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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 봄의 제사: 무녀주의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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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쪽 | | 129*188*29mm
ISBN-10 : 1196251746
ISBN-13 : 9791196251741
원년 봄의 제사: 무녀주의 살인사건 중고
저자 루추차 | 역자 한수희 | 출판사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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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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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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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한나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색 본격 미스터리!
두 소녀가 서로 부딪치며 추리하는 뛰어난 청춘 미스터리!

기원전 100년, 한나라의 변방 운몽택에 한 무녀가 찾아온다.
이 무녀의 등장과 함께 옛 귀족 가문에 피바람이 몰아친다. 제2회 ‘중국어권 추리대상’ 최우수 신인상 수상 작가 루추차의 본격 미스터리. 본 작품은 해박한 역사적 지식과 탄탄한 필력이 어우러져 중국 추리소설계를 깜짝 놀라게 한 ‘현학’ 기서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전공인 고전문헌학을 살려 굴원의 〈이소〉, 《시경》과 《예기》 등 고대의 시문과 경전을 자유자재로 인용하고, 당대 그러했을 법한 연회 자리와 자연 풍광을 묘사하는 등 독자들을 기원전 100년의 세상으로 안내한다.

“처음 굴원의 〈이소(離騷)〉를 읽고 나서 그의 전 작품을 통독하며 파헤친 결과, 굴원의 신분은 사대부가 아니라 초나라 국가 제사에 참여한 무녀로서 어려서부터 일생 남장을 하고 살아간 여자란 걸 알게 됐지.”
한나라 무제 천한 원년(기원전 100년), 처음으로 옛 초나라 땅 운몽택을 밟은 장안 호족의 딸이자 무녀 오릉규는 이 같은 대담한 학설로 한때 초나라 국가 제사를 맡았던 관씨 일가를 발칵 뒤집어놓는다. 고대 예법을 충실히 지키며 살아가는 관씨 집안은 오릉규의 학설을 지지할 수 없다. 이번 운몽택 방문으로 오릉규와 관씨 일가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연회 다음 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살인사건은 곧 연쇄 살인사건으로 치닫고, 관씨 집안의 막내딸 노신은 외지인 오릉규를 모든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다.

사건 배후에는 어떤 인물이 숨어 있는가? 왜 하필 제사 즈음에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인가? 4년 전 일어난 관씨 일가 살인사건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오릉규는 이제 막 친구가 된 노신과 함께 때론 갈등하고 때론 화해하며 진범을 찾아 나선다.

저자소개

저자 : 루추차
1988년 중국 베이징에서 출생, 푸단대학교에서 고전문헌학을 전공했다. 재학 중 푸단대학교 추리소설협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일본 가나자와에 거주하고 있다. 단편 〈전주곡(前奏曲)〉으로 제2회 ‘중국어권 추리대상’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고 《세월·추리》지에 작가와 같은 이름의 탐정 시리즈를 비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일본 추리소설을 탐독하며 미쓰다 신조, 요네자와 호노부, 노리즈키 린타로, 가노 도모코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추리소설이 인류 지식의 한계와 비이성을 구제할 수 있으며, 순문학 및 기타 소설 유형으로 절대 대체될 수 없는 가치가 추리소설에 담겨 있다고 믿는다.

역자 : 한수희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석사(한중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수학의 아름다움》 《왕과 서정시》 《블랙테크》 《대륙의 큰언니 등영초》 《완다 : 아시아 최고 부자의 경영 강의》 등이 있다.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독자에게 내미는 도전장
제4장
독자에게 내미는 두 번째 도전장
제5장

참고문헌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짧은 홑옷을 입은 현지 소녀가 방금 숨이 끊긴 꿩을 들며 불평했다. 소녀는 말하면서 경멸하듯 얼굴을 돌리면서도 사살당한 꿩은 꽉 쥐고 있었다. 사실 장안에서 온 오릉규(於陵葵)가 꿩을 몇 마리 잡아 술안주로 삼자고 제안했을 때 남 비위 맞추는 데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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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홑옷을 입은 현지 소녀가 방금 숨이 끊긴 꿩을 들며 불평했다. 소녀는 말하면서 경멸하듯 얼굴을 돌리면서도 사살당한 꿩은 꽉 쥐고 있었다. 사실 장안에서 온 오릉규(於陵葵)가 꿩을 몇 마리 잡아 술안주로 삼자고 제안했을 때 남 비위 맞추는 데는 별 재간이 없는 관노신(觀露申)의 혀 밑에서도 침이 고였다. 화살촉이 꿩 깃털과 지방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 노신 또한 별로 불쌍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_ 12쪽 중에서

