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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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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쪽 | | 135*226*23mm
ISBN-10 : 8950980681
ISBN-13 : 9788950980689
나무가 있다 중고
저자 김응교 | 출판사 아르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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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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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양장표지가 벗겨저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5점 만점에 3점 hmahn*** 2019.11.15
233 오래된 책이지만 볼만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hs*** 2019.10.14
232 책 상태 양호, 두 겹의 포장은 매우 우수, 배송 속도 매우 빠름.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chie*** 2019.10.10
231 새책 같다는 평가들이 많아 기대했는데 오래된 책이라 누런건 어쩔 수 없었겠죠? 중고책 구매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kjakkj*** 2019.10.09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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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산문’을 통해 그의 삶을 펼쳐낸 최초의 책
윤동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산문에 주목해야 한다! “고통에서 사랑을, 어둠에서 빛을 탄생시키는
터널 끝의 낙관주의가 윤동주 산문의 자화상이다.”
- 이어령 평론가

“그의 산문을 읽으면
멈춰 선 전차가 꿈꾸는 풍경이 보인다.”
- 이준익 감독

“『나무가 있다』를 펼쳐보는 일은 시인의
그 형형한 눈빛을,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일 같습니다.”
- 박준 시인

저자소개

저자 : 김응교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를 낸 김응교는 국내와 중국,일본,프랑스,헝가리,캐나다,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윤동주 문학을 알렸다. 2019년 1월 봄학기 캐나다 트리니티웨스턴대학 VIEW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윤동주가 만난 영혼들〉을 12회 강의했다.
시집 『씨앗/통조림』,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 평론집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 『일본적 마음』,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 『곁으로―문학의 공간』, 『그늘―문학과 숨은 신』, 『박두진의 상상력 연구』, 『이찬과 한국근대문학』, 『韓國現代詩の魅惑』 등을 냈다.
CBS TV 〈크리스천 NOW〉 MC, 국민TV 인문학 방송 〈김응교의 일시적 순간〉을 진행했으며, KBS TV 〈책을 보다〉 자문위원으로 있었다. MBC TV 〈무한도전〉, CBS TV 아카데미숲에서 윤동주 문학을 강연했다. 2017년 《동아일보》에 「동주의 길」, 2018년 《서울신문》에 「작가의 탄생」을 연재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로 있다.

목차

프롤로그
나무처럼 행복한 생물은 다시없을 듯하다

삶은 종점과 시점의 연속이다
- 종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달을 쏘다
- 달을 쏘다

이 밤에도 과제를 풀지 못했네
- 별똥 떨어진 데

세상이 얼어붙어도 봄은 온다
- 화원에 꽃이 핀다

에필로그
윤동주와 벗하며

참고 자료

책 속으로

윤동주의 산문을 읽으면 비에 젖은 나무가 되어 젖은 흙으로 잔뿌리 내리는 기분이다. 그가 쓴 산문에는 온갖 꽃과 식민지 시절 경성의 풍경, 『주역』의 우주가 펼쳐져 있다. _7쪽 시는 발표할 수도 있지만, 일기는 발표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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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산문을 읽으면 비에 젖은 나무가 되어 젖은 흙으로 잔뿌리 내리는 기분이다. 그가 쓴 산문에는 온갖 꽃과 식민지 시절 경성의 풍경, 『주역』의 우주가 펼쳐져 있다. _7쪽

시는 발표할 수도 있지만, 일기는 발표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 비밀 기록입니다. 윤동주는 「종시」를 발표하지 않았어요. 발표하려 했다면 더 수정했을지도 모르지요. 거꾸로 발표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윤동주의 내면이 있는 그대로 일기처럼 드러난 산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_28쪽

원고지를 보면, 노동자는 “건설의 사도”라고 한 뒤, “땀과 피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 문장 다음이 예리한 칼로 자른 듯 잘려 있습니다. 윤동주가 다른 원고지에서 이런 적이 없기 때문에 당혹스런 흔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려진 자국’에 있었을 ‘삭제된 부분’의 내용은 제한적 조건으로 이어받고, 다시 이를 다음 문장에 넘겨주고 있는 셈입니다. _83쪽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산문 전체를 통합하는 윤동주의 「달을 쏘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을 만한 구절들이 반짝이는 글입니다. 이십대 초반의 윤동주가 가진 고뇌와 단호한 심리를 잘 드러낸 산문이지요. _98쪽

