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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와 타나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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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쪽 | A5
ISBN-10 : 8952204611
ISBN-13 : 9788952204615
에로스와 타나토스 중고
저자 조용훈 | 출판사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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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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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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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그림 속에 나타난 사랑의 미학을 살펴보는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랑의 충동인 '에로스'와 죽음과 파괴의 충동인 '타나토스'는 인간의 영원한 수수께끼이자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왜 그렇게 인간이 죽음까지 파고드는 사랑에 집착하는지, 문학과 색채의 상상력을 통해 대답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회화와 시(詩)에 나타난 사랑의 네 유형에 주목한다. '사랑은 죽음과 입 맞출 때 역설적으로 영원을 산다'는 오묘한 섭리를 남녀사랑, 자기애, 팜므 파탈, 동성애로 살펴본다. 회화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루벤스, 클림트, 뭉크 등 서양화가의 작품들을 해설과 함께 소개하고, 시로는 유치환, 서정주, 이상, 이해인 등 한국시인의 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소개

조용훈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국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한 후 전공인 시를 비롯해 그림과 건축, 영화, 음악, 사진 등에 깊은 애정과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문학과 예술을 문화기호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으며, 나아가 광고, 게임 등의 문화적 현상도 다룰 예정이다. 현재 청주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근대시인연구』 『정호승연구』 『현대시론』 『시와 그림의 황홀경』 『그림의 숲에서 동서양을 읽다』 『탐미의 시대』 『신척초연구』 『시가 그렇게 왔다』 『요절』 『문화기호학으로 읽는 문학과 그림』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죽음까지 파고드는 사랑

[1부] 삶과 함께하는 죽음, 에로토스
1. 인간의 꿈, 문학과 그림
2. 사랑과 죽음의 영역
3. 사랑, 생성이자 소멸

[2부] 사랑남녀, 죽음과 입 맞추다
1. 제의적 죽움은 삶이다
2. 허망한 사랑이 끝났다
3. 눈부신 황금빛 에로스
4. 죽음을 사는 사랑
5. 성적(性的), 성적(聖的) 황홀경과 죽음

[3부] 자기애, 사랑하는 자가 사랑받는 자
1. 사랑하면 희생된다
2. 나는 분열됐다
3. 나는 너무 아름답다
4. 나는 인문주의자다
5. 꿈꾸는 나를 조각하다
6. 자기도취의 문화

[4부] 팜므 파탈, 유혹과 죽음을 부르는 이름
1. 여성은 타고난 유혹자다
2. 유혹, 죽음을 부르다
3. 지독한 보헤미안과 메두사
4. 처벌받는 여성, 구원받는 여성

[5부] 동성애, 그(녀)가 그(녀)를 사랑하다
1. 사회적 금기와 맞서다
2.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
3. 양성은 이질성의 공존이다

에필로그: 사랑과 죽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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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사랑의 충동인 ‘에로스’와 죽음과 파괴의 충동인 ‘타나토스’는 인간의 영원한 수수께끼이며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간이 죽음까지 파고드는 사랑에 집착하는 이유를 문학과 색채의 상상력으로 답하고 있다. 불멸의 회화들에 아로새겨진 핏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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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충동인 ‘에로스’와 죽음과 파괴의 충동인 ‘타나토스’는 인간의 영원한 수수께끼이며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간이 죽음까지 파고드는 사랑에 집착하는 이유를 문학과 색채의 상상력으로 답하고 있다. 불멸의 회화들에 아로새겨진 핏빛 사랑이 치명적인 네 가지 유혹으로 펼쳐진다. 인간은 왜 죽음까지 파고드는 사랑에 집착하는가 인간은 종종, 자신의 열정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실패한 사랑의 주인공이었으며 감당할 수 없는 사랑 앞에 속수무책 무력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내 충족될 수 없는 사랑의 아이러니를 통해서 사랑의 모순과 그 한계를 인지하기도 한다. 