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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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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7*196*23mm
ISBN-10 : 8950981084
ISBN-13 : 9788950981082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중고
저자 김정운 | 출판사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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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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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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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 2012년, 돌연 자신이 지난 50년 동안 떠밀려 살아왔음을 깨닫고, 앞으로의 50년 동안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결심한 후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위를 박차고 그림 공부를 하러 유학길에 오른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그가 화가로 다시 돌아와 머무르기로 선택한 곳은 서울이 아닌 여수였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저자가 여수에서 바다를 마주한 채 쓰고 그린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 ‘슈필라움’에 대해 언급한다. 독일어에만 있는 단어인 슈필라움(Spielraum)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주체적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슈필라움이 있어야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매력을 만들고 품격을 지키며 제한된 삶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저자는 여수에서 자신이 꿈꾸던 바닷가 작업실 ‘미역창고(美力創考)’, 자신만의 슈필라움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준다. 그리고 시선과 마음, 불안과 탈맥락화, 열등감과 욱하기 등 24개의 키워드를 통해 그 슈필라움이 현대인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하여 어떤 삶을 새롭게 꿈꿀 수 있는지에 대해 통찰한다.

저자소개

저자 :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자 ‘나름 화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디플롬, 박사)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전임강사 및 명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일본 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했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여수에 살면서 그림 그리고, 글 쓰고, 가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눈먼 고기도 잡는다. 《중앙선데이》 ‘김정운의 바우하우스 이야기’를 연재 중이며 『에디톨로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을 집필했다.

목차

프롤로그_‘슈필라움’의 심리학

1st #시선 #마음
일찍 배가 끊기는 섬
‘눈이 작은 사람’은 만만하지 않았다

2nd #물때 #의식의 흐름
배에서 해 봤어요?
멍한 시간

3rd #미역창고 #바닷가 우체국
미역창고美力創考
섬과 편지 공화국

■여수의 봄

4th #불안 #탈맥락화
걱정은 ‘가나다순’으로 하는 거다!
매번 나만 슬프다!

5th #열등감 #욱하기
꼬이면 자빠진다!
열 받으면 무조건 지는 거다!

6th #삶은 달걀 #귀한 것
당신의 행복 따윈 아무도 관심 없다!
누가 방울토마토를 두려워하랴
우리는 ‘귀한 것’에 꼭 침을 바른다

■여수의 여름

7th #기억 #나쁜 이야기
불안한 인간들의 나쁜 이야기
냉소주의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8th #감정 혁명 #리스펙트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어머 오빠’, 그리고 ‘좋아요!’

9th #민족 #멜랑콜리
지난 시대의 멜랑콜리
자동차, 섹스숍, 그리고 통일

■여수의 가을

10th #아저씨 #자기만의 방
아저씨는 자꾸 ‘소리’를 낸다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

11th #저녁노을 #‘올려다보기’
여수 앞바다에는 섬만 수백 개다
멀리 봐야 한다, 자주 올려다봐야 한다

12th #관대함 #첼로
섬은 곡선이다
태풍 후의 낙관적 삶에 대하여

■여수의 겨울


조금 긴-에필로그_ 천국에서는 ‘바닷가 해 지는 이야기’만 합니다!

