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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1부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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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쪽 | B6
ISBN-10 : 8960532436
ISBN-13 : 9788960532434
토지. 3(1부 3권) [양장] 중고
저자 박경리 |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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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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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잘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새 책이 왔어요.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amus19*** 2020.03.27
97 good very good 5점 만점에 5점 yoonj*** 2020.03.06
96 새책인듯한데 보관이 잘못되어 구김이 많네요. 그래도 만족합니다. 5점 만점에 4점 enoch*** 2020.02.03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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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경리의 생생한 육성이 살아 있는 결정판!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제3권. 출간 이후 43년 동안 연재와 출판을 거듭하며 와전되거나 훼손되었던 작가의 원래 의도를 복원한 판본이다. 토지 편찬위원회가 2002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정본작업을 진행한 정황을 토대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본은 ‘연재본’이라는 작가의 평소 주장을 반영해 연재본을 저본으로 했다. 1969년에서 1994년까지 26년 동안 집필되었으며,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작품은 소설로 쓴 한국근대사라 할 수 있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평사리의 대지주인 최참판댁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한 많은 역사가 폭넓게 펼쳐진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반세기에 걸친 장대한 서사, 참다운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등이 돋보인다. (1부 3권)

저자소개

저자 : 박경리
저자 박경리는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 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 (1959), 『김약국의 딸들』 (1962)을 비롯하여 『파시』 (1964), 『시장과 전장』 (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 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 에 연재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수필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등과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문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았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용재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토지문화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칠레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수여받았다. 2008년 5월 5일 타계하였으며 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

목차

제 3 편 종말과 발아(發芽)
11장 구제된 영혼
12장 달구지를 타고 오는 소년
13장 개나리를 꺾어 들고
14장 사양(斜陽)의 만가(輓歌)
15장 돌아온 임이네
16장 이부사댁 도령
17장 서희의 출타
18장 습격
19장 욕정의 제물
20장 김서방댁
21장 바닥 모를 늪

제 4 편 역병과 흉년
1장 서울서 온 손님들
2장 발병
3장 사형(私刑)
4장 골목마다 사신(死神)이
5장 생과 사
6장 버선등에 기는 햇살
7장 주막에서 만난 늙은이
8장 귀향
9장 여론
10장 뜬구름 같은 행복
11장 우관(牛觀)의 하산
12장 소동(騷動)
13장 흉년
14장 산송장
15장 동무, 까마귀야

책 속으로

어쩌면 귀녀의 생애가 끝나는 날 강포수의 생애도 끝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함께 죽으리라는 뜻이 아니다. 귀녀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의 강포수 인생과는 같을 수 없는, 다른 것으로 변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 강포수는 귀녀와 더불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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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귀녀의 생애가 끝나는 날 강포수의 생애도 끝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함께 죽으리라는 뜻이 아니다. 귀녀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의 강포수 인생과는 같을 수 없는, 다른 것으로 변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 강포수는 귀녀와 더불어 있다. 옥중과 옥 밖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엄연한 법의 거리요 지척이면서 가장 먼 그들, 서로가 서로를 보고 느낄 뿐이지만 그러나 강포수는 일찍이 귀녀가 이같이 자신 가까이 있는 것을 느낀 적이 없다. 가랑잎 더미 위에 쓰러뜨렸을 적에도 귀녀는 강포수에게 멀고 먼 존재였었다.
강포수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그것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주받은 악녀이건 축복받은 선녀이건 그것도 강포수하고는 관계가 없었다. 다만 거기 그 여자가 있다는 것과 그 여자를 위해 서러워해줄 단 한 사람으로서 자기가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1부 3편-

“어, 어쩔 수 없네.”
조준구는 얼굴의 땀을 또 닦는다. 지폐에 손이 가면 사방에 서 사람들이 쫓아 나와 자신을 결박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눈앞에 돈을 보고 손을 뻗칠 수 없다. 상체는 앞으로 기우는데 팔은 천 근 같아서 들어 올릴 수가 없다. 전신을 누르는 중량을 들어 올려야 한다. 조준구는 드디어 팔을 뻗어 지폐를 집어든다. 서희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 미소는 크게 확대되어 갔다. 하얀 이빨이 드러나면서 흔들린다. 웃음소리가 일정한 굴곡을 이루며, 톱날같이 조준구 마음을 썰어댄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나, 나, 그러면 가, 가야겠네.”
조준구는 허둥지둥 뒤통수에 그 날카로운 톱날 같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대문을 나서고 사뭇 걸어서 눈에 띄는 술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웃음소리는 쫓아왔다. 그러나 술 한 잔을 들이켜고 몸서리치게 괴로웠던 갈증을 면했을 때 조준구는 품 속에 있을 오천 원을 실감할 수 있었다.
-3부 1편-

