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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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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쪽 | A5
ISBN-10 : 899205338X
ISBN-13 : 9788992053389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중고
저자 장정일 | 출판사 마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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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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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 깨끗하고 좋은 책,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ksw5***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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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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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장정일의 여덟 번째 독서일기 <아담이 눈뜰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장정일의 여덟 번째 독서일기『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기존의 독서일기가 독서와 무관한 일상의 이야기를 포함한, 거의 매일 쓰인 전형적인 일기형식이었던 반면, 이번 책에서는 저자 개인의 일상은 거의 완전히 배제한 채 책읽기의 방법이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전의 독서일기가 일기답게 날짜순으로 정렬되어 있었던 데 반해, 읽은 책의 성격와 주제에 따라 묶여 있으며, 예전에 비해 문학의 비율이 확연히 줄고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책이 다수를 차지한다. 기존의 독서일기와 차별성을 두는 구성과 편집으로 그간 서서히 확장되고 변화된 장정일의 독서 스펙트럼과 주제의식을 명쾌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소개

저자 : 장정일
장정일은 1962년 경북 달성에서 출생했다.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시를 발표한 이래로 여러 장르의 글을 써왔다. 대표작으로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 안에서의 택시 잡기』, 희곡집 『고르비 전당포』 『긴 여행』, 장편소설 『구월의 이틀』 『중국에서 온 편지』 『아담이 눈뜰 때』 등이 있다. 그 외에 『장정일의 삼국지』(전10권)와 일곱 권의 『장정일의 독서일기』, 그리고 에세이집 『공부』가 있다.

목차

작가의 말_책을 파고들수록 현실로 돌아온다

1부_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다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 _장정일의 독서일기
20대의 독립을 위하여 _88만원 세대
삼성 말고 아무거나 _삼성을 생각한다
인간적인 경제학 _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미국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_제국의 미래
문학이 사회적 임무에서 자유로워진다면? _근대문학의 종언
지식: 발생과 진화의 계통수 _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책이란 읽지 않고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것 _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인쇄 문화와 책 문화 _책은 죽었다
읽기의 방식은 삶의 방식이다 _천천히 읽기를 권함
당신은 애서광인가? - 자가진단법 수록 _애서광 이야기
‘나’의 고민을 극복하는 혜안 _고민하는 힘

2부_ 우리는 과거로부터 얼마나 멀어졌을까

문명 세계를 향한 도전 _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자꾸 헌책방을 찾게 되는 까닭 _사막의 꽃
누가 앤디 워홀의 그림 앞에서 울먹이겠는가? _그림과 눈물
소외된 자들의 슬픈 관음증? _움베르토 에코와 축구
한국 연극계의 두 뿔 달린 괴물 _장진 희곡집
아버지의 연극을 눈치챘을 때 _아버지를 위하여 / 아버지를 찾습니다
노년에 대한 감동적인 정의 _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 창녀 / 모두가 창녀다
인도 안의 식민지, 불가촉천민 _암베드카르 / 신도 버린 사람들
성차별의 이중 잣대 _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양심이 마비된 도덕적 문맹 _유니스의 비밀
왕따들이여 부조리에 대면하라 _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 앵무새 죽이기
낯선 범죄자들 _사과는 잘해요 / 미나
아래로부터의 정치, 가능할까? _직접행동
민주주의는 선거가 아닌 추첨? _선거는 민주적인가
“내가 예전에 해봐서 아는데…” _신화는 없다
무사도에서 수술용 메스로, 그리고 다시 일본도로 _에도의 몸을 열다
지식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 _불쏘시개
메이지유신은 요리 혁명이다 _돈가스의 탄생
낭만적 사랑과 에로스의 비대칭성 _부르주아 전 / 꿈의 노벨레
한국의 근대성을 파고들다 _이 영화를 보라
거짓말은 민주주의의 조건이다 _거짓말하는 사회
배신에도 수준이 있다 _신뢰와 배신의 심리학
한국형 정경유착의 원흉 _박정희의 사상과 행동
우리는 과거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나 _장미와 씨날코
세계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본 개발 독재 _박정희 체제의 성립과 전개 및 몰락
국가 운동으로 잊혀진 진실 _그들의 새마을운동
민족주의의 역설 _오 하느님

