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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보르헤스전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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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쪽 | A5
ISBN-10 : 8937401770
ISBN-13 : 9788937401770
알렙(보르헤스전집 3) 중고
저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역자 황병하 |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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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3월 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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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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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환상적 사실주의, 해체주의 등 20세기 문학의 수많은 패러다임을 창조한 아르헨티나의 거장 보스헤르전집 제3권. <불한당들의 세계사>, <픽션들>에 이은 저자의 세 번째 작품집으로, 환상과 실제를 뒤섞어 카오스적 세계를 의식 속에서 재구성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추리소설기법으로 주인공에 대한 완전범죄 살인을 그린 ‘엠마순스’, 재규어의몸무늬에서 신의 계시를 읽어내고자 하는 제사장 이야기 ‘신의 글’등 1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저자소개

목차

죽지 않는 사람들
죽어 있는 사람
신학자들
전사(戰士)와 포로에 관한 이야기
따데오 이시도르 끄루스(1829-1874)의 전기
엠사 순스
아스테리온의 집
또 다른 죽음
독일 진혼곡
아베로에스의 추적
자이르
신의 글
아벤하깐 엘 보하리, 자신의 미로에서 죽다
두 왕과 두 개의 미로
기다림
문턱의 남자
알렙

후기
1952년의 추신
해설
작가 연보
작품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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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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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왜 신을 믿는가 | qn**ye | 2008.09.1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El Aleph :: Jorge Luis Borges신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신을 믿으며 왜 신을 두려워 하는가. 특정 종...
    El Aleph :: Jorge Luis Borges

    신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신을 믿으며 왜 신을 두려워 하는가. 특정 종교가 있든 없든 곤경에 처하면 저도 모르게 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봐서 신은 재난을 일으킨 두려움의 대샹이자 그 두려움에서 구원해 줄 존재다. 그렇다면 그 재난은 왜 두려워 하는가. 안온한 삶의 균형이 무너지고 궁핍과 질병, 의지하던 존재 상실에 의한 고통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서고, 궁극적으로는 이 생의 끝이라고 여겨지는 '죽음' 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즉, 신은 곧 죽음과도 같다. 죽음이 저 너머의 세계에 있듯이 신도 저 너머의 세계에 있다. 그런데 인간은 그 죽음을 '안다' 고 한다. 개신교식이라면 예수 뒤에 천국이 있고 불신 뒤에 지옥이 있다는 확언이다. 그건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기에 '영생' 이라는 말로도 표현한다. 확인할 길이 없으니 부정은 못하겠지만 긍정 또한 쉽게 하기 힘들다. 인간이 정녕 죽음 너머의 세계를 알 수 있을까? 신의 세계를, 신을 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세상의 인식에 있어 '지옥' 이라고 하면 대체로 단테가 묘사한 지옥도의 풍경이 자리잡고 있다. 지옥마다 방이 따로 있어서 무슨 죄를 지으면 어느 방에 떨어진다는 식인데, 이건 신기하게도 불교나 다른 종교가 묘사하는 지옥의 풍경과 대체로 흡사하다. 옛날에는 단테를 선봉으로 하여 몇몇 사람들이 '단체 지옥 투어' 라도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믿을 수 없는 세계를 상당수의 사람들은 '진실' 로 믿는다. 그것을 볼때마다 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이 생에서도 '지옥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은 도대체 어느 지옥으로 갈까? 이 생이 지옥이었으니까 다음 생에는 천국으로 갈까? 특정 종교로 회개하지 않으면 역시 지옥에 떨어지고 마는 것일까? 이미 이곳에서 지옥을 경험한 그가 어느 지옥에 떨어진들 더 괴로울 수 있을까? 만약 이 생의 부자였던 이가 지옥에 떨어진다면 그건 어떤 지옥일까? 평생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던 그가 저 생에서는 누렸던 것을 누리지 못하면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지옥이 아닐까? 그러니 지옥이나 천국은 곧 이 생에서 더 낫고 모자란가로 판가름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생각의 연장선의 끝은 결국 '사람은 이 생에서 소유했던 것을 버리지 못하고 저 생에서의 삶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을 믿고 두려워 한다' 는 아이러니로 종결된다. 신을 간절히 믿을수록 신을 모른다는 패러독스다. 그렇다면 진짜로 신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보르헤스는 '해탈' 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천국으로 포장된 영생에 대한 갈구가 되었든 이 생에서의 집착을 포기하는 것이 되었든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 이야말로 신에 근접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신을 함부로 속단하지도, 감히 해석하지도 않는다. [알렙] 을 통해 신은 인간이 해독하기에 너무나도 요원한 존재이고 우리는 역사의 반복을 통해 겨우 신의 메시지만 읽어들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역사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과 수많은 작가들이 더 이상의 창조없이 같은 이야기를 필사하는 것이 바로 신의 메시지며 그것이야말로 '영생' 일 것이라는 과감한 이론을 그만의 무궁한 상상과 환상으로서 정립해낸다.

