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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종말(한마음신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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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쪽 | 규격外
ISBN-10 : 8978000460
ISBN-13 : 9788978000468
역사의 종말(한마음신서 6) 중고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 역자 이상훈 | 출판사 한마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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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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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외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미선택 제본불량 미선택 부록있음 [중고 아닌 신간입니다.]

2.내형 상세 미선택 낙서 미선택 얼룩 미선택 접힘 미선택 낙장(뜯어짐) 미선택 찢김 미선택 변색 [출간 19970401, 판형 148x210(A5), 쪽수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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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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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의 주요 경쟁체제인 공산주의가 붕괴된 오늘의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역사의 종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최근의 역사절학서에서는 보기 드물게 플라톤, 칸트에서 시작하여 헤겔, 마르크스, 니체에 이르기까지 대사상가들의 역사철학사살을 현대적인 시점에서 재고찰하고 로크와 홉즈 등 앵글로색슨적 전통과의 대비를 통하여 중후한 역사론을 전개한 명저. 세계의 학계와 매스컴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책이다.

저자소개

프란시스 후쿠야마 1952년 시카고에서 출생. 정치학 박사. 코넬대학에서 서양고전을 전공하고 예일대학에서 비교문학 학위, 그리고 하버드대학에서 소련외교와 중근동문제로 학위를 취득함. 미국국무부 정책자문부 차장, 랜드연구소 정책입안고문으로 일함. 동유럽이 붕괴되기 시작한 1989년 여름,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에 발표한 논문 '역사의 종언'은 전세계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저서로는 이 책외에 등이 있다. 세계적인 정치철학자로 현재는 존즈홉킨즈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학장으로 재임중이다.

목차

제1부 새롭게 제기된 낡은 질문
01. 우리 시대의 비관론/ 27
02. 강국의 치명적 약점I/ 42
03. 강국의 치명적 약점II (달에서 파인애플 먹기)/56
04. 세계에 번진 민주혁명/77
제2부 인류의 구시대
05. 보편적 역사에 대한 고찰/97
06. 욕망의 메커니즘/ 122
07. 야만인은 없다/ 138
08. 끝없는 축적/ 148
09. 자유시장경제의 승리/ 158
10. 교육의 나라에서/ 174
11. 답을 얻은 첫째 문제/198
12.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란 없다/205
제3부 인정받기 위한 투쟁
13. 태초의 순전히 특권을 차지하기 위한 목숨을 건 싸움/ 221
14. 최초의 인간/ 236
15. 불가리아에서의 휴양/ 251
16. 붉은 뺨을 가진 야수/ 264
17. 패기의 흥성과 쇠퇴/ 277
18. 지배와 예속/ 293
19. 보편적이고 균일한 국가/ 303
제4부 로도스섬을 뛰어넘어
20. 가장 차가운 괴물/ 317
21. 노동의 패기적 본질/ 335
22. 분노의 왕국, 복종의 왕국/ 350
23. '현실주의'의 비현실성/ 365
24. 힘없는 권력/ 377
25. 국익/ 395
26. 평화적 통일체를 향하여/ 409
제5부 최후의 인간
27. 자유의 왕국 안에서/ 423
28. 가슴이 없는 인간/ 440
29. 자유롭고 불평등한 세상/ 459
30. 완전한 권리와 불완전한 의무/ 470
31. 혼의 대규모 전쟁/ 478
.... 역자해설/ 493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동유럽 공산주의가 흔들릴 무렵 이데올로기 대립은 끝났다고 선언, 뜨거운 역사철학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철학서. 현재 미일관계를 연구하는 랜드연구소의 연구원인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의 승리가 무분별한 소비지상주의의 창궐과 더불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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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공산주의가 흔들릴 무렵 이데올로기 대립은 끝났다고 선언, 뜨거운 역사철학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철학서. 현재 미일관계를 연구하는 랜드연구소의 연구원인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의 승리가 무분별한 소비지상주의의 창궐과 더불어 역사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는 헤겔의 역사관을 도입하여 물질적 복지에 기초한 현재의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지고 인간적이고 정신적인 가치가 존중되는 새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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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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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logue

