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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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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1*210*21mm
ISBN-10 : 118673244X
ISBN-13 : 9791186732441
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 중고
저자 이와모토 마나 | 역자 윤경희 | 출판사 올댓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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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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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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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지나간 인생에서 실수한 부분이나 후회되는 부분을 고쳐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다시 젊음이 내게 온다면,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다시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인생은 돌아볼수록 크고작은 실수와 회한들로 얼룩져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인생에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니? 노트필기든 시험답안이든 만년필을 사용하고 연필과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니? 틀린 내용은 줄로 긋고-즉 실수의 흔적을 남겨두고-다시 쓴다니? 이처럼 ‘지우개를 쓰지 않’는 프랑스적 인생철학은 육아에도 교육에도 연애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그래서 지우개를 써서라도 틀에 맞는 답을 써낼 필요도, 실수를 없던 것으로 할 필요도 없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독특하고 새롭다.

또한 시험의 답이 틀렸어도 아름다우면 점수를 준다든지 물건을 선택할 때 아름다움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든지 어렸을 때부터 ‘미식’을 즐긴다든지 하는 것들은 이들의 인생관이 ‘센슈얼리즘’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뿐이 아니다. 정답이 없는 인생에 대한 궁금증이 철학 수업을 통해 드러나고, 어렸을 때부터키워가는 문학적 교양은 철학적 소양의 토대가 된다. 과연 철학의 나라, 예술의 나라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프랑스 문화를 소개하는 책도, 외국 생활기도 아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의과대학을 졸업한 저자는 프랑스에서 수십 년 간 자녀를 키우며 활동해왔다. 이방인이기에 프랑스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프랑스 사람들의 교육, 가정생활과 육아, 애정관, 경제와 사회, 여성의 지위 등 장단점을 모국 사회와 비교, 비판하는 눈도 갖게 되었다. 이 책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날카롭고 깊은 프랑스 탐구서이면서 사회비평서인 이유다. 동양적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들이 유럽의 강국일 뿐 아니라 문화선진국으로서 여전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교육철학을, 2장에서는 경계와 역할이 분명한 학교와 가정의 모습을, 3장에서는 연애과 결혼관, 남녀고용기회평등을, 4장에서는 프랑스를 지탱하는 어른 문화와 센슈얼리티를, 5장에서는 여성의 출산과 양육 등을 다루고 있다. 성공적인 출산 정책과 육아와 교육, 교육제도 등도 꽤 상세히 다루고 있어, 평소 프랑스 사람들이나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독자들뿐 아니라 프랑스의 교육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와모토 마나
도쿄여자의과대학 의학부 졸업. 게이오기주크대학 의학부 피부과학교실 연수. 1997년에 남프랑스의 대학병원에서 레이저 치료를 비롯한 미용피부과학, 항노화의학 등을 습득. 파리XⅢ 대학과 그 외에서 아로마테라피와 피트테라피 등의 허브를 이용한 자연요법·예방의학을 배우고 유럽의 대기업 제약회사와 화장품 회사의 어드바이저를 역임했다. 현재, 프랑스, 캄보디아, 일본을 오가며 미용부터 문화 문제까지 폭넓은 테마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파리의 마담에게서 생애 연애 현역의 비결을 배운다』『파리지엔느보다 아름답게 된다! 비밀의 스킨케어』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윤경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주요 역서로는 『나라이름으로 여행하는 지구 한 바퀴』,『사회학 명저 30』,『연애 사자성어』『사자성어사전』,『상황별 사자성어』『50대에 꼭 해야 할 100가지』『뇌에 맡기는 공부법』『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초등학생을 위한 요리 과학실험 365』『남편을 날씬하게 만드는 반찬』『일본식 집밥 레시피 100』 등 다수가 있다. .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우뚝 서는 프랑스의 교육
1.노트 필기도 아름답게 하는 속뜻 2.개성을 기르는 만년필 3.수학 답안에도 문학적 센스는 필수 4.논술식 문제는 인재의 등용문 5. 만점 답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6.프랑스의 국어 교육 7.프랑스의 의학 교육 8.프랑스의 예술 교육 9.‘철학하는 의미’를 철학적으로 고찰하다 10.아름다움이 올바른 것만은 아니다? 11.실연도 다시 할 수 없는 인생의 일부

제2장 성숙한 어른으로 키우는 학교와 가정의 논리
1.프랑스의 초중등 교육 시스템 2.프랑스의 고등 교육 시스템 3.그랑제콜의 진실 4.바칼로레아의 철학과 ‘철학의 허망’ 5.노트 필기를 하지 않는 철학 수업 6.학교에는 청소당번도 급식당번도 없다 7.어렸을 때부터 주어지는 가정 내 역할 8.학교와 가정의 경계선 9.교과서와 시민의 소양 10.국민의 도덕을 유지하는 것 11.프랑스 엄마는 동요하지 않는다 12.레이디 퍼스트와 미 퍼스트 13.프랑스의 엘리트주의 14.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열쇠

제3장 센슈얼리즘의 본질
1.세계 최고의 센슈얼한 도시 파리 2.프랑스 정치가와 여성 스캔들 3.《미식예찬》은 인생의 성경 4.프랑스인은 연애에도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 5.프랑스인의 결혼관과 결혼 제도 6.부부는 서로를 ‘아빠’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7.‘남녀 고용 기회 균등’에 대하여

제4장 어른 문화와 관능 경제
1.프랑스 경제를 지탱하는 커플 문화 2.센슈얼리티가 경제 활동의 기준 3.휴가는 힘껏 일한 후에야 즐기는 것 4.아이들에게 어른은 동경의 대상 5.원츠(wants)와 니즈(needs)의 차이 6.결혼과 부모 자식 간의 관계 7.“50대의 사춘기”에 가슴 설레다