옛날, 아득한 옛날 어머니를 매장하던 날, 음달진 곳, 솔방울과 자갈이 굴러 있던 곳, 소나무에 머리를 부딪고 피를 흘리며 울던 소년의 모습이 생생하게 한복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다.
‘형!’
심장에서 피가 솟구쳐오르는 것만 같다. 입속에 고인 것을 뱉어내면 그것은 침이 아닐 것이며 새빨간 선혈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형!’
증오감은 그리움으로, 절실하고 강한 그리움으로, 한복은 달음박질치듯 걸음을 빨리한다. 사방은 어두웠고 칠흑같이 캄캄하게 어두웠다. 두신거리는 사람들 소리 속으로 들어갔다. 빨간 전등이 오두머니 켜져 있는 현관에, 그 현관에 김두수가 서 있었다. 비대한 돼지 상호의 김두수가 우뚝 서 있었다.
“형아!”
“이놈아!”
가장 악랄한, 잔인무도한 악인이 선량하고 정직한 아우를 껴안고서 눈물을 흘린다.
-3부 2편-

……설움을 모른다면 어찌 마음이 있다 할 것인가.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시궁창인들 어찌 더러울까……
‘그렇지마는 기쁜 것도 맘 아니겄소?’
……만물이 본시 혼자인데 기쁨이란 잠시 잠시 쉬어가는 고개요 슬픔만이 끝없는 길이네. 저 창공을 나는 외로운 도요새가 짝을 만나 미치는 이치를 생각해보아라. 외로움과 슬픔의 멍에를 쓰지 않았던들 그토록 미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강줄기 같은 행로의 황홀한 꿈일 뿐이네. 만남은 이별의 시작이 란 말도 못 들어보았느냐?……
‘그거는 머, 다 하는 얘기 아니겄소?’
……부처는 대자대비라 하였고 예수는 사랑이라 하였고 공자는 인이라 했느니라. 세 가지 중에는 대자대비가 으뜸이라. 큰 슬픔 없이 사랑도 인(仁)도 자비도 있을 수 있겠느냐? 어찌하여 대비라 하였는고, 공(空)이요 무(無)이기 때문이며 모든 중생이 마음으로 육신으로 진실로 빈자이니 쉬어갈 고개가 대자요 사랑이요 인이라. 쉬어갈 고개도 없는 저 안일지옥의 무리들이 어찌하여 사람이며 생명이겠는가……
-4부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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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박경리 『토지』, 그 거대한 서사의 결정판을 만난다! 박경리의 펜 끝에서 태어난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 아름답고 생생한 언어.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일렁였던 1897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격동의 반세기, 백정에서 양반까지 온갖 군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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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토지』,
그 거대한 서사의 결정판을 만난다!

박경리의 펜 끝에서 태어난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 아름답고 생생한 언어.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일렁였던 1897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격동의 반세기,
백정에서 양반까지 온갖 군상들이 보여주는 참다운 삶에 대한 하나의 해답!


이번 마로니에북스판 「토지」는 「토지」 출간 이후 43년 동안 연재와 출판을 거듭하며 와전되거나 훼손되었던 작가의 원래 의도를 복원한 판본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박경리는 「토지」의 작가로 불린다. 「토지」는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토지」는 1969년에서 1994년까지 26년 동안 집필되었으며, 그 크기만 해도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무수한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이 고스란히 「토지」에 담겨 있다. 「토지」는 한마디로 “소설로 쓴 한국근대사”라 할 수 있다.

『토지』에는 평사리의 대지주인 최참판댁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동학혁명, 식민지시대, 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한 많은 근현대사가 폭넓게 그려져 있다.
당시 사회의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인물들과 반세기에 걸친 장대한 서사, 그리고 참다운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등은 작가의 생생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만나 한국문학에 큰 획을 그은 『토지』로 태어났다. 국내를 넘어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국외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토지』에 대한 재조명은 당연히 예정되어 있던 수순이라 하겠다.

43년 만에 다시 태어나는 박경리의 토지

1969년 <현대문학>에서 처음 시작한 『토지』의 연재는 여러 매체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박경리는 『토지』의 자리를 1972년 <문학사상>으로 옮겨 2부를 연재했고, 1978년 다시 <한국문학>과 <주부생활>에 3부를 연재했다. 4부는 1981년 <마당>에서 연재되었는데, 1983년부터는 <정경문화>에서 연재의 뒤를 이었다. 작가는 1992년 9월부터 <문화일보>에 『토지』의 5부를 연재하여 1994년 8월 26년간의 집필 끝에 전 5부를 완결 지었다. 『토지』는 연재 도중에 문학사상사, 삼성출판사, 지식산업사 등에서 출간되었으며, 완간 이후 솔출판사와 나남출판사에서 전권이 출간되었다.

이처럼 소설 『토지』는 여러 잡지와 신문의 연재본, 문학사상사, 지식산업사, 삼성출판사, 솔출판사, 나남출판사까지 그것의 자리가 수없이 바뀌어왔다. 이 때문에 여러 번 바뀐 저작권 등 계속되는 재출간에 의해 본래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판을 거듭하며 왜곡과 오류로 원문이 훼손되었다.
더불어 원고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원고, 26년에 걸친 집필기간도 원문의 왜곡과 훼손에 한몫을 하였다.

이에 마로니에북스는 토지 편찬위원회가 2002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정본작업을 진행한 정황을 토대로 토지 편찬위원회 교수진들과 함께 작가의 의도와 가장 가까운 토지를 출간하기 위해 연재본을 저본으로 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작업을 통해 작가 고유의 목소리를 살려낼 뿐만 아니라 여러 판본의 전권을 일일이 비교·검토하며 수정되지 않은 오류와 왜곡들도 바로잡았다.