서생(書生)은 공부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세상일에 어두운 선비라는 역설적인 의미도 있겠지요. 결국 윤동주가 젊고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다며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어 표현한 말입니다. 이다음 문장은 명문(名文)입니다. “우정이란 진정 위태로운 잔에 떠 놓은 물이다.” _115쪽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표면적 묘사 속에 숨어 있는 그의 성숙하고 강력한 내면입니다. 그 모든 부정적이고 우울한 내면의 달과 헛것으로 빛나고 있는 외부의 달을 깨부수겠다는 마지막 문장은 백미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뒷부분에서 글은 점점 강한 분위기를 보입니다. “죽어라고 팔매질”, “통쾌”, “꼿꼿한”, “띠를 째서”, “탄탄한 갈대”는 이 산문의 앞부분에서 볼 수 없었던 강한 역동성(逆動性)을 보이는 표현입니다. _131쪽

꽃과 풀과 대화했던 윤동주에게는 나무도 귀한 대화 상대였습니다. 연희전문에 입학하기 전에도 나무는 등장합니다. ‘나무 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소년」), ‘눈 내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 간/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창구멍」) 등에서 나무는 늘 그의 곁에 있습니다. _159쪽

자조와 반성의 목소리는 그를 폐쇄적으로 만들지 않고 오히려 더 옹골차게 보이게 합니다. 그 이유는 그가 늘 글 끝에 “무사의 마음으로 달을 쏘다”(「달을 쏘다」)나 “별똥 떨어진 데가 내가 갈 곳인가 보다”(「별똥 떨어진 데」)라며 다짐으로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_167쪽

깜깜한 식민지에서 견디며 살아가는 자신과 이웃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면 이런 표현이 나올까요. “꼭 떨어져야 할 곳에 떨어져야 한다.” _176쪽

이 추운 겨울에도 아직 화롯가가 있다는 희망을 따스하게 표현하며 마무리합니다. 윤동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조용하지만 악착같이. 이상이견빙지. _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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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윤동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산문에 주목해야 한다! 이어령 평론가, 이준익 감독, 박준 시인 추천 “고통에서 사랑을, 어둠에서 빛을 탄생시키는 터널 끝의 낙관주의가 윤동주 산문의 자화상이다.” - 이어령 평론가 “그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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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산문에 주목해야 한다!

이어령 평론가, 이준익 감독, 박준 시인 추천

“고통에서 사랑을, 어둠에서 빛을 탄생시키는
터널 끝의 낙관주의가 윤동주 산문의 자화상이다.”
- 이어령 평론가

“그의 산문을 읽으면
멈춰 선 전차가 꿈꾸는 풍경이 보인다.”
- 이준익 감독

“『나무가 있다』를 펼쳐보는 일은 시인의
그 형형한 눈빛을,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일 같습니다.”
- 박준 시인

‘윤동주 산문’을 통해
그의 삶을 펼쳐낸 최초의 책

윤동주는 암담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며 조국의 현재를 걱정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사색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휴머니티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시들을 읽는다면 누구라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시」, 「별 헤는 밤」, 「참회록」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고, 종종 영화나 광고를 통해 만나기도 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다. 윤동주가 남긴 시를 독해하며 그의 삶을 풀어낸 책은 많았지만, 산문을 통해 그의 삶에 접근하는 책은 이제까지 없었다. 『나무가 있다』는 윤동주의 산문 네 편을 되짚어보며, 그가 걸었던 고뇌의 경로를 좇는 최초의 책이다.

