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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내용참조]
| 규격外
ISBN-10 : 895463723X
ISBN-13 : 9788954637237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내용참조] 중고
저자 장강명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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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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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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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패턴에서 벗어나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하는 장강명의 소설! 역량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 제20회 수상작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장강명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로, 오로지 시간을 한 방향으로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재 방식, 그 예정된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설적 모험을 감행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온 남자, 그 남자의 사랑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여자, 그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자신의 아들은 그를 괴롭힌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 어머니, 세 인물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시간과 기억, 속죄라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간다.

저자소개

저자 : 장강명
저자 장강명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공대를 나와 건설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십일 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호모도미난스』『한국이 싫어서』,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이 있다.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패턴/시작/표절 007
순서/보람/개성 017
작두/홍콩/교지 024
노선/모범/소금 034
추억/나루/접대 046
담배/가명/교탁 055
여상/가면/로션 065
나합/칼럼/학기 074
일벌/인형/책장 081
양봉/손돌/수조 096
안대/반찬/숙제 106
의혹/케샤/필명 118
합의/자갈/광자 130
복권/유서/너는 누구였어? 142
나무/호텔/소원 153

책 속으로

어떤 관계의 의미가 그 끝에 달려 있는 거라면, 안 좋게 끝날 관계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끝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하더라도?(87쪽) 그믐이라 그래. 그믐달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거든. 그래서 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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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계의 의미가 그 끝에 달려 있는 거라면, 안 좋게 끝날 관계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끝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하더라도?(87쪽)

그믐이라 그래. 그믐달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거든. 그래서 쉽게 볼 수 없지. 해가 뜨기 직전에만 잠깐 볼 수 있어. 남자가 말했다. 낮에는 너무 가느다랗고 빛이 희미해서 볼 수가 없어.(140쪽)

나한테 남은 문제는 이거였어. 네가 이 마지막 때문에 우리 관계를 온통 불행했던 것으로, 비극적인 것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보통의 시간 순서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서사와 결말을 중시하잖아.(144쪽)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같은 말들. 사실 남자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시공간연속체 속에서 그 모든 일을 몇 번이고 다시 겪고 있는 중이었다.(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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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국 소설문학의 희망,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장편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경장편소설 분야에서 한국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문학동네작가상이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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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문학의 희망,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장편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경장편소설 분야에서 한국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문학동네작가상이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안보윤, 정한아, 황현진 등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의 이번 수상작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작가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십여 년이 넘는 기자활동을 통해 다져진 기민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작가의 다섯번째 장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오로지 시간을 한 방향으로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작품이다. 일진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얼결에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 그 남자의 사랑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여자, 그리고 그 남자의 칼에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 세 인물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작가는 시간과 기억, 속죄라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간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고등학교 이학년 때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온 남자가 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자신의 아들은 그를 괴롭힌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 어머니가 있다. 가해자 대 피해자라는 구도를 내세우는 듯하지만, 소설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드러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 아주머니에 의해 살해될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남자는 그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살인자가 될 그녀를 구하기 위한 길을 선택한다. 남자는 자신이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을 사람들을 살아가게 할 거짓말을 마련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죽음 뒤에야 여자는 그간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귀여운 농담들이 진실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주 알’을 품게 되었다는 말, 그래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들. 그 말은 곧 남자가 비극적인 결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여자와 함께하는 순간을 위해 다시 그녀를 찾아왔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별과 고통스러운 죽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오로지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살아낼 수 있다. 앞쪽에서 뒤쪽으로, 그러니까 과거에서 현재로 말이다. 이때 삶의 의미는 절대적으로 그 끝에 의존한다. 결말이 좋지 않다면, 우리는 삶의 이야기를 비극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그 양상이 조금씩 다를 뿐, 삶이란 이별과 죽음이라는 상실을 언제나 그 마지막으로 예고해두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그러한 삶을 소설로 쓴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인간의 존재 방식, 그 예정된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설적 모험을 감행하는 작품이다.

