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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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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8*210*21mm
ISBN-10 : 8960517127
ISBN-13 : 9788960517127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매뉴얼 중고
저자 예신형 | 출판사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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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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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오래된 책이지만 볼만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hs*** 2019.10.14
232 책 상태 양호, 두 겹의 포장은 매우 우수, 배송 속도 매우 빠름.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hie*** 2019.10.10
231 새책 같다는 평가들이 많아 기대했는데 오래된 책이라 누런건 어쩔 수 없었겠죠? 중고책 구매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kjakkj*** 2019.10.09
230 거의 새책으로 잘 받았습니다. 공부에 귀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또한빠른 배송 감사드립니다^^ 5점 만점에 5점 saeachi*** 2019.09.26
229 빠른 배송이였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dak***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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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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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세상’을 달려야 하는 딸에게
아빠가 알려주는 ‘자전거 타는 법’ 그리고 ‘7가지 인생의 기술’ 아빠가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면서,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갈 때 필요한 ‘인생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남자형제만 있는 집에서 자라 남중남고를 나오는 등 평생 남자들 속에서 살아온 저자는 단 한 번도 ‘여자의 세상’을 고민해 본 적 없는 평범한 ‘한국남자’였다. 그런 저자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여자와 결혼해 딸 ‘율교’를 낳으면서 ‘여자로서의 세상살이’를 고민하게 된다. “왜 여전히 여자는 핑크색, 남자는 파란색인 걸까?”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는데, 여덟 살이 된 딸아이는 어떻게 벌써 자전거를 남자만 타는 거라고 말할까?”
아빠는 ‘1-결심하기’ ‘2-자전거 구하기’ ‘3-연습장소 물색하기’ ‘4-안전장구 챙기기’ ‘5-실전! 페달 밟기’ ‘6-단독 주행 연습하기’ ‘7-일반도로 주행 실습하기’ 이렇게 7가지 매뉴얼을 통해 ‘자전거를 가르치는 노하우’를 공감 가는 에피소드와 함께 알려준다. 그 속에는 여성이 차별받아 온 역사적 사건, 영화 이야기, 실제 겪은 사례에서 뽑아낸 ‘인생의 기술’ 또한 들어 있다. 이 책은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줄 때 부모가 겪는 고충들을 담은 ‘자녀교육 에세이’면서 아빠, 엄마가 딸, 아들과 함께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을 돕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남자’ 예신형이 여자들의 세상을 목격하고, 그에 대해 공부하며, 딸아이가 누릴 세상을 고민하는 ‘아빠 성장 에세이’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저자 : 예신형
형제만 있는 집에 차남으로 태어나 형과 투덕거리며 자랐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여자 짝꿍과 앉지 못했다. 인생의 ‘전성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대학교 재학 중에는 사회체육 동아리 회장, 응원단 단원으로 활약했다.
졸업 후 육군 장교로 3년간 복무한 뒤 지금도 재직 중인 대기업에 관리직으로 입사했고, 좋아하는 운동이 럭비와 미식축구인 이 시대의 평범한 ‘한국 남자’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해장국보다 비싼 벤티 사이즈 ‘모카 프라푸치노’라는
커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문명의 세계를 맛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남자아이들과 ‘맞짱’을 뜨는 딸과 살게 되면서 매일같이 문화적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은 가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다 알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을 딸과 함께 배워 나가는 재미로 산다. 최근에는 화초 기르기를 취미로 삼는 바람에 아이와 베란다에서 한바탕 전쟁 중이다..

목차

프롤로그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딸과 아빠 ㆍ 8

매뉴얼1 결심하기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ㆍ 014
지구에서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 것 ㆍ 021
남자는 왜, 쉴 새 없이,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하는가ㆍ ㆍ 030
그럼에도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야 한다 ㆍ 037

매뉴얼2 자전거 구하기
자전거 고르기 vs. 청바지 고르기 ㆍ 044
남자는 구매를 하고 여자는 소비를 한다는 논리 ㆍ 055
여자가 무언가를 산다는 것, 남자가 무언가를 산다는 것 ㆍ 067

매뉴얼3 연습장소 물색하기
야! 반포 땅이 다 네 거냐ㆍ ㆍ 076
지도를 못 읽는 여자와 지도만 잘 읽는 남자 ㆍ 086
줄을 서는 남자와 손을 잡는 여자 ㆍ 099