3부_ 나는 타인이며 타인은 동시에 나다

한 번도 포착되지 않은 풍경 _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거울에 비친 두 이야기 _비밀-나와 나 사이에 숨겨진 열두 가지 이야기
한국문학의 사건 아닌 사건 _숭어 마스크 레플리카
패배자들의 목소리 _핫 라인
신 노인의 무기력과 분노 _폭주노인
일본의 역주행 _일본의 재구성
공존을 위한 끝없는 질문과 비판 _저항의 인문학
흑인 꼬마들의 큰 바위 얼굴 _오바마 이야기
또라이 공화국 _또라이 제로 조직
멋진 남자가 되려면 _남자들에게
‘뉴라이트’라고 쓰고 ‘뉴또라이’라고 읽는다 _뉴라이트 비판
정신과 육체의 관능적 조화 _르네상스의 여인들
전쟁과 연애, 정치와 결혼의 닮은꼴 _마키아벨리와 에로스
80여 년 만의 부활 _게공선
굶어죽을 수 있는 자유라니? _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탐욕의 시대
진짜 두려움을 아는가? _생존의 비용
운명 없음 _운명
물은 흘러가지만 피는 반드시 돌아온다 _황천의 개
불가능한 사상의 연금술사 _잭 런던
되풀이되는 역사 _강철군화
패잔병들을 위한 영웅담 _러일전쟁, 제물포의 영웅들 / 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

4부_‘나쁜 책’을 권해도 무방한 시절은 없다

‘을서문고’ 있어요? _도서관에 ‘문고 읽기 운동’을 제안하다
이들은 훗날 어떤 지옥에 갈까? _악!법이라고?
귀신의 궁시렁이 삼켜 버린 근본적인 질문 _엄마를 부탁해
이민자 앞에서 흔들리는 프랑스의 관용 _프랑스의 문화전쟁-공화국과 이슬람
문학의 과거 _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주인공들 _캔들 플라워
정치가 윤리와 작별할 때 _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인간이 신의 자리에 앉을 수 있나 _단두대에 대한 성찰
역사는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_역사가의 시간
자기 배려의 주체성 _주체의 해석학
자유는 천부적인 충동 _자발적 복종
애국자들은 필연적으로 국가에 저항하느니 _세계를 뒤흔든 시민 불복종
저항만이 대안이다 _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사라지지 않을 ‘책 문화’를 위하여 _‘나쁜 책’을 권해도 무방한 계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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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말 그대로 독서일기란 매일 밥 먹듯 책을 읽는 사람이 쓰는 것으로, 그 일의 어려움이 이 지지부진한 권수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면 엄살일까? 도를 닦는 스님처럼 책읽기에 몰두한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일도 아니지만, 무릇 책 읽는 일은 도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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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독서일기란 매일 밥 먹듯 책을 읽는 사람이 쓰는 것으로, 그 일의 어려움이 이 지지부진한 권수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면 엄살일까? 도를 닦는 스님처럼 책읽기에 몰두한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일도 아니지만, 무릇 책 읽는 일은 도가 아니다. 이번 책에 실린 많은 독후감이 그렇듯이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11쪽 ‘작가의 말’ 가운데)

중요하게는 자기 안에 동기가 마련되지 않은 독서는 다 읽고 나서도 남는 게 없습니다.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에 대한 세 개 이상의 이유를 먼저 떠올려보기를 권합니다. (15쪽)

“청소년들이 20대에 독립을 하거나 더 일찍 동거를 시작한다고 해서 세상이 그 자체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20대 독립’이 불가능한 사회는 그만큼 “경제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꽉 막혀 있고,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장치들을 갖추지 못한” 사회라고 할 수 있으며, 젊은 세대의 독립을 지체시키는 비효율적인 사회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퇴행적 성인의 등장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18쪽)

삼성 제품이 아닌, 일제 프린터를 샀다고 나를 꾸짖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례로 삼성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일자리의 숫자보다, 삼성의 문어발식 경영과 하청 관행이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태가 더욱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한다. (25쪽)

복거일이나 고종석의 저작을 읽으면서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적 이념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책을 온전히 읽은 게 아니다. 참된 독서란 내 앞에 주어진 개별적인 책을 읽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책을 생성한 유?무형의 생산 현장 전체를 읽는 일이다. (43쪽)

