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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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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8*201*20mm
ISBN-10 : 8954657958
ISBN-13 : 978895465795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2019) 중고
저자 윤성희,권여선,편혜영,조해진,황정은,최은미, 김금희 | 출판사 문학동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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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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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 5점 만점에 5점 bhj*** 2020.06.27
9 소중한 책에 감사드립니다. 5점 만점에 5점 hoonsik*** 2020.06.26
8 불편....부당... 5점 만점에 5점 dskfm2*** 2020.02.20
7 감사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wo***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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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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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깊이와 이채로움을 만나고 또 만끽하는 시간! 2019년부터 문학동네에서 주관하는 김승옥문학상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일곱 작가의 일곱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2019)』.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작가 정보를 지운 블라인드 심사로 가장 뛰어난 7편을 뽑고 그중 대상작 1편과 우수상 6편을 선정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2019년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가는 윤성희, 권여선, 편혜영, 조해진, 황정은, 최은미, 김금희로, 모두 독자적인 소설세계의 일가를 이룬 한국문학의 기둥이자 중심에 선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 노년 여성이 한밤중에 사고를 당해 낯선 곳에 쓰러져 있다가 구조되기까지의 어느 밤을 담은 자서전으로, 짧은 이야기 안에 여성 서사의 숱한 의제들이 곳곳에서 빛을 낸다는 평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된 윤성희의 《어느 밤》, 교외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온 한 부부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는 보안 업체 직원들과 조우하며 생겨나는 일촉즉발의 기묘한 긴장을 편혜영 특유의 섬뜩함의 기예로 선보이는 《어쩌면 스무 번》 등의 작품과 작가노트, 각 작품의 리뷰, 그리고 김승옥문학상의 취지, 심사 경위 및 심사평까지 수록되어 있다.

저자소개

목차

대상
윤성희 · 어느 밤

작가노트 | 킥보드를 타는 할머니가 넘어지기까지
리뷰 | ‘찰나’의 마술, 그 순간의 기억 _신수정

권여선 · 하늘 높이 아름답게
작가노트 | 푸른 과녁
리뷰 | 고귀한 것과 고귀하지 않은 것 _정홍수

편혜영 · 어쩌면 스무 번
작가노트 | 얼마나 더 기억하게 될까
리뷰 | 모든 게 무한한 듯 보일지라도 _정이현

조해진 · 환한 나무 꼭대기
노트 | 결국, 환해지고 싶은 마음
리뷰 | 고독 너머의 빛, 환한 나무 꼭대기 _은희경

황정은 · 파묘
작가노트 | …
리뷰 | 집단기억의 정체성을 향한 일곱 가지 시선 _김화영

최은미 · 운내
작가노트 | 있는 말들
리뷰 | 끝내, 운내 _김경욱

김금희 · 마지막 이기성
작가노트 | 그래서 갱신되는 마지막
리뷰 | 심미적 연대의 원예학 _신형철

2019 김승옥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취지
심사 경위 및 심사평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한국문학의 올스타 스테이지 새로움보다 새로운, 동시대 문학의 일곱 개의 별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년부터 김승옥문학상을 문학동네에서 주관한다.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작가 정보를 지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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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올스타 스테이지
새로움보다 새로운, 동시대 문학의 일곱 개의 별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2019년부터 김승옥문학상을 문학동네에서 주관한다.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작가 정보를 지운 블라인드 심사로 가장 뛰어난 7편을 뽑고 그중 대상작 1편과 우수상 6편을 선정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봄에는 푸르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으로, 가을에는 원숙하고도 단단히 여문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문학동네는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혀가는 동시에 그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더 자주 독자들과 나눌 예정이다. 올해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가는 윤성희, 권여선, 편혜영, 조해진, 황정은, 최은미, 김금희다. 수상자 모두 독자적인 소설세계의 일가를 이룬 한국문학의 기둥이자 중심에 선 작가들이다. 이 빛나는 리스트에서 “모든 작가들이 자신만큼 잘해냈지만 윤성희는 윤성희보다 더 잘해냈”(신형철)기에 윤성희 작가에게 대상이 주어졌고, 편혜영, 조해진, 황정은, 최은미, 김금희 작가는 젊은작가상 수상자에서 김승옥문학상으로 이름을 옮겨놓으며 몸소 한국문학의 미래가 되었음을 증명하였다. 김승옥문학상의 새로운 시작에 값하는 일곱 작가의 일곱 작품. 새로움보다 새로운, 한국문학의 깊이와 이채로움을 만나고 또 만끽할 시간이다.