“마음의 해명과 마음의 매듭을 묶고 푸는 힘에 대한 탐구,
그 힘을 발휘하고자 하는 의지”


등단작 『표백』으로부터 근작 『한국이 싫어서』에 이르기까지, 장강명이 줄곧 관심을 보이고 특장을 발휘해온 것은 “세계의 해명과 세계를 움직이는 힘에 대한 탐구 및 그 힘을 발휘하고자 하는 의지”(권희철, ‘수상작가 인터뷰’ 중에서)라는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그를 수식하는 말들은 대개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간결한 문장과 관련돼 있었다. 그러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보여주는 것은 이런 영역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소년과 소녀가 텅 빈 운동장에서 나누는 풋풋한 대화, 이들을 감싸고 있는 풍경의 질감과 냄새들. 혹은 성인이 된 두 사람이 겪는 또 한번의 이별, 이때 이들의 머리 위에 떠 있을 그믐달의 슬픈 모양과 빛깔 같은 것. 그러니까 장강명은 이 작품에서 “마음의 해명과 마음의 매듭을 묶고 푸는 힘에 대한 탐구 및 그 힘을 발휘하고자 하는 의지”의 작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 안에서 남자가 썼던 바로 그 소설의 형식처럼 되어 있다. 사건들이 일어나는 시간 순서대로 정렬되지 않은 이야기,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결코 순서를 맞출 수 없는 이야기 말이다. 인간은 시간을 한 방향으로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설에서라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그 패턴에서 벗어나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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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과거와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만 보는 사람이 더 유리할 때도 있어. 여자가 말했다. 과거를 잊을 수 있으니까....

      "과거와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만 보는 사람이 더 유리할 때도 있어. 여자가 말했다. 과거를 잊을 수 있으니까. 과거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그러니까, 내가 널 지켜줄게. 과거로부터, 너를, 지켜줄게."


      자신이 지닌 의미처럼 "패턴"은 소설에서 반복된다. 소설 속 인물은, 보통의 인간처럼 시간의 흐름 위 패턴을 어렴풋이 인지하는 자와 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자로 나뉜다. 기억이라는 것은 때로 축복이며, 때로 불행이다. 마찬가지로 망각이라는 것은 불행이지만, 축복이기도 하다. 축복과 불행은 같이 있는 것이다. 한 개인은 본디 이기적인 것이어서 "기억하고 싶은 것만" 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자기만의 세상에 사는 것이다.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그믐달처럼, 소설은 몽글몽글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어떤 패턴처럼 문득문득 사건이 떠오른다.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 따옴표 없이 대화를 끌고 가는, 즉각적으로 화자를 전환하는 패턴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이내 이야기에 더 몰입하도록 한다. 남자의 비극적 선택, 아니 어쩌면 행복한 선택,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질문을 던지며 책을 덮는다.


      "빛의 선에는 시작도 끝도 없었고 잠시 뒤에는 방향도 없어졌다. 오직 패턴만이 있었다."

  • 그믐이라 그래. 그믐달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거든. 낮에는 너무 가느다랗고 빛이 희미해서 볼 수가...
    그믐이라 그래. 그믐달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거든. 
    낮에는 너무 가느다랗고 빛이 희미해서 볼 수가 없어.
    (p.140)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은 세 명이다. 출판사 학습만화부에서 일하는 편집자인 '여자'와 고교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출소한 '남자', 그리고 그 죽은 아이의 '엄마(아주머니)'. 서사의 전체를 '여자'와 '남자'가 이끌고 중후반부터 '아주머니'가 등장하여 뒤를 미는 형식이지만 이들의 중요도는 다르지 않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무게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웃기는 게, 내가 이제 아빠 심정을 알 거 같아. 아빠가 왜 그렇게 엄마를 지긋지긋해했는지. 여자가 말했다. (중략)
    엊그제는 나한테 자기 눈알이 튀어나온 거 같지 않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어. 눈이 아프대. 내가 보면 그냥 나이가 들어서 볼살이 빠져서 그런 건데.
    (중략)여자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아빠 심정이 이해가 가. 엄마를 막 때리고 가구도 다 때려부수고 싶어. 그 입 좀 닥치라고.


