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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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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5
ISBN-10 : 8954605222
ISBN-13 : 9788954605229
체실 비치에서 [양장] 중고
저자 이언 매큐언 | 역자 우달임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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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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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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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이 전하는 성과 사랑의 이야기!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장편소설.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젊은 신혼부부의 성과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밀도 깊게 그려내고 있다. 프리섹스와 록음악,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세계를 휩쓴 해방의 시대를 바로 목전에 둔 시절, 자유로워지길 갈망하지만 아직 보수적인 의식을 벗어던지지 못한 젊은 남녀가 첫날밤에 직면한 성과 사랑의 이야기가 덤덤하게 펼쳐진다.

1962년 초여름, 런던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청년 에드워드 메이휴와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현악오중주단의 수석 연주자인 플로렌스 폰팅이 결혼식을 올린다. 이십대 초반의 사랑스러운 젊은 커플은 안개가 온통 해변을 휘감은 따뜻한 칠월의 어느 날, 체실 비치의 외딴 호텔로 신혼여행을 온다. 첫날밤을 앞둔 두 사람은 각자 고민에 시달리게 되는데…. [양장본]

저자소개

저자 : 이언 매큐언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948년 영국 서리 지방 알더샷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와 독일, 리비아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1970년 서식스대학교 영문학부를 졸업한 후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소설가 맬컴 브래드버리의 지도하에 소설 창작을 공부했다. 1975년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데뷔했고, 이 책으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다. 1998년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을 받았고 이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속죄』로 LA 타임스 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2007년 이 작품을 원작으로 조 라이트 연출, 키라 나이틀리 주연 영화 〈어톤먼트〉가 개봉되어 큰 사랑을 받았고 골든글로브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2016년 자궁 속 태아를 화자로 『햄릿』을 재해석한 『넛셸』이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의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었으며, 가디언과 타임스, 데일리 텔레그래프, 오프라닷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NPR 등 여러 매체로부터 그해 최고의 책으로 꼽혔다. 2010년 발표한 『솔라』는 환경단체 케이프 페어월의 초청으로 여러 예술가, 과학자와 북극해의 스발바르를 견학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오랫동안 고심한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발전시킨 소설이다. 한물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우여곡절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 작품으로 매년 최고의 코미디 소설에 수여하는 볼렝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 상을 받았다. 그밖의 작품으로 『시멘트 가든』 『이노센트』 『검은 개들』 『체실 비치에서』 『토요일』 『스위트 투스』 『칠드런 액트』 등이 있다. 2000년 영국 왕실로부터 커맨더 작위를 받았고, 2011년 예루살렘 상을 수상했다.

역자 : 우달임
옮긴이 우달임은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사랑의 기초_한 남자』『빵과 장미』『사라예보의 첼리스트』『아주 작은 시작이란 없다』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제1장_009
제2장_048
제3장_096
제4장_132
제5장_163

책 속으로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며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바로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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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며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바로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본문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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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톤먼트》의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또다른 대표작!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타임스》 선정 2007년 올해의 책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가 영화 개봉을 기념해 새로운 표지 디자인으로 선보인다. 『속죄』를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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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톤먼트》의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또다른 대표작!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타임스》 선정 2007년 올해의 책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가 영화 개봉을 기념해 새로운 표지 디자인으로 선보인다. 『속죄』를 영화화한 《어톤먼트》 이후 이언 매큐언과 10년 만에 재회한 시얼샤 로넌, 《덩케르크》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존재감을 각인한 빌리 하울이 영화 속 두 연인을 맡았고, 이들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이번 리커버 특별판은 2018년 9월부터 한정 수량 판매된다.