제5장 출산과 양육 이야기
1.여성을 위한 아름다운 지원 2.계획 임신과 산후조리 3.프랑스에서는 80%가 무통분만 4.센슈얼한 미래를 위하여

에필로그

책 속으로

11쪽) 프랑스를 보면 좀 독특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노트 필기는 만년필로 하며 시험의 답안을 연필로 적거나 지우개로 지우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한번 적은 것은 줄을 그어 지워도 그 흔적이 남는다. 더 특이한 것은 답안에 ‘아름다움’을 요구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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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프랑스를 보면 좀 독특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노트 필기는 만년필로 하며 시험의 답안을 연필로 적거나 지우개로 지우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한번 적은 것은 줄을 그어 지워도 그 흔적이 남는다. 더 특이한 것은 답안에 ‘아름다움’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수학 문제의 답안이 틀렸더라도 한눈에 봤을 때 답안이 아름다우면 점수를 좀 준다. 아니, 대체 왜? 어린 시절부터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응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란다. 그렇기 때문에 채점하기 쉬운 객관식 선택형 문제나 OX식의 문제는 내지 않는다. 어른이라면 모두 알고 있듯이, 인생에는 1+1=2처럼 정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일이 정말 드물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어린이라면 1+1=2를 계산해 ‘아이, 똑똑하기도 해라’라고 어른에게 칭찬받는 어린이보다 몇 배나 빨리 성숙해질 것이다. 하루 빨리 어른이 된다는 말은 어른으로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을 더욱 빨리 알게 된다는 뜻이다.

19-20쪽) 교육적으로 만년필을 쓰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틀린 것을 없던 것으로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앞에서 교사는 아이들 각자의 역사가 담긴 노트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그 아이가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살핀다고 했다. 이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교사는 아이가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잘못했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서 정답에 도달했는지의 과정, 다시 말해 시행착오를 거쳐 정답에 도달하는 궤적을 알고 싶은 것이다.
지우개로 지워서 정답만을 남겨둔 노트로는 그러한 과정을 알 길이 없다. 프랑스의 교사는 학생이 잘못된 부분을 끊임없이 적고 줄을 그어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정답을 찾아나가는 지난한 ‘깨달음’의 과정을 알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반복해서 잘못된 부분을 지우더라도 노트의 아름다움은 엄격히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똑같은 공식과 해답에 매몰된 인쇄물 같은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을 혐오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25쪽) 모든 사고는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수학은 ‘문학적인 센스’가 없어도 괜찮다고 여기는 건 그야말로 넌센스다. 수학의 특징?수학은 철학이다?을 생각해봐도, 아름답지 않으면 수학이 아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일찍이 “올바른 시각으로 보면, 수학은 진리만이 아니라 궁극의 아름다움도 함께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계산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프랑스는 일찍부터 수업에서든 시험에서든 전자계산기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앞서 말한 친구의 아들은 처음에 암산이 안 되는 것은 끝까지 안 됐다고 한다. 어찌하면 좋을지 수학 선생님에게 물었더니 “계산은 계산기에 맡기고 수학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수학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33-34쪽) 완전무결함은 과연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이나 마주치게 될까. 아마 없겠지. 시험 때마다 빈번히 완전무결한 점수가 세상에 나온다고 과연 그게 완벽이겠는가.
유명한 사립 리세의 교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간이 이룩한 것에 완벽은 있을 수 없습니다. 완벽한 것은 천상의 세계에 있는 신의 영역에만 있습니다. 인간이 신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독이죠.”
사고방식 자체가 철학적이니 그야말로 데카르트의 자손답다. 유일신의 나라와 수많은 신의 나라는 원래부터가 다르리라. 그러고 보니 노벨상을 거부해서 더 유명해진 사르트르도 이렇게 말했다.
“그 어떤 예술가도, 그 어떤 작가도, 그리고 그 어떤 사람도, 살아 생전에 신성화될 만큼 가치 있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는 100점 만점을 칭송하는 나라들과 상당히 다르며 그래서 더 흥미롭다. 미완의 철학은 언제나 여전히 배고프게 하고 오만함을 깨치게 만들어 인간을 한층 더 높은 곳으로 고양시키는 존재가 아닐까.

39-40쪽) 프랑스의 국어 교육은 우리와는 완전히 반대다. 프랑스의 초등학생들은 주저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주인공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이 작품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사실을 말하면 부모님께 혼난다. 도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문장은 감정적일 뿐 논리적이지 않다. 이러면 받아들이는 쪽의 기분에 따라 오해가 생길 테고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등 상당히 비판적인 자세로 작품을 읽는다. 설령 그 책이 유명한 고전, 명작일지라도 이곳 아이들은 비판적으로 독서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교사의 견해’도 선명해야 한다.(······) 스마트폰 전성시대인 요즘에도 파리의 지하철이나 카페, 공원의 나무 그늘에서 두툼한 페이퍼북에 열중한 프랑스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스탕달(Stendhal), 볼테르(Voltaire), 라블레(Fran?ois Rabelais) 등의 고전을 지겨워하기는커녕 좋아라 하며 읽고 있다. 프랑스 학생들은 입시 공부를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책을 대출하러 도서관에 간다. 여기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가장 파괴적인 도태 과정에서 살아남은 고전에 존경심을 느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5-46쪽) 1958년, 제5공화국을 출범시킨 샤를 드골 대통령은 문화부를 만들고 문인 앙드레 말로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교육과 문화가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교육부와 문화부도 당연히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말로의 말을 빌리자면?‘죽은 교육’과 이에 대비되는 ‘살아 있는 문화’?고정관념에 묶여 버린 채 변화하지 않는 교육과 변화하고 다시 태어나는 문화 사이의 ‘차이’ 때문이다. 나는 그의 이원론이 매우 프랑스적이라 생각한다.(······) 프랑스 국민은 예술을 권리로 인식한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이전에는 예술이 왕족과 귀족 같은 특권 계급에게 봉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혁명은 국민에게 ‘예술을 향유할 권리’를 주었다. 국민은 이를 지키기 위해 계속되는 희생도 불사했고 마침내 문화주권을 영구히 쟁취했다. 예술은 국민 속으로 굳건하게 자리잡아갔다.

