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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교사인가 ▼/벗[1-240010] 도서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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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쪽 | A5
ISBN-10 : 8996603449
ISBN-13 : 9788996603443
나는 왜 교사인가 ▼/벗[1-240010] 도서관용 중고
저자 윤지형 | 출판사 교육공동체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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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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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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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먼저 ‘교사’에게 눈을 돌려라! 『나는 왜 교사인가』는 저자 윤지형 교사가 교육의 희망을 ‘교사’에게서 찾고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교사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02년과 2005년 두 해 동안 월간 <우리교육>에 ‘윤지형의 교사탐구’라는 꼭지로 연재한 내용과 2009년과 2010년 새롭게 인터뷰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더불어 10년이 흐른 지금, 당시 교사들의 열정적인 삶의 모습이 어떻게 전개되어 변화ㆍ발전했는지 당사자들이 직접 쓴 편지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13명의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고민을 들어보며, 교육의 희망을 찾는 계기를 마련한다.

저자소개

저자 : 윤지형
저자 윤지형은 부산 내성고 교사.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나 1985년 부산진여고에서 교사의 삶을 시작했다. 1989년 여름, 전교조가 결성될 때 해직되었다가 1994년 봄, 부산중앙여고에 복직한 후 양운고, 영도여고, 부산여고, 신곡중을 거쳐 지금은 내성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배우며 하고 있다. 나는 왜 교사인가? 새내기 교사 시절엔 명쾌하게 답하기도 했던 이 물음 앞에 오늘은 캄캄하기만 하다. 길은 먼데 몸과 마음은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워즈워스의 시 구절처럼 ‘어린이는 인간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임을 잊지 않고자 한다. 흔들릴 때면 ‘나를 등불 삼고 진리를 등불 삼으라自燈明 法燈明’는 붓다의 가르침을 생각한다. 교육 장편소설 《선생님》(1990), 청소년 성장소설 《예수, 모란여고에 부임하다》(1992), 교육 산문집 《학교 너는 아직 내 사랑인가》(2001), 전교조 창립 20돌을 맞아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그 스무 해의 비망록》(2009), 최근《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2011)을 펴냈다.

목차

1부 어쨌든 아이들이 좋다
보리밭, 작은 연못, 풀벌레 그리고 미술 시간 _ 임종길
‘담임 전문가 & 수업 예술가’를 아시나요? _ 박춘애
다시 활짝 펴질 그 마음의 파라솔 _ 김명희
‘체육의 창’으로 철학하는 한 체육 교사의 꿈 _ 이병준
멈추지 않는 ‘사랑의 오프사이드’ _ 안준철

2부 교사로 산다는 것

길은 ‘감동’과 ‘행복’으로 통한다 _ 여태전
‘모던 차일드’의 초상 _ 박원식
나는 ‘수학’한다, 고로 존재한다 _ 김흥규
한 전문계고 교사의 사는 법 _ 임동헌

3부 바람에 맞서거나, 바람이거나

그 별은 ‘교육 & 예술’ 노동으로 빛난다 _ 김인규
시인은 분투한다 _ 조향미
‘은꽃’ 선생님의 ‘기적’의 나날들 _ 홍은영
래디컬한 인문주의자가 된 까닭 _ 이계삼

