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 환자들의 거주지 소록도에 새로운 병원장으로 취임한 조백헌이 온다. 그러나 그를 맞이하는 건 두 사람의 탈출 사고였다. 이 탈출 사고는 새 원장에 대한 부임 선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실상 이러한 탈출 사고는 자주 있어왔다. 죽기를 각오하고 탈출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조백헌 원장은 이해를 못한다. 섬을 떠나고자 하면 얼마든지 배를 타고 떳떳이 나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원장은 죽음을 무릅쓴 탈출이 아니라 천국의 섬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여 나아간다.

축구팀 조성부터 시작하여 득량만 매몰 공사까지 조원장은 유령의 섬에서 천국의 섬으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하지만 정작 섬 사람들은 침묵과 반목으로 일관하는데...

조원장과 섬 사람들간의 관계는 지배와 피지배층의 대립과 갈등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유와 사랑이라는 황장로의 말처럼 단순한 수직 관계가 아니었다. 믿음 없는 자유는 쟁취와 투쟁만 있기 때문에 당신만의 천국이 있을 뿐이다. 천국이라는 허울아래 섬 밖 일반인들의 시기와 멸시를 이용하여 설립된 천국은 결국 섬 전체의 울타리만 쳐질 뿐이다. 따라서 사랑이 동반된 자유로 인해서 건립된 천국만이 진정한 우리들의 천국인 것이다.

묵직한 주제를 어려운 낱말 구사로 인해 책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글자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봐야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속도도 더디기만 했다. 좀더 쉬운 문체로 평이하게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천국을 꿈꾸다

사람들은 천국을 꿈꾼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내세의 영생을 원하는 종교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긴 아닐 것이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 없는 삶, 대립과 반목이 없는 삶, 연대하고 부대끼는 삶.

그런 삶으로 가득한 곳을 천국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과연 수천 년 인간의 역사에 천국이 존재했던 적이 있을까.

과거에도 전쟁과 살인은 존재했고, 현재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에도 억압과 미움과 이기는 존재했고, 현재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가지지 못한 것을 인간은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딘가, 언젠가 세워질 천국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상가는 ‘유토피아’라는 이름으로 천국의 양상을 제시했고,

어떤 소설가는 천국과 대극되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눈먼 사람들을 일깨웠다.

난 <당신들의 천국>을 <유토피아>와 <1984/멋진 신세계>의 중간 지점쯤에

놓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둥이, 혹은 원장의 천국

한센인들의 섬, 소록도. <당신들의 천국>의 배경이자 주 무대는 그곳이다.

사회에서 철저히 배척당하고 짓밟힌 ‘문둥이’들이 모여 사는, 섬 중의 섬이다.

책임자이자 관리자로서 부임하는 병원장은 그들에게 ‘천국’ 건설을 약속한다.

그러나 허황된 약속만이 거듭됐고 ‘문둥이’들은 겉과 속이 더 문드러졌다.

소설은 (그나마 가장 진심이었을) 조백헌 대령의 실패 이야기가 뼈대를 이룬다.

다만 ‘동상’을 세우지 않았을 뿐 그가 밀어붙인 간척사업 역시 성과를 얻지 못한다.

도망치듯 물러났던 조 대령은 자기 발로 섬에 돌아오지만, 끝내 ‘하나’로 녹아들지 못한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겸손한) 지도자였지 한 번도 ‘문둥이’였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운명으로 뒹굴지 못하고 외려 몇 계단 위에 서서 구원의 방향만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결말에서 조 대령은 서미연과 윤해원의 주례사를 통해,

그들이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다.

제방과 제방이 이어지면 바다를 육지로 만들 수 있듯,

집단(일반인)과 집단(한센인)이 이어질 때, 진정한 천국이 발아할 거라고.

우리들의 천국은 어디에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자유를 지켜주는 권력(지배)이 가능할까.

