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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정본 택리지
328쪽 | | 150*220*20mm
ISBN-10 : 1160801673
ISBN-13 : 9791160801675
완역 정본 택리지 중고
저자 이중환 | 역자 안대회 | 출판사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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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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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으로 탄생한 인문지리학의 명저 《택리지》! 『완역 정본 택리지』는 안대회 교수 팀이 국가가 국토지리에 대한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 개인이 18세기 이후 크게 변한 조선 사회의 산업과 교통, 문화의 구체적 현실과 변화된 실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독창적인 인문지리서 《택리지》의 선본 23종을 추려 교감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본 텍스트를 확정한 뒤 번역한 책이다.

당대의 산업과 교통, 문화의 구체적 현실과 변화된 실상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 팔도의 정치와 역사, 경제와 사회, 문화와 전설, 산수와 명승 등을 인문·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평론한 이중환 개인의 독특한 관점이 잘 드러나 있어 인문지리의 명저로 꼽히는 《택리지》는 현재까지 수많은 이본이 전해져 그 인기와 가치를 입증한다.

이번 책에서는 원문의 의도에 맞게 서론, 팔도론, 복거론, 결론, 발문이라는 새로운 편목과 구성을 내세운다. 더불어 문장가로도 이름을 떨쳤던 이중환의 글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한편, 최대한 한자어를 풀어쓰고 이해하기 쉽게 부연 설명을 달아 보다 많은 독자가 택리지 본연의 텍스트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택리지의 저술 배경과 특징, 이중환의 삶 등을 꼼꼼히 정리한 해제를 붙여 이 책 한 권으로 택리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저자소개

저자 : 이중환
자는 휘조輝祖, 호는 청담淸潭?청화산인靑華山人이다. 조선 영조 때 시인이자 학자로, 많은 고위 관료와 학자, 문인을 배출하고 남인南人 당파를 주도한 여주 이씨 명문가 출신이다. 24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관료의 길에 들어섰으나 당쟁에 희생되었다. 30대 중반 이후 관계에서 완전히 밀려나 한평생을 철저하게 배척당한 채 지냈다. 1750년대 초에 몰락한 사대부의 체험과 시각을 바탕으로 조선의 지리와 경제, 자연을 고찰한 《택리지》를 저술하여 후대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역자 : 안대회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대동문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제34회 두계학술상과 제16회 지훈국학상을 수상했다. 옛글을 학술적으로 엄밀히 고증하면서도 특유의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로 풀어내 독자들에게 고전의 가치와 의미를 전해왔다. 지은 책으로 《문장의 품격》, 《벽광나치오》, 《담바고 문화사》, 《궁극의 시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한국 산문선》(공역), 《녹파잡기》, 《추재기이》, 《북학의》 등이 있다.

목차

해제 안대회
《택리지》 서 이익
《택리지》 서 정언유

서론

팔도론
팔도론 서설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복거론
복거론 서설
지리
생리
무역과 운송
인심
산수
산천의 큰 줄기
명산과 명찰
도읍과 은둔
바다 위의 산
영동의 산수
네 고을의 산수
강가의 주거지
시냇가의 주거지

결론

발문
《택리지》 후발 - 이중환
《택리지》 발 - 목성관
《택리지》 발 - 목회경
《팔역가거처》 발 - 이봉환
《택리지》 발 - 홍중인
《택리지》를 보고서 아이들에게 써서 보여주다 - 홍귀범
발 《택리지》 - 정약용
청담 이중환의 《택리지》 해제 - 정인보

부록 병조좌랑 이중환 묘갈명 -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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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인문지리학의 명저 《택리지》, 마침내 정본으로 탄생하다! 《택리지》는 18세기 이후 크게 변한 조선 사회의 산업과 교통, 문화의 구체적 현실과 변화된 실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독창적인 인문지리서이다. 이중환은 조선 팔도의 정치와 역사, 경제와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인문지리학의 명저 《택리지》, 마침내 정본으로 탄생하다!

《택리지》는 18세기 이후 크게 변한 조선 사회의 산업과 교통, 문화의 구체적 현실과 변화된 실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독창적인 인문지리서이다. 이중환은 조선 팔도의 정치와 역사, 경제와 사회, 문화와 전설, 산수와 명승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평론한 뒤 살 만한 곳과 살 만하지 않은 곳으로 나누었다. 지리를 보는 그의 독창적인 관점 덕택에 《택리지》는 주거지 선택과 산수 유람에 참고할 만한 책으로 지금까지도 독보적이다.
《완역 정본 택리지》는 안대회 교수 팀이 200여 종의 이본 《택리지》 중 선본 23종을 추려 교감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본 텍스트를 확정한 뒤 번역한 책이다. 잘못 통용되어온 구성과 편제를 원본에 맞게 고치고, 내용상 잘못된 부분을 상당수 바로잡아 최초로 정본화 작업을 했고, 양장본과 보급판 두 종으로 출간했다.