“윤동주의 산문을 읽으면 비에 젖은 나무가 되어 젖은 흙으로 잔뿌리 내리는 기분이다. 그가 쓴 산문에는 온갖 꽃과 식민지 시절 경성의 풍경, 『주역』의 우주가 펼쳐져 있다.
그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의 시만 좋아할 뿐 그가 산문을 썼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부끄럽게도 나도 그의 산문을 건성으로 읽었었다.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문학동네, 2017.)를 내고, 대충 읽었던 산문을 한 편 한 편 밑줄 치며 읽기 시작했다.
그의 산문은 그의 시와 뿌리끼리 엉켜 있다. 산문은 그의 시와 다른 세계다. 또 다른 숲이다. 이십 대 초반의 청년이 아니라, 칠십 대 노인이 쓴 극진한 이야기 같다.
‘좋은 작가의 글은 어린이에게는 노래가 되고, 청년에게는 철학이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된다.’
어느 대문호가 말했다는 이 구절을 완성시킨 이가 윤동주다. (……) 이 책은 첫 장면부터 독자를 누상동 9번지 하숙집으로 안내한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이십 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연희전문 4학년 때 누상동 하숙집에서 살면서 그는 산문 「종시」를 썼다. 이 책에서 산문 4편을 「종시」, 「달을 쏘다」, 「별똥 떨어진 데」, 「화원에 꽃이 핀다」의 순서로 풀어보았다.

미리 말하건대 그의 산문은 사이다처럼 시원하거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지 않다. 요즘 감각으로 읽으면 틀린 문장도 보인다. 몇 줄 읽다가 그만둘 수도 있는 글이다. 설명이라도 쉽게 읽으시면 해서 ‘~습니다’ 체를 쓰기로 했다. ‘~습니다’로 쓰면 응집력이 떨어지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읽기 바라며 이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이 머리글 이후로는 모두 ‘~습니다’로 깁고 다듬었다. 인용한 그의 산문은 『윤동주 자필시고전집』(민음사, 1999.)에 실린 원문을 현대문으로 바꾼 글이다. 각 장마다 나오는 본문은 윤동주가 썼던 원문 그대로 옮겼기에 낯설 수도 있겠다. 원문에는 한자가 많아 그대로 읽기는 쉽지 않다. 현대어로 바꾸되, 한자를 써서 강조했던 윤동주의 의도를 생각하여 한자를 괄호 안에 넣어 살렸다. 읽기에 불편할 수 있지만 원문만이라도 윤동주의 의도에 가깝게 드러내고 싶었다.”
-프롤로그에서

윤동주의 산문을 읽는 순간
또 다른 숲에 들어섰다

한때 김응교 저자는 윤동주를 과잉평가된 시인 중 한 명으로 보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절망하고 있던 때 윤동주가 쓴 글들이 말을 걸었다. 미음 떠먹듯 조금씩 그의 글에 밑줄을 그었다. 그렇게 윤동주를 오랜 시간 공부해온 저자는 그의 산문 한줄 한줄, 행간 속의 흔적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연구했다. 때로는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서, 때로는 오랜 연구 끝에 찾아온 통찰을 통해서, 곡진한 언어와 섬세한 감수성으로 독자와 윤동주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동양철학에서부터 실존주의, 휴머니티, 오지 않을지도 모를 희망을 끊임없이 노래했던 낙관주의, 긴 시간을 몸으로 일일이 익혀가며 써내려간 ‘신체적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시에서는 헤아려볼 수 없었던 윤동주의 전혀 다른 면모를 윤동주 산문을 통해 해석하고 펼쳐낸다.
「종시」는 윤동주가 연희전문 4학년 때 쓴 산문으로, 그가 학교에서 집으로, 다시 집에서 학교로 오갔던 경성 풍경을 상세하게 옮긴 글이다. 남대문 근처에서 보았던 서민과 밤늦게까지 철길에서 공사를 했던 노동자를 바라보는 윤동주 특유의 휴머니티가 담겨 있다.
「달을 쏘다」는 연희전문 기숙사 핀슨홀에서 지내는 적막함과 그의 고요한 내면이 기록된 산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 친구가 먼저 이별을 고했던 상황에 서러워진 심경이 드러나는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표면적 묘사 속에 숨은 윤동주의 성숙하고 강력한 내면이다. 자조적이고 우울한 ‘내면의 달’과 헛것으로 빛나고 있는 ‘외부의 달’을 깨부수겠다는 강한 역동이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문장은 윤동주의 산문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별똥 떨어진 데」도 「달을 쏘다」와 같이 윤동주의 강한 내면을 보이는 산문으로, ‘내 몸을 어디에 던져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투를 보인다. 그가 좋아했던 『맹자』의 대장부 정신, 이웃과 벗이었던 나무와 숲의 풍경, “행동할 수 있는 행동을 자랑치 못”했던 자조와 반성의 목소리가 윤동주를 옹골차게 보이게 한다.
「화원에 꽃이 핀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는 우주 얘기로 시작하는 다소 추상적인 산문이다. 한학에도 정통했던 윤동주의 학자적 면모를 보이는 글로, 동양정신의 핵심인 『주역』사상을 풀이하며 쓴 글로 보인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서릿발에 끼친 낙엽을 밟으면서 멀리 봄이 올 것을 믿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에는 내내 겨울을 살았으면서도 봄이 올 것을 언제나 믿었던 그의 성정이 어려 있다.
윤동주의 시가 감당할 수 없는 순수와 자조적 정서를 노래했다면, 산문은 거침없이 과감하게 다짐하는 청년의 용기, 강한 역동성, 비관 속에서 도약하는 낙관을 읊었다.

