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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찰(선비의 마음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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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쪽 | A5
ISBN-10 : 8991087396
ISBN-13 : 9788991087392
간찰(선비의 마음을 읽다) 중고
저자 심경호 | 출판사 한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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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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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외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미선택 제본불량 미선택 부록있음 [중고 아닌 신간입니다.]

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20060509, 판형 152x223(A5신), 쪽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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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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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선비들의 편지를 전해주는 <간찰, 선비의 마음을 읽다>. 포은 정몽주에서 매천 황현까지 벗과 세상을 이야기한 선비들의 명문장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간찰은 본래 죽간과 목찰에 작성한 글이란 뜻으로, 종이에 적거나 비단에 적은 편지를 모두 가리킨다. 전통시대의 간찰에는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관계를 맺기 위하여 모색하는 긴장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 선비들이 친우에게 부친 간찰만을 골라서, 그 문체의 맛과 그 속에 담긴 서정의 깊이와 정신세계를 감상한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선비 24명의 간찰을 대상으로, 교제의 예술로서 간찰이 지닌 매력을 전해준다. 또한 선비들이 교우를 통해 인격과 책무의식, 학문과 예술을 향상시켜 나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소개

<저 자> 심경호(沈慶昊) 1955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일본 교토 대학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중국어학중국문학 전공)을 수료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조교수, 강원대학교 국문과 조교수를 거쳐 2006년 현재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강화학파의 문학과 사상》《한문산문의 미학》《조선시대 한문학과 시경론》《한국 한시의 이해》《한문산문의 내면풍경》《김시습 평전》《한시기행》《한시의 세계》 등이 있고, 역서로 《주역철학사》《불교와 유교》《일본한문학사》《금오신화》《인간 사마천》《역주 원중랑집》《한자, 백 가지 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

책을 엮으며


인생은 모이고 흩어짐이 무상하기에
오늘은 모였지만 내일은 또한 각각 어디로 가게 될지 모릅니다
- 이규보가 전탄부에게 보낸 우정의 간찰

일 만나 불평스런 이 마음을 누가 알겠소
시 읊을수록 머리칼만 부스스하다오
- 이제현이 원나라 문인 조맹부에게 시로 보낸 간찰

남쪽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서글퍼집니다
- 정몽주가 이집에게 부친 간찰

저는 외곬이라서 아무리 궁해도 구걸을 못합니다
- 김시습이 양양 부사 유자한에게 벼슬살이의 권유를 거절한 간찰

천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서로 사귀는 일은
옛사람도 숭상한 바입니다
- 이황이 조식에게 부친 간찰

억만 백성이 물 새는 배에 타고 있으므로
그것을 구할 책임이 실로 우리들에게 있습니다
- 이이가 송익필에게 현실참여의 의지를 밝힌 간찰

봄 늦은 산중에서 멋진 흥취가
절로 곱절이리라고 생각됩니다
- 장현광이 권극립에게 보낸 간찰

바람 잘 드는 마루를 벌써 쓸어놓고 기다리오
- 허균이 권필에게 내방을 권한 간찰

우리는 이 조선의 신하입니다
- 최명길이 장유에게 국사를 함께 논하자고 권한 간찰

나라 위한 근심이 사사로운 정보다 심하구려
- 송준길이 사돈들에게 시국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간찰

우리 백성들을 흐르는 강물에다 몰아넣으려고 하는 자가
있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 윤휴가 이동규에게 시국을 우려하는 마음을 토로한 간찰

산과 바다의 기이한 경관을 크게 얻어
흉금 사이에 거두고 쌓는 바가 응당 풍부하리라
- 박세당이 귀근 가는 제자 이정신을 축수하는 간찰

저의 마음으로는 우리의 공부가 장차 어떠하여야 할까
걱정할 따름입니다
- 정제두가 민이승에게 준 간찰

사람은 갔지만 편지를 받으니
이별의 마음이 조금 위로가 됩니다
- 이익이 홍중인에게 회포를 토로한 간찰

손님들이 방에 가득하였지만
재주를 시험할 수 없었다니 한탄스럽다
- 이광사가 지인이자 종형제에게 보낸 간찰

금년 봄에는 흉작의 봄 기근과 전염병으로 백성들이 죽어서
서로 베고 넘어져 있는 형편입니다
- 채제공이 이천 부사로 나가서 중앙의 고관에게 부친 간찰

