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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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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54626270
ISBN-13 : 9788954626279
소설가의 일 중고
저자 김연수 | 출판사 문학동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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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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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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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쓰는’ 작가, 김연수가 말하는 소설가의 일! 김연수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 2012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꼬박 일 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되었던 글을 엮은 책으로, 말 그대로 ‘소설가의 일’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책 속에는, 신년 독서 계획과 짧은 여행, 크고 작은 만남과 인상 깊게 본 영화와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야기까지, 사소하고도 다양한 일상들이 녹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일’들은 모두 창작의 일로 연결된다.

일종의 창작론이기도 한 이 책은 다정하고 위트 있게, 동시에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말한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에서부터, 캐릭터를 만들고 디테일을 채우고 플롯을 짜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들, 그리고 미문을 쓰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실질적인 창작의 매뉴얼들을 선보인다. 그 과정에서 창작의 비밀은 결국 우리 삶의 태도에 있음을 일깨운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우리 자신이 써내려가는 한 편의 긴 소설이 아닐까. 김연수의 소설론은, 결국 우리네 삶에 대한 인생론과 맞닿아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김연수
저자 김연수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세계의 끝 여자친구』 『스무 살』,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대책없이 해피엔딩』(공저) 등이 있다.

목차

■ 제1부 열정, 동기, 핍진성
재능은 원자력 발전에 쓰는 건가요?
욕망에서 동기로: 가장 사랑하는 것이 가장 힘들게 한다
플롯과 캐릭터보다 중요한 한 가지: 핍진성

■ 제2부 플롯과 캐릭터
다리가 불탔으니 이로써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
욕망의 말에 불타지 않는 방법은 조삼모사뿐
절망보다 중요한 건 절망의 표정 및 몸짓, 그리고 절망 이후의 행동

■ 제3부 문장과 시점
전지적 작가가 될 때까지 최대한 느리게 소설 쓰기
펄펄 끓는 얼음에 이르기 위한 5단계
전지적 작가가 될 때까지 최대한 느리게 소설 쓰기

■ 마치는 글
그럼에도, 계속 소설을 써야만 하는 이유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新人,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김연수의 신작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이 떠오른다. “산문은 모든 예술을 포괄...

[출판사서평 더 보기]

“매일 글을 쓴다. 그리고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新人,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김연수의 신작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이 떠오른다. “산문은 모든 예술을 포괄한다. 한편으로 단어는 그 안에 온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 자유로운 단어는 그 안에 말하기와 생각하기의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소설을 쓸 때보다 쉽고 자유로울 단어들로, 김연수는 이 책에서 생각하기와 말하기, 쓰기의 비밀뿐 아니라 이 生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 소설가의 일
2012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꼬박 일 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되었던 이 글은 말 그대로 ‘소설가의 일’에 대한 글이다.

소설가의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소설을 쓰는 일도 있고, 산문을 쓰는 일도 있다. 취재를 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마감 때 삼십 분씩 끊어서 잠을 자는 것도, 마감이 끝난 뒤의 한가함을 맛보기 위해 아무도 없는 오후의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는 것도, 다른 작가의 시상식에 갔다가 돌아오는 새벽의 택시 안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일도 모두 소설가의 일이다. 소설가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_‘연재를 시작하며’ 중에서

작가가 밝힌 대로 책 속에는, 신년 독서 계획과 짧은 여행, 크고 작은 만남과 인상 깊게 본 영화와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야기까지, 사소하고도 다양한 일상들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생각보다 많은 일”들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모두 창작의 일로 연결된다.

# 창작의 비밀 = 삶의 비밀
일종의 창작론이기도 한 이 책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제1부_열정, 동기, 핍진성)에서부터, 캐릭터를 만들고 디테일을 채우고 플롯을 짜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들(제2부_플롯과 캐릭터), 그리고 미문을 쓰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제3부_문장과 시점) 여러 가지 실질적인 창작의 매뉴얼들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강조한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일 뿐입니다. ‘잘 쓴다’도 ‘못 쓴다’도 결국에는 같은 동사일 뿐입니다. 잘 못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한은 그는 소설가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젊은 소설가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그는 스물네 시간 백치에 가까울 정도로 한 가지 생각만 할 것이다. 문장들, 더 많은 문장들을.

