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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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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쪽 | | 144*196*27mm
ISBN-10 : 8934995815
ISBN-13 : 9788934995814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중고
저자 배율 | 출판사 김영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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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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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subu*** 2020.05.29
58 굿............................................ 5점 만점에 5점 tab*** 2020.05.20
57 배송빠르고 좋네요^^ 5점 만점에 5점 kswyd6*** 2020.05.15
56 배송은 진짜~늦게 받아서 취소해야하나 했지만, 아이들이 이책을 너무 좋아해서 기다리다 새책으로 받았습니다. 책 받고 바로 그 자리에서 15권을 다 읽더니 두 두번을 더 읽네요. 5점 만점에 5점 joa***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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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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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스타툰 ‘뉼툰’의 율리와 타쿠, 치앙마이에 다녀오다
서두르지 않아도 행복한 89일간의 치앙마이 그림일기

인스타그램에 일상카툰 ‘뉼툰’을 연재하며 놀라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디자이너 커플 율리와 타쿠. 어느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세 달 동안 치앙마이에 거주하며 겪고 느낀 것을 따뜻한 그림체의 만화와 솔직담백한 에세이에 담았다.
각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의 갈림길에 있던 중, 그토록 꿈꾸던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위해 무비자 여행기간 89일을 꽉꽉 채워 떠난 율리와 타쿠.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89일짜리 샛길을 무작정 걷게 된 그들이 치앙마이에서 마주친 것은, 하루하루 느긋한 충만함과 사람들의 따스한 온기였다. 그 따뜻함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인스타그램 미공개 에피소드를 더한 65편의 카툰, 율리와 타쿠가 각각 10편씩 쓴 에세이, 그리고 치앙마이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실었다. 또, 부록으로 저자가 직접 그린 치앙마이 투어 지도를 담아 다양한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게 했다.

저자소개

저자 : 배율
디자이너 배율(율리)과 진유탁(타쿠)은 2011년부터 스타트업 기업에서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2018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각자의 이니셜을 딴 ‘YY Graphics’라는 디자인 회사를 만들어, 인쇄와 스크린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퇴사를 하고 다녀온 치앙마이 3달살이 이후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찾고 있다.

홈페이지: yy-graphics.com

저자 : 진유탁
디자이너 배율(율리)과 진유탁(타쿠)은 2011년부터 스타트업 기업에서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2018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각자의 이니셜을 딴 ‘YY Graphics’라는 디자인 회사를 만들어, 인쇄와 스크린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퇴사를 하고 다녀온 치앙마이 3달살이 이후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찾고 있다.

홈페이지: yy-graphics.com

목차

1_첫 외국 여행 / 2_결정! / ◆율리_치앙마이로 가자 / 3_여행지도 만들기 / 4_삼겹살 / 5_출국 / ◆타쿠_왜 치앙마이인가 / 6_돈므앙 공항 / ◆타쿠_돈므앙 공항의 택시 운전사들을 대하는 방법 / 7_조조 팟타이 / 8_카오산로드 / ◆율리_미소의 나라 / 9_툭툭 / 10_아침산책

11_쏨분 씨푸드 / 12_왓 아룬 / 13_나콘차이에어 / ◆율리_홈, 스윗 홈 / 14_집 구하기 1: 집 찾기 시작 / 15_집 구하기 2: 작전 변경! / 16_집 구하기 3: 운명적 만남, 계약 / 17_집 구하기 4: 집 구하기 팁 / ◆타쿠_내가 살던 집 / 18_놀기만 하면 되는 날 / 19_위스키 20_디지털노마드 / ◆율리_디지털노마드의 성지

21_개미와의 전쟁 / 22_한여름의 크리스마스 / ◆타쿠_일과 나만 남은 삶 / 23_야외수영장 / 24_치앙마이 보디빌더즈 / 25_아침식사 / ◆율리_식빵과 포멜로 / 26_선데이마켓 / 27_모기와의 전쟁 / 28_왓 프라탓 도이수텝 / ◆율리_해피 해피 해피 / 29_초코도넛 / 30_자린고비 쫄보들

31_TWJ / ◆타쿠_가슴이 찡하고 울리지 않아도 / 32_말의 뜻 / 33_왓 체디루앙 / 34_EXK 카드 / 35_방구석 미용실 / 36_타이 마사지 / 37_민트초코 탐방대 / ◆타쿠_치앙마이의 거리 / 38_도마뱀과의 싸움 / 39_반캉왓 / ◆율리_치앙마이의 색 / 40_메신저 스티커

41_태국식 요일별 성격점 / 42_수영장 사람들 / ◆타쿠_맑은 날은 일하기 좋은 날 / 43_고산족 마을 / 44_오늘의 날씨 / ◆율리_여름 나라의 도망자 / 45_젤다의 전설 / 46_지름신 레이더 / 47_팟타이 어드벤처 / ◆타쿠_미술관스럽지 않은 음식점 / 48_한국 음식 / 49_우연한 만남 / 50_아마추어 가이드