마음을 기울이어 교분을 맺어 책선하여 주고
보인하여 주실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 홍대용이 청나라 학자 육비에게 준 간찰

배꽃에 흐르는 비를 맞으며 그림자하고 즐긴다오
- 이덕무가 백동수에게 안분지족의 뜻을 전한 간찰

그의 마음은 개자만 한데 먹물을 잘 먹으며,
토끼를 보면 그 털을 핥고 언제나 자신이 자기 이름을 부른다
- 박지원이 이덕무에게 준 희작의 간찰

우리들은 의견이 왕왕 거의 같아서, 비록 천리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두 가지라도 가만히 부합하는 것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 홍양호가 신경준에게 자문을 구한 간찰

흉년에 백성들이 근심하여 소란을 일으킨다는 소식은
아주 알리고 싶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 신대우가 공주 판관에게 부친 세밑의 안부 간찰

오늘은 시를 지어 진택의 영혼에 제사지내고 싶습니다
- 정약용이 윤지범에게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뜻을 토로한 간찰

오랫동안 길 잃고 헤매는 사람의 처지를 서글퍼한다오
- 이옥이 최구서에게 불우한 처지를 한탄하며 변려체로 쓴 간찰

나는 오직 이 밤에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 이학규가 어느 지인에게 유배지에서의 고통을 밝힌 간찰

그대가 서신을 보내는 것도 마음이요 내가 답장을 하지 않는 것도
역시 마음이니 마음에 어찌 둘이 있겠습니까
- 김정희가 초의 선사에게 근황을 알린 간찰

희디흰 자는 더럽히고 높디높은 자는 이지러뜨리는 것이 말세
풍속의 험난함이니, 또한 이것이 일반적인 사물의 이치입니다
- 이건창이 영흥 부사 이남규에게 보낸 간찰

세계가 날로 아지랑이 속에 빠진 듯 혼미해가니,
때때로 아주 잠들어버려 잠꼬대조차 하지 않았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 황현이 이건방에게 민족의 위기를 우려하여 보낸 간찰