책 속으로

시선은 곧 마음이다. 내 시선이 내 생각과 관심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인간 눈의 흰자위가 그토록 큰 이유는 시선의 방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흰자위와 대비되어 시선의 방향이 명확해지는 검은 눈동자를 통해 인간은 타인과 대상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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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곧 마음이다. 내 시선이 내 생각과 관심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인간 눈의 흰자위가 그토록 큰 이유는 시선의 방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흰자위와 대비되어 시선의 방향이 명확해지는 검은 눈동자를 통해 인간은 타인과 대상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함께 보기’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바로 이 ‘함께 보기’에 기초한다. (…) 그래서 인간은 남의 시선이 향하는 쪽을 반사적으로 따라 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 장애인 자폐증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바로 ‘함께 보기’의 거부다. ‘훔쳐보기’는 자신의 시선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소통 거부의 집단적 자폐 증상이다. ―34~36쪽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섬의 내 작업실 공사는 그해 여름부터 시작되었다. 내 고독한 결정의 기준은 분명했다.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다.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는 망했지만,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구분한 경제학자 마르크스의 가치론은 여전히 유효하고 탁월하다. (…) 이른바 ‘사용가치’라는 ‘질적 가치’와 ‘교환가치’라는 ‘양적 가치’ 사이의 모순이다. ‘교환가치’는 내 구체적 필요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추상적 기준일 뿐이다.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은 무엇보다도 주택이 ‘사는 곳(사용가치)’이 아니라 ‘사는 것(교환가치)’이 되면서부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십 대 후반의 (…) 나이에도 내 ‘사용가치’가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하고, 추상적 ‘교환가치’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면 인생을 아주 잘못 산 거다. 추구하는 삶의 내용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57~60쪽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다. 타인의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는 바로 이 ‘순서 주고받기’를 제일 먼저 가르친다. 엄마가 인형 뒤에 숨었다가 갑자기 ‘우르르 까꿍’ 하며 나타나는 놀이는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 오늘날 사방에서 ‘욱’하는 이유는 ‘성취’와 ‘경쟁’의 규칙들로만 지내온 세월 때문이다. (…) 자신의 ‘순서’를 빼앗긴 상대방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낳는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내온 ‘순서 주고받기’라는 의사소통의 근본 규칙을 회복하지 않으면 이 분노의 악순환으로부터 결코 헤어날 수 없다. 조금만 차분하게 기다릴 줄 알면 그렇게까지 ‘욱’할 일은 별로 없다. ―105~106쪽

‘침 바르기’는 ‘존재 확인’의 숭고한 행위다. 우리는 ‘귀한 것’에 꼭 침을 바른다. 뭉칫돈이 생기면 우리는 한 장 한 장 침을 발라가며 돈을 센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침을 바르고 싶어 안달 난다. 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이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아날로그 책 읽는 재미를 따라갈 수 없다. 침을 바를 수 없기 때문이다. (…) 침 바를 일이 없으니 그렇게들 ‘분노와 적개심의 침’만 사방에 퉤퉤 뱉는 거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침 바르기’가 동반되는 독서는 ‘성찰적’이며 ‘상호작용적’이다. ―126~127쪽

우리가 ‘나쁜 이야기’에 매번 귀가 솔깃한 이유는 바로 이 원시적 본능이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잠시만 한눈팔아도 목숨이 날아가던 원시시대 이야기다. 문명화된 사회란 날것의 위험들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갖춰진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도 사방에 ‘나쁜 이야기’들뿐이다. ‘나쁜 이야기’에 끌릴 수밖에 없는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불안한 인간이 너무나 많은 까닭이다. 불안한 이들이 불안을 유포해 혼자만 불안하지 않으려는 아주 웃기는 현상이다. ―140쪽

화장실이나 목욕탕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침을 뱉거나, 깊은 신음 소리를 내는 이들은 언제나 아저씨들이다. 에드워드 홀의 ‘공간학’에 따르면 45센티미터 이내의 거리는 엄마와 아기, 혹은 부부 사이와 같은 가장 친밀한 관계에서만 허용된다. 낯선 이가 이 거리 안으로 침입하면 몹시 불편해진다. 그래서 고급스러운 장소일수록 소변기 사이의 거리가 멀고, 칸막이가 쳐져 있는 거다. 소변기 앞에서 없는 가래를 뽑아내며 소리를 내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몹시 불편하다는 뜻이다. 한때 폼 나는 ‘싸나이’였던 범재가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권력 공간’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안이다. ―194쪽

인간이 세상을 보는 기준은 항상 자기 몸이다. 어릴 적 그렇게 컸던 학교 운동장이 나이가 들어 찾아가보면 그렇게 작을 수가 없다. 그 넓었던 집 앞 ‘신작로’가 그렇게 좁을 수가 없다. 내 몸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의 작은 몸으로 본 세상은 크고 놀라웠다. 호기심에 가득 차 세상을 올려다봤다. 그러나 성인의 몸을 기준으로 보면 죄다 시시하고, 볼품없다.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 체계가 그 시효를 다했다는 뜻이다. 내 삶에 그 어떤 감탄도 없이, 그저 한탄만 나온다면 내 관점을 아주 긴급하게 상대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220~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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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불안 없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슈필라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몸으로 제안하는 슈필라움의 심리학 그리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꾸게 해주는 24개의 키워드와 통찰 2012년, 문화심리...

