무드가 처음으로 출판되고, 역시 ‘세계 최초’라는 이름을 단 포르노?의학?미용?요리?악보?건축?게임?군사학?지리학 책들이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것은 이러한 토대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거대한 다국적 출판 시장이었던 베네치아에는 유명 서적들을 영어로 독일어로 체코어로 요청하는 주문이 세계 각국에서 쇄도했고 베네치아는 이를 만들어 빠른 시간 내에 각국으로 책들을 배송할 수 있는 유통 체계까지 갖추고 있었다. 타지인들로 구성된 출판 주식회사 ‘베네치아 콤파니아’가 결성되었고, 주요 도시들을 판매 거점으로 활용하는 국제적 판매망도 조직되었다. “산업화, 세계화, 마케팅. 르네상스 시대에 베네치아는 이미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15세기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발상지라면 16세기 베네치아는 전 유럽으로 확산시킨 주역이었고, 그 중심에 ‘책’이 있었다.

책의 모든 것을 혁신한 출판의 제왕, 알도 마누치오
“회화에 라파엘로가, 조각에 미켈란젤로가 있다면 출판에는 알도 마누치오가 있다. 그로 인해 출판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다.” 저자의 표현대로 출판의 역사는 마누치오 전과 후로 구분된다. 이전의 출판업자들이 상업적 고려로 책을 인쇄하는 기술자에 가까워 오류투성이 책들을 펴냈다면, 마누치오는 원고 감식안을 갖춘 깐깐한 편집자였고 번역가였으며 여러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조직해 책세상을 건설한 지식의 설계자였다.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마케터였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1495년부터 1515년까지 20년 동안 그는 132종의 책을 출판했다. 핀셋으로 활자를 꺼내 일일이 식자판을 조립하던 시절에 이룬 성과다. 그리스 고전 등 많은 고전 문헌이 그에 의해 되살아났으며, 당대의 저작들도 완성도 높은 편집으로 출간되었다. 그가 출판한 페트라르카의《칸초니에레》는 약 10만 부가 팔리며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출판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판본으로 일컬어지는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걸작《폴리필로의 꿈》도 마누치오의 손에서 출판되었다. 에라스뮈스는 마누치오를 직접 찾아와《격언집》출판을 부탁했는데, 에라스뮈스가 출판사에 매일같이 출근해 교정을 보고 하루에 세 장씩 인쇄해 아홉 달 만에 완성본을 출간했다고 한다.
마누치오는 발명가이자 혁신가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종이책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요소를 도입한 이가 바로 마누치오다. 그는 2단 인쇄를 처음 시도했고, 로마체와 이탤릭체를 처음 인쇄해 유행시켰다. 쉼표와 어퍼스트로피, 세미콜론과 악센트 부호를 도입해 구두법을 혁신했으며(그는 어퍼스트로피의 아버지로 불린다), 쪽번호를 처음 매기고 출판사 로고를 처음 사용했으며, 화려한 가죽 장정 방식을 확산시켰다. 포켓북이라 불리는 작은 판형으로 고전을 처음 인쇄한 것도 마누치오다. 그로 인해 책 휴대가 편리해지면서 기도나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로 책을 읽는다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다. 즐기기 위한, 취미로서의 책 읽기라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인쇄술의 발명, 번성한 도시 베네치아라는 시공간을 무대로 마누치오와 그의 동료들은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책과 출판의 원형을 창조했다.