47-48쪽) 프랑스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미술, 음악 수업에는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예 지도 지침조차 없는 듯하다. 커리큘럼도 교사의 재량에 맡긴다. 만일 음악 수업 때 합주를 한다면, 학교에 여러 종류의 악기가 상비되어 있지 않으므로 리코더 연주 같은 것을 한다. 그런 다음에는 레코드(CD)를 감상하거나 모두가 합창하는 정도다. 미술(그리기와 만들기) 시간 때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그림이나 공작물을 만들고 완성된 작품에 대해 교사가 코멘트한다.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가 아니었나? 설마 정말 이 정도로 하고 끝일까? 물론 아니다. 프랑스는 예술 활동을 학교에 맡기지 않는다. 정서 함양에 관련된 대부분의 교육은 지방자치체나 봉사 단체 등이 맡고 있다.?체육, 스포츠 활동도 이와 동일하다.
84쪽) 프랑스에서는 국회의원 자리에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앉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세상에서 인기가 있더라도 말이다. 국정을 움직이는 제왕학을 배운 자가 아니라면 정치를 운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프랑스의 엘리트 학생은 스폰서의 안색을 살피며 보도하는 TV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계속 내보내는 인터넷 등의 미디어를 신용하지 않는다. 신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 우왕좌왕하지 않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어떤 사람이 정치인이 될 만한 자격을 갖고 있는지 보려면, 엘리트 학교를 졸업해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갖고 또한 그 내부에서 선발되어 젊었을 때부터 국가적 요직에 임명되는 지극히 선택받은 사람인가를 추적해보면 된다. 그런 다음에야 국정이라는 실제 무대에 등장하는 게 가능하다.

93-94쪽) 자, 지금은 프랑스 학교의 철학 수업 시간이다. 어린이야말로, 아니 어린이이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여러 질문들이 있다. 그 답을 철학을 통해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만나는 철학은 그들의 인생을 크게 좌우하므로 프랑스 사람들에게 철학은 모든 학문 중에서 최고봉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철학 수업 중에 노트 필기를 허락하지 않는 교사가 많다. 다른 과목과 달리 철학은 암기나 수식에 의해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뇌로 씹어 먹어야 피가 되고 살이 되기 때문이다. 제시문이 있고 이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정답은 없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할 뿐이다. 철학은 노트에 적어서 생각을 고정시키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잔존시키는 것이다. 적어두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은 철학은 인격에 스며들지 못한 한낱 지식 나부랭이일 뿐이다. 그건 ‘철학하다’가 아닌 것이다.

99쪽) 프랑스에는 원래부터 학교 행사가 적다. 믿지 못하겠지만 부모의 수업 참관도 없다. 입학식도 졸업식도 없다. 보호자가 참여하는 계절 행사도 없다. 프랑스인에게 왜 없는지 물으니 “왜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요?”라며 되묻는다. 동아리 활동, 이것도 프랑스에는 없다. 대신 스포츠 활동을 하고 싶으면 공공 스포츠클럽에 가서 하고 음악 교육을 받고 싶으면 과외 수업인 콩세르바투아르(conservatoire: 일종의 음악학교-역주)에 가면 된다.
얼핏 보면 학교 행사가 적은 프랑스 학교생활은 건조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보호자들끼리도 거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 때문에 소위 복잡하고 까다로운 엄마 모임 때문에 가슴아파할 일도 없다. 나는 이런 쿨한 스쿨 라이프가 프랑스의 어른 사회에 존재하는 ‘긴장과 이완을 확실히 분류하는’ 습관이 투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100-101쪽) 아이들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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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노트필기와 답안 작성에 연필과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고? -연애 지상주의인 프랑스를 이끄는 것이 높은 학력의 슈퍼엘리트라고? -자유·평등·박애의 나라가 학력에 의한 계층사회라고? -연애와 동거가 자유로운 나라가 통계상 법률혼이 대다수라고? -아...

[출판사서평 더 보기]

-노트필기와 답안 작성에 연필과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고?
-연애 지상주의인 프랑스를 이끄는 것이 높은 학력의 슈퍼엘리트라고?
-자유·평등·박애의 나라가 학력에 의한 계층사회라고?
-연애와 동거가 자유로운 나라가 통계상 법률혼이 대다수라고?
-아빠 나이 남자 또는 나이 차가 많은 연상녀 결혼 상대가 흔하다고?
-새남편과의 아이들과 전남편의 아이들이 재혼한 전남편의 어머니 집에 놀러간다고?
-답안이 틀렸어도 아름다우면 점수를 주기도 한다고?
-어린이날이 없다고?
-예술 수업시간에 교과서도 교사지침서도 없다고?
-학부모가 학교에 가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공원에서 두꺼운 책을 읽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이 책은 알면 알수록 새로운 프랑스 사람들과 그들의 가치관 ㅡ우리와는 너무 다른 그들만의 특별하고 시크한 삶의 방식을 다룬 책이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기에 실패도 후회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래서 이들은 교실에서도 육아에서도 연애에서도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

