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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240쪽 | 규격外
ISBN-10 : 1197004548
ISBN-13 : 9791197004544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중고
저자 게르하르트 슈베펜호이저 | 역자 한상원 | 출판사 에디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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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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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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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어도어 아도르노의 철학은 난해하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신칸트주의에서 출발하여, 후설 현상학의 완성을 거쳐 한편으론 루카치, 블로흐 그리고 벤야민과 같은 철학적 아방가르드주의자들의 영향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 프로이트와 키르케고르로 이어지고 무엇보다 헤겔, 맑스 그리고 니체를 향해 갔던, 그리고 하이데거에 대한 비판에서 정점에 올랐던 아도르노 사유의 방대하고 복잡한 철학사적 짜임은 그러한 철학들에 대한 사전 이해가 빈곤한 우리로서는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난해한 ‘고전’으로만 여겨지던 아도르노 사유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철학적 입문서가 출간된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게르하르트 슈베펜호이저의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원제: Theodor W. Adorno zur Einf?hrung)』는 20세기 독일의 비판이론 철학을 이끌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그것의 극복을 위해 철학과 사회학, 예술과 문화, 음악과 문학 미학에서 전방위적으로 예리한 사유를 펼쳤던 아도르노 철학을, 『미니마 모랄리아』와 『부정변증법』, 『계몽의 변증법』을 포함하여 그의 주요 텍스트들을 종횡무진 오가며 그의 복잡하고 세분화된 사유의 건축물의 구조를 이루는 핵심적 모티브들을 중심으로 규명해 낸다.

저자소개

저자 : 게르하르트 슈베펜호이저
1960년 프랑크푸르트 출생.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 독문학, 교육학을 공부했고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카셀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자격논문을 제출했다. 2002년부터 뷔르츠부르크 실용 학문 대학 조형학부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이론 학과 교수이며, 2018년부터 카셀 대학교 철학과 객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박사학위논문인 『아우슈비츠 이후의 윤리: 아도르노의 부정적 도덕철학Ethik nach Auschwitz. Adornos negative Moralphilosophie』(1993), 교수자격논문인 『보편주의의 이율배반: 현대성의 도덕철학적 담론Die Antinomie des Universalismus. Zum moralphilosophischen Diskurs der Moderne』(2005), 『미학: 철학적 기본 개념들과 핵심 개념들?sthetik. Philosophische Grundlagen und Schl?sselbegriffe』(2007) 등이 있다. 그의 부친인 헤르만 슈베펜호이저Hermann Schweppenh?user는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아도르노의 조교이자 제자로 수학했으며 뤼네부르크 대학 철학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역자 : 한상원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맑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공동체의 이론들』(라움, 2017)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에디투스, 2018)이 있으며,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여러 연구자들과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에디투스, 2019)을 함께 썼다. 현재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여는 글

1. 유년기를 새로이 붙잡으려는 시도
2. 비판
3. 이성의 자기비판
4. 희망을 상실한 것들의 구원
5. 총체적으로 사회화된 사회
6. 해방된 사회의 목표
7. 아름다움의 무기력한 유토피아
8. 문화의 실패

미주
아도르노 연보

책 속으로

그는 누군가 파시즘을 독일 민족의 특징으로 환원할 경우, 이는 파시즘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한 통찰로부터 퇴보한 것이며, 따라서 “파시즘을 야기한” 정신적 환경에 소속되었다는 식의 집단 책임의 형성이라는 것도 의문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도르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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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군가 파시즘을 독일 민족의 특징으로 환원할 경우, 이는 파시즘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한 통찰로부터 퇴보한 것이며, 따라서 “파시즘을 야기한” 정신적 환경에 소속되었다는 식의 집단 책임의 형성이라는 것도 의문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도르노는 자신의 구체적인 삶과 역사의 경험이 발생했던 장소에서 비판적인 이론적 노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안에 놓여 있는 자신의 근원에 대한 연속성과 믿음이 갖는 의미”와 “한 차례 일어난 일에 대한 교만과 완고함”을 혼동하지 않고자 했다. “…… 나는 단지 나의 유년기를 보낸 곳으로 돌아오고자 했을 뿐이며,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자신의 생애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무엇인가가 유년기를 새로이 붙잡으려는 시도와 다르지 않다는 감정에서였다.” [18쪽]