작가의 원래 의도와 생생한 육성이 살아 있는
『토지』의 결정판!


마로니에북스의 『토지』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본은 “연재본”이라는 작가의 평소 주장을 반영하여 “연재본”을 저본으로 하는 ‘작가의 원래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한 『토지』의 결정판이다.
하지만 26년의 집필 기간 동안 작가의 수정이 가해진 대목은 수정된 원고를 적용하였고, 인물이나 지명의 혼동, 오·탈자 등 명백한 오류는 모두 바로 잡았다.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대목들은 작가 생전에 작가를 직접 방문해 답을 얻었고, 기존 출판사의 당시 담당자들에게도 자문을 구한 바 있다.
꼬박 10년의 시간이 걸려 오랫동안 와전·왜곡되었던 작품의 원래 모습을 되찾으려는 작업이 마로니에북스 판 『토지』로 완성되었다. 이제 독자들은 「토지」의 원래 모습과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처음 작가가 전달하려 했던 단어와 문장의 아름다움, 생생함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명실공히 「토지」의 결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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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토지 | ck**n320 | 2018.05.0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명불허전. 대하소설이라는 칭호가 과분하지 않은 작품이다. 시대의 격변 속에서 시,공간적 배경 변화는 물론이고 등장하는 인물 수...
    명불허전. 대하소설이라는 칭호가 과분하지 않은 작품이다. 시대의 격변 속에서 시,공간적 배경 변화는 물론이고 등장하는 인물 수만 6백명에 달한다고 한다. 중심인물인 최서희의 행보를 중심 맥으로 주변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삶과 성격유형, 행동과 말 등이 어우러져 있으며 한번 손을 대면 헤어나올 수 없이 바로 정독으로 이어지는 얼마되지 않는 작품 중 하나다. tv드라마로만 제작된 것이 수차례이며, 교과서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다. 책 디자인은 매우 깔끔하게 되어 있으며, 글 또한 보기 좋은 간격, 크기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 표지 디자인이 매우 마음에 든다. 별다른 그림없이 커다랗게 쓰여 있는 '토지'라는 두 글자만으로 이 작품을 그 무엇보다 더 잘 설명해주고 있는 듯 하다. 한국문학의 수많은 갈래 중에 큰 한 획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라 말해본다.
  • 토지 3 | au**ey2820 | 2018.03.05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1. 잡풀같이 "아이들에게는 천성이 없는 것일까. 아니, 사람에게는 본시 천성이 없는 것일까. 삼...

     

     

    1. 잡풀같이

    "아이들에게는 천성이 없는 것일까. 아니, 사람에게는 본시 천성이 없는 것일까. 삼 년 동안 아이들은 울고 투정하던 버릇이 없어지고 말았다. 넘어져서 이마에 피가 흘러도 울지를 않았다. 물가에서나 혹은 길가에서 끈질기에 흙을 움켜쥐고 목을 쳐드는 잡풀같이, 비가 쏟아지면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문적문적 썩어가다가 속잎이 트고 다시 자라는 풀, 가뭄이 계속되어 강물이 마르고 땅이 갈라지고 그래도 물기를 꼭 껴안고 견디어내는 잡풀, 아이들은 아무것이나 잘 먹었다. 아무데서나 쓰러져서 잠을 잤다." (p80)

    3편에는 유독히 체면도 양심도 정도 없는, 부모 형제도 외면하고 처와 자식까지 팔아먹는, 이웃에게 물 한 모금도 대접하기 싫어 문을 걸어잠그는 다양한 인사들이 등장해 마음을 서걱이게 한다. 오로지 돈돈 아니 쌀쌀쌀! 이라 해야할까. 나만 아니면 돼, 나만 잘 살면 돼, 나부텀 살아야지, 나부텀 먹어야지로 각개 통일된 마음들이 뾰족뾰족하다. 그것이 잡풀같이라도 살아남으려는 그네들의 방편인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 뾰족한 가시 아래 놓인 어린 것들을 생각하면 3편을 읽는 내내 서글프고 우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평사리에 든 역병은 최참판 댁의 몰락을 가속화 시켰다. 마름과 소작을 관리하던 김서방이 가장 먼저 괴병에 걸렸고 운씨부인과 봉선이 어매, 윤의원이 그 뒤를 따랐다. 일찍이 괴병을 경험한 적이 있던 조준구만이 처 홍씨와 함께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끓여먹고 대문을 걸어잠근 채 버티어 역병을 이겨냈으니 그 가솔 중엔 앓은 이도 죽은 이도 없더라. 하늘도 무심하시지! 서희와 길상은 죽음 문턱에서 살아돌아왔지만 지붕이었고 바람막이였던 어른들을 모다 잃은 채 조준구의 손아귀에 놓인다. 연이은 가뭄과 괴질은 가난해도 정이 많던 평사리의 민심까지 바닥나게 했다. 농부들은 조준구의 보리 석줌에도 마음속 가시를 더욱 부풀려 이웃을 찔렀고 아마도 곧 참판댁도 찌르게 되지 않을까.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어린 서희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복잡했는데 처음만 해도 어린 것이 가야워 어쩌나 싶었다. 그러나 똑같이 고아가 된 봉순이나 일찍이 절에 버러졌던 길상이의 삶과 비교하자면 의식주에 있어서는 편안한 것이 사실이고 이제는 서희의 것이 된 최참판댁의 그 대단한 재산이라는 것도 실은 그 집의 노비와 머슴과 소작인들의 피눈물을 짜낸 결과이고 보면 그놈의 집안 천벌 받았다 아니 할 수도 없어서.. 아 몰라, 복잡해, 몰라몰라ㅠㅠ 절대선, 절대악이 딱 잘라 나뉘어지면 참 좋으련만 작가는 그 조준구에게조차도 가엾은 면을 찾아내 부각시키는지라 누구 한 명 콕 찔러 미워하기도 누구 한 켱 콕 찔러 역성 들기도 편치가 않다.  

