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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쪽 | | 128*189*18mm
ISBN-10 : 8965642132
ISBN-13 : 9788965642138
동시대 이후 중고
저자 서동진 | 출판사 현실문화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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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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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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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이후: 시간-경험-이미지』는 기억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는 지금의 시각예술을 다시 살펴보고 기억과 경험을 더욱 정확하게 비판하려는 비평적 시도다. 1990년대 문화운동의 기수였고 현재 시각예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데 천착하는 서동진 계원예술대 교수는 대중매체와 예술작품들이 과거를 향한 회고에 몰두하는 것을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시각예술을 일컫는 용어로서 ‘동시대 예술’이란 사실상 ‘시간 없는 시간’의 예술이며, 바로 이 ‘시간 없음’을 사유하지 못하는 데 기억과 경험이라는 개념이 작동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기억, 경험, 공감 등을 일방적으로 힐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립된다고 상정되는 개념들을 더욱 선명하게 대질함으로써 기억의 편이냐 역사의 편이냐 하는 이분법을 넘어서고자 한다. 이 책에 실린 열 편의 비평문은 그 동안 저자가 음악, 영화, 미술, 사진,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글들이다. 이들을 한 줄로 꿰어내는 고리는 바로 ‘비판’이다.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온전하게 사유하기 위해서는 둘 모두를 동시에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평이 갈수록 ‘주례사 비평’으로 간주되고 그 정반대편에서는 별점과 댓글로 작품을 평가하는 시대에 『동시대 이후: 시간-경험-이미지』는 비평을 다시금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새롭게 사유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서동진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학과에서 가르친다. 시각예술과 자본주의의 문화/경제에 대한 비판적 연구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문화과학》 《마르크스주의연구》 《경제와사회》 등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2017년 전시 〈Read My Lips(합정지구)〉 〈공동의 리듬, 공동의 몸(일민미술관)〉에 참여하였으며, 퍼포먼스 작업인 〈Other Scene(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출과 퍼포머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지은 책으로 『변증법의 낮잠』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디자인 멜랑콜리아』 등이 있으며 그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목차

서문. 낌새채기로서의 비평

1부. 동시대: 기억과 역사 사이에서
인터내셔널!: 어느 노래에 대한 역사적 반/기억
플래시백의 1990년대: 반기억의 역사와 이미지
보론 1: 차이와 반복 - 한국의 1990년대 미술

2부. 동시대: 의식과 경험 사이에서
목격-경험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자오량의 〈고소〉에 관하여
사진의 궤적 그리고 변증법적 이미지
사진이 사물이 될 때, 사진을 대하는 하나의 자세
반ANTI-비IN-미학AESTHETICS: 랑시에르의 미학주의적 기획의 한계
보론 2: “서정시와 사회”, 어게인

3부. 동시대 이후
참여라는 헛소동
포스트-스펙터클 시대의 미술의 문화적 논리: 금융자본주의 혹은 미술의 금융화

참고문헌

책 속으로

무엇보다 기억 담론이 충분치 못하다고 따져야 할 이유는 그것이 역사를 비판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외려 역사를 불철저하게 비판했다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객관적 사실로서의 실증주의적 역사 인식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역사의 객관성을 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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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억 담론이 충분치 못하다고 따져야 할 이유는 그것이 역사를 비판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외려 역사를 불철저하게 비판했다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객관적 사실로서의 실증주의적 역사 인식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역사의 객관성을 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역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에는 충분히 수긍할 점이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들을 수집하고 검증함으로써 주관적인 기억에 의해 오염되거나 편향되지 않는 사실적 객관성을 통해 역사 서술을 하려던 실증주의적 역사 