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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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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쪽 | B6
ISBN-10 : 8972883336
ISBN-13 : 9788972883333
사랑이라니 선영아 중고
저자 김연수 | 출판사 작가정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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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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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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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학적이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통해 만나는 이 시대의 사랑학!

젊은 작가 김연수의 연애소설『사랑이라니, 선영아』. 관념소설의 새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은 <꾿빠이, 이상>, 2003년 동인문학상 후보작에 오른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등을 통해 주목을 받았던 작가가 이번에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관한 에세이와 소설적 허구를 결합시켜, 이 시대의 사랑학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다.

광수는 한때 진우의 애인이었던 대학 동기 선영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혼 후에도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의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진우는 결혼한 선영을 잊지 못해 그녀의 곁을 맴돌지만, 선영은 옛사랑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잡기 위해 광수에 대한 사랑을 재차 다짐하는데….

이 소설은 세 인물이 엮어내는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작가는 밀란 쿤데라나 알랭 드 보통이 보여준 바 있는 '소설적인 에세이의 기법'을 통해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해설하고 있다. 주제에 대한 직접적이고 집중적인 몰입을 허용하는 에세이는 세 인물의 사랑학을 잘 보여준다.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작가는 대중문화의 기호들을 적절히 패러디하여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구 광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옛 애인 선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진우는 "선영아, 사랑해"라고 고백하고, 그녀가 그의 손길을 뿌리치자 허탈감에 젖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다. 이렇게 대중문화의 기호들을 경쾌하게 비틀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저자소개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 2001년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 2003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 2005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제13회 대산문학상, 2007년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7번 국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소설집 『스무 살』,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가 있고, 옮긴 책으로 『파란대문집 아이들』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 『별이 된 큰 곰』 『상상해 봐』 『기다림』 『대성당』 등이 있다.

목차

사랑이라니, 선영아
작품 해설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패러디의 사랑학 개론 김연수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구하고 실험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하나의 경향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주제와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에서 『7번 국도』를 거쳐 “인문학적 상상력의 전범...

[출판사서평 더 보기]

패러디의 사랑학 개론

김연수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구하고 실험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하나의 경향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주제와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에서 『7번 국도』를 거쳐 “인문학적 상상력의 전범”을 보여준다고 격찬받은 『꾿빠이, 이상』에 이르기까지, 그는 문단의 주류를 이루는 사소설적 경향과는 멀찍이 떨어진 채 소설의 장르 관습에 대한 반성적 실험들을 시도해왔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소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적이고 ‘문체’가 승한 작가의 장기가 한층 농익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그가 흔들고 비틀고 눙치는 현란한 이야기 솜씨로 풀어낸 지적인 ‘사랑론’이다. 이 짧은 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서 작가는 사랑에 관한 수많은 책을 두루 섭렵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독서와 사색의 공력은 작품 전체에 밀도 있는 사유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품의 기본 구조는 선영이라는 여자를 꼭지점으로 한 대학 동기 광수와 진우의 삼각관계다. 광수는 한때 진우의 애인이었던 선영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혼 후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의구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진우는 결혼한 선영을 잊지 못해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만, 선영은 옛사랑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광수에 대한 사랑을 재차 다짐한다.
이렇듯 비교적 단순한 기본 골격에 김연수 소설 특유의 양감과 질감을 부여하는 것은 에세이와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에세이가 주제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집중적인 공략을 허용한다면, 적절히 차용된 대중문화 기호들은 작품에 경쾌한 패러디의 맛을 더한다.
일찍이 밀란 쿤데라나 알랭 드 보통이 성공적으로 보여준 바 있는 ‘소설적인 에세이의 기법’은 이 작품에서도 효과적으로 구사되고 있다. 가령 광수의 진우에 대한, 진우의 광수에 대한 교차되는 질투를 설명함에 있어 작가는 단지 스토리 텔링에 그치지 않는다. 그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해설을 시도하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바쳐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은 영영 남게 된다. ‘너는 절대로 알지 못한다’를 영어로 작문하라면 ‘You never know’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화에서 관용적으로 쓰일 때, 이 문장은 ’어쩌면‘ 혹은 ’아마도‘를 뜻한다. 질투란 상대방에 대해 모든 걸 알게 됐다고 생각한 게 착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러니까 ’어쩌면‘이나 ’아마도‘라는 부사로 시작되는 문장이 하나 둘 마음속에서 떠오를 때, 부록처럼 따라오는 감정이다.

