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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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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쪽 | 규격外
ISBN-10 : 8957078444
ISBN-13 : 9788957078440
달에 울다 [양장] 중고
저자 마루야마 겐지 | 역자 한성례 | 출판사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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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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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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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문학적 구도자로 살아온 마루야마 겐지, 그가 추구한 삶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수작!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달에 울다』. 생애 첫 작품인 《여름의 흐름》으로 제23회 문학계신인문학상, 제56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후 주어진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오로지 창작 활동에만 전념해온 마루야마 겐지.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함께 가진 문학적 양식을 꿈꾸고 시도해온 저자는 《달에 울다》를 통해 비로소 시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정점을 이룩했다.

표제작 《달에 울다》는 사과밭을 가진 농가의 외아들로, 아버지와 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주인공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지하던 개가 죽은 후에도,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그런 '나'는 야에코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는 '나'의 아버지가 죽인 남자의 딸이다. '나'는 10대, 20대, 30대를 함께 지내고 마을을 떠난 야에코가 다시 마을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마루야마 겐지의 문체적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 특히 주인공 '나'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공간’에 집착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공간은 운명의 대변인이기도 하다. 공간에 대한 고민은 소설집의 두 번째 작품인《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에서도 이어지는데 소설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나란히 공존하고, 또한 둘은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 환상이 현실과 교차하고 있어서 둘 사이의 구분이 모호하다. 환상적인 현상이나 인물, 공간 등이 현실과 겹쳐져 있지만 바로 그곳에 생의 본질을 파고드는 선명한 리얼리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인간과 운명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저자소개

저자 : 마루야마 겐지
저자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는 1945년 일본의 나가노 현 이야마 시에서 출생했다.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제23회 ‘문학계신인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제56회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이후 어떤 문학상도 거부하고 문단에서 벗어나 고향 오마치에 거주하며 쓰고 싶은 작품만 쓰겠다는 각오로 오직 소설 창작에만 전념했다. 독특한 문체를 지향하는 마루야마 겐지는 『마르코 폴』지가 현역 편집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베스트 14’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정오이다』 『아침해가 비치는 집』 『비의 드래곤』 『붉은 눈』 『설렘에 죽다』 『물의 가족』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피와 물의 냄새』 『도망치는 자의 노래』 『해와 달과 칼』, 에세이 『산 자의 길』 『소설가의 각오』 『황야의 정원』 『소설가의 정원』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등이 있다.

역자 : 한성례
역자 한성례는 1955년 전북 정읍 출생. 세종대학교 일문과와 동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 일본학 석사 졸업. 1986년 《시와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어 시집 『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 『빛의 드라마』 등이 있고, ‘허난설헌문학상’과 일본에서 ‘시토소조상’을 수상했다. 시집 『돌의 기억』 『바람이 불었다』 『골짜기의 백합』 등 일본시인의 시집을 한국어로, 고은, 정호승, 안도현 등 한국시인의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한일 간에서 다수의 시집을 번역했다. 번역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붓다의 행복론』 등이 한국 중고등학교 다수의 교과서에 실렸다. 분야를 막론한 다양한 책을 번역하고 있다.

목차

달에 울다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연보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법사는 잠들어 있다. 두 다리를 깊이 접고, 몸을 웅크린 법사는 늘어진 수양버들 둥치 위에 누워 있다. 비파는 어린 풀 위에 내던져져 있다. 달에 걸친 엷은 구름은 차츰 빨리 흘러가고 있다. 달빛은 알전구 불빛과 비슷하다. 나는 눈을 감는다.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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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는 잠들어 있다.
두 다리를 깊이 접고, 몸을 웅크린 법사는 늘어진 수양버들 둥치 위에 누워 있다. 비파는 어린 풀 위에 내던져져 있다. 달에 걸친 엷은 구름은 차츰 빨리 흘러가고 있다. 달빛은 알전구 불빛과 비슷하다. 나는 눈을 감는다. 병풍 속에 불고 있는 따뜻하고 느릿한 봄바람이 느껴진다. _28쪽

