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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바고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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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쪽 | 규격外
ISBN-10 : 895463561X
ISBN-13 : 9788954635615
담바고 문화사 [양장] 중고
저자 안대회 | 출판사 문학동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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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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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왜 그런지 박스에 담배냄새가 진하게 배서 책도 약간 냄새가 나네요. 그외에는 모두 좋습니다. 5점 만점에 4점 jy*** 2020.06.25
130 귀한 책 빠른 배송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ji*** 2020.05.11
129 좋은 책 잘 받았어요. 5점 만점에 5점 ji***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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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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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조선 후반 300년 역사를 비춰 보여주는 거울이다
! 천하 남녀 노소가 즐기고 마침내 임금까지 온 백성이 누리길 바랐던 물건. 조선뿐 아니라 몽골과 일본까지 사로잡고 교역의 중심에서 경제를 들었다 놨다 했던 그 물건. 바로 ‘담배’다. 조선의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임금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담바고’의 문화사를 탐구한 책이 출간됐다.

『담바고 문화사』는 ‘담바고’라는 키워드 하나로 숨 가쁜 변화를 겪어내고 있던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으로 만백성이 담배 피울 날을 꿈꾼 정조의 이야기에서부터 일제의 침략으로 융성했던 담배 문화가 빛을 잃어가게 된 이야기까지 그 문화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지금 세상에서 담배는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백해무익의 암적인 기호품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저자는 ‘담배는 조선 후반 300년 역사를 비춰 보여주는 거울이다.’ 라고 말한다. 담배를 빼놓고는 문화, 취향, 문물의 전파와 정착, 사회상을 실감나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담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책은 어떤 역사서보다 생생한 조선인들의 생활사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안대회
저자 안대회安大會는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궁극의 시학―스물네 개의 시적 풍경』 『천년 벗과의 대화』 『벽광나치오』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정조의 비밀편지』 『고전 산문 산책』 『선비답게 산다는 것』 『18세기 한국한시사 연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완역 정본 북학의』 『추재기이』 『한서열전』 『산수간에 집을 짓고』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_ 담바고를 말하다

1부 담배의 도래
1. 이름의 기원: 담바고, 그 연기의 이름
깊이 읽기 1. 담배를 한 글자로 만든다면
2. 담배의 유입: 신세계 향초의 도래
3. 중국으로 전파: 황제도 못 말린 청나라 군대의 망우초 사랑
깊이 읽기 2. 담배의 전설
4. 고급 담배 지사미: 지사미 전성시대

2부 원하고 원망하다
5. 말세의 취미: 술과 차를 뛰어넘는 기호품 세계의 새 왕좌
6. 애연가의 계보: 골초의 탄생
깊이 읽기 3. 용고뚜리, 철록어미
7. 금연론자의 계보: 금연을 실천한 명사들
8. 흡연의 이유: 아는 사람만 아는 담바고 ‘땡기는’ 순간
깊이 읽기 4. 담배를 잊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
9. 남령초 책문: 애연가 정조의 흡연 권장

3부 명품과 취향
10. 조선의 명품: 테루아르의 맛 ‘진삼미’
11. 담뱃대 미학: 장죽의 품격, 곰방대의 다정함
12. 흡연도구와 공예예술: 궁극의 사치
13. 의학적 효용: 약초, 독초, 혹은 취미의 문제
깊이 읽기 5. 담배 먹고 자결하다
14. 코담배: 가루를 마시고 재채기를 하다

4부 담배와 모럴
15. 흡연논쟁: 담배는 불온하다
16. 미풍양속의 파괴자: 이성을 유혹하고 부모를 멀리하게 하는 요물
17. 이덕무의 흡연 예절: ‘식후 땡’에도 예의가 있어야지
깊이 읽기 6. 이옥과 이규경의 흡연 에티켓
18. 흡연 규범의 확립: ‘맞담배’와 교내 흡연을 불허하노라
19. 여성과 아동의 흡연: 장죽 문 아이, 부뚜막에 걸터앉은 계집종
20. 기생의 흡연: 기생의 손에는 왜 항상 담뱃대가 들려 있나