책 속으로

숙지중 다음 학교는 공장 오폐수의 악취와 공해로 사회문제가 된 시흥의 시화공단 부근 정왕고였다. 그로선 극악한 환경 상황과 맞닥뜨린 셈. 그러나 가는 학교마다 어떤 형태로든 환경-생태 수업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던 임종길이다.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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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지중 다음 학교는 공장 오폐수의 악취와 공해로 사회문제가 된 시흥의 시화공단 부근 정왕고였다. 그로선 극악한 환경 상황과 맞닥뜨린 셈. 그러나 가는 학교마다 어떤 형태로든 환경-생태 수업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던 임종길이다. 그는 정왕 교정에 아이들을 위한 ‘랜드’을 건설(!)키로 한다. 랜드라니, 너무 거창? 아니다. 그는 ‘전지구적으로 사유’하되 ‘우리 동네부터 실천’할 줄 아는 실사구시주의자다. 임종길은 교정의 잔디밭을 주목한다. 그가 보기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만 꽂혀 있는 잔디밭이야말로 공연히 넓은 땅만 차지하고 있는 쓸모없는 땅이다. 그는 여기를 아이들이 즐거이 드나들 수 있는 자연의 작은 품 같은 쉼터이자 공부터로 만들 작정을 한다. 마음먹기가 쉽지 않아 그렇지 시작만 하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는 일. 임종길처럼 거기에 들꽃과 조롱박과 수세미를 부지런히 심고 물을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풀벌레와 잠자리와 나비뿐 아니라 아이들도 자연스레 날아드는 것이다. 이곳이 이름 하여 ‘종길랜드!’ 생태적 유토피아의 상징이라 할 이 작은 종길랜드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와 집 가까운 곳의 공해 환경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자연스레 알게 되었으리라.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이 말이다. 천국을 보여 줌으로써 지옥을 사유하게 했다고 할까? - 보리밭, 작은 연못, 풀벌레 그리고 미술 시간 _ 임종길

1999년 어느 날 경북의 한 공업고의 국어 선생 박원식은 ‘철가방’을 들고 교실로 들어선다. 아이들의 눈길이 일제히 철가방으로 향하고, 웅성거림과 함께 폭소가 터진다. 틈만 나면 책상에 엎어져 자는 게 일과인 녀석들까지 잠이 깨선 멀뚱멀뚱 철가방에 초점을 맞춘다. 문답이 시작된다. “그 안에 뭐 들었십니꺼?” “알아맞혀 봐라.” “먹을 거요!” “짜장면!” “글쎄다.” “빨리 열어 보이소!” 박원식은 교탁 위에 올려 둔 철가방 문을 천천히 연다. 그리고 꺼낸다. 분필통, 교과서 등등을. 학생들은 실망을 했을까? 아니면 예상을 했을까? 여하튼 그들은 짐짓 야유를 보내지만 교사는 벙글벙글 웃기만 한다. 이윽고 그는 말한다.

“철가방 속에선 짜장면만 나온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책이 나올 수도 있다. 책은 영혼의 양식이다. 그래서 나 오늘 국어 40인분 배달 왔다.”

그런데 이런 ‘깜짝쇼’의 약발은 일주일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걸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다른 입장 방법을 ‘연구’ 안 할 수가 없다. 훌륭한 배우는 등장과 퇴장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는 어떤 날은 가발을 쓰고 등장하고 어떤 날은 뒷문으로 살짝 도둑처럼 나타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앞문을 이용하되 뒷걸음으로 들어간다. 몇 년 전 여름엔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포도를 먹고 있는 중에 수업 종이 치자 그는 포도 한 송이를 들고 교실로 향한다. 학생 모두에게 한 알씩 나눠 주기에는 모자랄 것 같으니까 그는 머리를 쓴다. 아이들에게 돌아가며 문제 풀이를 시키고는 틀린 아이들부터 포도 알을 선사키로 한 것이다. “니는 답을 못 맞혔으니 얼마나 섭섭하겠노?” 이런 위로의 말과 함께 말이다. 요즘 들어 그는 그 문제의 철가방에 실제로 먹을 것을, 그러니까 사탕 같은 걸 봉지째 넣어 가서 아이들과 나누어 먹기도 한다. 아이들의 실제 바람에 눈높이를 맞춰 본 셈이다.
- ‘모던 차일드’의 초상 _ 박원식

