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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에 대한 옹호
251쪽 | B6
ISBN-10 : 8901110172
ISBN-13 : 9788901110172
의심에 대한 옹호 중고
저자 피터 버거,안톤 지더벨트 | 역자 함규진 | 출판사 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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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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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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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믿음들을 돌파할 '의심'을 권하다! 흔들리는 현대인을 위한 건전한 의심『의심에 대한 옹호』. 세계적인 사회학자인 피터 버거와 안톤 지더벨트는 무수한 선택이 끝도 없이 늘어진 오늘날의 사회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믿음'이 아니라 '의심'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심은 결단을 내리기 전에 한번 더 고민하고 숙고하는 신중함, 즉 진리를 찾기 위해 선행되는 지적인 활동이다. 칼뱅의 신정정치에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맹신과 회의주의를 보여주면서, 이런 근본주의들이 불러온 파괴적인 결과를 짚어본다. 그리고 근본주의들을 넘어서기 위한 방법으로 '의심하는 믿음'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피터 버거
저자 피터 버거(Peter L. Berger)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루터파 신학자. 현대인의 ‘믿음과 의심’을 종교학적·사회학적으로 고찰한 그는 192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당시 유럽 지성들의 지적 망명지였던 뉴욕의 사회조사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러트거스대학교, 사회조사 뉴스쿨, 보스턴 칼리지의 교수를 거쳐 1981년부터 보스턴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85년부터는 동 대학교의 문화, 종교 및 국제사안 연구소(Institute on Culture, Religion and World Affairs) 소장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최고의 사회학 입문서로 군림해온 『사회학에의 초대』, ‘전후 100대 문제작’으로 꼽힌 『자본주의 혁명』, 지식사회학의 고전이자 국제사회학회가 ‘20세기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회학서 10권’ 중 하나로 뽑은 『실재의 사회적 구성』(공저) 등이 있다.

저자 : 안톤 지더벨트
저자 안톤 지더벨트(Anton C. Zijderveld)는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철학자로,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서도 강연했으며 1985년부터 2002년까지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동 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문화·예술과 연계된 사회학 연구에 초점을 두고 네덜란드 주요 일간지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저술 활동을 해왔다. 저서로는 근대사회의 추상화 경향을 날카롭게 분석한 명저 『추상적 사회』 외에 『클리셰에 대하여』, 『거울 속의 실재』, 『복지국가의 가을』 등이 있다.

역자 : 함규진
역자 함규진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양 및 한국 정치사상에 중점을 두고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왕의 투쟁』『다시 쓰는 간신열전』, 『역사법정』, 『세상을 움직인 명문 vs 명문』, 『왕이 못 된 세자들』,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 등이 있고, 논문으로 「유교문화와 자본주의적 경제발전」, 「정약용 정치사상의 재조명」 등이 있다. 『죽음의 밥상』,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유동하는 공포』, 『히틀러는 왜 세계정복에 실패했는가』, 『록펠러가의 사람들』, 『마키아벨리』, 『팔레스타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감사의 말

Chapter 1. 근대성의 여러 신들
오늘날 세속화는 어디까지 왔나?
다원성의 의미와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갖는 의미
운명에서 선택으로-그 결과는?
다원성이 종교에 미치는 영향-개인과 집단

Chapter 2. 상대화의 동학
상대화(relativization)란 무엇인가?
인지 방어와 그 필요성
상대화가 종교에 미치는 영향
“상대화의 변증법”이란?

Chapter 3. 상대주의
상대화는 종교적-도덕적 ‘타자’를 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꾸는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실체와 서구적 세계관과의 상관성
상대주의자들은 어떻게 스스로의 상대화를 피하는가?
상대주의의 오류

Chapter 4. 근본주의
“근본주의”라는 말의 유래
오늘날 근본주의의 특성
근본주의와 상대주의의 비교
소규모의 근본주의와 전체 사회 차원의 근본주의
근본주의 집단의 전형적인 요구 사항
근본주의의 궁극적 대가는 무엇인가?