윤동주에게 글쓰기는 곧 목숨이었다

윤동주는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청년이었다. 한 해 동안을 두뇌가 아니라 몸으로 일일이 헤아려 세포 사이마다 간직해두어서야 가까스로 몇 줄의 글을 얻었던 그에게, 글쓰기는 곧 목숨이었다. 윤동주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글에 집중했다. 생활 전부가 그의 창작의 산실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는 교실과 하숙방, 기숙사, 나무숲 속에서 사색하고, 그 흔적을 글로 남겼다.
인생 전체를 일제강점기에서 살다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절명한 후쿠오카 형무소까지의 삶을 윤동주의 산문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처구니없지만 끝까지 공격하고 무지막지하게 희망을 걸어보려는 태도를 지닌 한 영혼을 만나게 된다.
이를 김응교 저자는 멜리사 그레그의 ‘정동이론’으로 해석해내고, 니체의 ‘자유로운 허무주의자’, 또는 김수영의 ‘온몸 시론’으로 풀어낸다. 윤동주의 삶과 산문은, 멀리 봄이 올 것을 믿으며 어둠을 온몸으로 밀고나가는 ‘잔혹한 낙관주의’와, 몰락하는 자로서 살아가고자 했던 ‘결심’ 이 동일한 의미라는 것을 알게 한다.
그래서 『나무가 있다』는 인간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에 대한 텍스트로도 읽힌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그의 휴머니티가, 저자의 읽기 쉬운 해석과 함께 지극한 정성으로 펼쳐져 있다. ‘등불을 밝혀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렸던 윤동주 문학의 순수가 오늘을 사는 데도 유효한 양식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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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나무가 있다 | my**1 | 2019.06.2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나무가 있다>는 시인 윤동주의 산문을 담은 책이다. '서시'와 '자화상' 등으로 사랑받는 윤동주...

    20190627_002834.jpg

     

    <나무가 있다>는 시인 윤동주의 산문을 담은 책이다. '서시'와 '자화상' 등으로 사랑받는 윤동주의 시는 자주 만났지만, 산문(수필, 에세이)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저자 김응교는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이며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를 출간하고, 캐나다 트리니티웨스턴 대학 VIEW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윤동주가 만난 영혼들'이라는 강의를 하는 등 국내 및 해외 여러 나라에 윤동주 문학을 알리는데 힘을 써왔다. 윤동주의 시에 맞추어 곡을 만들고, 노래하며 연주를 하기도 한다. 책에 소개된 노래가 있어서 검색해서 들어봤다. (검색어 '윤동주 나무 김응교') 시 '나무'에 붙인 이 곡은 시 자체가 짧아서 곡의 길이도 짧다. 그런데 그 짧은 곡 안에서도 편안한 숲과 나무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기대하지 않고 검색했다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다. 책 <나무가 있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나무가 있다>는 윤동주가 쓴 4편의 산문을 그대로 싣고, 뒤에 김응교 교수가 이를 해설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책의 제목은 윤동주의 산문 '별똥 떨어진 데'에 나오는 한 구절에서 따왔다. 윤동주가 쓴 4편의 산문은 '종시'(창작/발표 연도 1941년), '달을 쏘다'(1938), '별똥 떨어진 데'(1941), '화원에 꽃이 핀다'(1941)이다. 원래 '종시'는 '달을 쏘다'보다 뒤에 발표되었지만, 김응교 교수는 윤동주의 구체적인 삶이 나오는 '종시'를 먼저 읽으면 좋겠다고 판단하여 '종시'를 가장 먼저 실었다. 4편의 산문을 모두 읽고 나니, 그 선택이 탁월하다. 내게는 나머지 세 편의 글이 어려워 막히는 부분이 있는 반면, '종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월하게 읽었고 웃음이 나는 부분도 있어서 책을 읽어나가는데 추진력을 얻었다.