    헤겔(Hegel)과 마르크스(Marx)는, 인간 사회의 진화가 한없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며, 인류가 가장 동경해 온 사회가 도래하면 그 진화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믿었다. 즉, 이들은 모두 ‘역사의 종말’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단지 헤겔에게 있어서 역사의 종말은 자유주의 국가인 반면, 마르크스에게는 공산주의 사회였다. 후쿠야마(Fukuyama)는 대체로 이들의 편에 서서 인류의 역사를 고찰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결론도 로크(Locke)나 홉스(Hobbes)보다는 주로 헤겔의 생각에서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 말하자면,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가져올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역사, 즉 보편적 역사의 존재를 굳게 확신한다고 하겠다. 실제로 후쿠야마가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보편적 역사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후쿠야마의 저서 『역사의 종말 The End of History』를 바탕으로 국제관계에 대한 현실주의(realism)를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 현실주의를 비판하는 논리는 전적으로 후쿠야마의 견해를 전제로 한다.


    국제관계에 대한 현실주의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역사는 인류의 보편적 역사이다.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 역사가 존재한다면 세계의 모든 국가는 거의 비슷해질 것이다. 이것이 헤겔이 말한, 그리고 후쿠야마가 동의한 ‘역사의 종말’이다. 후쿠야마는 이러한 역사의 종말 단계가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도래하면, 그 사회에서 개인 수준의 합리적인 인식이 생겨나서 개인들 사이의 지배와 복종 관계가 끝난다. 따라서 인류의 보편적 역사를 전제한다면, 역사의 종착점에 닿은 사회 혹은 국가는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할 것이며, 결국 모든 국가 내에서 개인들 사이의 지배와 복종 관계는 사라지게 된다. 수준을 높여서 이것을 국제관계에 대입해보면, 보편적 역사의 방향에 따라 국가들 사이의 지배와 복종 관계는 끝나게 된다. 즉, 모든 국가는 평등하게 된다. 특히 제국주의가 사라지게 되고 전쟁의 위험성도 점차 감소하여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국제 평화가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일어난 갖가지 사건들은 보편적인 역사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등장시켰다. 개인간의 지배와 복종 관계를 끝내는, 국가 내부의 점진적인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여러 국가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비관주의도 불러일으켰다. 국제관계에 대한 비관주의는 상당히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자들은 마치 ‘역사’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한다. 예를 들면, 그들은 전쟁이나 제국주의는 인간적 영역의 보편적 측면이고, 오늘날이나 투키디데스(Thucydides) 시대나 그것의 근본적 원인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그들에 따르면, 종교나 가족, 경제조직, 정치적인 정통성의 개념 등 인간의 사회적 환경이 아무리 역사적인 진화를 해도 국제관계는 언제나 변함없는 독자적인 존재이다. 그러므로 “전쟁은 영구불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관계에 대한 비관적 견해는 ‘현실주의’, ‘현실적 정책’,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등 수많은 이름을 통해 하나의 체계적인 정형화를 이루어왔다. 마침내 현실주의는 국제관계를 이해하는데 가장 유용한 이론틀이 되었고,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거의 모든 외교정책 전문가의 생각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현실주의의 창시자는 마키아벨리(Machiavelli)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멀리 그리스 아테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투키디데스를 현실주의의 창시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후쿠야마의 견해에 따르기로 한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식의 규범적 사고를 부정하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면에서 자기의 위치를 확인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명한 군주(君主)는 자신의 신민(臣民)들을 결속시키고 충성스럽게 유지할 수 있다면, 잔인하다는 평판을 받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무질서를 너무 관대하게 방치해서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죽거나 약탈당하게 하는 자보다 소수의 몇몇을 시범적으로 처벌함으로써 기강을 바로잡는 군주가 실제로는 훨씬 더 자비로운 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을 일례로 들 수 있겠다. 동시에 그는 최선의 국가가 살아남으려면 최악의 국가가 실시한 정책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1)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현대 정치의 모든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시대적 제약이라는 약점을 노출시켰다.