Chapter 5. 확실성과 의심
절대적인 진리란 있는가?
“진실한 신자”가 의심을 다루는 법
도대체 의심이란 무엇인가?
의심은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접근인가?
진지한 의심과 단순한 회의주의를 구별하는 법
의심이 상대주의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Chapter 6. 의심의 한계
의심 스스로를 의심해야 할 시점과 그 정도
도덕적 확실성에 이르는 방법
철학적 인류학의 효용
도덕성은 “인간 본성”의 일부인가?
도덕성은 단지 원칙을 따르는 것일 뿐인가?
건전한 의심이 사회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환경

Chapter 7. 중용의 정치
‘중용의 정치(politics of moderation)’란 무엇인가?
모든 인간이 부여받은 자유란?
인간의 자유와 존엄은 제도화될 수 있는가?
중용의 윤리의식이 통하는 방법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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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두 친구가 만났다. 한 사람이 묻는다. “기분이 별로인가 봐. 왜 그래? 아직도 백수라서 그래?” “아니, 지난주에 새로 취직했어.” “무슨 일인데?” “오렌지 농장 일이야. 나무그늘 아래 앉아 있으면 일꾼들이 오렌지를 따서 가져오지. 나는 그중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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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가 만났다. 한 사람이 묻는다. “기분이 별로인가 봐. 왜 그래? 아직도 백수라서 그래?” “아니, 지난주에 새로 취직했어.” “무슨 일인데?” “오렌지 농장 일이야. 나무그늘 아래 앉아 있으면 일꾼들이 오렌지를 따서 가져오지. 나는 그중 큰 놈을 한 바구니에, 작은 놈을 다른 바구니에, 중간치는 세 번째 바구니에 골라 담으면 돼. 하루 종일 그게 다야. 나무그늘 아래 편히 앉아서 바구니에 오렌지 담는 거.” 그 말을 듣고 친구는 이렇게 물었다. “모르겠군. 듣기로는 아주 쉽고 편한 일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우거지상인 거야?” 대답은 이렇다. “선택할 게 너무 많잖아!” -본문 중에서

우리는 크고 중요한 의심을 할 수도 있고, 작고 하찮은 의심을 할 수도 있다. 스스로에게 의심을 품을 수도 있고, 세상 전반을, 또는 신을 의심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에나 똑같은 것은 뭔가(또는 누구인가)가 기댈 만한가, 믿을 만한가,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즉 어떤 물건이나 사람이 “진짜”인지를 캐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심과 진리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 -본문 중에서

대체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개개인을 도와주기 위하여 방대한 생활방식과 정체성의 ‘시장’이 생겨났으며, 아이템마다 각각 지지자들과 경영자들(두 범주는 서로 겹친다)이 뒤따랐다. -「근대성의 여러 신들」중에서

처음에는 거대한 해방으로 경험된 상대화가 이제는 거대한 구속이 되어 버리는 것. 이제 개인은 과거의 잃어버린 절대성을 향수어린 눈길로 돌아본다. 아니면 새로운 절대성을 찾아 나선다. 이제 모색되는 해방은 상대성의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이며, 현대적 삶이 제시하는 수많은 선택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상대화의 동학」중에서

신앙이란 하나의 도박이다. 그리고 패하지 않는 도박이다. 기독교가 참이면 그의 신앙은 사후에 영예롭게 입증될 것이며, 만약 참이 아니라면 내세가 없다는 뜻이므로 자신의 패배 여부를 영영 알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주의」중에서

상대주의가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이유가 의심을 과대화하는 데 있다면, 근본주의의 위협은 의심의 과소화에서 온다. 극단적인 불확실성도 극단적인 확실성도 위험하다.. -「근본주의」중에서

이 모든 것의 중간지대는 의심이다. 이는 기초적인 불확실성으로, 신앙이나 불신앙, 지식이나 무지에 의해 파괴되지 않게끔 튼튼한 토대를 갖는 것이다. 이런 중간지대를 차지하기 때문에, 순수한 의심은 사람들이 만들고 퍼뜨리는 숱한 ‘-주의’로 귀결되는 일이 없다. 의심은 상대주의가 될 수 없다. 상대주의란, 모든 ‘-주의’가 그렇듯, 의심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확실성과 의심」중에서

학생들과의 논쟁에서 질문을 통해 선입견과 유행에 따르는 (그러나 종종 허위의) 믿음을 없애려 했던 소크라테스. 그는 질문을 하고, 자신은 해답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의 목표는 어떤 신념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신념과 선입견, 편견을 지워 없애서 정신을 깨끗이 하려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소크라테스는 자기 학생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확신을 억제하고 근본적인 의심으로 나아가게끔 체계적인 유도를 했다. -「확실성과 의심」중에서