    '여자'는 밤늦게서야 퇴근하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귀가한다. 누구와도 전혀 얘기를 나눌 기분이 아닌데 하루종일 집에만 박혀서 입안에 거미줄을 치고 있던 엄마는 그런 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여자'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엄마가 눈이 튀어나온 것 같다고 하는 말도 '여자'는 그저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나중에서야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어쨌든 엄마의 그 행동은 얼마간 여자의 생각처럼 진실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을 귀찮게 하는 엄마를 그렇게 단정지어버리는 게 '여자'의 입장에선 편한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를 막 때리고 싶다고 고백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얘가 그렇게 카레를 좋아했어. 카레를 한 솥 끓여놓으면 지겨워하지도 않고 연속으로 몇 끼나 먹었어
    (p.137)

    아주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남자'의 주변을 끈질기게 맴돈다. 어느 날은 모두 용서했으니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라며 회유하면서도 죽은 영훈이를 생각하면 그 '여자'와 헤어지라고 , 종용하기도 한다. '남자'의 취직을 훼방놓고 집주인들에게 세입자 중 전과자가 있는 걸 아느냐며 소문을 내기도 한다. 아주머니는 그런 방식으로 스스로 '남자'의 '기억'이 되는 것이다. 결코 잊히지 않도록, 잊을 수 없도록. 그리고 늘 그랬듯 '남자'를 데리고 아들의 유골 안치소로 가서 사죄를 하게 한다. 그리고 피해자인 아들이 좋아했던 '카레'를 가해자인 '남자'와 나눠 먹는다.


    아까 카레 있잖아요. 남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 영훈이는 카레 싫어했어요.
    영훈이가 카레를 싫어했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아니?
    학교에서 점심으로 카레가 나왔을 때 그걸 바닥에 버리고 저더러 핥아먹으라고 했어요. 자기는 집에서 카레를 너무 많이 먹어서, 카레만 보면 토가 나온다고. 이제 기억이 나네요.
    (p. 138)

    서로 다른 진술. 그러나 '남자'는 '아주머니'의 기억을 존중한다. 그래서 언젠가 자신을 죽일 아주머니를 위해 그 옛날, 자신이 저질렀던 죄를 담담히 고백한다. 원본과는 조금 다르게, 철저히 독자가 바라던 대로 각색하는 방식으로.

    그 각색은 '남자'가 진실만을 말한다고 믿었던 '여자'에게는 또다른 아픔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의 유골 안치함이 놓인 곳에서 그에게 묻는다.


    도대체 너는 누구였어?
    너는 도대체 누구였어?
    너는 누구였어, 도대체?
    (p.152)

    그러나 그 대답에 답하라면, 이 것만은 진실이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거야.
    (p.148)

    한 평론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다, 고 했다. 나는 겉으로 엉엉 울지는 않았으나 속에서 피가 나는 심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슬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인물들의 '기억'을 가지고 마침내 '진실'과 '거짓'을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작가의 그 담담하고 섬세한 고백 때문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은 '그믐'의 시간처럼 희미한 빛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문학동네   &nbs...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문학동네

     

     요즈음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듯한 작가 장강명의 소설이다. 『한국이 싫어서』 가 느낌이 좋아서 유독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한다. 십여 년이 넘는 기자활동을 통해 다져진 기민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작가의 다섯번째 장편소설이다.
    오로지 시간을 한 방향으로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참을 읽어도 맥을 제대로 잡지를 못해서 난감한 느낌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북플을 검색해 보고, 뒷부분에 수록된 작가의 말도 읽어보고 나름 정보를 수집한 후에 심기일전하여 다시 책을 잡고 읽어본다.