매뉴얼4 안전장구 챙기기
아무거나 주워 먹는 놈들을 대하는 법 ㆍ 112
남자에게 기대지 마시오 ㆍ 121
가장 예쁘고 튼튼한 헬멧을 찾아서 ㆍ 129

매뉴얼5 실전! 페달 밟기
세상의 모든 거절 장애자 딸들을 위해 ㆍ 140
싸움 시작한 놈 따로 있고, 싸운다고 욕먹는 년 따로 있다 ㆍ 152
모르는 남자와 얼굴 붉히지 않고 사우나를 함께하는 현명한 방법 ㆍ 163

매뉴얼6 단독 주행 연습하기
언제부터 나의 생일날이 당신의 놀이터가 되었을까 ㆍ 178
‘여자’와 ‘어머니’ 분리 대작전 ㆍ 189
가족이라는 쓰리고 아픈 존재에 대하여 ㆍ 197

매뉴얼7 일반도로 주행 실습하기
짐승들만이 질주하는 세상의 길 위로 나서는 당신에게 ㆍ 208
세상 가장 쓸모없는 표지판 ㆍ 217
그럼에도, 딸! 우리 페달을 밟자 ㆍ 228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ㆍ 237
참고문헌 ㆍ 239

책 속으로

프롤로그 드라마나 영화 혹은 현실에서 말이지. 이제 막 좋아하는 감정이 쌓여 가는 남녀 사이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키스하면 과감하다고들 해. 하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키스할 경우 ‘당돌하다’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고, 대부분은 “여자가 어디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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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드라마나 영화 혹은 현실에서 말이지. 이제 막 좋아하는 감정이 쌓여 가는 남녀 사이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키스하면 과감하다고들 해. 하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키스할 경우 ‘당돌하다’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고, 대부분은 “여자가 어디 감히……”부터 시작해서 “헤픈 여자다” 심지어 “부모가 어떻게 가르쳤길래” 소리까지 듣게 돼. (아! 아빠는 괜찮아. 누가 “부모가 어떻게 가르쳤길래”라고 말하면, “이러라고 가르쳤어요”라고 답해 주렴. 아니다. “가르치긴 누가 가르쳐요, 독학으로 깨쳤어요”가 조금 더 쿨해 보이겠다.)
사랑조차 여자가 먼저 시작하면 안 되는 사회. 아직 갈 길이 너무나도 먼 사회야. 남자와 여자, 그중에 여자에게만 가야 할 길이 더 먼 사회, 그건 확실히 정상이 아니지. 아, 시작부터 얘기가 너무 멀리 나갔다. 그래서 결론은, 딸! 일단 우리는 자전거 타기를 시작하자!_<본문 10~11쪽>

매뉴얼2 자전거 구하기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안장 모양이 딸의 엉덩이에 맞지 않아서 다른 형태의 안장을 구입해서 교체해야 했고, 전거 핸들 손잡이 역시 딸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다른 컬러의 손잡이를 사다가 갈아 끼워야 했다. 나중을 생각해서 조금 큰 자전거를 사다 보니 부쩍 겁을 내는 바람에 팔꿈치와 무릎 보호대, 장갑 그리고 헬멧까지 새로 구입했다. 시운전을 해 보더니 따르릉 벨을 달아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줬고, 다시 한 번 올라타 보더니 옷과 가방을 넣는 바구니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매장을 또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자전거를 살 때보다 더 자주 매장을 들르게 되었고 당연히 매장의 직원들은 물론, 자주 오는 단골들과 도 안면을 트게 되었다. 그중 한 아저씨가 자전거 앞뒤에 매달 바구니를 고르고 있던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딸이다 보니 이것저것 살 게 많으시네요.” ‘아무래도 딸이다 보니’라는 말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아무래도 아들은 아무것도 살 게 없다’는 말과 반대말일까? 그렇다면 진짜로 ‘아무래도 아들’은 자전거 한 대만 사 주면 어떠한 것도 추가적으로 살 필요가 없는 존재라는 것일까?_<본문 68~69쪽>

