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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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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쪽 | 규격外
ISBN-10 : 893202717X
ISBN-13 : 9788932027173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중고
저자 구병모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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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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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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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문장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 여기, 우리의 치부를 마주하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저자 구병모의 두 번째 단편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집요한 현실 관찰자이자 방대한 이야기 수집가인 저자는 우리가 겪은 재난 이전과 이후, 생각의 과정들을 에둘러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무엇이 틀렸다고 호통을 치거나 서로 도우라는 교훈을 던지기보다 떠넘기고 외면하며 방임하고 자기합리화를 일삼는 지금의 우리를 생생하게 그려 보이는 여덟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언젠가 정말 이 세상을 떠나면 ‘나’가 꼭 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던 친구의 부고를 듣게 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 아파트 단지 구조가 엉망으로 설계된 바람에 대각선 집의 내부가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여 당장 다른 아파트를 알아보리라 벼르던 때, 이웃의 아동학대를 목격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창裏窓》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소개

목차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
파르마코스
관통寬通
이창裏窓
식우蝕雨
이물異物
덩굴손증후군의 내력
어디까지를 묻다

해설 쿠라의 영향 아래_윤경희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TV에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불행한 사연이 나오면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매일같이 두들겨 맞는 옆집 여자의 비명에는 무덤덤하...

    TV에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불행한 사연이 나오면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매일같이 두들겨 맞는 옆집 여자의 비명에는 무덤덤하게 창문을 닫고 귀를 막는 사람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재난과도 같은 삶을 사는 보통 사람의 마음에는 벽이 존재한다. ‘내가 피해당하지 않는 선이라는 견고한 벽. 이것을 사이에 두고 선택적으로 공감과 연민을 표한다. 타인의 무너져 내린 삶과 고통에 아파하면서도 속으로는 내가 아니라 다행이야라고 불온한 마음을 품는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꾼 구병모 작가의 소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의 주제는 재난이다. 일상의 비극과 고통, 공포를 8편의 단편에 담았다. 작가는 인간의 나약함과 위선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비루한 삶일지라도 악착같이 버티며 살아가던 이들에게 몰아닥친 재난은 그들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어릴 때 엘리베이터 추락사로 엄마를 잃은 하이는 마음의 허기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안전장치도 없이 맨손으로 높은 건물에 오르기를 반복한다.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지독한 가뭄 속에 신의 선물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권능을 부여받은 두 소녀를 희생양으로 내몰고 핍박하는 마을 사람들. 파르마코스수차례 사업실패 후 종적을 감춘 남편이 남겨두고 간 시한폭탄급 정신질환자 시누이를 뒷바라지하며 홀로 젖먹이를 돌봐야 하는 고된 삶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관통(寬通)아동 학대를 목격하고 고발하자 도리어 희대의 오지라퍼 취급을 받고 고립되는 아줌마. 이창(裏窓)건물도 녹일 만큼 부식성 강한 비가 내리는 재앙 속에서 까발려지는 인간의 본성. 식우(蝕雨)마땅한 친절을 베풀었을 뿐인데 비난받는 사회복지사.이물(異物)보호받아야 할 계층의 들이 덩굴식물이 되어 도심을 점령하면서 비로소 영향력을 발휘하는 아이러니. 덩굴손증후군의 내력콜센터에 근무하며 그날 치 일용할 욕을 감수해야 하는 여자. 어디까지를 묻다


    희망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절망은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는 작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선과 악의 경계를 쉽게 단정 짓지 않고 사회의 부조리에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할 뿐. 그런데도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우리는 내면에 감춰진 치부와 마주하게 된다.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괴물이 악취를 풍기며 내면의 틈을 비집고 올라와 우리를 응시한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 나만은 그 재난에서 비껴나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나만 당하는 게 아니라며 안도하거나. 아니면 이웃의 재난을 나만은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지 말이다.


    모두가 짧은 문장을 지향하는 시대에 호흡이 길고 느긋한 문장을 쓰는 작가다. 불친절한 글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작가가 독자의 책장 넘기는 속도를 늦추기 위함이라고 밝혔다치밀한 설계와 더불어 재미도 놓치지 않았기에 차분히 톺아볼 가치는 충분하다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환상과 현실을 버무린 작가의 문장 속에서 유영하고 있을 것이다

     

    내 밖에 있는 나 아닌 모든 것은 나에 대한 침입자

    그러니 만인은 만인의 일에 신경 끌 것

     

    당신은 괴물이 될 것인가, 나만은 괴물이 안 되길 바랄 것인가. 선택은 자유다.

     

  • 구병모작가의 팬으로서 '파과'는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이어 나온 '그것이 ...

    구병모작가의 팬으로서 '파과'는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이어 나온 '그것이 나만이 아니기를'과 '빨간 구두당'은 정반대다. 단편들로 구성된 차이점도 있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쉬이 읽으려 해도 되지 않는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주인공과 친구의 삶을 대조해 성인의 자아찾기를 다룬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인간버젼 '파르마코스', 갖난 아이를 둔 엄마의 고통을 소재한 '관통', 지역갈등을 다룬 '식우', 경제적 약자가 주인공인 '이물', '덩굴손증후군의 내력', '어디까지를 묻다' 등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편마다 약자가 주인공이기에 제목이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 아닐가 추측해본다. 소설에서 현실을 꼬집고는 있지만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 은유법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단 독자마다 각 단편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해석은 독자의 몫이니 어떤 것이 정답일 수 없다.