매년 우리가 맞게 되는 여름은, 인생의 덤이 아니다. 여름에도 우리는 먹고, 사랑 하고, 싸움 하고, 죽는다. 여름이라고 불량식품을 가리지 않고, 헤프게 사랑하고, 건성으로 싸우고, 개죽음을 환영할 사람은 없다. 여름에도 생은 지속된다. 다시 말해 쓰레기 같은 책을 권해도 무방한 계절이란 없다.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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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4년 만에 독자들 곁으로 돌아온 장정일의 독서일기. 독서“일기”에서 “독서”일기로 큰 방점의 위치를 이동시킨 이번 책은 기존의 독서일기와 차별성을 두는 구성과 편집으로 그간 서서히 확장되고 변화된 장정일의 독서 스펙트럼과 주제의식을 명쾌하고 구체적으로...

[출판사서평 더 보기]

4년 만에 독자들 곁으로 돌아온 장정일의 독서일기. 독서“일기”에서 “독서”일기로 큰 방점의 위치를 이동시킨 이번 책은 기존의 독서일기와 차별성을 두는 구성과 편집으로 그간 서서히 확장되고 변화된 장정일의 독서 스펙트럼과 주제의식을 명쾌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기존의 독서일기가 독서와 무관한 일상의 이야기를 포함한, 거의 매일 쓰인 전형적인 일기형식이었던 반면,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저자 개인의 일상은 거의 완전히 배제한 채 책읽기의 방법이나 주제 등에 온전히 할애한다.
“읽은 책이 세상이며,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책읽기라는 행위가 책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세속적인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왜 그 책을 읽는지 세 가지 이상의 동기를 가질 것, 좋은 책과 나쁜 책을 볼 줄 아는 자신만의 시각 갖기 등 장정일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책읽기를 통해 베스트셀러에 대한 비판, 안타깝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최근의 책들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읽은 책이 세상이며,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다
이 책에 실린 많은 독후감이 그렇듯이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장정일이 돌아왔다
2009년 말 10여 년 만에 소설 『구월의 이틀』을 발표한 장정일이 이번에는 4년여 만에 『독서일기』로 돌아왔다. 각종 지면에 글을 기고한 것에 비해 단행본 출간이 뜸했던 장정일은 이번 독서일기를 시작으로 신작 소설과 에세이집(정치 및 음악 관련)을 잇달아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책에 대한 책은 하나의 장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혼자 읽기에 버거운 고전에 대한 가이드북에서부터 이별이나 우울함 등에 대처하는 방법으로서 독서를 권하는 책까지, 또 저자의 독서 탐닉을 과시하는 책에서부터 자신을 형성해 온 정치적?지적 이력을 책으로 설명하는 책까지….
어떤 경우든 무슨 책을 읽는지를 살피는 일은 타인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취향, 정치적 입장, 감식안 등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독서의 방식은 삶의 방식이자, 읽어 온 책은 그 사람의 세상인 것이다. 대중의 큰 관심을 끌게 한 책에 관한 책의 첫 번째 사례 가운데 하나가 1993년에 나온 『장정일의 독서일기』 1권이다. 17년간 독서일기를 써온 만큼 그간의 독서일기의 변화와 차이는 정확히 작가 장정일의 생각과 관심의 차이를 반영한다.

새로운 독서일기
이전의 독서일기와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의 가장 큰 차이는 독서“일기”에서 “독서”일기로 큰 방점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독서일기가 독서와 무관한 일상의 이야기를 포함한, 거의 매일 쓰인 전형적인 일기형식이었던 반면,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저자 개인의 일상은 거의 완전히 배제한 채 책읽기의 방법, 주제 등에 온전히 할애한다. 이는 책의 편제에서도 큰 차이로 드러난다. 이전의 ‘독서일기’가 일기답게 날짜순으로 정렬되어 있었던 데 반해, 『빌린 책…』은 읽은 책의 성격와 주제에 따라 묶여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읽은 책과 읽는 방식의 차이다. 예전에 비해 문학의 비율이 확연히 줄고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책이 다수를 차지한다. 책을 읽는 까닭이 책 속에서 위안을 찾고 책에 탐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통해서 세상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세속적 삶에 참여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11쪽, ‘작가의 말’ 가운데)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다
첫 부분은 ‘책에 관한 책’에 대한 독후감이다. 저자는, 책 문화는 광고 전단지 같은 인쇄 문화와는 구분된다고 말하며 책읽기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도 고양이 빌딩의 작가로 잘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과시에 가까운 다독술과 속독술을 비판하며, “300쪽짜리 책을 10여 분 만에 읽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허세 속에는, 사고의 숙성을 본질로 하는 ‘책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48쪽)고 말한다. 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대해서는 “완독 여부가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입장권은 아니”지만 “복거일이나 고종석의 저작을 읽으면서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적 이념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책을 온전히 읽은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참된 독서란 내 앞에 주어진 개별적인 책을 읽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책을 생성한 유무형의 생산 현장 전체를 읽는 일”이라고 새삼 강조한다. 책을 더 넓은 스펙트럼 속에 두고 읽어야 한다는 당연한 이 권고가 새삼스럽게 들리는 까닭은 책과 독서를 무용한 일 또는 세상을 등지고 도를 닦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천박한 실용주의의 풍토 때문이다.