우리에게 프랑스는 미용과 건강,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 사방이 문화유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나라, 연애 지상주의의 나라, 미식가들의 나라, 교육제도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프랑스 사람들에 대해서는 독특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이 많다.
프랑스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저자는 이방인의 눈으로 본 프랑스 사회는 물론 프랑스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가치관 등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공중도덕에 대한 철저한 관념, 아이를 자립적으로 키우는 단호한 육아 태도, 어른·커플 중심의 성숙한 사회, 가정과 학교의 역할 분리, 아름다움을 최우선시하는 태도, 혼외자,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연상연하 커플, 전 남편이나 새아내의 아이들과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수용하는 열린 자세 등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삶의 방식을 목격한다. 그 장단점을 조목조목 짚어서 모국사회에 대한 사회비평과 곁들이고 있는데, 위트가 넘치고 유머러스한 표현과 자연스러운 문체는 읽기 쉽지만 내용은 결코 얕지도 가볍지도 않다. 일본 사회와 다른 듯 비슷한 점이 많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평소 프랑스 문화와 교육,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분명 많은 것을 얻는 시간이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이어서]
100-101쪽)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보고 자라며 어른에 대한 동경을 키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어른의 흉내를 내기도 한다. 어른들도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어린이 상태로 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빨리 어른이 되어 어른의 분별을 갖게 돼야 개인의 확립과 자유를 위해 좋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어른과 아이의 이해는 일치한다. 아빠와 엄마는 아이에게 가정의 일을 돕는?가정에서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 역할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시작된다.
프랑스의 아이들에게 가정에서 맡은 역할은 어른 사회로 발을 내딛는 첫걸음과 같다. 아이들에게 부여된 역할은 (당연한 말이지만) 가정마다 다르다. 엄마로부터, 아빠로부터, 할아버지나 할머니로부터 주어진 역할은 아이의 성별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아이가 해야 하는 역할이 단지 일손을 돕는 심부름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가정을 위한 권리와 의무의 일환이고, (일종의 계약에 의해 행하므로) 계약이 무엇인가를 배우는 경험이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집안일을 돕다가 실수를 했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묻는다.
104-105쪽) 프랑스의 학교는 공부를 하기 위한 장소다. 과외 활동, 학교 행사, 보호자 모임이나 수업 참관 등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의 학습 지도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학습이란 초등학교라면 읽기, 쓰기, 셈하기이고 중등학교에서는 바칼로레아 취득을 위한 지식 육성이다.
프랑스 학교에서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생활지도는 일절 하지 않는다. 유치원 교육 지침조차 학습지도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 아이가 화장실에 가는 걸 돌본다거나 점심 식사를 돌보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런 일은 그런 일을 맡은 사람이 하면 된다. 물론 교실 청소나 시설 관리도 교사의 직무가 아니다.

110-111쪽) 에스프리 시빅은 프랑스다운 것으로, ‘어깨에 힘을 넣지 않은 대중 매너’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체격이 훌륭하더라도, 아무리 학업이나 업무 수행이 뛰어나더라도 매너가 없는 인간은 프랑스의 어른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당연히 융화되지도 못한다.
어린이들 입장에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에스프리 시빅을 경험하는 것은 교과서 대여 제도일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학교는 전 과목 교과서를 빌려준다. 이후 아이들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즈음이면 빌린 모든 교과서에 투명한 커버를 씌운다. 이런 연례행사를 하면서 아이들은 커나간다.
교과서는 세상을 돌아다니는 물건이다. 소중한 공공물을 빌려 쓰는 것이니, 낙서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적어 넣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더럽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이 모셔두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학기 동안 소중하고 깨끗하게 써서 연말에 반환해야 한다.

125쪽) 프랑스의 엄마에게는 강한 의지가 있다. 아이가 신뢰를 저버린 듯 보여도 동요하지 않는다.?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아이도 폭언으로 부모에게 도발하거나 응석부리지 않는다. 논리로 부모를 설득하려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아이는 어른 사회의 규범을 익혀나간다.
프랑스에는 육아와 사회생활을 겸하는 엄마가 많음에도 서점에는 이상할 정도로 육아서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육아의 매뉴얼 같은 것은 필요 없는 국민 같다. 그래도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카운슬러이자 심리학자인 프랑수아즈 돌토의 한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부모는 꽤 많다. ‘부모가 되는 것은 권력자의 위치에 오르는 게 아니라 의무를 다하는 입장에 서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의무의 한 쪽에 권리가 있겠지만 부모에게는 많고 많은 의무만 주어질 뿐 권리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모는 주는 것으로 보상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깊이 다짐해야 합니다.’ (Les Cause des enfants 1985)

154쪽) 프랑스에서는 ‘정성분리(政性分離)’라고 해서 설령 그것이 추문에 관계될지라도 매스컴은 정치의 공공적 부분만 다룰 뿐 정치인의 사생활은 따지지 않는다. 개인의 생활과 공적인 직무(정치)는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남녀의 연애와 성애에 대해서 말할 때 도덕과 논리보다 감정적이고 운명적임을 최우선으로 삼긴 해도 그러한 행동이 정치적인 능력과 연관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남녀관계가 지극히 문란하더라도 해야 할 것, 즉 공공이 기대하는 업무를 깔끔히 해내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역사상의 위대한 지도자들은 ‘여자를 좋아했다’는 말이 있듯이, 인기가 없어서 스캔들 한두 개도 없는 지도자는 그의 성실함이나 결벽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보다는 과연 저 사람에게 인간적인 매력이 있긴 한 건가 하고 프랑스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는 것이다.