계몽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비판의 부정적 측면이 그 긍정적 측면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판은 비진리, 허위, 가상을 해체하고자 시도하며, 이를 통해 참된 것, 올바른 것, 그리고 본질적인 것의 구성을 위한 필수적 사전 작업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맑스가 말하듯, 비판은 두뇌의 열정이 아니라 열정의 두뇌인 것이다. …… 허위적이고 악한 관계들에 대항해 투쟁하려는 노력의 열정은 “두뇌” 없이는 불발로 그치고 만다. 심장의 앙가주망Engagement을 위해서는 이성의 성찰이 필요하다. [30-31쪽]

아도르노는 헤겔이 강조한 “절대적 동일성의 철학적 이념”이 왜곡된 형상으로 실현되었다고 인식한다. 맑스와 마찬가지로 아도르노는 동일성이나 전체가 논리적 모순을 거쳐 실현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최상의 실재적인, 고통스러운 사회적 적대를 통해 실현된 것이라고 보았다. 이 때문에 그는 『정신현상학』에서 세계 전체와의 연관성 속에 등장하는 헤겔의 유명한 명제인 “진리는 전체다. 전체는 오로지 그 전개를 완성하는 본질이다”를 뒤집는다. 아도르노는 사회적 전체를 겨냥해 이렇게 말한다. “전체는 비진리(허위)다.” [47쪽]

맑스가 보기에는, 철학의 내용을 변혁적 실천을 매개로 사회적 현실로 증명해 낼 가능성이 실현될 순간이 도래했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이 가능성의 실현은 오늘날 지속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그의 눈에는 19세기의 관념론 철학과 유물론 철학이 약속했던 자유와 자율성을 실현할, 자유로운 사회를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전례 없는 기회는 상실된 것으로 보였다. …… 이들의 눈에는 세계의 나머지 부분은 파시즘에 대해 단지 정치적, 경제적 전체주의를 향한 보완적 경향만을 대립시킬 뿐이었다. 이러한 파시즘의 개선 행렬에 직면하여, 상호 학문적 지향을 갖는, 여전히 혁명적 변화를 희망하는 유물론적 이론을 통해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이 저자들에게는 더 이상 확실해 보이지 않았다. 『계몽의 변증법』에 따르면, 오히려 이 시점에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어째서 인류는 참된 인간적 상태에 도달하는 대신에 새로운 종류의 야만으로 퇴보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 책은 현대적 합리성과 신화가 상호 결합하였다는 변증법적 테제를 내세운다. [48-49쪽]

급진적 이성 비판과 개별적인 것, 특수한 것, 덧없는 것에 대한 철학적 참여 사이의 난점은 전통과의 관계에 대한 변증법적 성찰을 통해 사라지지 않는다. 거꾸로 오로지 이를 난점으로 인식하는 자만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 『미니마 모랄리아』의 마지막 아포리즘에서 아도르노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사유를 이어나간다. “사유가 무제약성을 위해 자신의 제약성을 더욱 열정적으로 극복하려 할수록, 더욱 더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치명적으로 사유는 세계에 귀속되어 버린다. 사유는 가능성을 위해서 그 자신의 불가능성조차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구원 자체의 현실성 혹은 비현실성에 관한 질문은 사유에 제기되는 요구에 비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고유한 난점을 그 자신의 자기반성 속으로 함께 받아들이는 그러한 사유가 요구되는 것이다. [65-66쪽]