백구는 똑똑한 개다.
우리가 껴안고 있는 동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위를 살피고 있다. 그러다 야에코가 너무 큰 소리를 내거나 하면 살며시 다가와 내 발바닥을 핥는다. 내가 웃으면 야에코도 웃는다. 우리의 웃음소리는 위로는 달까지 아래로는 깊이 흐르는 수맥까지 닿는다. _47쪽

야에코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작정이다.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 만일 야에코가 원한다면 촌장 집 곳간을 터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그러다 쫓긴다 할지라도 끝까지 도망칠 자신이 있다. 만에 하나 잡힌다 하더라도 야에코 아버지와 같은 꼴은 당하지 않으리라. _58쪽

나는 야에코를 똑바로 눕혔다.
야에코의 몸은 이상하게 가볍고, 얼굴은 몹시 초췌했다. 음푹 들어간 눈꺼풀을 까보니 눈동자에 하얀 숨을 내쉬는 내가 비친다. 나는 근방 여기저기를 파보았다. 올해 열두 살 먹은 어린아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설피를 신고, 배낭을 짊어지고, 야에코를 그곳에 남겨둔 채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_110쪽

마루야마 겐지는 장편소설, 중ㆍ단편소설, 에세이 등을 매년 빼놓지 않고 출간했을 만큼 늘 성찰하는 수도자의 자세로 쉬지 않고 글을 써왔다. ……
이 소설의 표제인 「달에 울다」가 바로 시소설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다. 43세 때 쓴 중편소설이며, 40대 마루야마 겐지 문학의 신세계를 전개한 작품이기도 하다. 군더더기 없이 응축한 농밀한 언어가 한 행 한 행의 시구(詩句)를 만들고 소설 전체를 이룬다. _‘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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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문학계문학상 ㆍ 아쿠타가와상 수상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마루야마 겐지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 나는 그 모두가 확실하게 보이기 직전에 몸을 뒤척여 쓰러진 병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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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문학상 ㆍ 아쿠타가와상 수상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마루야마 겐지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


나는 그 모두가 확실하게 보이기 직전에 몸을 뒤척여 쓰러진 병풍에서 몸을 돌린다.
조금 전까지 마을 하늘에 떠 있던 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_본문 중에서

▶ 내용 소개

“펜이 곧 몸이자 혼(魂)”이라고 말한 마루야마 겐지
문학적 구도자의 고독이 담긴 수작, 『달에 울다』 개정판 출간


마루야마 겐지는 생애 첫 작품인『여름의 흐름』으로 제23회 ‘문학계신인문학상’, 제56회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수상했다. 이후 그에게 주어진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은거(隱居)하면서 오로지 창작 활동에만 전념했다. 23세의 나이로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세인들의 명성이나 문단(文壇)의 영리를 좇지 않고 소설을 통한 구도(求道)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마루야마 겐지는 ‘펜이 곧 몸이자, 혼(魂)’이라고 말했을 만큼 엄격한 문학적 구도자로 살아갔다. 그는 당연하고 평범하지 않은, 누구보다 외로운 삶을 택했다. 마치 그가 추구한 삶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수작, 『달에 울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시소설의 정수 「달에 울다」
운명을 대변한 공간 「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달에 울다」라는 작품은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려낸 작가의 수작(秀作)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사과밭을 가진 농가의 외아들로, 아버지와 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간다. 의지하던 개가 죽은 후에도,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그런 주인공은 인생에서 꼭 하나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는 소설의 여주인공인 야에코로 주인공의 아버지가 죽인 남자의 딸이다. 주인공은 10대, 20대, 30대를 함께 지내고 마을을 떠난 야에코가 다시 마을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소설은 구성에 있어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 시와 소설의 중간적 장르를 갈구해온 작가는 이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시소설(詩小說)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정점(頂點)을 이룩했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함께 가진 문학적 양식을 꿈꾸고 시도해온 그는 이 작품 「달에 울다」를 통해 시소설이라는 대단한 결과물을 제시했다.
소설에 나타난 문단(文段)은 시의 한 연(聯)으로서 기능하며, 그것은 삶의 점묘라는 작가의 창작 의도를 이미지화한 것이기도 하다.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힘을 가진 그의 단문(短文)은 이 글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래서 이 글은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문체적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형식이자 내용이다.
어쩌면 작가 자신일 수도 있을 소설 속 주인공은 자기 운명의 비극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특히 주인공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공간’에 집착하고 있다. 소설에서 공간은 시간이 흐르는 길이자 옷이다. 또한 공간은 운명의 대변인이기도 하다.
공간에 대한 고민은 소설집의 두 번째 작품인「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소설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나란히 공존하고, 또한 둘은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 환상이 현실과 교차하고 있어서 둘 사이의 구분이 모호하다. 환상적인 현상이나 인물, 공간 등이 현실과 겹쳐져 있지만 바로 그곳에 생의 본질을 파고드는 선명한 리얼리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인간과 운명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마루야마 겐지가 말하는 소설의 근본

