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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606쪽 | A5
ISBN-10 : 897139319X
ISBN-13 : 9788971393192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중고
저자 김영두 | 출판사 소나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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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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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4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수상도서
대학자 퇴계와 젊은 학자 고봉이 주고 받은 편지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었을까? 옛 학자들의 학문에 대한 괴로움과 서로에 대한 애정 그리고 존경심이 오늘을 사는 젊은 학자를 통해 온전한 우리 말로 되살아났다. 사심 없는 영혼의 교류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저자소개

목차

1부 일상의 편지들
1558-1561 영혼의 교류가 시작되다
1562-1565 처세의 어려움을 나누며
1566-1567 서울과 의주 사이에서
1568-1569 병과 귀향의 와중에
1570 마지막 해의 편지

2부 학문을 논한 편지들
사단칠정을 논한 편지들
태극을 논한 편지들
상례나 제례의 격식을 논한 편지들
국가나 왕실의 전례를 논한 편지들
묘갈명을 논한 편지들

일러두기
옮긴이의 글
퇴계와 교봉이 편지를 주고받은 13년 동안의 일들
퇴계 이황, 고봉 기대승에 대한 짧은 소개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본문 소개 101쪽∼103쪽 진실한 공부를 방해하는 세 가지 명언에게 답합니다. 구경서具景瑞1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전해 준 그대의 편지를 받아 보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이 잘 갖추어져 있어, 먼 곳에 막혀있어 답답했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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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101쪽∼103쪽
진실한 공부를 방해하는 세 가지


명언에게 답합니다.
구경서具景瑞1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전해 준 그대의 편지를 받아 보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이 잘 갖추어져 있어, 먼 곳에 막혀있어 답답했던 마음이 얼음 녹고 안개 걷히는 것보다 더 시원하게 풀렸습니다. 크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산간 벽지에 살고 있어서 서울 소식을 듣는 경우가 드물어, 그사이 고향에 내려갔다가 병으로 사직한 것과 명을 받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 일 같은 곡절을 모두 알지 못했는데, 이제 편지를 받고서야 알았습니다. 따라서 한번 시험하려 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분이 어떠했을지는 짐작이 됩니다. 이것이 오늘날 벼슬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고, 오늘날의 사람이 옛사람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뉘어지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경력을 쌓으면 더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늙고 미천한 저는 병으로 인해 한가히 지내고 있으니, 임금의 은혜가 하늘과 같습니다. 다만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의 직책이 지금까지 해임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봄 소명을 받았을 때 사직을 청한 뒤로는 감히 다시 사직을 청하지 못했으니, 스스로의 마음만 불안할 뿐 아니라, 듣자니 여론도 사직하지 않는 것을 비난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여론이 매우 당연하지만 지난날에 사직으로 인해 낭패를 보았기 때문에 더욱 움츠리고 조심되어 감히 사직의 뜻을 밝히지 못하고, 대간의 탄핵으로 파직되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의리에도 맞지 않고 염치도 모르는 짓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지난 겨울 자중子中이 제게 왔을 때, 그대가 제 편지에 답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을 이미 말했습니다. 말재주만으로 경쟁하다시피 하는 것은 참으로 무익하고, 진실한 공부는 매번 하다가 말다가 하는 것이 괴롭습니다. 그러나 하다가 말다가 하는 잘못을 자세히 생각해 보면 기질과 습관의 치우침, 물욕의 가림, 세상사의 구속, 이 세 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곳은 산중이라서 물욕의 가림과 세상사의 구속은 적지만, 치우친 기질과 습관은 바로잡기 어려워, 뜰 앞을 서성이면서 매번 강직한 친구의 도움 받기를 생각하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대의 편지를 받으니 마치 큰 보물을 얻은 것 같아, 펴서 읽어 보고는 깊이 감복한 나머지, 늙고 혼미하다는 이유로 감히 스스로를 포기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대도 지난날 스스로 방종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만, 오늘에 와서 사람들이 그대의 풍모를 상상하고 흠모하기를 그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이겠습니까? 부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다 하여, 마음속으로 너무 근심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보내 주신 별지는 저의 어리석음을 많이 깨우쳐 주니, 천하의 서적을 다 읽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우 다행입니다.

