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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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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쪽 | 규격外
ISBN-10 : 8946418036
ISBN-13 : 9788946418035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중고
저자 이해인 | 출판사 샘터(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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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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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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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 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 암 투병과 상실의 아픔으로 빚어낸 이해인 수녀의 희망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암 투병과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저자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보이는 것처럼,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일상을 담은 칼럼들과 오랜 시간 벼려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추모의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판화가 황규백 화가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어 이해인 수녀의 글에 깊이와 정감을 더해준다.

저자소개

저자 : 이해인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나 3일 만에 받은 세례명이 벨라렛다, 스무 살 수녀원에 입회해 첫 서원 때 받은 수도명이 ‘클라우디아’이다. 일명 구름수녀. 넓고 어진 마음으로, 구름처럼, 바다처럼 살고 싶어서였을까. 수녀는 자신의 수도생활을 시로 담았다. 그 시가 사람들에게 꽃씨로 전해져 사랑과 위로의 꽃으로 피어나길 원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로 시작된 수녀의 시인 역할은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작은 위로》 등 시뿐 아니라 《두레박》,《꽃삽》,《사랑할 땐 별이 되고》,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등 산문으로 넓혀져, 힘들고 지친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2008년 여름, 투병을 시작하면서 이젠 치유와 희망의 메신저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그림 : 황규백
정겨운 돌담, 작은 새 등 지나치기 쉬운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내재된 정감을 끌어내는 화가. 서른여섯 살에 파리로 유학을 떠나 동판화를 배운 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30여 년간 판화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2000년대부터는 유화 작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품는 따스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목차

여는 글_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며

제1장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_일상의 나날들
감탄사가 그립다
따뜻한 절밥 자비의 밥상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봄편지 1_나의 마음에도 어서 들어오세요, 봄
봄편지 2_삶은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자유 시간
스님의 편지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_김용택 시인에게
서로를 배려하는 길이 되어서
불안과 의심 없는 세상을 꿈꾸며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어머니를 기억하는 행복
11월의 편지_제 몫을 다하는 가을빛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12월의 편지_지상의 행복한 순례자

제2장 어디엘 가도 네가 있네_우정일기

제3장 사계절의 정원_수도원일기

제4장 누군가를 위한 기도_기도일기
3월, 성요셉을 기리며
부활 단상
5월 성모의 밤에
사제를 위한 연가
어느 교사의 기도
군인들을 위한 기도
어느 날 병원에서_의사 선생님께
고마운 간호천사들께
세상의 모든 가족들이_가정의 달에 바치는 기도
휴가를 어떻게 보내냐구요?_휴가 때의 기도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_성탄구유예절에서
용서하십시오-조그만 참회록
감사하면 할수록-송년 감사

제5장 시간의 마디에서_성서묵상일기

제6장 그리움은 꽃이 되어_추모일기
5월의 러브레터가 되어 떠나신 피천득 선생님께
우리도 사랑의 바보가 되자!_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에
하늘나라에서도 꼭 한 반 하자고?_김점선 화가 1주기에 부치는 편지
우리에게 봄이 된 영희에게_장영희 1주기를 맞아
사랑으로 녹아 버린 눈사람처럼-김형모 선생님께
물처럼 바람처럼 법정 스님께
사랑의 눈물 속에 불러 보는 이름_이태석 신부 선종 100일 후에
많은 추억은 많이 울게 하네요!_박완서 선생님을 그리며

닫는 글_여정

책 속으로

요즘은 매일이란 바다의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합니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주변에 보물 아닌 것이 없는 듯합니다. 나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이미 놓쳐 버린 보물도 많지만 다시 찾은 보물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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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매일이란 바다의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합니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주변에 보물 아닌 것이 없는 듯합니다. 나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이미 놓쳐 버린 보물도 많지만 다시 찾은 보물도 많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아직도 찾아낼 보물이 많음을 새롭게 감사하면서 길을 가는 저에게 하늘은 더 높고 푸릅니다. 처음 보는 이와도 낯설지 않은 친구가 되며, 모르는 이웃과도 하나 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여는 글>에서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이해인, <잎사귀 명상>전문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게 보인다.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웬만한 일은 사랑으로 참아 넘기고,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마침내는 이해와 용서로 받아 안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서로의 다름을 비방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이렇게 다를 수도 있음이 놀랍고 신기하네?!’ 하고 오히려 감사하고 감탄하면서 말이다.
(……)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 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 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서

