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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규격外
ISBN-10 : 8965964237
ISBN-13 : 9788965964230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중고
저자 김범석 | 출판사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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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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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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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흔적
우리의 선택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서울대 암 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만난 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 의사로서의 솔직한 속내를 담은 에세이.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채운다.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암을 이겨내고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곁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사후 뇌 기증 의사를 존중하는 아들, 의식 없는 어머니를 끝까지 떠나보내지 못하는 남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하는 딸, 연인이 암 환자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선택한 남자 등 환자 곁의 사람들 모두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저자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그려가는 마지막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곱씹어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렇게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저자가 틈틈이 남겨온 기록이다. 책의 1, 2부는 저자가 만나온 환자들의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이 예정된 죽음과 남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3, 4부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책 속의 사람들의 모습에는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태도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저자소개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1부. 예정된 죽음 앞에서
너무 열심히 산 자의 분노 / 내 돈 2억 갚아라 / 특별하고 위대한 마지막 / 혈연이라는 굴레 / 사후 뇌 기증 / 저는 항암치료 안 받을래요 / 10년은 더 살아야 / 대화가 필요해 / 믿을 수 없는 죽음 / 임종의 지연

2부. 그럼에도 산다는 것은
인생 리셋 / 기적 / 학교에서 잘렸어요 / 잔인한 생 / 아이의 신발 / 오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 요구트르 아저씨 / 말기 암 환자의 결혼 /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다

3부. 의사라는 업
별과 별 사이: 600대 1의 관계 /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람들 / 파비우스 막시무스 / 너무 늦게 이야기해주는 것 아닌가요 / 3월의 신부 / 윤리적인 인간 / 이기심과 이타심

4부. 생사의 경계에서
각자도생, 아는 사람을 찾아라 /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하여 / 울 수 있는 권리 /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 마지막 뒷모습

이야기를 마치며

책 속으로

· 사람들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환자가 의사를 먹여 살리는 셈이고, 때로는 환자가 의사를 치료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만나온 환자들의 선택이, 그들이 꾸려가는 시간이,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내게...

[책 속으로 더 보기]

· 사람들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환자가 의사를 먹여 살리는 셈이고, 때로는 환자가 의사를 치료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만나온 환자들의 선택이, 그들이 꾸려가는 시간이,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내게는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고 정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내가 만난 환자 들은 삶과 죽음으로 살아 있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생의 숙제를 푸는 것 같았 다. 그들이야말로 나의 선생님이었다. - 6쪽

· 장애물이 있으면 어떻게든 치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존재 이유를 찾는, 앞만 보며 이 악물고 달려온 삶. 그에게 삶은 열심히 싸워 야만 하는 투쟁의 장이 아니었을까? (…) 나중에 호스피스 실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12월의 어느 추운 겨울날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하게 떠났을지, 가족들의 외면 속에서 쓸쓸히 떠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켜봐왔던 그의 삶을 생각해보면 후자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죽은 뒤에 혹시라도 그를 다시 만난다면 꼭 묻고 싶어졌다. “당신은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열심히 살았습니까?” - 24쪽

· 내가 목격한 수많은 혈연관계도 참담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럴 때면 생각 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은 옳다고. 누군가에게 가족은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었지만 때때로 누군가에게는 짐이자 삶을 옥죄는 족쇄에 지나지 않았다. - 39쪽

· 어쨌든 의사조차도 낯선 사후 뇌 기증을 팔순의 환자가 미리 신청해두었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굉장히 놀라웠다. 아마도 그는 장기 기증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을 것이고 암 환자의 장기 기증이 불가능 하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방법을 찾아본 끝에 이 사후 뇌 기증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 선택 하나만으로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얼마나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거쳤고 준비를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50쪽