덧붙이는 글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이메일 시대에 읽는 묵향 나는 옛 편지 간찰, 영혼과 영혼이 관계를 맺는 교제의 미학 오늘날 우리들은 편리한 이메일을 쓴다. 그보다 더 빠른 메신저와 문자메시지도 있다. 물론 그 나름의 고유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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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시대에 읽는 묵향 나는 옛 편지 간찰, 영혼과 영혼이 관계를 맺는 교제의 미학 오늘날 우리들은 편리한 이메일을 쓴다. 그보다 더 빠른 메신저와 문자메시지도 있다. 물론 그 나름의 고유한 맛이 있겠지만, 우리 선조들이 교류의 방식으로 택한 간찰과는 사뭇 격이 다르다. 가족과 친우들 간에 주고받던 편지, 즉 간찰이 주는 그윽한 멋과 맛을 요즘 세상에서 찾아보기란 힘들며, 그 사람 고유의 필적과 정성을 헤아릴 길이 없다. 전통시대의 편지를 간찰이라 하였는데, 간찰(簡札)은 본래 죽간과 목찰에 작성한 글이란 뜻이다. 통틀어 종이에 적거나 비단에 적은 편지를 모두 가리킨다. 중국 송나라의 철학자 정호(程顥)는 “서찰은 선비의 일에 가장 가깝다”(至於書札, 於儒者事, 最近)는 말을 하였다. 조선조 선비들이 완물상지(玩物喪志)라 하여 서예나 그림 등에 빠지는 것을 기피하면서도 간찰만은 예외로 두었던 이유는, 자신의 글씨와 문장력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일기와 함께 간찰은 가장 사적인 영역이면서 그만큼 다채로운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일기와는 다르다. 따라서 간찰은 교제의 미학을 담고 있다.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관계를 맺기 위하여 모색하는 긴장이 느껴진다. 간찰, 벗에게 보내는 선비의 우정 이 책에서는 다양한 내용의 간찰 가운데 친우에게 부친 간찰만을 골랐다. 친우라지만 같은 동년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망년우(忘年友)라 하여 나이와 사상의 차이를 떠나 교류했던 선비들, 곧 고려시대의 이규보?이제현?정몽주 등 3명과 조선시대의 김시습?이황?이이?장현광?허균?최명길?송준길?윤휴?박세당?정제두?이익?이광사?채제공?홍대용?이덕무?박지원?홍양호?신대우?정약용?이옥?이학규?김정희?이건창?황현 등 24명의 간찰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모두 우리 지성사에서 학문?정치?문학?예술 등의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최명길이 장유에게 보낸 간찰은 이 책에서 새로 발굴하여 소개한 것이다.) 이 간찰들의 공통점은 순수한 우정을 담아내었다는 점이다. 작성자들은 정치적 불안, 국난의 위기의식, 학문적 고독의 감정을 치유하기 위해 친구의 도움이나 이해를 청하기도 하였고, 정책의 입안과 구국의지의 실현을 위해 친구의 조언을 기대하기도 하였다. 또한 예술적 취향, 구도에 대한 열정, 소외의 현실과 관련하여 소회를 털어놓은 예도 있다. 이 간찰들에 눈을 주고 그 내용을 읽다보면, 교제의 예술로서 간찰이 지닌 매력을 느낄 수가 있고, 선인들이 교우를 통해 스스로의 인격과 책무의식, 학문과 예술을 향상시켜 나간 궤적을 살필 수가 있다. 간찰은 교제의 예술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에,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문자와 형식에 따라 표정과 태도를 나타낸다. 예(禮)를 중한얼미디어의 신간간찰, 선비의 마음을 읽다시한 사회답게 간찰에는 예의가 잘 갖춰져 있다. 상대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모습은 어느 간찰이든지 하나같다. 날씨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편지를 주고받는 대상에 따라 지켜야 할 예절이 정해져 있을 정도이다. 간찰을 전달하는 사람을 통해서 부채, 종이, 옷 등을 보낸다는 추신은 눈길을 끈다. 빈손으로만 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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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간찰은 교제의 예술, 우정의 미학을 담고 있다. 선비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장 직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문헌이 ...
    간찰은 교제의 예술, 우정의 미학을 담고 있다. 선비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장 직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문헌이 바로 간찰이다. 선인들은 편지라는 말 대신에 서찰, 간찰, 척독, 서신, 글월 등의 말을 자주 썼다. 심경호 교수는 27인의 선인들이 친구나 망년우에게 보내 우정을 표한 간찰만을 골라 엮었다. 고려시대의 이규보·이제현·정몽주 등 3명과 조선시대의 김시습·이황·이이·장현광·허균·최명길·송준길·윤휴·박세당·정제두·이익·이광사·채제공·홍대용·이덕무·박지원·홍양호·신대우·정약용·이옥·이학규·김정희·이건창·황현 등 24명의 간찰을 대상으로 삼았다. 내용을 보면 벗을 그리는 마음, 불우한 신세 한탄, 궁핍한 처지 반성, 사람됨의 도리, 목민관의 책무, 현실의 피폐와 부패 등을 담고 있다.
     