5부 담배와 경제
21. 17세기의 국제 담배 무역: 수지맞는 거래, 은밀한 협상
22. 동아시아 3국의 담배 교류: 조선의 일본 담배, 중국의 조선 담배
23. 생산과 판매: 곤궁한 선비가 끼니를 잇는 법
24. 거래와 유통: 담배 가게 아저씨는 부자라네
25. 담뱃값과 전매제: 출렁이는 담뱃값과 담배에 세금 매기기

6부 예술 속 담배
26. 춘향전과 담배 문학: 춘향이 옥수로 담배를 권하노니
27. 담배의 한평생: 가전 「남령전」의 세계
28. 끽연시와 노래: 오직 ‘너’뿐인 담배를 노래하다
29. 담배와 회화: 그림 속 담배
깊이 읽기 7.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7부 구한말 흡연 문화의 격변
30. 위정척사파의 금연운동: 나라를 위해 담배를 끊다
31. 전통 흡연 문화의 소멸: 장죽의 슬픈 운명, 침투된 평등으로서의 권연

맺음말_ 담배 문화 연구가 이옥과 그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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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담배를 버린다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소?” 만백성이 담배 피울 날을 꿈꾼 정조, 잠시도 손에서 담배를 놓지 않았던 기녀들… 푸른 담배 연기가 바꿔놓은 조선의 모든 이야기! 하느님은 담배를 빗물처럼 뿌려주어 높고 낮고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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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버린다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소?”

만백성이 담배 피울 날을 꿈꾼 정조,
잠시도 손에서 담배를 놓지 않았던 기녀들…
푸른 담배 연기가 바꿔놓은 조선의 모든 이야기!

하느님은 담배를 빗물처럼 뿌려주어 높고 낮고 질고 마른 곳을 가리지 말지어다. _이시원, 「남초가」 중

지극한 사랑에 이유가 있다면 그 이야기는 당연히 인문학으로 탐구되어야 한다. 천하 남녀노소가 즐기고 마침내 임금까지 온 백성이 누리길 바랐던 물건, 조선을 사로잡은 ‘담바고’의 문화사를 탐구한 책이 나왔다.
조선에 처음 담배가 들어왔을 때, 혹자는 이를 신선의 풀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이것이 부모를 멀리하게 하고 이성을 유혹하며 남녀노소와 상하 간에 유별해야 할 질서를 무너뜨리는 못된 물건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담배에 관한 많고 많은 논란을 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610년 어름 처음 조선에 상륙한 이 풀을 사랑한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는 점이다. 군왕 정조는 애민정신에서 이 풀이 만백성에게 미치길 바랐고, 기생의 손에는 어김없이 늘 담뱃대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잠시도 일상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던 물건, 조선뿐 아니라 몽골과 일본까지 사로잡으며 교역의 중심에 있었던 물건,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경제를 들었다 놨다 했던 물건임에도 우리는 담배를 본격적으로 다룬 문화사 서적을 갖고 있지 못했다. 대세로 굳은 혐연의 모럴과 애연의 죄책감 사이에서 담배에 대해 발언한다는 것 자체가 왠지 꺼림칙한 일이어서였으리라.
그러나 “문화를, 취향을, 문물의 전파와 정착을, 사회상을, 담배를 빼놓고는 실감나게 말하기 어렵다”고 글쓴이는 힘주어 말한다. 그 같은 사명감이 그가 수십 년에 걸쳐 담배 관련 사료를 모으고 이 책을 집대성하게 만들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잣대로 거칠게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대를 보여주는 뚜렷한 거울이 있다면 어째서 이를 마다해야 하는가? 담배는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물건이다! 이 책을 통해 ‘담바고’라는 키워드 하나로 숨 가쁜 변화를 겪어내고 있던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단면을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담배를 잊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
애연가, 혹은 골초! 푸른 담배 연기로 피워올린 문화의 융성
정조는 담배를 지극히 애호한 골초였다. 담배 사랑이 어찌나 지극했던지 근엄한 제왕이 미래의 조선 정치를 책임질 규장각 초계문신을 상대로 담배를 전 백성이 피우게 할 방법을 강구하라는 시험 문제를 내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남령초책문」이다.

