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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설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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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쪽 | A5
ISBN-10 : 8989456266
ISBN-13 : 9788989456261
젊은 소설가의 고백 [양장] 중고
저자 움베르토 에코 | 역자 박혜원 | 출판사 레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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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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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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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가 전하는 세상의 모든 지식!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젊은 소설가의 고백』. 움베르토 에코의 독특한 지적 유머가 듬뿍 담긴 인문에세이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에서부터 호메로스와 단테, 보르헤스와 제임스 조이스, 톨스토이와 뒤마 등 수많은 문인들의 작품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서 소설과 독자와의 관계, 소설가와 소설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독자와 소설가와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준다. 이 짤막한 에세이는 궁극적으로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지식을 읽고 그것에 영향 받아 다시 쓰게 되는 행위, 즉 읽고 쓰는 행위에서 느낄 수 있는 충만감을 전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깊은 내공에서 우러나온 이 책은 우리의 지적욕구를 자극한다.

저자소개

저자 : 움베르토 에코
저자 움베르토 에코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는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자, 철학자, 미학자, 역사학자이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부터 보르헤스와 제임스 조이스를 거쳐 인터넷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전문 지식을 갖춘 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유명하며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 불리는 그는 살아 있는 석학이자 이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현재 볼로냐대학교에서 건축학, 기호학, 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세계 명문대학의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젊은 소설가의 고백』을 비롯하여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등이 있다.

역자 : 박혜원
역자 박혜원은 현직 번역가이지만 여전히 번역가가 되는 게 꿈인 소심한 이상주의자.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꿈이 있다면 자신을 던져봐야 한다는 신념 덕에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어릴 적 꿈이었던 번역에 입문했다. 영어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공감과 몰입에 능하며 꼬리가 긴 사색을 즐기기에 이 일이 천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뛰어난 작가의 철학과 고민이 담긴 짧은 글 한 편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커다란 지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실감케 한 책이었다. 그 밖에 옮긴 책으로는 『다이어트 심리학』, 『본능의 경제학』, 『똑똑한 뇌 사용설명서』, 『오리지널 뷰티바이블』, 『스토리 이코노미』, 『친애하는 교회 씨에게』, 『5분 심리게임』, 『여자들의 경제수다』,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 중국』 등이 있다.

목차

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쓰기
Ⅱ. 저자와 텍스트 그리고 해석자
Ⅲ. 허구적 등장인물에 관하여
Ⅳ. 궁극의 리스트
미주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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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나는 왜 호메로스는 창조적 작가이고 플라톤은 그렇지 않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쁜 시인은 창조적인 작가인 반면, 훌륭한 과학 저술가들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13쪽 창조적 작가는 자기 작품의 합리적 독자가 되어 억지스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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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호메로스는 창조적 작가이고 플라톤은 그렇지 않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쁜 시인은 창조적인 작가인 반면, 훌륭한 과학 저술가들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13쪽

창조적 작가는 자기 작품의 합리적 독자가 되어 억지스러운 해석에 반박할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은, 말하자만 병 속에 넣어 바다에 띄운 편지처럼 이미 자신의 글을 세상에 던져놓았기 때문이다.
16쪽

그러나 나는 어떤 학문에 대한 책이건 일종의 추리소설, 즉 어떤 종류의 성배(聖杯)를 찾는 탐구 보고서처럼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19쪽

하지만 문학의 목적이 오로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위로하는 것에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은 독자들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바람 때문에 같은 책을 두 번, 세 번씩 읽도록 도발하고 영감을 준다. 이와 같이 나는 이중코드가 지루한 귀족적 경련(aristocratic tic)이 아니라 독자들의 지성과 소설에 대한 애정에 경의를 표하는 한 방식이라고 믿는다.
50쪽

뒤마는 그곳에 머무는 동안 방문객들이 ‘진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갇혔던 감옥이라고 하는 곳을 꼬박꼬박 구경하고, 안내인들은 한결같이 당테스나 파리아, 혹은 기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마치 실존했던 사람들처럼 얘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몇 년 전, 나는 그곳의 요새를 방문했다가 몽테크리스토의 감옥이라는 곳은 물론이고, 파리아 신부가 팠다는 굴도 본 적이 있다.)
105

