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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말(음악의 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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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쪽 | | 153*210*27mm
ISBN-10 : 1189716003
ISBN-13 : 9791189716004
음과 말(음악의 글 8) 중고
저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 역자 이기숙 | 출판사 포노(PH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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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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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subu*** 2020.05.29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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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은 우리에게 직접 파고들기 때문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사건이다.”

“위대한 예술가들만이 오직 단순한 것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위대한 예술가들은 그 단순함을 가지고 사람들이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아줍니다.”

위대한 지휘자 푸르트벵글러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자신의 글을 직접 뽑아 엮은 에세이와 강연록. 베토벤 연주의 한 전범을 제시한 그의 베토벤 교향곡 해설(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 독일 음악의 거장 베토벤, 바그너, 브람스, 브루크너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 세계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시대적 격랑 속에서 책임 있는 예술가로서의 고뇌. 음반과 라디오의 등장이후 음악 현장의 변화에 대한 경계. 연주 프로그램 구성과 지휘 등 음악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

저자소개

저자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Wilhelm Furtw?ngler, 1886-1954)
1886년 1월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지휘자·작곡가·피아니스트로, 20세기 전반부를 대표하는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 일찍이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라인베르거에게서 작곡의 기초를 배웠고, 실링스의 제자가 된 열다섯 살부터 지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06년 뮌헨의 카임 관현악단을 지휘하면서 공식 지휘 무대에 데뷔했다. 1917년 훗날 그와 함께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는 오케스트라가 되는 베를린 필하모닉을 처음 객원 지휘했다. 1922년 아르투어 니키슈의 후임으로 베를린 필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임명되었고, 1927년에는 빈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에 올랐다. 1934년 ‘힌데미트 사건’으로 나치 당국과 마찰을 빚고 베를린 필과 베를린 국립오페라 지휘자 직에서 사임했으나, 괴벨스와 타협한 후 독일에 남기로 결정한다. 1945년까지도 베를린 필과의 연주를 계속하다가, 같은 해에 스위스로 탈출하여 종전을 맞았으며, 1946년 비非나치화 위원회에서 ‘단순 가담’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지휘를 재개해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 및 녹음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고, 1952년에는 베를린 필의 종신 예술 감독이 되었다. 1954년 11월 30일,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은 책으로 이 책 《음과 말》과 유고집 《유산Verm?chtnis》이 있다.

역자 : 이기숙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한 뒤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독일의 인문서, 예술서와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제17회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음악과 종교》 《음악과 음악가》 《등 뒤의 세상》 《담배 가게 소년》 《나의 인생》 《푸르트벵글러》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등이 있다.

목차

1부 1918-1932
베토벤의 음악 (1918)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1919)
암보 지휘 (1926)
음악회 프로그램 (1930)
인정받지 못한 바그너 (1931)
음악의 생명력 (1931)
요하네스 브람스 (1931)
괴테 (1932)
고음악의 연주 (1932)
음악적 위기에 처한 고전 음악-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단 기념사 (1932)
하이든의 독일 선율 (1932)

2부 1933-1944
독일 민족성에서 태어난 예술-요제프 괴벨스에게 보내는 편지 (1933)
막스 폰 실링스를 회고하며 (1933)
해석, 음악의 숙명적 문제 (1934)
브람스와 우리 시대의 위기 (1934)
힌데미트 사건 (1934)
음과 말 (1938)
안톤 브루크너 (1939)
바그너의 경우 (1941)
〈피델리오 서곡〉 (1942)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창단 1주년 기념사 (1942)
베토벤의 세계적 유효성 (1942)
친구 카를 슈트라우베의 70세 생일을 맞이하여 (1943)
낭만주의 고찰 (1943)
한스 작스가 길을 알려주다-예술과 대중에 관하여 (1944)