쓰기(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를 비판하려는 것이 역사의 객관성 자체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비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억은 주관주의라는 혐의 앞에서 기억을 통한 역사 쓰기의 비판적 효과를 스스로 단념하고 말아버리기 때문이다. - 26쪽, 서문: 낌새채기로서의 비평 〈인터내셔널가〉가 불렸던 장면들을 돌아볼 때, 그것은 외부로부터 도입된 공식적인 관료기구의 노래로서 불렸을 수도 있으며, 따분한 국가적인 의례나 정치적인 행사에서 식순에 따라 불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내셔널가〉가 그러한 운명에 갇히는 것이 그 노래에 기재된 역사적 기억을, 새로운 개인이 실천한 노동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흔적을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내셔널가〉를 기억하고 반복한다는 것은 어느 노래의 연대기적 역사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새로운 개인이 출현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을 제약하는 조건과 투쟁하며 사회적인 결속과 연대를 창출할 때 우리는 〈인터내셔널가〉와 다시 조우하게 될 것이다. - 58쪽, 인터내셔널!: 어느 노래에 대한 역사적 반/기억 그러므로 앞에서 말한 영화들은 1990년대를 통해 기억하기의 미학적 양식을 세공하는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여겨도 좋을지 모를 일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두고 어느 관객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봉테일’이라고 지칭하며 1980년대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고 혀를 내두르며 칭찬할 때, 실은 그가 감탄한 1980년대의 풍부한 재현이란 배역들의 절묘한 80년대 풍의 의상, <수사반장> 등과 같은 당시 TV 드라마의 인용, 무엇보다 그 수사반장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영화의 배역으로 기용하는(변희봉의 캐스팅), 말 그대로 혼성모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기억하기의 심미적인 양식화는 ‘1990년대를 기억하기’라는 작업을 통해 일반화된다. 그리고 이제 기억하기의 주체는 본격적으로 ‘세대화’된다. 제임슨의 말처럼 향수라는 기억하기 방식이 역사적 시대를 유행 변화와 세대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굴절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유행과 세대라는 두 가지 방식, 즉 역사적 시대를 대상화하는 방식(유행으로서의 시간)과 주체화하는 방식(세대로서의 주체) 모두를 똑같이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 - 83쪽, 플래시백의 1990년대: 반기억의 역사와 이미지 〈고소〉는 십수 년의 시간 동안 북경남역 근처에서 집요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정의를 바로잡기를 원하는 이들을 기록한다. 그러나 〈고소〉가 관객에 전하는 윤리적인 효력은 불의가 자행되었고 고통을 겪은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얻게 되는 비판적 의식에 있지 않다. 그것은 불의 속에 있는 이들을 목격함으로써 비롯되는 충격 그 자체이다. 목격으로서의 경험은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을 무릅쓰며 자신의 정의를 고집하는 이들을 목격하는 데서 비롯되는 놀라움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런 놀라움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은 바로 ‘윤리적 충격’일 것이다. 그러나 목격-경험으로서의 다큐멘터리가 경험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인가에 대해 물어보는 일은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십수 년의 시간을 목격-충격의 경험의 연쇄로 구성할 때, 우리는 그것이 역사적 시간을 제거하거나 억압한 채 찰나 혹은 순간의 시간으로 구성하고 있음을 눈치 채지 않을 수 없다. - 125쪽, 목격-경험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자오량의 〈고소〉에 관하여 이때 나는 앞서 인용한 박진영의 다짐을, 사진 본연의 속성에 천착하는 사진, 즉 ‘사진적인 사진’을 찾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실천하고 있음을 확인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는 그것을 ‘기억’이라는 이미지와 행위, 사진적 전략에서 찾고자 하는 듯이 보인다. 기억이란 바로 무엇을 찍을 것인가라는 선택과 상관없기 때문이다. 기억은 재현되어야 할 대상, 그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숱한 기술적·미학적 고려 등으로부터 사진가를 해방시켜준다(아니 그렇다고 가정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기억의 이미지라고 말할 때 그것은 사진의 제재나 주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진, 혹은 사진의 다른 존재방식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박진영의 어법을 빌자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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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동시대라는 시간 없는 시간을 넘어 그 이후를 사유하는 비평적 도전 기억과 역사 모두를 정확하게 비판하기 위하여 1985년 영화감독 클로드 란츠만은 〈쇼아Shoah〉라는 영화를 통해 “홀로코스트는 없었다”는 유의 수정주의적 역사 해석에 정면으로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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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라는 시간 없는 시간을 넘어 그 이후를 사유하는 비평적 도전 기억과 역사 모두를 정확하게 비판하기 위하여 1985년 영화감독 클로드 란츠만은 〈쇼아Shoah〉라는 영화를 통해 “홀로코스트는 없었다”는 유의 수정주의적 역사 해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역사적 기록의 빈틈을 파고들며 대량학살의 역사를 지우려는 반동적 시도에 대해, 란츠만은 강제수용소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으며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관객과 대면시켰다. 