“실제로는 명문의 후손인 나에게 실망했다, 맞나?”
“맞아. 정말 많이 실망했어.” 규는 전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나는 이렇게 타락한 시대에 신뢰할 수 있는 건 너희 같은 옛 귀족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 너희에겐 아직도 내가 동경하는 것들이 남아 있어서 오래 전에 멸망한 초나라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너는 고대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우리 시대의 일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 게 없네…….” _21쪽 중에서

백부 관무구는 자녀에게 매우 엄격했고, 약영이 반항적인 아이인 것도 맞긴 했다. 약영은 어릴 때부터 오빠와 함께 제사에 대한 기술을 배웠고 나중에 한나라 국가 제사에 참여하는 무녀로 성장할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기의가 기억하기로 약영이 이렇게 맞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_27쪽 중에서

마침내 기의는 엎드려 있는 사람 그림자와 몇 걸음 떨어진 곳까지 왔다. 기의는 더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땅에서 얼음으로 굳어지고 있는 피를 밟을까 두려웠다. 기의는 조심조심 얼어붙은 검붉은 액체를 피해 엎드린 사람의 머리 옆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살며시 허리를 굽혀 등롱을 자기 무릎 앞으로 옮겼다. 바닥에 엎드린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았다. _32쪽 중에서

“이게 바로 4년 전에 백부님 댁에서 일어난 참극이야.”
관노신이 사건 정황을 다 얘기한 뒤에도 하늘은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고 저녁놀 가장자리만 살짝 어스름해졌다.
“4년 전이라고?”
오릉규는 이 말을 되풀이하고 곱씹으며 당시 일을 떠올렸다.
그때 만 열세 살이었던 규는 막 활쏘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손에선 굳은살이 자꾸만 찢어지며 끔찍한 고름이 흘러나오고, 새살이 자라면 다시 굳은살이 박이곤 했다. 규에게 활쏘기를 가르쳐준 전직 장군은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살아 돌아온 장본인으로 얼굴에 지네 같은 흉터가 나 있었다. _37쪽 중에서

“네가 원한다면 지금 바로 여길 떠날 수 있어. 아무도 날 오라 가라 할 사람이 없고, 다른 사람을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거든.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네가 내게 명령을 내리도록 허락할게. 기회는 딱 한 번뿐이고, 내용은 ‘당장 날 데리고 운몽택을 떠나줘’로만 한정할게. 그 외엔 일체 받아들일 수 없어. 밤길을 가는 게 겁나면 내일 일찍도 괜찮고. 어쨌든 네가 그렇게 요구하면 난 기필코 널 위해 해낼 거야.” _111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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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내가 보기에 굴원은 사대부가 아니라 초나라 국가 제사에 참여한 무녀였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는 중국 작가 루추차의 새로운 스타일의 본격 미스터리. 루추차는 2014년 단편 〈전주곡(前奏曲)〉으로 제2회 ‘중국어권 추리대상’ 최우수 신인상을...

[출판사서평 더 보기]

내가 보기에 굴원은 사대부가 아니라
초나라 국가 제사에 참여한 무녀였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는 중국 작가 루추차의 새로운 스타일의 본격 미스터리. 루추차는 2014년 단편 〈전주곡(前奏曲)〉으로 제2회 ‘중국어권 추리대상’ 최우수 신인상을 받아 데뷔했다. 대학에서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작품에는 굴원의 <이소>, 《시경》 등 고대의 다양한 시문과 경전이 등장한다. 중국에선 ‘현학 기서’ ‘현학 추리서’ 등의 별칭이 붙기도 했다. 작가가 인용한 고문과 시문 등은 단지 작가의 왕성한 지식욕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닌, 작품 주요 사건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구성과 주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소설 초반에 굴원의 신분을 논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주인공 오릉규는 굴원이 사대부(남자)가 아니라 무녀였다는 대담한 학설을 내놓는다. 그 근거로 굴원의 <이소>에서 여러 문장을 가져와 논증한다. 그리고 이는 이후 일어날 비극적인 사건의 밑그림으로 자리 잡는다.