불가능한 사랑의 격랑에 휩쓸려 비극적으로 희생당하는 운명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얼마나 익숙한가. 이 책의 저자는 ‘죽음과 입 맞추는 사랑’은 무모한 열정과 광기에 의해 촉발된 것이고 나아가 죽음을 부른다는 점에서 결과는 늘 비극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왜 죽음까지 파고드는 사랑에 집착하는가. 저자는 그 이유가 어떠한 난관이나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적 사랑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즉 진정한 사랑은 죽음과 만날 때 그 진정한 본질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가 예술에 드러난 사랑의 아이러니에 초점을 둔 이유는, 예술가들이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사랑의 본질을 극적으로 형상화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회화와 시(詩)에 나타난 사랑의 네 유형에 주목한다. 색채의 대조와 환영, 그리고 시의 은유와 상상력이야말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랑의 본질을 은밀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회화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루벤스, 클림트, 뭉크 등 서양화가의 작품들이 해설과 더불어 소개되고, 시로는 유치환, 서정주, 이상, 이해인 등 한국시인의 시들이 비교된다. ‘사랑은 죽음과 입 맞출 때 역설적으로 영원을 산다’는 그 오묘한 섭리를 네 가지 사랑의 유형(남녀사랑, 자기애, 팜므 파탈, 동성애)으로 살펴보자. 사랑남녀, 눈부신 황금빛 에로스 우리의 고대가요인 ?공무도하가?에서 광기에 사로잡혀 강물로 침몰해 간 남편의 죽음을 아내는 찢어지는 가슴으로 노래한다. 저자는 한국 문학사가 던지는 이 죽음에 관한 시적 형상화에서, 즉 초월과 현실과의 긴장에서 죽음을 각오한 사랑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남편을 따라 죽음을 선택한 아내의 결단은 화가 모딜리아니와 그의 연인 잔 에뷔테른에게도 겹쳐진다. 모딜리아니가 죽음에 이른 순간 잔은 6층 베란다에서 몸을 던짐으로써 죽음을 통해 사랑을 완성한 것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꿈으로 착색된 한 개인의 정치적 욕망으로 읽어낸 저자의 그림읽기는 그리스의 다나에 신화로 이어진다. 관능적으로 묘사된 클림트의 <다나에>에서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공존이 어떻게 눈부신 색채에 의해서 더욱 빛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프리다 칼로의 <내 마음속의 디에고>에서는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디에고를 끝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심리를 보여준다. 사랑과 죽음의 연계는 세속적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고 성스러운 사랑에도 적용된다. 저자는 베르니니의 <성 엑스터시의 환희>에서 신을 향한 지독한 사랑 역시 황홀함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순간 죽음과 입 맞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화살을 가슴에 맞은 테레사가 오르가슴의 절정에 도달한 황홀 상태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저자는 귀도 레니의 <뱀에 물린 클레오파트라>와 귀도 카나치의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을 비교하면서 금기를 깨는 거침없는 인간의 욕망과 열정이 어떻게 표출되고, 또한 그것이 이해인과 서정주 등의 시와 어떻게 만나는지를 들려준다. 자기애, 꿈꾸는 나를 조각하다 수면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 매료된 나르키소스와 그를 사랑한 에코의 비극적인 사랑을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로 조명한 저자는 달리의 <나르키소스의 변모>를 통해 자기애로 인한 파괴적 국면을 포착한다. 그리고 나르키소스 신화는 바로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가능케 하는 상징적 비유이며, 이동순과 윤동주, 이상과 윤곤강의 시들도 바로 이러한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를 대립 구도로 설정하여 자기 소외를 안타깝게 전달한 작품의 예라고 말한다. 그밖에 마그리트의 <조약돌>, 막스 페흐슈타인의 <초록 소파> 등이 자기애를 다룬 작품으로 등장한다. 특히 벨라스케스는 <화장하는 비너스>를 통해 거울의 비유를 유감없이 드러낸 바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거울은 비너스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거울 밖에서 훔쳐보는 관람자의 시선에 의해 오히려 그녀가 대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거울 속의 비너스는 화면 밖에서 그림 속 비너스를 바라보는 관람자, 즉 타자에 의해 존재가 규정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와 ‘또 다른 나’와의 공존이 ‘이중으로 떠돌아다니는 사람’ 혹은 ‘또 하나의 나’를 뜻하는 ‘도플 갱어’라는 용어까지 낳을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며, 서양에서 자화상이 많이 그려진 것이나 자신을 탐색해가는 문학 작품이 전통적으로 많이 창작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인간은 분열과 자기 동일시를 반복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물어왔고, 자기애는 인간이 경험하는 최초의 심리 상태이며 그것이 자기 내부에 극단적으로 고착될 때 끔찍한 결과에 이른다고 말한다. 