〈쇼아〉는 역사에 대항하는 역사, 즉 반역사(대항역사)로서의 기억의 힘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과 그들의 투쟁을 통해 기억의 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그토록 집요하게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를 삭제하려 할 때, 매주 거르지 않고 진행되는 수요집회에서 터져 나오는 생존자들의 목소리는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는 한 누구도 역사를 왜곡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더욱 강하게 한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기억과 경험, 공감을 강조하는 말들이 곳곳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객관적인 역사’란 남성의 역사, 백인의 역사, 자본가의 역사였음을 강조하는 이들은 여성의 기억, 아프리칸스의 경험, 노동자의 감각을 내세움으로써 잊히고 지워지고 사라진 소수자의 역사를 복원하려 한다. 현재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운동 역시 같은 자장에 놓여 있다. 이를 두고 보았을 때 기억에 대한 강조는 그 자체로 정치적 올바름을 획득한 듯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억을 어떻게 아카이빙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강변하는 입장은 지금의 시각예술에서 더욱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이 대중매체와 시각예술에서 과거 재현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데서 이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동시대 이후: 시간-경험-이미지』는 이렇게 기억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는 지금의 시각예술을 다시 살펴보고 기억과 경험을 더욱 정확하게 비판하려는 비평적 시도다. 1990년대 문화운동의 기수였고 현재 시각예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데 천착하는 서동진 계원예술대 교수는 대중매체와 예술작품들이 과거를 향한 회고에 몰두하는 것을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시각예술을 일컫는 용어로서 ‘동시대 예술’이란 사실상 ‘시간 없는 시간’의 예술이며, 바로 이 ‘시간 없음’을 사유하지 못하는 데 기억과 경험이라는 개념이 작동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기억, 경험, 공감 등을 일방적으로 힐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립된다고 상정되는 개념들을 더욱 선명하게 대질함으로써 기억의 편이냐 역사의 편이냐 하는 이분법을 넘어서고자 한다. 이 책에 실린 열 편의 비평문은 그 동안 저자가 음악, 영화, 미술, 사진,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글들이다. 이들을 한 줄로 꿰어내는 고리는 바로 ‘비판’이다.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온전하게 사유하기 위해서는 둘 모두를 동시에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평이 갈수록 ‘주례사 비평’으로 간주되고 그 정반대편에서는 별점과 댓글로 작품을 평가하는 시대에 『동시대 이후: 시간-경험-이미지』는 비평을 다시금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새롭게 사유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기억과 역사 사이에서 허둥대지 않는다는 것 1부 「동시대: 기억과 역사 사이에서」에 실린 세 편의 글은 지금의 대중매체에서 재현되는 역사가 기억의 아카이브에 의지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기억의 아카이브를 넘어 역사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글인 「인터내셔널!: 어느 노래에 대한 역사적 반/기억」은 혁명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인터내셔널가〉를 다양하게 복각하는 시도를 살펴본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전자악기 테레민으로 〈인터내셔널가〉가 연주될 때 거기서는 ‘좌파 멜랑콜리’라 할 만한 것이 나타난다. 즉 이젠 사라진 혁명을 노래를 통해 상기하면서 거기에 애틋함을 느끼며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내셔널가〉가 단지 향수에 그칠 수 없는 것은 이 노래에 담긴 유토피아적 주장 때문이다. 단결과 연대에 앞서 자유로운 개인을 요청하는 〈인터내셔널가〉는 그 때문에 개인들의 다양한 기억을 촉발한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한 필리핀 여성이 투사였던 아버지를 회상하며 그가 불러주던 〈인터내셔널가〉가 브람스의 자장가보다 더 좋았다고 말할 때, 그 노래는 더 이상 구소련의 공식 석상에서 불리는 것과 똑같이 느껴질 수 없다. “공식적인 기억의 서사 속에 수장된 〈인터내셔널가〉보다 더 많은 함량의 역사적 기억을 갖고 있을지(65쪽)” 모르기 때문이다. 