    "작성자들은 학문적 고독감, 정치적 불안감, 국난의 위기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의 도움이나 이해를 청하기도 하였고, 정책을 입안하고 구국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친구의 조언을 기대하기도 하였다. 또한 예술상의 취향, 구도에 대한 열정, 소외의 현실과 관련하여 소회를 털어놓은 예도 있다. "(8쪽)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 예로 담헌 홍대용과 청나라 학자 소음 육비와의 교유를 꼽고 싶다. 천애지기(天涯知己)의 국경을 초월한 교유는 상당한 노고였다. '보이지 않으면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보통 정성으로 유지하기 힘든 것이 바로 천애의 우정이다. 오늘날 한 학급에서 종일 같이 지내는 급우를 왕따하고 방과 후엔 SNS로 실시간 학대하는 놈들과는 천양지별이다. 담헌의 <여소음서>는 벗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간찰이다.
     
    "제가 듣건대, 벗이란 서로 선을 책려하고 인을 보도하는 것이라 합니다. 대개 선과 인이라는 것은 사람의 사람된 이유로서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그 선과 인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또한 선을 책려하여 주는 사람이 없이는 학문을 힘쓸 수 없고, 인을 보도하여 주는 사람이 없이는 덕성을 진취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점이 바로 벗이 소중한 까닭이며, 군신이나 부자와 함께 오륜 속에 드는 까닭입니다. 지금 세상의 이른바 벗이라는 것은, 어깨를 치고 소매를 잡아 서로 어울리지만 외모만 같이하고 마음은 달리하며, 예절을 자으면 소원하다 하고 어려운 일을 책임지우면 오활하다 하며, 환심 사는 것만을 서로 좋게 여기고 세력과 이해로써 서로 부르고 서로 얼리며, 향원이 되어가면서도 잘못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이런 것도 벗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고도 군신·부자의 오륜 속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196-7쪽) 홍대용 <여소음서與篠飲書>
     
    백호 윤휴는 17세기의 대학자다. 정통 주자학에 반하는 주체적인 수정주의 해석을 내세웠다. 당색이 청남에 속하는 윤휴는 숙종 1년 명성왕후가 정청에 나타나 복창군 형제를 제거하려던 부친 김우명을 옹호했을 때 왕에게 "전하께서 여기에 대하여 조관하지 못하신 것이 있는 듯 합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노론 일파에게 왕후께 '조관(照管)'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꼬투리가 잡혀 억울하게 사사당한다. 문자옥의 폐해를 백호도 잘 알았겠지만 잘 안다고 해서 척신들이 계획한 '백호 죽이기'의 덫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옛날의 도리는 말을 적게 하는 것을 중하게 여겼다. 말이란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적게 하려고 하는 것이겠는가? 말할만한 것을 말해야 하고 말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하지 않아야 할 뿐이다. 따라서 자신을 과시하는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고, 남을 헐뜯는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며, 진실이 아닌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고, 바르지 못한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한다. 말을 하는 데 있어 이 네 가지를 경계한다면 말을 적게 하려고 기필하지 않아도 적어도 적게 하게끔 된다."(140-1쪽) 윤휴 <언설言說>
     
    딸깍발이의 전형으로 선인들 가운데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솔직히 교과서에서 함자를 들어본 이들은 한결같이 딸깍발이 유형이 대다수였다. 만약 거기에 '연출된 광기'마저 더한다면 조선시대를 통틀어 매월당 김시습을 따라올 자가 없다. 그는 자신의 고집스런 성깔을 이렇게 토로한다.  
     
    “저는 외곬이라서 아무리 궁해도 구걸을 못합니다. 남이 주는 것도 받지 않고, 받더라도 어깨를 움츠리고 무릎으로 설설 기지 않습니다. 사례하더라도 감격해서 달려가는 법이 없고, 빙씨(氷氏, 순결한 마음)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제 자신 이것이 나쁜 습관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습관이 본성으로 굳어져서 바꿀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제 마음을 알아주는 이를 만나, 한 번 머리를 끄덕이고 한 번 말을 주고받은 뒤로 한 번 적은 돈이라도 주시면, 많은 선물을 받는 것보다 더 기뻐합니다."(48쪽) 김시습 <상유자한서上柳自漢書>
     
  •    H선배!      지난 연초, ...

       H선배!