    신의 메시지, 역사에서 반복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이 추구하는 어떠한 종류의 '절대 가치' 다. 세상은 변증법적인 테제와 안티테제의 물림으로 만들어져 간다. 과거의 부채는 미래가 갚으며(※ 엠마 순수), 악행은 선행의 발로가 되고(※ 독일 진혼곡), 타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여 공감과 반성, 속죄로 인생을 살아나간다. (※ 따데오 이시도로 끄루스의 전기, 또 다른 죽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정체성적 미로를 만들어 그 안에서 이 '절대 가치' 를 찾아 헤매어 들어간다. 때로는 그렇게 어렵사리 찾아낸 절대 가치를 도륙내기도 하고(※ 아스테리온의 집), 때로는 그것을 아둥바둥 지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아벤하깐 엘 보하리, 자신의 미로에서 죽다) 그 모든 것은 신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 (※ 두 왕과 두개의 미로) 신을 아무리 안다고 연구하고 주장해봤자 결국 자기 미로 안에서 헤매는 것일 따름이라는 이야기다. (※ 신학자들)

    그러니 종교를 내세워 사람이 사람을 판단 한다는 것은 감히 신을 안다고 하는 인간의 오만이며 신에 대한 모독이다. 종교는 그저 국가나 인종과도 같아서 사람이 우연히 어디에 태어나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로 결정되기 쉽다. (※ 전사와 포로에 관한 이야기) 성서를 포함한 모든 경전이 진실이라고 한들 그것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을까? 신의 말이 단 한번의 해석으로 읽혀질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보지 못한 것을 그저 빈약한 상상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아베로에스의 추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 인간이 정한 법률로 서로를 살육하고(※ 문턱의 남자) 덧없이 끝나는 집착에 불과하다는 것이 매번 확인되는데도(※ 죽어 있는 사람) 자기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기만의 미로에서 죽어가기 위해 신을 내세우고, 오독하고, 기만하고, 모욕한다. 불신하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목청껏 내뱉는 종교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죽음을 알고, 신을 알고,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다고 자만할 수 있는걸까?

    이 세상의 신의 뜻을 온전히 알고 있는 이는 단 하나도 없다. 그저 알고 싶다고 발버둥치는 인간의 집착뿐이다. (※ 자이르) 알 수 있다면 그건 저 머너의 세계로 가봐야, 즉 죽어봐야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세상에서의 고통이 저 세상에서는 보상이 될지, 지금의 이기적 행위들이 어느 어느 지옥으로 가는 차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지옥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이 세상에서 겪는 지옥일 따름이다. 천국에 대해서도, 저 세계에서의 천국을 막연히 바라는 것보다 이 세상에서의 천국을 찾는 편이 훨씬 실리적이다. 죽음과 이 세계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러니 모르는 세계를 굳이 두려워 할 필요 있겠는가? (※ 신의 글) 심판이라는 말은 인간이 정해둔 말일뿐 신은 이미 우리를 우주에 던져놓음으로 심판한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신을 두려워 해야 하는 건 마지막 순간 저 세계로 잘 넘어갈 수 있냐 없냐를 두고 해야할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순간 순간에 있어서 해야만 한다.

    보르헤스는 그렇게 인간이 신을 믿어야 하는 이유는 오직 '겸허함' 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겨두고 저 세계로 갔다. 그는 [기다림] 에서의 남자처럼 죽음을 차분히 기다리고 기꺼이 맞아 들였을까. 죽음 그 바로 그 순간에 모든 우주의 진리를 깨우쳤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세상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두려워 하지말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남기고 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그는 인간이 얼마나 모자란 존재인지를 확인하게끔 해주기 위해 '알렙' 이라는 우주를 보여주었다. 종교는 부정했지만 신을 부정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그 어떤 종교인이나 신학자보다 신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만약 저 세계에 있는 그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작금에 벌어지는 '신 종교전쟁' 을 보았다면 무어라 했을까. '여기에는 니들이 모르는 세상이 있어' 라고 하지 않았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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