언젠가 마루야마 겐지는 다른 어떤 세계보다 이미지의 세계를 신뢰한다고 적었다.

‘…… 동물원에서 죽은 지 며칠이나 지나 쪼글쪼글 말라비틀어진 새끼 원숭이를 질질 끌고 가는 어미 원숭이를 보았을 때가 그랬다.’ 에세이집 『소설가의 각오』에서

그는 그 광경을 보았을 때, ‘어느 누구의 설명 없이도, 커다란 진실을 획득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소설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사건과 공간의 이미지이다. 그것은 이미지만이 진실하고, 불필요한 감정의 가감 없이 현실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지는 현실에 닻을 내리고 있기는 하나 그 돛은 상상의 세계를 향해 펼쳐져 있다. 그래서 그는 이미지를 이용한다.
그는 시적 소설, 이미지가 잘 형성된 소설, 문장 하나하나에 정신이 깃든 소설을 위해 그는 지위와 명성, 하다못해 남들이 다 하는 일상적인 생활조차 포기했다. 작가의 이러한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이나 특히, 작가들에게 어필하는 면이 많다.
‘왜 소설가가 되고 싶은 것일까. 왜 젊은 정열을 송두리째 바쳐 순수문학이란 고봉―자신이 이상으로 여기는―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아무도 쓰지 않았고 쓸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소설을 세상에 내보내, 대가인 척 거드름을 피우며 기존의 작가들을 놀라게 하리란 굳은 결심으로 펜을 잡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들 어디에서도 그와 같은 기백은 느낄 수가 없다. 자아도취를 위하여 소설 비슷한 것을 발표하고는 흔해빠진 타입의 소설가가 되어 편하게 생활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동기가 아닐까’라고 말하듯, 자칫 소설 쓰기가 한갓 취미나 여가 생활로까지 여겨지는 현 세태의 단면을 매섭게 꼬집는다.
그는 펜을 쥐기 전에 무엇을 쓰고 싶은가,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를 생각지 않는다. 단지, 어느 날 어떤 ‘힘’이라 할 것이 그를 자리에 앉히고, 펜을 들게 하고, 약간은 빙의적(憑依的)이라 할 상태에서 그야말로 우연의 문장들을 만들어낸다.

‘내 취향으로 하자면, 그 「공간」은 작가의 재능을 백 퍼센트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허상으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 등장인물들이 아무 의심 없이 그 「공간」에 녹아 있고 내 머리에 그런 점이 보다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소설이고, 힘있는 작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소설이어야 독자들로 하여금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 소설읽기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마루야마 겐지에게 있어 소설 쓰기란 하나의 구도의 길이자, 자기 발견의 길이다. ‘쓴다’라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그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방법을 찾았다.
근래에 마루야마 겐지는 문명의 미래, 환경ㆍ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정원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열중해 꽃 가꾸기에 힘을 쏟는다. 그는 유명한 자신의 정원을 배경으로 삼은 정원 만들기에 대한 에세이집도 여러 권 출간했다. 그의 문학과 문학적 삶은 점차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다. 문학에 대한 도전도 계속한다. 영화광이나 속도광을 거쳐, 개를 키우고 정원을 꾸미는 등 예술적인 구도의 길을 가고 있다. 여전히 세상과는 거리를 둔 채 현대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적 에세이도 쓴다. 그동안 그의 문학은 모두 실험적이었고, 암중모색이었다. 지금도 그 완성을 향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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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작가 마루야마 겐지를 처음 접한 건 6년 전 ‘배철수의 음악캠프’ 코너인   ‘철수는 오늘’에서 그의 수필집 ‘...