대상 수상작 윤성희의 「어느 밤」은 한 노년 여성이 한밤중에 사고를 당해 낯선 곳에 쓰러져 있다가 구조되기까지의 어느 밤을 담은 이야기이자, 그의 일대기를 단 하루의 밤에 켜켜이 녹여 “짧은 이야기 안에 여성서사의 숱한 의제들이 곳곳에서 빛을 내”(신형철)는 은하수 같은 작품이다. “지리멸렬한 일상 속 반짝이고 있는 사금파리 같은 삶의 비의”(신수정)를 건져올려 ‘찰나’의 마술을 펼쳐 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권여선의 「하늘 높이 아름답게」는 간호사로 독일에 파견되었다가 남편과 아이를 잇달아 잃고 강제송환된 ‘마리아’의 죽음을 둘러싸고, “고귀하지를 않은” 여러 인물들이 춤추듯이 관점을 바꿔가며 그녀를 회상하는 작품이다. 편혜영의 「어쩌면 스무 번」은 교외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온 한 부부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는 보안 업체 직원들과 조우하며 생겨나는 일촉즉발의 기묘한 긴장을 편혜영 특유의 섬뜩함의 기예로 선보이는 소설이다. 조해진의 「환한 나무 꼭대기」는 이십대 초반에 출가와 환속을 경험한 ‘강희’가 친구 ‘혜원’의 죽음 이후 맞게 되는 새로운 삶을 여름날의 풍경 속에서 아름답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묘사한다. 황정은의 「파묘」는 자신을 거두어 기른 조부의 묘를 파묘(破墓)하는 이순일과 그녀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로, 단 한 문장도 허투루 쓰지 않은 정교한 문장들로 하여금 파묘라는 행위를 사회학적일 뿐만 아니라 존재론적인 지점으로 나아가게끔 한다. 최은미의 「운내」는 유사 의학 치료를 행하는 운내의 수련원에서 한 시절을 보낸 두 소녀의 이야기로, 피를 뽑아 쓴 듯한 집요한 결기에 더해 귀기(鬼氣)마저 서려 있는 파토스 넘치는 소설이다. 김금희의 「마지막 이기성」은 유학생 이기성과 재일 코리안인 유키코의 연애와 연대가 교차하는 소설로, 김금희표라고 말해질 수 있을 근사한 인물과 플롯이 우리를 “투쟁의 가드닝”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김승옥문학상을 문학동네가 주관하면서 변경된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심사 대상이 단행본이 아니라 단편소설로 바뀌었고, 등단 10년 이상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7편을 가려 뽑고 그 가운데 1편을 대상으로, 6편을 우수상으로 선정한다는 것. 언제나 젊은 재능들의 새로운 감각에 더 주목하는 경향은 문학뿐만 아니라 예술계 전반의 생리라고 할 만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중견작가들이 그들의 세계 안에서 새로움을 창조해 기성의 경계를 넓혀나가는 과정은 표나지 않는 고투이고 그것은 그것대로 응분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1년 동안 발표된 단편소설 중 조건에 부합하는 작품을 문학평론가 신수정, 신형철, 정홍수, 그리고 소설가 김경욱, 은희경, 정이현 씨가 나눠 맡아 예심을 진행하였고, 각자 3~5편을 추천해 총 23편이 본심 대상이 되었다. 심사위원장인 김화영 선생이 합류한 본심에서 최종 7편을 선정하는 일은 지난했다. 자기 세계를 가진 작가들의 수작들에서 흠을 찾기는 어려웠고, 작품들을 동일 평면에 놓고 비교하는 일은 여느 심사에서보다 더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최종 선정된 일곱 작가들의 면면은 놀랍지 않았다. 동시대 문학의 기둥이라고 할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_‘심사 경위 및 심사평’에서


윤성희, 「어느 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결정적인 ‘그날 밤’으로 만드는 바로 그 ‘어느 밤’에 대한 재현. 윤성희는 어머니에서 딸로, 다시 그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여성의 시간을 단 하나의 순간, ‘어느 밤’의 결정적 찰나로 제시함으로써 지리멸렬한 일상 속에 반짝이고 있는 사금파리 같은 삶의 비의를 건져올리는 데 성공한다. _신수정(문학평론가)

나를 발견한 청년은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고 했다. 원래는 밤을 새울 예정이었는데, 빗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듣다보니 헤어진 여자친구가 생각났다. 오 년을 사귀는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아서 친구들한테 비현실 커플이라고 놀림을 받곤 했다. 그런데 싸우지 않고도 헤어질 수 있더라고요. 청년은 내게 말했다. 그럼, 그럼. 사랑하지 않고도 평생 사는 사람도 많아. 나는 그렇게 말했다.(『문학동네』 2018년 겨울호)

■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어 등단.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 수상.