아도르노는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요구된 “절망에 직면하여 책임을 져야 할 철학”, 즉 “모든 사물이 어떻게 구원의 관점에서 표현되는지 고찰”하려 시도하는 철학의 정신에서 부정변증법 철학의 유토피아적인 윤곽을 서술한다. 취약한, 곤궁한 그리고 왜곡된 개별 사물들은 더 이상 개념적 체계론의 소유하려는 몸짓에 종속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개념과 표현이라는 구원하는 보조원의 도움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철학은 “자신에게 다가오거나 자신이 찾는 대상이 가진, 어떠한 도식에 의해서도 정렬되지 않는 다양성 속에 자신의 내용을 가질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모상과 구체적 대상을 혼동하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다시 읽어 내기 위한 거울로 대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한 철학은 바로 개념적 반성의 매개 속에서의 충만한, 환원되지 않는 경험일 것이다.” 그러한 철학이 목표로 삼는 것은 “비동일자”를 “동일화에 대항하는 사태의 고유한 동일성”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81-82쪽]

아도르노는 개인Individuum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비판이자 구원으로 파악한다. 즉, 그것은 개별화Individuation 원칙의 실체화에 대한 비판이자, 이 원칙에 보존되어 있는 참된 인간적인 내용의 구원이다. 후자는 역설적으로 개별화 원칙이 역사적으로 막 몰락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비로소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아도르노에게 중요했던 것은 개별성Individualit?t의 저항적 잠재력을, 이 범주가 그 실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포착하는 일이었다. …… 아도르노가 내용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특수한 경험 형식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는 부르주아 주체성의 상실에 대한 노스탤지어적인 애도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관점 속에 철학적으로 비동일자의 입장을 파악하고 사회 이론적으로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목적이 논의될 수 있는 지성적인 저항 능력이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2-104쪽]

규범적 이원론은 최신의 일원론적 윤리 개념에서는 더욱 사라져 버린 차이화[세분화]의 발생 공간을 아도르노의 부정적 도덕철학에서 개방해 준다. 아도르노에게서 “위임받은 삶”의 “사적인 도덕”과, 차단되어 버린 “정치적 윤리” 사이의 이원론이 칸트의 도덕철학에서 예지적 자유와 경험적 부자유 사이의 이원성에 따라 구성된 것이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 수 있다. 우리는 대개 사실상faktisch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행위할 수 있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우리가 도덕적 퇴보를 겪고 있을 때, 우리의 양심 속에 커다란 목소리로 말을 거는 반反사실적kontrafaktisch 척도를 폐기해도 좋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엄숙주의적인 명령의 긍정적 윤리로서 기독교-서구 합리성의 도덕철학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현재 일어난 일과 다른 것’을 규정하기 위한, 그리고 ‘무엇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관한 비판적 척도로서 도덕은 우리가 실천철학의 영역에서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최선의 것이다. [117-118쪽]

자연에 대한 신중함, 그리고 자연을 황폐화하는 경제적 메커니즘에 대한 통제라는 이중적인 의미에서의 제약은 생명에 대한 중요성을 획득한다. 이것은 아도르노가 말하듯, 부르주아 사회에서 상품의 물신적 성격이 가져온 결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의 제약일 것이다. 왜냐하면 [상품 물신주의의 결과로서의] 그러한 제약이 의미하는 바는 제약받지 않는, 자기규정적인 이성을 상품생산의 강박에 의해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은 맹목적인 확장과 주체적인 낭비의 무제약성을 초래한다. 여기에서 이러한 무제약성에 대립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중한 억제, 인간적 생산력의 성찰된 속박을 의미한다. …… 발터 벤야민과 마찬가지로 아도르노는 계속되는 무반성적인 기술적 자연 지배가 아니라, 연대적인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다스림”만이 자신의 전사로부터 인간의 탈출을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러나 『일방통행로』에서 자기의식적인 프롤레타리아트가 “출산의 도취” 속에서 인류의 “새로운 신체”를 창출해 낼 것이라는 희망을 표현한 벤야민과 달리 아도르노는 그러한 출산의 관점 속에서 부르주아 생산성 사고의 흔적을 인식해 낸다. 생산성, 활동성 그리고 과정이 아니라, 관조, 평화 그리고 현존재가 중요한 것이다. [131-132, 그리고 136쪽]