    2. 순정남의 몰락

    "그러나 나를 이리 맨든 기이 누고? 니 탓이다! 니 탓이다! (p330)"

    지랄하고 자빠졌네 라고 목수 윤보가 용이를 보며 생각한다. 그렇다. 정말로 지랄하고 자빠졌다고 밖엔 말할 수 없는 용이의 순정남에서 찌질남으로의 변천사가 뜻밖으로 펼쳐진다. 참판댁 담벼락을 넘어 가장 먼저 죽은 이는 용이의 본처 강청댁이었다. 무당딸 월선이에 대한 순애보로 감동을 주던 용이는 과부가 된 임이네와 배가 맞아 아들 자식을 갖는다. 강청댁 죽은 후도 아니고 강청댁 살아 생전에. 이를 알고 임이네와 맞장 뜬 강청댁을 용이가 두들겨 패기까지 하니 이 새끼가 사람 새끼인가 싶더라. 강청댁이 죽는 순간까지 용이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놓지 못했던 것이 이해가 된다. 무섬증이 돋아 죽은 처에 손도 대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 넋이 빠졌던 용이도 물론 이해가 된다. 지가 양심이 있으면 강청댁 얼굴을 바로 보지는 못했으리라. 순정이 빛바랜 남자의 지질함은 간도에서 돌아온 월선이와 만나 한층 기세가 상승하는데 집에는 임이네와 그 아이들을 들여놓고 장에 가서는 월선이와 살림을 차린다. 탕탕 월선이네 살림은 뿌시지 않아도 "니가 거지가 돼서 돌아왔이믄 얼매나 좋았겄노. 그랬이믄 내가 이리 벵신 꼴을 안 됐일 긴데. 니 탓이다! 니 탓이다!" 하며 월선이 마음은 계속 부수어가는 중이다. 쯧쯧쯧. 월선아, 너도 그만 정신 차려라. 용이 놈 자식 가져서 뭐할래. 에효.

  • 토지3권 | kb**008 | 2017.11.1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1,2권을 읽으면서 너무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그만 읽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3권을 읽었다. 이번 권에서는 '17장 서희...
    1,2권을 읽으면서 너무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그만 읽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3권을 읽었다. 이번 권에서는 '17장 서희의 출타'에서 느낀 점을 말하고 싶다. 윤씨부인은 자기의 죽음을 예측한 것처럼 서희를 데리고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에 산재해 있는 최참판댁 땅을 보여준다. 하루로 되지 않는 그 넓은 곳을 보러 나들이 한다는 윤씨부인의 명에 충직한 김서방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가마 두 틀에 조군이 여섯 명, 김서방과 삼월이 그리고 개똥이가 함께 하게 된다. 109쪽에 삼 년을 넘게 두문불출 끝의 오늘 나들이를 그것도 윤씨 부인 난생처음 땅을 둘러보는 행각인 것이요. 117쪽에서 윤씨부인은 서희에게 "앞으로 며칠을 더 다닐 것이다. 너의 땅을 눈여겨보아 두어야 하느니라."라고 한다. 서희가 "예" 라고 대답한다. 114쪽에는 윤씨부인은 최씨 집안이 무너지고, 양반계급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감과 함께 자기 자신에게도 최후가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그는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서희는 아홉 살이 아닌가, 앞으로 몇 달이 지나면 열 살이 것이다. 그 어린 서희를 두고 불안을 느끼지 않는 자신이 스스로 이상해지기도 했다. 자기에게 최후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예감은 그에게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스스로 끊을 수 없었던 자기 목숨을 운명에게 내어맡겼고 그 운명이 다가오고 있나는 예감은 승리를 기다리는 것 같은 충족이 동반하는 감정이어서일까? 어린 서희를 남겨두고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윤씨부인, 앞으로 서희의 운명은 어찌될까?
  • 폭풍전야의 평사리 | mi**rva11 | 2017.01.1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허망할지고. 윤씨부인이 죽었다. 김서방과 봉선네까지. 최참판댁과 깊이 관계한 많은 인물들이 괴질(원...
    허망할지고. 윤씨부인이 죽었다. 김서방과 봉선네까지. 최참판댁과 깊이 관계한 많은 인물들이 괴질(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병)과 흉년으로 죽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왜군들까지 칼검을 꽂고 드나들기 시작한다. <토지 1 3>은 이런 악조건에서 변해가는 평사리 인물들의 이야기다
         
    #조준구와 이동진의 등장
    전 편에서 참판댁에 들어왔던 조준구는 윤씨부인의 죽음을 계기로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내려와 살기 시작한다. 최씨 집안 핏줄인 서희가 어린 것을 이유로 참판댁 가산을 소유하려는 계획이다. 노비들도 서희와 조준구 측으로 나뉜다. 삼수는 조준구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길상과 수동은 삼수를 이를 괘씸히 여긴다. 
      