51_살아나는 쑤낙들의 밤 / 52_치킨 난반 덮밥 / ◆타쿠_송충이 눈썹과 도마뱀 / 53_사바이, 사바이 / 54_길거리 포토그래퍼 / 55_다이어트 / 56_율리와 타쿠 / 57_와로롯 마켓 / 58_가계부 / 59_피자와 햄버거 / ◆율리_마이 싸이 팍치 / 60_우리의 쌉숭 방법

61_선물 장만 / 62_오랜 머무름 / 63_작별인사 / 64_안녕, 치앙마이 / 65_돌아오다 / ◆율리_다시, 봄 / ◆타쿠_오라오라 병에 걸린 환자

책 속으로

“치앙마이 가볼래?” 타쿠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우리가 막 프리랜서 디자이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백수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운동을 다니고, 퇴사하자마자 끄적거리기 시작한 그림일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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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가볼래?”
타쿠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우리가 막 프리랜서 디자이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백수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운동을 다니고, 퇴사하자마자 끄적거리기 시작한 그림일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상. 갑자기 여유로워진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콕 박혀 있었다. (p.15)

친구들 여럿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느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는 이야길 하곤 했다. “나도 그랬어.” “나도 그런 적 있어.” 아침 전철 안의 찌푸린 얼굴과 밤 버스 안의 눈물로 흘러가는 날들이 우리의 날들이었다. 그런데 태국에 와서 문득 처음 보는 많은 얼굴들이 나를 향해 짓는 미소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p.40)

나는 서울을 떠나서야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지낸 그 집은 잠시 묵어가는 여행 숙소와 아늑한 내 소유의 보금자리 사이 어디쯤엔가 있었다. 몇 달뿐일지언정 비교적 저렴한 생활비로 삶의 질을 올려볼 수 있는 집. 아침이면 밥을 차려 먹고 저녁이면 돌아가야 하는 곳. 하얀 벽과 큰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던 작은 공간. 나와 타쿠는 자유로움이 깃털처럼 두둥실 떠오르던 그곳을 우리의 집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멀고 먼 치앙마이까지 와서 얻은 집은 타쿠에게는 열 몇 번째 자취방이었을지 모르나 내게 있어서는 스스로 얻은 첫 집이었다. 꼴랑 세 달짜리 렌트룸이라곤 해도 몇 년 동안 벌어 모아둔 돈, 통장에 고스란히 넣어뒀던 퇴직금에서 떼어낸 ‘내가 번 돈’으로 꼬박꼬박 월세를 냈으니까. (p.66)

디지털노마드가 되자는 대단한 결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괜찮았다. 치앙마이에 도착해 집을 구한 후 외주를 하게 됐을 땐 뜻밖의 행운이라도 만난 것 같았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타이밍이었다. ‘내가 태국에 와서 일을 하고 있어!’ 마법이 풀리기 전, 그러니까 일을 마감하고 다시 반백수가 되기 전까지 일주일간은 그런 뿌듯함을 실컷 즐길 수 있었다. (p.96)

뭐니 뭐니 해도 어디서든 맛있게 밥을 챙겨 먹고 건강하게 지내는 게 최고다. 태국에선 태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혼자만의 책임감, 익숙한 맛을 찾게 되면 무언가에 패배하는 듯한 느낌을 받던 나는 상상 속 여행자를 놓아주기로 했다. 태국에서는 고수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맛있는 온갖 음식을 잔뜩 즐길 수 있다. 이 말만 기억한다면. “마이 싸이 팍치.” (p.272)

겨울바람을 맞으며 한국을 떠나 한참을 치앙마이의 여름 속에서 지냈던 나. 다시 돌아온 3월의 한국에는 이미 봄바람이 살랑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한여름 이야기 속을 맴돌고 있었다. 몇 번이고 되짚고 그려내 마음에 깊이 남게 된 치앙마이를 몇 번이고 다시 그리워하게 되었다. 길가에는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가게에선 어떤 물건을 파는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지내고 있는지. 무엇 하나 상상할 수 없던 곳. 지금은 눈앞에 있는 듯 떠올릴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이 끝난 후에 즐길 수 있는 묘미일지 모른다.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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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율리&타쿠의 화제의 치앙마이 3달살이 인스타툰 따스한 그림체와 솔직담백한 에세이에 담은 치앙마이의 일상 인스타그램에서 ‘뉼툰’을 연재하며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고 있는 7년차 디자이너 커플 율리&타쿠. 어느 날 무심코 던진 한 마디로부터 두 프...