때는 기원전 100년 한나라 무제의 통치기, 옛 초나라 땅 운몽택의 오래된 귀족 가문에 장안 호족의 딸 오릉규가 찾아온다. 그는 집안의 상단을 따라 견문을 넓히는 여행을 하던 차, 지금은 멸망한 초나라의 귀족 가문이었던 관씨 일가의 제사를 친견하러 방문한다. 제사를 앞두고 베푼 연회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처음 굴원의 〈이소(離騷)〉를 읽고 나서 그의 전 작품을 통독하며 파헤친 결과, 굴원의 신분은 사대부가 아니라 초나라 국가 제사에 참여한 무녀로서 어려서부터 일생 남장을 하고 살아간 여자란 걸 알게 됐지.”


제사를 앞두고 벌어진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과
미스터리 사상 전대미문의 동기!

관씨 일가는 한때 초나라 국가 제사를 맡았던 명문 귀족의 후예이지만, 한나라의 세상이 된 지금은 깊은 산골에서 조용히 은거하며 지낸다. 대대로 전해 내려온 고대 예법을 중시하고 그에 맞게 제사를 지내는 집안이다. 따라서 주인공 오릉규의 ‘굴원 무녀설’은 굴원과도 관계가 있는 관씨 일가를 발칵 뒤집어놓으며 제사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리고 다음 날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 이 살인사건이 다시 연쇄 살인사건으로 치닫게 되자 관씨 집안 막내딸 노신은 외지인 오릉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이제 오릉규는 자신과 집안의 명예를 걸고 진범을 잡아야 하는 상황. 사건 배후에는 어떤 인물이 숨어 있는가? 왜 하필 제사 즈음에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인가? 4년 전 일어난 또 다른 관씨 일가 살인사건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오릉규는 이제 막 친구가 된 노신과 함께 때론 갈등하고 때론 화해하며 진범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의 진상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드러난 범인과 충격적인 동기. 일본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는 《원년 봄의 제사》를, “미스터리 사상 전대미문의 동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극찬했다.

엘러리 퀸과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는 기원전 100년의 시간에 중국 문학사상 중요한 공간인 운몽을 무대로 옛 귀족 가문의 연쇄 살인사건이라는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만들어냈다. 본문에 삽입된 두 번의 ‘독자에게 내미는 도전장’은 본격 미스터리 팬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자그마한 선물이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서 마침내 복선이 회수되고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 독자들은 깊은 숨을 내쉬며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홈스와 왓슨
시대의 인습에 도전하며 성장해가다

《원년 봄의 제사》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는 주요 등장인물이 10대 소녀들이란 점이다. 그들은 대부분 당대 사회와 집안의 인습에 매여 살 수밖에 없었다. 먼저 장안 호족의 딸 오릉규는, 장녀는 무녀가 되어 제사를 주재해야 한다는 집안의 규율로 인해 평생 출가할 수 없다. 그 반발로 그는 온갖 학문과 기예에 매진한다. 오릉규와 함께 운몽택에 온 하인 소휴는 오릉규로부터 학문을 배웠지만 주종관계에 의해 오릉규를 떠날 수 없다. 관씨 집안의 막내딸 관노신은 옛 귀족 집안의 자식답게 고지식하고 거침이 없지만 정이 많고 따뜻하다. 자신의 고향 운몽 땅을 떠나본 적 없는 그는 연쇄 살인사건으로 인해 더욱 집안에 매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이 세 주요 인물들은 서로의 운명에 대해 한탄하기도 하고 시대를 저주하기도 하며 그 사슬을 깨부수려고도 한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역으로 현재 우리 사회를 반추할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연쇄 살인사건은 크나큰 비극이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이 알을 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특히 작품에서 홈스와 왓슨 역을 맡은 동갑내기 친구 오릉규와 관노신은 서로 갈등하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면서 서로의 단점을 극복해가는 인물로 성장해간다. 으레 탐정소설에서 홈스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왓슨은 옆에서 보조하며 사건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관노신은 보조 역할이 아닌 사건에 적극 개입하며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앞으로 이 두 인물을 주인공 삼아 시리즈로 이어나가려 한다. 과연 두 주인공은 더 넓은 세상에서 어떤 사건을 맞닥뜨리고 어떤 인물로 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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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한무제 원년, 옛 초나라 땅 운몽의 관씨 집안을 찾은 장안 호족의 딸이자 무녀 오릉규는 “초나라의 대부라 불리던 굴원이 실은 무녀였으며 일생 남장여자였다.”라는 대담한 학설로 한때 초나라 국가 제사를 맡았던 관씨 일가를 발칵 뒤집어놓는다. 안 그래도 제사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이라 오릉규와 관씨 집안 사이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그런데 다음 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는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고 만다. 관씨 집안은 천재에 가까운 해박함을 지닌 오릉규에게 사건 조사를 부탁하지만, 관씨 집안의 막내딸이자 오릉규와 사사건건 충돌하던 노신은 오릉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