1. 몰락한 사대부 이중환, 조선 팔도의 인문 지리를 논하다
- 조선시대 가장 독창적인 인문지리서, 《택리지》의 가치
《택리지》는 국가가 국토지리에 대한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 개인이 지리를 논했다는 점에서 아주 획기적인 저작이다. 이전의 지리서는 모두 관이 주도해서 나온 관찬 지리서로서 18세기 이후 크게 바뀐 조선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했다. 반면 《택리지》는 당대의 산업과 교통, 문화의 구체적 현실과 변화된 실상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 팔도의 정치와 역사, 경제와 사회, 문화와 전설, 산수와 명승 등을 인문·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평론한 이중환 개인의 독특한 관점이 잘 드러나 있어 인문지리의 명저로 꼽힌다. 《택리지》는 출간 직후 어떤 책보다도 빠르게 필사되고 읽혔는데,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본만 200여 종에 이르러 그 인기를 입증한다. 이 책을 통해 이중환은 당대의 국토지리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리에 대한 새로운 욕구를 태동시켰다.
이중환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당쟁으로 몰락해 경제적 궁핍에 시달렸다. 당시 사대부가 관직을 잃는다는 것은 생활고로 서울에서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평생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함을 의미했다. 그가 사대부임에도 경제적 요건을 갖춘 지역을 최적의 주거지로 꼽고, 행정 중심지보다 경제 중심지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소개하는 등 끈질기게 ‘어디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답을 던진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그는 전 국토를 지역과 주제로 나누고 행정과 교통, 물산, 풍속, 인심, 역사, 인물, 산수 등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았는데, 살 만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기준을 특히 농지의 비옥함, 물자의 유통, 교통의 편리함, 특용작물의 생산, 시장의 활성화 등 실리적인 요건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처럼 그는 《택리지》에서 자신이 겪은 고난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 후기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하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와 같은 처지의 사대부들에게 이 책은 실용서이자 자기계발서나 마찬가지였다.

무릇 산수란 심신을 즐겁게 하고 감정을 발산하게 하는 것이다. 사는 곳에 그런 산수가 없으면 사람은 거칠어진다. 그러나 산수가 좋은 곳은 생리가 변변치 않은 곳이 많다. 사람인 이상 자라처럼 제 등껍질을 이고 살거나 지렁이처럼 흙을 파먹고 살 수는 없으니, 그냥 산수만을 취하여 삶을 영위할 수는 없다. 그러니 차라리 기름진 땅과 넓은 들이 있어 지리가 좋은 곳을 선택하여 집을 짓고 살면서, 10리 밖이나 반나절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과 물을 두고, 생각이 날 때마다 가서 시름을 풀거나 하루 이틀 묵고 돌아오는 것이 낫다. 이야말로 훗날까지 이어갈 만한 좋은 방법이다. -<복거론> ‘산수’ 중에서(양장본 345쪽/보급판 268쪽)

그러나 사대부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생선과 소금이 유통되는 곳을 잘 찾아서 배를 대고 이익을 남겨서 관혼상제 네 가지 예식에 드는 비용을 장만한다면 해 될 일이 있겠는가? -<복거론> ‘생리’ 중에서(양장본 243쪽/보급판184쪽)