     

       지난 연초,

    백 년 만의 폭설이라는 예상치 못한 훼방꾼의 출현으로 애를 태우다가

    길이 뚫리자마자 때 낀 잔설 속을 달려가 선배를 만난 지 반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누구는 그리운 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지만

    나는 선배가 눈에 보이지 않아 허전하게 느꼈던 적 없었습니다.

    선배가 찾을 때 내가 바쁜 핑계 댄 적은 셀 수 없이 많았어도

    내가 불러 선배가 답하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어서 그렇습니다.

     

    고향을 뜨고 나서 십 년이 세 번이나 지났습니다.

    고향이 내 몸과 마음을 키워준 것보다 더 오랜 세월이지만

    나는 한번도 고향을 잃었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선배가 우리 둘의 기억이 살아 있는 고향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는 오늘의 삶과 능소능대할 수 있는 변화의 처세,

    그 둘은 모두 제가 잘 해낼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 둘의 반대 편에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적거나 작거나 그것은 내 몫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힘의 온전한 시원은 바로 선배와 선배가 지키는 곳, 고향이었습니다.

     

    최근에 간찰(簡札)’이라는 묵은 내 나는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고려와 조선의 스물일곱 선인들이 쓴 서찰과

    그들의 삶의 내력을 말해주는 책입니다.

     

    먹을 가는 동안 정인을 가슴에 담고 

    진한 먹물을 찍은 붓끝에 온 마음을 실어 한 자 한 자 써내려 갔을 서찰에는

    오늘날 우리가 편리하게 날려보내는 이메일의 가벼운 정신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무게와 깊이와 뜨거움이 있었습니다.

     

    홍대용은 청나라에서 만난 육비(陸飛)라는 선비에게 보낸 간찰에서

    벗이란 서로 선()을 책려하고 인()을 보도하는 것이라 적고 있습니다.

    읽고 되뇌는 동안, 그리고 이렇게 선배에게 옮겨적는 동안  

    서로라는 구절에 마음이 걸리는 걸 어쩔 수가 없군요.

     

    선인들의 간찰에는 삶의 넋두리가 실리는 대신  

    수양과 성찰, 견인과 부축, 고담준론의 기상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나이가 같은 동년배만 친구가 아니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망년지교는 나이를 잊은 사귐을 이르고

    망년우는 나이의 경계를 생각하지 않는 벗이라는 말이랍니다.

    내가 선배의 망년우가 되고, 선배와 내가 망년지교를 키워가는 꿈,

    나 혼자만 꾸어보는 백일몽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옛사람의 간찰을 소개한 책 한 권 읽은 덕에 오랜만에 선배에게 편지를 써봅니다.

    앞으로는 이메일 대신 편지를 쓰고 우체국에 들러 우표도 사서 붙여볼 생각입니다.

    가운데 손가락 끝에 뭉툭하게 군살이 박이는 것도 다시 보고 싶고요.

    장마가 끝나면 곧 불볕 더위입니다.

    소나기 같은 시원한 소식 몰고 선배 만나러 한번 내려가겠습니다. 

    수원에서 못난 후배 두 손 모으고 인사합니다 

     

     

     

  • 진중한 문장이 주는 울림 | wo**501 | 2006.06.25 | 5점 만점에 4점 | 추천:2
    문장의 진중함은 종종 매체의 무게에 비례한다. 무한히 영에 가까운 현대의 글 들은 담고있는 정보의 가치를 따져 보아도...

    문장의 진중함은 종종 매체의 무게에 비례한다. 무한히 영에 가까운 현대의 글 들은 담고있는 정보의 가치를 따져 보아도 하찮을 뿐 아니라 이념도 사유도 없는 값싼 영혼의 응고인 경우가 허다하다.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거대한 바이트의 낭비에 불과한 글들로 인해 문장은 수양의 수단이 아니라 시시때때 하하호호 웃는 티비속의 연예인들 처럼 한낯 오락거리로 전락해버렸다. 간혹 만나게 되는 옛 사람의 글들이 유난히 반가운 것은 그 때문이다. 현대적 감수성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넘어 생존한 글들이 갖는 그 무엇 때문에.