권력 서열의 틀에서 벗어난 (오직 편의를 위해 설정됐을 뿐인) 지배-피지배가 가능할까.

불변의 이타심을 간직한 채 융화하는 집단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만약 그 가능성들이 ‘stairway to heaven’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발판이라면,

인간은 이 땅 위에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

올해 초 <문화일보> 특집 기사에 따르면, 이 책은 130쇄-47만 권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주일에도 수십 수백 권이 책이 서점가로 쏟아지는 현실에서

<당신들의 천국>이 30여 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여전히 굳건하다는 건,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천국’을 꿈꾸고 있다는 소박한 증거는 아닐는지.

이청준은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자못 엄정한 도덕과 윤리 원칙을 설파했다.

그 원칙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천국을 이룰 수 없다”라는 정언 명령이라기보다는

“이렇게 어려운 일이므로 천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비관적 전망으로 느껴지는 건

내 관점이 너무 삐딱하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 역시, 여전히, 어떤 천국을 꿈꾸고 있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니까.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지음

문학과지성사

이 소설에서 비판적으로 상대화하는 관점으로 영웅 조백헌이라는 인물을 집중 조명하고 결국 해체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 자신의 의혹과 불신을 대변하는 보건과장 이상욱이라는 인물을 소설 속에 파견하여 조백헌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저들의 천국'이 아니라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소설에서는 '당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에 대해 회의하고 자기 자신의 입장까지도 회의한다.
조백헌과 이상욱이라는 두 인물이 각각 대변하는 세계관 사이의 근본적인 대립은 '탈출 문제'이다. 정상성의 관념 자체가 가지는 배제의 폭력성에 대해서 회의하고, 동일성의 권력에 저항하려는 작가의 고뇌가 소설 곳곳에서 드러난다. 또한, 이 소설에서 거듭 강조되고 있는 '문둥이의 자유'는 실용적 가치와 물질주의에 의해 획일화되어가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방당한 자들의 자유를 대변한다. 

◆ 첫 번째 고개 - 한국 현대사 속의 소록도

영상 속의 소록도의 나환자들과 소설 속에 묘사된 나환자들을 비교

소록도의 나환자들과 같은 시선으로 사는 사람들​

◆ 두 번째 고개 - 줄거리 이해하기

1. 소설을 읽으면서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다, 책이 두껍고 내용이 길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2. 이 소설 속에 등장인물(주정수 전 원장, 조백현 현 원장, 이상우, 이정태, 황희백)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황희백이라고 생각했다.

3. 이 소설에 언급되는 '동상'에 대해서 명예,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생각되고 이로 인해 나화자들이 희생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4. 가장 인상깊었던 사건은 횃불 시위라고 생각된다.

5. 취임식에서의 조백헌 원장의 말은 본인의 개입과 '정정당당'을 강조하고 있고, 교사들의 결혼 주례 때의 조백헌 원장의 말은 마을의 화합을 부탁하는 느낌이 들과 믿음, 결합, 화합이 강조되고 있다.

6. 조백헌 원장이 취임식에서 교사 결혼식으로 하는 말이 바뀌게된 계기는 이상욱이 '환자들 스스로도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비판한 것 때문인 듯 하다.

7. 소설 속에서 이상욱이 조백헌 원장에게 쓴 편지를 보면 조백헌 원장이 꿈꾼 천국이 나환자들의 천국일 수 없다고 했고, 조백헌 원장이 생각한 천국에 높은​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다는 것은 조백헌 원자이 아무리 노력해도 건강인이기 때문에 나병환자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다는 뜻이다. 이상욱이 생각하는 나환자들의 천국은 개개인의 자유를 인정받을 수 있는 천국으로 나환자들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천국을 말하는 것 같다.

◆ 세 번째 고개 - 우리들의 꿈꾸는 천국의 모습

1. 소설의 제목 '당신들의 천국'대로 ​

① 조백헌 원장의 입장에서 본 '당신들의 천국'은 나병환자들의 천국이고, ② 이상우의 입장에서 본 '당신들의 천국'은 조백헌의 천국이며, ③ ​소록도에 사는 나환자 입장에서 본 '당신들의 천국'은 건강인들의 천국이다.