독자에게도 사랑받지만, 특히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가가 있다. 이언 매큐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존 업다이크, 필립 풀먼,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 해외 작가들뿐만 아니라 김영하, 김애란, 김연수 같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작가. 그의 작품은 평단으로부터 일관된 지지를 받는 동시에, 발표하는 족족 베스트셀러가 된다. 필립 풀먼이 표현한 대로, 이제 영문학에서 그 정도 무게의 작가는 “손꼽아봐야 한두 명”이다.
또한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된 독자들은 대부분 그의 작품을 모두 탐독하는 전작주의자가 된다(그리하여 국내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던 작품들도 이제는 편집자들과 독자들의 의지로 재출간되고 있다). 2007년 발표되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동시에 부커 상 후보가 되었던 『체실 비치에서』는 이언 매큐언을 ‘시작하고자’ 하는 독자들이나 그의 후속작을 애타게 기다려온 독자 모두를 충족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젊은 신혼부부의 성과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밀도 깊게 그려낸 이 러브스토리는 매큐언 작품의 모든 특징을 가장 압축적이고 깊게 드러낸 백미다.

소설가들의 소설가, 작가 중의 작가

특이한 소재를 특이하게 쓰는 작가가 있고, 흔한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가 있다고 할 때, 초기의 이언 매큐언은 분명 전자에 해당하는 작가였다. 『첫사랑, 마지막 의식』 『시멘트 가든』 『이런 사랑』 등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발표된 그의 소설은 근친상간, 폭력, 일탈과 소외 등의 다소 무겁고 부담스러운 소재를 단절적이고 난해한 서술 방식을 통해 드러냈고, 그런 까닭에 그의 별명은 한동안 ‘피투성이 이언(ian macabre)’이었다. 그런 그의 스타일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에게 부커 상을 안겨준 『암스테르담』에서부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스타일은 ‘죄의식과 속죄’라는 문학이 다루어온 가장 무난한 주제를 가지고 승부한 『속죄』로 안착했다. 인물의 의식을 페이지 위에 바로 투사해낸 듯한 심리묘사의 그 믿을 수 없는 밀도, 시간과 공간의 결을 느끼게 하는 묘사력, 아무리 냉담한 독자라도 기어이 눈물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진심 어린 반전이 펼쳐졌다. 바로 전 작품인 『암스테르담』으로 이미 부커 상을 수상한 뒤라서 『속죄』는 후보에 그쳤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분개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이미 『속죄』는 영문학의 고전이었다. 그리고 이언 매큐언이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속죄』가 화려하고도 정교한 교향곡이었다면, 『체실 비치에서』는 심플한 현악 소나타와도 같다. 『속죄』에서 보여준 그 놀라운 묘사와 호흡이 긴 장문의 문체는 최대한 단순해졌고 이야기 구조는 지극히 간단하다. 프리섹스와 록음악,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세계를 휩쓴 해방의 시대를 바로 목전에 둔 시절, 자유로워지길 갈망하지만 아직 보수적인 의식을 벗어던지지 못한 젊은 남녀가 첫날밤에 직면한 성과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어찌 보면 너무나 흔하고 쉬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심한 듯 흘러간 과거의 한 장면, 전형적인 듯 보이기도 하는 한 줄 한 줄의 덤덤한 서술은 이야기가 차근히 직조되어가며 작품 전체의 무늬가 드러나는 순간, 독자의 마음을 아찔하게 뒤흔든다. 의미를 구축하고 플롯의 요소를 적재적소에 품위 있게 배치하는 작가의 손길은 장인의 그것이다. 그리고 그 고전적 터치가 주는 여운과 떨림은 길고도 길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해변과 귓가에 맴도는 모차르트 현악오중주
단 한 번 사랑하고 평생을 그리워한 젊은 연인들의 슬픈 운명……

“그들은 젊고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둘 다 첫날밤인 지금까지 순결을 지키고 있었다.
물론 요즘에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시절은 성문제를 화제에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던 때였다.”

1962년 초여름, 런던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청년 에드워드 메이휴와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현악사중주단의 수석 연주자인 플로렌스 폰팅이 결혼식을 올린다. 이십대 초반의 사랑스러운 젊은 커플은 안개가 온통 해변을 휘감은 따뜻한 칠월의 어느 날, 체실 비치의 외딴 호텔로 신혼여행을 온다.