극의 전략이 관객의 눈물을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면 관객은 인문학적 소양이나 문화적 수준과 상관없이 울게 된다. 이런 반응은 미학적인 문제가 아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감정 반응을 일으키지 못해도, 많은 삼류 영화나 싸구려 소설들은 그런 일을 너끈히 해낸다.
106쪽

현실 세계에서 수백만 인구(아이들을 포함하여)가 기아로 죽어가는 상황에는 그다지 슬퍼하지 않으면서, 베르테르나 안나 카레니나의 죽음에 비통해하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일까?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의 슬픔을 마음 깊이 함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109쪽

그렇게 우리는 이 인물들을 자기 삶의 모델로서뿐 아니라 타자의 삶의 모델로까지 받아들인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가르강튀아 같은 욕심, 오셀로 같은 질투, 그리고 햄릿 같은 의심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곧 스크루지라고 말할 터이니 말이다.
141쪽

히스클리프는 왜 굴욕 앞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고 기다려 캐서린과 결혼하고 훌륭한 시골의 신사로 살 수 없었을까? 왜 안드레이 공작은 위중한 병세를 극복하고 나타샤와 결혼하지 못했을까? 왜 라스콜니코프는 학업을 마치고 존경받는 교수가 되는 대신 병적인 사색에 빠져 노파를 살해했을까? 왜 그레고르 잠자가 가련한 벌레로 변신했을 때 아름다운 공주가 나타나 키스를 하고 그를 프라하에서 가장 멋진 남자로 탈바꿈시켜주지 않았을까? 왜 로버트 조던은 황폐한 스페인 언덕에서 파시스트 반란군을 무찌르고 연인인 마리아와 다시 만날 수 없었을까?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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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후 8년, 움베르토 에코 최고의 인문에세이 에코의 머리를 훔치다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작가.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지식인 중 하나인...

[출판사서평 더 보기]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후 8년,
움베르토 에코 최고의 인문에세이
에코의 머리를 훔치다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작가.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지식인 중 하나인 움베르토 에코. 그만의 독특한 지적 유머가 듬뿍 담긴 에세이가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성공한 교수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에코의 나이는 이미 여든 살이다.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그는 1980년에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했으므로 소설가로서 자신의 나이는 채 서른 살이 되지 않는다고 허풍을 떨며,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은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라고 말한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이상 다섯 권의 소설 외에도 수많은 비평서와 칼럼을 통해 본인이 ‘걸어 다니는 지식의 백과사전’임을 보여주었던 대작가가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비밀 이야기를 우리에게 고백한다는 걸까? 에코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들은 이미 예상했겠지만, 그가 말하는 고백이란 사적인 의미의 고백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의 본문 맨 마지막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란 바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에서부터 호메로스와 단테, 보르헤스와 제임스 조이스, 톨스토이와 뒤마 등 수많은 문인들의 작품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서 소설과 독자와의 관계, 소설가와 소설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독자와 소설가와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주는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 첫 번째는 에코의 방대한 독서 이력이 선사하는 지식의 즐거움. 두 번째는 에코 자신이 겪었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재미있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 세 번째는 능청스럽고 뻔뻔할 정도로 익살스러운 유머가 주는 즐거움이다.
이 짤막한 에세이는 궁극적으로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지식을 읽고 그것에 영향 받아 다시 쓰게 되는 행위, 즉 읽고 쓰는 행위에서 이토록 경이로운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위대한 작가의 깊은 내공에서 우러나온 짧은 에세이 한 편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지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지식을 탐닉하는 자의 은밀한 고백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