탈무드와 코란, 다채로운 외국어 책들의 향연
코란은 베네치아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이후 500여 년 동안 전설로만 존재하다가 1987년 여름 어느 날 산미켈레 섬 수도원 도서관에서 서지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발견의 주인공인 안젤라 누오보는 여성인 탓에 회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스승의 도움을 빌려야 했는데, 저자는 이날의 정황을 흥미롭게 재구성해 들려준다. 이슬람교의 성서인 코란이 기독교 문명의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것은, 당시 이곳이 정치적?종교적 분쟁의 와중에도 문화와 사람의 경계를 허문 열린 도시였음을 말해준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도원 회랑 출입이 금지되었던 20세기의 풍경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다양한 문화권의 이주민들이 유입되면서 그들의 종교도 자연스레 베네치아에 들어왔고 종교 서적의 출판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베네치아에서는 국적과 언어를 불문한 다양한 종교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대인 구역 게토도 베네치아에서 기원했다. 유대인 공동체가 예배를 드릴 때 사용할 예식서가 필요했는데, 기독교인이었던 다니엘 봄베르크가 랍비들의 성서와 탈무드를 처음 인쇄하면서 히브리어 서적의 출판이 시작되었다. 또한 베네치아에서는 동양의 예식용 서적들도 인쇄되었다. 고대 크로아티아의 알파벳인 글라골 문자로 된 예식용 서적들, 보스니아 키릴 문자로 된 책, 세르비아어 그리스 정교 예식용 서적 출판도 베네치아에 터전을 잡고 이루어졌다. 다른 외국어 서적 출판이 활기를 띤 것도 당연하다. 최초의 아르메니아어 책은 야코브에 의해 베네치아에서 1512년에 인쇄되었고, 최초의 그리스어 책《개구리와 쥐의 전쟁》은 1486년 베네치아 무라노 섬에서 인쇄되었다. 마누치오는 로마 교회의 눈을 피해 그리스 정교의 그리스 예식서를 처음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실로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책이 베네치아를 무대로 만개했다.

지도부터 악보까지, 모든 분야를 선도하다
‘세상의 모든 직업을 위한 지침서’, ‘모든 여성을 숭배하게 만드는 다양한 향수 제조 비법’.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문구들은 모두 16세기에 베네치아에서 출간된 책들의 제목이다. 베네치아에서는 광범위한 분야의 책들이 쏟아졌다. 일례로 역사상 최초의 지도책은 1550년에 출판된 조반니 바티스타 라무시오의《항해와 여행》인데, 역시 베네치아에서 출판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이 ‘콜럼비아’가 아니라 ‘아메리카’로 불리게 된 것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편지가 베네치아에서 출판되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대륙 발견의 시대가 열리면서 항해를 통해 알아낸 정보를 실은 지도책의 출판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곤돌라 위에서 낭만적인 칸초네를 부르고 류트를 연주했던 베네치아 사람들은 악보를 인쇄하기 위한 노력도 일찍부터 경주했다. 여러 번 인쇄기를 돌리거나 수기로 음표를 적어야 하는 등 악보 인쇄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음표마다 세로로 구획을 나누어 제작한 활자를 사용한 인쇄법이 고안되자, 그 방법이 베네치아에 들어오면서 풍성한 결실을 맺고 악보집이 활발히 인쇄되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의학, 미용, 식도락을 다룬 책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지정학적 조건과 비옥한 출판 환경,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호기심 많고 역동적인 베네치아 사람들이 합심했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베네치아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었던 것은 놀라우면서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근대적 작가의 탄생, ‘악명 높은’ 아레티노
16세기 베네치아에는 근대적 작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천재, 피에트로 아레티노가 있었다. 희대의 괴짜였던 그는 세련된 지식인이자 도색문학가, 성도착자였으며, 당대 문화산업의 스타로 군림한 인기 작가였다. 그가 외설적인 목판화에 시를 지어 붙인《음란한 소네트》는 출판 역사상 최초의 포르노 서적이다. 그는 이어서 매춘부의 외설적 대화로 이루어진《6일간의 이야기》를 출판해 도덕주의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며 ‘군주들의 골칫거리’, ‘악명 높은 아레티노’가 되었다. 다른 곳이었다면 감옥에 갔을 테지만 베네치아에서 그는 수많은 위조 판본을 낳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프랑스혁명 전야에 노골적인 포르노그래피들이 지배층의 위선을 폭로하며 혁명의 단초가 되었듯, 아레티노의 작품은 당대의 허위적 도덕과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아레티노는 매춘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도색문학이라는 장르를 창시했을 뿐 아니라 서간집이라는 새로운 출판 형식을 도입했다. 그의 실험은 내용에 그치지 않는다. 화려하고 값비싼 장식의 대형 판형으로 이목을 끌고, 독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오늘날의 출판 마케팅에 해당하는 자기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당시 그의 연평균 수입은 오늘날의 통화 가치로 약 1만 유로에 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은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자체를 위해 투쟁하는 자의 전투적인 글이었다. 놀랍도록 근대적인 작가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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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공장 베네치아>,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책세상 펴냄(2015)   지난 5월말 베네치아를 여...