    현대 정치의 제반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의로서 현실주의가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일이다. 이 때부터 현실주의는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실주의의 선구자로는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버(Reinhold Niebuhr), 외교관인 조지 캐넌(George Kennan), 대학교수인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u)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모겐소의 저서 『국제정치학 Politics among Nations : The Struggle for Power and Peace』는 냉전 시기의 외교정책에 관한 미국인의 생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이론적 전통은 키신저(Henry Kissinger)로 이어졌고, 키신저는 국무장관에 재임하면서 미국인이 윌슨의 전통적 자유주의를 멀리하고 외교정책에 대한 보다 현실주의적인 이해에 눈을 돌리기 원했다. 그리고 앞서 말한대로 현실주의는 그 후에도 미국 외교정책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실주의는 불안정성이 국제질서의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특색이며, 이러한 불안정성은 국제질서가 영원히 무정부적 성격을 갖는 데서 기인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국제적인 지배자가 나타나거나 세계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세계 각국은 서로에게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어느 나라든 자기 방어를 위한 무장을 계속할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 있는 국가들의 무장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그 국가들은 힘의 균형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의 균형 혹은 권력배분은 전쟁과 평화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이렇게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특정한 두 개의 국가가 다른 모든 국가보다 우월한 경우는 ‘양극 체제’이다. 펠레폰네소스 전쟁 시대의 아테네와 스파르타, 수세기 후의 로마와 카르타고, 혹은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의 구도 등을 예로 들겠다. 좀 더 많은 수의 국가가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다른 모든 국가보다 우월한 경우는 ‘다극 체제’로서, 19세기부터 19세기에 걸친 유럽의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단, 현실주의자 사이에서는 양극 체제가 보다 장기적인 국제평화를 가져오는 체제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현실주의에 따르면, 국제체제의 불안정은 잠재 적국, 즉 적실성 있는 국가들 사이에 힘의 균형이 유지되면 해결된다. 그러나 힘의 균형이 깨지면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되고, 때에 따라서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전쟁은 국가 간 분쟁에서 최종 해결 수단이기 때문에 평소부터 모든 국가는 자국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모든 국가는 국제법 혹은 국제협정에만 의지하고 있을 수도 없고, 아무런 강제력이나 제제력을 갖지 못하는 국제연합(UN)과 같은 국제조직에 의존할 수도 없다. 요컨대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력(military power)이다. 즉, 현실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힘(power)이다.


    현실주의 비판

    현실주의 이론에 따르면, 국제관계는 본질적인 불안정성 때문에 언제라도 정치 불안이나 침략, 전쟁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이 가장 ‘인간적인’ 상태이다. 말하자면, 국제관계의 불안정은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특정 형태나 유형의 인간사회가 출현한다고 해서 그것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현실주의자들은 성서에 기록된 최초의 싸움으로부터 20세기에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는 항상 전쟁이 일어났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국제평화를 원한다면 각국이 힘을 가져야 하며 그 힘들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듣기엔 이러한 주장이 매우 그럴싸하다. 그러나 현실주의는 두 개의 지극히 불안정한 토대 위에서 성립된다. 하나는 인간사회의 활동과 동기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단순화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라는 문제를 회피하는 자세이다.

    순수한 형태의 현실주의는, 국내정치에 대한 고찰을 일절 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체제의 구조라는 면에서만 전쟁의 가능성을 도출해내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국제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사회의 본질에 관한 극히 단순화된 가설을 슬그머니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예를 들면, 무정부적인 국제질서 속에서 모든 국가가 타국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 가정은, 인간사회가 본래 침략적인 성격을 띤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물론 현실주의자가 그리는 국제질서는 홉스가 말하는 자연상태(the state of nature), 즉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와 유사하다. 그러나 후쿠야마에 따르면,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는 단순한 자기 보존(self-preservation)의 욕망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홉스가 말한 자기 보존의 욕망은, 허영심이나 인정(recognition)에의 욕망과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따라서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인간이 하나도 없었다면, 원시적인 전쟁 상태는 애당초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을 자기 보존의 본능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게다가 순수한 형태의 현실주의는, 인간사회의 본질을 단순화한 가설을 국제체제를 구성하는 개개의 단위 사회의 특질이 아니라 체제 그 자체의 특질이라고 착각한다. 국제체제를 구성하는 개개의 단위 사회인 개별 국가는, 홉스의 주장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인간의 투쟁과 계약에 의해 성립되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제체제는 이러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국제체제 그 자체를 개별 국가와 동일시하는 것은 분석의 수준(level of analysis)을 혼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상을 분석할 때 적확한 분석의 수준을 사용하지 아니하면 왜곡되거나 사실이 아닌 결과를 얻게된다. 결국 현실주의의 주장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에서 인간 개인은 위험할 수 있지만, 국가는 잠들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했다. 사실 홉스는 국가 수준의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더 옳다. 그러므로 홉스의 주장을 근거로 하여 국제관계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다.