[출판사서평 더 보기]

율리&타쿠의 화제의 치앙마이 3달살이 인스타툰
따스한 그림체와 솔직담백한 에세이에 담은 치앙마이의 일상

인스타그램에서 ‘뉼툰’을 연재하며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고 있는 7년차 디자이너 커플 율리&타쿠. 어느 날 무심코 던진 한 마디로부터 두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치앙마이 3달살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치앙마이 가볼래?”
어느 때부턴가 ‘디지털노마드’의 성지라 불리며 여유로운 여행의 메카가 되고 있는 치앙마이.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이자, 문화와 역사를 고이 간직한 옛 수도다. 잘 알려진 방콕의 시끌벅적한 인상과는 달리 쾌적한 자연환경을 가진 평화롭고 느긋한 도시로, 최근에는 저렴한 물가와 뛰어난 인터넷 환경 덕분에 전 세계의 디지털노마드들이 모여들어 일과 여행을 동시에 즐기고 있는 곳으로 거듭났다.
두 백수 디자이너 율리와 타쿠도 그동안 꿈꿔왔던 디지털노마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치앙마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퇴사 후 갑자기 여유로워진 시간을 즐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박혀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결정한 ‘89일간의 치앙마이 살이’. 결정의 이유는 ‘지금 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라나.

이곳저곳 부딪치며 겪은 ‘한여름 밤의 꿈’
낭만적인 기대와는 달리, 그들을 기다리던 것은 찌는 듯한 태국의 날씨와 공항 택시기사들의 살벌함이었다. 율리와 타쿠에게는 아직 헤쳐 나가야 할 길이 많았으니. 예산에 맞는 숙소를 구하려 발품을 팔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괴로워하고, 일거리가 없는 나날들에 익숙해져야 하고, 막연히 펼쳐진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지만 세 달간의 ‘짧은’ 치앙마이 살이 동안 율리와 타쿠는 인생 첫 ‘내 집’을 구하고, 태국음식의 맛에 매료되고, ‘디지털노마드’로서의 커리어를 한 발짝 내딛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일과 쉼의 밸런스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유롭고 편안하게 계속되는 일상과, 하루하루 만나며 미소를 주고받게 된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며 그동안 바라왔던 라이프스타일을 얻게 된다. 이 89일간의 따스한 일상은 율리와 타쿠가 그리고 쓴 만화와 에세이에 오롯이 담겼다.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잠시 거쳐 가는 단기 여행이 아닌, 느긋하게 머무르면서 내 삶의 한 부분을 채워가는 ‘살이’. 율리와 타쿠가 그랬던 것처럼, 치앙마이를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천천히 걸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그들이 보낸 일상의 따스한 온기와 마주친 사람들의 미소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이 책에는 두 여행자가 겪고 느낀 것을 담은 따스한 그림체의 만화와 솔직담백한 에세이, 그리고 사진들을 실었다. 저자가 직접 그려 부록으로 담은 치앙마이 그림 지도가 재치 있고, 치앙마이에 처음 가게 될 독자들이 유용하게 참고할 만한 팁과 에피소드들이 인상 깊다. 무엇보다 집 구하기, 쇼핑, 맛집에 대한 정보와 함께, 두 작가의 재치 있는 시선이 포착한 순간순간의 묘사는 여느 ‘○달 살이’류의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재미를 맛보게 해준다.
율리와 타쿠의 치앙마이 3달살이 그림일기를 통해, 독자의 마음에도 일상의 온기, 그리고 어디든 떠나고 싶은 ‘뽐뿌’가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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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준대요.

두고 봐야 알 일이죠.

p.14

책의 초반부에 나온, 영화 <런치 박스> 속 대사라고 하는데 너무 낭만적이다.

크으.. 여행 에세이에 이런 문구라니. 이보다 더 적합할 수가 있나. 예상은 했지만 초반부터 너어무 여행가고 싶어진다.

 

서울에서는 찾지 못했던 작은 원더랜드였다.

동시에 치앙마이에 스며들기 위해 필요한 베이스캠프였다.

p.82

낯선 타지에서 3개월동안 지낼 숙소를 찾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설렘과 두려움의 공존이겠지만 집을 구하기 전까진 두려움이 더 클 것 같다. 아니 초조함이라고 해야할까. 두 작가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치앙마이 도착 이틀만에 집을 구했다. 이틀이란 시간은 얼핏 짧아보이기도 하지만 이틀 내내 여러 숙소를 알아보며 느꼈을 초조함을 생각한다면 결코 그 기간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일단 가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떠났다해도 아직 닥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이 결심과 용기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 조금씩 꺾이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어렵게 잡은 숙소가 최고의 숙소가 되었으니 부러우면서도 내가 다 뿌듯하다.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내 작업을 하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잘 놀고

p.96

이 책이 짧은 여행기가 아닌, 3개월간의 생활기를 담아낸 책이라는게 제대로 느껴졌던 대목이다. 몇 박 며칠로 놀러간 것이 아닌 생활을 하기 위해! 그렇다면 충분히 돈도 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인 두 작가는 치앙마이에서 외주를 받아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알고보니 치앙마이가 디지털노마드의 성지라고 한다. 치앙마이에서 일을 하다니.. 안 되던 일도 잘 될 것 같은 기분이겠다. 물론 그 이후로 외주 작업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덕분에 각자 개인 작업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니 정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일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않는 대로 편하고 여유롭게 일과 휴식을 누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처음부터 일은 쉬엄쉬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온 것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느긋한 마음가짐에는 치앙마이라는 장소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이런 면에서 낯선 여행지는 마법같다. 익숙한 곳에서와는 다른 새로운 마음가짐을 주곤 하니까. 여행 중 자잘한 불행들도 추억으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으니까,

 

생전 처음 와본 이곳에서도, 어느새 하루를 보내는 익숙한 방법이 생기고 있었다.

