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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딘(십자군에 맞선 이슬람의 위대한 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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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쪽 | A5
ISBN-10 : 8990809010
ISBN-13 : 9788990809018
살라딘(십자군에 맞선 이슬람의 위대한 술탄) 중고
저자 스탠리 레인 풀 | 역자 이순호 | 출판사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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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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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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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모두에서 찬탄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슬람의 전설적 영웅 살라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십자군으로 부터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적국의 왕과 포로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가장 기사도적이며 고결한 정복자"라 칭송받았던 인물이다. 이 책에서는 살라딘의 뛰어난 군사적 지략과 인간적이고 종교적인 면모에서 나오는 참 군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소개

목차

저자 서문 - 살라딘의 위대한 생애

제1부 살라딘의 세계
1장 티크리트
2장 1차 십자군(1098)
3장 전조(1127)
4장 에데사 함락(1127~1144)

제2부 이집트(1138~1173)
5장 살라딘의 청년기(1138~1164)
6장 이집트 정복(1164~1169)
7장 이집트의 와지르(1169~1171)
8장 카이로의 살라딘(1171~1173)

제3부 제국(1174~1186)
9장 시리아 정복(1174~1176)
10장 휴전과 협정(1176~1181)
11장 메소포타미아 정복(1181~1183)
12장 다마스쿠스(1183~1186)

제4부 성전(1187~1191)
13장 히틴 전투의 승리(1187)
14장 예루살렘 탈환(1187)
15장 티루스 반격(1187~1188)
16장 아크레 전투(1189)
17장 아크레 공방전(1189~1191)

제5부 살라딘과 리처드(1191~1193)
18장 아크레 상실(1191)
19장 아크레 행군(1191.8~9)
20장 예루살렘을 눈앞에 두고(1191~1192.7)
21장 야파 결전(1192)
22장 휴전(1192~1193)

옮긴이의 말 - 자비와 관용의 군주
부록
- 문학작품 속의 살라딘
- 살라딘 연보
- 인용된 사료 목록
- 일러스트 목록
- 찾아보기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역사상 가장 완벽한 통치자 살라딘, 그의 위대한 생애 이 책은 이슬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로 추앙받고 있는 살라딘(Saladin)의 전기이다. 살라딘은 지금의 이라크 티크리트의 명망 있는 쿠르드 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열네 살의 나이에 처...

[출판사서평 더 보기]

역사상 가장 완벽한 통치자 살라딘, 그의 위대한 생애
이 책은 이슬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로 추앙받고 있는 살라딘(Saladin)의 전기이다. 살라딘은 지금의 이라크 티크리트의 명망 있는 쿠르드 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열네 살의 나이에 처음 군인의 길로 들어선 이후 수십 년간에 걸쳐 그만의 탁월한 지략과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인간애로 명실 공히 이슬람의 최고 통치자 술탄의 자리에까지 오른 전설적 인물이다.
이 책에서는 살라딘의 출생에서부터 시작하여 그가 전사로서 첫 명성을 얻게 된 이집트 정복과 그 이후 시리아 원정에도 나서 당시 여러 종족과 종파로 분열된 이슬람 세력을 하나의 대제국으로 통합시킨 과정, 그리고 프랑크 족에 맞서 예루살렘 탈환에 성공하고 3차 십자군의 수장 사자왕 리처드 1세와의 대전에서도 성도를 수호했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 스탠리 레인 풀은 영국의 저명한 중세사가로 특히 아랍의 역사에 관한 저술을 많이 남겼다.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그가 살라딘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그의 전기를 쓰게 된 동기는, 서양의 고전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살라딘)의 전기가 영어권에서 단 한 권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서구 중심적 시각에 가려 살라딘이라는 아랍의 인물이 그들의 관심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저자는 서양 학자로서 그 어떤 편견 없이 살라딘을 온전히 드러내고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그에 관한 수많은 사료들을 일일이 찾아내 연구하고 여기에 풍부한 일러스트까지 첨가하여 마침내 영어로 쓴 최초의 살라딘 전기를 내놓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저자의 섣부른 상상력이나 사적인 의견 개입을 되도록 억제하면서 사료의 출전을 낱낱이 밝히고 기독교와 이슬람 측 자료를 골고루 안배하여 객관적이고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살라딘과 십자군 전쟁을 조명하고 있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딱딱함이나 무미건조함 없이 당대 최고의 아랍 역사가와 연대기 저술가들의 생생한 묘사와 증언을 통해 한층 생동감과 신뢰성 있는 내용으로 이 책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또한 옮긴이도 밝혔듯이 이 책은 살라딘뿐만 아니라 십자군과 이슬람의 또 다른 일면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12세기의 이슬람 세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고 살라딘이 창도한 지하드의 개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기독교도의 성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고 십자군 전쟁에 대한 양측의 시각은 어떻게 달랐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그 당시의 역사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두 영웅, 살라딘과 리처드가 각자의 종교적 열정과 명예를 걸고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대결은 이 책에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한 국가의 군주로서 꿋꿋한 용맹과 기상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인 관대함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찬탄을 받았던 살라딘, 그의 고결한 이상과 열정으로 가득 찬 생애를 통해 과연 진정한 지도자란 어떤 모습인지 되새겨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본문 소개