팜므 파탈, 유혹과 죽음을 부르는 이름 아름다운 미모로 남성을 유혹하고 끝내 죽음으로 이끄는 잔혹한 여성상. 성서의 데릴라를 비롯하여 카르멘, 마타하리 등 지금까지 서양의 문화는 수많은 팜므 파탈을 거명하고 이들의 파괴적 속성을 경계해 왔다. 그리고 몇 가지 전형적인 요부상을 유형화하기도 했다. 저자는 남성은 여성에 대한 자신들의 무지를 오히려 호도하고 여성성을 왜곡·과장했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즉 여성들은 매력적인 육체로 남성들을 유혹하고 끝내 파멸시키는 불온한 대상으로 타자화됐으며, 남성에 의해 왜곡된 여성상은 이후 예술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재현·양산됐다는 것이다. 남성을 유혹하고 흡혈귀처럼 피를 빨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잔혹한 대상, 팜므 파탈은 이렇게 탄생했다. 저자는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 신화,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삼손과 데릴라,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살로메 이야기에서 그러한 징후를 읽어낸다. 루벤스, 렘브란트, 반 데이크, 클림트, 에곤 실레 등의 작품들을 비교 설명하면서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붓터치로 표현된 치명적인 유혹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이다. 특히 팜므 파탈의 달콤한 유혹과 치명적인 죽음을 작품 소재로 즐겨 선택한 화가로는 뭉크가 소개된다. 저자는 뭉크가 평생 죽음의 공포와 에로스를 멍에처럼 짊어졌으며, 강박증으로 비약한 죽음에 대한 그의 공포가 훗날 에로스와 절묘하게 결합하여 작품으로 승화되었다고 말한다. 뭉크의 <죽음과 소녀>, <마돈나>, <입맞춤>, <흡혈귀> 등이 그 예로 설명된다. 동성애,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 저자는 동성애를 ‘어쩌면 가장 숨죽인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이 사랑만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랑도 없을 테니까.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지금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울한 사랑이고 또한 억압당한 사랑인 것이다. 저자는 동성애에 대한 시각의 시대적?공간적 변천을 간단히 소개한다. 예를 들면 거부감이 크지 않았던 동성애가 비난받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수간이나 자위행위와 마찬가지로 반자연적인 행위라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견해가 적극 반영된 중세부터라고 한다. 더욱이 16세기에 진입하면 청교도적인 도덕성이 더욱 강화되어 동성애는 용납될 수 없는 금기의 대상이 되고, 19세기 과학의 발전으로 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동성애자는 독특한 정체성을 갖는 예외적 인간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는 여성 간의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쿠르베의 <잠>, 부셰의 <목욕하는 다이아나> 등을 예로 들고, 남성 간의 사랑은 장 브록의 <아폴론과 휘아킨토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안나와 성모자>, 미켈란젤로의 <죽어 가는 노예> 등으로 다룬다. 특히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 그리고 카라바조는 왜 양성성에 몰두했는가? 저자는 양성성이란 이성과 동성을 모두 구유하는 것이고 이는 성적인 미분화를 통해서 성적 완벽함을 도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세 화가는 화면에 양성성을 구현함으로써 성적 완벽성을 추구하고 존재의 승화를 꾀했다고 분석한다. 양성성은 음과 양의 조화와 화해를 도모했던 인간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관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낭만주의 시인들이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다는 미명 하에 사랑을 갈구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분리되어 결핍된 지금의 상태가 결합에 의해 완벽해진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상실에 대한 보상, 즉 안정성에 대한 강렬한 희구가 예술로 피어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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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의 죽음은 고대가요 ’공무도하’ 가 노래하는 남편이다. 이 시는 조선의 곽리자고가 새벽에 배를 손질하던 중 목격한...