읽는 행위가 쌓이고 쌓이면 쓰는 행위에 언젠가는 큰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이 책은 성공한 교수이자 학자로서 살고 있던 그가 왜 늦은 나이에 소설가가 되었는가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외야에서 날아오는 하얀 공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충동적으로 결심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에코 역시 어느 순간 충동적으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열여섯 살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 베네딕트 수도원을 방문한 소년, 에코는 회랑을 걷다가 어두운 장서관 위에 펼쳐진 『성인전』(교회력 연대로 정리된 성인, 순교자의 전기집)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깊은 적막과 어둠 가운데에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몇 가닥의 빛줄기가 쏟아지는 시간이 이어졌는데, 그의 온몸에는 전율이 흘렀다고 한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뒤,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그 순간이 의식 밖으로 뛰쳐나와 소설을 써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렇듯 창작 과정에 영향을 주었던 개인적 경험과 작품의 뼈와 살이 되어주었던 여러 텍스트들을 공개하는 첫 장은 에코의 유머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2장에서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벌어지는 오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서 새로 태어난다.”고 보르헤스가 말했듯이 에코 역시 “텍스트는 병 속에 넣어 바다에 띄운 편지처럼 세상에 던져졌기 때문에” 작가는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지적 유희를 즐기는 독자에게만 살짝 윙크를 던지듯이 그는 작품 속에 이중코드라는 요소를 심어놓았고 그걸 알아보는 수준 높은 독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끔찍이도 즐긴다. 좋은 작품은 두 번 세 번 읽어도 새로운 해석을 준다고 말하는 에코는 이중코드를 소설에 대한 애정과 지성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안나 카레니나, 햄릿, 몽테크리스토 백작, 베르테르, 히스클리프, 라스콜리니코프, 그레고르 잠자와 스크루지 영감. 이와 같이 가족보다도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 서술해놓은 3장에서 에코는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허구 세계가 갖는 존재론적 의미를 되짚어본다. 친한 친구가 연애에 실패했을 때는 그렇게까지 슬퍼하지 않으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의 사람들 때문에는 그렇게까지 슬퍼하지 않으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실연에 가슴 아파하며 목숨까지 버리는 독자들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에코는 이렇게 물으면서 또 이렇게 답한다. “역사 인물과 달리 소설 속 주인공들은 <피와 살을 가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슬픔과 비극에 가슴 아파한다.”
창작 과정에서 필요한 날것 그대로의 재료를 전시하는 4장에서는 방대한 지식의 창고를 개방한다. 라블레와 제임스 조이스, 호메로스와 휘트먼의 목록에 자신이 뽑은 목록까지 공개하는 이 장은 언어에 대한 순수한 탐닉과 과잉에 대한 욕구를 과시한다. 자신의 저서 『궁극의 리스트』의 축소판이기도 한 이 장에서는 훌륭한 문인들의 작품에 등장했던 목록들의 컬렉션이지만, 그 덕분에 독자들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놀라운 언어의 연금술이 펼쳐지는 위대한 작가의 머릿속을 훔쳐볼 수 있다.

라블레와 조이스, 호메로스와 휘트먼의 목록에 자신이 뽑은 목록들까지 이어붙이는 이 젊은 소설가의 태도는 뻔뻔해 보일 정도로 자기 지시적이고 자기 옹호적이기까지 하다. 언제나 영리하고 사색적인 이런 성찰은 마니아들에게는 즐거움을 신출내기 독자들에게는 정보와 깨우침을 선사할 것이다.
<라이브러리 저널>

움베르토 에코는 읽는 행위 자체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는 지식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은밀한 욕구를 은근히 자극하는 특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북리스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독서 이력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예시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라는 푹신한 완충제를 덧대어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컴플리트리뷰닷컴>