첫날밤을 앞둔 두 사람은 각자 고민에 시달린다. 에드워드는 첫 섹스에서 아내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한다. 극히 새신랑다운 순진한 고민이다. 플로렌스의 고민은 그보다 훨씬 무겁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섹스 자체를 혐오한다. 침대로 다가갈 시간은 다가오고, 젊은 커플은 각자의 욕망과 두려움이 시키는 대로 밀고 당기기를 시작한다.

플로렌스는 자신의 고민과 두려움을 에드워드에게 감추기 위해 섹스에 대한 혐오를 애써 숨기려 하고, 에드워드는 그런 그녀의 고민을 꿈에도 알지 못한 채 일을 서두른다. 결국,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그들은 실패한다. 신부는 혐오를 이기지 못해 첫날밤의 잠자리를 뛰쳐나가고, 신랑은 그런 그녀의 반응과, 뒤이어 그녀가 제안한 자기희생적인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그녀와 결별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시간은 흘러간다. 성의 자유가 도래하고, 개인주의가 팽창하는 사회를 살면서 에드워드는 이따금 그녀의 제안을 뒤늦게 떠올린다. 사랑 빼고 모두 가진 그의 삶은 무미건조하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는 단 일 분도, 반 페이지도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는 알지 못한다. 그녀가 내내 그를 그리워했음을, 그들의 자그만 약속을 결코 잊지 못했음을. 그리고 생은 그렇게 마감된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본문 197쪽)

당신이 가지 않았던 길
그 끝에 사랑이 있었습니다……

마치 품격 있는 단막극의 내레이션처럼, 이야기 전반을 이끌어가는 작가의 목소리는 극히 담담하고 객관적이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약함과 그것으로 빚어진 슬픈 운명. 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은 이언 매큐언의 오랜 주제다. 이차 대전, 동서로 나뉜 베를린을 배경으로 스릴러 소설의 긴장감과 아스라한 노스탤지어를 동시에 펼친 『이노센트』나 영문학의 오랜 전통인 심리소설의 절정을 보여준 『속죄』에서 일관되게 탐구해온 이 모티프는 비로소 이 작품 『체실 비치에서』에서 장인적인 솜씨로 완결된다.
젊은 시절, 도전적인 주제와 실험적인 스타일로 주목을 끌었던 소설가 이언 매큐언은 이제 헤아릴 수 없는 깊이로 고전적인 주제를 통찰하는,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최상의 예술가는 결코 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의무를 잊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매큐언은 다음 작품을 진심으로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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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ϻ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소설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