뛰어난 지략과 지혜로 이슬람 세력을 통합시키다
살라딘이 전사로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떨친 것은 이집트 정복 때부터이다. 12세기 전반 이집트를 놓고 예루살렘 왕 아모리 1세와 시리아의 왕 누르 앗 딘은 서로 적대 관계에 놓여 있었다. 이때 마침 이집트의 칼리프는 밀사를 보내 누르 앗 딘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에 따라 이집트 원정의 지휘관에는 살라딘의 삼촌 시르쿠가 맡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 이집트로의 원정을 찬성했지만 유독 살라딘만이 주저했다. 본래부터 조용한 성품인 그는 영광과 명예가 드러나는 일보다는 조용한 일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집중시키고 싶어했다. “알라의 이름으로, 만일 이집트 군주의 자리를 주시는 거라면,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모든 언행에서 놀랄 만큼 신중함을 보였던 살라딘은 전쟁에 대한 혐오감을 이유로 항변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훗날 그는 “그것은 마치 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과 같았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결국 살라딘은 삼촌 시르쿠와 함께 이집트 원정길에 올랐다. 이 원정 공격으로 예루살렘 왕은 시르쿠의 전술에 말려 팔레스타인으로 퇴각해버리고 말았다. 이집트에서 프랑크 족을 몰아낸 것에 대한 보답으로 파티마 왕조의 칼리프는 시리아 군의 모든 부장들 중에서 살라딘을 와지르(대재상) 자리에 임명했다. 이로서 실질적인 이집트의 지배자가 된 살라딘은 이전보다 더욱 엄격하게 자신의 삶을 다스렸다.
이집트의 와지르가 된 살라딘은 “신이 내게 이집트 땅을 주셨을 때, 나는 그분이 팔레스타인도 함께 주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그때부터 자신의 온힘을 하나의 원대한 목표에 집중시켰다. 즉 그것은 강건한 무슬림 제국을 세워 이교도들을 나라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프랑크 족에 대한 성전(지하드)의 필수 조건인 이슬람 제국의 통일을 내걸고 시리아 원정에도 나서 당시 여러 개로 분열된 이슬람 세력을 하나의 대제국으로 통합시켰다.