처음 소설을 쓰려고 앉았을 때, 나는 무엇도 감각하지 못하는 영혼과 같다. 그래서 무엇이든 감각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이 창작의 비밀들은 우리 삶의 비밀/태도에도 정확하게 대입된다.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캐릭터는 이미 만들어졌다. 단지 우리에게 감정이입할 시간과 노력이 없을 뿐이다.

사랑이라는 게 뭔가? 그건 그 사람에 대해서 남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을 자기처럼 사랑하는 것, 즉 그 사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바로 그 사람’에게 시간과 노력을 쏟고,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하여, 그 사람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일―그것이 어찌 소설 속의 캐릭터를 만드는 일에만 해당될 것이며,

좌절과 절망이 소설에서 왜 그렇게 중요하냐면, 이 감정은 이렇게 사람을 어떤 행동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과 표정과 몸짓이 바로 그의 세계관이다. 다시 말해서 말과 행동과 표정과 몸짓이 바뀌면 그의 세계관도 바뀐다. 생각만 바뀌는 건 무의미하다. 말과 행동과 표정과 몸짓이 바뀌어야 한다.

삶의 순간순간, 말과 행동과 표정과 몸짓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좌절을 겪고 절망을 이겨내며 어떻게 바뀌어가는지―그것은 또한 소설 속의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일일 것인가.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자주 서로를 오해하는데, 그건 대화를 통해 우리는 진짜 욕망이 아니라 가짜 욕망을 서로 교환하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르며,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본심에 가 닿을 수 없다는 전제가 없다면 선을 행하는 게 어려워진다.

지금의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따라,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고,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경험한다. (…) 결국 비밀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 매일 글을 쓴다는 것
그의 말대로, 하루에 세 시간, 5매만, 느리게, 일단, 써(해)보자. 어쩌면 일 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작품과 작가는 동시에 쓰여진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 이 과정은 어떤 경우에도 무효화되지 않는다.

용기는 동사와 결합할 때만 유효하다. 제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건 용기가 될 수 없다.

다정하고 위트 있게, 동시에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는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우리 자신이 써내려가는 한 편의 긴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이 삶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하는 것인가는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장편소설 『원더보이』에서 작가는 “이 인생에서 내가 할 일은 더욱 내가 되는 일”이라고 한 바 있다. 이 책 속 어디에선가도 김연수는 “인간은 누구나 최대한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대한의 내가 되는 일, 어쩌면 바로 지금, 이 시작일지도.

이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욕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해야만 한다.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소설 속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추잡한 문장은 주인공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인생을 뻔한 것으로 묘사할 때 나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생의 일들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틀리는 일이 없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재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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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구매 | su**ire | 2019.02.2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그의 말대로, 하루에 세 시간, 5매만, 느리게, 일단, 써(해)보자. 어쩌면 일 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
    그의 말대로, 하루에 세 시간, 5매만, 느리게, 일단, 써(해)보자. 어쩌면 일 년 후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작품과 작가는 동시에 쓰여진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 이 과정은 어떤 경우에도 무효화되지 않는다. 

    용기는 동사와 결합할 때만 유효하다. 제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건 용기가 될 수 없다. 

    다정하고 위트 있게, 동시에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는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우리 자신이 써내려가는 한 편의 긴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이 삶을 어떻게 써내려가야 하는 것인가는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장편소설 『원더보이』에서 작가는 “이 인생에서 내가 할 일은 더욱 내가 되는 일”이라고 한 바 있다. 이 책 속 어디에선가도 김연수는 “인간은 누구나 최대한의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대한의 내가 되는 일, 어쩌면 바로 지금, 이 시작일지도. 
  • 소설가의 일 -김연수 | im**agei | 2018.11.19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소설가의 일        -김연수 산문<문학동네>2018.11....