독서만이 경험을 극복할 수 있다
장정일의 유머와 매서움은 최근의 정치 상황을 독서를 통해 비틀고 비판할 때 빛을 발한다. 저자는 책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 시대 최악의 경험론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빠뜨리지 않았다. 1995년에 발간된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에서 장정일은, 이명박이 무슨 책을 읽었고 어떤 스승에게 영향을 받았는지를 먼저 살핀다. “책과 스승은 한 사람의 인격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뼈대”이기 때문인데, 전문가의 견해를 “내가 예전에 해봐서 아는데…”라며 일축해 버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에는 그를 만든 책과 스승이 빠져 있다. “해본 것만 아는” 그래서 자신의 경험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반지성주의와 경험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밑줄 그어가며 읽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입으로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던 것조차 까마득히 잊었으니 말이다.

현대건설 회장 시절, 이명박의 둘째 딸이 같은 동네에 사는 검사 딸과 함께 그 집 차를 타고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 차가 교통 법규를 위반했을 때 “우리 아빠, 검사예요”라는 한 마디에 교통 경찰관이 그냥 봐주었다. 그날 저녁, 둘째 딸은 “검사 집 차라며 봐달라고 하는 사람이나 봐주는 사람이나 둘 다 잘못이다”면서 “나 내일부터 그 친구네 차 안 타”라고 했다는데, 그게 보기에 참 좋았더란다. (123쪽)

책끼리 관계 맺음
저자는 책을 따로 떨어진 개별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관계를 주고받는 일련의 책과 함께 읽으라고 권한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에 대한 글(98~105쪽)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 글은 외설과 예술 그리고 악의 평범성이란 주제를 교차해서 엮은 탁월한 비평이다.
저자는 영화로 만들어져 큰 화제를 일으킨 『더 리더』를 통해 독자들이 미성년 소년?소녀의 성 약취에 대해 이중 기준을 적용한다고 꼬집는다. 또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외설을 피해 가는 처방을 정확히 지적한다(99쪽). 나아가 이 소설(또는 영화)을 미성년 소년과 중년 여성의 연애담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악의 평범성의 테제(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로 확장한 뒤 장정일은, 슐링크가 악의 “평범성”을 지나치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한다(102쪽). 그리고 악의 평범성을 강조하는 장치이자 이 소설의 핵인 ‘문맹’에 주목하며 저자는 『유니스의 비밀』 『잔혹과 매혹』 『하녀들』로 독서를 재차 확장한다. “『더 리더』의 한나 슈미츠가 완벽하게 보여준 직업적 성실과 외부세계에 대한 무관심”의 비밀은 문맹이었다는 것이다.

문맹은 문맹자에게 자기방어에 열중하는 자폐증을 선사하고 세상을 무관심하게 보도록 이끄는 대신, 문맹자에게 두 가지 덕목을 베푼다. 하나는 자기가 맡은 바의 직분과 과업에 혼신을 바치게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나 상사(고용주 또는 상관)가 부여한 규칙과 명령에 성실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다. (…) 그래서 작가는 “글은 우리 혈관 속에서 피처럼 흐른다. 그것은 모든 말 속에 파고든다. 지시와 묵종의 관계에서와 달리, 대화에서 인쇄된 글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읽을거리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문맹은 대화로 통하는 길과 창을 막는다. 그것이 막히면 나와 사회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관찰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양심이 마비된 도덕적 문맹이 되고 만다. (107~108쪽)

한국은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다. 하지만 문맹이 단순히 그을 읽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자기가 한 말을 끊임없이 부정하며 “오해였다”를 연발하고 일상적인 의미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단어를 사용하는 정치인들 역시 문맹이 아닌가? 저자는 그렇다고 책에 빠져 사는 먹물, 활자 중독의 폐해 역시 눈감지 않는다.