    ϻ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소설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은 이유는 "그때는 갈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끝나는 사랑이 있다. 보통 사랑에 서툴렀을 때,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했을 때 사랑은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끝이 난다. 첫사랑이 완숙한 사랑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풋풋 설익은 채 끝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최근 이승우 장편 소설 『생의 이면』을 읽었다. 그 소설 속 남녀 주인공도 그랬다. 사랑에 서툴렀고, 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서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행동하고, 말을 하고 끝내 헤어졌다. 그 소설을 읽으며, 『체실 비치에서』가 떠올랐다. 이 소설은 사랑에 서툴렀고, 진짜 나의 모습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던 두 남녀의 이야기가 묘하게 닮아서, 떠올랐다.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가장 아프고 약한 점을 찔리면 상대를 향한 배려보다 '나'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할 만큼 뜨거웠고 서툴렀던 어린 연인의 이야기는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끝나는 사랑"을 생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당신이 가지 않았던 길 그 끝에 사랑이 있었습니다."라는 카피 문구처럼. 두 사람이 함께 걸을 수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사랑하는 연인과 드디어 결혼을 했고, 기다리고 기대했던 첫날밤이 다가왔다. 혼전순결을 지키려고 했던 연인의 뜻을 존중해 기다렸던 그에게 오늘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슴 설레는 밤이었다. 옥스퍼드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도싯 해안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가에 자리한 호텔에 신부와 함께 온 그는 둘만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 그의 신부는 성관계에 혐오감을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성관계만큼은 할 수가 없었다. 혼전순결을 지키기 위함보다 그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차마 할 수 없어 미루어왔을 뿐이다. 자신을 위해서 계속해서 기다려주었을 그를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참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견딜 수 없었던 신부는 신랑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한다. 결혼한 첫날밤에.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에게 미안함에 말한다. 나는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과 해도 괜찮다고. 이 말을 들은 남편은 큰 상처를 받는다. 굴욕감과 모욕감을 동시에 느낀 그는, 끝내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그녀에게 이별을 고한 후 그날로 헤어지고 만다. 미안함이 컸던 아내는 그를 잡지 못한다. 사랑하지만 사랑만으로 어찌할 수 없다고 여긴 두 사람은 각자 그날은 상처에 또 다른 상처까지 더해진 날이 되었고, 그 모든 걸 각자가 끌어안기로 한 후, 헤어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던 비밀. 그와 그녀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가 아내의 말에 몹시 굴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그의 가정사와 그녀가 남편과 성관계를 피할 수밖에 없었던 유년시절 트라우마가. 하지만 그 비밀을 서로에게 말할 수 없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솔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헤어진다. 내 감정에 앞서 분노하거나 체념한 채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상대를 생각하며 나누는 대화를 한 번도 나누지 못한 채 말이다. 하지만 그때 두 사람에게는 그 선택지 말고는 어떤 선택지도 없어 보였다. 서로 맞지 않는 상대라는 건 하나뿐인 정답처럼 보였고, 그 외에 다른 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5페이지는, 한참이 지난 뒤 다른 답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녀에게 괜찮다며 아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정말 많다는 따뜻한 한마디를 했다면 인생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곱씹는 장면에서 그는 그 때 보지 못했던 길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때 어린 그에게 그런 따뜻한 말 한마디란 보이지 않았고, 어린 그녀에게 자신의 과거는 연인에게 솔직하게 말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니 그때 두 사람에게 다른 길을 걷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 두 사람은 너무 어렸고, 서툴렀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두 남녀 주인공의 나이가 20대가 아닌 30대로 설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삶의 기회를 가졌을 것이고,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을까.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는 단조로운 소설이다. 그 단조로움을 견디게 만드는 건, 내 눈앞에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만큼 섬세하게 묘사한 문장들 덕분이다. 문장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슬프고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문장의 길이도 길고, 다양한 묘사는 마치 꾸밈음처럼 소설의 선율을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었다. 감정의 움직임에 따라,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듯한 글은 장면 장면을 부드럽게 만들어내고 또 뒤로 내보내며 소설을 완성하고 있었다.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감독이 되어 영화 한 편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었다. 이언 매큐언의 또 다른 소설 『속죄』는 물 없이 고구마를 100개쯤 먹는 답답함을 안겨주었다면. 이 소설은 그런 답답함 대신 씁쓸함을 주었다. 그리고 그 씁쓸함은 지나온 내 삶의 궤적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에서 온 감정이었다. 슬그머니 떠오르는 기억에 씁쓸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에드워드와 달리 조금 더 어렸을 때 『체실 비치에서』를 읽으며 조금 일찍 이 인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데 있다.
    순간의 감정에 빠져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성급함을 막아줄 제동장치 같은 소설이었다. 『체실 비치에서』는.

    ϻ

  • 마음이 어두워진다. | ss**um | 2015.12.02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눈을 뜨니 방이 캄캄했다. 날씨가 흐린가 보다 하고 창문을 여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왠지 모를...
    눈을 뜨니 방이 캄캄했다. 날씨가 흐린가 보다 하고 창문을 여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왠지 모를 착찹함을 가져온다. 하루가 더 길 것이라는 무언의 예감 때문이다.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며, 오늘 쓸 리뷰 책을 골랐다. <체실 비치에서>를 집어 들다, 책 내용이 떠올라 손길이 무거워지고 말았다. 책 겉표지를 한참을 바라봐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우울함이 그득했던 책. 내가 접해 있는 세계와 결코 엮고 싶지 않았고,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고 싶었다.