158-159쪽) 브리야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의《미식예찬》은 단순히 먹는 것만을 얘기하는 책이 아니라 인생의 성경이다. 그리고 그 식사야말로, 함께 먹는 상대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오감에 지성과 감성을 더한 ‘감뇌(感腦)’=‘관능’을 서투르나마 공유하는, 세상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연극 무대다. 즉, 프랑스 사람들에게 식사를 하는 공간과 시간은 가장 역동적인 관능문화의 무대이자 성스러운 궁전이다.
미슐랭의 별이 붙어 있지 않더라도 인테리어에 신경 쓴 레스토랑에서 셰프의 멋진 솜씨에 놀라고 기뻐하며 가게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듣는 경험, 전채부터 메인 디시에 이르는 맛과 향기의 하모니를 즐기는 상황 모든 것이 인생에서 단 한 번 만나는 센슈얼한 드라마다. 물론, 그 드라마의 주요 요소는 상대방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일 것이다.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는가를 금세 알 수 있다’고들 하는데 프랑스에서도 테이블 매너가 그 사람의 사회적 입장을 뒤흔들 만큼 중요하게 인식된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 기대되는 태도와 행동, 지성, 교양,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섹시함’이 충족돼야 하는 것이다.

164-165쪽) 과거의 교제 상대와 쌓았던 연애경험은 겹겹의 단단한 지층으로 승화되어 연애에 관한 철학자가 된다. 그리고 ‘지금 여기’를 힘껏 지지한다. 경험에는 우연한 만남과 사랑의 시작, 서로 사랑했던 행복한 시간, 사랑의 끝에서 느낀 슬픔까지 모두 담겨 있다. 인생은 진심으로 서로 사랑할수록 깊이를 더하는 것이니 흘린 눈물의 양만큼 슬픈 노래가 축적되고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그러니 장난 같은 육체관계를 아무리 쌓더라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가 있다는 말이 세상에 있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밖에 소유하지 못한다.’라고 말로는《인간의 조건》에서 기록했는데, 사랑의 혜택은 이처럼 상호적이다.
그렇기에 프랑스 여성은 ‘지금 여기’에 모든 것을 걸기에 과거의 연애를 리셋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연애에서도 지우개를 쓰지 않는 것이다.

174쪽) 프랑스인 부부나 커플은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여성이 남성을 ‘아빠’라고 부른다거나 남성이 여성을 ‘엄마’라고는 절대 부르지 않는다. 즉,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아이 입장에서 상대방을 부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프랑스의 커플은 아이가 생겨 엄마 아빠가 되어도 예전의 진한 러브 모드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만일 부인이 남편 혹은 파트너를 ‘아빠’라고 부르면, 남자는 단박에 “농, 나는 짐승이 아니야”라고 하거나 “내 자식이라면 에스프리를 잘 알고 있을 텐데”라며 부인의 입술을 지그시 누른다. 물론 입술로 말이다. 아이가 보고 있는 앞에서.
사랑이 있는 가정이란 ‘연애 생활을 지속하는 아빠와 엄마가 존재함’이 암묵적 전제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아무르가 무엇인가를 뇌에 새기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

182-183쪽) 경기 부진, 이민 문제와 치안, 최근 수년간은 테러의 위험까지 일상 안으로 버젓이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파리를 무릉도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여기저기 쓰레기가 가득한 지하철, 가게 점원들의 불친절은 또 어떤가. 이렇게 옛 명성이 무색해졌는데도 오늘날에도 파리가 여전히 매력적인 건 왜일까? 말할 것도 없이, 성당과 역사적 건축물이 즐비한 거리의 독특한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면에서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그건 바로 관능의 배후에 있는 에로스 즉, 사랑이 가득 찬 공간에서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프랑스 사람들은 EU 연합국 중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뚜렷하게 아이를 많이 낳는 나라다. 그랬던 것이다! 프랑스 파리는 사랑의 요람이었다.
사랑의 요람인 프랑스에서는 혼자가 아닌 ‘커플’이어야 인간답게 잘 사는 것이라 여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프랑스인이 어렸을 때부터 길러온,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해 보던 사고의 습관과 언어에 관련된 엄밀한 규칙은 개인이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공공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고 습관과 정교한 언어라는 두 가지 요소는, 커플(상대방이 되는 타인)이 되기 위한 필수 과목이고 프랑스의 성숙한 ‘어른 문화’는 이런 커플들 덕분에 성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9-190쪽) ‘프랑스 사람은 한 달의 바캉스를 위해 열한 달을 일한다’는 말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사람들은 백이면 백, 업무와 노동은 ‘살아가기 위해 좋든 싫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제된 고통’이라 인식한다. 조직을 위해 자기희생이 미덕이라는 전통, 그런 건 아예 없다.
프랑스에도 뛰어난 재능과 적성으로 삼시 세 끼보다 일이 좋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그랑제콜 출신의 엘리트층인데 관리직 커리어라고도 불리며 월급은 다른 사람의 세 배다. 이들은 열정으로 똘똘 뭉쳤으며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하고 맹렬히 일한다. 관리직과 의사, 변호사 등 이들이 주로 진출하는 자유업에는 노동시간 주35시간제 제한이 없다. 앞에서 말한 경제관찰연구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자유업에서 일하고 있는 프랑스인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335시간이고 이는 EU평균보다 40% 이상 많다.
이런 사람들 덕분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프랑스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1시간 당 65달러로 1위를 기록한 미국의 뒤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은 짧은데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제6위라니 이게 무슨 뜻일까? 그건 아마도 근무 시간 내에 업무를 완료해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일이 끝나자마자 지체 없이 퇴근하기 때문이리라.