    일진이라고 알려진 이영훈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얼떨결에 살인을 저지른 남자는 소년원에서 나와 세상에 뛰어들지만, 살아가는 것 자체가 녹녹치 않다. 워낙 책읽기를 좋아했었고, 그래서 글도 써보고,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만 번번히 등을 돌리는 세상에 익숙해져 간다. 그 남자의 사랑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여자(중간 이보람을 말하는 것이겠지?) , 그리고 그 남자의 칼에 아들 이영훈을 잃게된 한 어머니는 자신이 알고있던 아들의 모습과 너무 다르게 드러나는 아들의 모습에 난감해서 당혹해하며 끝없이 아들을 살해한 살해범을 쫒아 괴롭히기를 멈추지 않는다. 세 인물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서 장강명 작가는 시간과 기억, 속죄라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학교 폭력과 가정 불화의 문제를 통해서 속죄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에 작가는 독특한 구조를 입혀서 소설로 내놓았다. 일단은 이 소설 자체가 참 오묘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끝까지 주인공 그 남자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혹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놓친 것은 아니겠지?) 이름 석 자 가운데 '강'이라는 음절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아마도 성 씨는 아닌 듯하니 강○이거나 ○강일 거라고 막연하게 추측해 본다. 중요한 인물 세 사람이 소개하는 세 개의 키워드가 총 열 다섯장에 걸쳐서 펼쳐진다. 겹겹이 수학적인 서사를 쌓고, '우주 알'은 시공간연속체를 건너 그 서사를 뛰어넘어 이야기의 앞과 뒤를 새롭게 조합해놓고 있다. 소설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면서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를 반복해서 묻는다. 그러는 사이에 개인의 세계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구성된다.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현실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고, 알려진 사실과 감추어진 진실도 조금은 변색이 된 것 같다. 마지막에 그 남자가 털어놓은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니면 처음에 밝힌 내용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쩌면 이미 마지막을 예상한 그 남자가 세상에 대해 조금은 온정을 베풀어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심정에 빠진다.

    2015.12.23.(수)  두뽀사리~

  • 너는 누구였어? | ss**um | 2015.12.19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너는 누구였어? (152쪽)   정말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을 칼로 찌른 뒤 ...

    너는 누구였어? (152쪽)


      정말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을 칼로 찌른 뒤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소설을 쓰고 그 소설을 읽은 여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 이전에 그 여자와 이미 사랑에 빠졌었던 남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 알’이 몸속으로 들어온 남자. 분명 이렇게 그는 실재하는데 실재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를 지켜봤는데 한낱 꿈에 불과한 것 같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시공간연속체를 보는 존재’로 자신의 죽음을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까?


      오래된 나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일들을 보며 서 있었을까? 아주 오래전부터 수많은 일들을 기억하고 있을 나무를 상상하면 기분이 묘해지곤 했다. 그러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가 어떤 장소에 가면 그곳에 얽힌 역사가 보이는, ‘시공간연속체’의 능력(연장으로 미래를 예견하기도 했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나무를 보며 품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남자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것처럼 느껴졌지만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도 보였다. 어쩌면 그 자신도 이 세상에 잠시 머물고 있는 존재의 ‘연속체’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게 다 뭔 소린가 싶었다. 남자가 저지른 일이나 여자와 함께한 추억들은 특별하긴 했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우주 알’이니 ‘시공간연속체’니 어떤 동네 이름부터 흘러 온 역사 이야기까지, 그 모든 게 엉켜버리니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구별하려는 내 모습에 황망하게 웃고 말았다. 새벽녘에 떠서 곧 햇빛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그믐달처럼, 아무도 그 남자를, 이 이야기를 관측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만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전해야 한다면 도무지 어떻게 전해야할지 난감해서 혼란스러웠다.


      그 가운데 남자 이외의 인물에 대해선 어느 정도 또렷했지만 남자는 더 또렷하게 존재하고 있는데도 곧 사라져버릴 것처럼 불안했다. 미래를 볼 수 있었기에, 그 모든 것을 예감했기에 그렇게 담담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무섭진 않았을까, 슬프지 않았을까, 피하고 싶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자를 위해, 그리고 자신이 죽였던 동급생 어머니를 위해 남겨둔 장치조차도 너무나 쓸쓸해서 미래를 보는 능력이 다 뭐냐 싶었다. 자신 앞으로 남겨진 거액의 보험금을 탐탁지 않아하는 형사들 앞에서 ‘그냥 그 새끼가 제 옆에 있어주길 원했다고요!(150쪽)’ 말하는 여자의 절규만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았다. 정녕, 무엇이 어찌되었든 간에 그냥 여자 옆에서 함께 살아가면 안 되었던 것일까? 죽음을 앞두고서였지만 ‘널 만나서 정말 기뻤어. 너와의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어. (중략) 고마워. 진심으로.(148쪽)’ 이렇게 고백했으면서 도대체 왜!