“전문계고엔 학생들의 현장 실습과 취업을 담당하는 취업 보도실이 있는데 그 업무를 2년간 맡았어요. 아이들을 여기저기 취업 보내면서 제가 해 준 얘기는 ‘회사에 가면 사장님이나 선배들 말 잘 듣고 열심히 돈 벌어서 잘살아 보자’였습니다. 근데 녀석들이 하나같이 일이 너무 힘들다며 속속 학교로 복귀하는 거예요. 뭐가 문제가 있구나, 싶기는 했지만 ‘그 정도도 못 버텨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하는 식으로 대강 위로하고 격려하는 식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작은 사건 하나를 경험하게 된다.
국내 자동차 회사 협력 업체에 파견을 보낸 한 아이가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힘이 들어 도저히 일을 못 하겠다고 그에게 전화를 했다. 늘 듣는 하소연이었고 그도 늘 하던 대로 ‘참고 일해라’ 하고 말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며칠 후 임동헌은 회사를 직접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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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교육은 내부로부터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잃어버린 것일까? 학교 폭력과 왕따로 인해 자살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호들갑 떨지만 결국 교사의 무능과 교권 추락의 결과라는 허망한 소리뿐이다. 학력 사...

[출판사서평 더 보기]

우리 교육은 내부로부터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잃어버린 것일까?

학교 폭력과 왕따로 인해 자살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호들갑 떨지만 결국 교사의 무능과 교권 추락의 결과라는 허망한 소리뿐이다. 학력 사회와 ‘입시 경쟁’이라는 국가적 폭력 속에서 아이들이 자행하는 학교 폭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고 병든 사회 속에서 학교와 아이들은 결코 온전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적 폭력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1만 1천여 학교에는 초·중·고 700만여 명의 아이들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
생명의 나무로 서 있는 ‘교사’를 인터뷰하다


이 책은 지난 2002년과 2005년 두 해 동안 월간 《우리교육》에 〈윤지형의 교사탐구〉라는 꼭지로 연재한 내용과 2009년과 2010년 새롭게 인터뷰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더불어 길게는 10여 년이 흐른 지금, 당시 교사들의 열정적인 삶의 모습이 어떻게 전개되어 변화·발전했는지 당사자들이 직접 쓴 편지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인 윤지형 교사는 우리 교육의 희망을 ‘교사’에게서 찾고자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교사들을 인터뷰한 것도 실은 교사들을 통해 겨자씨만 한 희망이라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열세 명의 교사에게서 그가 찾고자 했던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 것일까?

나는 ‘선생들’ 집단은 믿지 않지만 삼천리강산 곳곳의 학교와 교실에 숨어 있을 ‘선생님’은 믿는다. 이건 억설臆說이 아니다. (……) 요컨대 나는 내 가까운 주위에서만 해도 무수한 아름다운 ‘선생님’을 본다. 그 선생님 하나하나 속에서 또한 한량없는 ‘인간’을 보기도 한다. 이건 행복한 일이다. ‘교사 이야기’를 통해 나는 바로 그 ‘선생님’과 그 ‘인간’을 만나 나갈 작정인 것이다. 그들은 도처에 다양한 얼굴로 존재한다. 21세기 독립군, 열혈 지사, 혁명가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하면 샌님 같은 선비, 눈빛 맑은 구도자의 얼굴을 하고도 있다. 만능 재주꾼에 약방 감초가 있는가 하면 산 같고 바다 같은 호인도 있으며 섬세한 예술적 영혼의 소유자도 있고 겸손하고 부지런한 상머슴의 풍모를 지닌 이도 있다. 내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라도 어렵지 않게 그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교육의 희망을 묻는 사람이라면 필경, 지금 이곳에서 생명의 나무로 서 있는 ‘교사’에게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혁명가, 눈 맑은 구도자, 예술적 영혼의 소유자……


이 책에 등장하는 교사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들의 삶과 고민을 들어 보자.
이 책은 1부 ‘어쨌든 아이들이 좋다’, 2부 ‘교사로 산다는 것’, 3부 ‘바람에 맞서거나 바람이거나’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어쨌든 아이들이 좋다’ 제목처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는 다섯 명의 교사이야기다. 임종길, 박춘애, 김명희, 이병준, 안준철 교사는 담당 교과가 다르듯이 그들이 학생들을 사랑하는 방법 또한 다채롭다. 공통점이라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한계를 극복하려 의지와 노력이다.