    소설가의 일        -김연수 산문<문학동네>
    2018.11.17 ****



     소설가는 어떻게 영감을 얻고 어떻게 이야기를 창조할까?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소설가로의 삶은 과연 어떤걸까? 막연하게 소설가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해보면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서재를 환하게 비추고 그 곳에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고 그 옆에서는 진한 커피향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머그잔이 놓여 있다. 참으로 고요하고 평온한 하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얀 눈밭을 총총히 걸어다니는 자유로운 새들의 발자국처럼 하얀 모니터를 온통 나의 즐거운 상상력을 채우는 사람 말이다. 그래서 소설가가 되고 싶은가 보다. 이런 이유로 소설가 김연수 작가의 책은 소설책이 아닌 산문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소설가의 일' 제목만으로도 나의 눈이 활짝 열린다.
    "소설가가 재능에 대해서 말할 때는 소설을 쓰고 있지 않을 때다. 소설가에게 재능이란 인사기계나 기도기계 같은 것, 그러니까 마친 나 대신에 소설을 써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기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이건 호두과자기계와 다른 종류의 기계다. 재능이라는 소설 기계는 소설을 만들지 않는다. 소설기계 역시 소설가의 죄책감이나 꺼림칙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고안된 기계다. 소설을 쓰지 않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재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도 죄책감이 없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중략....재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실제로 글을 써보면 재능은 '잠겨 있지 않으며 비밀 같은 게 아니라 진실만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본문 23쪽
     그래 맞다. 우리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줄창 이야기를 듣고 했다. 재능이 없이는 곧 예술가가 되는 것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진리처럼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하지만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누가 엉덩이를 더 오래 붙이고 있느냐가 결정한다고 말이다. 저자도 재능에 대해서 빙빙 돌려 여러번 꼬아서 이야기했지만 정작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쓰는 것이 재능을 탓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쓰는 것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덕분에 나는 글 쓰는 것에 재능이 없다라고 단정짓고 쓰지 않음에 대한 죄책감을 자유롭게 내려놓는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자는 먼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한 문장이라도 써야겠다.
     비평가에 대해서 저자는 비평가를 평가한 아일랜드 작가 브랜던 비언의 말을 옮긴다.
    "비평가들이란 하렘의 환관과 같다. 매일 밤 그곳에 있으면서 매일 밤 그 짓을 지켜본다. 매일 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 자신은 그걸 할 수가 없다."  -본문 31쪽
     비평가들에 대해서 저것보다 더 신랄하고 핵심을 찌르는 혹평이 있을까.
     이에 저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매일 지켜보면서 그걸 할 수가 없다면, 음, 무척 슬프겠다. 사랑하는 재능을 확인한 뒤에야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까?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젊은 소설가여, 매일 그걸 해라."
     그래. 매일 그냥 한 번 써보는 것이다. 까짓거!
    "소설가란 어떤 사람들인가? 초고를 앞에 놓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자기가 쓴 것을 조금 더 좋게 고치기'가 바로 소설가의 주된 일이다."             -본문 75쪽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쓰는 게 소설가에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언어의 세계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제일 바깥쪽을 추상적이고 큰 단어들, 예컨대 평화, 정치, 슬픔, 절망 따위의 단어들이 단단하게 감싸고 있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구체적이고 작은 단어들이 숨어 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쓸 때, 우리는 대개 제일 바깥에 있는 단어들로 글을 쓴다. '5월을 보내는 마음이 슬프다'느니, '그녀는 질투심이 많다'느니. 자기가 쓴 초고를 보면 누구나 약간의 구토증세를 느끼는데,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이 우주가, 아니, 우리를 둘러싼 언어의 세계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좀 쓸 만한 단어는 그런 너저분한 단어들을 뚫고 가야 나온다."             -본문 75쪽
     이래서 초고를 토할 때까지 고쳐쓰는 토고라는 한 저자의 말 뜻을 이해할 거 같다. 좋은 문장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고쳐쓰는 것이다. 그건 정말 괴로운 일인데, 조금 다른 일이지만 낭독봉사를 할 때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읽고 녹음한 것들을 다시 듣고 틀린 부분을 삭제해가며 완성본을 만드는 것인데 다시 듣기가 참으로 고역이다. 책 읽는 기계가 아닌지라 발음이 꼬인 부분이 읽고 띄어읽기를 잘 안한 부분이 있고 잘못 말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삭제해서 고쳐야 한다. 그런데 틀린 부분 없이 읽은 문장들도 다시 들으면 참으로 다시 녹음하고 싶어진다. 좀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다시 녹음을 하고 싶지만 그럼 녹음의 진도가 안 나갈꺼 같아 그냥 넘기곤 하는데 아마도 소설가의 다시 고쳐 쓰기는 시간이 무한정 있고 나의 이름을 걸고 창작을 하는 것이니 좀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엄청 들긴 할 거 같다. 토고. 그래서 토 나올때까지 고치는 것인가 보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소설에 푹 빠진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허구가 아니다. 그게 다 핍진한 문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플롯을 짜는가가 모두 이 핍진성에 기초한다. 여기까지 이해됐으면 이제 소설가의 일은 서론이 끝난 셈이다."     -본문 84쪽
     여기서 핍진성이란 어려운 말을 소설이라는 허구이지만 진실처럼 들리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만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제 플롯과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소설을 다 쓰고 난 뒤에 우리는 플롯을 짤 수 있다. 플롯부터 짜고 소설을 쓰는 건 뭐랄까 바지 위에다 팬티를 입는 일과 같다. 플롯과 관련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단 팬티부터 입자"는 것. 그러니까 플롯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불타는 다리를 건너갈 때가지 일단 토고부터 쓰자."                                 -본문 110쪽
     명쾌해서 좋다. 나는 플롯을 짜야지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뼈대를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이야기가 중구난방 이리튀고 저리 튈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어차피 상상력으로 쓰는 것이니 이리 튀어서 괜찮으면 그걸로 쓰면 될 것이 아닌가. 나는 항상 기승전결의 방식에만 매여있었던 거 같다. 기승전전전이면 어떠랴. 읽는 동안 재미있게 읽으면 된 거 아닌가. 예전에 추리소설의 베스트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은 책이 재미없어서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재미있지 않은 소설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 뿜뿜이다.