     

      일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결혼. 서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쁨에 넘쳐야 할 둘 만의 결혼 첫 날. 에드워드와 플레렌스에게는 가장 최악의 날로 기억되고 말았다. 도무지 문제가 뭐냐고 말하기에 애매모호한 그들의 하루.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책의 시작은 그들이 결혼을 해서 묵게될 호텔에서부터 시작한다. 저녁 식사를 하며 일련의 회상들로 이루어져 있는 시작은 평탄해 보였을지 몰라도, 왠지 모를 불안이 서려 있었다. 어느 젊은이들의 인생의 전환점을 지켜본다는 것으로는 대답이 될 수 없는 불안감. 그런 불안감은 조금씩 드러나고 축약되어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터졌을 때는, 씁쓸하고 우울할 뿐이었다. 안타까움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지고 있었던 답답함이 조금 가라 앉는 정도였을 뿐, 마음이 한없이 시려지고 있었다.

     

      그들은 결혼 첫날에 헤어졌다. 최고의 순간인 동시에, 최악의 순간을 모두 맞이한 날이었다. 무엇 때문에? 과연 무엇 때문에 그들은 헤어졌던 것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이유는 간단했다. 첫날 밤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서로 사랑 했지만, 감정 표현 방식과 원하는 것이 달랐다. 그렇게 간단하다면, 한낱 에피소드로 치부해 버리고 어깨를 으쓱하며 지나쳐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갈수록 꼬여만 가는 각자의 단상들이 숨막혔다. 그럴꺼면 왜 결혼을 했냐는 악다구니는 통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지금처럼 남녀의 관계가 자유분방하지 못한 시대적 배경이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서로의 생각을 서슴없이 털어놓지 못한 것까지 배경 탓을 하고 싶지 않다. 일부러 상처를 주며 결별을 해놓곤, 서로를 그리워 하는 것까지 철저히 모르게 살아간 두 사람 앞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했다. 아름답다, 가슴아프다, 안타깝다라는 수식어는 내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음에도 행하지 않는 그들이 매정하다고 생각한다. 감정만으로, 생각만으로 되는 것이 사랑이 아님을 알지만, 그렇기에 더 답답함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나를 뒤로한 채, 저자는 비교적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 담담함을 지켜 보는 것 조차 맘에 들지 않았던 그들의 사랑, 처지. 어쩌면 자신은 담담하게 지켜보는 척 하면서, 뛰어난 정밀 묘사로 인해 독자들에게 감정이입을 모두 시켜버린 건지도 모른다. 지켜보는 입장에 익숙한 나같은 독자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감정이 들어올때면, 흥분하고, 우울해하고,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꼈으니 말이다. 서로가 갖고 있는 생각들의 상반됨과, 성장 배경의 다름들이 때로는 서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서 그들이 당면한 현실을 비켜갈 수 없었다. 첫날 밤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신랑은 순수한 걱정을 하고 있는 반면, 신부는 남녀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 현실이 어떠한 이야기를 만나더라도 잊혀질 수 없게 했다. 그들의 사랑이 순탄하지 않음을 예감하면서도, 결말로 가고 싶지 않고, 멈추고 싶지도 않은 복잡한 심정이었다.

     