     

    '종시'는 윤동주가 아침에 연희전문학교로 가는 등교길을 담고 있다. 지금의 서울인 경성 거리를 그리는데, 출근하느라 생기없는 사람들의 모습과 땀흘리는 터널 공사 장면 등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쉽게 이해했다. 특히 전차 속 풍경은 전철 타고 다니던 출근길이 떠올라서 한참 웃었다. 윤동주가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혹시 젊은이가 눈 감고 버티고 앉아 있다고 손가락질할까봐 얼른 눈을 떠서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란, 남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과단성 있는 동무의 주장이지만 전차에서 만난 사람은 원수요, 기차에서 만난 사람은 지기(知己)라는 것이다. 딴은 그러리라고 얼마큼 수긍하였댔다. 한자리에서 몸을 비비적거리면서도 "오늘은 좋은 날씨올시다", "어디서 내리시나요" 쯤의 인사는 주고받을 법한데 일언반구 없이 뚱한 꼴들이 작히나 큰 원수를 맺고 지내는 사이들 같다. 만일 상냥한 사람이 있어 요만쯤의 예의를 밟는다고 할 것 같으면 전차 속의 사람들은 이를 정신이상자로 대접할 게다. 그러나 기차에서는 그렇지 않다. 명함을 서로 바꾸고 고향 이야기, 행방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주고받고 심지어 남의 여로(旅路)를 자기의 여로인 것처럼 걱정하고, 이 얼마나 다정한 인생행로냐.

    (19쪽)

     

    전차를 전차나 버스로 바꾸면 현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종시'는 윤동주의 네 개의 산문 중 가장 길지만, 가장 읽기 편하고 재미있어 접근성이 좋다.

    4편의 산문 중 가장 마음에 든 글은 제일 뒤에 배치된 '화원에는 꽃이 핀다'이다. 온화한 말투 속에는 단단함이 있어서 이건 끝이 아니라고, 힘을 내자고 말한다. 서두에 늘어놓은 많은 꽃 이름처럼 글을 읽다보니 코끝에 향내가 남아 책을 덮어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김응교 교수는 윤동주 산문을 단어와 문장으로 쪼개어 해설하고, 당시에 윤동주가 썼던 시와의 관계를 찾거나 비슷한 다른 시인의 시나 성경 구절 등을 보여준다. 성경이 자주 인용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으나 윤동주가 기독교(개신교) 신자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또,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참고할만한 인물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여 윤동주의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윤동주가 영향을 받은 동양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말하는 사서 삼경이 무엇인지, 언제 어떤 순서로 배우는지 설명하거나, 윤동주에게 큰 영향을 끼친 외솔 최현배 선생님의 일생을 자세히 알리기도 한다. 최현배 선생님이 일본의 모진 박해에도 조선어 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내어 <우리말본>을 출간하고, 해방 후에도 <조선말 큰 사전>을 완성하는 등 한글학자로서 큰 업정을 남긴 분이라는 건 처음 알게 되었다. 또 최현배 교수의 제자이자 윤동주의 선배인 박창해가 한국 최초의 국어 교과서인 <바둑이와 철수>를 저술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그 바둑이와 철수를 쓰신 분이라니 반갑기도 하고 놀라웠다. 이렇게 저자의 다양한 정보와 상세한 해설은 윤동주와 그 배경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여 윤동주 산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어려울까 내심 걱정도 되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4편의 산문의 공통점은 '희망'을 희망하며 끝마친다는 것이다. '종시'에서는 종점을 시점으로 바꾸며 다음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기를 바라고, '달을 쏘다'에서는 죽어라 팔매질을 해도 도로 살아나는 달을 향해 기어코 활을 쏘고, '별똥 떨어진 데'에서는 별똥 떨어진 데가 내가 갈 곳이라면 별똥이 꼭 떨어져야 할 곳에 떨어지기를 당부하고, '화원에 꽃이 핀다'에서는 서릿발이 끼친 낙엽을 밟으면서 멀리 봄이 올 것을 믿는다. 김응교 교수는 이를 "잔혹한 낙관주의"라고 표현한다.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희망을 계속 기다린다는 것이다. (참고 : 원래 멜리사 그레그가 사용한 "잔혹한 낙관주의"는 잔혹한 환경에서도 거짓 환상에 속아서 낙관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극을 표현한 용어라고 한다. 132쪽) 그러나 식민지 시대에 오지 않는 희망을 걸며, 잔혹하게 기다리면 어떠랴. 희망이 때로는 더 큰 절망을 낳기도 하지만, 희망은 있다는 것 자체로 내일 아침 다시 한 번 더 눈을 뜰 힘을 준다.