· 암에 걸리는 것은 허허벌판을 지나다 예고 없이 쏟아 붓는 지독한 폭우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우산도 없고 피할 곳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고스란히 쏟아지는 비를 맞는 것뿐이다. (…) 어차피 맞을 비라면 맞으면서 걸어가는 것이 낫다. 물론 걷다가 돌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가시덤불에 긁힐 수도 있다. 그러나 비를 피할 만한 장소를 마주칠지도 모른다. 혹은 비를 가려줄 뭔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갑자기 내린 비와 그 길에서 부딪치는 모든 것들을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내공이라는 게 생긴다. - 56쪽

· 어차피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일이라면 임종이 지연될 때 대답할 수 없는 환자에게 묻고 싶어진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알아내서 그 바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평탄하지 않았을 삶과 지난한 투병 끝에 떠나는 길만큼은 가능한 한 가볍게 떠날 수 있기를, 의사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바라게 되는 것이다. - 84쪽

· 암 투병은 환자도 가족도 모두 지치는 일이다.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이 이어져가다 보면 그나마 남아 있던 사랑도 남루해지기 쉽고 희망도 쉽게 잃는다. 어쩔 수 없이 긴 투병의 모든 끝이 상처만 가득한 폐허로 남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러니 희망 없는 속에서도 그 사랑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암 덩어리가 줄어든 것만큼이나 기적이었다. - 106쪽

· 자식을 먼저 앞세우는 일은 부모로서 결코 담담해질 수 없는 일이다. 암 병원에서도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암 환자라고 하면 나이 든 중년, 노년의 환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암은 나이를 가려 덮쳐오지는 않는다. 당연히 어리고 젊은 암 환자들이 많고, 그중 에서는 완치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결국 그 부모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 121쪽

· 환자와 의사를 떠나 서로 다른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본디 불가능한 일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너의 상황을 짐작해보건대 너는 아마도 이럴 것이라고 짐작한다’는 선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고, 완벽히 같은 상황과 처지에서의 똑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 163쪽

· 나도 때로는 파비우스와 같은 전략을 택한다. 암세포가 싸움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런 때에 종종 최대한 시간을 끌며 버틴다. 종양의 크기가 어떻든 간에 장기의 기본적인 기능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환자가 좀 더 오래 숨 쉴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아프지 않도록 만든다. 정면승부를 피하고 버텨보는 식이다. (…) 이 같은 전략의 목적은 암이 자라는 것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환자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다. 죽음이 예정되어 있기에 이 작전도 언젠가는 무의미해질 테지만 적어도 독한 항암치료로 힘든 상황은 피할 수 있고 나름대로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는데다가 버티면서 시간을 벌 수도 있다. 그렇게 벌어들인 시간으로 환자가 다른 유용한 일을 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 176쪽

· 마지막까지 항암치료를 이어가는 데는 또 다른 요인이 뒤섞이기도 한다. 항암치료 중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하는 것은 시간도 에너지도 많이 드는 일이지만 병원 수익 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항암치료도 하고 CT 검사도 하고 여러 의료 행위를 하면 병원에 수익이 발생하지만 나쁜 소식을 전하고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병원에는 0원의 수익이 발생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암 환자들이 사망 2주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는 것은 여러 요인들이 얽힌 결과다. - 183쪽

· 누군가를 돌볼 때에는 어느 정도는 이기적이어야 이타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기심과 이타심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볼 수 있고 스스로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이기심은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서 나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 스스로의 보호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를 가장 먼저 돌볼 사람은 나뿐이다.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을 때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여력이 생긴다. 이타적이기만 하려다가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서 다른 사람도 돌보지 못하는 것은 결코 바람적인 일이 아니다. - 210, 211쪽

· 모두들 보호자와 가족들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호자가 오면 주치의는 나가서 보호자와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것이다. 가족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환자의 죽음을 받아들이면 쇼피알 연극은 끝나고 주치의는 사망을 선언할 수 있다. 환자의 저승 가는 길은 그렇게 힘들고 험난했다. 가족들과 의료진은 환자에게 현대의학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고 환자는 너무 힘들게 저승길로 떠났다. 나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자꾸 되묻게 되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고. - 232쪽