또 다시 가는 한 해,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기도하렵니다.
‘참 고마워요. 힘들어도 아름다운 일 년이었어요!’
또 다시 오는 한 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기도하렵니다.
‘참 고마워요. 또 하루하루 살아갈 새 힘을 당신이 주실 거지요?’
-<감사하면 할수록>에서

내가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는 꿈을 꾸고/ 울다가 잠이 깬 아침// 눈은 퉁퉁 붓고/ 몸은 무거운데/ 눈물이 씻어 준/ 마음과 영혼은/ 맑고 평화롭고/ 가볍기만 하네//창 밖에서 지저귀던/ 새들이 나에게/ 노래로 노래로// 말을 거는 아침// 미리 생각하는 이별은/ 오늘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한다고/ 눈물은 약하지 않은 힘으로/ 나를 키운다고/ 힘이 있다고
-이해인, <눈물의 힘> 전문

언젠가 저더러 항암치료 받느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하니 연민의 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래? 대단하다 수녀!” 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힘든 치료를 하는 이들에게 종종 “대단하세요, 정말!” 하며 추기경님의 그 표현을 흉내내어 보기도 합니다.
-<우리도 사랑의 바보가 되자!_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에>에서

수단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톤즈의 해맑은 청소년들을 위해 현지인과 똑같이 적응하려 애쓰며 부서지고 부서진 그 사랑은 이제 더욱 빛나는 슬픔이 되어 모든 이를 하나로 모이게 하네요. 자신만을 위하여 안일하고 이기적으로 사는 삶은 더 이상 바람직한 삶이 아니라고 침묵으로 강하게 소리치고 계시네요. 불러도 대답 없으신 이태석 신부님, 아아 우리 신부님 !
-<사랑의 눈물 속에 불러 보는 이름_이태석 신부 선종 100일 후에>에서

문학은 삶에 대한 감사함이라고 일러 주신 선생님, 꿈에서라도 다시 뵙고 싶은 그리운 선생님, 선생님을 보내 드리는 고별식에 참석하고 하관예절까지 다 지켜보고 왔는데도 이 세상에 안 계시다는 것이 실감되질 않네요. 제 방에 수북이 쌓아 둔 각종 일간지에 선생님의 웃는 얼굴이 실린 기사를 보면서도 “이분이 왜 여기 계실까?” 의아합니다. 추억이 많은 그만큼 눈물도 그치지가 않습니다.
-<많은 추억은 많이 울게 하네요!_박완서 선생님을 그리며>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순례자// 강원도의 높은 산과/ 낮은 호숫가 사이에 태어났으니/ 나의 여정은 하루 하루/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고/ 물 위를 걷는 것과 같았네// 지금은/ 내 몸이 많이 아파/ 삶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내 마음은/ 산으로 가는 바람처럼/ 호수 위를 나르는 흰 새처럼/ 가볍기만 하네// 세상 여정 마치기 전/ 꼭 한 번 말하리라/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이에게/ 가만히 손 흔들며 말하리라// 많이 울어야 할 순간들도/ 사랑으로 받아 안아/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아름다웠다고
-이해인, <여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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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제 함께 아프고, 울고, 웃겠습니다.” 암 투병과 상실의 아픔으로 빚어낸 이해인 희망 산문집 2011년 봄, 이해인 수녀가 암 투병 속에서 더욱 섬세하고 깊어진 마음의 무늬들을 진솔하게 담은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가가본...

[출판사서평 더 보기]

“이제 함께 아프고, 울고, 웃겠습니다.”
암 투병과 상실의 아픔으로 빚어낸 이해인 희망 산문집


2011년 봄, 이해인 수녀가 암 투병 속에서 더욱 섬세하고 깊어진 마음의 무늬들을 진솔하게 담은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가가본 사람은 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며, 작고 소박한 일상의 길 위에서 발견하는 감사가 또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산문집으로는 근 5년여 만에 펴내는 신간《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는 암 투병과 동시에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이해인 수녀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보이듯이,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보이는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수도자로서의 삶과 살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아우르며 때론 섬세하게, 때론 명랑하게 그리고 때론 너무나 담담해서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해인 수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일상의 그 어느 하나도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감사”를 얻었다며,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고백한다.