195-196쪽) 아기라면 우는 게 전매특허라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도 부모가 해 줄 수 없는 사태가 오면 아기는 어느 순간에는 울음을 그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상황을 실현시킬 주택 사정까지 해결된다면 규칙은 지체 없이 실시된다. 바로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부부의 시간’으로 정하기만 하면 끝이다. 중간에 깨어난 아기가 울어도 부모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울다 지친 아기는 다시 잠들고 그러면서 아기는 낮밤의 리듬을 익힌다.
선물로 받은 것을 먹을 때도 이와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 순서가 된다. 연장자 순서에 레이디 퍼스트까지 거쳐야 한다. 이렇듯 서양의 레이디 퍼스트를 따르면 동양의 유교 도덕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프랑스에서도 어린이는 ‘나라의 보석’이 틀림없지만 금이야 옥이야 어르고 달래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사회에서도 가족에서도 사회를 짊어진 어른과 연장자가 존중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더욱이 분별이 아직 없는 아이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렇게 하면 가장 중요한 ‘정신’이 망가지는 걸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프랑스에는 ‘어린이의 날’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녀가 미워서 프랑스 부모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자녀보다 자신을 우선하는 마음은 다소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야말로 미 퍼스트) 결코 아이에게 무관심하지 않다.

218-219쪽) 프랑스에서 ‘무상 교육’은 이들에게 든든하고 커다란 뒷받침이 된다. 일반적으로 공립학교의 수준이 높고 학교에서의 의무 교육은 원칙적으로 무상이다. 대부분의 대학도 비용이 저렴한 국립이다. 노트, 펜, 계산기에 책가방 등은 개인이 준비하지만 중학 1학년 평균으로 190유로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둘째 아이부터 소득에 따른 자녀 수에 따라 지급되는 가족수당(Allocations familiales), 새 학기가 시작할 때 기쁜 선물이 되는 신학기수당, 저소득층을 위한 출산특별수당 등에 주택 관련까지 포함하면 30여 종류나 되는 각종 교부금과 보조금들이 있는데 상당히 충실하다. 이러한 정부 지원금은 기업이 내는 돈으로 재원의 60%를 충당하는 기관에서 담당한다. 프랑스처럼 튼실한 가족정책을 취하고 있는 나라는 EU에서도 유례가 없는 만큼 프랑스의 독자성은 뛰어나다.

220-221쪽) 앵글로색슨계의 페미니즘은 여자를 일절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었단다. 그야말로 퍼펙트한 평등이라며 여성의 금욕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여성은 여자로서의 ‘성의 에로스’를 구가하면서 어머니가 되는 ‘생의 에로스’도 결코 버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라 그게 처음부터 당연한 것이다.
프랑스의 남편은 자신의 일을 가진 부인을 존중한다. 지갑은 독립되어 있으므로 주종관계도 아니다. 가사분담은 사회적 의무다. 주35시간 노동제이고 파리만 해도 직장까지의 통근시간은 대개 30분 이내이며 잔업도 적다. 사생활을 위한 시간은 확보되어 있는 것이다.
프랑스 여성의 임신은 ‘인생의 과정’이라는 이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 호르몬이 밀어 올리는 ‘격한 감정’의 결과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들은 ‘엄마가 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기대하며 즐거워한다. 아무리 엄격한 프랑스라도 자녀가 한 명이면 제멋대로 성장하기 쉽다. 될 수 있으면 두 명, 바람은 세 명 이상을 꼽는 여성이 많은 까닭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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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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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 떡이 커보인다. 맛이 동일하더라도 크기가 크면 왠지 시선이 쏠린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듯하다. 저자는 일본인이...

    남의 떡이 커보인다. 맛이 동일하더라도 크기가 크면 왠지 시선이 쏠린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듯하다. 저자는 일본인이었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우리에게 통용되고 있다. 오랜 시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적잖은 유사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다가서면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럴지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았을 땐 좋건 싫건 퍽이나 닮은 꼴을 하고 있는 게 일본인지라, 저자의 관점을 빌려 프랑스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매우 독특했다.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수업 필기도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가면서 한다. 설령 그래도 연필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지우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쓰다가 틀리면 고쳐야 한다. 지우개 없이 두 줄을 찍찍 긋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테지만 아무래도 깔끔함이 덜하다. 어쩌다가 프랑스 사람들은 지우개와 멀어진 걸까. 이 제목을 활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겠지만, 독특한 제목 덕에 책을 고른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리라고 믿는다. 

    프랑스, 특히 파리하면 패션을 선도하는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프랑스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쉽사리 흉내조차 내기 힘든 프랑스어가 이와 같은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한 몫 톡톡히 했지 싶다. 저자는 프랑스인에게 아름다움은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학교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같지는 않을 거라 막연히 여겼지만, 이렇게까지 다를 줄은 몰랐다. 학창 시절에 관한 나의 기억은 암기에 관한 게 다수다. 시험을 앞두고는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우겨넣는 게 능사였다. 그렇게 하여 한 문제라도 더 맞춘다면 이후 외웠던 모든 내용을 망각하더라도 별 문제는 없었다. 시간에 쫓기는 가운데 답안을 작성하며 글씨에까지 신경을 쓰기란 힘들었다. 가끔은 내가 보아도 심각한 수준의 악필로 일관한 게 마음에 걸렸고, 글씨를 읽지 못해 채점에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될 거라며 농담 반 진담 반 푸념을 늘어놓은 적도 많았다. 프랑스의 수학 과목은 답이 틀려도 풀이의 과정이 아름답다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하였다. 저자가 뜻한 바가 내용이 엉망인데 글씨가 아름다운 경우는 아니리라는 것을 잘 안다. 운 좋게 찍었는데 답을 맞추었단 이야기가 프랑스에선 불가능하단 뜻이었다. 그렇지만 필기는 만년필을 이용해 하고, 펜촉 관리에 꽤나 공을 들인다는 이야기 앞에서 난 무너지고야 말았다. 대체 아름다움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정성껏 추구한단 말인가! 