2. 국내 최초 완역 정본 《택리지》의 탄생!
- 한국 대표 고전 정본 작업의 중요성
안대회 교수는 한국 고전의 당면과제로 정전화(正典化)와 정본화(定本化)를 들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을 가려 뽑아 시대를 초월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저술을 목록화하고, 그와 동시에 표준이 될 만한 정본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본화 작업은 고전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이자, 제대로 된 학술연구와 역주 작업을 위한 토대이다. 한국 고전의 정전화와 정본화라는 큰 과제 앞에서, 안대회 교수팀은 하나의 숙제를 마쳤다. 인문지리의 정전이자 200여 종의 이본이 난무하는 《택리지》의 정본 작업이 그것이다.
《택리지》는 현재까지 수많은 이본이 전해져 그 인기와 가치를 입증한다. 조선 후기에 나온 저작으로 이렇게 많은 이본이 전해지는 책은 드물다. 많이 읽히고 필사된 덕에 다른 많은 자료의 출처 역할을 해왔지만, 정작 《택리지》의 정본 작업이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현재 널리 읽히고 있는 《택리지》는 모두 1912년 최남선이 번역한 광문회본을 저본으로 삼고 있는데, 광문회본은 수많은 이본 중의 하나에 불과해 대표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최남선은 일부 내용을 삭제하거나 첨가하여 택리지의 내용을 일부 왜곡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읽어온 《택리지》는 엄밀한 학술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텍스트이다.
안대회 교수는 2012년 아홉 명의 연구자들과 첫 세미나를 시작한 이래,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이본 중에서 23종을 선정하고 교감하여 마침내 정본 텍스트를 확정해 번역했다. 23종의 선본 중에는 그동안 학계에서 검토하지 않았던 다수의 선본이 새롭게 포함되어 있다. 중요한 교감 사항은 꼼꼼히 정리해 《완역 정본 택리지》(양장본)에서 원문과 함께 700여 개의 주석으로 달았다.
《완역 정본 택리지》가 기존의 택리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편목과 구성을 새롭게 했다는 것이다. 현재 거의 모든 번역문과 논문에서는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 총론, 저자 발문이라는 편목과 구성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본 작업 과정에서 이 편목은 극소수 사본에나 나타나는 것임을 확인해 《완역 정본 택리지》에서는 원문의 의도에 맞게 서론, 팔도론, 복거론, 결론, 발문이라는 새로운 편목과 구성을 내세운다.
‘발문’에도 오랜 기간 정본 작업을 하면서 발굴한 사료를 엄선해 실었다. 홍중인, 정약용, 정인보 등이 쓴 발문이 실려 있는데, 일제강점기 학자 정인보가 국한문혼용체로 쓴 발문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택리지의 가치를 입증해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그 밖에 《택리지》에 실린 이야기로 유명한 ‘함흥차사’ 관련 기사는 원본에는 실려 있지 않다고 판단하여 싣지 않았다. 이처럼 크고 작게 잘못 전해져온 번역까지 대폭 바로잡았으니, 《완역 정본 택리지》는 가히 제대로 된 《택리지》의 첫 탄생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굳이 멀리 사마천이나 역도원의 저술과 장점을 비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선의 지리서로서 고금에 이보다 훌륭한 저술은 없음이 사실이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상세하고 정확한 《대동지지大東地志》와 더불어 후세에 전해질 만한데, 고산자의 ‘지지地志’가 수학적이라면 청담의 저술은 철학적이고, 고산자의 ‘지지’가 조용히 멈춰 있고 지역을 나눈 것이라면 청담의 저술은 살려서 드러내고 융합하여 꿰뚫은 것이다. 지역과 관습에 의하여 숙성된 팔방의 풍속과, 물산을 교환하고 도로로 운송하는 대세와, 주목하고 중시해야 할 관방關防과 요충지, 그리고 절해고도의 빼어난 명승까지 무엇 하나 데면데면 다룬 곳이 없다. -<발문> ‘청담 이중환의 《택리지》 해제’ 중에서(양장본 382쪽/보급판 302쪽)

3. 팔도의 지역별 산수와 명승, 전설을 고지도와 함께 한 권에 담다
- 지금 이 시점에도 유효한 국내 산수유람 안내서
《택리지》는 주거지 선택의 지침서일 뿐만 아니라 탁월한 명승 탐방의 안내서로 첫손에 꼽히는 고전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산수를 한 권으로 잘 정리해 여행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책으로 이를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 이중환은 평안도와 전라도를 제외한 지역을 30여 년에 걸쳐 직접 탐방한 경험을 토대로 어느 지역의 어떤 산과 강, 누정과 명소, 문화유적 등을 찾아가면 좋을지 안내한다. 조선 팔도에서 주요한 산수와 명승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특별히 명승이 많은 영동 지역과 관북, 충북의 단양 주위 명승지는 따로 정리해 설명했다. 이에 더하여 《정본 완역 택리지》는 고지도를 아낌없이 실어 이중환이 명당으로 꼽거나 비중 있게 설명한 지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독자들은 엄선한 고지도를 통해 18세기 조선 시대 국토의 모습을 확인하고, 지금의 지도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중환은 구비전설이 현지인의 삶과 의식을 파악하고 지역적 색채를 드러내는 요인이라 보고, 전국 각 지역에 분포하는 구비전설을 적극적으로 채록해 담았다. 큰 구비전설만 꼽아도 40여 가지나 된다. 전설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이라, 《택리지》는 20세기 이전 가장 오래되고 신뢰할 만한 구비문학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완역 정본 택리지》(양장본)는 여기에 자세한 주석을 달아 내용과 출처를 꼼꼼히 밝혔다.