[출판사서평 더 보기]

불안 없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슈필라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몸으로 제안하는 슈필라움의 심리학
그리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꾸게 해주는 24개의 키워드와 통찰

2012년,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돌연 자신이 ‘지난 50년’ 동안 떠밀려 살아왔음을 깨닫고 ‘앞으로의 50년’ 동안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고는 교수라는 안정적 직위를 박차고 그림 공부를 하러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가 ‘나름 화가’로 다시 돌아와 머무르기로 선택한 곳은 서울이 아니라 여수다. 왜 여수여야 했을까?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김정운이 여수에서 바다를 마주한 채 쓰고 그린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 ‘슈필라움’에 대해 언급한다. 독일어에만 있는 단어인 슈필라움(Spielraum)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주체적 공간’을 뜻하는데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자기만의 슈필라움이 있어야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매력을 만들고 품격을 지키며 제한된 삶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가 밀집 장소에서도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려 하고, ‘내 공간’을 어떻게든 마련하여 정성껏 가꾸며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이유이다. 이는 현대인이 나만의 ‘케렌시아’를 추구하는 트렌드를 해석하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김정운은 여수에서 자신이 꿈꾸던 바닷가 작업실 ‘미역창고(美力創考)’를 찾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준다. 그리고 24개의 키워드(‘시선’과 ‘마음’, ‘물때’와 ‘의식의 흐름’, ‘미역창고’와 ‘바닷가 우체국’, ‘불안’과 ‘탈맥락화’, ‘열등감’과 ‘욱하기’, ‘삶은 달걀’과 ‘귀한 것’, ‘기억’과 ‘나쁜 이야기’, ‘감정 혁명’과 ‘리스펙트’, ‘민족’과 ‘멜랑콜리’, ‘아저씨’와 ‘자기만의 방’, ‘저녁노을’과 ‘올려다보기’, ‘관대함’과 ‘첼로’)를 통해 그 슈필라움이 현대인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하여 우리는 어떤 삶을 새롭게 꿈꿀 수 있는지에 대해 통찰한다.

“삶이란 지극히 구체적인 공간 경험들의 앙상블…
공간이 문화이고, 공간이 기억이며, 공간이야말로 내 아이덴티티다!”
-귀농, 귀촌, 텃밭이 우리 슈필라움의 전부일 수는 없다

아무리 드넓은 공간을 물리적으로 소유해도 그곳이 슈필라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값비싼 과시용 가구들로 그 공간을 가득 채운다고 해도 슈필라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체적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취향과 관심으로 구체화돼야 비로소 진정한 슈필라움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라면 아무리 보잘것없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정말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다. 무엇보다 온갖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다.
나만의 슈필라움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함부로 나에게 개입할 여지가 없다. 나를 관찰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내 시선으로 관찰하는 일이 가능해져야 삶과 사회를 주체적으로 조망하고 행복의 지평을 자율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은 ‘감시’로 작동하는 순간 내 몸과 마음을 불안하게 옥죄는 치명적 공포에 지나지 않는다. 내 존재는 나를 감시하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초라하게 쪼그라든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고려는 “언제나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타인을 이해하고 싶을 때 전제돼야 할 요소일 뿐이다.
자기 자동차 앞을 양보하면 인생 끝나는 것처럼 절대 비켜주지 않으려는 한국 남성들이 [나는 자연인이다]에 채널을 고정하는 이유는, 타인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슈필라움에서 ‘시선의 자유’를 쟁취한 자연인들이 부럽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연인’이 될 용기도 없는 그들은 현재 유일한 슈필라움인 자동차 운전석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며 그마저 부정당하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내 앞을 지키는 데 사력을 다한다. 은퇴 후 ‘귀농, 귀촌, 텃밭’을 꿈꾸면서. 그러나 그게 슈필라움의 전부일 수는 없다. “삶이란 지극히 구체적인 공간 경험들의 앙상블”이라고 생각하면 나의 ‘아이덴티티’이고, ‘기억’이며, ‘문화’인 공간을 언제까지나 자동차 운전석이나 텃밭으로만 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라!
구체적으로 애쓰지 않으면 행복은 결코 오지 않는다
-김정운의 슈필라움 ‘미역창고’ 이야기