     

    저자는 유튜브의 윤동주의 산문을 낭독한 영상과 함께 보기를 권하였으나 나는 윤동주의 산문을 스스로 음독하기, 즉 소리내어 읽기를 추천한다. 두 번째 산문 '달을 쏘다'처럼 어느 부분은 뜻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면서도, 어느 순간 탄성이 나올 정도로 입에 착 붙는 표현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윤동주의 글이 길지 않기 때문에 소리내서 읽는다면 의미를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고, 곱고 아름다운 문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의 산문 네 개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가 무척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각 글마다 마음에 콕 와서 박히는 문장들이 있다. 아닌 것도 있으나 대체로 위에서 말한 낙관과 희망으로 맺는 끝부분들이다. 김응교 교수가 권한 대로 마음에 드는 구절 몇 개를 남긴다.

     

    '종시'

     

    종점(終點)이 시점(始點)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

    (15쪽)

     

    나는 종점을 시점으로 바꾼다.

    내가 내린 곳이 나의 종점이요, 내가 타는 곳이 나의 시점이 되는 까닭이다.

    (20쪽)

     

     

    '달을 쏘다'

     

    나는 곳곳한 나뭇가지를 골라 띠를 째서 줄을 매어 훌륭한 활을 만들었다. 그리고 좀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武士)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

    (97쪽)

     

     

    '별똥 떨어진 데'

     

    나무가 있다.

    그는 나의 오랜 이웃이요, 벗이다. (중략)

    나는 처음 그를 퍽 불행한 존재(存在)로 가소롭게 여겼다. 그의 앞에 설 때 슬퍼지고 측은(惻隱)한 마음이 앞을 가리곤 하였다. 마는 오늘 돌이켜 생각건대 나무처럼 행복한 생물은 다시없을 듯 하다. 굳음에는 이루 비길 데 없는 바위에도 그리 탐탁치는 못할망정 자양분(滋養分)이 있다 하거늘 어디로 간들 생의 뿌리를 박지 못하며 어디로 간들 생활의 불평이 있을 소냐. 칙칙하면 솔솔 솔바람이 불어오고, 심심하면 새가 와서 노래를 부르다 가고, 촐촐하면 한 줄기 비가 오고, 밤이면 수많은 별들과 오손도손 이야기할 수 있고 - 보다 나무는 행동의 방향이란 거추장스러운 과제(課題)에 봉착(逢着)하지 않고 인위적(人爲的)으로든 우연(偶然)으로써든 탄생(誕生)시켜준 자리를 지켜 무진무궁(無盡無窮)한 영양소(營養素)를 흡취(吸取)하고 영롱(玲瓏)한 햇빛을 받아들여 손쉽게 생활을 영위(營爲)하고 오로지 하늘만 바라고 뻗어질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스럽지 않으냐.