예술은 그 자체로 기만적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예술은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결부된 것이 아니라, 행복의 가능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의 현실성은 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증언한다.” 하지만 오직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기억 혹은 회상Eingedenken4이라는 역설적이고 불완전한 양식 속에서 예술은 [지금과는] 다른 상태에 대한 대변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억의 모델은 프루스트의 과거에 대한 탐색이다. 이 과거는 기억의 주체에게 오로지 기억의 작업을 통해 구성되는 어떤 것, 즉 기억 속에서 동시에 얻어지면서 또한 상실되어 버리는 것으로 주어진다. “예술 작품의 갈망이 추구하는 것-존재하지 않는 것의 현실성-은 기억으로 변화한다.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 것은 존재했던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부서진다. 왜냐하면 존재했던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꿈의 장소는 “회상이다. [……] 그것만이 현존에 직면하여 유토피아를 배신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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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도르노는 언제까지 난해한 “고전”으로 남을 것인가? 최근 몇 년 사이,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저작들이 활발히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 20세기 현대 철학의 커다란 흐름을 대변하는 독일 비판철학을 이끌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그것의 극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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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는 언제까지 난해한 “고전”으로 남을 것인가?

최근 몇 년 사이,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저작들이 활발히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 20세기 현대 철학의 커다란 흐름을 대변하는 독일 비판철학을 이끌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그것의 극복을 위해 철학과 사회학, 예술과 문화, 음악과 문학 미학에서 전방위적으로 예리한 사유를 펼쳤던 아도르노 철학의 전체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뒤늦게나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텍스트의 축적이 우리 사회의 빈곤한 철학과 사회 이론의 개선과 연결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다. 원전의 출간 못지않게 이러한 원전에의 접근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신뢰할 만한 2차 저작물들의 번역과 출간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특히 아도르노의 비판철학은 난해하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신칸트주의에서 출발하여, 후설 현상학의 완성을 거쳐 한편으론 루카치, 블로흐 그리고 벤야민과 같은 철학적 아방가르드주의자들의 영향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 프로이트와 키르케고르로 이어지고 무엇보다 헤겔, 맑스 그리고 니체를 향해 갔던, 그리고 하이데거에 대한 비판에서 정점에 올랐던 아도르노 사유의 방대하고 복잡한 철학사적 짜임은 그러한 철학들에 대한 사전 이해가 빈곤한 우리로서는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번역의 곤경”이라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아도르노는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 않았다”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난해한 ‘고전’으로만 여겨지던 아도르노 사유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철학적 입문서가 출간되었다. 게르하르트 슈베펜호이저의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원제: Theodor W. Adorno zur Einf?hrung)』가 바로 그것이다. 두껍지 않은 분량의 책에서 아도르노 철학의 중심적인 내용들을 설명해 내는 그의 솜씨는 그간 시도된 아도르노 해설서와는 차별성을 갖는 탁월한 것이다. 저자는 비록 이 콤팩트한 해설서에서 아도르노 철학의 사상사적 짜임 전체를 그려 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고 밝히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지적 기반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별 능력을 통해 아도르노 사유의 복잡하고 세분화된 사유의 건축물의 구조를 이루는 핵심적 모티브들을 추려 내고, 『미니마 모랄리아』와 『부정변증법』, 『계몽의 변증법』, 『신음악의 철학』 등 아도르노 텍스트들을 종횡무진 오가며 그것들의 의미를 규명해 낼 뿐 아니라 아도르노 철학이 가진 동시대적 의미를 현재화한다.

[책의 구성에 대하여]

슈베펜호이저는 8개 장의 주제를 설정하고, 각각의 장에서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해설(해석)한다.