· 나는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 환자의 산소 공급과 승압제 주입을 중단했고 그는 사망했다. 2018년 2월 이전이었다면 나는 살인자가 됐을 것이고, 2018년 2월 이후라면 합법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의료진이 된다. 행위는 같으나 불법과 합법의 경계는 애매하고 인간의 판단은 인위적이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애매할수록 현장은 혼란스럽다. 법의 모호성은 권력을 낳고 법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법을 논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진정 환자를 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을 따지려는 이들은 현장에 발들이지 않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법이라는 이름으로 심판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책상머리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현장에서는 늘 일어난다. - 240쪽

· 더 슬픈 것은 이 같은 시스템이 우리를 길들인다는 점이다. 비정상이 오래되면 무엇이 정상인지 알기 어렵다. 시스템은 더욱 공고 해지고 이 시스템 속에 있다 보면 환자나 보호자도, 의사도 컨베이어벨트처럼 3분에 한 명씩 진료실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당연 하게 여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주어진 짧은 시간이 끝나면 울고 있는 환자를 보호자가 끌고 나가고, 밖에서 울음소리는 새어 들어오고, 그 옆에서 오래 기다린 대기자들은 화를 내는 이상한 현실을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는 슬퍼하거나 울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걸까? 이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에서 마음껏 울 수 있는 권리를 논한다는 게 과욕인 걸까? 이 시스템의 변화는 불가능한 걸까? 복잡한 시스템 속 작은 톱니바퀴는 오늘도 여지없이 돌아가면서도 좀처럼 물음표를 지우지 못한다. - 245쪽

· 내가 목격한 마지막 뒷모습은 때로는 정리되지 않은 돈이었고 사람이기도 했는데, 그것들은 대체로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뒤얽혀 고인에 대한 슬픔을 넘어 분노로, 지리멸렬함으로 끝나고는 했다. 고인이 정리하지 못한 관계들이 남아 있는 이들을 괴롭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지켜보면 무엇이든 간에 정리되지 않고 남은 것들은 대개 아름답게 기억되지 못할 것들이었고, 남은 사람 들이 해결해야 할 그 무엇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고인의 뒷모습으로 남았다. - 258, 259쪽

· 삶을 잊고 있을 때 떠나간 환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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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서울대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암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 “남은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2019년 기준 암 사망자 수는 7만 8863명으로 2018년에 비해 1만 명 가까이 증가했고, 한국인이 사망하는 장소로 병원은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서울대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암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
“남은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2019년 기준 암 사망자 수는 7만 8863명으로 2018년에 비해 1만 명 가까이 증가했고, 한국인이 사망하는 장소로 병원은 1996년 25.2퍼센트에 비해 2019년 77.1퍼센트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연명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건수는 2017년 대비 2019년 2만 건 이상이 늘었다. (시사인 ‘죽음의 미래’ 참조) 이 같은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암 환자들의 죽음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도 바로 병원이라는 이야기이고,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의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2016년 대한민국에서 사망한 28만 명 중 21만 명이 병원에서 사망했고, 말기 암 환자는 90퍼센트가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종양내과 의사로서 수많은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선택과 그들이 보내는 시간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사이자 한 인간으로서 깨닫게 된 삶의 의미와, 옳고 그름의 도덕적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을 통해 자신이 배우고 느낀 바를, 그리고 환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 일종의 비망록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만나온 환자들의 선택이, 그들이 꾸려가는 시간이,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내게는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고 정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내가 만난 환자 들은 삶과 죽음으로 살아 있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생의 숙제를 푸는 것 같았다. 그들이야말로 나의 선생님이었다. (…)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들의 죽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에게는 기억되는 죽음이라는 것, 나아가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이에게는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6-8쪽)