매뉴얼3 연습장소 물색하기
20세기 초, 세실리아 페인(Cecilia Payne)이라는 한 영국 여성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총명하기로 유명했지만, 일찍이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 혼자 꾸려 나가던 살림살이에 ‘학교’라는 곳은 남자 형제들의 차지였다. 그는 혼자서 학비를 벌어 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진학했으나 거기에도 역시 그가 차지할 자리는 없었다.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아 장학생이 되었지만, 학위는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948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교는 여성에게 학위를 수여하지 않았다. 적어도 케임브리지 학위 수여식 단상 위에는 단 한 뼘도 여성이 올라설 자리가 없었다. 결국 더 많은 공부와 일자리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하버드 천문학대학원 계산수 팀에 들어갔다. (…) 그는 계산수로 일하며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학문적 성취를 이뤄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교수와 선배들이 페인의 길을 막고 나섰다. 여자에게는 너무 복잡한 연구라며 연구 범위를 좁히라는 압박을 받기도 했고, 여자 혼자 연구하기엔 벅찬 분야라며 공동 연구를 강요하기도 했다. 그런 교수나 선배들은 아마도 들리게 혹은 들리지 않게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여기는 우리 자리야. 나가!”_<본문 81~82쪽>

매뉴얼4 안전장구 챙기기
“아빠, 자전거 헬멧은 왜 머리에 쓰는데?”
“그야…….”
“아빠가 그랬잖아. 두개골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뼈 중에 하나라고. 그런 뼈로 보호받고 있는데 굳이 헬멧을 머리에 쓸 필요가 없잖아.” 아이는 본인이 연예인을 하려면 얼굴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얼굴을 지키기 위해서 헬멧을 내려서 쓴 거라고 했다.
“그러면 팔꿈치 보호대랑 무릎 보호대는?”
“나한테 제일 중요한 곳은 손이랑 발이니까 거기를 보호해야지. 어제 아빠가 준 쇼핑 쿠폰으로 더 좋은 장갑을 사야겠어. 네일아트랑 미니어처 방과 후 수업을 받아야 하니까 나한테는 손이 제일 중요해.” 딸은 그렇게 어정쩡하게 안전장구를 착용한 채 신이 나서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그래 딸,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헬멧과 팔꿈치, 무릎 보호대는 가장 약한 곳을 보호하고 가리기 위한 용도로 쓰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고 가리는 게 주된 목적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려면 그에 앞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지키면 되는 거다. 순결, 정조, 주위의 평판, 입소문 등 중요하지도 않은 것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생명, 존재감, 자기 존중 등을 해치고 마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이제까지 해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부터 우리는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_<본문 136~137쪽>

매뉴얼5 실전! 페달 밟기
그래서 K선배는 술잔을 엎었다. 때로 맨 정신에 회의실이나 점심 밥상머리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는 작자들이 있으면 물 잔을 엎기도 했다. 대략 이런 것이다. “이봐, 자네들 여자 셋이 등산을 가는 걸 세 글자로 말하면 뭔지 아나?”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슬슬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시작하고, 앉아 있는 말단 직원들이 궁금하지 않으면서도 궁금한 척, 생각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생각해 내는 척하느라 잠시 정적이 흐를 무렵. 턱, 쿵. “어머! 어떻게 하지?” 잔을 엎어 물이나 술을 쏟아 버리는 것이다. K선배를 포함해 서너 명이 휴지를 뽑아 들고, 다른 사람은 식당의 서빙하는 분을 불러 행주를 찾느라 자리가 일순간에 혼란에 휩싸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맥락은 끊기고 말았다.
잔을 엎는 것 말고도 스테인리스 수저를 소리 나게 떨어뜨리기, 필요한 것 없는데도 서빙 아주머니 부르기, 가스 불 여러 번 다시 켜기, 숯불 위로 고기 기름 떨어뜨려서 불길 치솟게 하기, 노래방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시도할 경우 마이크로 테이블 다리를 때려 굉음 만들기, 그리고 스피커 쪽으로 마이크를 향하게 해 역시 굉음 만들기 등 다양한 스킬이 동원되었다. K선배는 본인의 아이디어로 이러한 ‘아니요’ ‘안 돼요’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방법을 만들어 냈지만, 실제로 많은 학자가 불편한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라도 상대의 행동에 제동을 걸고, 그에 대해 동조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_<본문 148~149쪽>