    조준구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질려갈 때 즈음 이동진  윤씨부인의 친척 이사부댁 아들  이 평사리에 당도한다. 서희를 보살피는 노비들에게 환대를 받지만 이동진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참판댁과의 오랜 인연은 있더라도 정세를 살피는 속내가 무섭기 때문이다. “이런 시국에는 남의 참견 안 하는 게 제일이지요. 뭣이든 앞장서는 게 화근이니. 왜놈들하고 송살 해봤자 이기는 일 없고 그저 걸려들지 않게 몸조심하는 게 제일입니다.”라는 한 나그네의 말에 이동진은 되내인다. ‘지혜로운 말이군.’ (p.278)
         
    #애달픈 귀녀, 월선, 삼월
    최치수의 씨를 받으려 음모를 꾸미든 귀녀는 결국 아이를 낳고 죽는다. 귀녀를 마음에 품었던 강포수는 그녀의 옥수발을 들다, 그 아이를 데리고 도망을 친다. 귀녀보다 애처로운 사람이 있다. 월선이다. 무당의 딸로 용이와 서로 사랑하지만 데면데면해야 했던 월선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용이는 용이대로 월선이 보고싶지만 임이네에 대한 책임감에 갈등하고, 아이를 갖게된 용이에게 다시 다가갈 수 없는 월선은 바보같을 정도로 힘들어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해피엔딩, 용이가 어렵게 차장간 월선에게 말한다.  , 니 또 도망가믄 그때는 직이부릴 기니” (p.330) 
      
    귀녀, 월선보다 더 호된 시간을 보내는 여성, 삼월이다. 삼월은 조준구에게 겁탈을 당한다. 시시때때로 조준구의 부름을 억지로 이행해야 했던 삼월은 점차 소실로 들어갈 꿈을 꾸지만 이마저도 묵살당한다. 더욱이 조준구는 서울에서 본처를 데려와 삼월을 괴롭게하고 본처 홍씨에게 삼월은 거의 매일 매질을 당해 정신을 반쯤 놓는다. 더 나쁜 것은 조준구를 따르는 삼수마저 그녀를 범하려 든다는 것이다. 아내나 소실로서가 아닌 노리개로. 준구는 삼수에게 삼월을 가지라 한다. 본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이용할 속셈이다. 이에 삼수는 준구처럼 심심풀이라면 모를까 헌 계집을, 싶었다고 뇌까린다.  헌 계집이라니! 게다가 삼수는 제기럴! 밑져야 본전이다. 그깟 년 살다 버리믄 되는 기고, 아무튼지 간에 노리개는 노리개 아니가. 따지고 보믄 같이 외입을 하자는 건데 머가 나쁘노. 그라믄 이 양반하고 나하고 베갯동서가 되는 거 아니가?’ (p.396) 야무진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옮음과 참 
    <토지 1부 3편>에는 지금 우리나라 정세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김훈장과 조준구의 대화다. 진실로 옳은 학문은 나라 정치를 휘두를 수 없고 휘둘러지는 것도 아니며 또 휘두를 생각도 말아야 한다구요. 왜 그런고 하니 깨친 바 진리를 정치의 기틀로 삼고자 할 때 그 장소에 깨친 바의 진리가 맞먹질 않는다는 게요. (p.66) , "참말이라는 것이 허황된 것 같기도 하고 참말이 쉬울 듯 하면서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참되게 산다는 일이 반드시 옳게 산다는 것도 아닐 성싶고 아주 적은 사람들이 옳게들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참되게 산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 같고......착하고 악하다는 것과도 다른 뜻이 있는 듯싶고." (p.69) 
      
    지금의 위정자들은 '옳음'과 '참'에 대한 구분은 있는걸까.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있는 걸까.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조준구와 같은 사람과 진배없다는 생각뿐이다.  그밖에 아비의 죄로 마을에서 도망간 한복이가 평산리로 돌아왔고 임이네는 용이와 살림을 차렸다.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직 전의 평산리다. 괴질과 흉년을 압도하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들로 1 3권은 끝난다. 
      