    책공장 베네치아>,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책세상 펴냄(2015)

     

    지난 5월말 베네치아를 여행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 중 하나가 리알토다리 인근 마닌이었다. 1582년 안토니오 다 폰테가 만든 리알토다리는 베네치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아쉽게도 리알토 다리는 그 섹시한 자태를 내게 보여주지 않았다. 보수공사 중이어서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알토 다리를 바라보며 선 내 가슴은 뻐근했다. 디탈리아은행이 있는 마닌이라는 그곳이 바로 알도 마누치오( 1449~1515)가 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알도 마누치오가 누구냐고? 그가 누군지, 어떤 유산을 인류에게 남겨 놓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바로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이다. 마누치오는 바로 그 책의 혁명지식의 탄생을 선도했던 인물이다.

    책공장 베네치아의 저자 알레산드로 마뇨는 회화에 라파엘로가, 조각에 미켈란젤로가, 건축에 브루넬레스키가 있다면, 출판에는 알도 마누치오가 있었다고 말한다. 마뇨는 그를 두고 근대적 의미에서의 최초의 출판업자라고 말한다. 문고판책, 이탤릭체, 세미 콜론 등을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는 베네치아의 역사가 마린 사누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포켓북은 정치적 격무나 학문연구에서 자유로운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종전에는 독서가 학자나 사제, 정치인, 관리들의 전유물이었다면, 마누치오는 독서가 대중의 여가나 취미생활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오늘날 내가 주말이면 느긋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것도,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면서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다 마누치오 덕분인 셈이다. 마누치오를 두고 서양에서는 세미콜론의 아버지라고 한다지만, 그건 이 위인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싶다. 그는 독서의 아버지였다.

     

    마누치오가 근대 출판업의 문을 연 이후, 베네치아는 유럽 출판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리알토다리에서 산마르코광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메르체리에(잡화점)거리는 16세기 유럽 최고의 출판-서점거리였다. 물론 거리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천이나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도 많았지만, 베네치아를 찾는 지식인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것은 이 거리에 늘어선 수십 개의 서점들이었다. 16세기 초 유럽에서 인쇄된 책의 절반가량이 베네치아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인쇄사업에 투자하는 사람, 출판업자라는 말도 베네치아에서 나왔다.

     

    베네치아를 당대 최고의 출판도시내지 책공장으로 만든 것은 자유였다. 무역에 의존해서 사는 귀족공화국이었던 베네치아는 어떤 의미에서는 돈이면 다 되는나라였다. 천박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 말은 뒤집어 해석하면 베네치아는 중세를 지배했던 가톨릭이나 봉건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에서 종교적정치적 이유에서 출판되지 못하는 책들도 베네치아에서는 거리낌 없이 출판할 수 있었다. 최초의 포르노물이라고 할 수 있는 피에트로 아레티노의 음란한 소네트가 출판된 곳도, 탈무드가 최초로 출간된 곳도 바로 베네치아였다. 그밖에 그리스, 아르메니아, 세르비아인 등 오스만투르크제국의 압제 아래 있던 여러 민족들이 베네치아에서 자기들 언어로 된 책을 펴내면서 민족문화를 보존했다.

    최초로 인쇄된 꾸란이 나온 곳도, 이 베네치아였다. 1537년 혹은 그 이듬해의 일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베네치아가 꾸란을 인쇄한 것은 철저히 상업적인 목적, 즉 오스만 투르크에 팔아먹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시도는 실패했다. 이슬람교도들에게 꾸란을 인쇄한다는 것은 둘도 없는 불경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에서 인쇄가 허용된 것은 18세기 초에 들어서였다. (세계적인 중동문제 전문가인 버나드 루이스는 근대화시기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출판-인쇄가 활발하지 못한 것이 아랍세계 낙후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밖에도 각종 지리서, 악보집, 음식이나 건강 관련 서적,건축서 등이 베네치아에서 나왔다. 아메리카대륙이 인도가 아니라 신대륙이라는 것을 알아낸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업적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도 (베네치아의 속령이었던) 비첸차 출신의 베네치아 출판업자들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은 어쩌면 골합중국(United States of Colombia)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베네치아가 근대 정기간행물, 근대 신문의 탄생지였음도 알려준다. 리알토 다리 인근은 근대 정기간행물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무역대국이었던 베네치아에서는 일찍부터 보험업은행업이 발달했다. 리알토는 바로 그 베네치아에서도 상업중심지였다. 당연히 리알토 일대에서는 경제나 경제에 영향을 줄만한 각종 정보가 활발하게 유통되었다. 베니스의 상인3막에서 요즘 리알토에는 어떤 소식이 돌고 있나?”라는 대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상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은 소식지가 등장한 것이다. 오늘날 여의도 증권가에 정치경제사회연예계 동향을 전하는 찌라시처럼. 환전업자 판필로 브랑카치와 보니파시오 치에라는 통화환율과 상품가격을 일반 편지봉투에 쉽게 넣을 수 있는 얇은 종이조각에 인쇄한 소식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소식지가 정기적으로 발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최초의 정기간행물이 탄생한 것이다. 1585314일의 일이었다.