“나쁜 책”을 권해도 무방한 시절은 없다
작가는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 세 가지 이상의 동기를 가져야 한다”라며 첫 장을 시작하는데,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좋은 책과 나쁜 책’을 볼 줄 아는 자신만의 시각을 갖기를 권하며 국방부 불온서적에서 국립중앙도서관 권장도서, 각종 매체의 휴가철 추천도서까지 적절한 기준 없이 권하는 책들에 관해 비판한다. 계절이(시절이) 어떻든, 함부로 ‘나쁜 책’을 권하지 말란 대목에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언급한 책들 이외에도 100만 부 돌파를 선전하는 『엄마를 부탁해』부터 정말 좋은 책인데 판매가 저조해 안타까운 『황천의 개』, 문화사 관련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88만원 세대』 『삼성을 생각한다』 등 83권의 책에 대한 74꼭지의 독후감이 실려 있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닫기]

책 속 한 문장

  • 최은석 님 2010.11.20

    정해진 경계선 밖을 꿈꾸지 못하게 하는 것은, 꿈이 아니다.

  • 박정현 님 2010.09.06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들에 의해서만 제 길을 찾는다"

회원리뷰

  • 장정일작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표현을 꼽으라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작가적 ...

    장정일작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표현을 꼽으라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작가적 영역이, 천부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한..

    어느 만큼은

    신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하며..

    문학에 대해 무거운 생각과 느낌에 치우쳐.

    작품을 읽으면서도

    감동이나 재미, 정서적 공감대를 찾을 수 없을 때..

     

    나는

    1995년의 어느 서점 책꽂이에서

    장정일작가의 소설을 무심결에 꺼내들어

    그 자리에 서서

    책 한 권을 통째로 읽게 되었다.

     

    그 때의, 느낌이란

    눈부시도록 하얀빛의 박하사탕을 한 입 꽉차게 가득가득 머금은

    머릿속이,화~~~하게 개운하고 시원한 기분이었다.

     

    작가적 영역이 천부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어느 만큼은 신의 영역이라고 믿는 나의 문학적 진지함에

    냉소적인 실소를 보내는 듯한

    장정일작가의 자신감과 경쾌함, 삐딱함에 서린..

    느슨한듯 팽팽한 문학적 유머를 읽으면서..

    지금껏 읽어 온 책들의 목록을 다시 돌아보며,

    새로이 각오를 다졌었다.

     

    다시 처음부터 읽는다..

    문학,

    이야기를.

    그리고 나 자신을.

     

    오늘 유난히 차가운 2월의 겨울바람을 맞으며

    그 차가운 바람끝에서..

    장정일작가를 생각한다.

     

    내가 고른 장정일작가의 책은

    그의 경쾌함과 냉소적 유머를 엿볼 수 있기 보다는

    지금의 인문학열풍에 대한

    장정일작가의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내용들일 것이다.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문학에 대한 묵직하도록 숭고한 정서에

    장정일작가의 시선을 꿰맞추고 있지만

    깊어지되 무거워지지 않고 싶은 요즘,

    니체를 대신하여,

    장정일작가..

    그의 책을

    2015년에 다시 읽는다.

     

  •   2005년 8월_ 내 교보 북로그 개설일이다. 처음에는 부족한 경험을 책...

     
    2005년 8월_ 내 교보 북로그 개설일이다. 처음에는 부족한 경험을 책으로 채워보자 생각했고, 막상 읽고 나니 그때의 감정들이나 생각들, 좋은 문장들이 그냥 휘발되는 거 같다는 생각에 내친김에 북로그까지 개설했다. 1년에 100권 이상은 읽겠다고 다짐했는데 생각보다 8년차 접어든 북로그에 리뷰는 400여개 남짓이니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나름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세상에 대한 시야가 편협해지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를 책으로라도 만나자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여전히 내 취향에 맞는 책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지난 금요일, 동기랑 저녁을 먹고 교보에 갔다. 좋은 책 한 권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그 친구의 선호도 모르고 내가 좋았던 책을 골라달라는데 선뜻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두 번 읽어도 좋을 책들, 그리고 그 누구에게 권해도 좋을 그런 책을 난 제대로 만나고 있을까.
     