      
    [발췌]
    양반하고 상놈우 사는 세상이 천 리 밖이구나 생각했구마. (p.17)
      
    귀녀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의 강포수 인생과는 같을 수 없는, 다른 것으로 변할 것이라는 뜻이다. (p.20~21) 
      
    남정네가 사람 죽인 죄인이라 해서 아낙도 따라 죽으라는 법은 없다. (p.26) 
      
    농사꾼 여편네가 일 안 하는 것 이상의 부도덕은 없다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p.27)
      
    내가 와 그 눔의 탈바가지를 잡아 뜯지 않았는가 아나? 이런 세상일수록 남에게 원수지믄 안 되는 기라. 사람이란 앙심을 묵으믄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p.34) 
      
    어린 방랑자. 철새같이 옛 둥우리를 잊지 못해 찾아오는 한복이를 마을 사람들을 누구나 다 가엾게 생각했다.(p.39) 
      
    어린 서희는 만 이태 동안 조석으로 곡을 할 때마다 슬픔을 키워나갔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날이 지나가는 데 따라 자신이 고아나 다름이 없는 사실과 아울러 부친의 죽음의 뜻을 알기 시작했다. (p.39)

    정초에는 그렇게 많은 연이 푸른 하늘에 떠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모를 줄 끊긴 연 하나 없고. 찾지 못한 연은 높이 올라가서 수미산에 닿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나, 길상은 떠내려가는 구름이 못 견디게 좋았다. 하늘 빛깔도 좋았고 맴을 도는 소리개의 쭉 뻗은 날갯죽지, 그 날갯죽지에 올라앉아서 꿈을 꾸었을 때처럼 넓은 하늘을 날고 싶은 기분이 용솟음친다. (p.45)
      
    길상이도 심부름 갔다왔다는 말을 안 했거니와 김서방도 심부름을 시켰노라는 변명을 해주지 못한다. 길상의 경우는 변명이 될 것이요 김서방의 경우는 역성을 드는 것이 되겠기 때문이다. 식객으로 주제넘은 짓이나 그는 엄연한 양반 나리요 두 사람은 노비인 것이다.(p.50) 
         
    사람 병신쯤이야 가문 병신보다는 나을 테니 그렇다면 앙혼인들 못하까 (p.54)
      
    양반들도 상것들의 업신여김을 당한다는, 어린애와도 같이 철없는 설움이 북받치는 것이다. (p.58) -양반들의 고고한 자존심  
         
    비천한 자들은 궁궐을 돼지 우리로 꾸며놓고 거룩할진저 하며 찬탄하고, 슬기로운 자는 한줌의 흙을 빚으면서도 높은 곳에서 울려오는 절묘한 소리를 듣는다는 게요. (p.69)      
         
    지아비 없는 여인에게는 이미 청춘은 없소이다.” (p.70)
      
    그는 지금 그 과부 며느리의 청춘이 가엾어서 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양반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서 잡인들이 그 절대불가침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세상 추세에 통분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김훈장의 울음은 이조 오백 년 저변에서 지탱해온 불길이 꺼져가는 데 대한 만가였는지도 모른다. (p.71)
      
    아무리 야단을 맞고 백 고프고 매질을 당하여도 울지 말아야 한다는 것. 보리 타작이 있을 때 임이는 어미와 함께 이삭을 주우러 나갔었다. 보리 임자 몰래 보릿단 옆에 붙어서서 보리 모개를 분질러 바구니 속에 넣는 것을 (p.81) 
      
    거지의 옷이 성하면 밥을 잘 주지 않는 경험을 통하여 습득한 지혜였었는지 모른다. (p.82) 
      
    나는 저 죽은 바우나 간난할멈, 월선네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었소. 윤씨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의 권위와 달렴과 두뇌는 오로지 최씨 문중에 시종하기 위한 가장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p.115) 
      
    그 양반이 명문의 자제로서 호의호식할 수도 있었겠는데 이십 세의 약관으로 장사들을 이끌고 국사를 바로잡을 충심에서 거사한 것도 장하고 만리타국, 말조차 통하지 않는 남의 나라에 가서 빈주먹으로 의술을 배운 것도 장한 일이었소. 허나 그 양반이 어디 우리나라 백성이오? 이름 석 자를 버리고 그곳 이름에다 그 나라 백성이 되었고 그 나라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였는데. 근본이 잘못 되어버린 그 사람 본을 따는 것은, 글쎄올시다.” (p.145) 
         
    식객이라 하기에는 엄연한 최참판댁 친척이요, 친척이라 하기에는 또 뭔지 모르게 막고 나서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상대방은 양반임에 틀림이 없다. 상사람이 항거해서는 안 되는 양반이다. (p.155) 
      
    한 가지 좋은 것은 흉년하고 달라서 있는 놈 없는 놈 차별이 없는 그기라. 벵이사 어디 수숫대 움막집만 찾아가나?” (p.229) 
         
    이웃사촌이라 안 카나. 와 내가 니 망하는 것을 바라겄노. 물 한 모금을 얻어묵어도 이웃사촌이 잘 살아야재. 자고로 남으 공것을 묵으믄 배탈이 나고 부정한 재물을 쌓으믄 고방에 사가 생긴다 캤는데 내 니 배탈이 날까 염려가 돼서 안 그러나. 너거 고방에 사가 생기도 안 될 기고. 그러나 그것도 갈라묵으믄 방어가 되니께로. (p.411)
  • 허망할지고. 윤씨부인이 죽었다. 김서방과 봉선네까지. 최참판댁과 깊이 관계한 많은 인물들이 괴질(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병...
    허망할지고. 윤씨부인이 죽었다. 김서방과 봉선네까지. 최참판댁과 깊이 관계한 많은 인물들이 괴질(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병)과 흉년으로 죽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왜군들까지 칼검을 꽂고 드나들기 시작한다. <토지 13>은 이런 악조건에서 변해가는 평사리 인물들의 이야기다
         