영춘, 단양, 청풍, 제천, 네 고을은 충청도 지역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한강 상류에 자리 잡고 있다. 협곡 사이로 흐르는 강을 따라 석벽과 너럭바위가 널려 있고, 그중에서도 단양이 단연 최고이다. 단양군은 경내가 모두 첩첩산중에 있어서 10리 정도 펼쳐진 들도 없으나 강과 시내, 바위와 골짜기로 이루어진 경치는 훌륭하다.
세상에서 이담二潭과 삼암三巖이라 일컫는 명승이 있다. 이담 중에서 도담島潭은 영춘 경내에 있고, 강물이 휘감아 돌다 고여서 깊고도 넓다. 물 가운데 우뚝 솟은 세 개의 바위 봉우리가 각각 따로 떨어져 마치 곧은 현絃처럼 한 줄로 서 있고, 기이하고 교묘하게 조각되고 새겨져 마치 인가에 쌓아 만든 석가산石假山과도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바위가 작고 높이가 낮아서 우뚝하게 솟고 깎아지른 절벽 같은 경관이 없다. -<복거론> ‘네 고을의 산수’ 중에서(양장본 320쪽/보급판 248쪽)

세상에서 전하는 이야기로, 호수가 있는 자리에는 옛날에 어느 부자가 살던 집이 있었다. 하루는 탁발승이 쌀을 구걸했더니 부자는 쌀은커녕 똥을 퍼 주었다. 그러자 살던 집이 갑자기 푹 꺼져서 호수가 생겼고, 쌓여 있던 곡식은 모조리 작은 조개로 변했다. 해마다 흉년이 들면 조개가 많이 나고 풍년이 들면 적게 나는데 맛이 달고 향긋하여 요기하기에 적합하니, 주민들은 이를 적곡합積穀蛤(곡식이 쌓여 생긴 밥조개)이라 하였다. 봄여름이 면 사방 먼 데서 온 남자는 등짐을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이고 조개를 주우려고 길에 줄지어 서는데, 호수 밑바닥에는 아직도 기와 조각과 그릇 따위가 있어서 자맥질하는 이들이 가끔 줍는다고 한다.1)
1) 적곡합 이야기는 특정 지역에 연못이 생기게 된 유래를 설명하는데, 전국에 널리 유포된 장지못 전설의 하나이다. …… 《택리지》에 처음으로 채록되었다. (후략)
-<복거론> ‘영동의 산수’ 중에서(양장본 315쪽/보급판 244쪽)

4. 양장본·보급판 두 종으로 출간해 접근성을 높이다
- 목적에 따라 달리 읽는 《완역 정본 택리지》
안대회 교수의 고전 번역은 유려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완역 정본 택리지》에서는 문장가로도 이름을 떨쳤던 이중환의 글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한편, 최대한 한자어를 풀어쓰고 이해하기 쉽게 부연 설명을 달아 보다 많은 독자가 택리지 본연의 텍스트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택리지의 저술 배경과 특징, 이중환의 삶 등을 꼼꼼히 정리한 해제를 붙여 이 책 한 권만으로 택리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완역 정본 택리지》는 양장본과 보급판 두 종으로 출간되었다. 두 종의 본문 내용은 같지만, 양장본에는 본문에 문장의 출전이나 내용의 유래, 기원을 최대한 상세히 밝힌 주석과 교감 작업을 거쳐 확정한 정본 택리지의 원문이 달려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특히 원문에는 교감의 흔적을 담은 주석 700여 개가 포함되어 있어 연구자들에게는 크게 참고가 될 것이다. 그 밖에도 양장본에는 본문에 상당한 양의 주석이 달려 있으며, 도판 또한 아낌없이 실어 이해를 높였으니 고전으로서 《택리지》를 제대로 읽고자 하는 독자라면 양장본을 소장할 만하다.
반면, 《완역 정본 택리지》 보급판에는 원문을 빼고, 본문의 주석을 최대한으로 줄여 《택리지》 본연의 글맛을 오롯이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본문 텍스트를 양장본보다 좀 더 쉽게 풀어쓰고, 중요한 도판만 추려 담았으니 가볍게 《택리지》를 읽어 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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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완역 정본 택리지 | ck**09 | 2018.11.2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1
      이중환의 택리지는 270여 년 전인 1751년 영조 시대에 나온 책이지만 ...

