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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고 꽃은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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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쪽 | | 151*224*28mm
ISBN-10 : 1196542007
ISBN-13 : 9791196542009
꽃은 피고 꽃은 지고 중고
저자 지상 | 출판사 책만의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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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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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 빠른배송 좋은책 고맙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eunkyo***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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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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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나'가 없다." 지상(智祥)이라는 비구니스님이 출가 후 도반(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이자 함께 수행하는 벗)의 연을 맺은 비구니스님(명조)의 투병을 함께하며 극진한 보살핌으로 간병하면서 얻은 수행과 깨달음의 기록을 담은 감동 실화.
오늘날 육신과 마음에 깃든 병마나 괴로움에 신음하는 많은 현대인이 각자의 힘겨운 삶 속에서도 서로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지혜, 그리고 종교를 넘어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겪을 수 있는 아픔과 고통을 스스로 치유하고 위로하는 명상의 메시지를 담았다.

저자소개

저자 : 지상
경남 진주에서 태어남. 1985년 서울 봉천동 관음사에 출가하여 비구니 수계를 받았다. 동학사 강원을 거쳐 1998년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수유리 <향운사> 주지

목차

1. 출出
출가하다 / 진실한 삶의 시작점 / 강원에 들어서다 / 입방 신고식 / 스님으로 들어가는 문 / 높은산도 한 줌의 흙으로부터 / 상이란 대체 뭐지? / 채공 / 라면을 먹다 / 짝꿍스님 / 큰 복을 만나다 / 강원을마치다 / 선방에 입방하다 / 기침 소리와 해제 / 해인사 삼성암 / 학문의 길 / 중앙승가대학 / 상구보리 하화중생 / 강화 연등국제선원에서 / 누구나 삶의 스승 / 타고난 온아한 품성 / 조계종단의 분규 / 분열의 불교 역사 / 호주로 떠나다 / 낯선 곳에서의 정착 / 무너진 믿음 / 교민불자 / 멜버른 / 또 다른 시작 / 아름다운 사람들 / 모래로 밥 짓기 / 아픈 이들의 세상 / 뜻깊은 경험, 그리고 귀국

2. 연緣
무명 / 명조스님과의 재회 / 새로운 거처 / 수술 / 중환자실 / 또 다시 입원 /나의 선지식으로 오다 / 어떻게 생명을 살릴 것인가 / 포교당을 접다 / 원효의 환속 / 모든 이의 집이 되겠소 / 언제나 청진기를 목에 걸고 / 심장 이식을 권유받다 / 심장병 환자를 위한 식단 / 반신욕기를 들여 놓다 / 고통은 나누어야 / 또 이런 일도 / 보현보살 /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 산으로 / 꿈에 나타나 내게 주신 두 글자 / 박사과정에 들어서다 / 빌라에서 법회를 열다

3. 입入
명조와 지상 / 폐가를 구입하다 / 도량을 가꾸다 / 향운사라 이름짓다 / 새 생명을 받은 불자 / 네팔을 향한 회향 / 행복한 시간 / 아! 재발 / 등록 / 운동 대장 / 방 수리를 하다 / 이름도 모르는 기증자를 위하여 / 심장 이식 수술을 받다 / 다시 피는 꽃 / 제2의 삶 / 기증자를 위한 49재 / 북한산행 / 불사

4. 멸滅
업, 하나 / 업, 둘 / 필요한 것은 좌절이 아니라 용기 / 항암 치료 / 이대로 머물러 주세요 / 마지막 투병 / 마지막 간병 / 코드 블루 / 존재의 끝, 입적 / 생생한 그리고 아름다운 존재여! / 바늘과 실

책 속으로

얼마 되지 않아 수행의 앞길이 막연해졌다.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여행자처럼, 수행자의 미래도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마치 철로 만든 장벽에 가로막힌 듯 답답하고 먹먹하기만 했다. 나는 다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의 첫 출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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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되지 않아 수행의 앞길이 막연해졌다.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여행자처럼, 수행자의 미래도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마치 철로 만든 장벽에 가로막힌 듯 답답하고 먹먹하기만 했다. 나는 다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의 첫 출발선에 서 있었다. __p17