대중매체와 예술작업이 과거를 재현하는 데 충실한 지금, 노래는 역사적 총체성을 사유하고 경험하는 데 있어 피난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플래시백의 1990년대: 반기억의 역사와 이미지」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이 보여주는 과거 재현의 전략이 1990년대라는 시간대에 치중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적극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시대, 본격적으로 소비문화가 형성된 시대로 기억되는 1990년대는 그 이전의 ‘운동권 문화’가 만개했던 1980년대와는 구분되곤 했다. 1990년대를 향한 향수는 ‘밤과 음악 사이’ 같은 레트로 펍의 등장,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7080 가요’, 과거의 소품을 꼼꼼하게 재현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더욱 두드러진다. 저자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오기 훨씬 전인 2000년대의 영화들에서 이미 그와 같은 경향이 나타났음을 지적한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괴물〉은 1980년대를 1990년대의 전사前事로서 다룬다. 저자는 당시를 연상시키는 소품과 사운드를 통해 재현된 1980년대는 1990년대 이후의 기억을 통해 재구성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1990년대라는 시점으로 바라본 1980년대는 ‘민중’이라는 보편적 주체가 감각적 공동체를 분열시켰던 역사를 흐리게 함으로써만 재현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1990년대는 새로운 감성을 발견한 1980년대의 음화일 뿐이며, 그와 같은 재현 전략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1부의 마지막 글인 「보론 1: 차이와 반복 - 한국의 1990년대 미술」은 1990년대 미술비평을 이끌었던 포럼 A를 돌아보는 작업이다. 1990년대를 ‘한국 동시대 미술’의 시작으로 꼽는 이들은 당시의 작업들을 하나하나 수집하고 분류하면서 ‘동시대 미술’의 상을 구축하고, 그럼으로써 당대를 사회학적 사실로 환원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역사적 분석으로서의 비평은 사라지고 만다. 비평이란 “매체이든 형식이든 전시형태나 제도이든 비평이든 모두 역사에 의해 매개되고 규정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108쪽)” 때에야 가능할 것이다. 의식과 경험 둘 중 하나를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2부 「동시대: 의식과 경험 사이에서」는 기억에 못지않게 경험에 주목하는 동시대의 예술작품들과 비평들을 살펴보면서 경험에 함몰되지 않는 비평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목격-경험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자오량의 〈고소〉에 관하여」는 중국의 독립 다큐멘터리 〈고소〉를 통해 경험을 재현하는 방식이 처한 윤리적 곤경을 따지고, 중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관찰적 다큐멘터리에서 성찰적 다큐멘터리로 변화했다는 평가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되묻는다. 자오량 감독의 〈고소〉는 중국 중앙정부에 항의하는 고소인들을 비추지만, 이들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감독은 의도하지 않게 고소인들의 삶에 개입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동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관객 역시 영화에 이입해 윤리적인 선택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저자는 관객이 받는 윤리적 충격에만 주목할 때 “그것이 역사적 시간을 제거하거나 억압한 채 찰나 혹은 순간의 시간으로 구성하고 있음을(125쪽)” 놓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경험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어서 「사진의 궤적 그리고 변증법적 이미지」와 「사진이 사물이 될 때, 사진을 대하는 하나의 자세」는 각각 사진가 박진영과 염중호의 작품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사진의 궤적 그리고 변증법적 이미지」에서 사회적 다큐멘터리로서의 사진을 제작했던 박진영이 ‘사진 그 자체’로서의 사진으로 회귀하는 양상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2000년대 초반 파노라마 사진 작업을 통해 당대의 인물과 공간을 사회학적으로 살피던 박진영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비추면서는 사진의 물질성 자체에 천착한다.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뒤에 우연히 발견한 사진을 전시할 때, 재난 현장에서 수집한 사물들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을 때, 그때의 사진들은 존재만으로도 특정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그런 점에서 박진영의 작품들은 ‘감각하게 하는 이미지’로서 동시대의 사진이 어떤 경험과 기억을 환기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사진이 사물이 될 때, 사진을 대하는 하나의 자세」는 염중호의 〈괴물의 돌〉 전시를 살펴보면서 이미지-사진에서 사물-사진이 되어가는 동시대 사진의 추세를 다시금 확인한다. 저자는 염중호의 작품이 그 같은 추세를 그대로 따라간다기보다 오히려 이를 냉소하고 사진에서 사진 그 자체의 실체를 찾으려는 시도에 대한 농담 같은 것이라고 비평한다. 경험에 몰두하는 경향에 대한 이론적 비판은 「반ANTI-비IN-미학AESTHETICS: 랑시에르의 미학주의적 기획의 한계」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다뤄진다. 