‘미역창고(美力創考)’는 김정운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로망으로 간직해온 공간으로, 여수라는 낯선 곳에서 혼자 좌충우돌하면서 만들어가는 ‘바닷가 작업실’이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내 공간’, 바로 눈앞에서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슈필라움에 대한 그의 ‘공간충동’이 구현된 결과이다. 무소유를 주장하고 실천한 법정 스님조차 ‘깨끗한 빈방’에 대한 이 공간충동을 평생 어쩌지 못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공간은 물리적으로 비어 있는 ‘수동적 공간’이 아니다. 그 공간에 주인으로 머무르는 인간과 상호작용하여 그가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 이야기’를 창조하도록 돕는 ‘적극적 공간’을 일컫는다. 그렇게 창조된 이야기는, 타인의 무책임한 평가나 애꿎은 비난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나 자신과 세상을 관찰하고 성찰한 ‘내 이야기’일 것이다. 즉 공간이 우리의 남은 이야기들을 좌우하므로 남은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운은 자신의 행복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위해 ‘비싼 것’이 아니라 ‘좋은 것’, ‘추상적 교환가치’가 아니라 ‘구체적 사용가치’를 찾아 서울에서 일본으로, 다시 여수로 인생의 자리를 옮겼다. 96퍼센트의 공연한 걱정은 제목을 붙여 노트에 적고 ‘가나다순’으로 정리하여 대처하고,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싫은 것 ㆍ 나쁜 것 ㆍ 불편한 것’은 하나씩 제거하고, 인류의 불안 극복기로 가득한 미술관 ㆍ 박물관이나 삶의 시간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음악회를 찾아가고, 귀한 ‘책’에 침을 발라가며 밑줄을 긋는다. 잘 안되는 ‘어쩔 수 없는 시간’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리스펙트’를 토대로 ‘나와는 언제나 다른 생각을 하는’ 타인과 의사소통의 상식적인 순서를 주고받으며, 멀리 보고 자주 올려다보면서 구불구불 돌아가며 살아가려 애쓴다.
행복한 인생에 좀 더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김정운이 자신만의 슈필라움에서 쓰고 그리면서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일은 ‘책’을 매개체로 하는 ‘자신과의 내적 대화’, 즉 ‘생각’이다. 이 책에 담긴 에세이와 그림은 그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그 ‘생각’을 토대로 현대인의 삶과 사회에 대해 쓰고 그려간 ‘진짜 이야기’들이다. 이제 당신의 슈필라움에서 당신이 창조하는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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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지은이: 김정운 펴낸이: 김영곤 박선영

    펴낸이: 김영곤 박선영

    펴낸곳: (주)북이십일 21세기 북스

    우리는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자율의 공간 '슈필라움'의 가치를 너무나 무시하고 살아왔다. 공간이 있으면 '슈필라움'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도 나만의 '슈필라움'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비싼 인테리어 가구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고 '슈필라움'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취향과 관심이 구현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한 공간,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은 공강, 온갖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내 '슈필라움'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전 교수의 여수 이야기가 '슈필라움(Spielraum)'이라는 주제로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가 바로 그것이다. 1962년생 김정운이라는 분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이 분을 알고 있다. 실체는 모르지만 외모와 그가 쓴 책을 통해 그를 알고 있다. 그런데 이 형님이 쓴 책을 보면 참으로 엉뚱하고 괴팍하다. 전직 교수답게 아는 것도 많고 거의 무한 지식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하는 말을 보면 딱히 존경스럽지 않다. 교수로서의 현학적인 수사가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다. 마치 아는 형님에게 술 한 잔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다. 요즘 흔하게 사용되는 말로 마약수다라고 할 수 있다. 책을 통해서다.