     

    이중환의 택리지는 270여 년 전인 1751년 영조 시대에 나온 책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조선시대 대표지리서로서현대 한국 지리서의 표본으로서 회자되고 또 읽혀지는 책이자 고전입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님이 2012년부터 6년간의 각고의 작업 끝에 완역 정본 택리지를 펴내셔서 이렇게 우리가 읽을 수 있게 된 것에 너무 기쁘고 또 축하드리고 무엇보다 그 노력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택리지는 크게 팔도론과 복거론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팔도론에서는 우리나라 산세와 위치를 중국의 고전 산해경(山海經)을 인용하여 논하고 있으는데 백두산을 산해경의 불함산(不咸山으로 생각하고 중국의 곤륜산(崑崙山)에서 뻗는 산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았습니다그리고 팔도의 위치와 그 역사적인 배경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는데특히 이번에 여행을 다녀온 진주와 순천 여수 광양 등 전라도 남해 지역에 대해서 관심이 있게 읽어보았습니다.

     

    진주 남강을 끼고 쌓은 성으로 임진왜란의 격전이 벌어진 곳이지만 지금은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관광지이자 유적지인 이 곳에서 잠시 멈춰서 진주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았습니다진주는 장수와 정승을 많이 배출하였고 토지가 비옥한 데다 강산의 풍과도 빼어나서 사대부들이 부유함을 자랑하여 누정 가꾸기를 즐겼다고 합니다임진왜란에 대한 기술도 빼놓지 않았는데, 2차 진주성 전투로 진주가 함락을 당했을 때 김천일과 최경회 등이 전사하여 이들을 기리는 충렬사를 세웠다고 합니다후대에 이 사당을 중수한 진주목사의 꿈에 장수들이 감사 인사를 하고 중수를 반대한 병마절도사는 새벽에 갑자기 죽었다는 야사를 소개하며 귀신이 작용하는 바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전라도 지방에 대해서는 제일 먼저 고려 태조가 후백제와의 전투에서 위험에 빠진 적이 많아서 백제 사람을 미워하게 되어 차령이남 사람을 등용하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고 이 때문에 고려시대에는 이 지역 사람이 등용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물론 전주 이씨 가문이 집권한 조선시대에는 이 금령이 풀렸다고 합니다그런데 이중환 본인이 전라도에 가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하니 주로 기록과 풍문을 중심으로 서술한 듯합니다이중환은 기이하고 아름다운 산천이 많은데도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도록 현달한 이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 마땅히 한 차례 산천의 기운이 뭉쳐 인재를 길러낼 것이지만당장은 거리가 너무 멀고 풍속이 어지러워서 살 만한 곳이 못되는 곳이라고 끝맺습니다.

     

    320여 페이지인 이 책에 20여 페이지에 가까운 찾아보기가 실려 있습니다그래서 궁금한 지역의 지역명을 찾아서 그 부분을 읽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아쉽게도 제가 이번에 방문한 여수나 순천이 그 당시에는 다른 이름이었는지 찾아보기에서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광양에 대해서는 광양 백운산이 도선이 도를 닦은 곳이고 산수경관도 아름답다고 하며 여러 차례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이 책 완역 정본 택리지는 소장하여 꼼꼼하게 읽어 볼 가치가 있는 고전이라 생각합니다특히 제 경우 각 지역을 여행할 때 현대의 가이드와 함께 들고 비교하며 청담 선생의 그 지역에 대한 평가와 설명을 떠올리면서 여행의 기쁨과 그 뜻을 배가시켜 보면 좋을 듯합니다.

     

  • 어느 사대부의 저항 | gh**ms2222 | 2018.11.2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1
    의무교육 과정을 거졌다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함께 ...

    의무교육 과정을 거졌다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함께 역사, 지리 시간에 이중환의 택리지는 익히 들어는 봤으리라. 물론 단편적인 정보 혹은 (교과서 편찬자의) 종합적인 판단이 다였을 게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학습과 문제 풀이의 추억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택리지를 펼쳐들었다.  
      