죽음 앞에 선 환자와 가족의 선택,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게 하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에 언급되는 환자들은 모두 암 환자이지만 암 진단을 받은 이후에 저마다의 선택을 하고 각자 다른 모습으로 종착역을 향해 간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끊어진 혈육의 정을 회복하기보다 빌려준 돈 “2억 갚아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음 직전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10년만 더 살기만을 바라기도 한다. 칠순의 한 노인 환자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 다른 노인 환자는 의사도 모르게 ‘사후 뇌 기증’을 신청해놓고 떠난다. 모두가 “앞으로 남은 날이 ○○ 정도 됩니다”라고 기대여명에 대해 듣지만 그 남은 시간을 채워가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환자들이 남은 삶과 예정된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삶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묻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태어난다. 일종의 숙제라면 숙제이고, 우리는 모두 각자 나름의 숙제를 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인생의 숙제를 풀든 풀지 않든, 어떻게 풀든 결국 죽는 순간 그 결과는 자신이 안아 드는 것일 테다. 기대여명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특별한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보통은 자기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채로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를 다 풀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빈칸으로 남겨두기에는 아쉬운 일이다”(62-63쪽)라고 적는다.
또한 환자가 종착역으로 가는 여정에는 환자만 있는 게 아니다. 그의 가족이 함께다. 원발부위불명암을 앓는 남편이 완치되기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던 아내가 있고, 폭력을 행사했던 아버지를 끝내 외면하지 못해 혈연을 저주하면서도 마지막을 책임졌던 딸이 있다. 각자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이혼한 부모를 돌보느라 병원과 일터를 전전하는 아들도 있으며, 암과 치매를 앓는 88세의 아버지를 모셔야 하는 예순에 가까운 딸도 있다. 저자가 지켜본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만큼이나 저마다의 선택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환자와 그 가족의 모습은 우리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역시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고, 반려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 그들의 선택은 어떻게 내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가, 그들의 마지막을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들며 또 다른 의미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환자의 남은 삶과 죽음을 함께 고민하는 의사의 일
암 환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병원이고, 이곳에는 그 마지막까지 환자, 가족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있다. 한 사람의 생사와 남은 날을 지켜보고 치료해야 하는 의사의 고민은 깊다. “선생님에게는 제가 600명 중 한 명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선생님 한 분뿐이거든요”라고 말하는 환자 앞에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생각하고, 완치 되었으나 암 환자라는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젊은 암 환자들을 보며 사회의 역할을 되묻고, 항암치료를 거부하다 항암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을 안타까워한다. 팔순 노모에 대해 연명의료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사남매로 인해 온몸이 붓고 의식을 잃은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순간에도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 없는 현장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를 되묻는다. 환자도 병원도 싫어하는 완화 의료에 대해서도 그것이 환자의 남은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신념을 고백하기도 하며, 어쩔 수 없이 ‘시속 10명’으로 환자를 만나야만 하는, 한국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에 대해 씁쓸함을 털어놓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들려주는 몇 가지 사연들은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환자가 살아는 있으나 죽음보다도 못한 상태일 때, 존엄과는 멀어지고 있는 경우에 보호자와 의료진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환자를 떠나보내야 할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이승에 붙들어 놓을 것인지.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이야기 속에서 환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편히 돌아가실 수 있게 임종방에 모셨지만 아버지는 점차 사람의 외형을 잃어가고 악취를 풍기면서도 돌아가시지 않는다. 그 곁을 지키던 아들은 차라리 보내드리는 게 낫겠다며 오열하고 담당 의사인 저자는 산소호흡기를 떼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법으로는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그 순간 의사도 보호자도 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고,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그 선택의 무게를 토로한다.
종양내과 의사로서 저자는 환자의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존엄한 죽음을 위해 많은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서 깊이 고민한다. 우리 대부분은 독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며, 사람이기에 병으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마주한 환자와 보호자의 자리에 언젠가 우리가 앉게 될 수 있고, 그의 고민과 선택을 우리도 함께 해야만 할 수도 있다. 저자가 의사로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순히 ‘의사’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유다.