매뉴얼6 단독 주행 연습하기
흔히들 이야기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태어나자마자 자기 발로 일어서지 못하는 유일한 동물이자, 가장 늦게까지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생육하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라고. 그중에서도 21세기의 한국인만큼이나 늦게 자기 발로 일어서고, 늦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민족도 드물다고.
그러나 이 이야기는 틀렸다. 더 정확하게는 21세기의 한국인만큼이나 젊은 세대를 자기 발로 일어서지 못하게 늦게까지 부모가 붙잡고 사는 민족이 드문 것이다. 잠깐 쉬었다 타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던 딸의 자전거는 “지금 안 오면 아이스크림 다 녹아 버린다”는 낮고 조용한 말 한마디에 신속하게 복귀했다. 아이
스크림의 포장을 벗겨 딸의 입에 물려 주고 그동안 쉬고 있던 아이에게 “아저씨가 잡아 줄 테니 자전거 다시 한 번 타볼래?”라고 말을 걸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이는 타겠다고 나섰다. (…) 아이는 페달을 힘차게 밟기 시작했고 나는 뒤를 쫓아 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렇지. 잘하네. 계속 밟아! 잘하네!” 그 네 마디를 하고 나서는 나는 손을 놓아 버렸다. 아이가 탄 자전거는 씽 하고 저만치 달려 나갔다. 아이가 잘 못 타니까 넘어지는 게 걱정돼서 아빠가 손을 놓지 못했던 게 아니었다. 아빠가 손을 놓지 않으니 아이가 넘어질까 봐 겁이 나서 자전거를 혼자 못 탔던 것이다._<본문 187~188쪽>

매뉴얼7 일반도로 주행 실습하기
사람에 따라 운전이 미숙한 이유는 다 다르다. 나이가 어리고 운전 경력이 짧아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져서일 수도 있고, 해당 지역이 초행길이라 서툰 것일 수도 있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 그렇게 배워서 다소 느긋하게 출발하고 천천히 달리 는 것이 버릇이 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전날 늦게까지 야근을 하다 보니 피곤해서 반응이 느려졌을 수도 있다. 길에서 마주치는 운전이 서툰 사람은 그런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만일 운전자가 여성인 것을 확인하면 다른 모든 요인은 싹 거두어 버리고 사람들은 이 한마디를 내뱉는다. ‘김여사.’
딸은 이제 자전거를 타고 반포종합운동장을 벗어나 나와 함께 한강 둔치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됐다. 간혹 반포종합운동장에 갈 때도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길 한편을 달려 그곳까지 간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면 딸은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를 몰고 도로 위로 나서게 될 것이고, 무수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원래 것이 아닌 ‘김 씨’라는 성씨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문득 마음이 급해졌다. 이 아이가 커서도 여전히 ‘김여사’라고 불리는 세상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_<본문 215~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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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빠가 손을 놓아도, 넌 너만의 길을 찾아낼 거야. 너의 속도대로,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게 될 거야.” 저자 예신형은 어느 주말 오후, 딸아이와 레고를 갖고 놀다가 아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레고가 잘못됐어. 여자인데 파란색 바...

[출판사서평 더 보기]

“아빠가 손을 놓아도, 넌 너만의 길을 찾아낼 거야.
너의 속도대로,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게 될 거야.”

저자 예신형은 어느 주말 오후, 딸아이와 레고를 갖고 놀다가 아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레고가 잘못됐어. 여자인데 파란색 바지를 입었어. 여자는 핑크, 남자는 파랑인데!” 이제 유치원 졸업반, 막 여덟 살이 된 딸아이 율교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벌써부터 아이의 머릿속에 ‘여자다움’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이 들어앉았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란 저자는 쇼핑센터로 나가 딱 붙는 핑크색 바지를 사 입는다.(18쪽)
자신의 상식과 다른 아빠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에게 저자는 어떻게 해야 ‘자신다움’을 찾게 할 수 있을지, 그것을 가장 ‘쉽게’ 설명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심을 시작한다. 바로 그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혼자서 타고, 스스로 방향과 속도를 정해야 하며, 한 번 배우면 절대 잊히지 않는 ‘자전거 타기’. 아빠는 선언하듯 딸에게 “자전거를 타자!”고 외친다.

딸. 자전거를 타자. 탈 줄 모르면 어때? 일단 타 보자.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안장에 올라앉아 한쪽 발을 페달에 얹으렴. 그리고 나머지 발로 땅바닥을 힘껏 밀어서 자전거를 출발시킨 뒤에, 다른 발을 맞은편 페달에 얹고 마구 밟아 주면 돼. 쉬울 거 같지? 근데, 미안.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거야.
아, ‘자전거 타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야. 아마도 ‘시작하는 모든 것’마다 너에게 가슴 설레면서도 고통스러운 두려움들이 다가올 거야.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야. 네가 ‘여자로서 시작하는 모든 것’은 너에게 더 큰 고통과 인내를 강요할지도 몰라.-<본문 8~9쪽>.