    최초의 죽음은 고대가요 ’공무도하’ 가 노래하는 남편이다. 이 시는 조선의 곽리자고가 새벽에 배를 손질하던 중 목격한 광경을 슬프게 노래한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병을 든 채 강을 향했다. 아내는 급히 뒤따르면서 남편의 뒷모습을 보고 놀라 그를 제지하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남편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강의 물살을 휘감으며 서서히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아내의 가슴에 그어지는 선연한 칼날, 아내는 공후를 타며 남편의 죽음을 통절하게 노래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그가 남긴 것은 고스란히 남은 자의 몫이다. 남편을 따라 가버린 아내. 남편이 물살에 실려 사라지는 것을 보고 통탄하며 자신을 내던져 죽어간 아내의 죽음은 술병을 들고 서서히 물 속으로 걸어갔던 남편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 순간 그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중간 상태였겠지만 아내에게는 그저 비통한 선택일 뿐이었다. 저자가 말한다. 남편의 죽음이 초월적이고 신화적이라면 아내의 죽음은 현실적이고 경험적인 것에 가깝다고. 

    이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림과 문학은 ’사랑’과 ’죽음’을 빼놓고는 어떤 이야기도 불가능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햄릿과 오필리어,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서사에서는 물론 김우진과 윤심덕의 실화에서도 ’사랑’이 ’죽음’으로 완성된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삶의 종착역은 결국 죽음 즉 ’타나토스’이며 거기에서 다시 환원되는 것이 ’에로스’인 것이다. 이처럼 ’에로스’와 ’타나토스’ 즉 ’삶’과 ’죽음’ 아니 ’사랑’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다. 또한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종종 본능적이다. ’5초의 희열’을 위해 목숨을 희생할 수도 있다는 섹스나 ’동반 죽음’으로 사랑을 완성하겠다는 뉴스 속 연인은 그것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있어 ’에로스’와 ’타나토스’란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이토록 집착 또 필연적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걸까.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와 잔 애뷔테른은 앞서 말한 사랑의 유형을 제대로 실천한 인물로 여겨진다. 파리의 보헤미안 모딜리아니는 숱한 기행과 소문, 극심한 가난, 마약과 음주, 무절제한 여성 편력으로 파리의 카사노바로 불렸다. 하지만 수려하고 귀족적인 용모 속에 창백한 감성과 날카로운 이성을 겸비하고 있었던 33세의 그가 잔을 만났을 때 그녀는 고작 19세였다. 방탕한 생활로 인해 육신의 노화와 정신의 타락을 경험하고 있었던 그는 곧 잔과 동거를 시작한다. 미래를 보장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선택이 그러했기에 그들은 함께 살았다. 하지만 모딜리아니의 건강악화는 생각보다 심했다. 예쁜 딸이 태어났고 그녀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지만 그것들이 그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가 죽은 후 잔은 6층 베란다에서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렸다. ’공무도하’의 아내와 같은 현실적인 죽음이다. 하지만 곧내 밝혀졌다. 그녀는 임신 9개월이었다. 그녀의 죽음이 모딜리아니의 그것보다 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엑스터시>는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기는 하지만 상대가 종교든 사랑이든 간에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 황홀경으로 다가갔던 경우다. 이런 유형은 아마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것들에서 훨씬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나르시시즘은 또 어떤가. 저자는 주제를 말하는 데에 있어 사랑남녀, 자기애, 팜므 파탈, 동성애를 차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 두 번째 유형이다. 거울 속의 나는 실제의 나일까 나를 가장한 타자일까의 물음에서 시작한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나머지 타자를 배제하여 어떤 여자도 만나지 않던 피그말리온이 기어이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조각했지만 아름답고 우아하던 그녀는 온데간데 없고 그건 결국 자아도취에 그치고 마는 것이었다. 타자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만들어 내고 자신을 대입시킨 자기애를 실현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지나친 자기애는 사랑하는 남녀의 관계보다 더한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 그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이야기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나 <페이스 오프>, <파이트 클럽> 등의 영화가 있다. 