매일 날이 밝으면 새소리가 들려오고, 비슷한 메뉴로 아침을 차려먹고 청소를 한다.

일부러 조금만 사와서 금방 떨어지고 마는 아침밥 재료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면 날이 저문다.

p.116

나는 아직도 내가 갔던 모든 여행지의 숙소 앞 거리가 생각난다. 하루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 자주 가던 편의점이나 가게, 숙소 앞 거리의 풍경은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것이 설령 2박 3일의 일정이라 할지라도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숙소로 가는 중 낯익은 풍경이 펼쳐지면 그게 또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숙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샤워하고 편히 쉴 생각을 하며 내 집처럼 숙소에 들어가는 모습이 꽤 자연스럽게 느껴져 웃음이 날 때도 있었다. 새로운 것들 투성이에서 익숙한 것이 주던 안락함은 사실 여행의 그 어떠한 것들보다도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책을 읽으며 그 잔잔한 익숙함이 그리워졌다.

 

느긋한 마음으로 낯선 곳을 돌아다니다 마주치는 우연한 만남.

계획이 없었기에 만날 수 있었던 우연의 힘이 준 선물.

p.228-229

보통 여행을 즐기는 유형을 크게 즉흥파와 계획파로 나누곤 하는데, 난 그 둘을 섞은 혼합파에 가깝다. 항공편, 숙소, 가볼 곳 등 큰 틀은 미리 계획하되,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스케줄을 조정하며 여행을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한다.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에도 마음에 드는 가게나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어 보이면 즉흥적으로 스케줄에 넣어버리는 식이다. 오늘 가기로 했던 식당을 내일로 미룰 수도 있는거고, 원래 가려던 식당 대신 길을 걷다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식당을 갈 수도 있는, 그런 사소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자잘한 즉흥성은 여행을 더 재밌게 이끌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마인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타지에서 조금씩 옅어지기 마련이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보다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미리 찾아본 곳도 아닌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건 작가의 말대로 모두가 '좋았다','멋졌다'고 하는 확실하고 좋은 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3개월을 보내는 곳이 치앙마이라면? 이 책의 제목처럼, 그저 천천히 걸으며 예상치 못한 우연의 순간들을 만끽하고 싶다.


 

 

 


타국살기의 로망은 나도 있지만, 막상 간다면 내가 예상치 못한 난관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작가가 말한 땡볕같은 더위(이 점은 예상하고 갔다해도 동남아의 기후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다.)와 도마뱀, 모기, 개미 등 벌레들의 잦은 출몰, 가장 큰 위기라고 느껴졌다고 했던 돈을 출금할 수 없었던 상황 등 이외에도 자질구레한 위기의 순간들은 종종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쿠의 말대로 결국엔 모든게 다 좋았던 것이 된다. 떠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더 큰 행복들이 있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쌓인 행복하고 소중한 기억들은 결국 '떠나오길 잘했다!'라는 기분 좋은 뿌듯함을 남겨준다.


 

 

  

 


그러니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차곡차곡 쌓인 행복들은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큰 원동력이 된다. 매일같이 떠오르는 건 아니어도, 이따금씩 찍었던 사진을 꺼내보고 잊고 있던 아주 작은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번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여행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나는 마음이 줄곧 편안하고 평화롭고 잔잔하게 행복했는데, 이게 바로 이 책이 보여주는 치앙마이의 매력인 것 같다. 크거나 화려하고 풍성하진 않아도, 잔잔하지만 다채롭게 흘러가는 일상들이 주는 편안함. 나에게도 추운 겨울을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고 싶다는 로망이 있는데, 겨울을 보낼 장소는 한 번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유일한 후보군이 생겼다. 언젠가 내가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떠난다면, 도착지는 당연하게도 치앙마이일 것이다.

  • 여행기 종합 선물 세트 | gy**74 | 2019.07.28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주구장창 여행 에세이만 읽던 날들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시기는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가장 여유가 없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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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구장창 여행 에세이만 읽던 날들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시기는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가장 여유가 없던 날들이었다.

     몸이 도피할 곳이 없으면 마음이라도 도피하자는 심정에 책을 집었고, 책 속 여러 여행지와 그곳을 다니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읽는 여행에세이,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예쁜 구석이 많은 책이다. 내 눈에 예쁜 책, 남들 눈에도 예뻐 보였으면 좋겠어서 좁은 기숙사 방에서 제일 예쁜 거랑 같이 찍어봤다.