김범석 교수는 이 책에서 “뜻하지 않게 자신이 떠나갈 때를 알게 된 사람들과 여전히 떠날 때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나는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고, 언젠가는 찾아올 ‘나의 죽음’을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암 환자와 가족, 의사인 저자의 선택과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죽음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또한 거기에서 나아가 언젠가 나와 내 가족에게 마지막이 다가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어떤 모습으로 종착역으로 향해 가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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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높은 성적을 기록한 이에게만 허락되는 의과 대학 진학이지만, 진정 사명감을 지니지 않고서야 의사가 되는 일은 쉽지가 않아 보인...

    높은 성적을 기록한 이에게만 허락되는 의과 대학 진학이지만, 진정 사명감을 지니지 않고서야 의사가 되는 일은 쉽지가 않아 보인다. 매일 마주 대해야 하는 게 환자요, 빈도는 다를 수도 있으나 모두가 꺼리는 죽음의 순간 또한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숙명이다. 저자는 종양내과 전문의다. 과거에 비하면 생존율이 굉장히 높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암은 모두가 꺼리는 병 중 수위를 다툰다. 누구라도 암 선고를 받으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냐며 억울해 할 게 분명하다. 의사로서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겪은 경험을 털어놓은 책에는 죽음이 한 가득이었다. ‘어떤’이라는 수식어가 모든 죽음이 결코 같진 않았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추함과 숭고함의 차이는 개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의 마지막 순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조차 내 돈 2억을 갚으라는 말을 했다는 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고야 말았다. 나날이 나빠지는 걸 스스로 느끼면서도 호스피스를 권하는 말에 의사의 자격을 운운하며 성을 낸 환자의 이야기에 대해선 어찌 반응을 보이면 좋을지 난감했다. 그러나 스스로의 존엄에 반한 행동을 환자 개개인의 잘못이라 평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누구도 죽음을 알지 못한다. 이후 우리를 기다리는 무언가가 환희로 가득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부인하고픈 마음이 큰 건 당연하다. 지금 나는 살아있고, 앞으로도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므로 그리 행동하는 것이리라. 왠지 죽음을 준비하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아서, 두려운 만큼 멀찌감치 떨어져서 관망하고, 아예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서는 이들을 어찌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연명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하여도 의식이 없고, 기기를 제거하면 바로 숨이 멎는 상황을 삶이 맞는지 고민하는 걸 죄악으로 여겼다. 환자의 괴로움이 하늘을 찌르고, 가족들의 삶 또한 무너진다. 의사 또한 치료를 중단하는 결정을 하기가 무섭게 자신의 행위가 살인에 속하지는 않는가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제도가 뒷받침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죽음을 택하는 일은 어렵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지런함으로는 으뜸인 대한민국 국민이어서일까,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처했을 때도 끝까지 치료에 임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주목했다. 죽기 한두 달 전까지도 항암 치료가 이어진다. 급격히 병세가 악화됐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대개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아직 환자가 젊어서, 자녀의 나이가 너무 어려서, 충분히 치료를 받으면 낫지 않을까란 기대 심리 때문에. 가지가지의 이유가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이들을 붙든다. 기적처럼 살아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허나 저자는 반대의 경우를 보다 많이 접해 왔다. 이제까지의 삶을 정리하기에 한두 달의 시간은 너무도 짧다. 생존 시간을 늘림으로써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오히려 삶을 정리할 기회만을 빼앗기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성장하는 게 인간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성공을 위해, 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이에게 죽음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을 선사한다. 자신이 놓쳐 온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고, 짧게나마 시간이 존재한다면 그것들을 위해 살려는 시도도 허락한다. 