    무작정 많이가 아니라,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생각의 끝에서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구독하고 있는 주간지의 외부필자이기도 하고, 책으로는 그를 처음 만났다. 다양한 분야의 책과 지식을 아우르는 그의 독서일기는 나의 비루한 북로그를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책이란 무엇일까. 책은 단순히 인쇄 문화의 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층 더 정교한 세계관을 이끌어 왔다고 했다. 책의 본질은 구텐베르크와 이동식 활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다양한 사상을 접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며 다른 이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배우고 익히고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을 창조하게 하는 것, 즉
    공적인 대화와 담론의 장을 여는데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림과 영상 같은 ‘이미지문화’가 발달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활자는 나와 타인, 나와 사회,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가장 광범위한 길인지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글은 우리 혈관 속에서 피처럼 흐른다. 그것은 모든 말 속에 파고든다. 지시와 묵종의 관계에서와 달리, 대화에서 인쇄된 글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읽을거리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심을 내보여야 하고, 거기엔 반드시 순도 높은 자기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그처럼 노력해도 움직이기 어려운게 사람의 마음. 책도 그렇다. 아무리 베스트셀러 혹은 언론에 오르내린 책이라도 나와 맞지 않는 책은 책장이 넘어가질 않는다.
     
    사람들은 새로운 산책로보다 한 번 걸어봤던 길을 더 선호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구석구석과 먼 산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이라고.
    헌책방 혹은 도서관에서 구해서 보기도 하지만,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은 읽고 나서 다시 새로 사기도 한다던 그.
     
    수많은 목록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이 나오면 반갑기도 했다.
    때로 책을 읽다가 길을 잃어버려 먹먹하게 서 있을 때, 이 책의 리스트가 하나의 지표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sa**hya | 2012.01.2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책 속에 길이 있다며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사회다. 하지만 이 책의 맨 앞 장에 보면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책 속에 길이 있다며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사회다. 하지만 이 책의 맨 앞 장에 보면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장정일', '독서일기', 유명하다. 하지만 그 유명세 뒤로 생각을 해보니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만 했었다. 나와 취향이 많이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먼저였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읽어보겠다는 공감대에 이르렀다. 수많은 책들을 다 사볼 수는 없는 일, 빌려서 보기도 하고, 빌렸는데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기도 하며,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의 독서 취향에대해 특별히 궁금하거나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이 책의 제목으로 궁금한 마음이 일게 되었으니 그것이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은 장정일의 독서일기 여덟 번 째 책이라고 한다. 그동안 꾸준히 독서 일기를 출판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일단 책의 목록을 보면 내가 읽은 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나의 독서가 편향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의 제목을 따로 적어놓아본다. 드물긴 하지만 나도 읽어본 책들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그 책에 대한 느낌을 되새겨본다. 이럴 때에 유용한 것이 서평으로 남겨놓은 나의 글, 책의 내용보다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나의 느낌이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는 것이 책을 읽을 때와 다른 깨달음을 줄 때가 있다. 어쩌면 내가 비평적으로 책을 읽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저 눈앞에 보이면 읽고, 읽으면 '그렇구나.' 받아들이는 면이 더 큰 독서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한 신선함이 느껴졌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런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부분 ''나쁜 책'을 권해도 무방한 계절은 없다' 부분은 좀 아쉬웠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가 추천했다는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80선' 책들이 외면하거나 말리고 싶은 책들이 대부분이었다는 부분에 있어서 '그럼 어떤 책들을 추천하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사서추천 책들인데 그렇게 비난받을만한 쓰레기같은 책들인지 도무지 나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장정일이 추천하는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80선을 뽑아준다면 열심히 읽어줄 의향이 있는데, 그 책을 열심히 읽은 독자들까지 비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유쾌하지 않아진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 책의 별점을 깎고 싶지는 않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우게 된 책이었으니 말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다른 책들도 찾아 읽고 싶어진다.