저자는 딸과 함께 자전거를 고르는 날부터 아이가 두발자전거를 스스로 타게 되는 날까지, 7단계를 거치는 동안 ‘여성으로서의 세상살이’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때론 역사 속에서, 뉴스 속에서,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 속에서 길어 올린 ‘그릇된 성 역할에 대한 시선’을 쉬운 언어들로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아빠는 자신의 마음속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편견에 놀라기도 하고, 오히려 딸의 ‘촌철살인’에 그것을 바로잡기도 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때문에 이 책은 누군가에겐 부녀의 좌충우돌 ‘자전거 분투기’로 읽힐 것이고, 누군가에겐 ‘젠더 교육 첫걸음’으로 읽힐 것이며, 또 다른 사람에겐 평범한 ‘한국 남자의 성장일기’로 읽힐 것이다.

세상엔 네가 멀리해야 할 두 부류의 남자가 있어
‘끊임없이 설명하려는 남자’와 ‘설명해도 절대 들어주지 않는 남자’

시중에 나온 수많은 자녀교육서가 증명하듯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자전거를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은 뒤에 첫 번째로 맞이한 난관은 “자전거는 남자애들이나 타는 거야. 싫어!”라고 외치는 딸을 설득하는 일이나, 효과적으로 가르칠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 아닌 ‘훈수를 두는 남자들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율교한테 자전거를 가르쳐 주기로 했거든. 그것도 두발자전거. 그러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청난 양의 ‘설명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 배울 때는 욕심내지 말고 네발자전거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텐데.”
“아니야. 배울 때 어렵더라도 두 발로 배우는 게 빨라.”
“아니라니까. 요즘은 하이브리드 자전거라고 해서 네발로 조금 타다가 보조 바퀴를 올리고 탈 수 있는 게 있어.”
“무슨 소리. 우리 어릴 때 생각 안 나? 초등학생 정도면 두발자전거로 배우는 게 나아.”
이후로도 세 명의 자전거 선생님은 ‘레슨용 자전거 고르는 법’ ‘자전거 타기 레슨법’에 대한 설명을 계속 이어 갔고, 그러한 설명의 향연은 이후 ‘성인용 고급 자전거 계보’로 흘러갔다가 ‘내가 타 본 가장 비싼 자전거’로 연결되었다.-<본문 31~32쪽>

아직 자전거를 사지도 않았는데 쏟아지는 남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아빠는 ‘맨스플레인(Mansplain)’에 대해 생각한다. 왜 대체 남자들은 여자에게 쉴 새 없이 설명하려 하는 걸까? 이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설명문들에 둘러싸여 살게 될까? 자전거를 사러가는 길, 아빠는 딸에게 맨스플레인 때문에 9?11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콜린 롤리(Coleen Rowley) FBI 요원의 일화를 들려주며(33쪽),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네가 자전거를 타겠다고 말하면, 수많은 남자가 네가 ‘원하지 않을 때’ ‘궁금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설명하려고 들 거야. 그럴 땐 아주 ‘예의 바르게’ 물컵 같은 걸 확 뒤집어 버려”라고. 딸을 낳기 전에는 몰랐던 ‘가르치려드는 남자들’에 불편함을 느끼고, 어쩌면 자신도 늘어놓았을지 모를 그 말들을 되짚어보며 저자는 강력한 항의를, 진심 어린 자기반성을 되뇐다.

맨스플레인은 단순히 ‘잘난 척하는 일부 남성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지적 능력이나 업무 능력에 있어 월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무형의 명백한 폭력이다. ‘우리는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하는 사이가 아니니, 너(여성)는 잠자코 들어라’는 침묵의 강요다. 그리고 불균형한 남녀 관계와 양성 간의 지위를 고착화하려는 반사회적인 노력이다.-<본문 36쪽>
딸, 타다가 넘어질 것 같을 때는
차라리 자전거를 길바닥에 던져 버려!