3부 1945-1954
하인리히 솅커-시의성 있는 문제 (1947)
한 작곡가의 논평-푸르트벵글러의 〈교향곡 2번〉 세계 초연에 즈음하여 (1948)
푸르트벵글러에게 묻다-베를린 필하모닉 유럽 순회공연 (1950)
〈마탄의 사수〉
바흐 (1951)
베토벤과 우리-〈교향곡 5번〉 1악장에 대하여 (1951)
모든 위대한 것은 단순하다 (1954)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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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변함없이 바그너의 공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열렬히 열정을 바쳐 베토벤이 어떤 음악가인지를 글로써, 더 자주는 연주로써 가장 먼저 보여주었다. 바그너는 예나 지금이나 규범으로 통하는 단지 정확하기만 한 연주, 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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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변함없이 바그너의 공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열렬히 열정을 바쳐 베토벤이 어떤 음악가인지를 글로써, 더 자주는 연주로써 가장 먼저 보여주었다. 바그너는 예나 지금이나 규범으로 통하는 단지 정확하기만 한 연주, 즉 그저 그런 평범한 연주는 그 어떤 작곡가보다 베토벤의 경우에 좋지 않은 연주임을 보여주었다. 그런 연주는 행간에 숨은 본질적인 것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본질이 핵심이다. 이로써 바그너는 베토벤과 다른 음악가들의 근본적 차이, 그것도 베토벤의 본질에 기초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이제 피상적으로나마 이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16쪽

요즈음 훌륭한 피아노 연주나 오케스트라 공연의 기준은 단 한 번밖에 없는 라이브 연주가 아니라 완벽하고, 균형 잡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음반이 되어버렸다. …… 현재 음악계의 참담한 쇠퇴가 주로 이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음악 연주가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음반에 점점 동화되고 점점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그 연주에서는 공연 현장의 생명력, 혹시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비타민’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음악은 점점 증류수의 싱거운 맛을 내기 시작했으며, 기껏 활력을 위해서만 첨가하는 인공 향미료를 썼는데도 맛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엔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음악에 대한 권태가 나타나고 말았다. …… 그러나 기계로 재생된 음악과 실연 음악은 똑같지 않으며, 똑같이 발전하지도 않고 똑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는 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특히 어느 하나가 나머지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 -43-46쪽

음악은 무엇보다 공동체적 체험이기도 하다. 음악은 공동체에서 시작되었고 공동체를 통해 의미와 목표를 얻는다. -45쪽

제가 인정하는 구분은 단 하나, 훌륭한 예술과 그렇지 못한 예술뿐입니다. 그런데 국가 정책의 측면에서 당사자의 태도가 전혀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데도 이론상으로만 가차 없이 혹독하게 유대인과 비유대인을 구분한다면, 장기적으로 중요하고 결정적인 구분, 곧 뛰어난 예술과 열등한 예술의 구분을 지극히 소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유대인에게 맞선 이 투쟁이 근본적으로 뿌리도 없고 파괴적이며 대가인 척하는 태도와 키치만 보여주는 예술가를 겨냥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그러나 이 투쟁 대상에 진정한 예술가까지 포함된다면 문화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83-84쪽 (괴벨스에게 보내는 편지)

하나의 작품을 생산하거나 재생산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바그너가 지크프리트의 칼을 새로 벼리는 신화를 통해 가장 심오하고 탁월하게 표현했다. 아무리 숙련된 대장장이가 각 부분을 접합하더라도 부러진 칼은 다시 붙지 않는다. 전체를 갈아 용액으로 완전히 녹여내야만 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창조 이전의 원초적 상황인 카오스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서 전체 형상을 새로 만들 수 있으며, 당초 모습대로 작품을 재생산할 수 있고, 진정으로 새롭게 창작할 수 있다. -96-97쪽

8개월 전 이 작품(교향곡 〈화가 마티스〉)이 나왔을 때는 외부에서 문화 발전에 간섭하는 걸 무의식적으로 꺼려서 그랬는지 몰라도 아무도 힌데미트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그새 다른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는데도 그간의 무위를 만회하려는 듯이 힌데미트를 공개적으로 비방하고, 결국은 이게 목적이겠지만, 독일에서 추방하려 한다. …… 힌데미트는 절대로 정치적으로 활동한 적이 없다. 정치적 밀고를 예술로까지 한껏 확대하려는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110-111쪽

음과 말, 음악과 시는 각기 독립된 세계다. 서로 다른 수원지에서 흘러나온 두 개의 물줄기다. 그럼에도 그 둘은 다른 예술들의 상호 관계와 달리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나로 모여 큰 강을 이룰 수 있다. …… 음악과 시는 한시적으로 서로 결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음악 작품이 존재하는 것은 그 덕분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추적해보면, 음악과 시는 각자 고유의 방식으로 비슷한 것을 표현하는 두 개의 힘이다. 말하자면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서로 다른 응집 상태다. 얼음은 동시에 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둘은 같은 물질로 만들어졌다. -112-117쪽