    역사라는 문제를 회피한다는 점에서도 현실주의를 비판할 수 있다. 정통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격변했다는 사실은 역사 문제 회피라는 현실주의의 약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개별 국가에 있어서 힘 혹은 권력과 정통성의 개념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런데 정통성은 개별 국가에 점차 ‘힘없는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말하자면, 개별 국가의 지도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국가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즉, 자유민주주의는 노예를 스스로의 주군으로 바꿈으로써 주군과 노예 사이의 계급 구별을 폐지했고, 이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자기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양상은 과거와 달라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중대한 국제적 사유가 아니면 자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무모한 행동은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과정은 국가간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역사적으로 제국주의와 전쟁은 귀족사회의 산물이므로, 자유민주주의는 개별 국가에서 개인간의 계급 구별을 없앤 것처럼 국제체제에서 국가간의 계급 구별을 없앤다. 이것은 특히 경제문제와 관련될 경우 효과적이다. 1970년대 석유수출국기구(OPEC)국가들에 의해 일어난 오일 쇼크(Oil Shock)는 훌륭한 사례이다. 오일 쇼크가 일어났을 때, 이른바 서구의 부유한 강대국들은 제국주의 시대에 즐겨 사용하던 해결책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들의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계급적 우월감을 가졌던 국가들에게 꼼짝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얻은 부(富)를 통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일본이나 이른바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과 같은 국가들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들 국가는 좁은 국토와 한정된 인구밖에 수용할 수 없고 천연자원도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른바 강대국들에 대해 고전적 의미의 계급적 열등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 국가들은 현대 국제체제에서 국가의 힘 혹은 권력이 반드시 제국주의적 수단에 의해 평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국가들이 이룩한 눈부신 경제 성장은 어떤 의미에서 국가간의 계급 구별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국가간의 계급 구별이 더 이상 과거처럼 경직된 형태로 유지될 수 없으며, 그러한 구별조차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 론