아이가 자전거에 취미를 붙이면서 본격적으로 자전거 타기가 시작되자 아빠는 분주해진다. 일단 회사원으로서 아이의 스케줄에 맞춰 시간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아이가 안전하게 연습할 만한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헬멧, 무릎 및 팔꿈치 보호대 등 챙겨야 할 게 많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추는 게 가능해서, 율교와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한 날에는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일주일에 몇 번 되지 않는 그 ‘빅데이’에 ‘디지털 장의사’ 사업을 하는 선배가 술을 먹자는 전화를 걸어온다. 그것도 회사 앞이라는 쐐기를 박는 문장과 함께.

리벤지 포르노 자료의 디지털 장의를 요청한 여성이 괴로움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유가족들의 요청에 의해 자살한 여성이 남긴 글과 사진을 지우는 작업까지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때 간혹 가다가 의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남긴 유서나 지인들에게 남긴 메시지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에 가장 많이 씌어 있는 말이 뭔 줄 아니? ‘미안해’야. 낳아 준 부모에게 미안하고, 함께 자라 온 형제자매에게 미안하고, 현재의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미안하고, 본인 스스로에게까지 미안하다는… 정작 모두로부터 미안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이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세상과 이별하는 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본문 135쪽>

선배가 찾아온 그날, 신형은 이 땅의 여자들이 겪는 슬픈 현실과 세상에 대한 분노로 만취해버리고, 다음 날에서야 숙취의 몸으로 자전거를 타러 딸과 함께 반포 종합 운동장을 찾는다. 그런데 갖고 나온 헬멧, 보호대 등을 채우는 아이의 폼이 영 이상했다. 헬멧은 얼굴이 반 이상 가려지도록 쓰고, 팔꿈치 보호대는 손에, 무릎 보호대는 종아리에 끼운 게 아닌가? 고쳐 입으라고 말하려다 이유가 문득 궁금해진 저자는 딸에게 이유를 묻는다.

“아빠가 그랬잖아. 두개골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뼈 중에 하나라고. 그런 뼈로 보호받고 있는데 굳이 헬멧을 머리에 쓸 필요가 없잖아.”
아이는 본인이 연예인을 하려면 얼굴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얼굴을 지키기 위해서 헬멧을 내려서 쓴 거라고 했다.
“그러면 팔꿈치 보호대랑 무릎 보호대는?”
“나한테 제일 중요한 곳은 손이랑 발이니까 거기를 보호해야지. 어제 아빠가 준 쇼핑 쿠폰으로 더 좋은 장갑을 사야겠어. 네일아트랑 미니어처 방과 후 수업을 받아야 하니까 나한테는 손이 제일 중요해.”-<본문 136쪽>

안전장구는 가장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그런데 그 목적을 충족하려면, 자신에게 무엇이 소중한지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지키면 된다. 아직 딸이 어려서, 잘 몰라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리란 노파심에 안전장구를 착용시키고도 늘 더 입힐 게 없나 찾던 아빠 신형은 이미 자신에게 무엇이 소중한지를 깨달은, 어느새 이만큼이나 자란 딸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너를 ‘김여사’라고 불러 대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네 이름이 뭔지 똑똑하게 알려 줘야 해

넘어지고 다시 타기를 반복하기를 여러 날, 드디어 신형은 자전거 뒤 안장에서 손을 떼고, 멀찍이 들려오는 “아빠, 잘 잡고 있지?”라는 외침을 듣는다. 마침내 율교의 단독주행이 시작된 것이다. 매일같이 드나들었던 반포 종합 운동장을 벗어나 일반도로 주행을 나선 부녀는 서래마을 골목길에서 흥미로운 사건 현장을 목격한다.

“감히, 어디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가 21세기 서울 한복판, 그것도 외국인이 많이 살기로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서래마을 대로변에 울려 퍼졌다.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차량 두 대가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얼굴을 맞댄 채 서 있었다. 골목 안쪽으로 가기 위해 대로에서 바로 그 좁은 도로로 접어든 검은색 국산 세단과 대로로 나가려고 골목길을 빠져 나오던 외제 SUV가 1미터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본문 217~218쪽>

서로 양보하면 1분이면 끝났을 작은 시비는 ‘젊은 여자’가 ‘감히’ ‘외제 SUV’를 몰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차까지 출동하는 커다란 사건이 되어버린다. 그 장면을 보고 갸우뚱거리는 딸을 보며, 우리가 뉴스 기사 속에서 ‘김여사’라는 타이틀로 쉽게 마주하는 이 같은 사건을 어떻게 아이에게 설명해줘야 하나 신형은 난감해진다. 여전히 여성이 전문성을 띤 직업을 갖거나,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일을 하거나, 값비싼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거나, 심지어 차를 운전하는 일까지도 쉽사리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취급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줘야 하지? 그런데 사건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서 풀린다. 율교가 표지판을 보고 이곳이 ‘일방통행’ 골목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세단 운전자에게 딱지를 떼는 경찰 앞에서 아빠는 통쾌함과 함께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생각한다.