    에세이집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표지에 적힌 그림일기가 더 딱 맞는 표현이다. 책은 글과 만화, 사진들로 이뤄졌다. 부록으로 치앙마이 투어맵도 있다. 그야말로 여행기 종합 선물세트(?)!


    제목도 너무 예쁘다.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프리랜서 디자이너 두 명이 치앙마이를 선택한 이유는 그곳이 '디지털노마드'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노마드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장소에 상관하지 않고 여기저기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말한다.

    책을 쓴 두 명의 디자이너들도 일을 하며 먹고, 놀고, 쉰다. 단순한 관광 여행기가 아니라 더 좋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제목디자인에 '천천히'와 '걸을 것' 사이에 걷는 사람을 그려넣고 싶다. 그림 못그리니까 마음으로만 하기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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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고 작은 띠지는 보관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다 버리는데, 이건 띠지가 큼지막해서 책을 읽을 때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오히려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할 수 있게 도와준다. 띠지의 일러스트도 너무 예뻐서 이걸 어찌 버려! 


    띠지 속 숨겨진 표지를 살펴보는 건 책의 숨은 매력을 찾는 방법이다. 큼지막한 띠지를 잠시 벗기면 띠지를 이렇게 귀여운 비행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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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함께 채운 두 저자, 율리와 타쿠는 어찌보면 정말 다른 사람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89일간 치앙마이 생활을 했다니! 그들의 성격이 글과 그림에 담겨서 신기했다. 서로 다른 만큼 더 포용하려는 모습도 언뜻언뜻 보여서 흐뭇하게 봤다.


    특히 나는 요즘 여행에 대해서 타쿠와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큰 돈 들여서 뭐 여행을 가나.. 그냥 집이 최고..) 치앙마이 세달살이를 하면서 달라지는 타쿠의 생각을 글을 통해 읽는 것도 재미졌다.


    그 수많은 얼굴 앞에서 예전 생각을 했다. 잠에서 덜 깬 멍한 머리로 출근지옥철을 타던 기억. 그 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누가 밀치고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그 등에 반드시 욕이라도 한마디 내뱉어주리라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나와 같은 얼굴들이었다.

    친구들 여럿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느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는 이야길 하곤 했다. 아침 전철 안의 찌푸린 얼굴과 밤 버스 안의 눈물로 흘러가는 날들이 우리의 날들이었다. 이유는 잘 몰랐다. "힘들어서 그래" 위로하고 "건강 잘 챙겨야 해 " 인사한 후 각자 집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여기 와서 문득 처음 보는 많은 얼굴들이 나를 향해 짓는 미소를 마주하게 됐다. 무뚝뚝할 것 같던 좌판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억센 얼굴 위로 싱긋 미소가 번지던 순간. 고양이를 쓰다듬는 나를 향한 할머니의 얼굴 위, 살며시 번진 미소를 마주하던 순간. ''안녕, 반가워" "이곳에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이곳에 오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된 것이다. 오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슬로건의 뜻을. 모르는 사람을 미소로 맞아주는 나라에 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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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이병률 작가를 정말 좋...

    나는 이병률 작가를 정말 좋아한다.

    중학생 때 끌림이란 책을 읽고 그 후로 그의 책을 계속 모으고 있다.

    시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인지 여행 산문집이 따뜻하게 읽혀졌다.

    그렇다고 오글거리지도 않고 함께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 들어 오히려 시집보다 더 좋아한다.

    수능이 끝나고 폭우 속에서 그의 강연을 듣고 권나무라는 가수도 알게 되었는데,

    그때의 떨림을 기억하기 위해 바로 글도 남겼다.

    여행 산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하게 되고 관련된 다양한 책을 찾아보았지만,

    자신의 일상에 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이 든 책은 처음이다.

    정보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인터넷에 찾아보기 힘든 율리와 타쿠의 꼼꼼한 일상기록이 더욱 흥미로웠다.

    평일에는 집에서 일을 하거나 쉬고,

    주말에는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평소에는 익숙한 것을 먹다가,

    어쩌다 한번씩 새로운 걸 맛보는

    태국에서 느껴보는 편안한 나도 타국살이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

    생전 처음 와본 나라에서 생기는 익숙함.

    아끼는 가게와 좋아하는 음식이 모여 도시에 정이 드는 시간들.

    실랑이를 하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은 ‘

    맞지 않으면 지나쳐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털이 곤두서 있는 고양이를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자.

    그럴 땐 다정한 교감을 기대하기보단 자리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티격태격할 시간에 어딘가 있을 기분 좋은 표정의 고양이를 찾아나서야 한다.

    그날 공항 어딘가에는 기분이 좋은 운전사가 있었을 것이다.

    -

    그 이후로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는 억지로 해결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많은 일이 꽤나 쉽게 간단해졌고, 덕분에 기분 나쁜 일도 없었다.

    사려고 집어든 옷이 사이즈가 안 맞다면 맞는 사이즈로 바꾸면 그만이다.