2.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는 천국의 모습은 성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는 나와 다르다.​

​2015.1.11.(일) 이은우(중1)

이청준선생님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있다.

서문만 읽었을 뿐인데,

청년시절, 깊이 읽었던, 선생님들이 모두 등장하신다.

시를 쓰는 사람이 되고자,

신분증과 다름없이 가방 속을 떠나지 않았던

오규원선생님의 <현대 시작법> 책도 생각나고,

<당신들의 천국> 소설, 서문에는 김병익선생님이,

<당신들의 천국>소설 뒷편에는

구조적이고 분석적이며 이론적이었던 문단의 평론에

정서적이고 감상적이며 인간적인 평론으로

새 지평을 여셨던, 김현선생님의 평론이 실려 있다.

그리고,

참으로 유쾌한 글쓰기와 다양하고,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글로 쓰신

이규태선생님도 등장하신다.

나는 이청준선생님과 오규원선생님을 직접 뵈었다.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고, 아끼는 친한 거리에 있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

한 때, 문학적 재능이 있다는 오만에 십만에 백만이 넘는

자만심으로 인간의 탈을 대신하였던....

젊디 젊었던 청년시절에 말이다.

자랑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청준선생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이라는 것이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인간적인 인문학의 심연을 보여주는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책도 좋고

사상책도 좋고

여느 사상가의 사상을 인용하여

현재 나의 심리를 글로 쓰는 것도 좋지만..

그저,

한 편의 소설을 읽고

시를 읽는 것도

좋은 인문학 공부가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나의 북로그에 기록을 하는 중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빌어..

내가 하고자 하는 진심을 남겨 본다.

한 권, 한 권 자세히 읽을 것이다.

보고 싶으다. 이청준선생님...오늘따라 특별히..그저, 그냥..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어디서든, 살고 계셨으면 좋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詩 나태주 <풀꽃>

이청준의 고향은 전남 장흥이다.  지금껏 나는 그곳을 지나쳐 강진이나 해남, 목포 등을 가곤 했다. 한번도 장흥이란 자그마한 군청소재지를 여행해 본적이 없다.  장흥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이청준 덕분이다.  한 시대의 걸출한 소설가를 통해 이 외진 남도의 끝자락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이곳엔 이청준의 생가가 있고,  문학시비가 있고,  묘소가 있다. 또, 그의 작품들의 무대가 됐던 고향 마을, 이웃 섬이 있다.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그리고 <당신들의 천국>은 하나같이 장흥과 그 주변을 무대로 쓰여진 작품들이다. 지금 그가 떠난 고향에서 친구였던 소설가 한승원이 뒤를 이어 왕성한 작품활동을 이어간다.  1976년 이청준은 고흥 소록도를 배경으로 문둥병 환자들(한센인)의 이야기를 썼다.  

소설을 읽기도 전에 독자들은 작품의 창작 연대와 제목의 중의성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된다.  대체, `당신'들은 누구를 지칭하고 `천국'은 누구의 낙원일까?  이 짧은 작품의 제목은 당돌한 저항을 함축한 듯 보였다. 1970년대는 사회 정치적으로 결코 행복한 시간들이 아니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는 작품 전반부에서 나름 해명된다. 문둥병자들의 섬, 그리고 그곳에 부임한 원장들의 횡포, 일제 시대로부터 이어져 내로온 숱한 인권침해와 탄압, 범죄와 비윤리적 단종수술. `당신들'은 소록도의 원장을 위시한 권력자들이었다.  `천국'은 정상인들이 일방적으로 만들고자 염원한 섬의 공간이었다.  작가는 일관되게 소록도와 그 섬 사람들에 집중한다.  소설의 시작에서 끝까지 엄혹한 섬 밖의 세상을 느낄 수 없다.   이상하리 만큼 협소하다.  