천지의 마음은 지극히 인자하고, 만물의 영장은 사람이다. 따라서 천지는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해로움을 제거해주고자 하여 안달이 날 지경이다. 이 풀이 이 시대에 출현한 것을 보면, 천지의 마음을 엿보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_정조, 「남령초책문」 중

그러나 조선시대에 담배를 바라보는 분위기는 현대와는 많이 달랐다. 조선 최초의 골초로 불린 계곡 장유는 “내 생각으로는 앞으로 남초가 중국의 차처럼 세상에 널리 쓰일 것이다”라고 하여 담배가 중국의 차처럼 기호품의 제왕 자리를 차지할 것을 예상했는데,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담배를 몹시 싫어한 이덕무가 남긴 글에서 당시 골초들이 얼마나 담배를 사랑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연히 여러 손님들과 함께 있을 때 제각기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로 하였다. 어떤 손님 한 분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담배와 술, 고기 세 가지를 모두 즐기지요.” 내가 그 세 가지를 다 갖추지 못할 때에는 어느 것을 버릴지 물었다. 그러자 그 손님이 대답했다. “먼저 술을 버리고 다음엔 고기를 버리겠소.” 내가 다시 그다음에는 무엇을 버리겠느냐고 물었다. 손님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담배를 버린다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소?” _이덕무, 「담배와 고기와 술의 우열」

애연가들의 담배 사랑은 문학과 그림으로 묘사되고 노래로 불리며 영감의 원천이 됐다. 영조 시대의 문인 강흔은 “담배를 잊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로 매 시구가 시작되는 「연다초를 읊은 10편의 시」라는 빼어난 서정시를 남겼고, 조선시대 최고의 인기 소설 『춘향전』에는 각 판본마다 춘향이 ‘대객초인사(손님을 맞이할 때 담배를 권하는 규칙)’ 예절에 따라 이도령에게 꿀물 적신 담배를 권하는 장면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조선 후기 각종 풍속화에서는 양반 남성보다 더 높은 빈도로 담배를 피우는 기녀가 등장한다.

“천지도 노망하여 요물을 만들었으니 이 역시 천수(天數)로다”
이성을 유혹하고 질서를 무너뜨리는 못된 풀
그러나 남녀유별과 상하의 질서가 지엄한 유교 사회에서 담배는 단지 기호품에 머물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질서를 파괴하는 요물이었기에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고 가법으로 정한 가문이 나올 만큼 담배를 싫어한 유학자 집안도 많았다. 담배에는 남녀도 귀천도 없었다. 어린아이도 피워댔다.

어린아이가 한 길이나 되는 긴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서서 피운다. 또 가끔씩 이빨 사이로 침을 찍 뱉는다. 미워 죽겠다! 다홍치마를 입은 규방의 부인이 낭군을 마주한 채 유유자적 담배를 피운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젊은 계집종이 부뚜막에 걸터앉아 안개를 뿜듯이 담배를 피워댄다. 호되게 야단쳐야겠다! _이옥, 『연경』 중

특히 예쁜 여인이 임 앞에서 애교를 떨며 담배를 피우는 흡연의 멋을 ‘염격(艶格)’이라 했다.

어리고 아리따운 미인이 임을 만나 애교를 떨다가 임의 입에서 반도 태우지 않은 은삼통(銀三筒, 은삼동 구리) 만화죽(滿花竹)을 빼낸다. 재가 비단 치마에 떨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침이 뚝뚝 떨어져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앵두 같은 붉은 입술에 바삐 꽂아 물고는 웃으면서 빨아대니 이것이 염격이다. _이옥, 『연경』 중

여인, 특히 기생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유혹의 상징으로 굳어졌고, 담뱃불을 빌린다는 핑계로 불륜이 시작되기도 했다. 남녀가 말을 트고 양반이 채신없이 상민에게 담배를 빌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모 앞에서는 편하게 담배를 피울 수 없으니 차라리 분가하여 살고자 하는 자식들도 생겼다.
이런 이유로 조선시대 내내 담배를 피워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으나 담배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담배가게 아저씨는 부자라네”
돈 되는 담배 이야기와 담뱃값에 세금 매기기
한편, 경제적인 이득 면에서도 담배는 포기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원론주의자들은 담배의 해악을 들어 담배 금지령을 내릴 것을 국왕에게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청나라 동북부 지방의 거대한 담배 시장에서 흡연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에서 수입해간 담배였다. 담배가 들어온 지 10여 년 만에 흡연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짧은 기간 안에 담배가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떠맡았고, 이후 20세기까지 우리나라 경제에서 담배는 한 번도 중추적인 역할을 놓아본 적이 없다. 담배에 중독된 청나라 귀족들은 조선산 최고급품 지사미(품질 좋은 잘게 썬 담배)를 요구했다.
그만큼 이득이 보장되는 물품이었기에, 곤궁한 선비들도 담배농사를 지었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사는 고단한 사내의 경우를 보자. (…) 등짐으로 져 나르고 머리에 이고 와서 파는 물건치고 이 담배보다 이익이 큰 것이 없다. 빚진 것을 갚아주고 밀린 세금을 내고 나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처자식은 기뻐 죽겠다는 얼굴빛이고, 난폭한 아전은 공갈치던 위세를 잃는다. 더이상 다른 곡식을 심지 않고 거두지 않아도 한 해가 다 가도록 죽은 끓여 먹을 수 있다. 이것이 담배농사 짓는 이로운 점이다. _이덕리, 「기연다」 중