      나의 복잡한 심정은 에드워드와 플로렌스가 느낀 감정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그 감정을 내게 이입시켜 버렸고, 나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그들의 첫 날밤과, 내면적인 이유를 설명해 가기 위해 꿰어맞춰진 이야기 속에서도 기운을 찾지 못했다. 그들이 헤어졌다는 사실이, 서로를 그리워 하는 것을 서로가 모른다는 사실보다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아프게 이별했고, 그 이후에는 더 아픈 사랑을 하며 삶의 환희를 만끽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허무감이야말로 삶에서 의지를 떨어트리는 치명적인 경험이다. 모든 이야기를 마쳤을 때는 세월이 허무할 정도로 많이 흐른 뒤였다. 그 뒤의 인생은 너무나 간결하게 드러나 있었기에 씁쓸한 감정에 짐을 더 드리울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이 재결합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화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깊은 대화를 하지 못한 그들에게 질타를 하고 있고, 용기를 내어 다가가지 못한 행위에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때문일까. 나는 왜 이렇게 책 내용이 우울하다면서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까. 대리만족을 얻으려 했던 사랑의 달콤함에서 쓴맛을 맛보았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그들이 신혼여행을 떠난 체실 비치에서의 기억이, 서로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데서 오는 처절함 때문이다. 플로렌스가 흐릿한 점이 될 때까지 사라져 가느 모습을 지켜보던 에드워드. 에드워드를 남겨 두고 뒤 돌아 보지 않고 자갈길을 걸어 갔던 플로렌스. 그때부터 이미 그들은 체실 비치에서 무언가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것은 서로가 좀 더 따뜻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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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실 비치에서 | co**2890 | 2015.06.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로 다시 돌아와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된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보이는 길을 따라 떠나는 여인의 ...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로 다시 돌아와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된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보이는 길을 따라 떠나는 여인의 뒷모습이 아련하다. <속죄>의 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는 이제 막 결혼한 에드워드와 플로렌스가 체실 비치로 신혼여행을 불과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 때문에 어긋나 버린 사랑의 이야기다. 1960년대 영국의 잘 배운 두 남녀가 사랑에 빠졌고, 그들은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며 신혼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서로에게 말하기 힘든 고민이 있다.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에 대한 뜨거운 육체적 욕망을 느끼지만, 연애의 긴 과정 동안 플로렌스가 고귀한 모습을 보이며 신체적인 접촉에 대해 거부 의사를 보임으로써 자신 또한 순결을 유지하고 있다가 결혼 첫날밤 의식을 치르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신도 처음 겪어야 하는 일이라 두려움을 갖고 있다. 반면 플로렌스는 에드워드의 접근이 두렵고 심지어 구역질이 나기까지 한다. 하지만 막상 에드워드의 손길은 더 많은 것을 갈구하게 한다. 그러나 그런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작가는 이들의 문제가 비단 개인의 의식의 문제만은 아님을 말하고 있다.


    피로연은 성대했고 시간도 어지간히 연장되었던 터라 그들은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러니 음식을 포기하고 와인을 병째 든 채 해변으로 뛰어내려가 신발을 벗어던지며 해방의 기쁨을 만끽할 수도 있었다. 이론적으론 그랬다. 호텔에서 그런 그들을 막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제 성인이고 신혼여행 중이니까 뭘 하든 자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그들을 붙들었다. 에드워드와 플로렌스가 단둘이 있을 때조차도 여전히 수천 가지의 비공식적인 관습들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들은 성인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준비한 식사를 먹지도 않고 가버리는 철딱서니 없는 행동은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저녁식사 시간이었고, 철이 없으면 존경받지 못하며, 그런 사람이 드물기도 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시대가 원하는 도덕을 가지려고 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그런 주인공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는 일, 그리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은 너무도 힘든 일일 것이다. 그렇게 어긋난 그들의 인연을 에드워드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본다. 그때 그녀를 잡았더라면, 그녀를 소리쳐 불렀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물론 이제 그는 그녀의 자기희생적인 제안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삶의 기회를 가졌을 것이고,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을까.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 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힘겹게 자갈밭을 헤쳐나가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작은 파도들이 부서지는 소리에 묻히고, 그녀의 모습이 창백한 여명 속에서 빛나는 쭉 뻗은 광활한 자갈밭 길의 흐릿한 한 점으로 사라져갈 때까지.


    ​나중에야 이해가 되는 말과 행동과 상황들. 우리가 그런 이해를 그때 할 수는 없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달라져버린 삶. 그렇다면 무언가를 했더라면 우리가 원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에드워드가 체실 비치에서 플로렌스를 큰 소리로 불러 그녀를 붙잡았더라면 그들은 오해를 풀고 사랑과 이해의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그의 목소리가 구원의 목소리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니 어쩌면 더 깊은 오해의 늪으로 빠져버려 혐오의 감정이 더 생겨버렸다면 어땠을까?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사랑이 어긋나버린 것, 나중에 그 사랑이 문득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어쩌면 그 뒤에 만난 사랑이 그들의 사랑을 뛰어넘지 못할 그저 그런 만남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름답게 끝났을지도 모르는 사랑은 아쉽게도 더 안타까운 후회를 남기니까.