    그래도 사이즈가 없으면 다른 어울리는 옷을 사면 된다. ‘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는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면 될 일이다.

    돈므앙 공항에서 택시 운전사를 대할 때처럼.

    p. 33

    앞으로 겨울마다 치앙마이를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다음 겨울은 지금까지의 겨울들보다는

    조금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얼마나 추위가 싫었는지 그새 잊었거나,

    한 해 겨울을 건너뛰었다고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겼거나.

    둘 중 어떤 이유든, 싫은 것은 가끔 피해가도 된다는 것만은 잘 알게 되었다.

    -

    무엇보다 ‘언제든 피하려면 피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가지는 것만으로,

    신기하게도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가끔은 싫어하는 걸 피해가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

    따뜻한 여름 나라에서 나는,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채로

    흐리고 추울 다음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p. 206-207

    율리와 타쿠의 글을 읽고 있으면 이름을 보지 않아도 누가 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글은 타쿠고 밑의 글은 율리다.

    문체와 성격이 다른데도,

    처음 타국에 발을 디뎠을 때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며칠 앞두고 쓴 글인데도,

    전혀 다른 경험을 두고 썼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아 신기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는 태도는

    나의 삶에서 거의 없었던 선택지여서

    여행을 가면 나도 바뀔 수 있을지,

    얼마나 다른 나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내 작업을 하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잘 놀고’ 라는 계획은 훌륭한 계획이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느슨한 계획은

    잘만 사용하면 오히려 무적이다.

    틀어질 가능성이 없다.

    일을 하면 행운,

    작업을 하면 이득,

    놀게 되어도 괜찮은 계획.

    그저 무엇이든 열심히 오픈 마인드로 임하기만 하면 된다.

    더 놀지 못해 아쉬울 것도

    더 일하지 못해 아쉬울 것도 없는

    느슨하고도 알찬 날들이었다.

    나의 새로운 꿈이 생겼다. 디지털 노마드.

    유목민처럼 이동하는 삶을 살며 일하는 사람들이란 뜻인데

    치앙마이가 일하기 좋은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외국 도시은 좋은 여행지라는 말도 된다.

    집을 구하자마자 외주로 일을 하면서 두 사람이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생각했다는 건

    그만큼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프리랜서라서 가능한 생각이었겠지만,

    느슨하고 알찬 하루를 더 보내고 싶은 저자의 바람을 잘 보여주는 지점이다.

    덕분에 인물탐구에 적었던 나의 오랜 꿈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운데 나무가 있는 큼직한 수영장에 있는 타쿠의 모습은 빛나보였다.

    율리의 수영장 관찰일지에서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였으면 했다.

    내가 쓴 글과 여행지를 대하는 태도는 타쿠와 비슷해서 자꾸만 그의 글을 들여다보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마음속 울림과 살아가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본 그의 태도였다.

    오히려 일상이란 건 잔잔한 파도인 편이 낫다.

    날마다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도 조금 피곤할 테지.

    요컨대 일상에는 시시한 구석이 필요한 것이다.

    치앙마이에서는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무리해서 마음을 크게 쓸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일들이 “이런 게 뭐 별일이야?” 정도로 넘길 만 했다.

    조금 시시한 구석이 있긴 해도 나는 그런 생활에 더할나위 없이 만족했다.

    p. 147

    세 달 간 지낸 타국에 묘사도 자주 나온다.

    이국적인 풍경은 언제나 신기하고 꼼꼼하게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게 된다.

    율리가 추천한 사원인 왓 체디루앙과 같은 건축물을 직접 보고 싶고

    힘세고 강한 밥이라고 묘사한 스티키라이스와

    벌크업 오렌지라는 별명을 선사받은 포멜로도 먹어보고 싶다.

    그 중 태국 사람들은 태어난 요일별로 운세를 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성격과 부처상, 행운의 색깔, 방위, 숫자, 동물을 알 수 있는데,

    내가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처음으로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강렬한 충격을 한번 겪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자극의 역치가 올라가 웬만한 자극에도 끄떡없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그날의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너그러움 한 방울을 더한 것이 틀림없다.

    덕분에 웬만큼 허름한 음식점이나,

    길거리 좌판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의도치 않은 충격요법의 효과는 굉장했다.

    -

    멋진 음식은 영혼조차도 살찌울 수 있다고 믿는 식도락 신봉자로서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동안 즐겁게 식사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세게에서 손꼽히는 진미 중 하나인 태국 음식을 현지 맛 그대로,

    싼 가격에, 원 없이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거스를 수 없는 취향 때문에 즐기지 못했다면 돌아와서 얼마나 아쉬웠을까?

    p. 223

    제주도에서 하늘이와 고기국수를 먹었던 일이 생각난다.

    나는 율리와 같이 현지음식을 찾아다니고 맛을 중요하게 여기며 도전하는 편인 반면,

    하늘이는 타쿠와 같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있는 익숙한 맛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그래도 신기한 건 둘 다 힘든 것도 추억이라고 여기며 사서 고생하는 경험파였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부터 걸어 다니고 점심으로 왼쪽에 있는 김밥천국을 갈 것인지

    오른쪽에 허름한 낡은 음식점에 들어갈 것인지 고민을 했다.