경서가 돌아가는 길에 이 글을 부칩니다. 이만 줄이오니 살펴 주시기를 빕니다. 삼가 절하며 답합니다.
계해 2월 24일, 황이 머리 숙입니다.


29쪽/고봉이 퇴계에게 처세와 공부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저는 늘 말하기를 "처세가 어려운 경우 나는 내 배움이 완전하지 못함을 걱정할 뿐이다. 내 배움이 만약 완전하다면 반드시 처세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했습니다.

34쪽/퇴계가 고봉에게 처세와 공부의 어려움에 대한 고봉의 물음에 답하며
이른바 미진했다 함은 다름이 아니라 학문을 이루지도 못했으면서 자신을 높이고, 시대를 헤아리지 못했으면서 세상을 일구는 데에 용감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실패한 까닭이니, 큰 이름을 걸고 큰 일을 맡은 사람은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306쪽/퇴계가 고봉에게 술을 굳게 다스리라 이르며
세상 사람들은 제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서 잘못 천거했다고 다투어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잘못 천거했다는 뉘우침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것은 제가 그대에게 바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같이 알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대가 평생 뛰어난 재주를 마구 써 버리고 방탕한 습관에 묶이며, 술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고 놀이와 방종에 빠져서, 마침내 성현의 세계와 수만리 멀리 떨어지게 된다면, 이는 곧 세상 사람들의 공격이 진실로 사람을 제대로 안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비록 잘못 천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해도 그럴 수 있겠습니까?

317쪽/고봉이 퇴계의 술을 굳게 다스리라는 충고에 답하며
제가 세상을 업신여기고 다른 사람을 낮추어 본다고 하는 말을 들으셨다는데, 저는 그런 마음이 없다고 스스로 믿습니다. 그러나 의논하는 때에 기운을 가라앉히지 못해 남들의 험담을 불러 일으켰으니, 참으로 아프게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치우친 성품을 바로잡는 것이 마땅합니다. 말을 삼가는 데 모자라고 몸을 단속하는 데 소홀한 병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평소에 스스로 알고 있던 것이라 늘 경계하고 반성했음에도 그런 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뿌리가 깊고 두텁지 못한 까닭에, 일이 있을 때마다 드러나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뿌리가 얕지만 그 위에 노력을 더한다면 아마 조금은 나아질 것입니다.

술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근래에 병이 잦았기 때문에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몸을 기르고 덕德을 기르는 데 모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정말로 굳게 절제하여 술에 빠지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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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앞서 조금 읽다가 접어 두었던 김영두(국사편찬위원회 연구사) 옮김,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앞서 조금 읽다가 접어 두었던 김영두(국사편찬위원회 연구사) 옮김,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2003, 서울, 소나무, 국판 607)를 대충 다 읽었다.

    32세에 처음으로 서울에 와서 벼슬을 시작한 소장학자 기고봉은, 58세로 성균관 대사성 벼슬을 하고 있던 명성이 자자하던 노학자 이퇴계 선생을 방문하여, 학문에 관한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이 두 분 사이에 10여년에 걸쳐서 100여 편이 넘는 편지가 서로 오고 갔다. 그 많은 편지들은 이퇴계 문집과 기고봉 문집에 대개 다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분들 사이에 나눈 사단·칠정 논변에 관한 왕복서간만 특별히 모은 이선생왕복서二先生往復書라는 책이 따로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책들이 모두 퇴계학연구원과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이미 다 완역되어 나왔다.

    그러나 사상사 전공인 역자가 낸 이 책은 그런 번역들 보다가는 좀 더 말이 쉽고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일상의 편지들 114편을 수록하였고, 2부에서는 학문을 논한 편지들 수 10편을 수록하였는데, 그중에는 일상의 편지들의 부록으로 학문을 논한 것은 따로 때어 학문을 논한 것으로 분리하여 놓았다. 그래서 전반에는 좀 내용이 쉬운 글만 모으고, 전문적인 내용은 뒤로 몰아놓아 우선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는 이 책의 뒷부분을 읽으면서 26세나 연하인 아들과 같은 제자에게 퇴계 선생이 얼마나 깍듯하게 예절을 갖추고 대하며, 상대방이 한 말에 대하여 얼마나 면밀하게 검토를 하고 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고 번역도 잘 되고, 해설도 괜찮은데다가, 원래 두 분의 이론의 요지가 깊이가 있지만 명확하고, 똑 같은 말이 준 편지와 받은 편지에 되풀이 되고 있으며, 다음에 다른 편지를 할 때에는 앞에서 하였던 편지의 내용을 다시 또 요약한 경우가 많으니까, 생각보다는 이 논쟁의 핵심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중요한 고전을 한권 다 읽어낼 수 있었다.