짧은 전기적 형식을 취한 1장 “유년기를 새로이 붙잡으려는 시도”에서는 토마스 만의 ‘증언’을 빌어 아도르노의 정신적 특징과 그를 둘러싼 시대적 조건, 정신적 교류들을 스케치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망명 생활의 경험을 통해 강화된 아도르노 사유의 자기성찰이다. 민주주의가 게임의 규칙으로도 작동하지 않게 된 독일과 미국의 일상적/실용적 민주주의의 대비, 또한 대중문화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담당한 미국 문화산업에 대한 비판, 그리고 1950년 미국에서 출간된 획기적인 저작 『권위주의적 성격 연구』를 통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 사회 자체의 양가성을 통찰한다. 그에게 문화의 내적 모순이란 그것이 비인간적인, 억압적인 사회구성체의 토대 위에서 인간성을 약속한다는 사실, 그리고 결국 문화산업으로서 상품생산의 규칙에 완전히 종속되어 버릴 때 자신을 스스로 부인한다는 사실에 있었다. 아도르노는 자신의 구체적인 삶과 역사의 경험이 발생했던 장소에서 비판적인 이론적 노동이 이어져야 하고, 자신의 경험이 그 핵심을 이루는 바로 그곳에서 무언가를 바꾸고자 시도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 아래 귀국한다.

아도르노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망각에 대항하는 투쟁이었다. 망각의 시도는 “과거의 극복”이라는 미명 하에서, “틀을 갖춘 사회”라는 모토 아래의 사회 재건과 경제 기적을 가로막는 방해물들을 제거해 버리려는 것이었다. 아도르노의 “비판”철학이 더 첨예화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였다. 2장 “비판”과 3장 “이성의 자기비판”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아도르노 철학의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비판”의 성격과 본질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칸트의 비판철학과 헤겔 변증법의 긴장 속에서, 그리고 맑스의 급진적 역사철학의 계승과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전개한다. 이와 함께 슈베펜호이저는 이러한 아도르노의 비판철학의 전개가 68 학생운동의 ‘실천 숭배’와의 첨예한 갈등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려 준다. ‘비판의 억압’뿐 아니라 ‘비판의 기능화’가 양립하는 현실에서 사유 자체의 본질적 측면으로서의 비판을 구제하려는 아도르노의 말년의 노력은 “비판에 대한 독일적 선입견”과 위험스러운 “권력과의 동일시”로 이어지는 동일성에 맞선, ‘현존하는 부정성에 대한 규정적 부정’을 현재화하는 투쟁이었다.

이어지는 4장에서 슈베펜호이저는 이러한 아도르노의 부정성의 철학이 지향하는 것은 “희망을 상실한 것들의 구원”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그것의 가능성/불가능성을 아도르노가 어떻게 사유했는지를 해명해 나간다. 그것은 “상처받은”, 소외된, 전적으로 허위적인 삶 속에서 더 나은 삶에 대한 윤곽을 부정을 통해ex negativo 규정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아도르노는 “구원”을 사유할 때, 벤야민과 달리, 피안의 구원을 초래할 메시아주의적 초월성의 개입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자신의 해결책을 하나의 아포리아(난점)로 정식화한다. 이러한 고유한 난점을 그 자신의 자기반성 속으로 함께 받아들이는 그러한 사유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출발하는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 기획이 관념론적 변증법에 대한 규정적 부정에 다름 아니며,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현상학의 완수라는 그의 철학적 출발점을 형성하는 모티브들과 『계몽의 변증법』에서 나타난 합리성의 자기비판이 여기에 포함된다는 것을 설명해 나간다.