    하늘이의 만류에도 이때까지 제대로 된 제주도 음식을 먹어본 적 없다고 설득해서 들어갔다.

    문을 옆으로 드르륵 열자마자 한눈에 식당이 다 보였다.

    구색만 갖춘 부엌에 할머니 혼자 계셨고 나이든 테이블과 의자가 드문드문 놓여있던 곳이었다.

    음식을 시키면 어떻게 요리하는지 과정을 다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 둘은 고기국수 두 개가 나오고 첫 입 먹는 순간 대화도 안하고 깨끗하게 다 비웠다.

    서로 연신 맛있다고 웅얼거렸고 하늘이는 나오는 길에 비행기 타기 전 여길 또 오고 싶을 것 같다고 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공감을 했다.

    이렇게 서로의 접점을 만들고 특별한 유대감을 갖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이 책의 저자 율리와 타쿠가 그랬을 것이다.

    서로 좋아하는 걸 이렇게 저렇게 섞어 두 명의 시간을 보내던 기억들이어서 새롭고 재밌었다.

    구름이 가득한 듯 아쉬움이 들던 기분은 비단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북적이는 인파 때문도, 사원이 멋지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었다.

    새해니까 좋은 구경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유명한 만큼 멋있을 거라는 짐작,

    화창한 날만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사원에 들어섰으니 눈앞에 뭐가 있었던들 마음에 들었을까.

    -

    회색빛 하늘 아래 펼쳐진 치앙마이 전경이 아늑하고 친근하게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더운 날이 대부분인

    태국에서는 흐린 날을 좋은 날씨라고 부른다 했다.

    -

    치앙마이가, 왓 프라탓 도이 수텝이, 스님의 축복이,

    그리고 사원을 향해 집을 나섰던 나의 선택이 만들어준 새해의 인사였다.

    복 많이 받으세요.

    매일이 첫날인 듯 좋은 날들을 보내세요.

    해피 해피 해피.

    p. 132

    여행을 다니며 나도 들었던 압박감이여서 공감을 많이 했다.

    짧은 일정에 쉬지 않고 무조건 꽉 찬 일정을 채우는 게 알찬 여행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 화려하고 신나지는 않아도 매일이 은은하고 빛나고 안심되는 것.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면 작은 일들을 먼저 알아차리게 된다.

    특히 사소하지만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는 부분들 말이다.

    아침을 챙겨먹고 (그것도 직접 요리한 음식들로!)

    운동을 하게 된다는 거나. (노을이 지는 수영장에서!)

    실수를 하면 웃으며 넘어가게 된다거나.

    저도 배워갑니다.

    사바이 사바이 사바이.


    적당한 길이와 너무 가볍지 않은 무게의 생각들.

    힘들이지 않고 담은 사진들과 두 페이지에 꽉 찬 그림들.

    웹툰 같은 콘텐츠를 종이로 옮겨오면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굳이 돈 들여서 책을 사야할 이유를 못 느끼는 구성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서 그렸던 열 컷과

    두 사람의 생각이 사이사이 들어간 에세이가 책의 소장가치를 높여준다.

    마치 아는 사람의 일기를 훔쳐본 느낌이다.

    저자가 직접 그린 치앙마이 투어 맵까지

    아기자기하고 담담하게 담은 그들의 일기장을 언제든 펴보고 싶다.

  •   ...

     

    '천천히'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느긋한 여유로움,
    회사 동료들 중에 농인이 있어 배우기 시작한 수화표현에서
    '천천히'는 왼손등 위를 오른손을 세워서 아주 천천히
    가로지르는 동작으로 표현되지요. 그렇듯 빡빡한 일정 속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두 사람의 여행기록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음미하는 즐거움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어요.

     

    호기심 천국 율리와 깐깐한데다 "여행이란 건 대체 왜 가는 거야?
    집 나서서 돈 쓰고 고생만 하는 거잖아."라고 여행의 무용론을 말하던
    타쿠의 묘한 콜라보가 태국살이를 더욱 재미나게 읽게 합니다.
    맛난 음식 지향파인 율리의 감성돋는 표현도 즐겁고 깐깐하다가도
    때론 약간의 허당기질이 엿보이는 타쿠, 두 사람의 89일 태국살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들의 로망이 치앙마이에서 잘 이루어지는 걸
    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여행책, 실제 외국살이의 실용팁이라면
    "마이 싸이 팍치."(고수는 빼달라는 뜻), 집구하기의 요령 등이 간단하게
    담겨있던 정도, 이 책은 여행가이드 책이 아닌 치앙마이 살이를 엿본
    기발하고 재미있는 그림일기였어요.