복잡한 문제를 쉽고 익살스럽게 말할 줄 아는 에코의 능력 덕분에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짧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팝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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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젊은 소설가의 고백 | ys**5636 | 2013.10.0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중세미학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한 움베르토 에코는 박람강기의 대명사일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논리력을 소유하고 있는 작가...
     중세미학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한 움베르토 에코는 박람강기의 대명사일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논리력을 소유하고 있는 작가이다.그가 쓴 작품인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 등이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해박하면서 난해한 듯하지만 그가 말하려는 주제는 기호학과 수사학,해석의 묘미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그는 이야기의 본질을 마음 속에 담아 두고 독자들이 생각과 사유,상상력을 발동하게 만드는 작가로서의 힘이 넘친다.어린시절부터 글을 써왔다는 움베르토에코는 한때는 시도 써보기도 하기도 했단다.10대에 첫사랑에 빠져 들어 시심이 솟구쳤다는 고백과 두 종류의 시인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좋은 시인은 열여덟 살에 자기 시를 모두 불태워버리고,나쁜 시인은 평생 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가 말하는 소설가로서의 고백에는 어떠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 교수이면서 작가인 그에게 50대 초반 자신의 글이 '창작' 혹은 '창조적'인 쪽이 아니라는 사실에 낙담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아무래도 그에게는 작가의 성향보다는 철학가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그가 내놓은 작품 안에는 중세의 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소재와 사건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그의 작품 속에는 아무래도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다 보니 서사적 기술이 위주가 되었을 것이다.하나는 구두에 의한 의사 전달과(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같은 방식) 비평적 논문에서 모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다.그는 철학자,사회학자,정치인 등과 두루 교유하면서 수도사의 독살을 다룬 <장미의 이름>이 탄생하고 그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을 때 비로소 소설을 쓰게 된 모티브였다고도 한다.
     
     그는 문학적 잉태의 시기에는 서류를 수집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고(답사 및 탐문 등) 지도를 그리고 건물들의 배치를 눈여겨보기도 한다.예를 들어 <전날의 섬>을 쓸 때엔 배의 구조를 공부하고 등장인물의 얼굴을 스케치를 한다.<장미의 이름>의 경우에는 등장하는 수도사들을 초상화로 만들어 마법의 성이 수도원인 자폐의 바다 안에서 빠져 지낼 정도로 작품의 배경공간과 일치가 되어 익숙한 공간으로 만들어 이를 작품에 빼곡하게 열거하고 서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이 작품은 이중코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의미는 상호텍스트적 아이러니와 내포된 대서사의 매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기법이다. 일상의 경험을 노트에 기록하고 머리에 저장하면서 묘사를 세밀화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
     
     나아가 <푸코의 진자>를 쓸 때엔 주요 사건들이 발생했던 기술공예박물관 통로들을 며칠간 야간에 폐관 직전까지 돌아다니면서 작품 구상을 했다고 한다.이러한 공간적 배경,인물의 성향과 행동묘사를 위해 거리를 배회하고 교차로,건물 등의 명칭을 잊지 않도록 휴대용 녹음기에 직접 담아내기도 했다.그래서 소설은 단순한 언어의 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단어의 선택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가 있으며 서사의 경우에는 사건이 벌어지고 음률과 문체,단어 선택까지 몰입한다는 것이다.'주제를 고수하면 언어는 따라온다'는 법칙에 지배받는다는 것을 믿고 있으며 시는 그것과는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는 이들이 좋종 "이 문장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당혹스럽고 문장이 너무 모호하다고 한다.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데,당신의 의도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그는 솔직하게 모호하게 썼다.오해의 소지를 없애달라,그래서 독자들이 이중해석을 하지 않고 독자들이 흥미와 유익함,번역의 효과가 살아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겸허하게 주문한다고 한다.얼마전에 프라하의 묘지를 읽어 내려갈 때도 모호하면서도 난해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시 읽고 소화를 하려고 한다.
     