    그가 교수를 때려치우고 일본에서 4년동안 미술을 배우고 돌아와 전라남도 여수에 터를 잡았다. 왜? '슈필라움(Spielraum)' 때문이라고 한다. 슈필라움이 뭔지 읽어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나는 사랑방이라고 생각한다. 사랑방은 남자들의 공간이었고, 나를 찾아온 모든 이들과의 대화의 공간이었고, 내가 책을 읽고 사색하고 시간을 보내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이 공간이 찾기위해 여수로 갔다고 한다. 이렇게 과감히 용감하게(?)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심리학교수라서 그런지 몰라도 김정운 교수의 말은 에둘러말하지 않는다. 숨기지도 않는다. 이른바 돌직구다. 그러면서도 듣는 사람들은 묘하게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그가 많은 책을 읽고 교양을 쌓고 공부를 한 학자이자 교수라서 그런 것 같지 않다. 그 나이를 떠나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 숨겨논 이야기들은 꺼내어 과감히 드러내는 멋진 화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추고 잊어버리고 싶은 그늘 속의 사실들을 턱 까놓고 이야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것이 심리학적 기법이고 화술이라면 정말 배우고 싶은 학문이다. 그러나 전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공을 정말 잘 선택한 것 같은데, 정작 자신은 자신의 전공을 버리고 4년동안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했다니 현대판 돈키호테가 따로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가 최근에 낸 책이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이다. 이전의 책과는 조금 다르다. 이전의 책이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심리학적 해설이 동반되었다면 이번엔 순수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에서 여수라는 곳은 멀고도 먼 곳이다. 여수라는 곳에서도 배를 타고 가야 되는 섬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한다. 돈키호테적 성격을 가진 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으로 멋지다. 바로 슈필라움(Spielraum)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에서 말한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기에 나혼자만의 공간을 위해 여수의 섬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 어떤 보금자리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그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부러운 것은 그가 만든 김정운 표 슈필라움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부럽다는 것이다. 어떤 누구의 도움도, 누구의 코치도 없이 본인만의 감각과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 그만의 공간. 보고 싶다. 가장 부러운 것은 책방이다. 엄청난 장서가인 그가 정성인 들인 책방이 어떤지 보고 싶다. 아무튼 괴짜 문화심리학자의 최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하여튼 독특한 사람이다.

    아참, 이 책을 읽고 김정운 표 슈필라움이 궁금하면 직접 여수의 섬으로 떠나보자. 소설가 이외수의 집이 유명 관광지가 되었듯 김정운의 슈필라움도 곧 유명 관광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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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배추머리 김정운교수는 입담좋은 말솜씨로 유명한 사람이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TV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

     

    양배추머리 김정운교수는 입담좋은 말솜씨로 유명한

    사람이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TV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그는, 철학자로서의 가치와

    희극을 넘나들어, 시청자들에게 뭐하는 사람이지

    하는 정체성까지 궁금하게 만들었었다. 

    항상 밝고, 다소음탕하면서 재미있는 그의 말솜씨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은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그의 눈매가 생각나게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될려나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서정적인 모습도 함께 갖추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구석구석을 누비는 여수의 바다는

    가보지 않고도 여수가 얼마가 멋진 곳이고,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면서도

    여수가 가진 매력을 넘어,바다라는 곳이 인간에게

    일러주는 바다의 가치와 의미와 철학적 사색을 하게한다.


    바다가 인간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우회적으로

    철학을 곁들여가며 천천히 설명하고 있다. 