    "우리가 욕망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에 그 욕망을 가리기 위해 짐짓 하는 말들이 바로 문학의 말이다. 욕망의 말들은 뜨거운 불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대통령이 되고야 말겠어. 그 녀석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 거야. 현실의 우리는 너무나 입체적이고 복잡해서 이런 말을 할 때도 그게 과연 진심인지 아닌지 본인부터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종이로 오려낸 사람들과 같아서 이런 뜨거운 욕망의 말들을 날것으로 입에 담다가는 그 자리에서 타버릴 것이다. 캐릭터가 자기 속마음만 말하지 않아도 그는 어느 정도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이 된다. 대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본문 116쪽
    "문학적 표현이란 진부한 말들을 새롭게 표현하는 걸 뜻한다. 결국 문학이란 남들과 다른,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걸 뜻하니까."     -본문 131쪽
    "소설을 쓰겠다면 '크리스마스 캐럴'의 마지막 장면을 항상 기억하기를. 어떤 인간이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중략......그러므로 소설을 쓰겠다면 마땅히 조삼모사하기를. 아침저녁으로 말을 바꾸고 표정을 달리하고 안 하던 짓을 하기를.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본문 141쪽
    "흔히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소설 속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추잡한 문장은 주인공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인생을 뻔한 것으로 묘사할 때 나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본문 174쪽
    "많이 쓰기만 하면, 잘 쓰는 소설가가 된다. 왜 소설을 쓰면 쓸수록 남들보다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일까? 1)소설가는 워낙에 양으로 승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2)소설가는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으므로 기회가 닿는 한, 말의 질을 따지기 전에 일단 밀린 말부터 빨리 쏟아내야 하기 때문에. 3) 소설을 쓰느라 열심히 조사했는데 하나도 써먹지 못하고 버리는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4) 신인 시절에 선배 소설가들 앞에서 입 한 번 벙긋하지 못하고 그 많은 말들을 다 들어준 한이 마침내 폭발했기 때문에.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이런 것이다. 소설가들에게는 말의 내용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거나, 원래 내용 같은 건 없기 때문에."                                       -본문 188쪽
    "소설을 계속 쓰면 쓸수록 행동하는 것. 말하는 것. 쓰는 것 등,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 그 자체가 중요하지, 내용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된다."    -본문 188쪽
     소설가들이 말을 많이 하는 이유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몇 개는 나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하는 일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하니 자연스럽게 말을 안하게 되고 사람들을 안 만나게 된다. 그래서 가끔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듣는 거보다는 말하는 것에 내가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말을 하고 싶어서 그 말을 남들이 말을 하고 있는 동안 까먹지 않기 위해서 자꾸 남이 하는 말을 뭉텅뭉텅 자르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이다. 한 번 나에게 말할 기회가 오면 어떻게서든지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나이가 그리 많이 먹지 않았는데 벌써 꼰대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서평을 쓰면서도 내 이야기를 이렇게나마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가 보다.
    "소설가는 문장만을 쓴다. 글을 쓰기 위해 앉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다. 거기에 내가 쓸 내용 같은 건 없다고 오직 문장뿐이라고....중략.....소설가는 내용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다. 문장을 고치는 사람이다. 잘 고치는 사람, 그러니까 본인이 만족할 정도로 충분하게 많이......, 남들보다 더 많이 고치는 사람. 그게 다다."                  -본문 193쪽
     마지막의 그게 다다라는 말은 왜 이렇게 처량하고 슬프게 들리는 걸까. 결국엔 소설또한 고치고 다듬고 마지막까지 계속 문장만을 다듬는 사람이였던 것이다. 나는 문장을 잘 발견하고 잘 파고 다듬고 깎고를 할 수 있을까. 인내와 끈기가 엄청나게 필요한 직업이었네.  문장 장인.
    "소설을 쓸 때, 생각하지 말자고 한 것은,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고 쓴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소설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만질 수 있는 단어들로 문장을 쓰는 일이다. 생각이 아니라 감각이 필요하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뭐가 보이고 들리고 맛이 나고 냄새가 나고 만져지는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게 소설 문장의 시작이라면, 끝은 그렇게 알아낸 감각적 묘사를 유사한, 하지만 좀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다른 감각적 표현으로 치환하는 일이다. 이 치환을 좀더 능숙하게 하려면 평소에 감각하는 연습을 많이 해서 더 많은 감각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금 뭐가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지,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맛이 나는지, 자신에게 묻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라도 쓸 수 있다면, 그걸 문장으로 쓰자. 자기가 지금 뭘 보고 듣고 만지고, 또 어떤 냄새와 어떤 맛이 나는지. 언젠가 나는 삼십 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느 법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사실상 소설가의 일은 이게 전부다."                                              -본문 217쪽
     아...항상 마지막은 뭔가 허무하다. 별거 없으니 환상은 절대 금물이라고 대목을 쾅쾅 박는 듯 하다. 복선과 위기를 한 땀, 한 땀 놓는 장인이 아니라 문장을 한 땀 한 땀 놓고 다시 푸르고 다시 박는 장인이라니... 조금 허무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소설가의 일이라는 것을 두리뭉실하게 묶어 하늘에 걸어놓지 않고 옛다 정답!하고 바로 던져주니 이걸로 만족해야겠다.
    "신과 소설가의 공통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를 창조하되 자신은 그 시간 바깥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신은 우주의 바깥에, 소설가는 소설의 바깥에. 어떻게하면 소설의 신이 될 수 있는지 그간 궁금했다면, 여기 그 해답이 있다. 소설의 바깥에 있으면 된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기를."                                         -본문 241쪽
     저자는 일관성이 정말 긴 자처럼 반듯하다. 마지막까지 소설가의 본분을 잊지않고 신신당부하듯 알려준다. 소설가의 일과 본분. 저자가 말한 것들을 다 지켜가면서 나도 한 번 문장을 써봐야겠다. 플로베르는 말했다. 소설가는 문장과 문장을 잇는 사람이라고.
    "시간이 충분히 흐를 수 있도록 천천히 써야 할 것이다. 느리게 쓴다는 건 나만이 바라본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눈에비친 이 세계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알게 될 때까지 쓴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어떤 플롯에 의해 짜여졌으며, 그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지 알 때까지 쓴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일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십 년을 넘기기도 하고, 때로 평생을 다 바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귀스타브 플로베르나 레오 톨스토이나 제임스 조이스가 한 일, 그러니까 소설가의 일이다."             -본문 245쪽