    #조준구와 이동진의 등장
    전 편에서 참판댁에 들어왔던 조준구는 윤씨부인의 죽음을 계기로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내려와 살기 시작한다. 최씨 집안 핏줄인 서희가 어린 것을 이유로 참판댁 가산을 소유하려는 계획이다. 노비들도 서희와 조준구 측으로 나뉜다. 삼수는 조준구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길상과 수동은 삼수를 이를 괘씸히 여긴다.
     
    조준구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질려갈 때 즈음 이동진 윤씨부인의 친척 이사부댁 아들 이 평사리에 당도한다. 서희를 보살피는 노비들에게 환대를 받지만 이동진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참판댁과의 오랜 인연은 있더라도 정세를 살피는 속내가 무섭기 때문이다. “이런 시국에는 남의 참견 안 하는 게 제일이지요. 뭣이든 앞장서는 게 화근이니. 왜놈들하고 송살 해봤자 이기는 일 없고 그저 걸려들지 않게 몸조심하는 게 제일입니다.”라는 한 나그네의 말에 이동진은 되내인다. ‘지혜로운 말이군.’ (p.278)
         
    #애달픈 귀녀, 월선, 삼월
    최치수의 씨를 받으려 음모를 꾸미든 귀녀는 결국 아이를 낳고 죽는다. 귀녀를 마음에 품었던 강포수는 그녀의 옥수발을 들다, 그 아이를 데리고 도망을 친다. 귀녀보다 애처로운 사람이 있다. 월선이다. 무당의 딸로 용이와 서로 사랑하지만 데면데면해야 했던 월선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용이는 용이대로 월선이 보고싶지만 임이네에 대한 책임감에 갈등하고, 아이를 갖게된 용이에게 다시 다가갈 수 없는 월선은 바보같을 정도로 힘들어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해피엔딩, 용이가 어렵게 차장간 월선에게 말한다. , 니 또 도망가믄 그때는 직이부릴 기니” (p.330)
     
    귀녀, 월선보다 더 호된 시간을 보내는 여성, 삼월이다. 삼월은 조준구에게 겁탈을 당한다. 시시때때로 조준구의 부름을 억지로 이행해야 했던 삼월은 점차 소실로 들어갈 꿈을 꾸지만 이마저도 묵살당한다. 더욱이 조준구는 서울에서 본처를 데려와 삼월을 괴롭게하고 본처 홍씨에게 삼월은 거의 매일 매질을 당해 정신을 반쯤 놓는다. 더 나쁜 것은 조준구를 따르는 삼수마저 그녀를 범하려 든다는 것이다. 아내나 소실로서가 아닌 노리개로. 준구는 삼수에게 삼월을 가지라 한다. 본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이용할 속셈이다. 이에 삼수는 준구처럼 심심풀이라면 모를까 헌 계집을, 싶었다고 뇌까린다.  헌 계집이라니! 게다가 삼수는 제기럴! 밑져야 본전이다. 그깟 년 살다 버리믄 되는 기고, 아무튼지 간에 노리개는 노리개 아니가. 따지고 보믄 같이 외입을 하자는 건데 머가 나쁘노. 그라믄 이 양반하고 나하고 베갯동서가 되는 거 아니가?’ (p.396) 야무진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옮음과 참
    <토지 1부 3편>에는 지금 우리나라 정세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김훈장과 조준구의 대화다. 진실로 옳은 학문은 나라 정치를 휘두를 수 없고 휘둘러지는 것도 아니며 또 휘두를 생각도 말아야 한다구요. 왜 그런고 하니 깨친 바 진리를 정치의 기틀로 삼고자 할 때 그 장소에 깨친 바의 진리가 맞먹질 않는다는 게요. (p.66) , "참말이라는 것이 허황된 것 같기도 하고 참말이 쉬울 듯 하면서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참되게 산다는 일이 반드시 옳게 산다는 것도 아닐 성싶고 아주 적은 사람들이 옳게들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참되게 산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 같고......착하고 악하다는 것과도 다른 뜻이 있는 듯싶고." (p.69)
     
    지금의 위정자들은 '옳음'과 '참'에 대한 구분은 있는걸까.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있는 걸까.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조준구와 같은 사람과 진배없다는 생각뿐이다.  그밖에 아비의 죄로 마을에서 도망간 한복이가 평산리로 돌아왔고 임이네는 용이와 살림을 차렸다.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직 전의 평산리다. 괴질과 흉년을 압도하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들로 13권은 끝난다.
     