    작가 마루야마 겐지를 처음 접한 건 6년 전 배철수의 음악캠프코너인

     

    철수는 오늘에서 그의 수필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를 알게 되면서 부터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그의 수필집을 정독해 보니

     

    그의 시선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전체주의에 대한 혐오와

     

    인간이라는 동물들의 무사 안일함과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쉽게 내주는 세태에 대한

     

    극렬한 일갈이 담겨져 있었다.

     

    그 이후 나는 길들지 않는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통해 여전히

     

    일반인들이 갖는 희망에 대한 환상과 세상에 대한 긍정적이고 막연한 동경에 대한 기대를

     

    극사실주의 초상화마냥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으로 독자들이 지닌 기존의 통념을 산산이 까부순다.

     

    수필가보다 소설가로 알려진 그의 소설집 달에 울다달에 울다’,조롱(鳥籠)을 높이 매달고

     

    두 중편이 담겨져 있다.

     

    달에 울다는 한 벽촌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서술하며

     

    그 벽촌이 세상의 풍파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화자는 현재 나이로 치면 불혹에 접어든 이며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강산이 변하는 10이라는 속설이 통용되는지

     

    작가는 화자의 연령을 10년 주기로 나눠 화자가 살아가고 있는

     

    벽촌의 변화되는 모습과 주인공인 화자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수필집을 보면 작가는 시골 주민들이 도시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구수한 인심으로 객지 인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텃세를 통해 외지인들을 통제하고 괴롭히고

     

    사생활에 온갖 간섭을 하는 아주 상대 자체가 고역인 존재로 단정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도 그런 특성을 반영하듯 화자가 어렸을 때 아예코의 부친을 화자의 부친을 비롯한

     

    동네 남성들이 촌장의 집에서 무슨 작당을 하듯 모함을 해

     

    이란에서 불경한 여인을 돌팔매질로 죽이듯이

     

    아예코의 부친에 대해 공모살인을 저지르는데

     

    시골 주민들의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특히 작품 초반 이 대목에서 아주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작품이 발표된 시점이 1986년이고 화자의 나이를 불혹으로 설정한 걸 보면

     

    일본의 전후 패망에서 한 벽촌을 배경으로 쓰인 작품이 달에 울다

     

    이후 벽촌의 풍경변화와 작중 화자를 통해 특히 화자의 부친을 포함한

     

    아예코의 부친을 살해하는데 공모한 남성들의 쇠락하는 모습과 세태 변화를 세밀히 묘사한다.

     

    아울러 아예코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부친의 유족으로서 마을 사람들에게는

     

    다가가서는 안 될 금기시의 대상이자 거부의 대상이다.

     

    그러나 화자는 그런 금기시 되는 여인과 질펀한 정사를 벌이고

     

    그 정사는 단순한 성욕을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마을에서 집단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어리석고

     

    혐오스런 치들에 대한 복수이자 반항으로 읽혀진다.

     

    마을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쇠락하고 벽촌의 실질적인 권력자였던 촌장의 영향력도 갈수록 줄어들며

     

    화자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들의 천편일률적인 시선을 혐오하고 그들을

     

    연민의 대상이 아닌 그저 그런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늙는 모습에 대해 어느 일말의 동정보다

     

    그저 한 인간의 생애에서 굉장히 부질없다는 걸 강조하는 냉소의 시선으로 묘사한다.

     

    한국에서도 친일에서 친미로 갈아탄 몹쓸 일당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회지도층으로서 온갖 나쁜 짓을 일삼고 사회를 도탄에 빠뜨리는 것처럼

     

    억울하게 죽은 아예코의 아버지는 사후 그 사건에 대한 진상이 밝혀졌어도

     

    이 가해자들은 전혀 그것에 대해 반성이 아닌 은폐를 통해 자신들의 죄를 묻으려 한다.