니체가 볼 때 바그너는 떠도는 자였다. 바그너는 인간을 개혁하려 했고, 인간에게 느끼는 법을 다시 가르치려 했고,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아주려 했다. …… 바그너의 예술에서 영향을 받은 니체는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하게 적었다. “예술은 세상을 단순화하고 삶의 수수께끼를 간단히 해결하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예술의 위대함과 필수불가결함이 있다. 삶에서 고통당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이 가상 없이는 살 수 없다. 잠을 안 자면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삶에 대한 깨달음이 어려워질수록 우리는 잠시뿐일망정 더더욱 단순화된 가상을 절실히 열망하며, 사물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개인의 정신적-윤리적 능력 간의 긴장도 더불어 커진다. 이 활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고 예술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술은 삶에서 고통당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위로이고 삶을 이겨내도록 돕는 조력자다! 인간은 잠을 안 자면 살 수 없듯이 예술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여기서 니체는 훗날 그가 저주하고 증오했던 바그너의 특성을 찬양하며 부각시키고 있지 않은가? -149-150쪽

바그너의 예술성이 통일적이고 단순하다면, 그것을 통일된 이름으로도 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 이름은 다름 아닌 시인이다. 바그너는 언제 어디서나 늘 시인이었다. 그가 예술에서 사용한 방법은 각기 달랐지만 그래도 그는 변함없이 시인이었다. 음악을 만들 때도 시인이었고, 단지 연극에서 지시를 내릴 때도 시인이었다. -187쪽

그저 소리만 중요한 경우일지라도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악기가 아닙니다. ‘악파’도 아니고 능력도 아닙니다. 음악을 만드는 건 연주자이며, 예술적 성취 뒤에서 근본적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연주자 개인의 삶의 태도입니다. -203쪽

실제로 음악을 구성하는 선율과 리듬과 화성이라는 요소는 베토벤의 교향곡이 재즈보다 훨씬 단순하다. 그 결정적 차이는 단 하나다. 재즈에는 멀리 듣기가 없다. 재즈의 복잡성은 그것이 연주되는 순간에 시작된다. 그리고 곡 전체는 빽빽한 정글에 난 길처럼 진행된다. 좌우에서 자꾸만 새로운 뉘앙스와 리듬과 각종 덩굴식물이 다가오다가, 정글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돌연 모든 것이 단번에 끝나버린다. 반면에 베토벤의 교향곡에서는 첫 마디가 벌써 다섯 번째, 여덟 번째, 스무 번째, 서른 번째 마디를, 아니 끝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마디를 암시한다. 작품 전체가 내내 이렇게 진행된다. 마디 하나하나는 단순하지만, 마디와 주제 각각의 내적 관계, 다양한 일치와 변화, 천재적인 멀리 듣기의 결과인 상승과 하락 등은 대규모의 ‘복잡성’을 만들어낸다. 제대로만 이해한다면, 그 복잡성은 재즈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넘어선다. 이는 자연의 산물인 살아 있는 유기체가 인간이 만든 기계 내부의 복잡성을 무한히 능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234-235쪽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동시에 느끼는 예리한 감성, ‘지금’과 ‘여기’를 자유롭게 실현하는 편안함, 구조와 전체의 흐름을 비밀스러우면서도 생생하게 포착하는 감성, ‘가까운 것의 체험’과 ‘멀리 듣기’가 가능한 바흐의 음악은 다른 음악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생물학적 확실성과 자연스런 힘의 본보기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새에 바흐 음악의 특별한 지위를 만들어낸 특성이다. 그의 음악은 한편으로 자연발생적이고, 즉각적이고, 유연하고, 강렬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늘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며, 저절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는다. 바흐의 음악은 도발하거나 인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걸기를 거부한다. 거기에는 힘과 나른함, 긴장과 휴식, 솟구치는 생명과 깊은 평온이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방법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248쪽

그(베토벤)는 의미 맥락을 전반적으로 명확히 이해하려면 바로 건축적 구조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향곡 5번〉의 도입부 마디에서 보듯이, 건축적 구조의 명확성은 베토벤이 사용한 수단이 가장 먼저 요구한 절대적 조건이었다. 이 말은 당시 나머지 음악에서, 아니 당대 모든 유럽 음악에서 그랬듯이 이런 건축적 구조가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걸 뜻한다. 건축적 구조는 청중이 직접 체험하고 직접 들어야 한다. 말하자면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260쪽