『부정변증법』과 『계몽의 변증법』이 전개한 동일시를 강요하는 합리성에 대한 자기비판은 “총체적으로 사회화된 사회”에서의 “개인의 소멸”이라는 문제로 나아간다.[5장] 철학이 “동일성에 포섭되지 않는 것을-맑스의 용어로는 사용가치를 요구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면, 철학은 자신의 표현 방식을 변경해야 하며 이로부터 철학은 그 스스로 사회 이론으로 이행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이것은 이도르노의 비판철학이 사회 이론과 정치철학으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도르노는 개인Individuum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비판이자 구원으로 파악한다. 즉, 그것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개별화Individuation 원칙의 실체화에 대한 비판이자, 이 원칙에 보존되어 있는 참된 인간적인 내용의 구원이다.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아도르노에게 중요했던 것은 개별성Individualit?t의 저항적 잠재력을, 이 범주가 그 실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포착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아도르노는 프로이트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치료술로서의 정신분석학”을 가차 없이 비판하기도 한다. 어울러 개별화 원칙의 발생에 관한 아도르노의 이데올로기 비판적인 분석은 인간의 내적 자연에 대한 폭력적 형태의 규율화에 관한 담론 분석적 재구성(미셸 푸코)이 곁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러한 이론이 개인의 종말을 불가역적 과정의 결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 행위자로서의 우리에게 가능한 것이 최종적 결정권을 가져서는 안 되며, 그것이 모든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규범적으로 올바른 행위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실천의 반反사실적 척도로 사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아도르노의 부정적 도덕철학의 규범적 이원론이다.

아도르노에게는 선명히 그려진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더 나은 상태의 이미지를 공언하는 것을 거부했다. 언제나 반복해서 그는 구약성경의 ‘우상 금지 원칙Bilderverbot’이 다소간의 변형된 의미 속에서 철학적으로 그리고 사회 이론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에서 아도르노가 개별화 원칙이 “올바르게” 지양된 자유로운 사회를 어떻게 사유했는지가 5장의 내용을 이룬다. 유토피아에 대한 헛된 희망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연에 대한 신중함, 그리고 자연을 황폐화하는 경제적 메커니즘에 대한 통제라는 이중적인 의미에서의 제약에서 벗어나 생명에 대한 중요성을 획득하는 사회이고, 더 이상 궁핍을 알지 못하는 인류에게 궁핍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제까지 충족되었던, 그리고 부를 통해 궁핍을 확대 재생산해 왔던 모든 기획이 가진 광기와 덧없음에 대한 희미한 깨달음이 미치는 순간 사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책의 후반부인 7장 “아름다움의 무기력함”과 8장 “문화의 실패‘는 아도르노 사유의 현재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아도르노의 예술철학과 대중문화(혹은 문화산업)에 대한 비판이 전개되는 장들이다. 아도르노가 미학 이론에 기울인 사유의 깊이와 가치를 역동적으로 설명해 내며 그것이 어쩔 수 없이 지닌 상황 인식의 한계까지 넘어서는 방향을 제시하는 저자의 해석적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위기와 구원을 함께 사유하는 철학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는가?

슈베펜 호이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아도로노에 대한 단순한 해설이 아니라, 아도르노 철학의 “현재화”에 있음을 강조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어려운 아도르노 철학을 읽어 내야 할 까닭도 여기에 있을 터이므로. 저자의 다음과 같은 설명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서, 우리의 아도르노 읽기에도 늘 떠올려야 할 문구일 것이다.

아도르노는 개인적 현존과 사회의 전체 상태 사이의 간극에 대한 절망적 경험을 정교하게 첨예화했다. 사회의 몰락은 개인의 집단적 제거 속에서 성큼 다가왔다. 사회적 사건의 완전한 광기 속에서는 사물화된 인간들뿐 아니라 사물들조차도 그 참된 존재의 권리를 빼앗기며, 타자를 위한 존재가 될 뿐이다. 그러나 올바른 삶의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었다는 잔혹한 통찰로부터 삶의 가능성을 완전히 끝내지 않기 위해 주체에게 필요한 어떠한 힘이 자라날 수 있다. “공포를 직시하고 감내하며, 단호한 부정성의 의식 속에서 더 나은 상태에 대한 가능성을 붙잡으려는 시선 이외에는 어떠한 아름다움도, 어떠한 위안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아도르노의 모든 이론적이고 미학적인 작업의 근저에 놓여 있는 핵심적 모티브다. …… “희망을 상실한 것들의 구원”을 자신의 이론적 작업의 “핵심 모티브”로 고찰한 아도르노는 어떻게 개별적인 것, 덧없는 것 그리고 위험에 처한 것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세계의 구원에 대한 갈망을 개념화할 수 있는 철학을 시작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몰두한다.-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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