     

     

    여행과 머무름 사이
    다 보고 다 먹어봐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그래서 순간적 감탄이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아닌 일상의 소소함이 담겨있는 치앙마이 살이의 묘한 매력이
    오히려 맛집정보와 관광정보로 똘똘 뭉친 여행가이드보다 더 치앙마이의 매력이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더불어 떠남에 대한 용기도...
    누군가 여행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은 발견이 아니라 재발견이라고 했던가요.
    왜 치앙마이였냐고 묻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타쿠가 걸려버린
    오라오라병의 원인을 왠지 공감하고 말았네요.
    여행은 어떤 목적이든 어떤 계기든 일단 떠나고 볼 일 인 것 같습니다.

     

    p.15 이렇게 답이 명쾌하지 않을 때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 어떤 마음으로 지금을 돌아보게 될 것 같아?" 하고 상상해보는 것.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기회가 생겼을 때 갔어야지!"미래의 내가 지금 나를
    본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았다.

     

    p283 "용기내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경험. 떠나오기를 잘 했다."

     

    율리의 비장의카드는 물론 타쿠의 진심어린 말에서 생애 첫 해외여행을 앞둔,
    그것도 낯선 이들과의 동행을 앞두고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나에게도
    두 사람의 여행기가 좀 더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 같습니다.

    p.249 "태국에는 사바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좋음','평안'이라는 뜻으로, 태국 사람들의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표현이에요."

     

    p.207 "무엇보다 '언제든 피하려면 피랗 수 있다'는 선택지를 가지는 것만으로
    신기하게도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몇 달이 아니더라도, 몇 일,
    어쩌면 단 몇 분만이라도, 가끔은 싫어하는 걸 피해가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
    따뜻한 여름 나라에서 나는,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채로
    흐리고 추울 다음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 배율, 전유탁 : 천천히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 배율, 전유탁

    : 천천히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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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준비할 때에 가장 설레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여행계획을 짜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해외여행의 경우,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국내 여행보다 쉽게 떠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특히 해외여행 계획을 짜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 내게 주어진 한정적인 시간과 경비로 일명 '가성비 좋은' 여행을 다녀와야지만 마음이 편안했다. '이곳까지 가는데...' 라는 생각에 나는 쉴 새 없이 일정들을 밀어 넣었다.

    그렇게 세운 나의 계획이 잘 실행됐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인생이 아무리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라 할 지라도, 여행까지 왔는데 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하지만 야속하게도 여행지에 도착하면 일정을 짤 당시에는 몰랐던 변수들이 항상 존재했고,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언제나 초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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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한 게 좋았다. 낯선 곳에서 헤매고 있는 내가 되기 싫었다. 그건 왠지 간지(?)가 안 사니까. 그래서 완벽한 일정 세우기에 매달렸다. 낯선 곳에서 혹여라도 바가지를 쓸까 봐, 길을 잃을 까봐 핸드폰 화면만 바라봤다. 여행지에서는 미리 검색해온 '유명한 커피집'에서 시그니처 커피를 30분 만에 마시고 나왔고, 다음 일정을 향해 쉼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당시엔 계획 한 번 잘 지켰다- 하고 뿌듯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여행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 먹었던 음식들이 휴대폰 사진첩에 남아 기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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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좋았다', '멋졌다'고 하는 확실한 것들만 좇던 건, 좋은 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이고 지내다보니 우연히 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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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계획 강박증이 있는 나에게 필요한 여행은 아마도 율리와 타쿠가 떠난 89일 간의 치앙마이 살이는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여행은 순전히 "치앙마이 가볼래?" 라는 타쿠의 예고없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질문에 나는 과연 무슨 대답을 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간 차앙마이에서도 아마 나는 한껏 속도를 내어 걷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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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머무는 곳, 이곳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박증을 만들어 냈다. 사실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깨달을 때가 더 많은데 말이다. 어둠이 내려앉던 어느 길거리에서 친구와 함께 들어갔던 이름 모를 식당이 내게 그랬다. 생각보다 복잡한 길거리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고, 배가 고팠던 우리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계획에는 없던 일정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미리 찾아봤던 별점이 다섯 개느니 했던 이전 음식점들 보다 훨씬 맛있고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아니 딱히 계획을 짜지 않더라도 여행지가 가지고 있는 냄새를 느끼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건 나의 마음에 달린 것. 천천히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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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o:p>

    이런 곳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건 어떤 느낌일까.

    보이지 않는 불편이나 고민도 있을테지만 그런 세상 어디를 가든지 똑같은 걸.

    어디에서 지내든 마음의 문제. 자주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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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과 관련한 문구 중에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특별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네잎클로버라는 행운을 찾기 위해서 곁에 있는 수많은 세 잎 클로버(행복)를 밟아버린다는 말.

    율리와 타쿠의 89일 간의 치앙마이 살이. 여행이라는 말보다는 살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다던 율리의 이야기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느끼게 되었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 그건 아마도 낯선 곳에서 발견한 일상의 소중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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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o:p>

    생각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용기내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경험.

    떠나오기를 잘했다.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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