베토벤은 무엇보다 위대한 ‘입법가’다. 사용한 수단으로 판단하면 그의 작품은 바흐처럼 대위법적인 요소가 우세하지도 않고, 모차르트나 슈베르트처럼 선율이 두드러지지도 않으며, 바그너처럼 감각적이고 화성적인 요소나 비장함 또는 아이러니의 요소가 전면에 나서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이 ‘합금’된 것처럼 하나로 녹아든 덕분에 신기하게도 자연스러움이 특별히 도드라져 보인다. -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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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지휘자 푸르트벵글러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손수 뽑아 모은 글들 독일의 위대한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ngler, 1886-1954)가 남긴 음반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0여 년이 지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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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지휘자 푸르트벵글러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손수 뽑아 모은 글들

독일의 위대한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ngler, 1886-1954)가 남긴 음반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한 감동을 선사한다. 다양한 레퍼토리에 두루 정통했지만 특히 베토벤 등 독일 작곡가 작품의 연주는 한 전범으로 남았다.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954년 10월에 출간된 에세이와 강연록 모음으로, 서른두 살 때 쓴 ‘베토벤의 음악’부터 예순여덟 살로 세상을 떠난 해에 집필한 ‘모든 위대한 것은 단순하다’까지 서른두 편을 직접 뽑아 엮은 저작이다. 길게는 100년 전에 쓰인 글인데도 마치 지금의 현실을 비판하는 것 아닌가 놀라게 된다. 어쩌면 예술의 본질적 위기는 언제나 현재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책에서 푸르트벵글러는 당시 음악계에서 독일 음악이 전반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오늘날 디지털 파일과 스트리밍 서비스 등 새로운 음악 감상 방법의 등장으로 음반 산업이 막을 내리고 있지만, 당시에는 음반과 라디오가 새로 선보였다. 그는 언제 어디에서건 동일한 연주를 반복하여 재생하고 널리 보급할 수 있는 신기술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연주회의 현장성과 공동체성 없이는 음악의 생명력이 꽃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효율과 비용 절감 앞에서 문화 분야의 예산은 오늘날도 수시로 도마에 오르지만, 그는 세계 대 공황과 2차 세계 대전의 어려움 속에서 베를린 필과 빈 필의 창단 100주년을 맞아 독일 음악이라는 전 인류의 고귀한 문화유산을 지켜내는 일이 우리 어깨 위에 있다고 역설한다. 거장 베토벤과 바그너의 작품을 세밀히 분석하고 해석하는 한편, 브람스, 바그너와 브루크너에 대한 대중들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2020년)을 맞는 지금, 베토벤 연주의 한 표준을 제시한 그의 베토벤 해설(‘베토벤의 음악’, ‘베토벤의 세계적 유효성’, ‘베토벤과 우리’)은 여전히 생생하다. 히틀러 체제 아래에서 핍박받던 힌데미트를 비롯한 동료 음악가들을 위한 구명 호소(‘독일 민족성에서 태어난 예술 _ 요제프 괴벨스에게 보내는 편지’, ‘힌데미트 사건’)는 정치적 상황, 예술가적 양심, 독일을 대표하는 음악가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갈등해야 했던 지식인의 고뇌가 드러난다. 음악회 프로그램의 구성 및 지휘에 대한 구체적 조언, 자신을 지휘자이자 작곡가로 키워낸 스승에 대한 추억, 음과 말에 대한 숙고 등이 그의 진지한 음성을 통해 우리를 맞는다.