  • 가슴으로 읽는 소설 | su**ell | 2014.12.07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겨울에 느끼는 고독감은 그 속의 옅은 감미로움으로 인해 자기 도취에 이르는 실핏줄처럼 가는 숨구멍이 돼주곤 한다. 며칠 전 내...

    겨울에 느끼는 고독감은 그 속의 옅은 감미로움으로 인해 자기 도취에 이르는 실핏줄처럼 가는 숨구멍이 돼주곤 한다. 며칠 전 내려 녹다 만 잔설과 알싸한 추위가 마치 잘 조합된 피아노 협주곡처럼 겨울의 풍미를 더하는 휴일 아침에 나는 이언 매큐언의 소설 <체실 비치에서>를 읽었다. 작가의 섬세한 필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먼 이국의 어느 바닷가로 나를 안내한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은 어느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게 없지만 나는 유독 <체실 비치에서>를 좋아한다. 그것은 마치 내 젊은 시절의 벌거벗은 열정을, 인내와 절제로 갈무리되지 않았던 무모함의 실체를, 부풀 대로 부풀었던 자존심의 상흔을 하나하나 훑어내는 것만 같다. 솜이불 속에 박제된 여름날의 더위를 반추하는 것처럼. 나는 칼에 베인 듯 아팠을 젊은 시절의 사랑을, 그리고 실체가 없이 사라진 그 시간의 그림자를 하릴없이 좇고 있다.

     

    소설은 스물두 살 동갑내기 신혼부부의 첫날밤을 매듭 삼아 이들 삶의 앞과 뒤를 조명한다. 로큰롤을 좋아하는 런던대 역사학도 에드워드와 현악 사중주단을 열정적으로 이끄는 왕립음악대학 학생 플로렌스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만큼이나 다르지만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에드워드는 뇌손상을 입어 정신착란에 빠진 어머니와 쌍둥이 여동생, 그리고 집안일과 직장일에 지쳐 있던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네 살에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어머니가 보통의 어머니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에드워드는 대학에 진학하여 집을 떠날 결심을 굳히고 공부에만 매진한다. 언제나 손님처럼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반면에 플로렌스는 성공한 사업가인 아버지와 대학교수 어머니를 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났다. 체면과 격식을 중시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플로렌스.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섹스 자체를 혐오한다. 상반된 환경에서 자라난 두 남녀는 각자 다른 이유로 서로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결혼에 이르지만 막상 신혼 첫날밤에 대한 두려움은 둘 사이에 묘한 기류를 형성한다.

     

    칠월 중순의 어느 날 그들은 체실 비치의 외딴 호텔에 있다. 남편과 아내의 자격으로. 소설은 그렇게 시작된다. 일 년여의 연애 기간 동안 깊은 관게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이 불만이었던 에드워드는 결혼이 “교구 목사의 축복까지 받은 음탕하고 유쾌한 벌거벗은 자유”라고 생각했지만, 플로렌스에게는 하나를 허락하면 또 다른 욕망을 갈구하는, 지속적인 압박 속에 가해지는 “끝없는 갈취”로만 여겨졌다.

     

    소설은 두 사람의 감정 선을 따라 진행된다. 마치 세심한 연주자의 깊고 정확한 연주처럼. 소설의 무게중심은 에드워드보다는 플로렌스에게 있는 듯한데 여성의 심리를 어찌나 잘 묘사했던지 작가가 혹 여성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세밀하다. 섹스를 혐오하면서도 아내로서의 의무를 다하려 했던 플로렌스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 채 에드워드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반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며 첫날밤만을 기다려왔던 에드워드는 아내와의 결합을 서두르다 결국 삽입도 하지 못한 채 플로렌스의 배 위에 사정을 하고 만다. 그 기분 나쁜 경험을 끔찍하게 생각했던 플로렌스는 에드워드를 방에 남겨둔 채 뛰쳐 나간다. 그리고 플로렌스의 행동을 지켜본 에드워드는 오히려 자신이 모독을 당했다고 느낀다.