     

    아울러 그 유족인 아예코 까지 배척의 대상으로 삼아 차후에는 그녀를 마을에서 쫓아내는데

     

    작가는 이런 인물들에게 혐오 그 자체를 내보이며 세상을 절망으로 몰고 가는 이들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다.

     

    아예코의 부친을 죽인 이들은 전쟁당시 아마도 난징 대학살의 현장에서

     

    수많은 중국인들을 무차별 적으로 죽인 학살자들일 확률이 높다.

     

    이들을 묘사하는 소품으로 끔찍하게도 물고기 비늘로 엮은 옷이 등장하는데

     

    물고기 비늘로 만든 옷이라는 점은 풍겨 나오는 비린내와

     

    그 엽기적인 형상은 소름을 돋게 하며 작가는 난징 대학살을 암시하며 주제적 인간으로서

     

    온전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더 악질적인 전체주의에 편승해

     

    악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인간들에 대한 혐오와 저주를 퍼붓고 있다.

     

    벽촌에 대한 쇠락은 현대 사회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회 현상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작품에서의 쇠락은 단순한 쇠락이 아닌 징벌로 볼 수 있다.

     

    자신들에 대한 범죄에 대한 뉘우침이 없는 이들에 대한 징벌로서 벽촌에서의 쇠락은

     

    이들에게 삶의 번영 대신 피폐함을 안겨주고 고립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조롱(鳥籠)을 높이 달고는 마루아먀 겐지가 또 혐오해 마지않는 일종의 정형화된 가족의 모습을

     

    이루라는 강요에 대한 회의와 질책을 묘사한 작품이다.

     

    작품 화자는 앞 작품 달에 울다처럼 동일하게 불혹의 나이로 설정하고

     

    자신의 불혹 이전을 전반기, 이후를 후반기로 설정해 후반기를 자신의 의지대로 살겠노라고 하며

     

    한 벽촌인 M마을로 돌아온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달에 울다가 시골의 쇠락을 통해 징벌을 한다고 한다면

     

    조롱(鳥籠)을 높이 달고는 도시에서 별 생각 없이 타인처럼 가정을 이룬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의 삶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쇠락한 삶의 무대인 벽촌을

     

    자신의 인생 후반기를 펼칠 장소로 설정하는 정 반대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마루야마 겐지는 인간의 무비판적인 사회성에서도 그 특유의 비판과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단순한 피 한방을 섞이지 않은 사회 계약인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와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이라는 집단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은 시선을 유지한다.

     

    화자는 보편적인 가정을 이룬 이로 아내와 아이들을 떠나 자신이 나고 자란 M마을로 돌아와 살아가려고 하는데

     

    이 마을은 현실에 존재하는 굉장히 외롭고 고립된 곳이다.

     

    재앙이 펼쳐진 시대는 아니지만 화자의 비친 M마을은 초현실적일정도로 쇠락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버려진 곳인 이발소로 쓰였던 건물에 들어앉아

     

    근방의 K시로 가 생필품을 비롯한 식량을 구입해 비축하고 거기서 일종의 자유를 느끼려고 하지만

     

    자신의 터전에서 자꾸 등장하는 한 비쩍 마른 노인의 범접할 수 없는 일종의 영향력 탓에 온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아울러 그 노인의 딸로 보이는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매춘부로 보이며

     

    화자는 꿈에서 기마무사 세 명을 비롯한 형상을 보며 악몽을 꾸기 일쑤고

     

    후반기를 자유롭게 살아보고자 하는 의지도 무너지게 된다.

     

    마루야마 겐지는 인생에 대해 전환점을 찾아보려고 하는 이에게도

     

    그 전환점에 대한 환상과 희망을 별거 아니라며 일축시키는 듯 하며

     

    인생에 대해 칼로 무 자르듯이 나 뉘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변한다.

     

    초현실적이고도 불쾌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M마을을 배경으로 하고도

     

    여전히 삶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에 대해 그 안이함을 질타하는 작가의 시선은 아주 날카롭다.