음악은 살아 움직이는 것
푸르트벵글러의 지휘는 마치 마법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그의 글에 담긴 사유를 통해 그를 그곳으로 인도한 길을 뒤따라 볼 수 있다. 그는 음악학자들의 이론과 개념에 매몰되지 않으려 했으며, 음악을 이론으로 분석, 분류하고 머리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거부했다. 그에게 음악은 “역사적 맥락 안에서 파악하고 조망하고 분류하는 대상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32쪽)이었다. 또한 음악 작품을 살아 있는 유기체, 곧 생물과 같이 여겨 연주할 때마다 다른 해석과 다른 음악이 탄생한다고 보았다. 요컨대 음악은 악보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그 무엇이라고 인식했다.
예술가는 창작하는 가운데 매 작품을 ‘유한하게’ 유기적으로 구성하면서 그 안에 ‘무한히’ 창조적 특성을 집어넣는다.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한편으로 ‘전체’를 꿰뚫는 직관의 재능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직관을 활기차게 생동하는 현재로 끌어들여 작품의 현실 속으로 밀어 넣는 끈질긴 힘이다. -291쪽

그는 음악학자들이 제시한 각종 이론과 개념에 매몰되지 않았다. 음악을 이론으로 분석하고 분류하고 머리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거부했다. 그에게 음악은 마음으로 듣고 체험하는 것이었다. 음악 작품은 살아 있는 유기체, 곧 생물과 같아서 연주할 때마다 다른 해석이 나오고 다른 음악이 탄생한다. 음악은 이미 존재하는 것, 주어진 것,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 만들어지고, 새로 태어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음악은 악보에 매여 있기에는 너무도 활발히 ‘살아 움직인다’. -307-308쪽(옮긴이의 말)

독일 음악의 위대한 거장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
푸르트벵글러는 누구보다 독일 음악을 사랑했고 그 음악을 지키고자 분투했다. 그는 자신이 유구한 독일 음악의 전통 위에 서 있음을 알았고,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켜 다음 세대로 전해주어야만 하는 책임이 있음을 통감했다. 책에서 그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 바그너, 브루크너 등 독일 음악의 위대한 거장들에게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그 음악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바그너 편에서는 니체에 의해 곡해된 대목을 조목조목 반박해가며 상세히 설명하며, 베토벤 편에서는 잘 알려진 〈교향곡 5번〉의 1악장을 세심하게 해석하고 베토벤의 현재적 가치를 역설한다. 또한 당시 음악계에서 크게 오해받고 있던 브람스와 브루크너 음악의 본질적 특성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음악사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의미를 소상히 밝힌다. 핵심을 짚은 이 해설들은 지금도 여전히 어제처럼 생생하다.

예술사를 들춰보면 브람스가 베토벤이나 바그너와 같은 예술적 발전을 거치지 않았다는 글을 읽게 되는데 이는 당연히 틀린 말이다. 브람스는 다른 위대한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유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뚜렷한 발전을 보여주었다. 단지 그의 천성과 운명적으로 주어진 과제에 따라 흐름이 달랐을 뿐이다. 브람스는 다른 음악가들처럼 새로운 분야를 정복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런 분야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 발전은 확장이 아니라 내면의 집중으로 나아갔다. 나이가 들수록 그의 작품은 점점 간결해지고 조밀해지고 압축되었으며 감성에서는 더욱 소박해졌다. 브람스를 보면 발전이란 건 다양성만이 아니라 단순함의 측면으로도 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57쪽, ‘요하네스 브람스’(1931)

브루크너의 음악을 실제로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 신성하고 깊고 순수한 음의 언어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브루크너의 작품에 빠져들면 그 결점마저 왠지 필요해 보이고 어떤 식으로든 작품의 일부처럼 생각됩니다. 브루크너는 유럽 역사 전체에서 아주 드물게 나타난 천재들 중 한 명입니다. 초자연적인 것을 현실로 만들고, 신성을 우리 인간 세상으로 끌고 들어와 집어넣는 것이 그들이 짊어진 운명이었습니다. 악령과의 싸움에서든 복된 찬양의 소리에서든, 브루크너의 사색과 노력은 온통 그의 내면에 있는 신성과 그를 내려다보는 신성에 쏠려 있었습니다. …… 브루크너가 현세의 삶에서 늘 이방인으로 머물렀던 것, 깊은 의미에서 현세에 관심이 없었기에 자연히 그 삶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이상한 일이었을까요? 그는 다른 것, 더 나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128-129쪽, ‘안톤 브루크너’(1939)