    물론 여수의 '여자만'만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숯한 자랑질에 

    여수에 꼭 들러서 '미역창고'를 들러봐야된다는

    목표를 가지게 만든다.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작은 흑심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ㅎㅎㅎ


    유쾌하고 재미있는 철학을 접하며 이 책을 읽는

    모든이들이 인생이 무엇이며, 인생의 말미에는

    어떠한 것을 추구하여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기회를 가지게 한 것이 정말 큰 의미라는 

    생각이 드는 흥미로운 책이다.

    바쁜 일상을 이 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벗어나는

    기회를 부여받고, 삶이라는 큰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외딴 섬에 뭐 볼 게 있어서 왔냐고,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의 우릴 향해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 아저씨는 말했다. ...

    이 외딴 섬에 뭐 볼 게 있어서 왔냐고,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의 우릴 향해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 아저씨는 말했다. 딱히 볼 건 없으니 대강 둘러보고 나가라는 종용도 잊지 않았다. 불과 반나절만에 우린 섬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처음 방문한 곳이어서 현지인의 직언을 따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거창한 무언가를 바란 건 아니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해안가, 계속해서 찰랑이는 파도로도 충분했다. 사람들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지만, 다른 건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기에 그랬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다. 여수라고는 했는데, 도심에서는 꽤 떨어진 듯했다. 하루에 세 번 배가 오가니 완전 외딴 곳은 또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끊기고 금방 귀신이 나와도 이상함이 없는 미역창고를 덜컥 사들였다. 그것도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부동산에서는 세상에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게 자신이라고는 차마 드러내지 못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돈이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은 거의 다시 짓는 수고를 필요로 했다. 나 같으면 나날이 얇아져만 가는 지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을 텐데, 그는 가슴이 뛴다고 했다. 드디어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일찍이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가정에 없음을 주목했다. 소소한 가사에 치이는 그녀들에게 만일 자신만의 방이 주어졌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달라졌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저자는 오늘날 집안의 모든 공간이 여성들의 것이라고 우겼다. 가사가 여성만의 것은 아닐 테지만, 따져보면 여성에게는 규모가 작은 화장대라도 있다. 젊은 시절 떵떵거리던 남성들은 중년에 들어서면서 하나 둘 안방에서 쫓겨난다. 그렇다고 거실이 온전히 그들의 공간일 리도 없다. 운전석에 앉은 남성들은 때때로 난폭해진다. 옆차가 차선을 변경하려 들면 갑자기 속도 내어 그들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승용차 안 공간에서 비로소 그들은 진정한 자아를 표출한다. 그게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하게 자유로운 곳인 게다.

    ‘슈필라움’(Spielraum). 오로지 독일어로만 존재하는 이 단어는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의미한단다. 우린 어디에서든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나 또한 알게 모르게 상대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부러 힘을 과시하려 들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서로가 서로에게 엮인 상황은 오늘날 미디어,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여실히 발견된다. 나의 부모님이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이중 프레임 구도를 취했다. 패널로 등장한 이들은 유명 연예인의 엄마다. 그들은 화면 속 제 아들의 삶을 끊임없이 엿보며 반응한다. 시청자들은 아들을 엿보는 엄마들을 다시 한 번 엿본다. 감시 아닌 감시. 이 프로그램에는 어디에도 자유가 존재치 않는다. 출연하는 엄마와 아들 들은 제 마음대로 행동하는 듯한 순간에도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시선을 온몸으로 감내한다. 자유롭지 않으므로 불안하다. 자유로울 수가 없기에 끊임없이 비교하고 급기야 열등감에 빠진다.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남들만큼 괜찮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자책감에 하루하루 나는 작아지기 바쁘다. 하지만 삶은 귀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당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따지지 않는다. 저마다의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법이며, 상대가 나를 존중하지 않음을 근거로 스스로를 쪼아댈 이유 또한 없다.