     

    과거의 인간이라고 현재와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입 안의 달콤함은 즐거웠을 것이고 저속한 농담은 유쾌했을 것이며, 뒷담화로 우정을 돈독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기록하는 일에 있어 경박했을리는 없다. 정성스레 먹을 갈아 정좌하고 써 내려간 편지에 쉬이 농담을 지껄이기는 힘든 일이 아닌가. 책이 담고 있는 것이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이치에 대해 평생을 공부해온 사람들이 친우와 나눈 글 중에서 또 추린 글들이니 한문의 국어 번역임에도 읽는 내내 묵직한 문장에 가슴이 차분하다. 하지만 종일 점잔 만 빼는 것은 아니어서, 농담을 나누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하며 나라 걱정을 하기도 하는 것이 천상 사람 사는 모습이다. 전후 사정 없이 편지만 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편지를 나눈 개인들의 간단한 전후사정도 설명되어 있기는 하지만 친절하지는 않다. 글들 사이에 중요한 맥락이 있는 것이 아니니 한번에 죽 읽는 것이 아니라 가끔 생각날 때 마다 꺼내어 가며 한 토막씩 읽기에 좋은 책이다. 간찰을 먼저 읽고 전기적 사실을 읽어도 좋을 것이고, 먼저 설명을 읽고 간찰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어느 쪽이라도 즐거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사람마다 감정이 동하는 글이 다를 것이다. 사람의 일이라 어쩔 수 없다. 한동안 재미 없어 넘겼던 부분이 모종의 경험 후 갑작스레 공감이 갈 수도 있는 일이다. 

     

    종이에 편지 한 장을 쓰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이메일 만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 수 없다. 그것은 종이에 흑연이나 잉크의 흔적을 남기는 육체의 노동이며, 내용의 구상에서 부터 문장의 조탁까지 끊임없이 사고해야하는 정신 노동이다. 물리적인 거리와 그로 인해 걸리는 시간은 과거의 수신자이며 현재의 발신자인 이에게 많은 이야기거리를 남겼다. 하지만 현대의 매체를 사용하는 것은 꽤 곤란한 일이다. 종이의 형식을 적용하는 것은 매체의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보인다. 상대가 나의 수신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답장이 늦는 것은 나의 나태함과 상대에 대한 마음의 부족의 증거가 된다. 반추없이 초벌 그대로 적힌 문장은 쉽게 수정할 수 있는 대신 쉽게 망각된다. send를 누르고 나면 내가 무엇을 썼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편리는 중독이라 내치기 힘들다. 그래서 고지서만 들어있는 우편함의 모양이 종종 슬프다.

  • 간찰 | ek**dpssk | 2006.06.2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1
    간찰(簡札) 편지를 통하여 선비의 마음을 읽었다.간찰이 주는 영혼과 영혼이 맺는 관계의 미학은 그윽한 멋과 맛이 럭셔리하다.그...

    간찰(簡札) 편지를 통하여 선비의 마음을 읽었다.간찰이 주는 영혼과 영혼이 맺는 관계의 미학은 그윽한 멋과 맛이 럭셔리하다.그들의  순수한 우정과 애틋한 그리움은 벗을 그리는 마음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옛 선비들의 정신과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문자와 형식에 따라 예(禮)를 중시한 사회답게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모습은 어느 간찰이든지 한결 같다.심경호 저자는 간찰의 시대배경을 해석하여 독자가 이해하기 편하게 엮어 내었다.

     

    이책은 이규보·이제현·정몽주 등 3명과 조선시대의 김시습·이황·이이·장현광·허균,등24명의 선비들의 간찰을 대상으로 지기뿐만 아니라 정약용은 망년우(忘年友)가 되어버린 윤지범에게 애도하는 뜻으로 "오늘은 시를 지어 진택의 영혼에 제사지내고 싶습니다".이글을 읽으며 가슴이 찡해 오는 걸 느꼈다.살아오며 내가 친구들에게 못한 부분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삶에 얽매여 시간을 내지 못함이 그들은 얼마나 서운하게 생각했을까?이젠 모임을 하면 짬을 내어 지기들의 주름살 깊어가는 모습이라도 자주 만나야지!