이른바 스톡홀름 신드롬(납치당한 사람이 며칠 뒤에는 자신과 납치범을 동일시하고 심지어 그를 옹호하기까지 한 에피소드에서 나온 이름)은 참수형을 당하는 희생자가 그런 환상을 공유할 때 나타난다. “고맙습니다. 주 예수여. 나의 머리를 베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하나이다.” 장폴 사르트르는 이 현상을 “나쁜 믿음”이라고 불렀다. 희생자가 자신을 희생시킨 사람을 옹호하는 믿음이다. -「의심의 한계」중에서

진실한 신자들은 자신의 목적(그게 무슨 목적이든)을 위해 헌신적으로 행동할 뿐 아니라, 그 밖에는 해야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의심자들은 다른 것들을 이것저것 많이 고려한다. 가족, 직장, 취미, 선과 악의 문제 등등. 오스카 와일드는 “사회주의의 문제는 자유로운 저녁 시간을 온통 앗아간다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이 점을 염두에 두었다. -「중용의 정치」중에서

의심은 마비 상태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 중용은 또 다른 근본주의의 모습을 띨 필요가 없다. 중용의 정치는 중심의 확실성과 여러 행동의 다양성 사이의 균형 위에 정립한다. -「중용의 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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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파괴적인 근본주의와 급진적인 상대주의를 넘어, 흔들리는 현대인을 구원할 ‘21세기 방법서설’ 근대가 가져온 커다란 해방으로 느껴졌던 다원화와 상대화는 현대인을 무수한 선택지가 끝도 없이 늘어선 ‘대형마트’와도 같은 사회로 내던졌다. 우리는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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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인 근본주의와 급진적인 상대주의를 넘어,
흔들리는 현대인을 구원할 ‘21세기 방법서설’


근대가 가져온 커다란 해방으로 느껴졌던 다원화와 상대화는 현대인을 무수한 선택지가 끝도 없이 늘어선 ‘대형마트’와도 같은 사회로 내던졌다. 우리는 근대의 합리적인 지식과 선택의 자유를 자랑스러워하지만, 종교와 정치, 심지어 과학에서도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저마다의 진리들’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절대성을 찾아 나선 파시즘이나 종교적 광신도, “절대적 가치는 없다”고 외치는 무기력한 상대주의도 이 혼란한 모순들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러면 이 어지러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 세계적인 사회학자인 피터 버거와 안톤 지더벨트는 이제 중요한 것은 ‘믿음’이 아니라 오히려 ‘의심’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칼뱅의 신정정치에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맹신과 회의주의를 보여주는 한편, 이런 근본주의들이 불러온 파괴적인 결과는 어떠했는지 찬찬히 짚어본다. 그리고 그런 근본주의들을 넘어서기 위한 방법으로 ‘의심하는 믿음’을 제시한다. 그것은 맹신에 빠지지 않는 확신이며 이단을 만들지 않는 신앙,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새로운 믿음이다.
소크라테스부터 사르트르까지, 파괴적인 근본주의와 급진적인 상대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세계 지성들의 숙고를 따라가다 보면 광신과 회의란 잘못된 이분법임을, 다양한 신념들의 미래 생태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 다원화에 감염된 현대, 정체성과 세계관의 대형마트

현대는 선택이 난무하는 시대다. 오늘 점심은 무얼 먹을 것인가부터 시작하여, 인터넷 쇼핑몰의 무수한 상품 중 어떤 것을 골라잡을 것인가에 대한 단순한 선택에서부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 어떤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 같은 좀 더 정신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골라야 하는 선택지는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대형마트의 수많은 물건들 사이에서 어떤 것이 정말 좋은 물건이고 어떤 가격이 적당한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두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고 누구의 문화든 존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무엇도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의미 있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 신은 없지만 믿음은 ‘많은’ 사회, 근본주의와 상대주의의 ‘신자’들