소설은 조백헌 대령으로 불리는 원장의 부임으로 시작된다.  군정시절이었기에 허리춤에 조원장은 권총을 찼고 그 점 때문에 위압적이자 권위적인 인상을 뿜어낸다.  하필 그날 섬에선 두 사람이 탈출을 감행했다. 원장은 부임인사도 하기 전에, 막무가내로 탈출사고 현장을 조사할 것을 지시한다.  그와 함께 현장을 동행한 보건과장 상욱은 조원장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다.  일제 시대 소록도에 부임한 주정수 원장이 있었다. 그는 소록도를 환자들의 낙토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런 명분을 내세우며 주민을 강제 동원해 무수한 공사를 진행시켰다. 공사가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섬의 풍광은 달라졌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일본인 주정수 원장은 섬 사람들의 낙토를 꿈꾼것이 아니라 원장으로서의 능력과 명성을 과시할 기회로 소록도를 이용했던 것이다.  그는 살아서 자신의 동상을 섬에 세웠고 매달 20일이면 그 앞에 원생들을 모이게하고 그의 업적을 찬양하게 한다.  그는 섬주민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원장의 배반이자 주민의 일탈이었다.

" 병사 시설이 늘어가고 새 선창이 생기고 종각과 만령당이 새로 지어져도 그것들은 원생들의 낙원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낙원은 오직 주정수 원장 혼자 속에 있을 뿐이었고, 그러한 작업의 결과들도 그 주정수 원장의 낙원 설계 속에서만 뜻을 지닐 수 있었다."  129쪽,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조원장과 대립적 위치에서 그를 견제하고 의혹의 눈초리로 감시하는 사람들은 두 명이다.  정상인인 보건과장 상욱과 섬주민 황장로다. 조원장은 주정수 원장과 같이 소록도라는 섬을 한센인들의 낙원으로 만들고자 한다. 거기까지는 배반자인 주정수와 같다. 하지만, 자신의 명성과 동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책임감과 사명감 때문이다. 소설의 결말에선 조원장의 그것이 `사랑'이라는 거대한 실천적 주제에 가닿는다. 독자의 예상을 빗나간 부분이다. 군사독재 시절 권총찬 원장은 이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오히려 섬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가르쳤던 의인으로 기록된다. 조원장의 정체성을 작가는 구체적인 헌신과 집념으로 다뤘다. 조원장은 한센인 축구팀을 만들어 군내 우승을 이끌어 낸다. 다시, 그같은 성공에 이어 원장은 소록도 앞바다 간척사업을 통해 주민의 경제적 자립과 성공을 꿈꾼다.

조원장은 군정시대의 권위주의적 인간이다. 축구팀 우승은 손과 발이 성치않은 사람들에게 감격을 안기지만 우승을 위해 목숨을 건 연습을 필요로 했다. 섬 사람들은 정상인들과 겨뤄 자신들의 팀이 이겼다는 것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심지어, 조원장의 막무가내 열정에 의혹의 시선을 던진 상욱까지도 눈물을 보일 정도로 감격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화제로 등극한 간척사업은 기술력의 빈곤과 외부의 도움이 없이, 순수하게 사람의 노동력으로 바다를 메우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이 거대한 사업은 물론 조원장과 섬주민들의 갈등의 폭발,  상욱의 섬탈출이라는 사건, 이웃 섬 주민들의 방해 공작 등 무수한 난관을 지나지만, 결국에는 조원장의 뜻대로 성공에 다가간다. 그렇게 소설속에서 조원장은 섬 주민들의 편견과 배반의 역사를 뒤로하고, 섬주민에게 헌신과 사랑을 보여준 의인으로 남겨진다.