    오래 두고 볼 수 있도록 코팅된 종이를 내지로 삼아서 그런지 두께에 비해 제법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중환에 대하여 

    우선 택리지를 살펴보기 앞서 이중환에 대해 알아 보자면, 한마디로 금수저에 타고난 재능과 분별을 갖춘 인재였다고 한다. 당시 남인당파의 명문가 출신이었고 저명한 실학자 성호 이익의 재종손이었다. 일찍이 병과에 합격하고 병조 정랑에 봉직하였으나 노론과 소론 사이에 당쟁에 휘말리면서 여러차례 형을 받고 귀양살이를 해야 했다. 노론의 지독한 정치공세는 남인 출신의 피할 길 없는 운명이었다고한들 친인척의 목숨과 반평생 역모죄라는 누명의 대가로 치르기엔 너무 가혹했다. 
    청담 이중환은 소모적인 당쟁과 권력암투로 현실과 정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18세기 조선의 희생양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옮긴이에 따르면) 1751년 즈음에 택리지 초고를 완성했다고 보는데, 그의 나이 만 61세이자 세상을 떠나기 5년 전 일이다. 당시는 영조의 탕평책으로 그나마 당쟁은 사그러들었지만, 주자학을 위시한 통치이념은 민생과 유리되어 아무런 대책이 강구되지 못한 실정이었다. 이에 사회 모순을 비판하기 위해 등장한 실학 사상은 활발하게 논의되기에 이르렀고, 이중환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1753-4년 이중환은 역모죄를 면하여 겨우 명예를 찾았지만, 1725년 관직에서 축출되고부터는 교우 관계는 끊어졌고, 유랑하며 때로는 천하게 지냈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의 행적은 기록이 없어 정확히 알 순 없으나 인생 말년에 누명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비참한 운명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 분명하다. 
    택리지의 저술의 동기와 영향은 여태 살펴본 저자의 기구한 처지와 맞닿아 있다. 택리지 본문 안에도 이와 연관된 요소가 두루 있다.  
      
    사농공상에 대하여 

    '그리하여 사대부가거처를 지었다.' p.276 
      
    택리지의 본래 서명은 사대부가거처였다. 몰락한 사대부 신분의 저자가 살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한자한자 글을 썼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옛날에는 사대부가 없었고, 누구나 백성이었다. 백성에는 사농공상의 네 부류가 있으니, 선비가 어질고 덕망을 갖추고 있으면 나라의 임금이 그에게 벼슬을 시켰다. 벼슬하지 않은 사람은 농부가 되거나 공인이 되거나 상인이 되었다.' p.35  
      
    이중환은 서론 첫 문장부터 자신의 정치 스탠스를 드러내고 있다. 사농공상의 구별은 인위적이다, 다만 덕망의 유무로 사대부와 그밖의 계층을 가려낸다, 고 보는 식이다. 사대부로서의 한계를 벗어던지려 했던 시도와 동시에 지배계층의 엘리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전자에 방점을 찍고 싶다. 
      
    '사대부로서 농부, 공인, 상인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거나 농부, 공인, 상인으로서 사대부를 부러워하는 마음을 품는다면 그가 누구든 근본을 모르는 자들이다.' p.36 
      
    이중환의 근본사상은 노자보다 공자에 가깝고 계층의 구별은 확실하다. 그의 타고난 출신성분과 교육에 의한 자의식이었으리라. 하지만 사대부와 배치된 거친 환경과 일상을 일구며 겪었을 그의 경험은 희귀한 가치를 지닌다. (한시라는 귀족적 형식과 풍자라는 서민적 내용을 통해 공존과 충돌을 야기했던 김삿갓의 시와 그럼에도 사대부로서 자의식을 잃지 않았던 김삿갓의 태도는 이중환과 많이 닮아 있다.) 따라서 택리지는 이탈함으로써 비로소 현세를 목도한 자의 유산이다,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팔도론과 복거론 
      
    앞서 언급한 짧은 서론을 시작으로 팔도론, 복거론, 결론, 발문으로 구성되었다. 본론은 팔도론과 복거론에 해당하고, 이는 지리서로서의 역할에 가장 부합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눈에 띄는, 당시로써는 이색적이다 할 만한 점은 바로 단순 지리서에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가령 현재 tv서 방영되고 있는 알쓸신잡의 원형이라 봐도 무방하다.  
      