성전을 선포하고 예루살렘을 탈환하다
비로소 이집트와 시리아의 이슬람 세력을 통합한 살라딘의 다음 목표는 십자군이었다. 성전은 살라딘의 오랜 다짐이었다. 그런데 그것의 직접적인 원인을 샤티용의 레지날드가 제공했다. 그는 평화조약이 아직 발효 중일 때 이집트나 메카로부터 시리아로 넘어오는 대상과 순례자 들을 덮쳐 포로로 잡고 가축과 재물을 빼앗아버렸던 것이다. 약속을 밥 먹듯 깨버리는 그들에게 이미 진저리가 난 살라딘은 “그 대상 행렬의 생포는 예루살렘의 파멸”이라 선언하고 기독교 왕국에 대해 1187년 3월 마침내 성전을 선포했다.
기독교 군과 이슬람 군의 최대 격전은 히틴에서 벌어졌다. 이슬람 군은 살라딘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전투에 임한 데 비해 기독교 군은 내부의 분열과 땡볕더위 그리고 무엇보다 살라딘의 군기를 뒤따르고 있던 엄청난 군대에 겁을 먹고 끝내 패하고 말았다. 살라딘은 전장 곳곳을 직접 누비며 병사들에게 화살을 나눠주는 등 열심히 그들을 독려했다. 3만 명의 기독교도가 죽었다고 알려진 그 피비린내 나는 히틴 전투의 절박했던 상황을 살라딘의 아들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프랑크 족은 또다시 우리 군을 아버지 쪽으로 밀어붙였다. 당신께서 다시 추격을 명하자 무슬림 군은 적을 언덕으로 밀어붙였다. 나는 다시 소리쳤다. “우리가 그들을 절단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나를 돌아보시며 ”조용히 있거라! 저들의 천막이 그곳에 있는 한 우리는 이긴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왕의 천막이 뒤집어졌다. 그러자 아버지는 말에서 내려 땅에 머리를 조아리시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본문 248쪽)

전투가 끝난 뒤 살라딘은 예루살렘 왕 귀이를 자기 옆에 앉히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에게 직접 물을 따라주며 “왕이 왕을 살해하는 것은 예가 아니”라며 융숭한 대접까지 베풀고 난 후 그를 다마스쿠스로 보내주었다. 귀이 왕은 살라딘의 자비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살라딘은 히틴 전투의 승리 이후에도 프랑크 족에게 만회할 여유를 주지 않고 계속 몰아붙였다. 한편 예루살렘의 주민들은 점점 압박해오는 새로운 정복자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살라딘은 이들의 마음을 알고 “나 역시 그대들처럼 예루살렘을 하느님의 집이라 믿고 있소. 그런 내가 어찌 하느님의 집을 포위하거나 공격할 수 있겠소” 하며 예루살렘을 평화적이고 우호적으로 얻을 것임을 약속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예수살렘은 살라딘에 의해 함락되었다. 1차 십자군 전쟁 이후 90년간 기독교도들 수중에 있던 성도가 이제 이슬람 인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후 살라딘이 보여준 모습을 두고 많은 이들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정복자”라 칭송하기도 했다. 살라딘은 “천국의 가장 위대한 속성은 자비”라 하며 함락된 도시에도 자비를 베풀었던 것이다.

몸값을 치르고 예루살렘을 빠져나간 이들은 다 함께 모여 살라딘을 찾아가서 울며불며 자비를 호소했다. 살라딘은 그들을 보고, 대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곧 그들이 전투 중에 죽었거나 혹은 포로로 잡힌 기사들의 귀부인이거나 숙녀 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자, 그들은 자신들의 남편은 감옥에 있거나 전사했고 땅도 다 잃었으니 부디 통촉하시어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들의 흐느끼는 모습이 너무도 가련해 살라딘도 같이 흐느껴 울었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생존한 남편들이 갇혀 있는 곳을 알려주면 그곳에 가는 즉시 풀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런 다음 그는 부하에게 일러 남편이 사망한 부인에게는 많든 적든 신분에 맞게, 자신의 개인 재산에게 넉넉하게 떼어주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그대로 했더니 그들은 신께 감사드리고, 살라딘이 자신들에게 행한 일을 온 세상에 공표했다. (본문 267~268쪽)