    최근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꽤나 논리적, 이성적인 언변을 선보이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지만 일종의 편견인지, 서양인들이 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대화에 임하는 거 같아 보일 때가 잦다. 본능과 양육, 둘 중 어느 쪽이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까를 두고 벌인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같다. 그렇지만 양자 모두 인간에게 중요하리란 점은 분명하다. 프랑스인들에게는 아이 중심적인 사고가 덜했다. ‘개인주의’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어른중심적’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다. 일단 아이들도 자신만의 확고한 논리를 가지고 부모와의 대화에 임했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독립적으로 성장할 것을 요구받아왔기 때문 같았다. 매우 어린 아이도 자신의 방에서 부모와는 떨어져 잠을 자고, 혹 밤에 깨어 울더라도 부모가 봐주지 않으므로 결국에는 스스로 잠을 청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살짝 당황스럽게 들리기도 했다. 결정을 내릴 때 부모의 영향력이 거의 전적이라는 사실 또한 믿기지가 않았다. 한 편으로는 그리함으로써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고, 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덜 가질 수는 있겠거니 싶기도 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자녀 양육에도 정답은 없었다. 프랑스에서, 프랑스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쯤 나는 어떤 성향을 보이려나. 온실 속 화초마냥 어디에 내놓아도 시름시름 앓기 바쁜 나로서는 두려우면서도 부러운 게 프랑스 부모의 모습이었다. 

    저자의 태도는 갈팡질팡 하는 듯해 보였다. 어떨 땐 동경의 눈빛을 보였고, 이따금씩은 비판적인 말투를 구사했다. 아니, 비판적이라기 보다는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건재함을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 사회에 대해 경외감 그리고 의구심을 보였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왜 우리는 프랑스와 같은 사회를 이룩하지 못했을까. 출산율이 높다는 건 하나의 단편적인 사실일 뿐, 그러하기 때문에 프랑스가 우리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자꾸만 부러움이 앞섰던 건 우리 사회에서, 무엇보다도 내 자신에게서 어떠한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가 없었기 때문 같다. 내가 없는 삶, 나 아닌 남으로 살아가는 것만 같은 삶. 프랑스 사람들은 어쩌면 상상조차 못할 이런 형태의 삶을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안쓰러웠다. 

    13일의 금요일이다. 오늘은 필히 아름다움과는 담 쌓고 지내온 내 자신을 잘 다독여야겠다. 


  • 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라는 말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에게 필기도구하면 당연히 연필과 지우개를 떠올리고 그...

    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라는 말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에게 필기도구하면 당연히 연필과 지우개를 떠올리고 그 둘은 한세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빠르면 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이면 대부분 수업에서 연필과 지우개 대신 만년필을 사용한다고 한다. 만년필을 사용하니 지우개를 쓸 필요가 없고 대신 줄을 그어 그 부분을 지우는 방법을 쓴다. 그 이유는  틀린 것을 없던 것으로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답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서 정답에 도달했는지 과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을 줄을 그어 지우는 과정까지도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교육뿐만아니라 모든 인생 철학에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우리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프랑스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프랑스의 교육, 가정, 문화, 출산과 양육 등 다양한 주제로 프랑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프랑스의 문화와 일본문화를 비교하는 내용도 나오는데 프랑스보다는 일본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우리나라이기에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주제는 프랑스의 교육이야기였다. 수학과 물리 시험이 논술식이라는 프랑스. 사실 객관식에 익숙한 나로써는 수학이 논술식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계산을 나열하고 나온 답을 적어 끝내는 게 아니라 답에 도달하는 사고과정을 논리적이면서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설명해야한다. 더욱 신기했던건 결론에서 나온 숫자가 틀리지 않았더라도 설명이 완벽하지 않으면 감정이다. 반대로 숫자가 틀렸지만 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의 논리가 올바르면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와는 정말 너무나도 달랐다.


    일찍감치 수업에서 전자계산기 사용을 허가한다는 프랑스. 암산이 안되서 어쩌면 좋을지 수학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더니 그 분은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한다. "계산은 계산기에 맡기고 수학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수학이다." 정답만을 강요하지도 않고 과정을 더 중요시 여기고 어려서부터 철학을 배우면서 사고하는 습관을 만드는 교육과정. 정말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교육과정을 지니고 있었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프랑스 사람들의 가치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기에 실패도 후회도 없다는 그들의 생각에 무척이나 공감하며 우리나라도 저런 사고 방식이 당연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우리나라도 변화해야하지 않을까. 낯선 이야기에 놀랍기도 했지만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는 좋은 시간이였다.

     

     

  • 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안 쓴다니. 정말 그럴까. 이 책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이다. 이 책을 쓴 이와모토 마나는 일본에서...

    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안 쓴다니. 정말 그럴까. 이 책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이다. 이 책을 쓴 이와모토 마나는 일본에서 피부과 임상의로 활동하다 1997년부터 프랑스의 미용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철이 든 이후로 인생의 절반을 파리에서 산 저자는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자신감과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기품 있게 행동하고, 나이와 관계없이 정열적으로 연애를 즐기는 비결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관찰 끝에 그 비결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의 '교육'이었다.