    어쩌면 그 남자는 이 세상에서 끝나 버렸지만 자신이 얘기했던 시작이 없다던 우주처럼, 볼펜의 모든 면이 다 끝이라고 말한 것처럼, 시작도 끝도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시공간을 이동한 것 뿐, 그가 존재했던 시간들을 우리가 알지 못할 뿐, 아무도 모르게 여자 곁에 혹은 우리 곁에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도무지 이 남자의 이야기를 흘려보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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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는 남자, 여자, 아주머니가 등장한다. 끝까지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여...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는 남자, 여자, 아주머니가 등장한다. 끝까지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여자의 예전 이름이 이보람이었다는 것과 그에 관련된 사연이 다뤄질 뿐.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관점과 삶, 그리고 삶에 고착된 속마음이니까.
    학교폭력을 행사한 같은 반 아이를 칼로 찔러 죽이고 교도소에 갔다 온 남자.
    고교 시절 같은 학교를 다녔고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아들을 죽인 남자를 계속 쫓아다니는 아주머니.

    작가는 세 개의 표제어를 나열하며 이들이 어떻게 세계를 기억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우주 알/가족/진실. 나 역시도 잠시 고민하다 세 개의 표제어를 끄적여본다.
    남자에게는 ‘우주 알’이 그의 몸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남자는 시공간연속체를 볼 줄 아는데

    그 장소가 간직한 과거의 모습, 풍경,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표정까지도 볼 수 있는가 하면 인과율에 따른 결말도 미리 볼 수 있다.
    여자는 어렸을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에 남자들을 싫어하게 되었는데 엄마나 언니에 대한 기억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아버지는 엄마를 때리고 가구를 때려 부수고 가족은 나 몰라라 밖으로만 도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언니만 편애했으며

    종종 그녀를 때리기도 했고, 사춘기였던 언니는 어린 동생을 챙기기보다는 자기 자신만 신경 썼다.

    이런 가족들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분위기는 여자가 커서도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아주머니는 남자를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자주 해도 어떻게 해서든 알아낸다.

    심지어 남자가 사는 곳, 하려는 일과 관련해 살인 전과자 소문을 내서 훼방을 놓는다.

    자신의 아들은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아주머니. 자신의 아들은 소위 말하는 그런 애가 아니라고,

    그것이 아주머니가 믿는 진실이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새 여러 가지 감정으로 복잡하게 뒤섞여 갈비뼈 부근을 답답하게 죄어온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몇 초간 숨을 참다가 한숨을 짓듯 밀어내야만 했다. 호흡이 불편하다. 평온한 표정 아래로 소리를 삼킨 날카로운 절규가 내질러더라.

    남자의 행동이 정당방위였든 아니든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들이 피해자고 남자가 가해자였을 것이다. 그러니 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주머니는 어쩌면 미쳐버리느니 남자를 쫓는 일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쓰럽고 아픈 마음도 잠시, 미안하지만 계속된 동조는 무리였다. 자식 잃은 어머니라는 점은 정말 안타깝고 마음 아프지만 아주머니의 말과 행동은 그것을 상쇄시켜버린다. 아주머니는 너네는 살아 있지 않느냐고, 그게 큰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과연 그런 거냐고 되묻고 싶다. 끔찍한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에게 물어보라. 사는 게 과연 축복이냐고. 마치 축복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에는 반발심마저 든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오랜기간 남자에게 한 행동 역시 일종의 폭력으로 다가왔다.

    정서적 폭력. 육체에 멍들거나 피는 안 나더라도 심장은 후벼 파지고 보이지 않는 그런 폭력. 어쩐지 검은 구멍이 생기는 그런 기분이다.

     


    너를 만나기로 결심했을 때, 그래서 너의 회사로 원고를 보냈을 때, 나는 우리의 결말도 미리 봤어.(p.144)

    마지막까지 다 읽고 다시 이 부분을 읽으니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거꾸로 되짚어 읽으면 ‘결말을 안다, 그래도 회사로 원고를 보냈다, 그건 너를 만나기 위해’가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남자는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p.148)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남자에게 <모나리자>같은 존재였으니까. 미술관에서 꼭 보아야 하는 그림처럼.

    그믐, 우주 알이 지구에 왔을 때도, 그 결말이 일어났을 때도 날은 마침 그믐이었다.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기에 쉽게 볼 수 없는 그믐달. 어쩐지 남자가 꼭 그 그믐달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그렇기에 더욱 가느다랗고 희미한 빛을 기억해주고 싶다고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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