이처럼 막대한 이득이 보장되는 담배였기에, 여기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 것인가도 큰 문제였다. 그러나 구한말 정부에서 연초세를 징수하기 전까지 300년 동안 담배의 생산과 유통에서 공식적으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담배를 재배하는 농토에 농지세가 부과되고, 연초의 판매 독점권을 가진 한양의 시전 연초전과 절초전이 국역을 차등 있게 부담하는 것이 일종의 준조세에 해당할 뿐이었다.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은 조세 체계의 큰 결함이었다. 하지만 이는 연초세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당시 조세 체계 자체의 근본적 결함이었다.
그 문제점을 지적하며 담배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서유구는 큰 이익이 남는 술과 함께 관서산(關西産) 연초가 팔도에 넘치도록 팔려나감에도 불구하고 유통 과정에 아무도 관여하지 않고 세금을 매기지도 않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초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국가의 재정 고갈을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학자들은 담배에 무거운 세금을 물림으로써 금연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담배 재배와 관련해서는 담배가 농작지로 쓰여야 할 땅까지 침투하니 막대한 해악을 끼친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됐다. 1725년 9월 24일 강경파 이태배는 “특별히 중과세하여 담배에는 쌀의 열 배가 되는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한편 정약용은 좀더 현실적인 입장에서 산악지대에 제한적으로 담배 재배를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비교적 온건한 정약용의 주장도 실제로는 무위에 돌아갔다. 담배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국가의 대책은 수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논리에 따라 전개되었다.

“나라가 망하면 인민도 망하나니 힘쓸지어다 우리 동포여!”
구한말 전통 담배 문화의 소멸
융성했던 전통 담배 문화도 일제의 침략 앞에서 급격히 빛을 잃어갔다. 대표적인 사례는 옛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죽의 소멸이었다. 일제는 장죽으로 담배 피우는 문화를 미개한 것으로 규정하고 지권연(종이에 만 담배)을 소개했다. 일본 무라이제 ‘히로’라는 권연초가 널리 보급되면서 장죽에 꾹꾹 담뱃잎을 담아 여유롭게 담배 피우는 풍경도 차츰 사라져갔다.
한편, 일제강점기에는 위정척사파의 금연운동이 국채보상운동의 일환으로 확산됐다. 외국산 담배가 국내 시장을 장악해가는 현실도 금연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했다.

나라가 망하면 인민도 망하나니 힘쓸지어다 우리 동포여! 얼마간의 시간을 기다려 국채를 청산한 뒤에 세계에서 제일가는 향기 좋은 담배 수천만 줄기를 사서 국내 모든 남녀노소가 드러내놓고 한번 피워서 우리의 맑은 기분을 개운하게 푸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_대한매일신보 1907년 2월 27일자에 실린 「국채보상기성회취지서」 취지서의 마지막 대목

그렇게 담배는 나라의 운명과 함께 역사, 문화적 맥락 속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지금 세상에서 담배는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암적 기호품이자 공공장소에서 퇴출돼야 할 혐오품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시대에 담배의 역사를 깊이 살펴보려는 시도는 왠지 모르게 흡연의 미화에 동조하는, 불온하고도 퇴행적인 짓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조바심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논란과는 별개로, 담배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내게 문화사적인 면에서 꼭 한번은 제대로 탐구해보고 싶은 유혹이었다. 문화를, 취향을, 문물의 전파와 정착을, 사회상을, 담배를 빼놓고는 실감나게 말하기 어렵다.
담배는 17세기 초기 이래 한반도의 절대다수가 즐긴 기호품의 제왕이자 경제의 블루오션이었고, 일상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었다. 조선만이 아니라 아시아 모든 나라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그랬다. 담배는 문화와 예술, 사회와 경제, 의식과 풍속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담배는 조선 후반 300년 역사를 비춰 보여주는 거울이다! _머리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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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리뷰

  • 17세기 이후 동북아 삼국의 삼대 기호품은 술, 차, 담배였다. 그러나 유독 차를 적게 마시는 나라가 있었으...