권여선, 「하늘 높이 아름답게」 방금 그 속에서 꺼낸 듯한 언어로 인물의 생각에 착 달라붙어 소설의 표면을 마름질해버리는 이런 대목쯤에 오면, 작가의 이름을 가리고 읽더라도 누군가는 ‘권여선’이라는 작가명을 ‘불안’하게 떠올리게 될 수도 있다. (…) 정말 어지간한 소설이다. _정홍수(문학평론가)

“애초에 없던 목숨인데 이렇게 태어나서 살았으니 됐고 살아서 좋은 때도 있었으니 됐지요” 하고 마리아는 말했다. “제가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건 거기까지예요 사모님. 더는 하느님의 은혜를 바라지 않아요.”
세상에, 그렇게 고집을 부리며 믿지 않은 마리아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수산나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불신으로 저주받은 영혼의 행로에 대해서는.(『릿터Littor』 2018년 10/11월호)

■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수상.

편혜영, 「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의 소설은 의문부호 모양의 열쇠를 닮았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세공된 열쇠. 필요불가결한 단문들로 이루어진 서사를 좇아 맨 끝에 다다른 뒤에야 독자는 눈을 껌뻑이다 이내 탄식하게 된다. (…) 편혜영을 읽는 일은 ‘비밀과 어둠과 암호 들’로 빽빽한 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물음표 열쇠를 손에 꼭 쥔 채. _정이현(소설가)

한 번 내지르면 다음에는 수월한 법이다. 악을 쓸수록 세상이 고요하고 평온해지므로 참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비명이 터지기 직전의 기분을 잘 알았다. 가슴에 긴 끈이 걸린 기분. 조금만 캑캑거리면 끈을 쑥 빼낼 수 있을 듯한 기분. 일단 소리가 터지면 괜찮아졌다. 끈이 빠져나오니까. 그런 일이 반복되면 비명을 지르는 건 신발끈을 묶었다 푸는 일만큼이나 간단해진다.(『쓺』 2018년 하권)

■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이슬털기」가 당선되어 등단.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잭슨상 등 수상.

조해진, 「환한 나무 꼭대기」 사람의 마음속을 저렇게 깊이 들어가 들여다볼 수 있다니. 정념과 고통을 통과해 밑바닥에 고여 있는 누추한 허무를 환한 나무 꼭대기에 비유하는, 완강한 고독에 갇혀서도 결국은 빛의 방향을 바라보는 이 작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_은희경(소설가)

창밖으로 넘실거리는 여름밤에서 그녀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바람이 한번 불어올 때마다 밤의 페이지 한 장이 넘겨지기라도 한 듯 새와 벌레들이 새롭게 울었고 나뭇잎은 조금 전과는 다른 음으로 사각거렸다. 페이지 너머 또다른 페이지들이 이어지는 여러 겹의 밤에 둘러싸여 있다고 상상하자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다. 나쁘지 않은 안정감이었다. 아니, 평생을 찾아 헤맨 안정감이었다.(『문학과사회』 2018년 가을호)

■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등단.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등 수상.

황정은, 「파묘」 단편 「파묘」는 근래에 보기 드문 고전적 문체와 구성을 갖춘 빼어난 작품이다. (…) 오늘날 우리의 많은 단편소설들이 그 주제의 간단한 요약을 지난하게 할 정도로 자유롭고 열린 구조를 보여준다면, 「파묘」는 대체로 제한된 시공간의 틀 속에서 하나의 일관된 행동을 서술하는 닫힌 구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새롭다. _김화영(불문학자·문학평론가)

너 하는 게 살림이냐.
살림 아니면.
결혼도 안 하고 사는 게 그게 무슨 살림이냐.
내 집에서 나 사는 게 살림이지.(『창작과비평』 2019년 봄호)

■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당선되어 등단. 한국일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김유정문학상, 2012년, 2013년 젊은작가상, 2014년 젊은작가상 대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최은미, 「운내」 이 커다란 정밀함에 어떤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가이아의 태엽시계? 경천동지초극세사불협파신공? 단편이라는 링 어디에도 잠시 숨 돌릴 코너는 허락되지 않는다. (…) 내게 2019년 여름은 「운내」를 읽은 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한번 더 펼쳐 들고 싶지는 않다. 피가 모자랄 것 같다, 세 번이나 읽어내기엔. _김경욱(소설가)

승미는 다만 허공을 보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아, 운내 나.” 심심했냐고 물으면 돼했다고 했다. “뭐?” “돼했다고.” “……” “뭔가 돼-했어.” 어떤 날은 쓰리쓰리하다고 했다. 승미는 돼할 때보다 쓰리쓰리할 때가 좀더 많았는데 머리가 아파도 쓰리쓰리했고 잠이 안 와도 쓰리쓰리했고 해가 져도 쓰리쓰리했다. 그때 승미는 쓰리쓰리했다.(『릿터Littor』 2019년 6/7월호)

■ 200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에 단편소설 「울고 간다」가 당선되어 등단. 2014년,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

