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서 우리말을 가장 잘 한다고 알려진 정재환. 그가 우리나라 길거리 광고판에서 상점간판·안내문·인터넷언어·텔레비전 자막까지 생활 속에서 매일 만나는 우리말과 글의 천태만상을 생생하게 추적, 포착해낸 책으로, <자장면이 맞아요, 잠봉은?>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우리말 교양서다. 저자는 "엄청 비지하지만 그래도 해피해요?", "어의 없네요", '오르가즘 세일', '아르바이트 존나급구', '세비다 걸리면 똥침' 등 대한민국의 충격적이고도 엽기적인 국어솜씨를 공개하고, '엽기적인 그녀', '보행금지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중국·동남아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글 다시 보기를 시도한다. 또, 우리말 박사라고 불리는 그가 받아쓰기 대회에 나갔던 체험을 통해, 우리의 국어 경시 풍조가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 밝힌다. 생활 현장의 생생한 사례들로 엮어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국어 공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저자소개
목차
추천의 글 나는 여전히 재환이가 자랑스럽다 머리말 나에게 계란 아니면 달걀을 다오
1장 웃기는 짬뽕의 나라 2장 안녕하세요? 골뱅이 형님 3장 대한민국의 간판스타들 - 우리의 문자환경 4장 나는 아구찜에 눈물 흘리는 남자 5장 존비주차를 아십니까? 6장 우리말이 피었습니다, 행복이 활짝 피었습니다
출판 편집자의 길을 선택한 시점 이후 나는 우리말과의 전략적 협력 혹은 때로는 반목과 긴장 관계를 각오했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출판 편집자의 길을 선택한 시점 이후 나는 우리말과의 전략적 협력 혹은 때로는 반목과 긴장 관계를 각오했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게다. 밥먹으러 들어간 식당 차림표에서까지 잘못 쓰여진 글자와 띄어쓰기, 문장의 호응관계를 따지고, 길을 지나다 우연히 보게 되는 현수막에 쓰여진 외래어들의 어법을 따지는 건 차라리 일종의 직업병이라며 웃어넘길 정도다.
우리말, 글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업을 가진 만큼 우리말에 어느 정도 자신있다고 여겼던 나, 작년 가을 무렵 모 일간지에서 주최했던 한글능력시험에 응시했다가 그만 코가 납작해지고 말았다. 듣기와 문법, 쓰기, 읽기 분야로 나뉘어져 두 시간 동안 시행된 시험 시간 내내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응시생의 주최 회사의 기자직을 희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보이는 그들의 분위기를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정답지가 없기에 맞춰볼 수도 없었고 답답할 노릇이었다. 한 달 후 성적표는 어김없이 집으로 날아왔고 나의 코는 납작해진 정도가 아니라 빨갛다 못해 맥반석구이 달걀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일반인에 비해 엄격한 문자 환경에 속해 있다는 생각에 방만해져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대학 시절 문법 관련 과목들에서 좋은 학점을 받았다는 것에 자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이후로 실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심하게 미약했던 게 아닐까 하는 반성이 물밀 듯 밀려왔다. 정재환 씨의 책을 읽으면서 존경심과 함께 그 당시의 화끈거림이 떠올랐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구절에 다시 힘을 얻었다.
‘나 역시 방송을 하면서 허구한 날 실수하고 지적받고 욕먹고 그러지 않은가! 그래도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쓰고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언어문화를 일구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느 출판사의 어느 편집자가 제본을 마친 책이 손에 쥐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잘하든 못하든 내가 택한 편집자의 운명이자 팔자이지 않겠는가. 어울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혼의 마법사 다스칼로스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자, 이제 우리의 카르마를 즐겁게 짊어지고 일어섭시다!”
허구한 날 실수 투성이에 사고뭉치지만, 책과 우리말에 대한 뜨거운 열정 가득 담고 ‘하 편집’(어느 친구 녀석이 저를 꼭 이렇게 부르더군요, 근데 저는 왠지 이 호칭이 맘에 들었습니다.) 뛰자!뛰자!뛰자!
사진은 인사동 전통공예 상가 '쌈지길'의 지하매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걸려진 간판들이다.
내려갈 때는 마음 단단히...
사진은 인사동 전통공예 상가 '쌈지길'의 지하매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걸려진 간판들이다.
내려갈 때는 마음 단단히 여미고 내려가야 할게다.
너무도 맘에 드는 예쁜 필기구들이 많은지라
푹 빠져 올라오는 길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특히 아이들하고 같이 갈 때는 굳고 모진 결심도 동반하여야 한다.
그 말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상호들이 얼마나 멋진가 말이다.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엘에이의 한인타운(안가봤지만..)인지
코리아의 외인타운인지 분간하기 힘들정도로
알파벳으로 된 간판이 엄청나다.
정재환.
거리의 우리말 풍경을 그의 카메라와
입심으로 풀어낸다.
위 사진은 정재환의 책을 읽으며
찍어둔 사진이 생각나서 끄집어내본거다.
하지만 요즘 세상,
더러는 우리말로 상호나 상표를 만들기도 하지만
영어이니셜로 된 상호를 가진 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대기업들을 보면 더 심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영문이니셜로 회사명을 바꾸다보니
내 입으로 말하기도 서투르다.
새로운 계획이라도 나올라치면 열에 아홉은
영문약자를 사용한다.
주눅들어서 길에 다니기도 힘들고
회사생활하기도 겁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영어를 전혀 모르는 내가
은근히 자랑스러워지기까지 하는 기분이다.
영어를 모르니
말에 영어를 섞어 쓰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ㅎㅎ
또한 내 생애에서 영어공부에 투자를 안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영어 쓸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하지만.
딸내미에게 영어하지 말란 말을 할 수 없는게 서럽다.
서럽기까지? 응, 정말 서러워.
진짜? 진짜지....
영어, 그거 안배우고 살 수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