    (140~141쪽)

     

    어디로 가야 하느냐 동이 어디냐 서가 어디냐 남이 어디냐 북이 어디냐. 아라! 저 별이 번쩍 흐른다. 별똥 떨어진 데가 내가 갈 곳인가 보다. 하면 별똥아! 꼭 떨어져야 할 곳에 떨어져야 한다.

    (142쪽)

     

     

    '화원에 꽃이 핀다'

     

    딴은 얼마의 단어를 모아 이 졸문을 지적거리는 데도 내 머리는 그렇게 명석한 것이 못 됩니다. 한 해 동안을 내 두뇌로써가 아니라 몸으로써 일일이 헤아려 세포 사이마다 간직해두어서야 겨우 몇 줄의 글이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일 수는 없습니다. 봄바람의 고민에 짜들고, 녹음의 권태에 시들고, 가을 하늘 감상에 울고, 노변(爐邊)의 사색에 졸다가 이 몇 줄의 글과 나의 화원과 함께 나의 일년은 이루어집니다.

    (179~180쪽)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 코스모스가 홀홀이 떨어지는 날 우주의 마지막은 아닙니다. 단풍의 세계가 있고, -이상이견빙지(履霜而堅氷至)- 서리를 밟거든 얼음이 굳어질 것을 각오하라-가 아니라 우리는 서릿발에 끼친 낙엽을 밟으면서 멀리 봄이 올 것을 믿습니다.

    노변(爐邊)에서 많은 일이 이뤄질 것입니다.

    (182쪽)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나무가 있다 | ga**hbs | 2019.06.02 | 5점 만점에 2점 | 추천:0
    <p style="text-align: center; line-height: 2;"> ...
    <p style="text-align: center; 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p> <p style="line-height: 2;"> 윤동주의 시는 아마도 한 편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알려주면 '아~'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국민 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그건 아마도 윤동주라는 시인의 천재성만큼이나 그의 삶이 너무나 영화 같기 때문이며 그 시기가 일제 강점기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p> <p style="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p> <p style="line-height: 2;"> 그런 윤동주의 산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윤동주의 산문이라니... 시인 윤동주라는 타이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를 것이다. </p> <p style="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p> <p style="line-height: 2;">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좋다. 마치 윤동주 산문의 해설집 같아서 그의 산문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서 다양한 자료들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산문집을 읽고 있되 윤동주의 전기 같은 느낌도 든다. </p> <p style="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p> <p style="text-align: center; line-height: 2;"> </p> <p style="text-align: center; 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p> <p style="line-height: 2;">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산문은 총 4편이다. 산문 4편을 가지고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산문 이외의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가장 먼저「종시」를 시작으로 「달을 쏘다」, 「별똥 떨어진 데」, 「화원에 꽃이 핀다」가 수록되어 있는데 먼저 산문 전체를 보여주는데 만약 아직 읽어 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면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p> <p style="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p> <p style="line-height: 2;"> 다음으로는 그 산문을 쓰게 된 배경이나 그 시대의 풍경, 산문 곳곳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다른 분들의 이야기와 연결지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윤동주의 산문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했을 책이나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p> <p style="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p> <p style="line-height: 2;"> 특히 그 시대의 다양한 사진 자료를 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마치 윤동주의 산문으로 만나는 그 시대의 문학, 사회, 역사의 한 장과 마주하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들의 증언과도 같은, 윤동주에 대한 이야기와 어울어져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p> <p style="line-height: 2;"> </p> <p style="line-height: 2;"> </p> <p> </p>
  • 나무가 있다 | md**tlej | 2019.06.01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산문의 맛이란 이런 것인가. 윤동주의 산문을 읽으며 의외의 세련됨에 몇번 놀라게 되었다. 어쩔 수 없...

     

     산문의 맛이란 이런 것인가. 윤동주의 산문을 읽으며 의외의 세련됨에 몇번 놀라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고루한 부분이 있을것이란 예상을 깨고 한자표현이 어렵다는 점만 빼면 오히려 잘 읽히는 편이었다. 거기에 이어지는 김응교의 해설은 자칫 여백으로 남을 수 있는 시선의 배경을 채워준다. 생활과 시대가 녹아든 사진과 설명을 읽다보면 잘 만들어진 문학관의 시청각해설 코너에 들어가있는 느낌을 준다. 원문보다 몇배는 많은 해설이라니,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읽다보면 확실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 지나치고 넘어갈 문제를 확장시켜서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때로 시각을 바꿔주기도 한다.