소박하고 낮은 세상을 향해 한결같이 맑은 감성의 언어로 단정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는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은 아픔과 마음으로 겪은 상실의 고통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꽃이 진 자리에도, 상실을 경험한 빈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유를 글 갈피마다 편안하게 보여줌으로써 부족하고 상처 입은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산문집에는 세계적인 판화가 황규백 화가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 정겨운 돌담, 작은 새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내재된 정감을 일깨우는 작품들이 이해인 수녀의 글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읽도록 이끈다.

아픔을 승화시킨 삶의 기쁨, 눈물이 키운 삶의 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전체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인 수녀의 일상을 담은 칼럼들과 오랜 시간 벼려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그리고 꽃이 된 그리움을 담은 추모의 글들이 매일 보물을 품듯 일기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의 첫 장에는 익숙한 서문 대신 한 장의 꽃편지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위해 글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뒤로하고 지난 1월 작고한 박완서 작가의 편지다. 이해인 수녀와 박완서 작가는 개인적인 고통의 시간들을 함께 통과하며 특별한 인연을 맺어 왔던 터라 그 아픔이 더했다. 이해인 수녀는 박완서 작가에 대한 추모의 정과 함께 나눈 시간에 대한 감사를 담아 늘 가슴에 품어 왔던 박완서 작가의 편지(2010년 4월 16일자)로 서문을 대신했다.

사랑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리던 고향에 다녀가는 것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어 가지고 돌아갑니다.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 (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 수 있기를,
눈에 밟히던 꽃과 나무들이 다 그 자리에 있어
다시 눈 맞출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보다는 오래 살아 주십시오.
주여, 제 욕심을 불쌍히 여기소서.
2010. 4. 16. 박완서

제1장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_일상의 나날들>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사람, 계절의 변화와 기억 등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잡아낸 생각들을 이해인 수녀의 감성으로 버무려 감칠맛 나는 언어로 엮어 낸다.

또한 법정 스님과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스님의 편지>에서는 다정한 미소를, <따뜻한 절밥 자비의 밥상>, 김용택 시인에게 보내는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등에서는 명랑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가 하면, <어머니를 기억하는 행복>에서는 어머니를 그리는 딸의 그리움이 읽는 이의 가슴에 엷은 슬픔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불안과 의심 없는 세상을 꿈꾸며>에서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수도원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새롭다.

제2장 <어디엘 가도 네가 있네_우정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10여 년간 쓰고 지우며 쌓아 온 우정에 대한 단상 60여 편이 담겨 있다. 이해인 수녀 특유의 맑은 감성과 투병 중의 인간적인 마음을 투정하듯 위로받듯 오롯이 드러낸 단상들은 그 행간에서 뭉클함을 불러낸다.

24
너에게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는 길, 오늘은 비가 내리네. 너를 향한 동그란 그리움과 기도……. 멈추지 않는 나의 웃음을 어찌 알고 동그란 빗방울들이 봉투에 먼저 들어가 있네.
_동네 우체국에 가는 길은 늘 행복하다. 편지를 쓰는 일은 살아서 할 수 있는 아름답고 거룩한 소임이다. 때론 허름한 옷에 앞치마까지 두르고 간 적도 있는데 “수녀님이 정말로 글 쓰는 해인 수녀님 맞으시나요? 멀리 계시다고 여기던 분이 바로 앞에 계시니 참 신기하네요.” 우편물 점검하던 여직원이 웃으며 차 한 잔을 권했다.

36
네가 농사지어 보내 준 포도 잘 받았어.
큰 수술 이후 회복기의 금식을 깨고 과일 먹는 것이 허락됐을 적에 처음으로 내가 먹던 그 황홀한 포도 한 알의 맛! 그 맛은 나에게 지구 전체를 대표하는 살아 있음의 맛이었어.
그 맛을 기억하며 오늘도 너에 대한 고마움으로 포도 한 알을 입에 넣는다.

제3장 <사계절의 정원_수도원 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2010년 한 해 동안 수도원의 일상을 적어 내려간 일기가 담겨 있다. 치료의 고통을 견디는 힘든 시간들의 기록, 발령이나 죽음으로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일의 소소한 행복감 등 잔잔하면서도 명랑한 톤으로 담긴 수도원의 일상을 통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살아 있는 호흡을 느끼게 된다.