    다시 여수로 돌아가본다. 한 가수가 여수 바다를 노래한 이후로 여수는 그 전보다도 훨씬 유명세를 타고 있다. 왠지 밤바다를 거닐면 뭔가 특별한 걸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겨우겨우 시간 내어, 그것도 여행사 상품만을 좇아다니는 나로서는 여수의 밤이 무어가 얼마나 특별한지 아직 체득할 기회가 없었다. 아마도 내가 이 문장을 구사하며 사용한 ‘체득’이라는 단어는 모두에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여수 바다에 그것도 밤에 머무르기란 쉽지 않으니까.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지고, 우리의 긴 삶에 비하자면 순간에 불과할 테니까. 저자의 화실(!)에선 내가 불가능이라 여겼던 일들이 가능했다. 얼핏 느끼기엔 무모했는데, 실체를 사진으로 접하고 나자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 ‘리스펙트’(respect)라는 말을 사용하고파 졌다. 책은 읽기 위해 구비하는 것이다. 유난히도 거대해 보이는 벽면의 가득한 책에 일단 압도당했다. 내가 꿈꾸는 책장을 이미 실현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얼마나 가슴 뛰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비록 내 방은 어디에도 꽂을 곳 없는 책들이 바닥에 널부러진 탓에 지저분하기 짝이 없지만. 게다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배 한 척 띄워져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잔잔하건 성이 났건, 누군가는 단조롭다 말하는 그 풍경으로부터 누군가는 풍성한 색채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간 오래 전 말리던 미역의 짭조름한 향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한 때 미역을 건조하던 공간에서 더는 아무것도 메마르지 않는다. 그렇게 미역창고는 주인을 잘 만나 미역창고(美力創考)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이 문장은 필히 현재진행형이어야만 한다. 

  • '심리적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확보되어야 가능해진다. 서구의 근대 부르주아 출현 이후에 생긴 가장 큰 주거상의 변...

    '심리적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확보되어야 가능해진다. 서구의 근대 부르주아 출현 이후에 생긴 가장 큰 주거상의 변화는 '남자의 방'의 출현이다. 취향과 관심이 공간으로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내 실존은 '공간'으로 확인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에게도 남자들처럼 '자기만의 방'이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간이 의식을 결정한다. (-11-)


    '좋은 것'을 추상적으로 정의하고, 각론의 부재에 괴로워하기보다는 '나쁜 것','불편한 것'을 제거하자는 생각은 독일의 오래된 실용주의 전통이다. 1920년대 '바우하우스'에서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FFF' 디자인 원칙이 강조되었다. 삶을 불편하게 하는 불필요한 장식을 죄다 제거하자는 이야기다. (-114-)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 날 것의 '감정 폭력'이 흥미로운 것이다. 전혀 낯선 형태의 '감정 혁명'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규칙 없는 감정 과잉과 감정 폭력이 지속되면 어떤 형태로든 '감정의 문명화 과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감정의 근대적 자기 강제가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되었담녀, 가상공간과 현ㅇ실공간이 융합되는 21세기의 '감정혁명'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대단한 나라'에 살고 있다.(-161-)


    물론 '자유'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종류의 '자유'인가? 우선, 마음껏 '불 피울 수 있는 자유'다. '불피우기'는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인류 역사에서 모든 '의미'는 '불피우기'와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종교적 리츄얼에 '불 피우기'가 빠지지 않는 거다. 한국 사내들의 느닷없는 캠핑 열풍도 이 '불 피우기'때무이다.'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다. 삶의 의미가 찾아지지 않으니 자꾸 이상한 '불장난'만 하는 거다.(-210-)