사자왕 리처드에 맞서 성도를 수호하다
그러나 성도 탈환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서유럽은 사자왕 리처드 1세를 수장으로 한 대대적인 3차 십자군을 파견했던 것이다.
살라딘과 리처드의 첫 격돌은 아크레에서 벌어졌다. 리처드가 아크레에 도착하자 기독교 전군의 지휘관들은 모두 그를 환영했다. 리처드의 출현으로 기세가 오른 기독교 군은 아크레 공방전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며 살라딘의 수비대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살라딘은 전장에서 전쟁 구호를 외치고 다시며 몸소 병사들을 격려했다. 어떨 때는 자신의 수비대가 중대한 위험에 처해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돌격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적군의 맹렬한 공격 앞에 결국 아크레는 함락당하고 말았다. 리처드는 이 전투에서 잡은 이슬람 군 포로들을 잔혹하게 대함으로써 살라딘이 히틴 전투에서 보여준 돈 키호테와도 같은 관대함과는 많은 대조를 보였다.

기독교도 포로들의 석방이나 교환에 이용될 만한 소수의 귀족 인질들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목을 베어버리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투르크 인들을 궤멸시키고 이슬람 율법을 욕보이지 못해 늘 안달하면서도 기독교 율법은 옹호하던 리처드 왕은 성모승천 대축일 다음 날인 금요일, 2700명의 투르크 인 인질을 도시 밖으로 끌어내 참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거기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왕의 부하들은 그 명령을 받고 기뻐 날뛰었다. 그러고는 바로 이 포로들의 크고 작은 화살에 죽어간 기독교도들을 위해 복수할 기회를 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신이 나서 그 명령을 수행했다. (본문 344쪽)

리처드는 학살을 끝내기가 무섭게 성도로 가는 경유지 아스칼론을 향한 진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병사들은 예루살렘으로의 진군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전투에 지치기도 했고 방종과 사치에 빠져 술과 여자들이 넘쳐나는 그 도시를 떠나기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살라딘의 병력은 아크레에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전력이 크게 손상되지 않은 채 여전히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목을 잡고 있었다. 살라딘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적에게 패배를 안겨주고야 말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그는 람라로 퇴각하자마자 프랑크 족에 대한 지지선을 막기 위해 “그곳의 돌 하나라도 건드리게 하느니 차라리 내 자식들을 잃고 말겠다”고 하며 아스칼론을 파괴시키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런 가운데 상황이 안팎으로 어렵게 되었다고 판단한 리처드는 사절을 통해 살라딘에게 강화를 제의해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살라딘은 다음의 답장을 보냈다.

“예루살렘은 귀국만큼이나 우리에게도 성스러운 장소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예언자가 순례를 하신 곳이고, 우리 민족이 최후 심판의 날에 모여야만 하는 곳이오. 그곳으로부터 행여 우리가 철수한다거나 귀하의 말을 고분고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마시오. 그리고 영토 문제만 해도 원래 우리 땅이었던 것을 당신들이 침범한 것 아니오. 당시 우리 무슬림들이 나약하지만 않았더라도 그 땅은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외다. 그리고 이 전쟁이 계속되는 한 신은 당신들에게 단 하나의 돌도 그 안에 들여놓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오. 십자가를 보유하고 있는 것 역시 그것이 우리에게 유리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이슬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결코 양도하지 않을 것이오.” (본문 367쪽)