  • [국내도서] 소설가의 일 | co**igo | 2018.09.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 책 『소설가의 일』은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으로, 소설가인 그의 생각하기와 말하기, 쓰기의 비법 뿐만 아니라 인생을 더욱 ...

    이 책 『소설가의 일』은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으로, 소설가인 그의 생각하기와 말하기, 쓰기의 비법 뿐만 아니라 인생을 더욱 의미있게 영위하기 위한 삶의 태도에 대해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모두 소설가의 일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20122월부터 2013 1월까지, 꼬박 일 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되었던 글들이라고 합니다.

    소설가의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물론 소설을 쓰는 일도 있고, 에세이를 쓰는 일도 있습니다. 취재를 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마감 때 삼십 분씩 끊어서 잠을 자는 것도, 마감이 끝난 뒤의 한가함을 맛보기 위해 아무도 없는 오후의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는 것도, 다른 작가의 시상식에 갔다가 돌아오는 새벽의 택시 안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일도 모두 소설가의 일이라고,  소설가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고 김연수 작가는 연재를 시작하며중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밝힌 대로 책 속에는, 신년 독서 계획과 짧은 여행, 크고 작은 만남과 인상 깊게 본 영화와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야기까지, 사소하고도 다양한 일상들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생각보다 많은 일들은 당연히 모두 창작의 일로 연결됩니다.