김금희, 「마지막 이기성」 이상한 사람을 만나고, 이상하지만 이상해서 끌리는데, 그게 꼭 연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로 인해 내가 달라지고야 마는 이야기. 김금희의 서명과도 같은 플롯이 작동을 시작한다. (…) ‘같음’은 제 안의 ‘다름’을 인지할 때만 더 깊고 넓은 ‘닮음’에 이를 수 있음을 이 소설은 안다. 김금희는 ‘연애’와 ‘연대’가 교차되는 지점에 가장 속깊게 서 있는 작가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그러고 보니 사흘에 한 번씩 뒤엎고 갈아가며 필요 이상의 개간 작업을 한 공간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언가들이 다시 자라고 있었다. 날아와서, 행로와 목적도 없이 날아와서 여기에.

그러니 그날의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살아 있는 것들의 이동만큼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했다.(문장웹진 2019년 2월호)

■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등단.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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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에게 묻는다 | su**ell | 2020.01.17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인간의 존재 이유를 감지하는 데서 온다. 그러므로 ...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인간의 존재 이유를 감지하는 데서 온다. 그러므로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그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어떤 확신을 갖고 믿는다는 건 타인을 존중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거가 된다. 예컨대 그와 같은 믿음이 있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이해득실이나 체면 따위와는 상관없이 타인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주어진 나의 역할과 존재 이유가 타인의 그것과 같을 수도 없으며, 우리가 보는 수많은 역할들이 어느 건 고귀하고 어느 건 천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까닭도 각각의 역할들이 그 빛깔을 조금씩 달리 하며 스스로 빛나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마리아에게 은밀한 기쁨이 하나 있었다면 그건 태극기를 팔러 가는 일이었다. 살기 위해 무엇이든 떼다 팔던 시절, 마리아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태극기 꾸러미를 리어카에 싣고 팔러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러다 무엇에 홀린 듯 태극기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말았는데 그건 어쩌면 열아홉 살의 마리아가 미지의 나라 독일로 출발하는 순간에 보았던, 태극기가 무수히 펄럭이던 장면의 뒤늦은 효과인지도 몰랐다." (p.59)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권여선 작가의 단편 소설 <하늘 높이 아름답게>는 마리아의 죽음과 남겨진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인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드러낸다. 살아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마리아의 존재가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새롭게 부각되었던 까닭은 그녀의 삶이 두드러지게 헌신적이었다거나 이웃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았다거나 남들이 하지 못하는 위대한 업적을 남겨서가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그녀의 삶은 너무나도 미미했고, 있는 듯 없는 듯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다 떠났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집안에서 가장 사소하고 미천한 존재인 막내 마리아는 자라면서 가능한 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자기 존재를 감추고 무화하는 법을 터득했다. 숨어서 공부했고 숨어서 성당에 나갔고 숨어서 일을 꾸몄다. 그 은신술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마리아가 파독 간호사를 지원해 독일로 떠난 후 사흘이 지나도록 집안에서 그녀의 부재를 눈치챈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죽기 전까지도 숨어서 약을 먹고 주사를 놓았으므로 마리아가 죽을 만큼 아프다는 것을 눈치챈 이웃이나 성도는 아무도 없었다." (p.44)

     

     소설은 마리아가 일흔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생전에 가깝게 지내던 성당의 성도들이 그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신장암을 앓던 마리아가 혼자 진통제를 투여하며 죽음의 고통과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부 수립 무렵 완고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마리아가 체득한 생존 전략이 최대한 자신을 숨기는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고단한 노동과 고독 속에 살다 세상을 떠난 마리아에 대한 뒤늦은 이해와 연민의 감정은 결국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성도들로 하여금 '고귀한 삶'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게 한다.

     

     "베르타는 가을 저녁의 찬 기운에 오싹함을 느꼈다. 자신이 왜 그들과 계속 만남을 이어왔는지가 분명히 이해되었다.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가 않구나 우리는…… 베르타는 카디건 앞섶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마리아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p.67)

     

     성당의 가을 바자회가 끝나가는 파라솔 아래서 죽은 마리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마리아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자신들의 무관심을 자책하며, 마리아가 돌보던 어린 소피아의 입양을 앞다투어 주선할 듯이 떠들어대지만 현실에서의 그들은 당장 내일, 아니 바자회가 끝나는 그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마리아의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자신의 고독이나 고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평생을 일관되게 살았던 마리아와 남들 앞에서는 언제나 선한 척, 고고한 척 살아가는 우리들 중 과연 누구의 삶이 고귀한 것인가? 작가는 소설 속 인물 베르타의 입을 통해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라고 말했던 마리아. 자신의 운명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자 했던 마리아의 일관된 태도는 이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계절을 살아내기 위해 내가 가진 힘 중 필요한 힘을 쏟아붓고 있는가.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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