흰 도화지 위에 꽃을 피워 내듯 근무하는 학교마다 보리밭과 연못 같은 습지를 만들고야 마는 미술 교사 임종길. 그의 부단한 관심은 ‘환경교육’과 ‘미술 수업’의 인간학적 접목이다.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도시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들꽃과 조롱박과 수세미를 심어 화단을 만드는 일은 그의 생태·환경 교육에 꼭 필요한 일이다. 이는 무한 경쟁에 내몰려 거칠어진 아이들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농부처럼 학생들 마음속에 생태적 감수성의 씨앗을 뿌린다. 그 씨앗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싹을 틔우고 조용한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그가 틈만 나면 아이들이 잘 다니는 매점 쪽 길가 나뭇가지에 쪽지를 꽂아 놓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네가 서 있는 자리에서 왼쪽으로 다섯 걸음을 가면 거기,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다. 그 꽃이 바로 제비꽃이다. 그걸 눈여겨보고 잘 기억해 두기 바란다. 종길.”
- p26. 보리밭, 작은 연못, 풀벌레 그리고 미술 시간

2부 ‘교사로 산다는 것’ 교사의 삶이란 한편으로 끊임없는 배움의 길이기도 하다. 가르침의 원형을 탐구하고 삶의 본질을 깨우쳐 가는 과정을 걸어야 하는 것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함께 가야 할 아이들이 있다. 여태전, 박원식, 김흥규, 임동헌 교사를 통해 이 땅의 교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말썽꾸러기들조차 ‘너 학생부 갈래, 임동헌 선생님에게 갈래’라고 물으면 모두 학생부를 택할 정도였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항상 짧은 머리에 검은 양복을 입었다는 그는 한때 ‘폭력 교사’였다. 임동헌 교사는 지금 ‘청소년노동인권운동’과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문계고 교사인 그의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현장 실습을 떠나야 하는 청소년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사회와 기업들이 청소년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폭력과 착취를 목도한 그는 학교에 안주할 수 없었다. 그는 청소년 노동자의 ‘선생님’였고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인 청소년노동인권운동을 통해 비로소 ‘교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짐을 싸라 해서 아이를 데리고 광주로 돌아오는 동안 전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땐 그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의 공장으로부터 아이를 빼 오는 것밖엔 걔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던 거지요.”

그때 임동헌은 그랬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정규 수업에서부터 노사관계를 가르치고 모의 노사교섭 특별 활동 시간이 있다는 것,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은 1학년 과정에서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상당 시간을 학습하고 토론한다는 것도 그는 몰랐고, 이에 반해 우리나라 학교는 노동 현장으로 갈 학생들에게 직장 예절, 전화 받기, 인사법 따위만 가르칠 뿐 노동의 가치나 노동자의 법적 권리에 대해 어떤 교육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곰곰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 p175. 한 전문계고 교사의 사는 법

3부 ‘바람에 맞서거나, 바람이거나’ 국가와 교육 당국, 학교 관리자라는 권력에 당당히 맞선 교사들의 저항과 분투를 담았다. 미술 교사이자 예술 노동자로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그 자신도 영어의 몸이 된 김인규, 0교시 폐지와 학교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분투한 조향미와 홍은영,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래디컬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계삼 교사의 이야기다.

“일제고사는 공교육 시장화의 첨병입니다. 정상적인 고교 교육은 입시 때문에 진작 망가졌고, 이젠 일제고사가 중학교에 더해 초등학교까지 망가뜨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우리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일제고사 칠 때마다 싸워야 하나,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생각하면 절망이 앞서는군요.”
- p255. 래디컬한 인문주의자가 된 까닭

인간 정신이 온전하게 존립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을 가난과 결핍과 힘없음이라고 믿는 ‘교사’ 이계삼. ‘진정한 배움을 추구하는 교육기관은 존재하는가?’라는 절망적인 물음을 던진 그는 지난해 ‘교육 불가능’이라는 시대적 담론을 제기했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쉬 이야기하지 않으려 하는 현실에 대한 그의 응전이었고 선언이었다. 그는 지난겨울 근무하던 학교에 사직서를 냈다. 학교를 그만두는 명문은, 그 사연은 거창한 레토릭으로밖에 포장되지 않을 거라며 말을 줄이고 행동으로써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고 한다.