며칠 고단했던 심신이 이제는 조금 풀리는 느낌. 미뤄뒀던 빨래도 하고, 성체조배도 하고, 방 정리도 하고……. 조금씩 일상도(日常道)의 기쁨을 찾아가는 중이랄까.
20년 전에 심은 느티나무가 지금은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된다. 밖에 나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지만 집안에서만 왔다갔다하며 자연과 사물과 인간을 관찰하는 시간도 새롭고 재미있고 유익하다. 앉아서도 먼 길을 달려가는 민들레의 기도 속에……. 2010. 5. 25.

누가 나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한다 해서 들뜬 마음을 갖지 않고 담담해지기……. 누가 나에게 근거 없는 험담이나 비난을 한다고 해서 속상해 하지 말고 담담해지기…….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하느님만이 영원하시다! 2010. 6. 24.

약 보름간의 출장에서 돌아왔다. 경기도에는 하도 비가 많이 와서 움직이기 힘들었으나 부산에 오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타고 오는 기차 안에서 오늘은 졸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지. 모든 생각들을 잘 익히고 키우면 시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마당엔 분꽃들이 환히 웃고 있고, 내 자그만 방에 들어오니 새삼 반갑고 정겹고 기쁘네. 패랭이꽃과 강아지풀로 장식한 환영의 꽃들, 새로운 임지로 떠나는 수녀가 두고 간 고별의 쪽지, 공동세탁실에서 갖다 둔 88번이 새겨진 빨래들, 우편물들, 살짝 열어 둔 창문 모두가 다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시간 시간을 더 반갑게, 기쁘게, 소중하게 아껴 써야지. 나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더 많이 감사하면서, 더 많이 기도하면서 나의 시간들을 길들이는 지혜를 주십사고 기도한다. 2010. 9. 11.

일종의 무력증에 빠지려는 자신을 의식적으로 일으켜 세우며 성탄 편지도 쓰고, 객실의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골목길이나 우체국에서 동네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고……. 아무튼 자기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암환자들은 우울증이나 자폐적인 성향으로 기울기가 쉬운 듯해서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0. 12. 1.

제4장 <누군가를 위한 기도_기도일기>에는 군인들을 위한 기도, 사제를 위한 기도, 교사를 위한 기도 등 주제를 가진 기도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어느 날 병원에서-의사 선생님께>에는 암 치료를 위해 오간 병원의 의사에게 오히려 그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글 속에서 육체적인 병의 치료를 받으면서 마음의 치유를 전할 수 있는 그 넉넉함을 배우게 된다.

제5장 <시간의 마디에서_성서묵상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1998년~1999년 두 해에 걸쳐 매일 적어 나간 묵상일기를 발췌해 실었다. 수도자로서의?이해인 수녀의 모습과 그의 간구를 여과 없이 느끼게 해준다.

1999년 4월 18일 일
주님.
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늘 감동할 수 있는 뜨거운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람들과의 만남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그 사이에 사랑의 식탁이 차려질 수 있게 하소서.

1999년 6월 26일 토
주님, 제게까지 몸과 마음의 아픔을 호소해 오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편지로, 전화로, 방문으로…….
아프다, 아프다 외치는 이들…….
“나를 잊은 건 아니지요? 수녀님마저 저를 잊으면 저는 설 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해 오는 이들에게 저는 “내가 가서 고쳐 주마.” 할 수도 없고…….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십시오!

1999년 7월 26일 월
땅에 점같이 작은 꽃씨를 심어 보니 알겠습니다. 조그만 것, 힘없이 약해 보이는 것의 그 대단한 위력을……. 작은 것이 작은 것이 아님을…….
매일 매 순간을 ‘작은 일에 대한 충실’로 살게 하소서!

제6장 <그리움은 꽃이 되어_추모일기>에는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간 우리 시대의 어른들과 이해인 수녀가 맺은 우정과 그리움, 애틋함의 무늬가?새겨진 추모의 글들이 담겨 있다. 피천득, 김수환, 김점선, 장영희, 김형모(《십대들의 쪽지》발행인), 법정, 이태석, 박완서……. “미리 생각하는 이별은 오늘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한다”고 애써 슬픔을 감추고 존경하는 분과 다정했던 벗을 떠나보내며 쓴 글들은 곁들인 사진과 더불어 읽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마지막에 담긴 시 <여정>에는 이해인 수녀가 투병의 고통 속에도 놓지 않은 삶에 대한 기쁨과 감사 그리고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담겨 있어 뭉클한 따뜻함을 안고 책장을 덮게 해준다.