서래마을 골목길에서 한판 사극 연기를 펼친 검은색 세단 운전자가 내뱉은,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감히’라는 말은 한자 ‘감敢’자에‘?히’라는 한글을 덧붙여 만든 것이다. 이 ‘감’자의 형성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맹렬하게 달려오는 멧돼지에 맞서 작은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본떠 쓴 글자라고 한다. 즉, 누구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만한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에 맞서는 모습이 바로 ‘감히’다. (...) 이제 여성들은 남성들이 ‘감히’ 또는 ‘감히 여자가’라고 수식어를 붙이는 모든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그동안 여성이 드물었던 곳으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남성들은 여성들이 하는 일에 대해 ‘감히’라는 말을 붙이는 혹은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본문 226쪽>

신형은 앞으로 계속 일반 도로 위에서 사람들과 함께 달려야 할 딸아이에게 당부 몇 가지를 잊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너를 보면서, 사람들은 ‘김여사’ 같은 원치 않는 이름을 붙여 댈 거야. 그때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마. 네 이름이 뭔지 큰 소리로 알려 줘. 길을 가다가 ‘여성 금지’라는 표지판이 보이면 말이지. 보이는 족족 ‘감히’ 뽑아내버려!”라고.

아빠는 너에게서 이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희망을 봐
그러니 계속해서 페달을 밟으렴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7개의 매뉴얼’ 속에서 저자 예신형이 알려주는 세상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냉혹해 보이기도 하고,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서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자전거를 타면서 성장하는 딸아이 율교의 모습, 아이의 시선 덕분이다.
“자전거는 남자애들이나 타는 거야!”라고 소리 지르며 배우길 거부했던 딸, 율교는 아빠에게 자전거를 배우는 과정에서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라는 이분법을 서서히 걷어내고 ‘자신다움’을 찾기 시작한다. 연습 주행을 하러 나선 운동장에서 남자아이들이 공을 던지며 “여기는 우리 자리야. 여자는 나가!”라고 외치자, 율교는 “야, 반포 종합 운동장이 다 너네 땅이냐!” 하고 그들을 향해 공을 뻥 차버린다(85쪽). 알량한 공간지각능력을 앞세우는 남자를 비난하던 저자 본인도 길을 못 찾고 공원 지도만 보고 있을 때, 율교는 여성 특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해 길을 물어 즉시 출입구를 찾아낸다(98쪽). 아빠가 이 사회에 실망할 때마다, 노파심을 발휘할 때마다 딸아이는 오히려 세상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율교야, 앞으로 네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무렵이면 남자들이 너를 잘 안 껴 주려고 할 거야. 술자리건, 담배를 태울 때건. 그리고 목욕탕에 가서 저들끼리만 쑥덕이며 서로밀어 주고 당겨 주고 너를 따돌린 채 짬짜미를 하려 할 거야. 그럴 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딸은 모여 있는 남자친구들을 향해 뛰어가며 말했다.
“아빠, 요즘 찜질방은 남녀공용이야! 여탕, 남탕에서 몸만 씻고 한자리에 다 모여서 노는 거거든!”
순간, 나는 자전거를 붙들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깨 위로 는 계속 덜 마른 머리에서 흘러내린 물기가 방울 지어 똑똑 떨어졌다. 남자애들과 툭탁거리며 장난을 거는 아이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그래, 나도 이제 달라져야겠어. 왜냐하면 지금은 2018년이니까!Because it’s 2018!’* -<본문 175쪽>

이 책에서 저자 예신형이 말하고자 하는 ‘여성으로서의 세상살이’는 그리 대단한 내용이 아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알고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딸을 가진 아빠라면, 아들을 키워내는 엄마라면 알아야 하고, 또 아이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상식들이다. 그 속에서 평생 남자들에 둘러 싸여 살던 평범한 ‘한국남자’ 예신형이 아이가 살아갈 현실을 걱정하고, 그 세상을 바꾸려 애쓰는 마음도 읽어낼 수 있다면 이 땅은 딸들이 조금 더 살만 한 곳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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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이제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세 발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처음으로 성인들이 타는 것과 동일한 형태의...