이처럼 확신하기 어려운 시대이니만큼, 사람들은 자신을 삶 속에 붙들어줄 ‘믿음’을 찾아 헤맨다. 믿음을 얻기 위해 종교를 찾기도 하지만, 현대의 종교는 다원화와 함께 상대화되고 세속화되어, 절대적 진리의 전당이라기보다는 ‘선택된’ 생활방식이 되어 버렸다. ‘종교’가 선택되는 한편, 사람들은 총체적인 사고방식에 있어 하나의 ‘이즘’을 택하고 그것을 신봉하기도 한다. 근본주의와 상대주의를 가장 큰 예로 들 수 있는데, 자신 외에는 모두 틀렸다는 극단적인 근본주의와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상대주의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믿음’들은 더더욱 그 세력을 확장해 가며, 종종 맹신으로 발전해 적대와 긴장을 낳기도 한다. 종교 간의 수많은 분쟁은 물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치열한 논쟁들이 시간이 갈수록 냉철하고 합리적인 의견 나눔이 아닌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아귀다툼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 현대인의 사고에서 이 ‘맹신’이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 사회학 거장들, ‘믿음’ 아닌 ‘의심’을 권하다

그렇다면 이 ‘믿음’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이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철학자인 동시에 신학자이기도 한 저자들은 놀랍게도 믿음이 아닌 의심을 권한다. 이들이 말하는 의심은 모든 것에 딴죽을 거는 불온한 행위가 아닌, 결단을 내리기 전에 한번쯤 더 고민하고 숙고하는 신중함이다. 즉 의심은 진리를 찾기 위해 선행되는 지적인 활동이다. 무언가를 의심하는 것은 결국 그 끝에서 확신을 얻기 위해서인 것이다.
근대 서구철학은 17세기에 데카르트가 기초적인 방법론 원칙을 의심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사회학 거장들의 다채로운 지적 향연이 펼쳐진다. 칼뱅의 신정정치에서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이론을 통해 근본주의와 상대주의의 극단을 살펴보는 한편, 의심하는 힘을 통해 중도를 지키고자 했던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동서양 지성들의 ‘의심의 계보’을 따라가다 보면, 극단적인 맹신과 회의주의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그 근본주의들이 불러온 파괴적인 결과는 어떠했는지 찬찬히 짚어볼 수 있다. 이런 광신의 시대에 상대주의와 근본주의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의심하는 믿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맹신에 빠지지 않는 확신이며 이단을 만들지 않는 신앙,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새로운 믿음이다. ‘믿음’과 ‘의심’이라는 명제로써 우리 안에 내재한 부정적 근대성을 비판의 맥락으로 이끌어내는 두 거장의 사유는 지적이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흐름으로 현대 사회를 훑어 내린다. 이 틈에서 ‘상대주의’와 ‘근본주의’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중용’의 미덕을 실현하는 법을 알려주는 행동 지침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심 또한 의심받을 수 있기에 찬사 받아 마땅하다는 유쾌한 명제가 생각에 꼬리를 무는 지적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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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근대성이란 무엇인가? 근대성의 병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 종교·도덕·정치적 측면에서 해답을 구한 책이 바...
    근대성이란 무엇인가? 근대성의 병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 종교·도덕·정치적 측면에서 해답을 구한 책이 바로 《의심에 대한 옹호》(산책자, 2010)이다. 이 책은 미국 사회학자 피터 버거가 이끌던 보스턴 대학교 문화종교국제연구소의 연구프로젝트 '상대주의와 근본주의의 중용'에서 비롯된 소박한 결과물이다. 근대성은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를 낳는데 근대성의 원치않던 산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대주의와 근본주의라는 두 극단론인데 이 두 극단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비판적 사고의 근간이 되는 '의심하는 믿음'과 더불어 의심·확실성, 진리·광기, 상대주의·근본주의의 중간점에 자리를 잡는 '중용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근대성의 특징으로 다원화와 상대화를 강조한다. 근대성의 첫번째 특징은 '종교의 쇠퇴'라는 세속화가 아니라 다원성에 있다. 과학기술, 관료주의, 생활세계의 다원화는 대표적인 근대적 현상들이다. 여기서 다원성이란 "서로 다른 인간집단이 사회적으로 평화롭게, 서로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평화와 원만한 관계는 다원성의 근본요소에 해당한다. 근대성의 두번째 특징은 상대화다. 상대화란 "뭔가 절대적이라고 믿던 믿음이 약화되고, 심한 경우에는 소멸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근대성의 두 가지 특징은 각각 심각한 문제를 짊어지고 있다. 다원성의 문제는 "도덕의 근간이 되는 가치의 다원화는 종교적 다원화보다 더 다루기가 어렵다" 는 데에 있다. 즉 도덕적 다원화는 종교적 다원화보다 큰 문제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낙태와 동성결혼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가장 대표적이다. 한편, 상대화의 문제는 두 가지다. 한 가지는 극단적 상대주의는 니힐리즘과 데카당스와 같은 무정부주의적 상황을 초래한다는 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일정한 조건이 주어지게 되면 상대주의는 재빨리 새로운 절대주의로 탈바꿈한다는 점이다. 억압은 자유를 원하게 하지만 자유는 다시 억압을 갈망하게 만든다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명제와 마찬가지로 상대주의는 '상대성의 부담'을 야기하고, 사람들은 이런 상대성의 부담과 선택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불합리나 광신에 빠져들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근본주의는 "전통의 당연함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전통의 때 묻지 않은 과거상태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근본주의는 전통적 가치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나타난다는 점에서 반동적인 현상이고, 상대주의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에서 매우 현대적인 현상이다. 가령 상대주의의 병폐는 의심의 과대화고 근본주의의 병폐는 의심의 과소화에 있다. 책은 상대주의와 근본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오늘날 사회에서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믿음이나 회의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의심하는 믿음'이라고 역설한다.
     