강화 협상이 결렬되자 기독교 군은 다시 예루살렘을 향한 행군을 계속했다. 이제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었고 이것은 시리아 원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은 야파에 있는 막사로부터 람라까지 용감하게 행군했다. 그러고는 그곳에서 살라딘 전초부대의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리며 6주를 기다린 끝에 베이트 누바까지 뚫고 들어갔다. 그러나 예루살렘을 거의 눈앞에 둔 시점에서 다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나쁜 기상 조건과 병사들의 사기 저하도 문제였지만 몇몇 지휘관들은 예루살렘에 대한 포위 공격이 자칫 도시 외곽 산꼭대기에 포진해 있는 투르크 군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살라딘은 예루살렘 방어 계획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전력을 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음이 아주 어지러웠다. 공격을 막는 방식을 두고 지휘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고 내부 병사들 간에도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는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도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만큼 예루살렘을 수호하는 것이 그에게는 생명과 같은 중대한 사명이었다.
그는 모스크에서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를 올렸다. 그런데 그날 저녁 살라딘의 막사에 급보가 전해졌다. “기독교 군 사이의 내분으로 그들이 예루살렘으로의 진군을 포기하고 카이로로 퇴군을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그들은 정말로 완전히 퇴각해버렸다.
살라딘은 부하들의 선봉에 서서 기쁜 마음으로 그 멋진 광경을 구경했다. 이제 위험은 사라졌고 살라딘은 자신의 기도가 진정 응답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비로소 성도는 그렇게 수호되었다.
이후 리처드의 끈질긴 저항으로 또다시 야파에서 격돌하기도 했으나 살라딘의 적절한 지원 요청으로 모술과 이집트 그리고 북부 시리아 등지에서 지원군이 합류함에 따라 그들의 저항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제 몇몇 남지 않은 심복과 병사들로 세력이 약해진 리처드가 중병까지 걸렸던 것이다. 이제 리처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살라딘과 강화를 맺고 이 땅을 떠나는 일밖에 없었다. 리처드의 와병 소식은 살라딘의 마음을 약하게 했다. 그는 리처드가 고열에 시달린다고 하자 배, 복숭아 그리고 산에서 가져온 눈(雪)을 끊임없이 보내주기도 했다. 리처드는 마지막으로 될 수 있는 한 최상의 협약을 맺어줄 것을 살라딘에게 간청했다. 그 결과 1192년 9월 2일 양측은 마침내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3년간의 강화 조약을 체결했다.

“첫째, 아크레에서 야파까지 영국 왕이 정복한 해안가 도시들은 그에게 돌아가고, 아스칼론은 파괴시킨다. 둘째 무슬림과 기독교도들은 양측 영토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순례자들도 예루살렘 성묘를 방문할 수 있다.”

이로서 양측간에는 평화가 공표되었다. 살라딘은 “그것은 참으로 즐거운 날이었다. 두 백성의 헤아릴 길 없는 기쁨은 오직 신만이 아실 뿐”이라며 기뻐했다. 리처드는 그간의 많은 세월을 뒤로 한 채 쓸쓸히 배에 올랐다. 하지만 배가 출항하기 전 그는 의협심 강한 자신의 적 살라딘에게 3년 조약이 끝나면 다시 돌아와 예루살렘을 되찾고 말리라는 전갈을 보냈다. 살라딘은 만의 하나 그 땅을 잃게 된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리처드에게 기꺼이 잃겠노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고 마침내 그 땅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평화가 찾아오고 살라딘이 처음 한 일은 피곤에 지친 군대에 휴식을 주는 것이었다. 그는 협정이 조인되자마자 병사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의 다음 관심사는 넘쳐나는 기독교 순례자들에 대한 배려였다. 예수가 영면하신 곳을 보고자 하는 영혼의 갈망을 그들은 살라딘의 아량으로 충족시킬 수 있었다.