     그외 허구적인 인물들의 묘사,열거의 수사학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다.특히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에는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목록이 열거되어 있다.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데 국내 성석제작가의 어느 작품에서도 열거의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의 목록이 실타래마냥 거침없이 풀려 나오는 것을 읽으면서 글쓰기의 묘미는 이러한 곳에도 있다는 생각을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책장을 넘긴 적이 있다.특히 라블레는 목록을 이용하여 중세 학술 전집의 엄격한 질서를 전복하려 했다고 하며,목록은 고전주의 시대에 '최후의 수단'이었고 형언하기 힘든 것들을 담는 한 방법이었으며,지독히 고통스러운 카탈로그이자,궁극적으론 무작위적 사건들에 질서를 부여하는 형태였던 것으로 보여진다.목록의 열거는 아르헨티나 작가인 보르헤스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읽고 쓰는 즐거움이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라고 하는 움베르토 에코의 글을 읽으면서 과연 해박한 지식과 경험의 소유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그의 작품은 많이 섭렵을 못했기에 이번 작품을 계기로 시간을 내어 그의 작품세계를 탐미하고 해석하는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특히 중세시대에는 유럽의 종교,철학,사회상이 기억할 만한 것들이 많기에 읽는 재미와 추리,역사학습의 모티브가 될 수가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 소설판 스페셜 피처 | js**jy | 2011.09.2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에코. 작가 소개에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거의다 그렇겠지만 자기가 활약하는 모든 방면에서...
    에코.
    작가 소개에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거의다 그렇겠지만 자기가 활약하는 모든 방면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을 보면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다.
    에코를 처음 접한 것은 "장미의 이름"에서였다.
    사실 영화로 처음 접했으니 진정한 의미에서는 에코라기 보다 장자크 아노가 해석한 에코라는 게 맞겠다.
    어쨌든 그 영화로 인해 숀 코네리의 멋진 모습도 확인하고 크리스천 슬레이터의 소년의 모습도 보았다.
    그러나 역시 영화가 원작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법.
    원작 소설을 사서 읽어보았다.
    이윤기씨가 번역한 책이었다.
    이 책은 영어판을 옮긴 것이었다.
    영어판도 에코가 번역을 했더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다른 사람이 옮겼다면 이건 원작과의 거리가 조금 생기는 편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중세 교회와 수도회에 대해 참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졌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에 다빈치 코드로 일반에게 알려진 기호학도 알게 되었고.
     
    이 책은 제목이 다소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 소설가?
    내가 지금 소설계에 뛰어든다면 나는 유아가 되겠다.
    이 책은 창작 노트인데, 강연 원고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그러므로 순수하게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진자" 등 소설을 구상할 때의 노트는 아니다.
    그때의 구상도 물론 있지만 발표 후 독자들에 의해 제기된 여러 문제점을 반박도 하고 수긍도 하며 애초의 구상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런 책은 읽자면 참 뒤숭숭한 생각이 든다.
    현대의 교양인으로서 책 내용을 100% 제대로 이해를 못해도 내색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처음과 중간까지는 이해가 갔고 흥미도 있었지만 마지막 챕터 궁극의 리스트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장미의 이름" 같은 책에는 목록이 나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이유 때문에 아주 장황한 예를 들거나 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았던 것이다.
    지적 욕구와 허영심 사이에서 벌거벗은 임금이나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책을 다 읽었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그의 소설들을 한번씩 다 읽어보고 싶은 욕기가 인다.
    이건 마치 멘사 클럽 입회 테스트용 책 같은 느낌.
    소설은 아니지만 에코의 책이 하나 더 있다.
    미의 역사...
    조금 읽다가 덮어두었는데 다시 읽어야 할까보다...
    어차피 지금의 나로서는 에코처럼 될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일말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가를 생각하며...
  • 젊은 소설가의 고백 | 54**bs | 2011.08.28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읽어볼지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찰라에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란 신작을 만...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읽어볼지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찰라에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란 신작을 만나게 됐다.
    이걸 읽어보면 좀 더 에코에 대해서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넘 유명한 <장미의 이름>은 영화로 봤지만,
    소설로 더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다.  그래도 작품이 어떤지 궁금하긴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베르토 망구엘이 쓴 문장이 생각나  다시 찾아 읽었다.
    "나이가 들수록 책에서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거나 감탄에 젖는 경우는 줄어들고, 그 대신 빼곡히 들어찬 문학적 암시를
    읽어내느라 바쁜 나머지 모든 책이 훨씬 어렵고 복잡해진다."  꼭 나이와 상관 있는 일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단순 재미만으로 읽게 되는 경우는 줄어 드는 것 같다.
     
    자신을 젊은 소설가라고 칭한 것이 내게는 너무 신선한 느낌이었다.
     