  • 언젠가 내가 죽으면 나의 장례식에 몇 명이나 와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세상 사는 일 어느 하나 쉬운 것 없다 하...
    언젠가 내가 죽으면 나의 장례식에 몇 명이나 와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세상 사는 일 어느 하나 쉬운 것 없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함께할 벗을 만났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퇴계와 고봉, 이 두 인물의 나이 차이는 무려 26살. 이제 막 과거에 급제한 고봉, 한 시대를 풍미한 노학자 퇴계를 같은 위치에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2003년 선정된 ‘올해의 책’이라는 광고(?)에 혹해 구입한 이 책에는 페이지마다 셀 수 없는 따스함이 베어있었다. 단편적으로 달달 한국사를 암기하던 시절, 두 사람이 했던 이(理)와 기(氣)에 관한 논쟁 요점 정리만으로 이 두 인물이 이토록 깊은 정을 나누었으리라는 짐작을 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성리학이라는 거대한 사상적 조류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 서로의 입장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서로 자신이 옳다며 목소리 높이는 모습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다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따름이었다. 물론 그들의 편지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학문적 견해에 대한 거침없는 주장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오늘날 흔히 벌어지는 막무가내식의 핏대 높이기와는 차원이 다른 싸움이었다. 오히려 그 논쟁 속에는 선비다움이 숨쉬고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예를 다해 존중하고 자신의 잘못을 과감히 인정, 수정하는 멋진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한 태도는 고봉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퇴계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의 편지에서는 삶에 대한 고뇌가 묻어났다. 끊임없이 자신의 삶의 영역을 넘나드는 병고와 외로이 싸우는 그들에게 멀리나마 존재하는 그 이름을 향한 그리움은 유난히도 컸다.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아픔은 조정 가득 간신들이 들끓고 하루가 다르게 서로에 대한 모함이 끊이지 않는 시대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벼슬로부터 물러나길 간청하는 퇴계를 헐뜯는 신하들과 좀더 높은 벼슬을 내리는 임금. 퇴계의 늙은 몸은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약한 기질을 타고난 고봉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은 젊은 나이의, 앞날이 창창한 그에게 임금의 총명함을 가로막는 간신들의 존재는 벼슬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그의 강렬하고도 예리했던 기개는 그 시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는 방황해야만 했다. 학문에 점진할 시간을 얻지 못함에 한탄하고, 지쳐가는 자신의 모습에 흔들리던 그는 46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비록 그들은 ‘사단칠정’이라는 화두(?)앞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다름 속에는 결코 서로간의 간격을 좁힐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제시한 글을 글자 하나하나 분해해본 것 마냥 정확하고도 자세하게 이해하고, 마치 싸울듯한 기세로 서로의 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던 그들의 논쟁은 실로 치열했다. 같은 주자의 글을 두고 이(理)와 기(氣)의 발현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은 두 인물 사후 전개되는 당쟁의 어마어마한 파장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맹렬함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학문적 역량을 높게 평가했으며, 문제제기를 하는 그 순간에도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이는 오늘날 자기만을 알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자기중심적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오늘날은 모든 것이 너무도 편리하게 행해진다. 어느 시간, 어느 곳에서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함께 대화하는 일이 가능한 시대를 우린 살고 있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함께 오히려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깊이는 더욱 얕아진 듯 하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는 까페나 커뮤니티는 더 이상 인간적인 정에 대해 보증해주지 않는다. 익명성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무책임한 발언과 원색적인 욕설이 난무하는 속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진실된 인간적 감정을 그리워하게 되는 듯 싶다. 현대적 교통도, 기기의 화려함도 존재치 않던 시절, 퇴계가 사망하던 해까지 무려 13년 동안 끊이지 않고 계속된 편지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읽히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인 듯 하다. 진실된 정을 나누면서도 학문적 치열함을 견지했던 두 사람, 그 따스함은 나를 절로 미소짓게 만들어주었다.
