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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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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쪽 | 규격外
ISBN-10 : 8931011016
ISBN-13 : 9788931011012
19호실로 가다 중고
저자 도리스 레싱 | 역자 김승욱 | 출판사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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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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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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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는 영국을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집 ‘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 One’(1994)에 실린 11편의 단편을 묶은 것이며, 남은 9편은 《사랑하는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대부분 레싱의 초기 단편으로, 가부장제와 이성중심 등 전통적 사회질서와 사상 등에 담긴 편견과 위선 그리고 그 편견과 사상에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레싱이 한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한 것처럼 이 단편들은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일상과 욕망, 때로는 저항을 가감 없이 묘사하여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레싱의 작품들은 전통과 권위에 억압받아 개인의 자유를 잃어버린 여성이 얼마나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소개

저자 : 도리스 레싱
저자 도리스 레싱
1919년 페르시아(지금의 이란)로 이주한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했다. 이후 영국령 남아프리카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가족이 이주하여 식민지 원주민의 삶을 목격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두 번의 이혼을 겪고 1949년 런던으로 이주한 뒤 1950년 첫 장편소설 《풀잎은 노래한다》를 발표한다. 그 후 5부작 《폭력의 아이들》(1952~1969), 《황금 노트북》(1962), 《생존자의 회고록》(1974),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1979~1983) 등 여러 장편소설뿐 아니라 《사랑하는 습관》(1957), 《한 남자와 두 여자》(1963), 《런던 스케치》(1992) 등의 단편집, 희곡, 시집, 자서전을 출간했다. 수많은 작품을 남긴 레싱은 서머싯 몸 상(1954), 메디치 상(1976), 유럽문학상(1981), 셰익스피어 상(1982), 그린차네 카보르 상(1989), 데이비드 코헨 문학상(2001),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2001) 등을 받으며 20세기 후반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고, 2007년에는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레싱은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으나, 2013년 11월 17일 94세의 나이로 영국에서 영면한다. 그러나 레싱은 여전히 영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한 명일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제1·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 성(性)의 전쟁, 붕괴되는 결혼제도·가정·모성, 계급사회,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 등 20세기의 사회, 정치, 문화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가장 잘 형상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역자 : 김승욱
역자 김승욱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사형집행인의 딸(시리즈)》,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50억 년 동안의 고독》, 《스토너》, 《듄》, 《뇌의 문화지도》, 《소크라테스의 재판》, 《톨킨》, 《퓰리처》, 《다이아몬드 잔혹사》, 《살인자들의 섬》, 《파리의 연인들》, 《포스트모던 신화 마돈나》, 《영원한 어린아이, 인간》, 《진화하는 결혼》, 《킨제이와 20세기 성 연구》,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 《금, 인간의 영혼을 소유하다》,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신 없는 사회》, 《우아한 연인》, 《신을 찾아 떠난 여행》, 《푸줏간 소년》, 《그들》 등이 있다.

목차

ㆍ서문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옥상 위의 여자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와 두 여자