비유하자면 따뜻한 봄날, 아침 서리나 새벽 이슬이 금방 없어지는 것과 같고, 가파른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커다란 나무나 깊은 우물 속의 썩은 등나무 넝쿨을 잡고 있는 것과 같으니 어찌 이런 몸이 오래 살 수 있겠는가. 생각하면 세월이 빨라 찰나에 숨을 바꾸면 다음 생이니 어찌 세월을 헛되이 보낼 수 있겠는가. __p30

깨달음의 길을 서로 도우면서 함께 가는 수행자 모두를 승가(僧家)에서는 도반(道伴)이라고 한다. 고려시대의 국사였던 보조 지눌스님은 《계초심학인문》에서 “악한 벗을 멀리 하고 어질고 착한 벗을 가까이 하라.” 했고, 성철스님은 “도반이 공부의 반을 해주고 대중에게서 전체를 얻는다.”고 할 만큼 도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__p47

《치문경훈》에서도 “수행을 원만히 닦고자 한다면 반드시 총림의 도반에게 부촉해야 한다.”고 했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완성시켜주는 이는 도반’이기 때문에 좋은 도반과 더불어 사는 삶은 곧 수행의 완성으로 가는 삶을 의미한다. 하지만 도반의 중요성이 어디 수행자의 삶에만 국한되는 문제이겠는가. __p49

마음은 힘을 쓰고 애를 써서 아무리 다잡고 있어도 날뛰는 원숭이와 같았다. 화두가 들리는가싶다가도 나무에 매달린 원숭이가 밀림의 나무를 헤집고 다니는 것처럼 찰나의 속도로 멀리 달아나버리고 만다. 그럴 때는 화두를 내려놓고 초심자들이 하는 수식관을 다시 해보지만 야속하게도 어느새 숫자를 놓아버리고, 파도처럼 일어나는 생각을 따라, 만나면 만나는 대로, 흩어지면 흩어지는 대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제멋대로 허둥거리는 것이다. __pp54-55

화두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의구심의 문구이며 화두 수행자가 풀어야 할 평생 과제를 말하는데 나는 전통적인 화두에서 벗어나 나에게 주어진 이 숙제를 풀어야만 했다. 남의 아픔을 뒤로 둔 채 오직 화두만을 들고 하는 수행은 올바른 수행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깨달음의 수행과 자비행의 실천은 따로 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혜와 자비는 둘이 아니고 바로 한몸이다. __p62

공부하는 수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선지식(善知識)과 도반(道伴)’이라고 한다. 선지식이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이 내포돼 있다. 첫째는 좋은 친구 혹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둘째는 훌륭한 지도자나 덕망이 높은 스승을 뜻한다. 흔히 선지식이라 하면 두 번째의 뜻으로 풀이하는데, 사실 좋은 친구나 마음의 벗이라는 뜻이 선지식이란 말에 폭넓게 담겨 있으니 어찌 보면 선지식이나 도반이나 때로는 같아 보인다. __p81

불교에서 말하는 공부(修行)란 “우리의 삶을 옳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그 반대로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어디에서 나의 미래의 답을 찾아야 하는가. __p91

“중은 하늘을 덮고도 남는 복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세속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루도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에 비교한다면 나는 너무나 큰 복을 누리고 살고 있는 행복한 불제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호주 유학의 길이었지만 모래로 밥을 지을 수는 없었다. __pp120-121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나만 괴로운가?”, “왜 나만 하는 일이 어렵고 잘 안 되고, 슬픈 일이 일어나는가?” 그러나 이 삶이란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모두에게 똑같이 비슷한 일이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도 행복한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간다. __p123

귀국한 나는 곧바로 명조스님을 찾아갔다. 몹시 보고 싶었다. 스님은 경기도 산본에 있는 정혜사를 임시 거처로 정하고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스님은 뜻하지 않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호주에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병원을 찾아갔어요. 검사를 해보더니 의사가 ‘승모판협착증’이라고 하네요.” __p138