     

    두 작품 모두 시소설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시와 소설이 결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각 지문은 하나의 산문으로서 독립적인 성격을 지니며

     

    산문을 읽거나 읊조릴 때마다 다음 산문과의 연계성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마루야마 겐지는 모든 이들에게 일종의 독립성, 즉 한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증명과

     

    타인에 대한 의존을 줄일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자신의 두 작품에서도

     

    벽촌을 배경으로 인간들의 어리석은 모습과 삶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벽촌에 대해서 품고 있는 막연한 환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과감하게 선보인다.

     

    수필집 이전에 작가는 소설에서부터 자신이 이미 일반화 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시선에 반대하고

     

    비판하는 모습을 과감히 선보이며 독자들의 삶에 대한 근본적 시선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 시소설의 정수 | wh**ehol | 2015.07.1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마루야마 겐지는 장편, 중·단편, 에세이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1년에도 여러 편의 작품을 내 온 문학의 구도자...
      마루야마 겐지는 장편, 중·단편, 에세이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1년에도 여러 편의 작품을 내 온 문학의 구도자이다. 그 가운데에도 소설에 시적 문장과 영상적 이미지를 도입한 시소설(詩小說) 장르의 창시자로서 특히 유명하다.

      중편집 『달에 울다』의 표제작 「달에 울다」는 시소설 장르의 정수를 보여 준다. 이 작품과 또다른 중편 「조롱을 높이 매달고」를 통해 마루야마 겐지는 문학이든 예술이든 구도자적인 자세는 필수라고 힘주어 말하는 듯하다. 이와 같은 명작을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보게 되니 더욱 감회가 깊다.
  •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다가오는 시소설이다.  더할 나위 없는 응축되고 농밀한 언어가 한 행...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다가오는 시소설이다

    더할 나위 없는 응축되고 농밀한 언어가 한 행 한 행 시구를 만들고 이야기의 큰 그림을 담아낸다.

    책을 덮고 나서도 긴 여운이 남는다.

  • 달에 울다는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집이다. 줄거리는 아버지와 사과농장을 하는 주인공은 도시화로 인...

    달에 울다는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집이다.

    줄거리는 아버지와 사과농장을 하는 주인공은 도시화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가도,

    아버지가 죽은 후에도 농장을 꾸려간다. 한 때 사랑하던 여인과의 짧은 추억을 새기면서….

    우리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시와 소설이 섞여있는 형태인데

    그래서 인지 풍경 하나하나가 마치 실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무더운 여름! 올 여름 휴가는 이런 추억이 있는곳을 찾아 다녀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문학 아버지를 증오하며 자란 마루야마 겐지는 그의 첫 소설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문학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여 엄청난 ...
    문학 아버지를 증오하며 자란 마루야마 겐지는 그의 첫 소설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문학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여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스승도 친구도 예비지식도 없이 오로지 작품 한 편으로 문학세계에 뛰어든 것이다.
    달에 울다는 그러한 천재적 작가의 비범하면서도 신비한 문학 세계를 단적으로
    맛볼 수 있는 명작이다. 사과밭을 경작하는 주인공 '나'와 '법사'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법사는 사실 주인공의 내면이 형상화된 이미지로서 사계절을 묘사한 병풍 속에서 허구의 세계를
    여행하며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대변한다. 춘하추동 각 계절을 묘사한 절묘한 문장 속에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슬픔이 배어 있다.
    특히 소설과 시에 관한 마루야마 겐지의 독특한 관점이 반영된 이른바 시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이 응축된 농밀한 언어가 시구를 이루며 소설 전체를 구성한다.
    마루야마 겐지는 글쓰기에 대해 자신 말고 다른 데서 힘을 구하려 하지 말라고 했다. 자폐가 아니고 앞을 향한 개인, 앞을 향한 활이어야 한다고
    결연한 문학적 자세를 피력했다.
    정제된 언어로 펼쳐지는 기이하면서도 신비한 환상의 세계 속에서 시적 감동과 구도자적 성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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