3) 살라딘에 관해
-자비와 관용 그리고 겸손과 청렴의 군주

살라딘은 55세를 일기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성전 내내 자신이 들고 다닌 검과 함께 다마스쿠스 요새 안의 정자에 매장되었다. 그가 죽고 났을 때 금고 안에는 티루스 디나르 한 잎과 은화 47디나르밖에 없었다. 그는 생전에 늘 남에게 아낌없이 베풀었기에 어떤 종류의 사유재산도 남기지 않았다. 때문에 그의 친척들은 정작 그의 장례를 치를 비용까지도 빌려야만 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성문 밖에 운집해 있던 군중은 모두 거리로 나와 대성통곡을 하며 진심으로 그를 애도했다. 이처럼 살라딘은 “백성들의 진정한 애도 속에 죽어간 유일한 왕”이었고, 그들의 보호자로서 그처럼 강력하고 공정하며 인자한 군주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역사의 흐름에 떠밀려 전사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간절히 원했던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유혈에 익숙해지거나, 아직 무슬림과 이교도 간의 차이를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기쁨을 느끼기를 원치 않는다”며 아이들에게 유혈 장면을 보이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살라딘은 군인 이전에 독실한 무슬림이었다. 그에게서 종교는 모든 것을 의미했다. 그는 중병으로 누워 있을 때조차 간신히 서서 예배를 드리기까지 했다. 그는 코란 읽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흐를 때까지 듣곤 했다. 그런 그에게 생애 마지막 몇 년은 성전 외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성전에 모든 힘을 바쳤다. “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은 금은보화가 탐이 나서도, 기독교도들에게 복수하고자 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신과 내 신앙에 대한 의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살라딘은 진정한 열정으로 신의 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저자는 살라딘 권력의 비결을 “백성에 대한 그의 사랑”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이들이 공포, 위엄, 엄격함으로 얻고자 한 것을 그는 인자함으로 얻었던 것이다. 관대한 기사도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살라딘, 그의 생애는 아랍 민족만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인간을 사랑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삶이 얼마나 고결한 것인지를 깊이 깨우쳐주고 있다.

4) 살라딘의 훌륭한 면모들
-살라딘과 관련된 수많은 감동적인 일화 중 본문에 나오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살라딘은 장기 가와의 벌인 일전에서 승리한 후 포로들을 관대히 대해주고 많은 경우 선물까지 들려보냈다. 부상자들은 그의 보살핌으로 생명을 건졌고, 그래서 그중 많은 사람이 살라딘의 부하가 되기를 자청하기도 했다. 또한 적의 막사에 나온 풍부한 전리품도 병사들에게만 나누어주었을 뿐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하나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인자한 성품과 정치가로서의 예지를 함께 보여주었다.

# 아크레 공방전에서 살라딘은 매복병으로 잡혀온 십자군 지휘관들에게 온갖 친절을 베풀었다. 그는 그들을 정중히 맞아들이고는 예복을 입히고 날씨가 매섭다며 모피까지 제공해준 다음, 프랑크 족의 막사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말할 수 있는 편지까지 쓰게 해준 뒤 풀어주기도 했다.

# 또한 리처드와의 일전에서도 살라딘은 아량을 잊지 않았다. 그는 리처드가 전투 중에 낙마했을 때 새 말을 보내주었고, 리처드가 고열에 시달렸을 때는 눈을 보냈다. 살라딘의 이와 같은 웅대한 관대함은 먼 유럽에까지 전해져 그의 이름은 적국의 땅에도 널리 알려졌다.

# 살라딘은 또한 다른 권력자들처럼 자신의 부를 축적하지 않았다. 실생활에서도 그는 “재물 보기를 모래같이 하는 사람도 있다”며 부와 화려함을 지독히 경멸했다. 그런 그가 이집트의 와지르가 된 후 이집트 왕궁의 금은보화 중 자기 개인을 위해 착복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일부는 심복들에게 선물로 주고 12만 권의 필사 장서는 모두 법관 알 파딜에게 하사했다. 그리고 나머지 재물은 팔아서 국고에 귀속시켰다.

# 그는 하인에 대한 매질이 당연시 되던 시절에도 자신의 하인들이 맞는 것을 참지 못했다. 돈을 훔치면 내쫓기는 할망정 매질은 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하인이 신발을 던져 술탄을 맞힐 뻔한 일도 있었는데, 그때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인을 돌아보고 미소만 지어보였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스탠리 레인 풀(Stanley Lane-Poole, 1854-1931)
영국의 저명한 중세사가로 아랍의 역사에 관해 주로 책을 썼다. 이 책 『살라딘』 외의 『스페인의 무어 족 이야기』 『예언자 무하마드의 어록과 담화』 『바르바리 연안의 해적선』 『살라딘과 예루살렘 함락』 등이 있다.

옮긴이 이순호
홍익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외국인 회사에서 수년간 근무했다. 미국 뉴욕 주립대학에서 유럽사와 미국사를 포함하는 서양사 일반을 공부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옮긴 책으로는 『타타르로 가는 길』 『시간의 딸』 『세계 영화사』 『발칸의 유령들』(미발간) 등이 있다.