     

    편지가 끊긴지 언제 인지 기억도 가물 거린다.밤새 썼다가 아침에 읽어보면 유치하기 짝이없어 버렸던 적이 한두번 이었던가?이젠 희미해져 갈 뿐이다.선비들의 모습은 은율을 담고 있어 멋지다.속내음까기 향기가 베어있다.이규보가 전탄부에게 쓴글중 "요사이 집에서 술을 빚었는데, 아주 향기롭고 텁텁하여 마실 만합니다. 우리 집 술이 며칠 되지 않아 바닥 날 것이니, 늦게 오시면 물만 마시는 곤욕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기를 그리는 애틋함이 한가득이다.그런데 요즘 우리내 삶은 인스턴트 삶같은 느낌이 든다.왜 그럴까?

     

    김정희가 초의 선사에게 보낸 글 중 "그대가 서신을 보내는 것도 마음이요 내가 답장을 하지 않는 것도 역시 마음이니 마음에 어찌 둘이 있겠습니까".한결같은 마음이 보배인데 만남은 어렵고 헤어짐이 쉬운 세상같다.다양한 취향의  지기들 얼마나 긴 여정동안 같이 갈수 있을까? 내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된다.이익이 홍중인에게 쓴글중 "사람은 갔지만 편지를 받으니 이별의 마음이 조금 위로가 됩니다" 요즘은 기다림의 미학이란 없다.친구를 만나도 돌아서면서 바로 전화로 문자로 전하니 그리워 할 겨를이 없다.이책을 읽고 내 친구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다 그립고 정겹고 보고싶었던 친구들인데 잊혀져 가네.내 자신을 반성하며 친구들을 잘 챙기고 살아가야 겠다.

     

  • 簡札(간찰) 간찰은 본래 죽간과 목찰에 작성한 글이란 뜻인데, 종이에 적거나 비단에 적은 편지를 모두 가리킨다. 따라서...

    簡札(간찰)

    간찰은 본래 죽간과 목찰에 작성한 글이란 뜻인데, 종이에 적거나 비단에 적은 편지를 모두 가리킨다.

    따라서 간찰이란 말은 꼭 원래의 형태와 필적을 지닌 편지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시대의 편지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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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이었던가?

    아내의 권유로 ‘편지’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이메일에 밀려 아주 오래만에 보는 편지글에 새록새록 옛 추억을 되새기며 마음 설레어 했네요.


    이번에는 ‘간찰’이라는 이름의 편지글들을 모아엮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간찰’(‘편지’)라는 닮은꼴의 제목에 다시 마음이 설레어 옵니다.

    오랜만에 사람냄새 가득한 책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아요. 

    그것도 수백년전을 살던 선비들의 드러나는듯 드러나지 않고, 보일듯 보이지 않는 깊은 멋 가득한 편지글이였지요.


    이규보, 정몽주, 김시습, 이황, 허균, 김정희, 박지원, 박세당등 그동안 역사책에서만 듣던 인물들의 마음속을

    편지글을 통해 엿보는 것 같은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편지글의 해제와 함께 역사적 정황이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잘 설명해 주어

    역사적 소양이 많이 모자르는 저였지만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사적인 스키마가 있다면 알고보는 재미가 배가될꺼라 생각합니다.)


    등줄기를 따라 땀이 주르륵 흐르는것이 점점 여름의 한가운데를 향해 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이런때 시원하게 물한바가지 끼얹어 몸을 식히고,

    평상에 누워 수박한입 배어물며 펴들면 잘 어울릴만한 책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다면 바로 이책이 한여름 신선놀음의 방점이 되지 않을까요?

     

    이상, 대학로에서 '달님이'였습니다.

     

    내용 ★★★★

    표지 ★★★★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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