  • 소설가의 일 | kk**dol8 | 2018.07.1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일주일전 읽었던 책 요조가 쓴 ,오늘도 무사> 라는 책에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이 언급되고 있었다. 나 스스로 ...
    일주일전 읽었던 책 요조가 쓴 ,오늘도 무사> 라는 책에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이 언급되고 있었다. 나 스스로 소설가가 쓴 소설이 아닌 산문집이 궁금했던 건 내 마음 언저리에 소설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남아 있어서 그런 건 아닐런지, 그동안 읽었던 소설책들을 보면서 기승전결 매끄럽게 써내려 가는 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익히 알고 있듯이 소설가 김연수 작가님은 20년 가까이 소설을 써내려갔으며, 나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인생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는 왜 네이버 창에 알쓸신잡을 ̍는지 모르겠다. 소설가 김영하와 소설가 김연수 작가에 대해 서로 착각 하고 있었던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소설을 쓰기 위한 과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물론 책 제목과 주제는 일치해야 하니까, 독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게 소설가의 책무 아니던가, 예술가는 간나한 삶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내용이 아닌 문장을 보라 말한다. 보편적으로 독후감을 써내려 왔던 기존의 내 생각과 가치관을 헌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수백권으로 이뤄진 문학 전집에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설 내용들이 모두 들어가 있으므로, 이야기를 채워 넣고 욱여 넣어도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에, 소설가로서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바꿔야 한다. 초고를 다듬고 또 다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문장은 괜찮은지, 저 문장은 괜찮은지, 단어 선택은 적절한지. 등장인물 사이의 연계는 잘 이뤄지고 있는지,내가 쓴 문장이 다른 곳에 있지 않은지 찾아보는 것은 소설가로서 숙명이 아닌가 싶다. 


    작가는 거짓말을 진실처럼 말하는 사람이다. 이때 '진실처럼'이 들어가는 자리에 '핍진성 있게'라는 말을 넣으면 된다. 소설과 비소설의 차이는 이 핍진성에 있다. 비소설에서 진실이란 실제로 벌어진 일을 뜻하지만, 소설에서 진실이란 반박할 부분이 한 곳도 없는 완벽한 이야기를 뜻한다. 물론 소설을 써보면 알겠지만, 반박할 부분이 없는 이야기를 쓰고 나면 실제로 그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거나 나중에 벌어지는 걸 확인할 때가 있다. 소설 쓰다가 신 내린 게 아니라 핍진성 있게 쓴다는 말이 워낙 그런 뜻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점을 잘 이해해야 하겠다. (p81)


    아직 나는 730권의 절반도 책꽂이에 꽂지 못했다. 신간을 보면 베스트 365에 들지 못하는 책이 태반이다. 펼쳤는데 베스트 365에 들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조용히 책장을 덮을 수 밖에 . 저자와 출판사에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 이 소설은 꽤 좋구나!" 그런 감탄이 드는 책을 읽고 나서도 막상 서가에 꽂으려고 보면, 앞쪽에는 정말이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들이 꽂혀 있어서 꽂을 자리가 없다. 고심 끝에 꽂아보면 대게 100위권 바깥이다. 내 소설은 과연 어디쯤 꽂힐까? 생각하면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p168)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인생을 사는 게 쉽지 않듯이. 나만의 시야만으로. 일인칭시점만으로 바라보기에 이 인생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관점이 얽혀 있다. 대부분의 관점은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상관없다. 남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말고, 자신이 믿는 바를 곧장 행하면 된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생의 일들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틀리는 일이 없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재해석된다. 전체 이야기로 보자면 해피엔딩이지만, 관계 이야기로 보자면 불행한 결말이 실제 삶에서는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일인칭시점에 이인칭시점이 포함돼 있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p240)

  •   (캐릭터+욕망)/방해물 = 이야기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 + 그에게 없는 것)/세상의 갖은 방해 = 생고생(...

     

    (캐릭터+욕망)/방해물 = 이야기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 + 그에게 없는 것)/세상의 갖은 방해 = 생고생(하는 이야기)

     

    아직은 김연수의 소설속 이야기보다는 소설밖 (김연수식 수줍은 유머를 곁들인) 이야기가 내 취향에 더 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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