  • 옛 님을 그리며 | jo**eong | 2004.04.0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자신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이 한 권의 단아한 책을 만났다. 서양사에서 영혼의 교류라는 주제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자신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이 한 권의 단아한 책을 만났다. 서양사에서 영혼의 교류라는 주제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숙한 만남들을 늘 부러워 하면서, 우리 언어의 특징인 존대어가 세대나 신분을 뛰어넘는 그런 만남에 걸림돌임을 탓하여 왔었다. 일전에 ‘Tuesday with Morrie’라는 책을 잔뜩 추켜 세우며 아예 우리에겐 세대를 이어 주는 이러한 의사교통이 불가능할거라고 단정하기까지 했었다. 비록 퇴계와 고봉의 논쟁에 대해 학생 때 시험 준비과정에서 들어보기는 했겠지만, 그것이 이렇듯 서로의 애틋한 살핌으로 시작해서 예리한 학문적 논쟁으로 닿아가는 인간적 교류임을 몰랐었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이라면 의례 삼십 초반의 당돌한 고봉 기대승과 예순을 바라보는 대학자 퇴계 이황이 시작한 서신의 교환이 조선시대 유학에 끼친 영향에 대해 언급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나 학문에 무지한 내가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내용보다는 형식일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이들 두 대유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는 건 그것을 전달해 줄 매개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구성, 언어, 편집, 그리고 심지어 쪽번호를 단 방식까지도 글읽기에 게을러진 우리 세대의 기호에 맞추어 준 저자(번역자)와 기획자의 배려를 높이 사게 된다. “황은 머리 숙여 두번 절합니다…” 한자가 상형문자라는 개념밖에 남지 않은 내가 원문을 읽었다면, 또는 고고하신 학자님들의 언어로 남긴 번역본을 대했더라면, 한참 아래의 후학에게 이렇듯 겸사로 시작하는 퇴계를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두 학자가 정확히 어떤 구어로써 서로를 대했는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고, 저자의 주관적 의역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한 편의 역사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일이다. 우리 시대의 깨지고 닳아서 너덜너덜해 보이기까지 하는 언어를 피해 가고 싶으면서도, 이미 그것에 푹 절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따름인데, 평이하면서도 마음의 정성과 깍듯한 예의를 잃지 않는 저자의 단아한 언어가 황사를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듯한 상쾌함을 두 학자의 깊은 뜻을 더욱 맑게 느끼게 해 준다. 퇴계와 고봉을 읽으며 짐짓 내 생활의 익숙한 수단들에서 물러서게 된다. 이 시대에 발달한 통신 수단이 사람들 사이의 충돌을 더 잦게 만들고 심화시켰다는 의견에 나 자신도 그 희생자이자 주동자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침 한 번 꼴깍 삼키는 순간만 참으면 될 화를 손 끝에 있는 전화기를 통해 쏟아내는 순간, 나의 화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 냄을 알면서도 그 못 된 습관은 점점 더해만가고, 이젠 이메일조차 답답하여 메신저로 상대방을 쪼아대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교통 수단의 문제로 몇 계절이 지남을 기다려 편지를 전하고 또 그 답장을 기대하는 모습이야 한 시대의 생활상이라 지나칠 수도 있지만, 고봉을 편지를 받고 당장 답변하기를 억누르며 고찰의 시간을 갖는 퇴계에게서 나의 급함이 부른 실수들을 떠 올리며 숙연해진다. 내가 이 사회에 의미를 남길 교류를 가질 주체는 못 될지라도, 시간이나 공간을 넘어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많았을 것이다. 단지 나의 게으름과 부족했던 정성으로 십년의 세월, 나아가 평생을 가져갈 만남들을 순간에 그치게 만들어 왔지 않나 한다. 특히, 나를 고쳐 주려던 사람들을 석연치 않은 자존심에 물리쳤던 어리석음에 한스러워하며, 자신의 비워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우리의 옛 분들을 그린다. 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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