    읽고 쓰는 즐거움,
    이것이 바로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다. 라고 저자는 말했다.
  • 일흔일곱 살 노작가의 ‘변명’이란 제목이 더 잘 어울릴 법하다. 고백과 변명은 엄연히 다른 의미를 지닌 단어다. 밝히지 않...
    일흔일곱 살 노작가의 ‘변명’이란 제목이 더 잘 어울릴 법하다. 고백과 변명은 엄연히 다른 의미를 지닌 단어다. 밝히지 않은, 즉 외부로 노출하지 않은 본래의 진실이 있는데, 그것을 비로소 얘기한다는 것이 고백이다. 그래서 더더욱 에코의 이 책은 고백이 아니다. 이건 그 어떤 폄하나 이의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릇되건 옳건 간에 그의 소설 작품들에 대한 평가나 해석에 대해서 자신의 의사를 그 제기된 것들에 답변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변명에 훨씬 가깝다는 측면에서 그러한 것이며, 그래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변명이란 다소 부정적 뉘앙스를 담고 있긴 하지만, 그의 진실이나 내면의 진솔함이 은폐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의 소설 속에 장황하게 열거된 ‘목록(List)들’에 대한 설명 중에서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등장인물의 이름 또는 성격의 설정에서 젊은 시절 자신의 내면에 영향을 주었던 책, 노래, 기타 경험적 학습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변명을 통한 인용 가능성의 여지를 개방하는 것에서 진실함을 발견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문학 작품의 해독에 있어서 그의 전문분야인 기호학적 접근이나, 텍스트와 해석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발표된 소설 작품에 대한 비평이나 제기된 문제점들의 답변을 통해서 소설 읽기와 쓰기에 대한 그의 지론들을 엿보게 된다.

    혹,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라는 이 책의 전반적 해독이 에코가 여기서 지적하고 있듯이 과잉해석이니, 비경제적 해독이니, 오독이니, 택스트의 명확성을 보지 못했다느니 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악의적 동기를 가진 저자의 적대자로서 의도적인 왜곡을 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비난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작가의 손을 떠나 대중 독자들에게 읽히기 위해 출간 된 이상 그 해독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겨지는 것이다. 물론 달리 이해하는 것이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문장들이 있다. 토포스(topos)나 저자와 독자가 암묵적으로 공모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분명한 문장들이 있으며, 전후 맥락 속에서 다르게 해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저자가 의도하지 않으려 했음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며, 혹은 저자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단어나 문장 속에 무수하게 연관된 지식과 경험들의 역사들을 연결하는 것은 독자의 지적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무심코 적어 내려간 문장이 앞선 어느 작가의 작품 속 구절과 유사하거나, 또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어딘가에 표현되었던 인물과 동일함으로써 그것들이 지녔던 강력한 의미에 연결되어 작가가 모르거나 뜻하지 않은 의미로 확장되고 추가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어떤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에서 에코의 이 책은 소설을 쓴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그의 소설들에 쏟아진 비평이나 의문점의 변명을 듣는 귀중한 기회임이 분명하다. 특히, 그의 소설들인 『전날의 섬』, 『푸코의 진자』,『장미의 이름』,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등에 가해진 비평이나 지적들에 대해서 철학이나 미학과 같은 현학적 태도를 던져버리고 평범하고 일상적 언어로 자신의 문학적 입장을 표현하고 있어 위의 소설들보다 오히려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이 대중독자들을 향한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일례로 그의 작품 『장미의 이름』모두(冒頭)에서 “소설 속 원고를 원본의 19세기 번역본으로 구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문학에서 자주 동원되는 주제로서 토포스라 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현명한 독자들은 허구임을 알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꽤나 되는 모양이다. 어떤 소설을 보면 “당연히 이것은 수기다.”라고 시작하는 작품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것이 누구의 수기가 아니라 소설임을 안다. 에코는 이것을 “상호 텍스트적 아니러니”의 예로 들고 있지만, 사실 좀 구차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유형의 질문들로서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도시나, 특정 장소를 실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독자들의 일화를 소개하는데 노장의 문학적 주장이나 설명이기에는 그 학구적 수준이 조악하며, 바로 이러한 점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솔직한 의도를 내보이지 않으려는 우회적 도구로 읽힌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푸코의 진자』의 경우에 있어서도 고작 비판철학자인 ‘미셸 푸코’와 과학자‘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J. B. Foucault 1819-1868)’를 독자들이 혼동할까봐 걱정했음에도 실제 진자의 발명자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고 주장하지만, 미셸의 비판적 담론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의식했다는 의심을 말끔하게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이와 같이 그의 소설들에 지펴졌던 소소한 의문들과 궁금증을 부분적으로 당사자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문학사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허구적 인물인 소설 속 등장인물을 현실의 독자들이 동일시하는 이유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이나, 어떤 물품의 이름이나 책 제목 따위를 일정한 순서로 나열한 목록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그 속에 내재한 의미의 탐색은 이 책의 독자적인 가치를 증대시켜준다.