     

    호흡이 긴 장편과 갈리 짧은 글에 메시지를 담다 보니 대화체의 문장이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주인공이 하소연하듯 풀어내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단 몰입도가 높으니 읽는데 불편함은 없다.

     

    '빨간 구두당'도 단편선이었으니 앞으로 구병모작가의 신작은 장편을 기대해본다.

  • 구병모님 소설은 어렵다. 술술 읽기가 안된다. 하지만 읽고 또 읽고..하면서 행간의 내용을 생각하다 보면 심장 구석부터 아...

    구병모님 소설은 어렵다. 술술 읽기가 안된다.

    하지만 읽고 또 읽고..하면서 행간의 내용을 생각하다 보면

    심장 구석부터 아파오기 시작하고 가슴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여기 말고 저기,그래 어쩌면 거기]

    하이의 도전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 극복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그 도전은 맨 정신에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부럽다. 하이가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의 풍경이 나 역시 궁금하다.

    나도 거리인지 불능증 환자다.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거리 조절이 제일 힘들다. 내 자신과의 거리 조차도...

    안타깝게도 내 병은,

    하이처럼 현실 극복을 위한 도전을 하다가 얻은 명예로운 질병이 아니다.

    현실 도피에 대한 막연한 욕구와 무기력한 자아에 대한 분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에 대한 방어기전으로 내가 만들어낸 처방약이다.

    나는 오늘도 거리 측정을 못한 채,,,아니  안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파르마코스]

    얼마전 나는 내가 몸 담고 있는 친목단체에서 정의를? 위해 큰 목소리를 냈다가

    이해관계가 틀린 회원들이 마녀사냥으로 나를 나쁘게 몰고가서 파르마코스가 되었다.

    그래서 내 카톡 대문글은 씁쓸하게도  "파르마코스를 만들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세상.."  이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파르마코스를 만들고 있는 가...

    나 또한 그동안 이러한 사회에 대해 방관하며 암묵적 동의를 하는 이기적인 개인이었음을 인정한다.

    내가 파르마코스가 되니 정신이 번쩍 나더라.

     

    [관통]

    표지에 있는 길고 날카로운 선...아...이거였구나....

    나도 캔버스 너머의 세상으로 이 칼자국을 통해 관통하여 나아가보고 싶다..

    어느 쪽 세상이 가상이고 현실인 지 진리는 알 수 없지 않은 가.

    지금 이 곳이 가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창]

    오지라퍼 아줌마 얘기...같은 아줌마 입장에서 너무 통쾌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오지라퍼가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는 나도 주인공처럼 행동했을 것 같다.

     

  •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우리 생은 무한대로 발생하는 경우의 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의 시...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우리 생은 무한대로 발생하는 경우의 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의 시작은 두려움과 불안이 아닐까 싶다. 따지고 보면 살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들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어떤 보호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뿐이다. 저마다 일정의 보호망을 준비하고 살아가겠지만 기관, 사회, 국가가 그것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 삶은 혼자만 살아가는 게 아닌 공동체라는 걸. 그럼에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나 아닌 누군가의 삶을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한적으로 관계된 이들을 제외한 모든 삶에 대해서. 구병모는 지속적으로 이것에 대해 말한다. 그렇다고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을 옹호하거나 섣불리 위로하지도 않는다.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따라 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보여준다. 하여 때로 지루한 장면이 이어지고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 계속된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누군가의 삶이고 그에게는 아주 치열하고 처절한 일상이다. 간혹 극단적인 경우의 수를 선택하는 건 누구라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어서다. 불운과 불행이 특정한 이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에 수록된 8편의 이야기가 소설에 그치지 않고 현실과의 연결고리가 되는 이유다. 그리하여 구병모의 소설은 현실과 환상으로 만들어진 뫼비우스 띠가 된다.

     

     현실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지도교수의 심부름에서 벗어나 ‘나’로 살아야 하는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 화자는 환상(미래)을 놓을 수 없다. 그 앞에 맨손으로 건물을 오르던 친구 하이의 죽음은 생존과 소멸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성공으로 모든 게 행복한 결말을 맺을 거라 믿었지만 그것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부질없는 환상인지 알고 있다. 가족, 친구와의 내밀한 관계를 뒤로 한 채 벽을 무너뜨리듯 앞으로 전진한다고 믿었던 화자와 더 높은 건물을 오르며 상실을 극복했을 하이. 죽음이라는 경우의 수를 통해서만 결국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삶을 보여준다.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삶의 내면에는  하이의 말처럼 혼자가 아니기를 바란 염원이 있었다.