    프랑스 학생들은 지우개를 사용하지 않는다. 프랑스 학생들은 연필이나 샤프펜슬이 아니라 만년필로 노트 필기를 한다. 교육적으로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틀린 것을 없던 것으로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만년필로 노트 필기를 하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울 수 없으니 줄을 그어 그 부분을 지운다. 이렇게 하면 교사는 학생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잘못했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서 정답에 도달했는지의 과정을 알 수 있다. 학생도 공부에 있어 중요한 건 정답을 알아냈는지가 아니라 정답을 알아내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프랑스 학교에선 시험을 볼 때 답안지의 아름다움도 채점한다. 프랑스 학교의 교사들은 설령 학생이 틀린 답을 썼을지라도 답안지에서 드러나는 디자인성이 뛰어나다면 그것만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반대로 올바른 답이 적혀 있더라도 답안지가 더럽혀져 있거나 악필로 써서 읽을 수 없다면 예외 없이 감점된다. 프랑스는 일찍부터 수업에서든 시험에서든 전자계산기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계산은 계산기가 하고, 인간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교육은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프랑스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오답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길을 선택해도 그 나름의 이유와 명분이 있다면 잘못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도 정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졸업 후 인생에서 그 어떤 어렵고 기묘한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동요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생각해 적절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새하얀 백지에 자기만의 논리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답안을 구성하는 방법을 배우는 목적이다.

  • 이 책은 피상적인 프랑스 맛보기식의 짤막한 여행기가 아닌 프랑스 문화속에서 살아온 이의 실제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피상적인 프랑스 맛보기식의 짤막한 여행기가 아닌 프랑스 문화속에서 살아온 이의 실제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의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아 살아온 경력을 지니고 있다.

    저자의 눈으로 본 프랑스의 교육제도, 연애에 관한 태도, 정치와 사생활을 구분하는 방식,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큰 테마를 중심으로 책은 전개되고 있다.

    책 제목처럼 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기보다는 어린시절부터 예술성을 지닌 노트필기, 자라면서는 만년필을 사용한다. 또한 단답식 문제보다는 논술형의 시험문제를 자신만의 논리와 철학을 내세워서 작성해가는 사유의 힘을 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다. 하다못해 수학 답안에서도 답을 틀릴지언정 답안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글에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또 프랑스 엘리트 교육, 그랑제꼴이나 행정대학원을 거친 인물들, 특히 마크 롱 현 대통령의 초 엘리트 코스를 보다 상세하게 알수 있었고, 정치면과 사생활을 구분하는 프랑스인들의 방식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언론의 취재에 대해 미테랑 대통령의 반응도 너무 시크해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되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본의아니게 비교해가며 읽게 되는데 비해 저자는 글을 쓰면서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 각자의 입장 차이가 새삼 느껴지기도 했다.

    참, 교육만이 아닌 연애에서도 지우개가 필요치 않다고 ,자신만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프랑스 문화에 이미 많이 익숙해졌구나 싶기도 하였다.

    결혼과 동거 , 팍스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팍스의 비율이 오히려 소수에 그치는 나라, 70세에 결혼을 선택하면서 함께 무덤에 들어가기를 선택하는 노년의 부부 일화를 보면서 프랑스인들의 아무르는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 프랑스 문화의 인격성 | ok**kim | 2019.07.1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아름다움이 ...

    "아름다움이 진리고, 진리가 아름다움이다." 존 키츠의 싯구는 내가 1980년대 소피 마르소를 보았을 때의 첫느낌을 그대로 전달한다. 영화 '라붐' 시리즈는 말그대로 문화충격의 연속이었다. 십대 청소년의 요란한 하우스 파티와 진한 연애행각에 화들짝 놀랬었다. 훗날 나를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소피 마르소 누님이 나 같은 연하남이 아닌 아버지뻘에 해당하는 영화감독과 동거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당시엔 충격이었다. 과연 자유연애의 나라답다는, 어딘가 김 새는 감탄도 없진 않았다.

    "연애를 즐기는 연령폭이 넓은 나라일수록 뛰어난 문명을 갖는다." 문예평론가 나카무라 신이치의 말이다. 이와모토 마나는 이 말을 "문명의 발달은 여성의 연애 연령폭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바꿔 말한다. 아, 소피 마르소 누님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문화는 자연히 연애지상주의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아무르(사랑), 그것이 프랑스 어른 문화의 초석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인생을 관통하는 근본적 가치관이 아무르이고, 여기에 '센슈얼리즘'이라는 관능미를 더할 수 있다. 저자는 프랑스 문화의 관능미를 '느끼는 뇌'로 표현한다.

    "센슈얼리티는 '우아한 야성' 혹은 '관능 있는 지성'이 섞여 있는 것이다.……센슈얼리티는 양식과 지성으로 배양된 '어른의 분별'에서 빚어진다. 어른의 분별을 아로마(향기)라고 한다면 센슈얼리티는 플레이버(맛)다.아로마와 플레이버가 서로 어울려 훌륭한 명품이 되듯, 어른의 분별과 센슈얼리티가 서로 어울려 인격·인간성이 된다."(204쪽) 
     
    저자는 프랑스의 교육제도와 교육철학을 언급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우개를 쓰지 않는 프랑스 학급 풍경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만년필로 필기하고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응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시험도 사지선다형 문제가 아닌 논술형 문제다. 시험 답안도 만년필로 작성하고 답안을 고치려면 줄을 긋고 그 밑에 다시 쓴다. 덕분에 교사는 학생의 사유 과정을 고스란히 추적할 수 있다. 또한 답이 틀리더라도 답안 작성의 예술성이나 논리성이 돋보이면 그것만으로도 가점을 준다. 반대로, 정답을 적었어도 답안이 어지럽거나 악필이면 예외 없이 감점이 된다. 시험에조차 아름다움에 대한 배려가 녹아 있다. 프랑스 시험의 만점은 20점이고, 합격점은 12점인데, 만점은 나오지 않는다. 백점 만점 답안을 중시하는 우리 교실과는 매우 다른 별나라 교실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로 하여금 만년필을 쓰게 하는 또다른 이유는 당연히 만년필 필체가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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