꿈,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는 사라지는 것들이다. 그러하니 우리들도 언젠가는 꿈처럼, 물거품처럼, 이슬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니 ‘오직 모를 뿐’이라 한 것이다. __p141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그제서야 다른 환자의 가족들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가족을 만들어 사는 이유가 이런 것이었구나. 이것이 가족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단란한 가족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출가자들이었다. 원래의 가족은 멀리 떠나보내고 생면부지였다가 만난 도반이 새로운 가족이었다. 명조스님의 가족은 바로 나였고 나의 가족은 바로 명조스님이었다. __p147

이 모든 것을 개인이 재량껏 해결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출가자의 삶인 것이다. 같은 길을 걷는 도반은 부처님의 법으로 맺어진 관계다. 힘들고 어려워도 이해하고 보살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적어도 몸이 아파서 서럽고, 혼자여서 외로워 사람이 그리운 처지는 되지 말아야 한다. __p162

원효는 이런 백성들의 아픔을 모른 체하고 절에서 편안하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속박도 집착도 없는 해탈의 회향을 위해 원효는 스님이라는 신분을 버리고 백성과 똑같은 중생의 품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마음을 편안히 쉴 수 있는 마음의 집이 된 것이다. 그것이 원효였다. __p172

나도 이처럼 명조스님이 편안하게 쉴 ‘마음의 집’이 되어야 했다. 우리 둘에게는 간병의 시간이 곧바로 우리들의 수행시간이었다. 서로의 집이 되어야 했다. 서로의 등불이 되어야 했다. __p172

나는 스님에 대한 마사지가 좌선이었고, 마사지가 염불이었다. 마사지를 하는 동안에는 나도 잊고, 상대도 잊고, 시간도 잊고, 고단함도 잊었다. 법당이나 산중선방에 앉아 부처님을 향해 목탁을 들고 염불하거나 밤새 좌선을 하는 것만이 수행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가고 있었다. __p175

눈 한번 깜박이는 것도 심장의 힘으로 하는 것이다. 아무리 가늘어도 촛불은 촛불이다. 스님을 살아있게 해주는 소중한 심장을 살려내야 했다. 멈추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소임이었다. __p187

나에게 주어진 이 고난의 숲에서 멀리 떠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되었다. 흔들리고 두려운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잡고 힘써야 할 때인 것이다. 매서운 강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을까. __p206

그것이 내가, 그리고 명조스님이 부여받은 존엄한 생명을 위한 가치를 존중하고, 아픈 사람의 고통을 체험하여 끝없이 자비한 마음을 베푸는 일에서 뒤로 물러서지 말라는 깨우침과도 같은 것이었다. __p214

수행과 기도의 끝점은 자비심이고 자비행이다. 혼자만을 위한 깨달음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의미도 없다. 어찌 나를 우선하는 마음으로 해탈의 먼 바다까지 나아갈 것인가. __p225

명조스님은 병마에 지치고 흔들리는 환자들 속에서 아픈 몸이지만 아프다 말 한마디 없이 환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환자의 가족들과 자유롭게 어울렸다. 물결따라 흔들리면서도 그 어느 한쪽으로도 휩쓸리지 않는 스님의 투병 모습을 볼 때마다 ‘올곧은 마음수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한줄기 깨침의 소리가 저녁 범종처럼 은은하게 메아리쳐 들려왔다. __p259

붓다는 우리에게 네 가지 소중한 진리를 전했다. 그것을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라고 해서 사성제(四聖諦)라 부르는데 그 첫 번째 진리가 ‘괴로움의 진리(苦聖諦)’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세계는 항상 그대로 있지 않으며 늘 움직이고 변하며(무상無常) 실체가 없다(무아無我).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하나도 예외없이 늙고, 아프고,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__p267