영국 대 영국
두 도공
남자와 남자 사이
목격자
20년
19호실로 가다

ㆍ작품 해설: 도리스 레싱의 1960년대 단편소설(민경숙)
ㆍ도리스 레싱 연보

책 속으로

■ 사람들은 옆구리에 불타는 창 같은 것을 하나 꽂은 채 돌아다니며 그것을 뽑아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상처처럼 고통스러운 어떤 것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89쪽,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 그녀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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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옆구리에 불타는 창 같은 것을 하나 꽂은 채 돌아다니며 그것을 뽑아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사람들은 상처처럼 고통스러운 어떤 것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89쪽,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 그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자아와 충돌하는 것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본다. 마치 자신의 인생은 별개의 것이라는 듯이. (191쪽, 〈두 도공〉) ■ “중요한 건, 결혼한 상대에게서 돈을 받을 때는, 창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는 남자를 사귈 때마다 나 자신과 논쟁을 벌여야 했어요. 내가 저 남자를 위해 해주는 일에 대해 저 남자가 얼마를 지불하면 될까? 요리와 살림과 실내장식과 조언의 대가가 얼마지? 한 재산을 줘야지! 그러니 내가 저 남자의 아파트에 살면서 옷을 선물 받는 걸 비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나는 항상 비참했어요. 그래도 잭과 내가 결혼했다면, 이 망할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내가 망할 창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을 거예요.” (229쪽, 〈남자와 남자 사이〉) ■ 두 사람이 “다른 것은 모두 이것을 위해서”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었다. 아이들은 생활의 중심이자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헤아릴 수 없는 기쁨과 재미와 만족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삶의 원천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도 안 되고. 수전과 매슈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280쪽, 〈19호실로 가다〉) ■ 그 모든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마땅히 누군가의 잘못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고, 탓할 사람도 없고, 내 잘못이라고 나설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매슈가 원하는 만큼 진정한 기쁨을 느끼지 못했을 뿐. 수전이 위험할 정도로 공허할 때가 늘어났을 뿐. (그녀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대개 정원에 있을 때였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매슈가 함께 있을 때가 아니면, 정원을 피하게 됐다.) ‘부정’이라든가 ‘용서’ 같은 극적인 단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지성이 그런 단어들을 금지했다. 지성은 싸움, 삐치기, 분노, 속으로 침잠한 침묵, 비난, 눈물도 금지했다. 특히 눈물을 금지했다. (286~287쪽, 〈19호실로 가다〉) ■ “이건 모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처음에 나는 어른이 된 뒤 12년 동안 일을 하면서 나만의 인생을 살았어. 그리고 결혼했지. 처음 임신한 순간부터 나는, 말하자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어. 아이들에게. 그 후 12년 동안 나는 단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어. 나만의 시간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제 다시 나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해. 그뿐이야.” (290쪽, 〈19호실로 가다〉) ■ 이 커다란 집에서 그녀가 자기만의 방을 하나 마련하는 일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이렇게 엄숙하게 토론해야 될 일인가? 그냥 수전 본인이 “이제부터 맨 꼭대기의 작은 방을 내 방으로 꾸밀 테니까, 내가 그 안에 있을 때는 방해하지 마. 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니라면”이라고 선언하면 안 되나? 이렇게 진지하게 오랜 시간 토론할 것이 아니라, 그런 선언만으로 끝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300쪽, 〈19호실로 가다〉) ■ 그녀는 존스 부인이고 혼자였다. 그녀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여러 책임들을 수행한 내가 지금은 여기에 있어.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똑같아. 하지만 가끔은 매슈 롤링스의 아내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 외에는 내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 난 지금 여기에 있어. 만약 다시는 식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난 여기에 있을 거야……. 정말 이상하지! (318쪽, 〈19호실로 가다〉) ■ 그녀는 껍데기 밖으로 끌려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움츠리는 달팽이처럼, 이 방이라는 피난처로 다시 움츠리고 들어가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 방에서 느끼던 평화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되살리려고 애썼다. 이곳에서 느끼던 그 어둡고 창의적인 황홀경(인지 뭔지 하여튼) 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애썼다. 소용없는 짓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갈망했다. (324~325쪽, 〈19호실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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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저는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였으면 좋겠어요.” 억압된 여성의 일상을 잔인하고도 다정히 그려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들 영국을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을 담은 《19호실로 가다》가 출간되었다. 《19호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저는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였으면 좋겠어요.” 억압된 여성의 일상을 잔인하고도 다정히 그려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들 영국을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소설을 담은 《19호실로 가다》가 출간되었다. 《19호실로 가다》는 1994년 다시금 출판된 ‘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 One’을 번역한 것으로, 작품 20편 가운데 11편을 묶어 출간한 것이며, 남은 9편은 《사랑하는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특히 《19호실로 가다》에 담긴 단편소설 가운데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와 두 여자〉 〈방〉 〈영국 대 영국〉 〈두 도공〉 〈남자와 남자 사이〉 〈목격자〉 〈20년〉은 국내에서는 최초 번역되는 것으로, 기묘하고도 현실비판적인 레싱만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 현대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19호실로 가다〉와 〈옥상 위의 여자〉도 포함되어 페미니즘 작가로서의 레싱의 면모 또한 발견할 수 있다. 《19호실로 가다》에 담긴 이 소설들은 대부분 레싱의 초기 단편소설로, 전통적인 사회질서와 체제가 붕괴된 1960년대 전후 유럽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으며,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일상과 욕망, 때로는 저항을 레싱만의 창의적 방식으로 담담히 그려냈다. 여전히 ‘19호실’을 갖지 못한 여성들 “원하신다면 제 삶을 가져가세요, 미스 타운센드. 저는 당신처럼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였으면 좋겠어요.”(305쪽, 〈19호실로 가다〉) 표제작 〈19호실로 가다〉는 결혼제도에 순응하며 자신의 독립성을 모두 포기한 전업주부 수전이 숨 쉴 틈을 찾기 위해 ‘19호실’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향하는 이야기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가꾸던 수전이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된 결정적 원인은 결혼과 가정생활이다. 수전은 가족에게서 벗어나 혼자이고 싶지만, ‘집’이라는 공간에서 수전은 온전히 혼자일 수 없다. 결국 수전은 런던의 후미진 호텔로 향하고, 호텔의 ‘19호실’에서야 그 어떤 역할과 의미도 강요받지 않는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강조했듯, 레싱도 여성이 정체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온전히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 듯하다. 