    허구적 인물의 존재론적 위치와 목록(List)의 의미들

    “우리는 왜‘안나카레니나’의 죽음을 슬퍼하는가?” 현실세계에서 수백만 인구가 기아로 죽어가는 상황에는 그다지 슬퍼하지 않으면서 소설 인물의 비극에 비통해 하는 것은 왜일까?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속 주인공의 자살은 ‘베르테르 신드롬’이라 명명될 정도로 줄줄이 현실 속 젊은이들이 그 죽음에 동참했다. 매우 흥미로운 주제인데, 현실에 실존했던 히틀러와 안나카레니나의 죽음이라는 사실에 직면하면, 우리는 어느 것이 더 명확한 사실인지에 대해 실로 모호한 궁지에 빠지게 된다. 실존인물과 상상인물로서의 인공물이라는 서로 다른 종류의 실체, 존재론적 지위가 다른 이것들에 진실과 허위가 엇갈린다. 안나카레니나가 죽은 것은 톨스토이의 작품에서 불변의 진실이다. 그러나 히틀러가 정작 벙커에서 죽었는지, 벙커가 아예 없었는지, 날조된 것인지 사실은 그 진실의 진위가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인식작용을 탐색하다보면 비물질적 대상들의 존재성은 문서로 입증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소위 외적 경험의 타당성과 내적 텍스트의 타당성이라는 서로 다른 진실규명의 작업이 부른 착각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나가면 보바리, 개츠비, 필립말로, 돈키호테처럼 텍스트 밖으로 뛰쳐나와 창조자인 플로베르, 피츠제랄드, 챈들러, 세르반테스보다 더 유명해져서 우리들 사이를 더 많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존재하는 특성들의 총합 이상으로서의 대상이 된 허구적 등장인물, 이를 “고차적 대상”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소설 속 허구적 인물은 현실의 우리와 소통이 불가능한 불완전한 세계, 불구의 세계 안에 산다. 그들은 무엇을 갈망하거나 희망하거나 상관없이 그 일은 일어나고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깨달음은 엄청나게 충격적인 경험이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운명의 길을 느끼며 전율한다는 것이다. 즉 이 허구적 인물이 갇힌 불구의 세계와 그에게 우리는 자신도 빈번히 이러한 운명에 직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며, 마침내 동일시하고 사실적 인간 조건의 본보기라 자기 암시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 가능의 세계에 빠져 현실보다 더 실재적인 안나카레니나의 죽음에 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소리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에 대한 애정, 또는 일일이 열거하기 불완전한 목록을 만드는 대신 불가형언(不可形言)의 환희를 표현하는 쪽을 택하려는 의도에서, 엄격한 질서의 전복을 표현하기 위해서, 발견을 향한 무언의 희망을 내비치는 지독히 고통스런 카달로그로서, 표현할 길 없는 무한성을 나타내기 위해서와 같은 이유로 짧게는 몇 줄의 나열에서, 수십 쪽에 걸쳐 나열된 목록의 의미를 해석하는 마지막 장은 문학론의 백미이다. 여기서도 재밌는 예들이 등장하는데, 보르헤스가 묘사한 바벨의 도서관에는 25가지 철자 기호를 모든 경우의 수로 조합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고 씌어있다. 그 서고의 구조가 정육면체이고 한 면의 길이가 432피트일 경우 도서관 8,052,122,350개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이 도서관이 들어갈 땅을 계산하면 지구표면적상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황당한 얘기는 무한함이란 역설을 통한 기존 질서의 전복이다. 이처럼 소설에 의미 없이 길게 열거된 목록 같아 보이는 것들이 지닌 의미가 무진장함을 해독하는 것은 소설 독자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 되어준다. “소설을 어떻게 씁니까?”라는 질문에 불친절로 일관하던 20세기 문학 거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씁니다.”라는 답변보다는 조금 친절하게 쓴 답변이랄 수 있다. 에코의 작품을 읽었던 독자들은 몇 몇 궁금증이 풀리는 후련함을 맞볼 수도 있으며, 그의 작품을 보다 확장된 의미로 해독하는 유익한 기회도 될 것 같다. 노 작가의 변명과 고백과 문학론이 엉켜있는 독특한 저작이다.
  • 젊은 소설가의 고백 | hw**o73 | 2011.08.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장미의 이름' 의 움베르토 에코. 그에 대한 수식어는 너무나 많아서 언제나 경외스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도 그는 가...
    '장미의 이름' 의 움베르토 에코. 그에 대한 수식어는 너무나 많아서 언제나 경외스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도 그는 가끔 에세이같은 글로 솔직하면서도 가벼운 글쓰기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그의 유머감각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들에 그의 특유의 종횡무진하는 지적 능력을 또 한 번 확인하며 감탄하게 하는 그런 글쓰기 말이다. 이번 '젊은 소설가의 고백'도 그런 차원에서 아주 기대가 되었던 책이었다. 생각보다는 진지하며 자신이 여태 써 온 소설에 대한 여러가지 뒷이야기랄까 그런 부분들을 담아내며 자신의 글쓰기의 결과물에 대한 무지한 독자들이나 기자들에게 항변내지는 변명이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을 써내려갔다.
     