그런데도 바그너에 대한 반대가 여전하다. 그의 동시대인들이 그런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의 새로움, 더 정확히 말하면 작품에 다가가는 접근법의 새로움은 그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작품에서 이루어지는 문학과 음악과 무대의 독특한 협업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이 점에서 바그너는 선구자도 없었고 근본적으로 후계자도 없었다.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개별 예술에서 나온 미적 개념을 그의 종합예술작품에 들이댄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몰입한 사람들만이 그의 작품을 이해했다. 물론 그들도 이 예술이 모든 참된 예술과 마찬가지로 ‘짜 맞춘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단일하고 단순하다는 것, 단지 사용한 수단이 다양할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시인과 문학가가 ‘작가’ 바그너를 비웃고 그를 잘해야 음악가로만 인정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음악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절대음악의 세계에 거주하는 음악가들은 그를 음악가가 아닌 사람 혹은 음악의 파괴자라며 거부한다. -141-142쪽, ‘바그너의 경우’(1941)

베토벤은 인간 본성의 모든 면을 아우르는 복합적이면서 완전한 사람이다. 그는 지극히 포괄적이다. 모차르트처럼 선율이 두드러지지 않고, 바흐처럼 건축적이거나 경쾌한 면이 부각되지 않으며, 바그너처럼 극적이고 감각적이지 않다. 그는 이들 특성을 동시에 모두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특성은 고유의 자리를 잡고 있다. 바로 여기에 그의 본질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이는 무척이나 드문 현상이다! 함께 어울려 작용할 때 비로소 생동하는 자연의 유기체를 구성하는 선율과 구조, 부드러움과 강인함 같은 서로 다른 요소들이 그토록 자연스럽게 합일을 이룬 음악은 전 유럽을 통틀어 없기 때문이며, 인간의 몸에 비유하자면 살아 있는 육체의 뼈와 살과 피부가 그토록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음악도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강력한 힘이 스며들어 있지만, 이 음악을 유기체의 법칙에 복종시키는 것은 커다란 객관성이다. 그의 음악은 폭발적이고 인간 경험의 한계까지 황홀하게 상승하면서도 결코 열광으로 그치지 않는다. -211-212쪽, ‘베토벤의 세계적 유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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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글’ 시리즈
‘음악의 글’은 음악 전문 출판사 포노가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로, 음악을 좀 더 깊이 읽고 폭넓게 이해하는 통찰이 담긴 글들을 한데 모읍니다. 제1권은 최초의 근대적 음악평론가 가운데 한 사람인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음악과 음악가 ― 낭만시대의 한가운데서》, 제2권은 리트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평생 헌신했던 성악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리트, 독일예술가곡 ― 시와 하나 된 음악》, 제3권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음악가, ‘미국 음악의 목소리’ 에런 코플런드의 음악 사용 설명서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 제4권은 프랑스 음악의 위대한 정신 클로드 드뷔시가 자신의 분신 크로슈 씨를 통해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안티 딜레탕트 크로슈 씨》, 제5권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신학자 한스 큉의 《음악과 종교 ― 모차르트? 바그너 - 브루크너》, 제6권은 천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을 담은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모차르트》, 제7권은 작곡가, 지휘자, 저명한 음악 교육자였던 이모겐 홀스트가 집필한 음악 교육서의 고전 《음악의 ABC ― 입문자를 위한 음악 기초 문법》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헤르베르트 하프너, 《푸르트벵글러》(이기숙 역, 마티, 2007)

[책속으로 이어서]
베토벤은 청중을 온전히 자격을 갖춘 상대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들을 단순히 진지하게 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기독교적인 의미에서?자신처럼 사랑해야 하는 이웃으로 생각했다. 베토벤은 청중을 자기 자신처럼 진지하게 여겼다. 그가 온전한 자격을 갖춘 청중을 전제로 했음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요구까지 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베토벤 작품의 올바른 연주는 관념적으로 말하면 공동체 같은 것을 창조한다. 그의 예술은 진정한 공동체 효과가 발휘되는 길을 걸어감으로써 처음으로 현대적인 공연 관객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공연계가 탄생한 것은 일차적으로 베토벤의 작품과 그것들이 요구하고 표현한 것들 덕분이다. -285쪽

진실로 삶을 위협하는 이 위기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여기서는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려도 소용없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미래를 주장하며 희망으로 자족해서도 안 된다. 지금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생동하는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전에도 늘 당연히 요구했던?지성은 더욱 지성적이 되어야 한다. …… 예술 작품은 우리에게 직접 파고들기 때문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사건이다. 지성은 그런 예술 작품을 역사적 관계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존중해야 한다.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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