    현실주의 이론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데 여전히 효과적인 이론틀이다. 지난 3월에 터진 이라크 전쟁만 놓고 봐도 그렇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반전(反戰)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을 감행했다. UN의 반전의사도 미국의 전쟁 의지를 꺾지 못했으며, ‘UN 무용론(無用論)’마저 나오고 말았다. 결국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원하던 바를 얻게 됐다. 탈냉전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모토(moto) 아래 지속된 헤게모니(hegemony)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으며, 석유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경제적 불확실성도 제거했다. 이와 더불어 이라크 재건 명분을 통해 부수적 수입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무작정 현실주의를 옹호할 수는 없다. 현실주의는 불안정한 토대 위에서 성립된 이론이기 때문이다. 현실주의에 따르면, 전쟁은 힘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전쟁은 개별 국가의 국내정치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면도 크다. 또한 개인이 품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국가 차원에 투영된 면도 있다. 이것들은 힘의 문제와는 전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말하자면 현실주의는 국제관계의 모든 문제, 특히 전쟁의 문제를 오로지 힘의 관점에서만 파악하기 때문에 설명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역사의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커다란 약점이다. 현실주의는 국제관계에서 정통성의 개념이 급변하면서 힘의 위상이 달라진 점을 간과한다. 자유민주주의가 경제문제와 연관되면서 기존의 국가간 계급의 구별을 점차 없애가고 있는 점도 반영하지 못한다. 요컨대, 현실주의는 국제관계를 인간의 정치적, 사회적 생활에 연관된 다른 모든 국면과 명확하게 구별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인간사회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화의 과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시간이 없는 진공상태 속에서 고립된 이론으로 만들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역사를 전제한다면,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자유민주주의를 향해 가고 있고, 언젠가는 모든 국가가 보편적이고 균질한 형태를 띨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진정한 ‘역사의 종말 상태’이다. 따라서 개별 국가들이 보편적 역사의 과정에 따라 ‘역사의 종말’에 이른다면, 개별 국가들간의 관계인 국제관계도 보편적 역사의 과정을 따라 발전하다가 ‘역사의 종말’에 이르게 된다. 이 세계는 현실주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이다. 결론적으로 후쿠야마의 견해, 즉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보편적 역사를 전제했을 때, 현실주의 이론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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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 여기서 말하는 최선(最善)과 최악(最惡)은 도덕적 기준에 의한 선(善)과 악(惡)의 개념이지, 국가의 힘이나 경제력, 복지 수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2003. 5.
  • 2003년 봄 미국은 전격적으로 이라크를 공격했다. 91년에 있었던 걸프전 이후 간간히 이라크 방공포대를 공격하거나 사막의 여...
    2003년 봄 미국은 전격적으로 이라크를 공격했다. 91년에 있었던 걸프전 이후 간간히 이라크 방공포대를 공격하거나 사막의 여우 작전 같은 소규모의 폭격이 아니라 대규모의 지상군이 동원된 정권교체를 위한 전쟁이었다. 예상대로 전쟁은 간단히(?) 끝났고 미군의 피해는 한 국가를 점령하는데 백여명의 사망자 밖에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종전 이후 예상밖으로 게릴라전의 양상으로 이어지면서 간단하지 않은 상황으로 되어 버렸다. 경우야 어찌되었던 미국이 이라크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이라크에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동 전체를 민주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목표를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므로 접어두기로 하고 오늘날 이라크처럼 강제적으로 민주주의를 강요받는 국가도 있지만 많은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한 물음에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그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되는 시점이었다.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라이벌인 공산주의가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체의 내부모순에 의해 갑자기 무너져버린 것이다. 후쿠야마가 공산주의의 붕괴를 보고 이 책을 집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공산주의가 계속 지속되었어도 자유민주주의를 예찬했을지 궁금하다. 세계의 반을 지배했던 이데올로기의 붕괴가 후쿠야마에게 어느정도 확신을 심어주기는 했을 것이다. 후쿠야마는 이 책에서 상당히 중후한 역사론을 전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부터 니체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를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역사를 보는 관점에는 역사는 그저 무한히 순환한다는 견해와 역사는 진화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로 나눌 수 있는데 저자는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원시적이라든가 근대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은연중에 역사를 진화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고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자연과학에서 찾고 있다. 자연과학은 누적속성이 뚜렷한 학문분야로 자연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의 모습도 발전되어감으로 역사를 단순히 반복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역사를 하나의 큰 진보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를 방향성을 가진 커다란 흐름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역사관은 근대철학의 완성자라 할 수 있는 헤겔로부터 연유한다. 헤겔에게 영향을 미친 칸트도 역사를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라고 보았는데 역사의 진화는 무한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면 종점에 이르게 되고 바로 그 종점이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마르크스도 역사진화론을 믿었지만 칸트나 헤겔과 차이가 있다면 그에게 역사의 종말은 공산주의였다는 것이다. 