    베네치아는 근대신문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1736년에는 가제타라고 불리는 필사(筆寫)신문이 등장했다. 1760년에는 가스파로 고치가 가제타 베네타를 창간했다. ‘가제타는 베네치아에서 주조한 동전을 가리키는 말인데, 동전 한 닢으로 살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 서양신문에 흔히 붙는 가제트’ ‘가제타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가제타에서 전하는 소식들은 새로운 소식(nuove)' 혹은 새로운 소식들(novelle)'라고 했는데, 이것이 영국으로 건너가서 '뉴스(news)'가 되었다.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월간조선기자인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내게 이번 베네치아 여행은 일종의 성지(聖地)순례였다.

  • 책공장 베네치아 | ia**2 | 2015.08.1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책공장 베네치아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책세상   이 책, 『책공장 ...

    책공장 베네치아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책세상

     

    이 책, 『책공장 베네치아』는 제목 그대로 중세 출판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총 11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베네치아와 베네치아의 여러 훌륭한 출판업자들, 히브리어, 아랍어, 아르메니아어 등의 여러 외국어 책 출판, 악보집 출판, 신대륙과 전쟁의 영향, 독특한 작가 피에트로 마레티노, 의학 · 미용 · 음식에 관한 책들, 그리고 베네치아의 쇠퇴와 부활에 이르기까지 베네치아의 '출판'에 대해 폭넓고 심도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각 장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1장. 책의 수도 베네치아
    2장. 알도 마누치오, 출판계의 미켈란젤로
    3장. 최초의 탈무드 인쇄본
    4장. 사라진 코란
    5장. 아르메니아인과 그리스인
    6장. 동쪽에서 불어온 바람
    7장. 신대륙과 전쟁
    8장. 악보집 출판
    9장. 몸 관리 : 의학, 미용, 식도락
    10장. 피에트로 아레티노와 작가의 탄생
    11장. 쇠퇴, 귀환과 결말

    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로써, 어떠한 내용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16세기 서점의 풍경을 알 수 있었던 '1장 : 책의 수도 베네치아' 였다. 이렇게 중세 출판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 책을 아직 읽어 본 적이 없어서, 그 당시의 모습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고, 도시의 모습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또한 독특한 작가였던 마레티노에 대해 알 수 있었던 '10장 : 피에트로 마레티노와 작가의 탄생'도 인상적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왜 그런 외설적인 작품을 통해서 세상을 풍자했는지 까지는 이해가 안되지만, 베네치아 출신의 작가인 피에트로 마레티노의 여러 독특한 작품들과 지금의 베스트셀러 작가와 비슷한 돈을 벌었다는 것 만으로도 흥미로운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세계 최초로 아랍어로 인쇄된 코란에 대한 '4장 : 사라진 코란'이었다. 한 젊은 여성학자의 열정으로 '기록없는 전설'로 여겨졌던 코란의 발견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녀의 노력이 잘 느껴졌고, 세계 서지학계의 중요한 사건이라 더 인상 깊게 읽었다.

    중세 출판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지만, 중간중간에 주석이 너무 많이 달려있어서 책을 읽다가 자주 흐름이 끊겨서 이 점은 불편했다.

    이곳 베네치아 출신인 저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는 섬세한 필치로 베네치아의 근대 인쇄 출판업과 베네치아 거리 곳곳을 살아 있는 듯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독일에서 인쇄술이 전해진 인쇄 발흥의 초기부터 인쇄의 중심지가 유럽 북부로 옮겨진 후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다보면 근대 르네상스의 시작인 이탈리아의 융성한 문화유산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015.8.6.(목) 이지우(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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