그 중에서도 <존 말코비치 되기>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과연 누구인지를 역설적으로 묻는 영화다. 궁극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질문하고 또 지나친 자기애를 설명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팜므 파탈은 좀 더 극적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는 아프로디테나 이스라엘의 영웅인 삼손을 파멸케 하는 데릴라, 카라바조와 클림트의 회화 속 유디트, 뭉크와 에곤 쉴레에게 그들의 그림을 그리게 했던 이들을 이 범주에 넣는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와서 남성의 혼을 빼놓은 다음 지독하게 파멸시키는 여자들을 그렇게 부른다. 때문에 모든 이야기 속에서 뜨겁고 열정적으로 그려지는 치명적 매력의 팜므 파탈은 사실 파멸의 존재다. 실제는 우리가 드라마 속에서 보는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란 말이다. 팜므 파탈은 근원적으로 남성에게 탄압받은 여성들의 자기 존재성 강탈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 최승자는 "여성은, 아니 나는 이 세상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이미 천년 전에 죽은 시체에 불과하다" 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내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동성애와 관련된 예술계 인물은 상당수다. 그리스의 소포클래스, 유리피데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을 비롯해 르네상스 때의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를 거쳐 카라바조, 슈베르트, 안데르센, 쇼팽, 휘트먼, 차이코프스키, 베를렌느, 오스카 와일드, 지드, 프루스트, 릴케, 로렌스, 생상, 번스타인, 엘튼 존, 데이빗 보위, 앤디 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미셸 푸코, 몽고메리 클리프트, 록 허드슨까지 숫자를 세기가 힘들 정도다. 작품으로서는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앙드레 지드의 <테제>, 버지니아 울프의 <올란도>,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등이 있다. 아마 신화나 영화 속에서는 더 자주 그리고 많이 그려졌을 테고. 그러면 그들은 왜 인정받는 이성애보다 내쳐지는 동성애를 택했을까. 상식적으로는 서로 다른 ’이성’보다 외적으로 비슷한 ’동성’에 더 끌리는 것이 이론적으로 더 저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성서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간은 본래 한 종류였고 신의 노여움 때문에 둘로 분리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남자고 또 하나가 여자라는 것까지 굳이 되짚어 보지 않더라도 어떤 의미에서 그건 매우 자연스럽다. 동성끼리는 인간의 종족 보존의 법칙을 절대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 동성애를 마땅찮게 여기는 하나의 의미라면 의미일까.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욕망에서 시작한다. 살기 위해 필연적으로 선택하고 감수해야 하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때로 희극이 되기도, 비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 모든 그림과 문학은 필연적으로 그것을 말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주제였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에게 죽음이 필연적인 것처럼 ’삶’과 ’죽음’ 에 대해 탐구하고 집착하는 것 또한 그럴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동서를 막론하고 세대를 막론하는 보편적 주제가 바로 ’에로스’와 ’타나토스’인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우리, 사랑하는 우리는 모두 너나할 것 없이 서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체험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이야기는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수많은 텍스트를 알았다. 그림, 문학, 영화 등의 예시가 풍부했기에 다소 철학적인 주제에도 쉽게 녹아들어갈 수 있었다. 예술이 탐구하는 영역은 인류 이래 새로운 것이 없다. 사람이 다양한 만큼 같은 이야기가 다소 변형되고 재탄생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삶은 진짜다. 하루도 빠짐없이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실행해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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