추천사
“여고시절! 가슴 조이던 남학생들이 꽤 많으셨겠습니다. 수녀님!”
첫 만남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2006년 여름이었고……악상의 고갈로 음악에 미친 이가 음악을 할 수 없었던 시기였고, 엉켜 있는 매듭의 끄트머리조차 보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하지만 그날 나의 양미간 사이에 저절로 떠오르던 멜로디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멜로디는 수녀님의 시와 만나 <친구야 너는 아니>라는 노래로 세상과 만났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삶과 시와 모습까지도 하나 된 모습! 완벽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리고 좀더 순수해질 수 있는 통로를 보았다. 이해인 수녀님에게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들조차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나는 배웠다.-김태원(록그룹 '부활'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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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구희일 님 2011.05.17

    "내일을 향해 바라보는 것만이 희망의 전부는 아닙니다. 내일을 위해서는 오늘 씨앗을 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희망입니다."

  • 구희일 님 2011.05.17

    주님. ...... 이제 제가 당신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는 것만으로도 슬기로워진다는 것을 조금은 알고 있답니다.

  • 구희일 님 2011.05.17

    언제나 기도한다고 말하고도 기도하지 못한 저의 게으름을 용서하소서.

회원리뷰

  • 2013년에 읽은 책
    2013년에 읽은 책
  •  늦은 밤, 한 잔의 커피를 내리고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가...
     늦은 밤, 한 잔의 커피를 내리고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지난 며칠을 만회(?!)하고자 늦은 밤에 커피 한 잔과 책을 준비하게 된 것이었다. 빨리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랬던 것인지, 드립을 너무 성의 없이 했던 모양이다. 커피가 맛이 없게만 느껴져 한모금만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본연의 목적인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다시 손이 가서 마신 조금 전의 그 커피는 좀 전과는 전혀 다른 맛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커피의 맛이 그날의 느낌이나 그 순간순간의 분위기에 많이 좌우된다고 하지만 이렇게 확연히-그것도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늦은 밤, 맛없던 커피마저 아주 향긋하고 맛있는 커피로 만드는 그런 힘을 가진 책이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였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님의 편지로 대신한 서문으로 시작된다. 책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울컥 뭔가가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는 글을 시작으로 수녀님의 -감히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예쁘고 정말 깨끗한 글 하나하나에 금세 마음은 진정되고 밝아진다. 물론 그 역시도 같은 감정으로만 계속 가지는 않는다. 전체 6장으로 이루어져있는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부터, 우정에 대한 이야기, 수도원의 일상, 다양한 이들을 위한 기도일기, 묵상일기,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에 대한 추모의 글들을 담은 이야기들이 차례대로 담겨있다. 그 속에서 감사, 행복, 격려, 위로 등의 다양한 축복들을 만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만나기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과 관련된 또 다른 어떤 것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감사, 격려, 위로, 희망, 축복 그리고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나에게는 이해인 수녀님이 그랬다. 아무것 없이도 ‘이.해.인’이라는 세글자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단어들로는 전혀 표현되지 않을 따뜻함으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숨차게 바쁜 것인지?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성급함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P34
     
     그저 이 책이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만을 전해줬다면 그냥 한 번의 위안으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수녀님의 예쁜 글들은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동안의 내 삶은 어떠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계속해서 뭔가에 쫓기듯 불안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괜스레 짜증만 내고 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되지 않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내 삶을 생각하고 계획하게 만든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감사, 행복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느낌을, 나를 감싸고 있던 분위기를 바꾸어 커피의 맛을 다르게 느끼게 했듯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가게끔 하는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단 한 줄의 책 제목으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들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 책 속의 글들을 하나씩 마음에 새기다보면 그 이상의 생각과 삶을 안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어떤 커피보다도 진하고 기분 좋은, 그리고 깊은 향-어쩌면 감히 커피의 향을 이 책과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이 나는 책,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이다.
  •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지만 때때로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바로바로 ...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지만
    때때로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바로바로 구매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해외배송도 하지만
    시간은 고사하고 경비가 꽤 비싸다.
    그래도 앉아서 책을 독일까지 배달해주는 고마움을 생각한다면이야
    그 정도의 경비는 지불해야 마땅한 일일 것이다.
     