두려움은 쉽게 제압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체를 ‘모른다’ 하고 오직 두려움만 알아차리면 되었다. 알아차리는 순간 두려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두려움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명조스님이 위급할 때마다 겁을 먹기도 했고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몹시 두려워했지만, 그때그때 급습하는 두려움을 디딤돌로 삼아 닥쳐올지도 모르는 난관을 지혜롭게 넘어서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__p293

보고 있고 듣고 있으면 언제나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스님의 모습은 참으로 부처님 그 자체였다. 인연이 구족하여 나는 출가를 하여 수행자가 되었다. 그 길에서 명조스님과 같은 좋은 도반을 만났으며 그 도반스님의 병석을 지키게 되었고 함께 구도의 길을 걸어왔다. 때로는 절벽에 매달린 길을 통과하는 것처럼 위태롭고, 숨이 턱에 차도록 힘겨웠으나, 스님을 간병하는 일은, 그 길을 걷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구법(求法)의 노정이었다. __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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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꽃은 피고 꽃은 지고 | ch**park | 2019.01.0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1
    꽃은 피고 꽃은 지고 인간이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 것 중에서 꽃만큼 화려한 수식어와 상징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 또 있을...

    꽃은 피고 꽃은 지고


    인간이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 것 중에서 꽃만큼 화려한 수식어와 상징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 또 있을까. 꽃은 아름다움이고, 사랑이며, 영광이자 축복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찰나와 같아서 절정에 이른 순간, 잠시도 머물지 않고 비루한 종말을 향해 무섭게 내달린다. 그래서 꽃은 사람의 인생과 같다. 화려한 순간은 너무나 짧아 그 시간을 음미하지 못하고, 마지막을 향해 시들어가는 모습은 추하고 쓸쓸하다. 그러나 인간이 꽃과 다른 점이 있다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성숙함이다. 들판에 핀 꽃은 생김새 말고는 구분할 길이 없지만 사람은 내면에서 묻어나는 고유한 향기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그리고 대개 그 향기는 시간이 갈수록 짙어진다. 


    삭발을 하고 승복을 입은 무채색의 비구니에게도 찬란한 시절이 있었다. 스무 살의 나이에 출가를 결정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오로지 수행에 정진하던 젊은 비구니에게는 속세의 화려한 치장술로는 빚어낼 수 없는 순수미가 풍겼다. 그러나 그 시절은 길지 않았다. 젊은 비구니의 잔잔하고 평화로운 구도의 길은 동료 비구니(도반)의 심장병 투병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단지 불가의 인연으로 시작된 동료 비구니의 간병 생활은 속세와 인연을 끊은 비구니에게 수완 좋은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과 시련에 맞닥뜨리게 했다. 솜씨 좋은 의사를 찾아야 했고, 투병 생활에 적합한 집을, 싸게 계약해야 했고, 병원비를 마련해야 했다. 속세와 절연했지만 속세의 삶에 더 깊숙이 얽혀 들어가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친부모라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간병 생활을 그렇게 오랜 시간 견뎌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투병중인 비구니는 인품이 근사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물이었고 그래서 저자도 무척이나 그 비구니를 사랑하고 존경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간병 생활은 모질고 혹독했다. 아마도 저자에게 간병 생활은 또 다른 형태의 구도의 길이었지 않았을까.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 세상의 중생을 대상으로 한다면 긴 병마와 싸워야 하는 참담한 현실에서도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가 있지 않을까. 현실과 유리된 무균실같은 면벽 수행이나 종이에 적힌 말씀을 통해서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도달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꽃이 피고, 꽃이 지듯, 수많은 인생이 화려한 시기를 지나 저마다의 끝을 향해 시들어간다. 사람들은 낙담하고 정해진 슬픈 결말에 방황하고 번민한다. 저자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출가한 스님이라고해서 어찌 속세의 범인들이 겪는 희로애락이 비켜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인생의 고비마다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희망으로 바꿔가는 한 비구니의 담대한 여정은 부처님이 이 땅에 전하고자 하는 크고 넓은 지혜의 한 끝자락을 선명하게 비쳐준다. 


    물론, 그 지혜의 발신자가 꼭 부처님이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세상의 진리와 지혜는 보편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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