    이제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세 발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처음으로 성인들이 타는 것과 동일한 형태의 두 발 자전거를 타고자 했을 때 들었던 두려움은 상당했을 것이다. 아마도 난 바로 바퀴가 두 개 달린 자전거에 오르질 못했던 거 같다. 양옆으로 보조 바퀴를 달고 한동안 동네를 누볐던 내가 언제부터 온전히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는 일은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알지 모르기에 두렵다. 어떠한 위험을 겪게 될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된다. 그와 같은 감정이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무엇 하나 이룰 수가 없을 것이다. 넘어지더라도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를 고수해야지만 비로소 자유자재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딸을 키우고 있는 저자는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렸다. 정확히는 딸 아이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난관들을 그려냈다. 단 한 번도 여성으로 살아본 적 없는 성인 남성인 저자는 딸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결코 알지 못했을 터이다.


    일단 자전거를 비롯한 운동은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될 때가 잦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덜해졌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은 여성이라면 조신해야 하며 몸을 움직이는 활동보다는 앉아서 인형을 갖고 논다거나 책을 읽는 등의 정적인 놀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생적으로 그러하다는 게 세상의 주장이다. 사회화의 힘은 무섭다. 어린 시절에는 구분 없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놀던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갈 무렵이면 제 성(性)에 부합하는 놀이를 하기 시작한다. 특히 여자 아이들의 경우, 여성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수시로 들으면서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일종의 자기검열 태세에 돌입하기도 한다.


    여성은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지기에 지도를 보지 못한다. 여성은 필요도 없는 것을 과하게 구입하는 데 능하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참으로 많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 살짝 찔리고는 하는데, 안타깝게도 난 지도를 손에 들고도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하며, 퇴근길에 괜히 편의점에 들러 이것저것 구입하는 일도 잦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성이 못한다는 것을 실제로 못하는지 여부를 떠나, 여성이 지닌 장점에 대해 세상이 말하지 않음을 토로했다. 지도는 못 볼 수도 있다. 대신 여성은 묻는다. 지도를 심오하게 해석하고도 목적지를 찾는데 실패하는 남성과 비교를 한다면 차라리 모르는 걸 단 번에 묻는 여성이 현명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소비 패턴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할 수 있다. 남성은 원하는 물건을 향해 돌진한다면, 여성은 자신이 구입하고자 결심한 품목이 아닌 모든 것을 둘러 본 후에 비로소 구입 절차를 밟는다. “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를 부르짖을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가격과 품질의 비교를 하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예 여성을 배제하는 시스템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구성원이 모조리 남성인 조직이 여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제 언행이 폭력인지도 모르고 구사했다. 차는 여성이 타야 맛이 있다, 저녁에는 단합을 위해 늘 술자리를 가진다, 숨김 없이 서로를 신뢰하기 위해 사우나에서 만남을 갖는다 등. 부당하단 말은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스스로를 부적응자로 만든다. 여성들은 대개가 침묵했으며, 견디어 보고자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조직 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하고야 말았다. 역시 여성은 집에서 애나 봐야 한다, 조직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결론이 기다렸다는 듯 도출됐다. 간혹 용감한 여성들이 제 여성성을 억누른 채 남성보다도 더 남성다운 행동을 하며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를 하기도 했다. 개개인의 뼈를 깎는 노력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일이 더는 없길 바란다. 지금은 2019년이므로!


    다행이도 더디나마 사회는 변화 중이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 위를 질주하는 저자의 딸은 아마도 초등학생일 듯하다. 시대가 우리 때와 달라진 덕택인지, 아이는 당당했다. 아니다 싶은 순간 망설이지 않았으며, 아직까지는 여성이라서 못한다는 말에 수긍을 않는 듯했다. 남성, 여성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제 나름의 능력을 지녔으며, 행복을 꿈꾸는, 같은 사람. 학교에서, 아니, 그보다도 훨씬 전 가정에서부터 사람 아닌 남성 혹은 여성으로 아이들이 길러지는 현실이 달라졌으면 한다. 우린 모두 페달을 밟아 눈 앞에 펼쳐진 도로를 질주할 능력을 지닌 존재다.


    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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