이는 다른 소설에서도 몇 차례 반복되어 나타난다. 〈남자와 남자 사이〉의 모린은 평생 애인을 뒷바라지하다가 버림받는다. 그와 헤어지고도 생활비가 부족해 전 애인의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린은 자립할 수 없는 현실에 굴욕감을 느낀다.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의 바버라는 수전이나 모린과는 달리 결혼 후에도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으로, 그녀는 자신의 작업실을 갖고 있다.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바버라의 집에 간 그레이엄은 그녀의 방을 보고 ‘아내한테 이런 방이 있다면 나는 싫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엄은 바버라가 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아내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소설 속 인물들이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은 쉽지 않았고 또 평범하지 않은 일이었다. 레싱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지 못한 여성의 상황을 이야기에 담아 결혼, 가정, 남성에 의해 객체로 머무는 그들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년 여성의 연대와 그들의 힘 “나는 일어나서 그녀가 앉아 있는 곳까지 네댓 걸음을 걸어가 알루미늄 호일로 감싼 심장을 옆의 빈자리에 놓았다. 그녀가 빤히 바라보는 자리에.” (103쪽,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레싱의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징은 중년 여성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이다. 〈19호실로 가다〉의 수전,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의 바버라, 〈남자와 남자 사이〉의 모린과 페기,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스텔라, 〈두 도공〉의 ‘나’와 메리, 〈목격자〉의 미스 아이브스 등은 모두 중년 여성으로, 이들은 다양한 직업과 성격을 가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레싱 이전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많은 소설이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여성, 또는 젊은 여성에 주목했다면 레싱은 중년 여성에 집중한다. 특히 이들을 다양한 직업과 모습, 성격을 가진 주체적 인물로 구성해내며 그들을 향해 다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중년의 여성들은 또 다른 여성과의 우정과 연대로 위기를 극복하거나 서로를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가령 〈남자와 남자 사이〉의 모린과 페기는 서로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하는 정부였지만 서로를 위로하며 경제적·정서적으로 연대를 꾀하고,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의 주인공 ‘나’는 실연에 빠져 미쳐버린 한 여자에게 자신의 심장을 건네 기쁨을 준다. 또 〈두 도공〉에 등장하는 ‘나’는 단호했던 메리의 사고(思考)를 확장시켜 그녀의 가정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영국 대 영국〉의 찰리는 분열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데, 그의 두려움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젊은 여성이나 남성이 아니라, 이름 모를 서민층 중년 여성뿐이다. 이처럼 레싱은 중년 여성들이 가진 연륜과 힘을 긍정할 뿐 아니라 다채로운 여성간의 연대로 생겨나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고독과 불안을 긍정하는 레싱의 소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꿈꾸는 사람과 꿈꾸지 않는 사람. 그런데 양쪽 모두 상대를 경멸하거나, 간신히 참아주는 경향이 있다. (189쪽, 〈두 도공〉) 레싱은 명료하고 이성적인 서구 중심의 사고보다는 모호하고 불분명하면서도 자유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는 다른 작가와 레싱을 구별 짓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두 도공〉은 이러한 레싱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프리카 황무지에서 그릇을 빚는 한 늙은 도공의 꿈을 꾼 ‘나’는 현실에서 알고 있는 유일한 도공인 메리에게 꿈 이야기를 전해준다. 메리는 꿈을 단 한 번도 꾸지 않았을 정도로 현실에 충실하고 단호한 사람이지만 계속되는 ‘나’의 꿈 이야기를 듣고, 꿈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 과정은 메리의 삶에 균열을 일으키고 그녀가 더 유연한 생활과 풍부한 감정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비이성’ ‘비합리’ ‘감성’은 명료하고 확고한 ‘이성’의 대척점에 위치했다. 이성은 고독과 분열, 불안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고, 감성은 비이성, 비정상적인 것으로 격하되어왔다. 따라서 〈19호실로 가다〉의 수전은 자신의 불안감과 이상증세를 남편 매슈에게 말하지 못한다. 지성 있고 이성적이었던 수전의 비정상적 행동을, 남편이 납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싱은 고독과 불안의 감정, 구체적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적 감성과 체험을 긍정한다.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방〉 〈두 도공〉 등에서도 주인공의 초조, 불안, 환상, 비현실적 세계가 현실과 교차되면서 그들의 상황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꾸준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레싱의 소설에서 모호한 세계와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대부분 여성이다. 아마도 레싱은 이른바 ‘여성적인 것’으로 폄하되던 비현실적이고 불완전한 감성이 실은 여성, 혹은 감성적인 남성(〈영국 대 영국〉의 찰리)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본 듯하다. 그들은 고독을 느낄 수 있고 자아를 마주할 수 있으며, 내면의 적(敵)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즉, 레싱은 그동안 불완전하다고 무시되었던 비이성, 비합리, 감성,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가 현실세계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법일 수 있으며,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다다른 사람이야말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 ‘19호실’에서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던 수전뿐 아니라 《19호실에 가다》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 인물의 이야기는 비단 레싱의 시대, 즉 1960년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가부장제는 여전히 공고하고, 많은 남성은 가정을 부양하고 많은 여성은 육아와 가사를 맡는다. 육아와 가사로 일을 그만둔 여성은 가부장제 안의 또 다른 혐오와 마주한다. 아이를 낳은 여성은 ‘위대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거나 ‘맘충’으로 전락하고, 아이가 없는 가정주부는 육아도 경제활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이를 다 키운 중년 여성이나 노인 여성은 경력단절 여성이 되어 낮은 급여의 일을 도맡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줌마’ ‘김여사’ 같은 혐오와 멸시다. 도처에 혐오가 가득하지만 이를 해결할 제도적, 구조적 차원의 조치는 묘연하기만 하다.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은 강물로 떠간 수전처럼 무력하고, 사회는 여성을 나락으로 몰고 있다. 생전 레싱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자유롭기 위해 작품을 통해 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했으며, 불완전한 여성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과 고통을 여러 작품을 통해 늘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오늘날 많은 여성도 자유롭기 위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미투(#MeToo)와 위드유(#WithYou) 운동이 이어지고, 사회에 의해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거부하며, 페미니즘의 ‘대중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 여성들의 행보는 레싱의 이야기와 닿아 있다. “행간마다 고인 것은 여성의 삶”이므로 레싱은 여성을 위로해준다. 모두가 자유로울 ‘19호실’을 갖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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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19호실로 가다 | pe**ies01 | 2020.04.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식민지의 흑백 분리와 인종주의를 목격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가족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으나, 레싱은 로마 가톨릭의 여학교를 다...