    한번 비관적 생각에 빠지면 모든 것을 꼬아 생각하는 내 오래된 습관이 되살아났다. 인생 사는 데 비관주의가 아무 도움 안 된다는 것은 수년 전 교수를 그만 둘 때 이미 알았다. 사태의 비관적 전망을 예고하는 것은 '지식인'의 의무다. 이런 비관주의는 '지적 우월함'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나름 지식인'을 아침에 만나면 하루 종일 뭔가 불편한 거다. (-235-)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지극히 독일적인 특색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적이면서, 한국적인 면을 동시에 추구한다.그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으며, 항상 일탈을 꿈꾸고 있다. 자칭 한국 남자로서 역마살이 끼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의 권위나 지식인으로서 책무를 내려놓고 싶은 그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편 그는 권위를 내려놓고 싶지 않으면서, 또다른 권위에 대해서 도전하고 까발리고 있다. 지식인으로서 김정운 교수는 교수로서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책무를 내려놓고 여수 밤바다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정착하게 된다. 그는 자유를 추구하면서 후회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서,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의 기착지로 삼아 나가게 되었으며, 그것이 스스로 비관주의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또다른 숨구멍의 민낯이었다. 그의 이러한 아웃사이더 식의 행위나 전위적인 모습들은 일반적인 한국인이 가지지 못한 독특한 개성의 실체이며, 그는 교수로서 권위를 내려놓고 싶지 않으면서, 자유를 얻고 싶은 독특한 양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편 모순 덩어리다. 남자로서 자신의 열등감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갔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문제는 그는 자신을 너무 잘 안다는데 있다. 여느 남자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마주하지 못하고, 이리 뒹굴,저리 뒹굴 거리면서 진흙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반해,그의 치열한 사회에 대한 탐구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있는 분노의 감정의 원인은 어디서 기인하게 되었는지 찾아나가고 있으며, 스스로 '미역 창고'에 갖처 지식인으로서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다. 또한 그가 언급하고 있는 사회 심리학은 한국사회의 문제들의 근원과 본질들을 진단하고 있으며, 스스로 풀지 못하는 숙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섬과 바다라는 틀안에 자신을 가두면서, 뭍으로 들어갈려 하는 김정운 교수의 모순된 행위는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향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심리의 실체들을 마주하게 된다.또한 김정운 교수는 스스로를 가둠으로서 극한의 창조적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대한민국 사회와 자신을 네트워크화 하고 있었다.

  • ϻ 김정운 교수는 이전에 심리학 관련하여 꽤 많은 서적을 발간했던 유명한 작가이다. 그런 그가 서울 생활을...

    ϻ 김정운 교수는 이전에 심리학 관련하여 꽤 많은 서적을 발간했던 유명한 작가이다. 그런 그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여수로 가서 바닷가에 전망좋은 작업실을 꾸미고, "오리가슴"이라는 배를 이끌고 그림을 그리며, 본인이 쓰고자 하는 에세이를 쓰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ϻ우리가 회사생활을 마치고, 전원 생활 속에서 본인이 못이루었던 꿈, 그리고 소박하지만 이루고 싶어했던 꿈들을 작게나마 소소하게 성취하는 재미로 살고자 하는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상향과 부러움을 일으키는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ϻ이 책의 부제는 "슈필라움의 심리학"이다. 이는 김정운 교수의 바닷가 작업실에서 그림과 더불어 글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주는 곳이라 하겠다. 저자가 말하는 슈필라움은 나 자신을 위한 공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생각하면서 살 수 있는 장소로 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표현되는 문구로 적어본다면, 독일어 '놀이(Spiel)'와 '공간(Raum)'이 합쳐진 슈필라움으로 우리말로 이야기 하면 '여유 공간'이라 번역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 놀이하는 공간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하며, 물리적 공간 이외에 심리적 공간을 포함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끼며, 공감했던 부분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임원이라는 위치는 어느정도 성취와 꿈을 이룬 인생의 한 매듭 정도로 볼 수 있다. 누구나 회사 초년생때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입사를 하지만, 지속적인 경쟁과 평가,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임원이 될 수 있는 자리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누구나 꿈을 꾸지만 쉽게 나지 않는 자리를 말한다. 임원의 위치에서 그들의 집무실을 보면, 일반적인 서적들과 상패들, 그리고 사진들로만 꾸며져 있으며, 그들 자신을 위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업무를 위한 공간으로 밖에 활용되지 않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한 느낌을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김정운 교수의 생각에서도 일치하는 부분들이 있어 공감이 들었던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위치에 올라갔을 때 내 개인의 집무실은 "슈필라움"으로 꼭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이 한부분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한 부분이 있으며, 깨달음이 있었던 책이라 하겠다. 한살 한살 더위로  올라가고, 한 단계 한단계 위로 올라갈수록 외로워지겠지만 나만의 "슈필라움"이 있다면 보다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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