    현실은 냉혹하다. 환자는 보다 친절한 의사를 원한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길 바라는 의사는, 그러나 정해진 수의 환자를 매일 돌보아야 하므로 적당히 친절하기가 쉽다. ‘적정하다’는 평이 가능한 지점을 찾기는, 죽음을 앞둔 이들이라면 더 어렵다. 어딘가에 고용된 상태라면 조직이 원하는 바를 완수해야만 한다는 요구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래도 양측 모두 인간이다. 인간으로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내 눈 앞의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언젠가는 환자가 되고 이 세상을 떠나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윤리’라는 어려운 단어를 들먹이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삶과 죽음이 건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한다. 


  • 신간으로 나온 책 제목이 끌렸었습니다.

    그래서 독서 리스트에 써 두었고, 장바구니에 담아뒀었는데 도서관에 가니 신간 코너에서 보여 바로 대출했습니다.

     

     


    이 책을 쓰신 김범석님은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십니다. 항암치료를 통해 암 환자의 남은 삶이 의미 있게 연장되도록 암 환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저자인 김범석 교수님이 암에 걸린 환자들을 만나온 이야기와 환자를 치료하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일,

    느닷없이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 몫의 남은 삶을 평소처럼 살아내는 일.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p37

    시한부 삶이라는데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평범하게 살아낼 수 있을까?

    나라면 내게 왜 이런 병이 생겼는지 억울하고 화가 날 듯싶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

    라는 질문을 안고 태어난다.

    일종의 숙제라면 숙제이고, 

    우리는 모두 각자 나름의 숙제를 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인생의 숙제를 풀든 풀지 않든, 

    어떻게 풀든 결국 죽는 순간 그 결과는 자신이 안아 드는 것일 테다.

    기대여명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특별한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보통은 자기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채고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어떤 삶이 죽음에게 말했다 p63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피를 나눈 사이라고 해도 상처는 쌓이면 곪고 

    후회는 깊고 아쉬움은 길다.

    아니, 아마도 피를 나눈 사이라서 더 그럴 것이다.

    가족이 가족이기 위해서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어떤 삶이 죽음에게 말했다 p71


    어려서부터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 부모와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내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병원 생활을 시작하여 그 때부터 소통은 더욱 더 안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대화를 좀 더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떠나고 난 뒤 엄마와 어떤 기억이 있는지, 이제 떠올리는 추억으로만 남을 걸 생각하면 내 아이에게 있어 소통이 안되는 엄마보다 소통하는 엄마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돌볼 때에는 어느 정도는 이기적이어야 이타적이 될 수 있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볼 수 있고 스스로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이기심은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서 나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 

    스스로의 보호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를 가장 먼저 돌볼 사람은 나뿐이다.

    스스로를 보살 필 수 있을 때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여력이 생긴다.

    이타적이기만 하려다가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서 다른 사람도 돌보지 못하는 것은 결코 바람적인 일이 아니다.

    어떤 삶이 죽음에게 말했다 p211




     

     

     

    마지막 부분 즈음하여 대형병원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서울대병원이라면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병원일거라는 미숙한 생각을 한 것일까?

    이 글을 읽음으로써 대형병원의 시스템에 대하여 알게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나의 흔적들을, 나의 관계들을, 나의 많은 것들을 오늘 집을 나서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259)



    엄마가 떠난 뒤 엄마의 물건들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경우였다. 어쩌면 엄마가 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하고 싶은 말 아니었을까 한다.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이 내가 다가온 건 엄마가 뇌암으로 돌아가셨기에 내게 다가온게 아닌가 한다. 누구나 영원히 살 수 없고, 언젠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알면서도 죽음에 대해 그리 생각해 보지 않다가 엄마가 떠난 후에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 것 같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집을 나서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런 생각을 하면 당연히 사는 것처럼 생각하고 살고 있지만,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간 죽음에 이르는 날이 올 것이다.

    죽음만이 아닌 어느 땐 사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고 사는 게 아닌가 한다.

    살아있는 지금, 이 삶에 있어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한 번 생각해본다.