    난 가끔 온라인 서점을 방문한다.
    어떤 책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띈 책,
    바로 이해인 수녀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였다.
    이해인 산문집으로 소개되었고,
    이곳저곳 글을 썼떤 내용을 모아두었고, 일상과 먼저 세상을 떠난 소중한 인연들의 추억이 남겨있었다.
    내가 바로 볼 수 없었기에
    고마운 이에게 선물로 배송했더니 감동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았다.
     
    암이란 병과 함께 살아가는 수도인의 삶,
    아픔과 고통을 기도로 이겨가고,
    하루하루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져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어
    가끔은 울고 가끔은 웃으며 보았다.
    무엇보다 책 첫장에 새겨진 박완서 선생님의 편지는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그랬다.
     
    이 책은 일상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을 일깨우는 책이었다.
    이 모든 주인인 나我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삶을 되돌아보고 또 다시 나를 일깨우는 책이었다.
    기도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이란 말인가.
    함께 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기쁨이란 말인가.
    책장을 닫을 때 난 감사의 기도를 했다.
    지금 이 순간을.
  •     <序詩>       &n...
     
     
    <序詩>
                                                  이해인
    당신을 위한 나의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당신 안에 숨쉬는 나의 매일이
    읽을수록 맛드는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때로는 아까운 말도
    용기 있게 버려서 더욱 빛나는
    한 편의 시처럼 살게 하소서
     
    가끔 지친 퇴근 길이나 모든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때, 종종 하는 맹세 비슷한 것이 있다. 내일은 오늘과 조금은 다른,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그것. 그러나, 어느새 다음날의 아침해가 떠오르면, 그리고 시간대 별로 주어진 일상의 숙제들에 쫓기다보면, 그래서 시간의 흐름이 주도하는 일상 속에 매몰되 그저 숨쉬기에 바쁜 삶을 살아내고나면, 비로소 해가 저물고 대부분의 공적 일과들을 끝내고 나서야 어제의 다짐이 떠오르고, 그리하여 가끔은 가벼운 한숨으로, 때로는(술을 좀 마신 날의 경우가 대개 그렇지만) 머리를 쥐어 뜯는 자해의 형태로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하곤 한다. '에휴.. 그러니 발전이 없지..'
     
    어릴 적에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시간이 아주 많아진다고 생각했다. 잠도 늦게 자고, 상대적으로 일찍 일어나며, 학교에서 하루종일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할 이유도 없으니, 그런 두 가지 수혜만 놓고 보아도 어른들의 시간은 아이들의 그것보다 확실히 많아야 했다. 그런데, 어.. 어.. 하는 새 어른이 되고보니, 대개의 어른들 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 그것은 분명 '착각' 이었다.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어린 시절 상대적으로 많이하지 않은 댓가를 치르는 것이라고하면 할 말 없는 바지만, 적어도 두리번거리면 눈에 들어오는 다른 어른들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그렇다면..?
     
    마음 속 깊이 깃든 나르시시즘(이기적 자기애 성향) 때문인지 타인들의 삶을 살피는데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또는 삶을 살아내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한 듯 싶다. 물론 대부분 주관적 선택에 기인한 것이고보면, 그런 형태 하나하나에 우열과 순위를 가릴 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재미있는 건 가끔 별로 하는 일이 없는데, 무척 바쁘고 당황스런 삶을 살아가는 이와, 반대로 평균 수준의 생활력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정도로 자판을 벌려놓고도, 챙길 것 다 챙기고, 놀 것 다 놀아가며 비교적 여유있게 사는 이들이 늘 하나 둘 씩는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삶 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누구나 자신의 '그릇'이 있고, 그 그릇의 크기가 저마다 조금은 달라, 누군가에겐 벅찬 것도 또 다른 이에겐 약간은 허전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삶의 여유란 그릇의 크기와도 비례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릇의 크기가 일단 큰 게(만사가 무료하고 허전할 정도까지가 아니라면) 작은 것보다는 무조건 좋을 터. 운명론에서 말하듯 태어날때부터 타고나는 제 밥그릇의 크기가 정해져있다는, 아주 재미없는 말을 믿지 않는다면, 그릇의 크기는 살면서 충분히 키우거나 줄일 수 있고, 꼭 여유 만을 따져서가 아니더라도, 그릇을 키우는 것이 대체로 나은 선택일 것이다. 소심한 것보다는 대범한 사람, 작은 인물 보다는 큰 인물 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안 들고, 성격도 안 맞고, 하는 일마다 못마땅하게 생각되는 어떤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서 그것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승리가 아니겠는가? 나는 이제사 조금 알 것 같다. 때로는 내 맘에 안드는 사람을 진정으로 환대하고 받아들 때 서로 막혀 있던 통로가 트이고 조그만 사랑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그리고 이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음을..」 <p74>
     