     

     ‘간격을 확정 짓는다는 건 곧 서로에게 다가갈 가능성도 내포한 것인 만큼 우리의 관계는 비로소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토해내도 내 인식과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어. 그 사람이 실망하면서 떠나버린 뒤에야 나는 얼마나 그쪽에 가까이 다다르고 싶었는지, 아니 밀착되고 싶었는지를 알았지.’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 32쪽)

     

     결국 하이는 상황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남편과 미친 시누이와 아이를 돌봐야 하는 미온이 그림이라는 자신의 꿈을 찾아 유모차에 아이를 놓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관통貫通」과 우연하게 목격한 아동 폭력의 현장을 고발하려는 「이창(異窓」의 화자도 그랬다. 변화를 원했다. 현실을 벗어나려는 갈망과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욕망이었다. 둘의 욕망은 같은 듯 다르다.

     

     미온의 그것이 개인적인 것이라면 「이창(異窓」의 화자에겐 정의의 실현과 같았다. 그러나 그래 봤자 어설프고 서투른 시도뿐이다. 가장 가까운 남편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으니까.’ (「이창(異窓)」, 124쪽)란 말로 치부해버린다. 이 역시 하나의 경우의 수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부식 성질을 지닌 무서운 비가 내리는 「식우(蝕雨)」, 반대로 비가 내리지 않아 고통을 받는 「파르마코스」덩굴식물로 변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제거하는 사람들을 묘하게 대치시킨 「덩굴손증후군의 내력」가 우리가 모르는 어느 곳의 일상은 아닐까 무서운 상상을 하고 만다. 그들의 삶이 나와는 상관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털뭉치를 향한 「이물(異物」 속 화자의 간곡한 마음과 같다. 

     

     ‘내 밖에 있는 나 아닌 모든 것은 나에 대한 침입자이기 때문이며 그것의 내면에 무엇이 들었거나 말았거나 어떤 사연이 얽혀 있는지는 물론 어떤 경로를 통해 여기 도달했는지도 관심 가질 까닭은 없었고, 문제라면 그것이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물러주면서 가능한 한 내게 고통과 불편을 덜 줄 것인지의 여부일 뿐이다.’  (「이물(異物」, 210쪽)

     

     구병모는 선명한 결말을 제시하거나 대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가혹하고 잔인한 상황을 전달한다. 소설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불운과 불행을 피해 살고 싶은 욕망과 함께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는 게 삶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어떤 경우의 수가 펼쳐질지 모르는 채 살아간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간다. 예측 불가능한 경우의 수를 온몸으로 막으며 말이다. 언젠가 그것을 막아줄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란 믿음의 싹을 키우면서...

  •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ni**36th | 2015.08.31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는, 쉽게 말한다.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 분명 나보다 더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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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는, 쉽게 말한다.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 분명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매일 끊임없이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보도가 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말한다. 왜 나만.
    나도 그래. 나만 힘들고, 나만 괴롭고, 나한테만 안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아닌 걸 알고 있음에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목이 끌렸나보다. 나만은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과 나에게만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단편집인지도 모르고 읽었다. 개인적으로 단편집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터라. 툭툭 끊기는 흐름이 나에겐 버거워서 반갑지 않았지만. 하이가 좋아서 읽고 또 읽어나갔다. 하이는 죽지 않았다. 분명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하이가 세번이나 죽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안돼. 하이는 죽이지마. 라고 외쳤다. 하이는 죽어서는 안되는 존재같다. 위태로운 마음이 무너져 내리면 그 마음의 주인도 무너져 버릴테니, 하이라는 마음은 살아남아야 해.

    단편은 단편답게 짧다. 끝나는 순간이 손 끝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감정조절이 힘들다. 안녕 하이. 하고 인사할 틈도 없이, 다음으로 넘어가야 함이 고되다.

    하이가 좋아서, 하이에 빠져있어서 다음이 기억에 특별히 남지 않는 건, 작가의 잘못이다.(괜한 작가 탓.) 하이에게 붙잡힌 시선은 하이에게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른 단편들이 별로라는 건 아니다. 전래동화같은 이야기와 흔한(그래서 안타까운) 학대당하는 아이, 그리고 흔하지 않은(그래서 또 안타까운) 참견 쟁이 옆집 아줌마. 낯선 침입자. 넝쿨식물로 변해버린 사람들. 피곤할 정도로 말이 많은 꿈을 잃은 여자.
    그 중 식우는 하이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다. 부식시키는 비가 내리는 도시. 30일을 넘게 멈추지 않는 비. 안전한 곳은 없다. 건물도 부식되어 무너지고, 살아있는 생물의 피부도 녹아내린다. 도망가기 위해 나선 길. 그 위에 그들의 두려움이 나에게 전해지지 않는 건 왜일까. 깨닫고 보면 그러한 불안과 불편, 편견과 거절은 흔하디 흔한 일상이기 때문일까.


    우리의 삶 속에는 생각보다 더 험난하고 위험한 상황과 사람들이 많다.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피투성이가 되고는 하지만 상처입은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깨달았다고 해도 별반 달라지는 건 없기에 모른 척하며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싶다. 있을 수 없을 법한 이야기를 빌어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이 책은,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병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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