선생님. 내년에는 선생님과 이곳 밀양에서 《오늘의 교육》 독자모임 이름으로 부산, 울산, 경남, 대구권에 있는 교사, 탈학교 청소년, 학부모, 교육운동가, 시민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교육 포럼을 해 보자고 했었지요. 내년 봄에는 시작해 볼까 합니다. 그리고 조성제 신부님과 함께 감물리 폐교 터에 우리가 꿈꾸는 공간을 만드는 공사가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제 인생이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뒷걸음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서부터 그 이후의 제 삶의 궤적들이 이 형편없는 시대에 대한, 교육 불가능에 대한 저 자신의 최대한의 응전이기를 바랍니다.
- p.273 래디컬한 인문주의자가 된 까닭

<책속으로 추가>

“공장 안에 들어서니 저 한쪽 구석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플라스마 용접을 하고 있다는데 매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워서 안내인에게 제게로 잠깐 불러 달라고 했죠. 녀석이 광부처럼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그 부분만 빼고는 전부 까만 먼지로 뒤덮여 있더군요. 녀석을 볕이 드는 쪽으로 데리고 가 얘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가래를 뱉으면서 하는 말이 가래에 쇳가루가 섞여 나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보니 정말 뱉은 가래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쇳가루가 보였습니다. 녀석은 그러고도 몇 차례나 더 그런 가래를 뱉었지요……. 숙소는 사무실 건물 옥상의 컨테이너라고 해서 올라가 봤더니 그 안은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여름이었죠.”
- 한 전문계고 교사의 사는 법 _ 임동헌

오늘 야자 끝내고 아이들과 함께 근처 치킨집에서 닭똥집 튀김과 닭꼬지를 푸짐하게 시켜 놓고 콜라로 건배하며 성탄절을 자축했습니다. 헤어질 때가 되자 아이들은 지들끼리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환호를 지르며 밤길을 뛰어가더군요. 저는 그 소리가 메아리를 울리며 잦아드는 것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밤이 깊었네요. 이제 2011년, 제 교단생활의 마지막 학기가 저물고 있습니다. (……) 선생님, 저는 지난 12월 16일 자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2월 말이면, 제 교직생활은 완전히 끝을 맺게 됩니다. 허술하기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저 자신 하루하루 꽉꽉 채워서 살았기에,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습니다. 교직생활을 그만둔 그 자체로는 조금도 아쉽지 않습니다. 좀 시건방진 얘기가 되겠지만, 《녹색평론》에 소개되는 금융 관련 글들을 골똘히 읽다 보면, 오늘날 화폐경제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기에 기초해 있고, 결국 거품이 꺼졌을 때 우리가 그토록 애달아 하는 이 ‘돈’이라는 것 또한 서서히 휴지 조각처럼 무의미한 존재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둠으로써 받게 될 경제적 타격 또한 크게 두렵지 않습니다. 먹을거리 거두어 먹을 두 손과 튼튼한 두 발만 있으면, 발 딛고 설 농토가 있고, 책 읽고 글 쓸 힘과 용기만 있으면 되겠지, 저는 태평합니다. 다만, 오늘 같은 날은 마음이 좀 무겁지요. 치킨과 닭똥집으로 배를 채운 아이들이 지네들끼리 환호를 지르며 밤거리를 뛰어가는 소리가 아마도 선생을 그만두고 아이들이 그리울 때 환청처럼 저를 괴롭힐 것이 분명합니다. 생각해 보면, 기적 같은 일이지요. 세상에 아이들이 살아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 그 후 이야기_래디컬한 인문주의자가 된 까닭 _ 이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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