     

    이러한 과정의 심리 변화를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플로렌스를 찾아 나선 에드워드와 그를 피해 달아났던 플로렌스의 재회 장면이었다. 플로렌스는 자신의 감정과는 반대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마치 우리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서 퉁명스런 말투로 응대하는 것처럼. 자신의 불안 심리를 낮추기 위해, 또는 자신의 동기를 숨기기 위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욕구나 감정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심리학의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을 작가는 아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해변에서 등을 돌리고 떠나는 자신을 붙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려면서 그녀는 에드워드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그녀는 가방을 싸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그들은 결국 파경을 맞는다.

     

    "그의 분노가 그녀 자신의 분노를 일깨웠고, 그녀는 갑자기 그들의 문제가 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너무 예의발랐고, 너무 경직됐고, 너무 소심했고, 까치발을 든 채 서로의 주위를 빙빙 돌며 중얼거리고 속삭이고 부탁하고 동의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고 그럴 수도 없었다. 침묵에 가까운, 사교적인 배려라는 담요가 그들을 결속하는 만큼이나 그들의 차이를 덮어버리고 그들의 눈을 멀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제나저제나 의견 차이가 날까봐 두려워했고, 이제 그의 분노가 그녀를 그런 두려움에서 해방시키고 있었다." (p.174~p.175)

     

    플로렌스와 헤어진 에드워드는 백발의 통통한 노인네가 될 때까지 “반쯤 잠든 상태”에서 살다가, 그제서야 그들 사이에 필요했던 게 ‘사랑과 인내’였음을 깨닫는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성인이 된 에드워드와 어렸을 때의 나쁜 기억을 품은 채 체면과 격식을 따지는 엄격한 환경에서 자의식 강한 여성으로 성장한 플로렌스는 어쩌면 자신이 갖지 못한 모습을 서로에게서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의 결합은 로큰롤과 클래식의 결합만큼이나 어려웠던 것이었을 게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p.197)

     

    나는 지난 여름의 달뜬 열기가 생각날 때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 <체실 비치에서>를 떠올리곤 한다. 인내가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대지에 내리 쬐던 뜨거운 열기도 이 겨울의 추위 속에서는 한낱 한줌의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체실 비치의 자글거리는 몽돌 소리와 함께 환청처럼 되새기고 있다. 한겨울에 읽는 <체실 비치에서>.

  • '체실비치'는 남녀 주인공의 신혼여행지다. (저자는 남자지만) 결혼, 초야에 대한 여자와 남자의 긴장감, 두려움과 공포를 아...
    '체실비치'는 남녀 주인공의 신혼여행지다.
    (저자는 남자지만) 결혼, 초야에 대한 여자와 남자의 긴장감, 두려움과 공포를 아주 세밀하게 표현해 냈다.
     
    여자들은 결혼에 대한 아니 이성이 결정되어지는 순간에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다.
     
         자신이 성급했다고, 뭔가 중요한 것을 포기했다고, 사실은 자기 것이 아닌 뭔가를 줘버린 듯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 p75
     
    남자들은 이걸 읽으면서 여자들이 사이코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많은 여자들이 공감할 거다.
     
     
    왜 그럴까?  혹시 연애 경험 부족으로?
    아닐거다.
    100번을 연애해도, 100번 다 불안해 할 것 같다.
    이런 불안 심리가 여자들의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반응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의  인생에서 남자의 영향력은 그만큼 절대적에 가깝기 때문 아닐까? 
    남자도 마찬가지려나? 그래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 제목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좀 포커스가 벗어난 느낌 -_-;;;)
    배우자가 결정되는 순간,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아닌,  정해진 철도 위를 달리는 기차가 되는 느낌 같은 거?
     
    아무튼, 초야(첫날밤)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여자와 남자가 대면한 두려움과 공포는 서로 다르다.
    이부분이 정말 재미있었다. 
    동상이感이라고 해야할까?
     
    한가지 궁금한 것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초야의 두려움과 공포를 잘 극복하면 파경을 피하고,  아름답고 진정한 사랑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알쏭달쏭~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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