감수자 정규영
한국 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이집트로 건너가 카이로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조선대학교 아랍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여러 문화단체에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집트』 『이집트에는 미라가 없다』 『이집트와 이집트 문명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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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글을 쓴다. 사실, 이 책을 산 이유는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 살라딘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글을 쓴다. 사실, 이 책을 산 이유는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 살라딘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적이지만, 명예를 소중히 알며 군주로서의 덕과 아량을 갖춘 멋진 인물인 바로 이 사람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은 책에서는 일부이지만, 그가 실제로도 그런 인물이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오늘날엔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무지로 인한 적대감이 판치고 있다. 하지만 그 옛날에 살았던 이 무슬림 술탄은 존경받을 인물이었으며, 오히려 십자군이라는 목적을 내세운 기독교 세력이 더욱 타락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 시절이 다시 올까? 전쟁하되 잔인하지 않고, 엄격하게 약속을 지키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사는 세상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옛 시절에는 신분과 덕목이 있는 사람에 의해서 실현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정신을 국제법과 조약으로 만들어 모든 사람이 알고 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세상은 갈수록 그 이상과는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킹덤 오브 헤븐'은 중동 문제에 관하여 내가 본 중에 가장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념을 가진 영화였다. 영화와 같은 정치적 올바름을 실현해냈던 살라딘이 이제서야 그립다.
  • 위대한 술탄, 살라딘 | qu**tz2 | 2004.04.02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아시아인이지만 아시아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살라딘은 십자군에게 패배를 알려준 이슬람 술탄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
    아시아인이지만 아시아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살라딘은 십자군에게 패배를 알려준 이슬람 술탄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가 어떠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그의 인간됨이 어떠했는가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관심거리 밖에 위치한 것이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을 다룬 많은 책들은 유럽의 시각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살라딘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많은 작가들에 의해 살라딘은 포악하고 난폭한 인물로 그려지기도 했으며, 때론 십자군 찬양에 급급한 나머지 그가 이룬 많은 것들이 과감히 잊혀지기도 했다. 물론 살라딘에 대한 자료 자체가 빈약하기도 하다. 그 빈약한 자료들 중에서 선별적으로 선택되어진 것에 의존한 작가들의 글이 객관적일 수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런지도 모른다. 이 책 역시 그러한 면이 존재한다. 몇몇 이슬람 측 기록을 통해 글의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전투의 구체적 장면은 영국의 기록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많은 부분 십자군 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했으며, 무엇보다도 살라딘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했다. 동양에는 살라딘 말고도 또 한명의 세상을 호령한 인물인 칭기즈칸이 있다. 하지만 그 둘은 실로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칭기즈칸의 경우 유목민족 특유의 호전성을 간직한 인물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의 제국이 전 세계에 몰고 온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해 제 2차 세계대전 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속출했다고까지 몇몇 이들은 이야기한다. 그에 비하면 살라딘은 무(珷)보다는 문(文)에 더 어울리는 쪽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그가 25살이 되던 해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근본적으로 그는 싸움 앞에서 주저했으며, 전투를 할 때도 직접 나서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병사들을 독려하고 적을 이길 수 있는 전술을 지시하긴 했지만 확실히 그는 장군으로서의 기질은 그다지 지니지 못한 듯했다. 오히려 그는 휴머니스트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이었다. 배신자에게는 엄격하게 대했지만, 점령한 곳의 사람들을 함부로 살육하지 않았다. 리어왕에게 말 2필을 선사해 왕으로서의 체통을 잃지 않고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열병을 앓고 있는 그에게 눈(雪)을 보내 쾌유를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살라딘은 군주로서 뛰어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전쟁에서 노획한 물건들을 결코 자기 자신을 위해 쓰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유한함을 알고 있었기에 빈손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사적 사실의 나열만으로 일관함으로 인해 글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문체마저도 무미건조해 읽는 이로서는 살라딘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기보다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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