저자가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이론가는 자크 랑시에르로, 특히 그의 『해방된 관객』은 ‘비판’이라는 기획 자체를 문제제기한다는 점에서 동시대 미학의 경향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비판에 의지하지 않는 해방의 정치가 가능하다고 믿는 랑시에르에게 있어 비판은 자신이 비판하는 세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줄 뿐이다. 저자에 따르면 랑시에르는 ‘해방을 통한 새로운 감각적 공동체의 노선’을 제안한다. 해방을 통한 새로운 감각적 공동체의 노선이란 정치적인 것과 미적인 것이 전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을, 노동자와 예술가가 동일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랑시에르의 미학주의적 입장에 반해, 저자는 비판을 옹호하기 위해 프레드릭 제임슨의 ‘인지적 지도 그리기의 미학’을 다시금 소환한다. 동시대 예술이 경험에 천착하는 데 반해 인지적 지도 그리기는 인식으로서의 예술을 강조한다. 예술의 목적이 진리를 인식하는 데 있다면 비판은 필연적이다.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구조 사이의 불일치를 인식하고 둘 사이를 매개하는 것이 바로 비판이기 때문이다. 동시대 미술비평의 한가운데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는 랑시에르를 향한 이론적 도전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1부에 이어 또 다른 보론인 「보론 2: “서정시와 사회”, 어게인」은 ‘세월호 이후의 글쓰기’를 주장하면서 다시금 사회를 이야기하는 듯한 문학저널리즘의 현재를 짚고 그것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저자는 ‘4.16 이후의 정동-쓰기’를 강조하는 글에 대해 비평하면서 세월호 이후의 글쓰기가 ‘세월호’라는 윤리적 충격에 대한 반응일 수밖에 없음을 수긍한다. 하지만 그처럼 충격에 사로잡힌 글쓰기는 오히려 경험 그 자체를 망각해버릴 위험에 놓인다. 그렇기에 문학은 ‘세월호 이후의 문학’을 강변하며 충격적 경험을 통해 사회를 끌어들이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경험을 매개할 새로운 형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간 없는 시간을 넘어 그 이후를 사유한다는 것 3부 「동시대 이후」는 동시대 시각예술에 대한 비평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문화 현상과 정치적 주체의 관계를, 또한 예술작품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더욱 명민하게 탐색하고자 한다. 「참여라는 헛소동」은 ‘1000만 관객 영화’의 등장이라는 현상을 ‘영화-이후적 관람양식’의 출현과 긴밀하게 연결해 분석하는 글이다. 극장에 머무르지 않고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지금은 영화-이후적 관람양식이 일반화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1000만 관객 영화 시대의 관객은 영화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의 내용을 파편적으로 가늠하고 SNS에 도는 별점과 한줄평으로 영화 관람 여부를 결정한다. 동시대의 관객이 파편화된 시각적 충격에 주의를 집중할수록 영화에 관한 정보와 감각적 경험도 더 많이 만들어진다. 또한 이들은 SNS 등을 통해 유사 능동적인 참여에 몰두하고 있다. 극장에서 수동적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오히려 그 수동성 때문에 타인의 삶을 인정할 수 있는 계기를 얻는 것과 달리, 동시대의 관객에게 그런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이후적 관람양식을 향유하는 관객은 대표의 위기, 계급정치의 몰락, 우익 포퓰리즘의 성향과 같은 오늘날의 정치적 풍경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스펙터클 시대의 미술의 문화적 논리: 금융자본주의 혹은 미술의 금융화」는 끊임없이 셀러브리티 작가가 배출되고 미술비평가가 일종의 취향제조자로 변신한 동시대 미술을 살펴보면서 그 같은 변화의 한가운데에 ‘미술의 금융화’가 있음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기업가적 도시 혹은 글로벌 시티가 확장되면서 현대의 미술관은 블록버스터 전시를 기획하는 탈근대적인 오락 시설이 되었다. 국제 비엔날레의 활성화와 갤러리의 범람이 포개지면서 기업가적 도시는 이제 세계적인 작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술품이 주식이나 펀드, 파생금융상품처럼 그 자체로 가치를 갖고 교환되는 자산으로 표상된다는 데 있다. 미술품을 화폐와 같이 취급하는 ‘미술의 금융화’는 금융자본주의의 문화적 논리로서 동시대 미술 현장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관/갤러리와 백화점/쇼핑몰이 서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진 도시의 풍경과 작가들의 명사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예술의 내재적 변화와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매개하는 비판이 자취를 감춘 동시대 미술에 있어, 예술로부터 어떤 정치적 행위가 가능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다시금 사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논의를 펼치고 있는 『동시대 이후: 시간-경험-이미지』는 동시대라는 시대상과 그에 긴밀하게 얽혀 있는 기억, 경험 등의 개념을 아주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분석하는 비평적 시도다. 서로 다른 개념을 손쉽게 절충하거나 어느 한 편에 서서 다른 편을 힐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비판한다는 것. 그것은 변증법적 비판이 사라지다시피 한 오늘날의 비평을 갱신하고, 미학과 정치를 새롭게 매개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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