    이해인 수녀님의 글에 묻어나는 여유는 그분이, 비록 종교인이며 수녀라는 한정된 직분의 삶을 살아가심에도, 얼마나 그릇이 큰 인물인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 그건 그분이 종교인이며, 그리하여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야한다는 개인적 소신 내지는 직분적 소명에 근거해서만은 아닌 듯 싶다.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와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성당을 드나들어온 특정 처지의 내가 가진, 특정 종교에 대한 불가항력적 순종적 성향 때문에 충분히 객관적일 수 없어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내가 그분에게 느끼는 바는 그렇다.
     
    「책을 제대로 읽으면 중심이 딱 잡힌다. 눈빛이 깊어지고 마음속에 샘물처럼 차오르는 것이 있다. 책 한 권과 만나 인생이 뒤바뀐다. 책 한 권 때문에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책의 한 대목 앞에서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고, 감전된 것처럼 전율을 느낀다. 그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읽은 후의 나와 완전히 다르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존재 차원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이다..」   
    정민의 <독서의 보람> 中에서..
     
    함부로 추정할 수는 없지만, 이해인 수녀님이 이 글을 인용,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을 보면 수녀님도 독서를 많이 하시고, 그 독서를 통해 삶의 많은 부분에서 우선순위와 중요함의 가치를 새롭게하고 바꾸어오신 듯 싶다. 다독(多讀)을 한다고 특별히 사람의 그릇이 커지고 삶의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개 큰 그릇으로 무릇 타인들을 돌보고 배려할 여유까지를 품고 살아오신 분들이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으셨다는 것은 사실인 듯 싶다. 이런 걸 '책만 읽는..''책도 읽는..'의 차이라고 말해도 될까..?
     
    가끔은 일상 속에 지나치게 매몰되 삶에 대한 자각이 흐려졌다고 느껴지는 경우나, 한 동안 무표정 내지는 차가운 얼굴로 세상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면, 꺼내어 아무 페이지나 열어, 눈에 들어오는 글자부터 읽어나가면 좋은 책이 바로 이 책이지 싶다. 기쁨은 누군가에서 얻어내거나 빼앗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샘물처럼 솟아나는 것이라는 걸, 삶은 결코 운명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아무런 거부감 없이 따스한 입김으로 속삭여주기 때문이다. 꽃이 지고나야 비로소 잎이 보이는게 바로 삶이니까..
     
    「슬픔의 사회화가 없다는 점은 존재의 진정성이나 사회적 소통이 없다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그저 메마른 물건으로 살아갈 뿐인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슬픔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슬픔이라는 프리즘으로 살펴볼 때 우리들 생의 의미는 보다 분명해지고 심화될 것이다..」
    김경복 교수의 글 <슬픔이 사라져가고 있다> 中에서..


  • ...
     
    나는 웬만한 일이면 되도록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나만큼 저자도 낙천적인가 보다.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즐거움을 발견하는 마음이 잘 느껴졌다.
    그런데 어떤 부분에서는 감정이 너무 부풀게 표현되서 공감보단 지나친 느낌도 들었다.
     
     
    <발췌>
     
    *실없이 칭찬하면 말이 무게를 잃는다. 근거 없이 비방하면 비난이 내게로 돌아온다. 지위가 높은 사람의 한마디는 아랫사람의 인생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좋은 말도 가려서 하고, 충고도 살펴서 하라.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박힌다. 뜻 없이 한 행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말과 행동이 사려 깊지 못해 원망을 사고 재앙을 부른다. – 다산 정약용의 어록 중에서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탕스 블루, <사막> 전문
    이 시는 파리 지하철 공사에서 공모한 콩쿠르에서 8천 명의 응모자들 중 일등으로 뽑힌 시라고 한다.
     
    *가장 믿고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서로 말이나 표정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받는 것을 보면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침묵만이 좋은 것인지요? 다정함도 병이 되는 것인지요? 나중엔 유익한 선물이 됨을 알지만 견디는 과정은 늘 괴롭고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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