    식민지의 흑백 분리와 인종주의를 목격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가족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으나, 레싱은 로마 가톨릭의 여학교를 다녔다. 쏠즈베리 여학교에서 수학했으나 열네살에 학교를 떠나 독학했고, 열다섯살에 집을 떠나 베이비시터, 전화교환원, 타이피스트 등으로 일했다. 이런 어렵고 고된 유년기에도 불구하고, 레싱의 작품에서 그려진 영국령 아프리카의 삶은 식민지 영국인의 메마른 삶과 원주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열네 살 이후부터 어떤 제도 교육도 거부한 독특한 이력은 기성의 가치 체계 비판이라는 그녀의 작가 정신과 태도의 일관성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대부분 레싱의 초기 단편으로, 가부장제와 이성중심 등 전통적 사회질서와 사상 등에 담긴 편견과 위선 그리고 그 편견과 사상에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레싱이 한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한 것처럼 이 단편들은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일상과 욕망, 때로는 저항을 가감 없이 묘사하여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레싱의 작품들은 전통과 권위에 억압받아 개인의 자유를 잃어버린 여성이 얼마나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회 참여도 활발하여 1952년 영국 공산당에 입당해 반핵 시위에 앞장섰고,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을 비판하며 탈당한 뒤로도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반인종주의운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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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소설가로 재평가 되고 있는 도리스레싱의 소설을 벼르고벼르다 몇권 입수했다. 최근 재출간해 마케팅이 한창인 -그래서 읽고 싶었던- '금색공책'과 '19호실을 가다'. '금색공책'은 시작부터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대화가 서사를 끌고나가는 통에  몇 장 읽다말고 덮었다. 그 덕분인지 상대적으로 대화가 적고, 분량이 짧은 '19호실을 가다'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수전의 가정은 미국 백인 중산층 가정의 전형이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편과 네 자녀, 그리고 넓은 집과 가정부. 모든 이가 선망하는 완벽한 가정에 무슨 사건이 있을까. 문제의 발단은 허무함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다른 것은 모두 이것을 위해서”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었다.