  •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생과 죽음, 그 수많은 사연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101화 ‘시간의 마술사들’ 편에서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의 저자인 김범석 교수가 출현한 적이 있다. 김범석 교수가 방송에서 소개한 어떤 특별한 사연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서울대학교 병원에는 곧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돌아가실 수 있도록 1인실 임종방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그곳에서 울린 어느 뜻밖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노래란 환자분이 평소 일할 때 즐겨들었다던 트로트 곡 ‘땡벌’이었다. 김범석 교수는 ‘땡벌’이 그토록 슬픈 노래인지 몰랐다며 가사를 읊어보는데, 나 역시 마냥 흥겹게 들었던 노래에서 생의 고단함과 죽음에의 두려움을 느끼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마음이 짜르르했다.

     

     

     

      어쩌면 노래의 그것처럼, 우리는 생이라는 감각을 꽤 많이 잊고 살아간다.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에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고 생의 감각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고되고 힘든 싸움을 겪은 끝에 마침내 임종을 맞이한 수많은 암 환자들을 지켜본 저자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신도 언젠가 죽음에 다다르게 될 텐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우리 역시 되물어볼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고.

     

     

     

    죽음이 우리에게 물어오는 것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교수가 암 환자와 그들 곁을 지키는 가족들, 의사로서 솔직한 생각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그는 ‘어떤 죽음들은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어떤 죽음들은 몹시 가슴 아프게 했으며, 어떤 삶은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과정을 복기하고 글로 남기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거나 잊어버렸던, 혹은 찾고 있었던 의미들을 담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책은 죽음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만큼 절박한 생과 삶의 감각들 혹은 삶의 태도에 대한 것들이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온다.

     

     

     

      책의 1부와 2부에서는 예정된 죽음을 마주하게 된 암 환자와 가족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너무 열심히 산 죄로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내 분노를 드러내던 한 가장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며 느닷없이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이고 본인 몫의 남은 삶을 평소처럼 살아내고자 했던 할머니의 의연한 모습도 있다. 다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치료를 받고 완쾌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택시 기사의 기분 좋은 사연도 있지만, 말기 암 환자로 기대여명이 1년을 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결혼을 결심한 한 신부의 뭉클한 사연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갖가지 씁쓸한 사연들은 병원에서 곧잘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2억이라는 돈 앞에서 마지막까지 화해하지 못하고 만 형제의 사연이나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딸의 사연이 그러하다. 가족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신체적, 정서적 폭력 앞에서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다’라는 식의 논리를 어디까지 들이밀 수 있을지, 어떤 인간이든 어떻게 살아왔든 죽음은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혈연이라는 이유로 어디까지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던 저자의 고뇌가 질병이라는 고통의 갖가지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문득 두려워졌다. 잘 버텨낼 거라고 믿고 지켜봐온 환자들도 순간순간 ‘차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실제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내는 환자들이 그런 순간에 죽지 않을, 살고자 할 용기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걸까. 환자의 모든 순간을 지켜볼 수 없는, 그 깊은 속까지 온전히 알 수 없는 의사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S가 남기고 간 숙제가 어느 때보다 깊고 무거웠다. / 77p

     

     

    의사로서 말하지만 그들은 단지 암을 겪었을 뿐이다. 심지어 그 젊은 친구들이 엄청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덜 평범하게 살아도 좋으니 그저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살아보겠다는 정도이다. 그저 생계를 위해 취직하는 일조차 암 환자였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 그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회가 젊은 암 생존자에게 최소한의 꿈과 희망도 제시해줄 수 없는 걸까? (…) 암 생존자가 160만 명이 넘어섰다. 이중 상당수는 젊은이들이다. / 129p

     

     

    저마다 다른 표정과 다른 말들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종종 그날의 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때면 문득 내 목숨은 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암과 맞서 싸우는 오늘의 내 모습이 내일의 가족들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언젠가는 오늘의 나를 가족들이 이해해줄 날이 반드시 온다. 내가 이만큼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때의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싶다. 비록 인간의 생이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남은 날들을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종종 이 질문이 암이라는 병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146p

     

     

     