  • 믿음이 상실된 사회라고 푸념하고 인간개개인과 집단의 신뢰 회복을 부르짖어도 모자란 형국...

    믿음이 상실된 사회라고 푸념하고 인간개개인과 집단의 신뢰 회복을 부르짖어도 모자란 형국에‘의심(doubt)’을 옹호하고 찬양한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하겠다. 여기서 의심은‘단순히 근거없이 믿지 못하는 마음’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보편적 확실성을 지닌 소수의 진리를 제외한 영역에 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한 생각이나 비판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궁극적으로 이 저작은 다원화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극한적 대립과 갈등을 무마하고 오늘의 인간사회가 지향하여야 할 가치와 도덕성으로서‘중용(中庸)’의 정치를 구현하여야하는 당위성을 말하고자 함이지만, 이의 도달을 위한 과정으로서 우리들이 처해있는 이념과 가치의 실재에 대한 성찰은 결론적 논지(論旨) 못지않게 중대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서구가 인식하는 세계사회의 다원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서, 바로 이 다원성으로 인한 숙고하여야 할 영역의 무한한 증가, 그리고 탈제도화로 인한 상대주의와 근본주의의 대두와 대립에 대한 고찰은 일부 편협하거나 왜곡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 논의는 동일한 사안에 봉착한 우리로서는 중요한 시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겠다.

    이 담론의 출발점은“서로 다른 인간집단이 사회적으로 평화롭게, 서로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 상태”라는‘다원성(Plurality)’이다. 다원화라는 다양한 문화와 인간생활의 충돌은 물질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지와 규범의 차원에서 선택하여야 할 영역을 증가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즉 개인이나 집단에게 선택이 이미 정해진 제도의 많은 것들이 이 다원화로 인하여 선택을 숙고하여야 하는 문제로 전환되거나 새로운 결정의 요구를 양산한다. 예전에는 물론이라고 당연시되던 것들이 더 이상‘물론’이 아닌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다시말해‘상대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다른 것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거나 또는 무관심으로 수용하기도하며, 방어하기도 한다. 즉 개인이나 집단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시각과 새로운 정보가 모순이 되어 충격을 받고 흔들리게 되면, 그 부조화의 정보를 전달하는 자를 회피하거나, 아예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아버리는 것과 같은 행동방어 또는 인지방어를 시작한다.

    특히 종교와 정치권력은 이러한 인지방어 수단의 개발에 탁월하단다. 즉 부조화 전달자를 매장해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죄인이다. 이단자다. 열등인종이다. 무지한 자들이다...”식의 인신공격을 통해 완전 신용 불가능한 범주로 묶어버림으로서 무슨 말이 나오든지 믿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허무화시키고 물리적 청산을 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사회의 오래된‘빨갱이’,‘친북’과 같은 언어로 반국가 사범으로 매도하거나, ‘미네르바’사건처럼 하찮은 부류의 무지한 처사로 치부하여 아예 사회에서 격리시켜버리고 권력의 부도덕성이나 정책의 실패를 은폐하는 것에서 발견 할 수 있다.