    수잔과 그의 남편 매슈 사이에는 공유할 가치관이 없었다. 서로를 결속시킬 무엇이 없었다. 둘은 그저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나가기에 급급했다. 교양있는 둘은 서로에게 예의를 지켰지만, 일상에 닳고닳은 사랑은 몇번의 일탈을 저지르게 만들었다. 

    매슈는 외도를 수전에게 고백하며 어쩔 수 없었노라고 변명한다. 그게 사랑은 아니었음을 내비치며. 우리 이제 불타오르는 것도 아니고 잠깐 그런거야. 이해하지? 수전도 그를 '이해'했다고 이야기 한다. 아이 넷 딸린 경제력 없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니까. 그러나 그런 구질구한 계산은 멀끔한 외양 아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사실 소설에서 외도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마치 붙박이처럼 집에 있어야 했던 수전의 행동은 막내가 학교에 입학하고서 시작된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 연락조차 닿지 않는 곳으로 수전은 그렇게 스스로를 자꾸자꾸 밖으로 내몬다. 공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아이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대체해줄 입주 도우미를 구하고,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 어색해진 집을 서성이다가 다시 19호실로 향한다.

    아이들을 기르며 나라는 존재를 잃는 기분,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 아이를 키우며 보내는 일상이 보잘것 없어지는 느낌. 이건 이 시대의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이 느껴봤을 감정이다. 거기게 더해 외도는 수전 자신을 더욱 보잘 것 없게 만든다. 으레 당연한 일로, 항의를 할 기회조차 없는, 남편에게 매인 존재로. 

    그녀는 사라진다. 엄마의 역할을 거부한다. 수동적인 저항으로 자신을 지키다 말미에는 그것마저 빼앗긴다. 평화로운 일상이 파국으로 흘러가는 와중에도 매슈는 아내의 외도를 상상하며 흐뭇해한다. 결국 마지막 저항 또한 보잘 것 없이 소모되고 만다. 그럼에도 만족스럽게 떠난건 최초의 능동적 저항이었기 때문일까.

  • 19호실로 가다를 읽고 | ki**50531 | 2019.12.03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도리스 레싱 단편선인 19호실로 가다를 읽게 되었다. 창가를 앞에 누고 한 여인이 앉아있다. 난 이 그...

    도리스 레싱 단편선인 19호실로 가다를 읽게 되었다.

    창가를 앞에 누고 한 여인이 앉아있다. 난 이 그림을 보고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했다

    여성의 뒷모습을 말하는 것은 지금의 여성상과 달리 힘든 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띠지에서 말하는 "고독의 충만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자발적인 추방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라는 글귀를 보면서 우울한 글이 아닐까 하는 잠시의 고민이 있었다.

    억압된 여성의 일상과 저항을 잔인하지만 다정하게 그려낸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을 보면서 낭만적인 사랑이 아닌 정말 현실적인 접근의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책의 제목들 보면서 그 당시에 우울함을 전달하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여성의 억압된 삶이 그대로 전달도 하고 있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그 당시의 역사를 소설로 접하게 되는 빠져드는 소설이다

    단편소설로 단편집이 11개가 실려있고 그중에 뒤쪽에 실린 19호실로 가다가 왜 제목을정했는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마성적인 매력이 있다

    홀로 나 스스로가 도피하고 싶다가 그 파멸적인 접근에 대한 인내가 아닌 스스로가 그것을 기쁨이라고 위안하고 있는것이라 착각하고 있는지 다시금 물어보는 소설인듯 싶다.