     

     

     

     

      3부와 4부에서는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이나 병원이라는 시스템, 법의 한계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가족 같은 의사’라는 드라마 같은 판타지, 3시간 동안 봐야 하는 외래 환자가 40명에 이르는 대학 병원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의 민낯들, 기억과 스스로를 잃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단지 ‘살아만’ 있는 환자들에게 어떻게든 삶을 연명할 수 있도록 최선이라고 진행했던 것들이 정말 그들에게 최선이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은 씁쓸함을 남긴다. 우리나라 암 환자들 대부분이 죽음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사망 2주 전까지 무의미한 항암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여러 사회적 요인에 대한 냉철한 고민 역시 우리 사회 전체가 숙고해볼 만한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어느 정도 살아보니 세상에는 정말 겪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안다. 이제는 진료하면서 환자에게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겪어보지 않고는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눈앞의 환자와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므로 완벽히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섣부른 공허한 말보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환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더 낫다. 그러면 적어도 오만해지는 것은 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환자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쪽에 무게 추를 기울인다. / 163p

     

     

    환자들은 왜 이렇게 진료가 지연되냐며 분이 풀릴 때까지 계속 소리치고 화내고 욕하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진료는 또 지연된다. 이렇게 되면 마주하고 있는 환자의 “홍삼을 먹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은 무심하게 지나쳐야 속도를 낼 수 있고 ‘시속 15명’으로 내달려야 지연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다. 자칫 답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질문에 말려들면 10초는 금세 까먹는다. 넘어진 달리기 선수가 일어나서 속도를 더 내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와 동시에 의사로서 중요한 소견을 놓치진 않을까 언제나 조마조마하다. / 244p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이에게는 삶이 될 수 있고 또는 삶을 바로 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꽤나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인 듯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늘 질문하면서 사는 삶이 나를 온전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지,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잊곤 하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마음속에 새겨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생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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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우리의 남은 삶을 위한 선택에 대하여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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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는 수많은 처음과 마지막이 있지만


    우리 인생의 가장 처음과 가장 마지막은 탄생과 죽음이다.


    이 시작과 끝만큼은 내가 아닌 타인의 기억으로 남는다.




    언젠가 분명히 죽음의 순간이 온다는 건


    사실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점이 몹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이 준비할 수 있는 죽음을


    어쩌다 갑자기 맞는 죽음으로 끝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 뒷모습 중에서..








    서울대병원 18년 차 종양내과 의사


    그가 기록한 암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




    그 모습 속에서 의사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깨닫게 된 삶의 의미와


    그가 생각하는 옮고 그름의 도덕적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을 통해 자신이 배우고 느낀 바를 기록한 일종의 비망록


    책 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의 삶을 돌아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지


    나이가 들수록 어릴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언젠가 나와 내 가족에게 마지막이 다가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도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평범하고 행복한 삶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저자 김범석 작가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로, 항암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이 의미 있게 연장되도록 암환자를...

    저자 김범석 작가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로, 항암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이 의미 있게 연장되도록 암환자를 돕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가슴아픈 말이지만 '치료'가 아닌 '연장'에 있다.

    환자들은 목전에 죽음을 앞둔 마지막 잎새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암 환자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방식은 다양하다.

    치료를 원치 않는 사람, 상황이 더욱 나빠져 비극적인 상황으로 빠지는 사람, 마지막까지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고 눈을 감는 사람 등

    모두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삶의 끝으로 달려간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20대인 나는 당연히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못해보았고,

    오히려 죽음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했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당연하게 여기는 삶이지만 누군가에겐 하루라도 더 절박했던 삶이고,

    오늘 하루가 누군가에겐 시간과의 혈투에서 이겨내지 못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마주친 암 환자들의 이야기로 인해 내 삶의 소중함을 상대적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읽고나서 정말 마음이 숙연해진다.

    담백하게 담아낸 글들을 보면서 스스로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내가 만약 목숨이 힘든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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