후쿠야마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헤겔을 잘못 이해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르크스가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너무 경제적인 면에 치중했고 중요한 점을 놓쳤다는 것이다. 헤겔이 생각하는 역사 전개의 원동력은 인지에의 욕망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인지에의 욕망을 가장 확실하게 충족시키기 때문에 다른 여러 체제를 물리치고 역사 진화의 최종점이 된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의 실패는 외형적인 평등을 이루기 위해 집착하는 나머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즉 타인으로부터, 국가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욕망을 간과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헤겔이 말하는 이러한 인정받기 위한 욕망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도 발견되는데 인간을 구성하는 고유한 영역으로 튜모스(패기)라고 하는 부분을 말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여타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패기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키고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고 한다. 영국 경험론의 대표적 철학자인 홉스나 로크에 따르면 인간은 크게 이성과 욕망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홉스도 플라톤이 말한 패기라고 하는 것에 대해 어느정도는 인정을 한다. 하지만 패기를 독립된 영역으로 보지는 않고 자기보존본능의 추구가 인간에게 있어서 최우선하는 가치라고 생각했다. 후쿠야마는 이러한 경험론적인 시각을 비판하면서 정말로 인간에게 이성과 욕망 뿐이고 이기심이 최고의 가치라면 목숨을 걸고 독재자에 맞서거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달려드는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에게는 엄연히 인지에의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한 패기를 충족시키기 위해 투쟁하게 되고 역사는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연속인 것이다. 헤겔은 최초의 인간은 순수하게 자기 위신을 상대방에게 인정받기 위해 결투를 벌였고 죽음에의 공포를 이겨낸자는 귀족이, 자기보존본능이 더 강한자는 굴복하여 노예가 되었고 인류의 역사는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노예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고 더 나아가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사적인 큰 사건으로 프랑스혁명이나 미국독립혁명을 들 수 있고 가깝게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민주화 운동을 제시할 수 있겠다. 헤겔이 자유민주주의를 보편적이고 어찌보면 필연적인 것으로 여긴데에는 주종관계가 천성적으로 부여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피지배층이 자유를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상 존재했던 군주제나 봉건제, 전체주의, 공산주의 등과 달리 자유민주주의가 변증법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인간의 패기에 바탕을 둔 인정받기 위한 욕망을 가장 잘 충족시키기 때문에 어떤 민족 어떤 문명도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간다고 보았던 것이다. 공산진영에서 자유주의혁명이 일어난 것도 획일화를 강요하고 개인의 자유를 억업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민주주의의 경우 자유시장경제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배출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인간본성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선진국에서도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후쿠야마는 이런 문제들을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모순은 아니라고 본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인 자유와 평등은 합리적인 것이며 많은 사회문제의 발생은 어느 가치를 우선시하고 어떻게 적용시키는가 하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신에 인정받기 위한 욕망을 대등욕망과 우월욕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등욕망의 추구가 만연하고 때에 따라서는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니체를 인용하면서 단순히 국가의 헌법에 의해 존엄성을 보장받고 주변사람들로부터 하나의 인격으로서 인정받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과연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인간의 패기를 대부분 충족시키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투쟁심을 상실하고 자기 자신과 극히 제한적인 주변상황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게 되고 사회는 폐쇄적이 되고 활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니체는 민주주의를 그다지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았고 니체의 이러한 생각에 저자는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유민주주의가 역사의 종말이라고 보기 때문에 니체처럼 전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자유민주주의가 자칫 빠질 수 있는 침체적인 상황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남들보다 더 나은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우월욕망의 추구를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 것이고 인간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나 삶의 양식에 대해 긍정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 논문을 발표했을 때 많은 반발이 있었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서 자연과학의 진보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상황은 역사의 종말이 아니다라고 한 발 후퇴했다고 한다. 이 책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긴 하지만 대작이라고 하기에는 손색이 없을 것 같다.
  • 역사의 종말 | js**007 | 2004.09.2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자유민주주의의 주요 경쟁체제인 공산주의가 붕괴된 오늘의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역사의 종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최근...
    자유민주주의의 주요 경쟁체제인 공산주의가 붕괴된 오늘의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역사의 종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최근의 역사절학서에서는 보기 드물게 플라톤, 칸트에서 시작하여 헤겔, 마르크스, 니체에 이르기까지 대사상가들의 역사철학사살을 현대적인 시점에서 재고찰하고 로크와 홉즈 등 앵글로색슨적 전통과의 대비를 통하여 중후한 역사론을 전개한 명저. 세계의 학계와 매스컴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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