    한무제 원년, 옛 초나라 땅 운몽의 관씨 집안을 찾은 장안 호족의 딸이자 무녀 오릉규는

    초나라의 대부라 불리던 굴원이 실은 무녀였으며 일생 남장여자였다.”라는 대담한 학설로

    한때 초나라 국가 제사를 맡았던 관씨 일가를 발칵 뒤집어놓는다.

    안 그래도 제사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이라 오릉규와 관씨 집안 사이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그런데 다음 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는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고 만다.

    관씨 집안은 천재에 가까운 해박함을 지닌 오릉규에게 사건 조사를 부탁하지만,

    관씨 집안의 막내딸이자 오릉규와 사사건건 충돌하던 노신은 오릉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 ● ●

     

    기원전 100년 한나라 무제 시절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독특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고대 중국의 다양한 시문과 경전, 예법과 문화가

    방대한 분량에 걸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미스터리 작품이지만 다소 낯설고 복잡한 설명들이 곁들여진 탓에

    독자에 따라 꽤 골치 아프거나 혼란스러운 책읽기가 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중국에서도 현학 기서’ ‘현학 추리서라는 별칭이 붙었다는데,

    작가의 전공이 고전문헌학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합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인물 대부분이 10대 소녀라는 점도 눈에 띄는데,

    호족의 딸이지만 장녀란 이유로 결혼도 못하고 무녀가 되어 제사를 주재해야 하는 오릉규,

    옛 귀족 집안의 막내딸로 고향인 운몽을 벗어나 본 적 없이 소극적 삶을 살아온 관노신,

    하인 신분이지만 주인인 오릉규보다 더 보수적이고 원론적인 가치관을 지닌 소휴,

    4년 전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뒤 피폐해진 채 목숨을 이어가는 관약영 등

    기원전 100년이라는 시대가 무색할 정도로 버라이어티한 소녀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무녀, 제사, 권력, 여성의 지위, 살인사건 등 다양한 코드들과 연관돼있는데,

    막판에 밝혀지는 각각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은 캐릭터 이상으로 놀라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4년의 시차를 두고 관씨 집안에서 벌어진 두 개의 연쇄살인사건이 미스터리의 핵심인데,

    기본적으로 오릉규와 관노신이 대립과 협력을 반복하며 진범 찾기에 나서는 구조입니다.

    대부분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단서, 알리바이나 목격담 등에 의존하긴 하지만,

    이들의 추론은 비단 물질적인 증거나 단서에 국한되지 않고,

    난해한 시문과 경전, 복잡다단한 제사예법과 문화, 무녀의 역할 등

    꽤 고차원적이거나 추상적인 관념까지 동원하곤 합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독자들의 호불호가 꽤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인데,

    안 그래도 복잡한 고대 중국의 명멸의 역사는 물론 각종 시문과 경전까지 끌어들인데다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알 수 없는 제사무녀가 꽤 중요한 소재로 설정돼있어서

    솔직히 말하면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한 채 미스터리만 쫓아다니기 급급했던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인물 굴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다 보니

    마치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고난도의 시험문제를 접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밀실에 가까운 상황에서 여러 희생자가 등장하면서 미스터리의 외연이 확대된 건 맞지만,

    마지막에 드러난 진실 역시 앞서 언급한 난해한 소재들을 이해 못한 채 페이지를 넘겨왔다면

    다소 난감하게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작가 스스로도 왕성한 지식욕을 자랑하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다.”고 언급했지만,

    역시 당대의 사회와 문화를 제대로 모르고선 제 맛을 만끽하기 쉬운 작품이 아닙니다.

     

    중화권 미스터리는 접할 때마다 개성들이 워낙 강해서 무척 인상 깊게 남곤 하는데,

    이 작품 역시 전례도 없고 다시 만나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작품입니다.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당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공부를 한 뒤 다시 읽어본다면

    어쩌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지적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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