    17세기 이후 동북아 삼국의 삼대 기호품은 술, 차, 담배였다. 그러나 유독 차를 적게 마시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조선이다. 요즘 사극은 탁자가 놓여 있다 하면 차를 마시는 광경을 보이지만, 사실 한민족은 중국과 일본에 비한다면 차를 그리 즐기는 민족은 아니다. 차보다는 언제나 술이 대세였다. 기호품을 갖고 논한다면 우리는 술, 담배, 커피의 나라다. 그리고 한문학자 안대회의 말대로, "지금 우리는 담배의 시대에서 커피의 시대로 바뀌는 전환기를 살아가고 있다." 


    담배는 17세기 이래로 한반도의 절대다수가 즐긴 기호품의 제왕이었다. 1653년 조선에 표류해 온 네덜란드 선원 하멜은 여자들은 물론 네댓 살 되는 아이들까지도 담배를 피운다며 신기해했다. 신분계층을 막론하고 애연가들에게 밥과 술, 고기는 거르더라도 담배는 하루라도 절대 거를 수 없는 기호품이었다. 즉 미인도 술도 도박도 흡연의 즐거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현재 흡연율이 대략 21퍼센트인데 조선 후기 흡연율은 그 배였다고 한다. 


    조선에서는 담배를 가리키는 말로 담배와 연초, 남초란 세 가지 어휘가 대중적이었다. 이외에도 연다와 연주, 상사초, 망우초 등이 쓰였다. 이를테면 차처럼 피로를 해소시켜 준다고 연다(煙茶), 술처럼 사람을 취하게 한다고 연주(煙酒),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고 상사초(相思草), 근심걱정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했다. 박제가가 처음으로 '연(菸)'을 사용했는데 이후 이옥, 조수삼, 서유구, 이상적, 황현 등 학자들이 이 글자를 사용했다. 


    조선인에게 담배는 약(藥)이었다. 끽연가들에게 담배는 진시황이 구하고자 했던 장생불사의 불로초, 즉 선약과 다를 바 없었다. '식후연초면 불로장생!'이라는 농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왜에서 조선으로 담배가 전해졌을 때 가래와 습기를 제거하고 체증을 내리는 용한 약초로 간주되었다. 담배가 이런 신비한 약효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기에 남령초(南靈草)라 불린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1614년에 완성된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담배가「식물부'약'조에 당당히 기재되어 있다. 


    "담바고는 풀로서 남령초라고도 부른다. 근년에 왜국에서 처음 나왔다. 잎을 따서 바싹 말리고 불에 태운다. 병든 사람이 대나무 대롱으로 그 연기를 흡입하고 곧바로 뿜어내면 그 연기가 콧구멍으로부터 나온다. 가래와 습기를 제거하고 기운을 내리는 데 가장 큰 효능이 있다. 게다가 술을 깨게도 한다. 현재 사람드링 많이 심는데 담배 복용법을 사용하면 매우 효험이 있다. 그러나 독성이 있어 가볍게 써서는 안 된다. 어떤 이는 남만국에 담파고란 여인이 있었는데 담증을 여러 해 동안 앓다가 이 풀을 복용하고서 병이 나았기에 그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187, 188쪽)


    조선의 대문호 연암 박지원도 『열하일기에서 담배에 기겁하는 청나라 지식인들에게 연초의 의학적 효용을 빌어 한바탕 변을 늘어놓은 적도 있다. 골초들의 변명은 시공에 상관없이 통하는 구석이 많은 법이다. 조선의 애연가들로 유명한 이들은 장유, 신광수, 신광하, 허필, 정조대왕, 정약용, 심노승, 조희룡, 황현 등이 있다. 반면에 담배를 몹시 싫어한 문인들도 있었으니, 이덕무, 이규경, 윤기, 지석영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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