    특히 책 제목에서 언급되어지는 19호실은

    주인공이 그리도 자기 스스로 회피를 아닌 위안으로 하고 싶고

    그 스스로가 거기에서 최면을 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다시의 불안감이 같이 느낄수 있는 문장으로 다가오게 된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그 당시에 스스로가 택할수 있는 일들은 거의 없었다

    그것을 스스로 타협해서 인정했고 그것이 기쁨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에 그것이 자기 최면이었으면서 남편의 외도는 정당화 되고 그녀 자신은 극단적인 결과로 마무리가 되어지는 것으로 보면서 읽으면서 점 점 무력화되어지는 여성에 대한 것에 빠져들게 만든다,

    무섭다기 보다는 그 시대의 역사를 보면서

    현재 내가 태어난것에 감사할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나 스스로 내 삶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게 만들고 있는 소설이었다

    우울 그자체로 다가왔던 소설이 다시금 나를 스스로를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순서도 상관없고

    뒤 부분에서는 소설에 대한 다양한 여성에 대한 키워드로 접근하여 설명도 하고 있기에 읽는 부분들에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낭만은 없고

    불안은 끝도 없다고.....하지만 나 스스로를 어찌 보낼수 있게 도와주는 소설이 아닌지....

     

    <p> 최근의 영화가 이슈화 되었던 여성에 대한 위치와 생각들을 공유하는 글들을 보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p> <p> 비록 나도 여자이지만 생각은 그리 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다. </p>

    하지만

    여성이 아닌 그 자체의 고독을 볼수 있는 소설이었다.

  • 표지 속 여성의 앞 모...

    표지 속 여성의 앞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뒷모습만 보이는데 외로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혼자 침대에 앉아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내용을 떠나 외로워 보이는 그녀를 위해 무언가 말을 건네기조차 어려워진다. 차마 다가가 '힘내!'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19호실로 가다>는 매번 읽기를 미루다가 이제서야 읽게 된 책이다. 내용은 읽기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내용이 기대되는 것은 왜일까. 내용만 아는 것과 읽으면서 행간마다 느껴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프게 다가온다. 간혹 그들이 표현하는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편한 감정만을 가지게 되지는 않는다. 11편의 단편이 담겨있지만 표제작이 가장 오래도록 남아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등장인물들을 다른 느낌으로 볼 것이다. 아니,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수전의 내면에 흐르는 외로움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뿐만 아니라 가정의 중심에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해지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누구나 경험한다. 그러다 보니 자괴감이나 죄책감이 들 때가 있다. 아이들을 위해, 가정을 위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안 좋은 결과가 있으면 모두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헤아릴 수 없는 기쁨과 재미와 만족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삶의 원천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 본문 280쪽 

     

    빈 방에 '개인시간! 방해하지 말 것!'이라 적힌 마분지를 붙여 놓은 수전을 보며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나를 들여다본다. 가족이 행복하면 당연히 나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가끔은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무언가는 준비하는 것도 어느 순간에는 나를 지치게 만들고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지기도 하다.

     

    이전에 바라보았던 19호실이 아니라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니 수전이라는 인물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녀 자신이 행복한 삶을 원하는 것이 욕심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예전과 달리 이번에 만나면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위치나 감내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그것들이 부당하다고 소리 내서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수전이 모든 여자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감당해야할 부분이니 참으며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19호실로 가다 | ji**o542 | 2019.06.2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본명은 도리스 메이 테일러(DorisMayTayler)이다.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태어났다. 레싱의 가족은 1925년...

    본명은 도리스 메이 테일러(DorisMayTayler)이다.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태어났다. 레싱의 가족은 1925년, 영국 식민지인 남부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사해 옥수수농장을 했다. 가족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으나, 레싱은 로마 가톨릭의 여학교를 다녔다. 15살 이후는 학교를 떠나 독학을 했다. 이런 어렵고 고된 유년기에도 불구하고, 레싱의 작품에서 그려진 영국령 아프리카의 삶은 식민지 영국인의 메마른 삶과 원주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열네 살 이후부터 어떤 제도 교육도 거부한 독특한 이력은 기성의 가치 체계 비판이라는 그녀의 작가 정신과 태도의 일관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로디지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특히 인종차별 문제, 여성의 권리 회복 문제, 이념 간의 갈등 문제 등에 깊이 천착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정치 의식과 사회비판 의식은 전통과 권위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어리석음, 반가치 등의 집단 폭력으로부터 인간 개인의 개성적인 삶과 사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레싱이 한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한 것처럼 이 단편들은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개인의 일상과 욕망, 때로는 저항을 가감 없이 묘사하여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레싱의 작품들은 전통과 권위에 억압받아 개인의 자유를 잃어버린 여성이 얼마나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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