  • 야금야금 읽기 | su**ell | 2011.11.19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기 시작한 것은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내 돈 주고 사서 읽었던 것은 아니고 ...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기 시작한 것은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내 돈 주고 사서 읽었던 것은 아니고 지인에게 빌려 읽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이런 종류의 책-독서가 목적이 아닌 독서 목록을 수집하고자 하는 수단으로서의 책-을 구입하는 데 내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이 은근히 아깝다는 얄팍한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한 권으로 끝나겠거니 했던 책이 점차 권수를 더하는 바람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처하고 말았다.  지인은 더 이상 책을 사지 않았고 누군가의 독서일기를 몰래 엿보던 묘한 즐거움(또는 관음증)은 끊기 힘든 유혹이 되었다.  그렇게 사 모은 책이 이 책을 더하여 도합 여덟 권에 이른다.  책 수집가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단 한번에 끝까지 읽지 못한다.
    생각날 때마다 그저 야금야금 읽는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란 사람들은 다 이해하겠지만 누군가로부터 받은 사탕 몇 알을 자신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고는 달콤한 것이 간절할 때만 몰래 가서 몇 모금 핥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내가 책을 아껴 읽는 것은 이것과 사뭇 다르다.  독서일기 한 권에는 줄잡아 수십 권의 책이 소개되는 까닭에 책 욕심이 많은 나는 그 중 적어도 이삼십 권의 책을 사들일테고 그것은 고스란히 내 손길도 닿지 않은 채 묵은 책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돈도 돈이려니와 책 한 권을 읽음으로써 예상치도 못한 전집 한 질 분량의 책이 늘어나면 나는 한동안 독서에 대한 부담감으로 책을 읽지 못하는 처지에 처하곤 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웬만한 사람이면 그런 경험을 서너 번 겪고 나면 그런 못된 버릇이 고쳐질만도 하련만 나의 경우에는 너무도 쉽게 잊혀지니 고칠 기회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야금야금 읽기'다.
    책의 구매를 일정한 기간으로 나누어 소비의 분산을 꾀하자는 나의 얄팍한 속셈은 그럭저럭 성공한 듯 보인다.  충동구매로 인한 책의 대량반입은 사라졌다.  그러나 고쳐지지 않은 나의 습관이 언제든 고개를 들고 나를 노려보게 되리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이 책은 지금까지 써왔던 장정일의 스타일과 많이 다른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발간 된 그의 책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일상 이야기와 전형적인 일기형식이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풀어내어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책읽기의 방법과 주제를 주로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장정일의 독서를 통한 세상읽기는 배배 꼬인 그의 심사를 번번이 드러낸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2부 우리는 과거로부터 얼마나 멀어졌을까"를 제외하면 부의 구별이 무의미해 보인다.  단지 작가의 자의적 분류였거나, 출판사의 편의적 구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하기야 어떤 순서로 놓여지든 한 작가가 쓴 서평이 달라질 리도 없을 것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으며 매번 드는 생각은 그의 독서 탐닉은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니 그 정도는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당위성에 빗댄 질문을 한다면 뭐라 변명할 말도 없지만, 그런 당위성마저 지키지 않는 얼치기 작가가 세상에는 쌔고 쌨다. 
     
    300쪽이 조금 넘는 책 한 권을 장장 두 달에 걸쳐 다 읽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책도 어지간히 싫어하는 사람이군' 하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오늘은 빼곡히 적은 독서목록을 들고 아들녀석과 도서관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비는 개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어둡다.  점심을 먹고 나도 이제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  
  • 세상에 버릴 책은 없다 그런데 카이사르는 안렉산드리아 도서관을 통채로 불태웠다   올해 3월 교보문고에서 있었떤&...
    세상에 버릴 책은 없다 그런데 카이사르는 안렉산드리아 도서관을 통채로 불태웠다
     
    올해 3월 교보문고에서 있었떤 V-Classic 문화행사를 관람하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지하1층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들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소위 골든 존에 책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빌린 책/산 책/버린 冊"
     
    제목부터 마음에 확 끌렸다. 최근 3년 동안 독서량이 많이 늘어 이젠 연평균 100권 이상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책은 거의 99% 구입하여 읽는다. 대부분 새책이지만 가끔 헌책(?)을 구입을 구입한다. 절판본에 대해서 가끔 국회도서관을 이용하는 정도이다. 대부분의 책을 구입하기 전에 주간지 토요일에 나오는 북걸럼 색션과 목차, 날개에 붙은 소제목들, 작가의 약력과 저서들을 살펴보지만 이 책은 아니었다.
     