    '영흥에서 남쪽으로 100여 리 떨어진 땅이 안변부로 철령 북쪽에 있다. 안변부 읍치 서북쪽에는 석왕사라는 절이 있다. 태조가 등극하기 전에 꿈을 꾸었다.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짊어지고 있는데 꽃잎이 날리며 거울이 떨어졌다. 무학스님에게 해몽을 부탁했더니 (...) 태조가 크게 기뻐하며 마침내 절을 짓고 석왕사라 이름하고 수륙도량을 크게 베풀었다.' p.60 
      
    '함흥 이북은 풍속이 굳세고 사나우며, 산천이 거칠고 험준할 뿐만 아니라 춥고 척박하다. 곡식은 오직 조와 보리뿐이며, 찹쌀과 멤쌀은 적고 면화와 솜이 나지 않는다.' p.57 
      
    조선 팔도 각 지리를 구분하고 묘사하고, 덧붙여 조선 역사를 기본 뼈대로 각 지역에 얽힌 전설, 비화 등을 언급한다. 게다가 각 고을의 주 생산물과 생산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여 알리고, 인심과 풍수마저 파악하려 한다. 
    그러니까, 본인이 각 지역을 거처로 삼기에 어떠한지 직접 두루 살폈던 것으로 봐도 충분하다.  
      

    자료와 주석이 알차고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이렇듯 팔도론은 함경도를 필두로 조선팔도를 놓고 여러 방면에 걸쳐 어떠한지 살폈다면 복거론은 반대로 지리, 생리, 인심, 산수 4가지를 테마로 삼아 각 지역을 두루 살폈다. 
      
    지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물과 산세 등의 지형을 간략히 조망한다면 산수는 여러 산과 강줄기, 주거지, 경치 등 미시적으로 자세히 접근한다. 지리는 풍수역학과 연관되어 있는 주제이다보니 지리학적 당위와 철학이 있는 반면에 산수는 우리나라 지형의 실질적인 정보와 풍경을 담아냈다.  
    생리는 의식주와 연관이 깊다 하겠다. 사람으로서 태어나 먹고 입지 않으면 예마저 숭상하기 힘든 점을 명시함으로써 자연을 직접 맞부딪힌 자가 고루한 위정자에게 던지는 비판이 서려있다. 현실의 척박함을 외면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천한 지경에 이르지 말고 적당한 선을 찾길 바라는 당부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더이상 명망 있는 사대부로서의 길을 갈 수 없게 되었지만  

    '(...) 평안도는 인심이 순박하고 후덕하기로 제일가고 다음으로 경상도는 풍속이 질박하고 진실하다. (...) 팔도의 인심이 대략 이렇다. 그러나 이것은 비천한 백성을 두고 한 말일 뿐 사대부의 풍속은 그렇지 않다.' p.185 
      
    조선팔도 인심에 관해서는 서두에 짧막한 한 문단에 몰아서 해버리고는 사대부를 거론한다. 그러고는 붕당 정치의 시작과 전개, 폐해를 자세히 설명하기에 이른다. 이색적인 지리서라 앞서 언급은 했지만 이 장은 전체 흐름과 다르게 튀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저자 이중환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붕당정치와 사대부를 비판할 동기는 충분했고 또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이미 파악해 알고 있다. 
    이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택리지는 정부와 정치를 비판하는 평론의 영역도 얼추 갖추려는 저자의 의도와 노력이 깃들어져 있다. 이를테면 잡지나 문예주간의 등에 실리는 칼럼 형식에 원형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터, 그가 근대에 태어났더라면 칼럼니스트로서의 역량과 경험은 이미 고루 갖추지 않았을까 한다. 
      
    '사대부가 사는 곳은 민심이 어그러지고 망가지지 안은 데가 없다. 붕당을 심어서 떠도는 양반을 거둬들이고, 권세와 이익을 추구하며 비천한 백성들을 침탈한다.' p.199 
      
    '개벽 이래로 천지 간의 모든 나라 가운데 인심을 가장 심하게 어그러뜨리고 망가뜨리며 유혹에 빠져 떳떳한 본성을 잃어버리게 한 것은 무엇보다도 붕당의 폐단이다.' p.201 
      
    사대부가 살 곳을 살펴본다는 명목으로 글을 썼지만 군데군데 권력계층과 통치체제에 대한 비판과 냉소로 말미암아 텍스트의 성격마저 새롭게 덧칠하고 있다.  
      