    한편 이렇듯 다원화로 인한 수용의 태도와 행동은 진리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진리라는 개념자체가 무의미하게 폐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모든 사안에 대해 의심으로 시작하는‘상대주의’와 “진리의 빛이 넘치는 내부세계와 무지의 어둠이 뒤덮고 있는 외부세계”로 엄격하게 이분법적 체제로 구분하여 자신들만이 명백한 진리라고 주장하는‘근본주의’로 나뉜다. 근본주의자들은“믿음의 부족은 죄이며, 신을 배반하는 일”이라고 의심을 받아주지 않으며, 상대주의자들은 무한한 의심으로 개인과 집단 모두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결국 “상대주의가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이유가 의심을 과대화하는 데 있다면, 근본주의의 위협은 의심의 과소화에서 온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심은 어느 정도까지에서 멈추어야 할 것인가? 과잉도 아니고 과소도 아닌 균형의 어느 지점에서. 여기서‘허버트 미드(Herbert Mead)’의 “타인의 역할-태도를 상호적으로 가정/내면화”하는 상호성 체험으로서 감정이입은 도덕성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다. 고문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는데, 누군가 고문희생자의 입장을 상호성을 통해 느낄 수 있다면 폐지를 주장할 것이고, 자신과 상호성의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감정이입을 회피할 수 있다. 즉 홀로코스트 동안의 나치 학살자들의 심리상태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봉쇄와 같이 아예 자신들과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다시말해 가장 악랄한 공격으로 타자의 본성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내면화한 사회이미지의 수준에 따른 도덕적 범위를 정하여 정의화(正義化)하는 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곤 이렇게 외친다. “우리 주 예수여, 이 심판을 내리소서”,“내가 너의 목을 베는 것이 아니요, 예수께서 하심이라.”라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며, 단지 신의 도구일 따름이다! 라고. 희생자를 만드는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한다. 이렇듯‘제한된 책임성’이라는 개념으로 거대한 허위의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의심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확실성’이라는 소수의 명백한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가 않다. 도덕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리 명백하지 않으며, 결국 주저와 의심이 더 많이 장려된다고 할 수 있다.

    확신과 의심의 위태로운 경계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서‘낙태’의 문제를 보면, 태아의 인권을 어느 시점에서부터 인정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우린 문제의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도덕적으로 타당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모든 인권을 갖춘 사람은 임신 후 5분 만에 성립한다는 견해와 태어나기 5분전까지도 사람이 아니다”는 견해가 팽팽하게 나뉜다. 과연 존엄성을 가진 인간을 우린 결정할 수 없으며, 알지도 못 한다. 그래서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의심을 빼놓지 않는 접근법을 통해 확실성과 의심 사이에 균형을 찾아 중용의 제도로 타협한다. 이는 근본주의와 상대주의, 즉 확실성과 의심의 중간지대를 찾는, 바로 의심을 유지하고 옹호하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하겠다.

    반대파 목소리를 보장하고, 집권자의 정책 비판역할을 위한 다당제처럼 민주주의는 의심에 기반을 두어 존립하는 체제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헌법국가와 민주적 정치체제가 의심에 사로잡혀있어서는 혼란으로 아무런 일도 취할 수 없게 되며, 바로 이 의심을 유지하려면 국가와 민주적 체제가 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그렇다고 의심을 적대시하면 법률지상주의나 독재정치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처럼 틈만 있으면 확실성으로 억압당할 수 있기에 의심은 취약하고 위태롭다. 그래서 불확실성, 선택의 영역이 증대한 다원화된 오늘의 사회에서 중용의 미덕은 실로 중차대하며, 의심이 옹호되고 찬양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인종, 생활관습이 그야말로 첨예하게 충돌하는 다원화시대에서 인간사회가 어떻게 화합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가에 대한 통찰력이 빛나는 도덕철학의 수작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근대성에 대한 서구 일방적인 시각이나, 포스트모던을 급진적 상대주의라고 논의 없이 왜곡하기도 하고,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는 실재의 정의를 위태롭게 한 주범이라는 등의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의 시각은 커다란 흠결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아쉬움을 남기는 중용의 사회학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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