    '장미의 이름'이 1980년에 최초로 출간되었다니 그렇게나 오래되었단 말인가. 내가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본 것이 199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지금 에코의 나이가 일흔이 훌쩍 넘었으니까 '젊은 소설가' 는 아닌데 지금까지 다섯 편의 소설을 출판하고 앞으로도 50년 동안 훨씬 더 많은 책을 써내려갈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썼다니 그의 유머감각은 역시 녹슬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건강함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활발히 써 갈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은 것 같아서 설레기도 했다. '장미의 이름' 같은 소설을 다시 한 번만 읽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바우돌리노'도 읽어보았지만 '장미의 이름'에는 미치지 못했다. 장미의 이름을 능가할 작품을 꼭 써주실 것이라 믿는다.
     
    '장미의 이름'은 그의 첫 소설 데뷔작이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열 번 정도 소설을 썼을때 나오는 걸작같아서 말이다.(죽기전에 이런 책을 못 내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원래 미학자로서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자, 역사학자로서 중세 시대를 통달하고 있었기에 '장미의 이름'은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빠른 시간내에 써졌다고 한다. 천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의 다른 작품은 길게는 8년만에 써 낸 작품도 있고 (구상에서 조사하고 글을 완성하고 출판하기까지) 대부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알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팬이라면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장미의 이름'을 읽고 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성경속의 의미들을 캐내는 사람들처럼 별로 의미없이 적은 문구까지 하나하나 파헤쳐서 거의 '다빈치 코드' 수준으로 만들어 그에게 메일을 보내어 질문을 해댔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혹은 다른 매체에서 기사나 칼럼으로 공격 비슷한 글을 쓰기도 하고 말이다. 그 모든 당황스런 질문들을 그답게 유머러스하게 처리하면서 우리에게 시원한 답을 준다.
     
    그리고 '전날의 섬' 이나 '푸코의 진자' 등을 쓸 당시에 얼마나 철저하게 현장검증을 하며 실제로 걷기도 하고 시간 그대로 소설에 기록을 하면서 그곳에 나오는 장소에서 하루밤을 보내기도 하고 날짜변경선을 실제로 겪어보았는지 얼마나 노력한 글쓰기였는지 처음으로 알 수 있어서 움베르토 에코에게 또 한 번 반했다. 그저 천재라서 그까이거 대충 써도 나오는 작품이 아니라 그도 엄청난 노력과 집중을 해서 오랜 시간이 걸려서 나오는 잉태와 출산의 고통을 겪은 작품이었다는 걸... 하지만 그는 결코 엄살을 부리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의 시간과 노력을 보여줄 뿐이다. 다시 한 번 쓰지만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읽은 분들에겐 엄청나게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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