     
    [발췌]
    양반하고 상놈우 사는 세상이 천 리 밖이구나 생각했구마. (p.17)
     
    귀녀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의 강포수 인생과는 같을 수 없는, 다른 것으로 변할 것이라는 뜻이다. (p.20~21)
     
    남정네가 사람 죽인 죄인이라 해서 아낙도 따라 죽으라는 법은 없다. (p.26)
     
    농사꾼 여편네가 일 안 하는 것 이상의 부도덕은 없다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p.27)
     
    내가 와 그 눔의 탈바가지를 잡아 뜯지 않았는가 아나? 이런 세상일수록 남에게 원수지믄 안 되는 기라. 사람이란 앙심을 묵으믄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p.34)
     
    어린 방랑자. 철새같이 옛 둥우리를 잊지 못해 찾아오는 한복이를 마을 사람들을 누구나 다 가엾게 생각했다.(p.39)
     
    어린 서희는 만 이태 동안 조석으로 곡을 할 때마다 슬픔을 키워나갔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날이 지나가는 데 따라 자신이 고아나 다름이 없는 사실과 아울러 부친의 죽음의 뜻을 알기 시작했다. (p.39)

    정초에는 그렇게 많은 연이 푸른 하늘에 떠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모를 줄 끊긴 연 하나 없고. 찾지 못한 연은 높이 올라가서 수미산에 닿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나, 길상은 떠내려가는 구름이 못 견디게 좋았다. 하늘 빛깔도 좋았고 맴을 도는 소리개의 쭉 뻗은 날갯죽지, 그 날갯죽지에 올라앉아서 꿈을 꾸었을 때처럼 넓은 하늘을 날고 싶은 기분이 용솟음친다. (p.45)
     
    길상이도 심부름 갔다왔다는 말을 안 했거니와 김서방도 심부름을 시켰노라는 변명을 해주지 못한다. 길상의 경우는 변명이 될 것이요 김서방의 경우는 역성을 드는 것이 되겠기 때문이다. 식객으로 주제넘은 짓이나 그는 엄연한 양반 나리요 두 사람은 노비인 것이다.(p.50) 
        
    사람 병신쯤이야 가문 병신보다는 나을 테니 그렇다면 앙혼인들 못하까 (p.54)
     
    양반들도 상것들의 업신여김을 당한다는, 어린애와도 같이 철없는 설움이 북받치는 것이다. (p.58) -양반들의 고고한 자존심  
         
    비천한 자들은 궁궐을 돼지 우리로 꾸며놓고 거룩할진저 하며 찬탄하고, 슬기로운 자는 한줌의 흙을 빚으면서도 높은 곳에서 울려오는 절묘한 소리를 듣는다는 게요. (p.69)      
        
    지아비 없는 여인에게는 이미 청춘은 없소이다.” (p.70)
     
    그는 지금 그 과부 며느리의 청춘이 가엾어서 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양반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서 잡인들이 그 절대불가침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세상 추세에 통분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김훈장의 울음은 이조 오백 년 저변에서 지탱해온 불길이 꺼져가는 데 대한 만가였는지도 모른다. (p.71)
     
    아무리 야단을 맞고 백 고프고 매질을 당하여도 울지 말아야 한다는 것. 보리 타작이 있을 때 임이는 어미와 함께 이삭을 주우러 나갔었다. 보리 임자 몰래 보릿단 옆에 붙어서서 보리 모개를 분질러 바구니 속에 넣는 것을 (p.81)
     
    거지의 옷이 성하면 밥을 잘 주지 않는 경험을 통하여 습득한 지혜였었는지 모른다. (p.82)
     
    나는 저 죽은 바우나 간난할멈, 월선네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었소. 윤씨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의 권위와 달렴과 두뇌는 오로지 최씨 문중에 시종하기 위한 가장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p.115)
     
    그 양반이 명문의 자제로서 호의호식할 수도 있었겠는데 이십 세의 약관으로 장사들을 이끌고 국사를 바로잡을 충심에서 거사한 것도 장하고 만리타국, 말조차 통하지 않는 남의 나라에 가서 빈주먹으로 의술을 배운 것도 장한 일이었소. 허나 그 양반이 어디 우리나라 백성이오? 이름 석 자를 버리고 그곳 이름에다 그 나라 백성이 되었고 그 나라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였는데. 근본이 잘못 되어버린 그 사람 본을 따는 것은, 글쎄올시다.” (p.145) 
        
    식객이라 하기에는 엄연한 최참판댁 친척이요, 친척이라 하기에는 또 뭔지 모르게 막고 나서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상대방은 양반임에 틀림이 없다. 상사람이 항거해서는 안 되는 양반이다. (p.155)
     
    한 가지 좋은 것은 흉년하고 달라서 있는 놈 없는 놈 차별이 없는 그기라. 벵이사 어디 수숫대 움막집만 찾아가나?” (p.229) 
         
    이웃사촌이라 안 카나. 와 내가 니 망하는 것을 바라겄노. 물 한 모금을 얻어묵어도 이웃사촌이 잘 살아야재. 자고로 남으 공것을 묵으믄 배탈이 나고 부정한 재물을 쌓으믄 고방에 사가 생긴다 캤는데 내 니 배탈이 날까 염려가 돼서 안 그러나. 너거 고방에 사가 생기도 안 될 기고. 그러나 그것도 갈라묵으믄 방어가 되니께로.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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