    '글을 살려서 읽을 줄 아는 분이라면 문장 밖에서 참뜻을 찾아보는 것이 좋으리라.' p.279 
      
    살 만한 땅이 없음을 한스럽게 여겨 기록했다며 문장 밖에서 참뜻을 살펴보란다. 이 문장 안에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의미가 담겨있고, 또한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가 유랑을 하고, 산수와 경치를 즐기고, 그것을 글로써 나눔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의 정치와 이념에 통렬한 저항과 울분을 잊지 않으며, 또한 기억하고 담기 위한 형식을 찾으려는 무의식은 뜻하지 않게 지리서에서 출발하여 경제, 인심, 정치 등을 담은 종합지의 탄생을 낳았으리라 짐작해보게 만든다.
      
    '친하고 좋아하면 존경하거나 따르거나 화합하는 관계를 맺고, 소원하고 미워하면 헤어지고 등지는 관계를 낳는다. (...) 경계가 구분되어 저쪽도 이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이쪽도 저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 (...) 동쪽에서도 살 수 없고, 서쪽에서도 살 수 없으며 (...) 장차 살 땅이 없어지고, 살 땅이 없어지면 동서남북이 없어지며 (...) 사대부가 없어지고, 농부와 장인, 상인이 없어지며,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 만한 장소도 사라진다.' p.276 
      
    자연의 참모습이 무엇인가. 서로 어우러져 관계를 맺으며 자족하고 분수를 아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본디 감정이라는 양가적 도구에 치이며 살아가는데, 이러한 타고난 한계는 관계 맺음과 동시에 서로를 구분 지으며 종국엔 스스로를 차단해버린다. 인간의 속절없는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정치일 터, 유배와 유랑 중에 자연을 바라보면서 권력과 체제를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 자연스레 움텄으리라 본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와 다를까 자문해 보지만 씁쓸한 뒷맛만 남길 뿐이다. 정치는 여야 간의 정쟁으로 국회는 제 소임을 다 하지 못하고, 권력투쟁에 매몰되어 민생은 뒷전이거나 선전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발 붙이고 살 만한 곳을 고르기는커녕 전월세 대란에 방 한칸 구하기가 여의치 않은 이들이 수두룩 하건만 부동산 투기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자는 어찌 하여 자기 살 길만 도모하는 것인지. 이와중에 온갖 갑질과 계층 갈등은 왕왕 불거져 나오는 뉴스거리라지만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듯이 잠잠해진다. 경제 상황에 따라 인심은 요동치는데 정작 뚜렷한 대책과 대안은 부재하므로 시민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산수는 생경한 단어가 되었고,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삼아 사는 사람들조차 미디어자본이 제공하는 미디어산업의 콘텐츠로써 기능한다.  

    지금, 우리, 이곳에..

    2018년 대한민국에 이중환이 살아 돌아온다면 택리지를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듯싶다. 잘해봐야 론리플래닛 한국편에 해당하는 여행지가 되겠지만, 애초에 그의 철학과 기풍은 이 풍토에선 나고 자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땅에서 나고 자라고 또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인생의 우선 순위라던 어느 작가의 말은 벼랑 끝에 내몰린 실존을 상기시킨다. 이중환이 영감을 얻고 구상하고 집필했을 수십년의 기간은 결코 현재 우리가 겪는 각자도생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그러므로 그도 우리도 땅과 사람, 시대의 흐름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소신 있게 읽어내는 책무를 끊임없이 이어 받고 있다. 진정 이 땅에 살 만한 곳이 없다던, 문장 밖에 의미를 찾으라던, 이중환의 말은, 그래서 더욱 두근거리고 설레게 만드는 문장이다. 
      
    다소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서술에 있어 지루한 전개라 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지리적 방향과 묘사를 소화시키기에는 딱딱하고 뻑뻑했다. 더군다나 글만으로는 머릿속에 풍경과 운치를 그려내기가 여간 벅찬 것도 사실이었다. 배경지식이 필요한 부분이 더러 눈에 띄었다. 그나마 풍족하게 실린 고지도와 고화 덕분에 지루함을 달래고 상상을 하며 글을 읽어갈 수 있었다. 
    단숨에 읽어내려 하지 말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며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택리지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 하겠다. 덧붙여 복거론을 먼저 읽고 팔도론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저자가 중점적으로 짚어내고 평하려 했던 요소를 유심히 파악하고 난 후 팔도를 유람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해서다. 
    모쪼록 기존의 번역과 판본에서 벗어나 완역정본을 새로이 편찬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보급판과 양장본을 따로 출간하여 독자들을 배려한 출판사의 선택에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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