     

     왜 이제와서 윤동주인가. 거기에 잘 알려진 그의 시가 아니라 산문인 것일까? 사실 '나무가 있다'의 출간 소식을 듣고 떠올린 것은 언젠가 티비에서 본 적 있던 윤동주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꽤 오래 전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 못지 않게 일본에서도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내용이 인상깊게 남았었다. 그의 생애에 대해 떠올린다면 일본인들이 그의 시비를 세우고 교과서에 시를 싣는 일을 어쩐지 건조하게 바라보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 아름다운 문인에게 그만큼의 열정도 갖지 못한 자신이 작아보였다. 시를 몇 편 안다고는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했던 산문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반드시 읽어보자고 생각했다.

     

     " 이것은 과단성 있는 동무의 주장이지만 전차에서 만난 사람은 원수요, 기차에서 만난 사람은 지기라는 것이다.(p.18 종시) " 는 부분에서는 한참을 웃었다. 과단성 있는 동무라는 저분 채소 지하철 1호선 3개월 이상 출퇴근 유경험자 아니신지. 너무나 옳은 말이다. 지하철/전차가 지옥철이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가보다. 거기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전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옮아가는 것도 평범했다. '다만 방년 된 아가씨들'의 모습을 '판단을 기다'린다며 이리저리 평가하는 부분은 요즘의 감수성에는 맞지 않는다 생각했다. 이미 쓰여진 글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들에 대한 언급이 여성노동자 문제를 염두에 둔 까닭이라는 해석(p.68~)이 있어 이를 감안하고 읽었다.

     

     처음의 '종시'를 통해 윤동주의 산문이 이런 것이다는 감각을 쟀다면, 뒤로 이어지는 '달을 쏘다'에서는 좀 더 깊은 심정적 공감을 이뤄낸다. 특히 늦도록 책장이나 뒤적이다 불을 끄고 간신히 자리에 눕는 일이 잦은 탓에 초반의 고요함이 익숙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거기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현생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다만 이편의 고민이 좀 더 가볍고 상스럽게 표현될 뿐이지. 게다가 누가 수업 과제 글로 이런 작품을 쓰나요, 재능있는 사람들은 다 그런가요. 지나가는 문과는 이유없이 한 대 맞고 웁니다. 그런데 이 글을 써간 학생에게 70점을 준 교수는 또 뭔지. 친일을 해서 그런가, 점수가 짜다. 

     

     이어지는 '별똥 떨어진 데'를 읽으면 드디어 제목인 "나무가 있다"는 구절과 만나게 된다. 만나서 반갑기는 한데 생각보다 어렵다. 그냥 글도 쉽지 않을텐데 정지용의 동시 "별똥"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내용이라 배경 설명이 없었다면 한동안 어리둥절 했을 것이다. 윤동주에 정지용이라니 너무나 그들만의 리그인 것. 그런데 나열된 두 이름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은 흐뭇하다. 마지막으로 '화원에 꽃이 핀다'까지 만나면 비로소 이 "산문의 숲"의 한 가운데에 들어서게 되는데, 이 둘은 특히나 해설의 도움이 반가웠다. 곳곳에서 만나는 아들러, 니체, 맹자 등은 전혀 반갑지 않았지만, 저자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어떤 흐름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윤동주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에 비해 즐겁게 읽었다. 그를 마주한 것이 온통 '공부해야 할' 책의 한 모퉁이였기 때문인가, 학업의 속박에서 벗어나 만난 윤동주는 재밌고, 세련되고, 매력적이었다. 무게니 속박이니 할 정도로 공부를 잘 하지도 열심히 하지도 못했으면서 부담만 느꼈다고 생색이었던 듯하다. 거기에 시가 아닌 산문과의 만남이 새로운만큼 윤동주에 대해 가진 인상도 좀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안전한 가이드와 함께하니 믿고 읽어본다면 좋겠다. 기대 이상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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