    그냥 제목이 공감이 되는 책이었다. 결국 충동구매한 책이다. 교보와 같은 대형 서점의 골든존이나 신문에 책이 소개되려면 출판사의 마케팅이 빵빵하던지 작가가 유명하던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책을 쓰기까지 작가는 많은 생각과 준비와 노력이 있었겠지만 읽은 책 중에 아쉽게도 나로 하여금 구입한 걸 후회하게 만드는 책이 간혹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을 사는 이유는 "이런 책도 있구나" 최소한의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회는 작은 교훈으로 바뀌어 스스로 위로한다. 이 책도 그런 심정으로 충동구매한 거다. 그리고 책에 대한 책을 쓸 정도면 작가는 엄청난 다독가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이점도 나로 하여금 이 책을 구매하게된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책에 관한 책중에 여러 고전을 요약하고 정리한 책, 여러 가지 주제(카테고리)를 갖고 그에 맞춰 여러 책을 소개해 주는 책 등 다양한 책이 읽고 나역시 그런 책을 가끔 읽었다.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나 그 분야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비교도 해 보고, 내가 미쳐 발견하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는지 알아 보기 위함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신선함이 있다. 내가 읽어 보지 못한 책이 대부분이라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담아 둬야 할 책들이 많이 있어서이다. 작가 장정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인명검색을 해 보니 문학가 소설가, 시인으로 나온다. 집필도 많이 한 작가이고, 10권짜리 삼국지도 펴내신 분이다. 게다가 매력적인건 이 책이 7권째 독서일기라는 점이다. 나 역시 읽었던 책의 내용이 언제부터인가 백지처럼 아득할 때가 있어 정리를 하고 있는데 나에 비하면 장정일 작가는 존경할 만한 것 같다. 작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또는 소재를 얻거나 지식을 쌓기 위해 다독을 할 것이라는 것은 전에 뵈었던 소설가 이문열 선생을 통해 예감할 수 있었는데 읽은 책을 내용을 이렇게 정리하고 하나의 책에서 다른 지식들을 끄집어 내어 내 것으로 만들어 서술한 이 책을 읽고 나서 놀라움과 나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독하면 이 책에서도 소개된 다치바나 다카시가 생각이 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중에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와 "지의 정원"을 읽어 봤는데 그가 읽은 책으로 구성된 고양이 빌딩을 보고 엄청난 독서량과 정리기술이 부러웠는데 그의 책 읽기 스타일은 내 타입은 아니었다. 이 책에서도 다카시의 책 읽은 방법에 대해서(300페이지를 5분에 읽는다는 기술) 그닥 좋은 평을 하고 있지 않다. 궂이 다카시 이야기를 꺼낸 건 이 책의 저자와 이 책의 저자 장정일 작가와의 독서 스타일은 틀리지만 그들의 지식 수준은 상당하다. 장르와 역사를 넘나드는 설명을 보면서 배틀짜듯 씨실과 날씰이 서로 엮여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나에게 조금 꺼리낌이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 작가가 왜 이렇게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내용이 틀린 내용은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작가가 한겨례 신문에 컬럼을 연재하고 프레시안에도 글을 올리는 분이라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정치관련 서적이 아닌데 책을 읽는 중에 이런 비판(비평)이 나오면 거부금이 든다. 우리 나라 역대 대통령이던지 외국의 지도자 누구라도 100% 완벽한 사람은 없다. 현재 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비판을 할꺼면 서로 비교를 하던지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이 작가의 독서일기로 쓰여진 책이니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넘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시끄러운 우리 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좀 더 잘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하면 이 책은 나에게 나의 독서 습관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책을 Wish List에 넣어야 할지 알게 해 준 책이다. 또한 이제는 무조건 책을 읽고 나면 A4용지 2~3매 정도로 "북모닝 CEO"와 같은 스타일의 독후감을 써야겠다. 일단 내가 가장 먼저 해야 일은 "역사가의 시간"이라는 책부터 구입하는 것이다. 한 동안 구입을 망설였던 책인데 꼭 사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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