하지만, 뭔가 석연찮다. 조원장이란 캐릭터는 `의인'으로 불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가 섬 사람들에게 자립과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행했던 축구팀 결성과 간척사업은 일본인 주정수 원장 못지 않은 희생자를 만들고 만다. 원생들의 부상과 죽음이 이어진다.  섬사람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자립과 자존감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그것은 군사정권 시절의 산업화에 비견될 수 있는 부작용과 부조리를 잉태했다.  과정은 잡음이 많은데 결말은 의인에 이른다는 것은 이 소설에서 가장 석연찮은 부분이다.  이 부분은 마지막 작가의 말을 통해 일부분 해명된다. 이 소설은 조창원이란 실제 모델을 갖고 있다. 작가가 소설을 쓴 시점은 조창원 원장이 소록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던 때였다. 조원장이 꿈꾼 낙토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현실적으로 예단할 수 없는 지점에서, 작가는 조원장의 캐릭터를 조심성 있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원장의 순교자적 봉사와 사랑의 삶을 부각시킴과 함께, 그의 과단성과 굳건한 신념이 자칫 자기 도취의 독선적 낙원 건설의 길로 치닫게 될 위험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주인공 조백헌 원장에 대한 그 같은 주문은 소설 이후의 실제 모델 조창원 원장의 현실적 삶의 숙제로 넘겨진 셈이었고, 거기에서 소설의 예언적 덕목이 성패를 달리할 수 있었다 "   이청준 작가의 말, <상상력과 현실의 경주>

이런 사정을 안다면, 소설의 표면적인 결말은 중요치 않게 된다.  조원장이 의인이었는가 혹은 조원장의 집념과 헌신이 사랑이었는가, 아니었는가 하는것도 무의미하다. 이 작품은 조원장의 `과단성과 굳건한 신념'의 위험성과 그것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이 무엇인가를 다룬 소설이라고 보는게 맞기 때문이다. 조원장의 헌신과 집념을 한 인간의 위대한 희생과 업적으로 풀이하면 이 작품을 실제 인물에 대한 `전기적' 작품으로만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배자의 일방적인 신념이 피지배자들의 관점에서 `폭력'과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작품의 상징성은 시대와 텍스트를 뛰어넘어서 확장할 수 있다. 

소록도에 부임한 원장들은 `조원장'까지도 섬사람들의 동의없이 자신들만의 낙토를 꿈꿨다. 정상인들은 환자가 되어보지 않고는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황장로는 말한다. 지금껏 원장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천국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누리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일방적인 명령이고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 그 섬의 주인들이 선택하지 않은 천국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행복을 꿈꾸라고 했다.  완벽한 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그것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숨막히는 지옥이 되어버릴 수 있다"(386쪽)는 것을 지배하는 자들은 알지 못했다. 이것은 1970년대 소록도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피지배민들과 소통하기를 꺼려하는 모든 시대 권력자들의 악습 아닌가.

이러한 일방성이 두드러진 영역을 굳이 따지자면 정치와 종교다. 역사적으로 정치는 권위주의와 종교는 교조주의의 옷을 입은 적이 많다. 권위주의는 독재의 기본적 특성이다. 이 소설이 배경이 된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 사회로 경제가 발전했는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진정 국민이 행복했는지는 별개 문제다.  정치적 자유가 포박된 시대는 끔찍할 뿐이다. `불신지옥'을 서슴없이 내뱉는 일부 종교인들의 폭력과 배타적 언사는 차라리 협박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중세의 마녀사냥과 이단심판소는 숱한 시민을 화형시켰다.  이청준의 작품은 사랑과 자유가 없는 천국, 인간이 행복하지 않는 천국이 어떤 형상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하여, 인간세계의 불평등과 권력관계 속에서 희생되는 가치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소설이 쓰여진 1970년대와 지금, 권력자들이 꿈꾸는 천국의 모습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윤리적 철학적 가치, 공정, 정의, 상식, 공감 보다 경제적 풍요로움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는 `그네들의 아주 이기적인 천국'에서 행복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