이러한 방식은 보조적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라인을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작품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쿤데라의 말을 빌자면, 스토리에 에세이가 삽입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삶의 단편들이 하나의 예, 분석되어야 할 상황으로 에세이 속에 삽입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방식은 인물들의(또는 작가의) 자유로운 사변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작가가 의도한 ‘사랑학’에 독자들이 직격으로 몰입해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광수의 낭만적 사랑론에 대해 진우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들먹이며 울리히 백과 벡-게른샤임 부부의 논리로 반박하는가 하면, 광수의 ‘쫀쫀한’ 강박사고를 프로이트의 『일상생활의 정신병리』에 맞춰 해석하기도 한다. 주인공 광수는 ‘낭만적 사랑’, 즉 상대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모든 것을 갖는 게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우는 그와 반대로 냉정하고 속물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랑에 관한 한 그에게 가장 적합한 말은 소설의 제목에도 있듯 “사랑이라니!”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사람의 사고 역시 실은 별 차이가 없음이 후반부에 드러난다. 소설 전반에는 진우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광수를 비아냥거리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선영의 뿌리침에 좌절하여 자신 역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소리치게 된다. 이렇듯 사랑이란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여기에 양념처럼 뿌려져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은 곳곳에 등장하는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술 취한 진우는 친구 광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옛 애인 선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다음 “선영아, 사랑해”(한때 유행했던 인터넷 여성 포털사이트의 광고카피) 하고 고백한다. 그녀가 같이 자자고 애원하는 손길을 뿌리치자 진우가 허탈감에 젖어 묻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대사) 마지막 선영의 대답은?

“아, 미치고 환장하겠네. 누렁소나 황소나. 좋아하는 게 사랑하는 거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야, 꿩 다르고 닭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냐?”
“그러면 좋다, 선영아. 결혼은 닭하고 하고 나하고는 연애하자. 그럼 되잖아, 어때?”
“너도 소설가라고 결혼이 미친 짓인 줄 아니?”

이만교의 소설 및 엄정화 주연의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렇게 김연수는 대중문화의 기호들을 소설 속에 도입하여 경쾌하게 비틂으로써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그것은 주로 대중문화를 통해 전파되고 감염되는 이 시대의 사랑법 또는 사랑론에 대한 유쾌한 풍자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가 정의하는 ‘사랑’이란 “‘사랑가’를 부르며 바지 지퍼를 내리거나 브래지어 호크를 푸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일”이다. 현학적이면서도 따뜻한 웃음과 해학으로 가득 찬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통해 또 하나의 사랑학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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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주선희 님 2011.04.25

    죽음은 비가역적인 과정이다. 사랑의 종말도 그와 마찬가지다. 확장이 끝난 뒤에는 수축이 이어지게 된다. 사랑이 끝나게 되면 우주 전체를 품을 수 있을 만큼 확장됐던 '나'는 원래의 협소한 '나'로 수축하게 된다. 실연이란 그 크나큰 '나'를 잃어버린 상실감이기도 하다._p.64

회원리뷰

  • 사랑이라니, 선영아 | ia**2 | 2016.07.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작가정신   매번, 그저 참가하는데 그 의미를 둘 수 밖에...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작가정신

     

     매번, 그저 참가하는데 그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는 문학동네 카페 이색리뷰대회 7월 지정도서인데……. 문학동네 개정판을 구하기 어려워서, 일단 구판을 빌려왔다……. 일단 구판이라도 먼저 읽어보고, 개정판을 구할 수 있으면, 다시 비교해가면서 읽어봐야겠다. 항상 생각만 간절해왔지만 제대로 독파해 보지 못하던 김연수의 소설을 드디어 만난다~ 2012년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을 읽어보았고, 지난 5월에 『굳빠이, 이상』  을 읽어본 정도랄까? 작가 김연수의 첫 번째 경장편 소설이란다. 경장편 소설은 또 무슨 뜻일까? 가벼운 장편소설? 사랑에 관한 에세이와 소설적 허구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이 시대의 사랑학'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하게 그려내고 있단다. 이 소설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선영이란 여자를 중심으로 하고 대학 입시에서 처음 만나 13년을 친구로 살아온 두 남자 광수와 진우, 그리고 한 여자 선영의 독특한 삼각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작가가 흔들고, 비틀고, 눙치는 이야기 솜씨로 지적인 사랑론을 펼친다.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까?  사랑의 의미나 진정성보다는 살아야하기에 살아가는 너무 지쳐버린 삶을 살고 있는 나로써는 소설 속의 세 남녀의 이야기가 그저 치기어린 투정 정도로 느껴진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방황하는 젊은 시절, 삼십대 쯤에는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아마도 신혼 때는 나 역시 그런 투정을 부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을 믿는 남자 광수와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진우, 그리고 사랑을 믿기도 하고 적당히 저버리기도 하는 여자, 선영. 이 세 사람이 엮어내는 사랑 이야기이다. 광수는 한때 진우의 애인이었던 대학동기 선영과 결혼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결혼 후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의심으로 애태우며 걱정이 더욱 깊어만 간다. 진우는 또한 이미 결혼한 선영을 잊지 못해서 선영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선영은 옛사랑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광수에 대한 사랑을 재차 다짐해 본다.
    러브스토리는 늘 진부한 듯 하면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듯 싶다. 이렇듯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골격에 작가는 에세이와 대중문화 기호들로 특유의 양감과 질감을 부여한다.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특별난 재주를 가진 작가가 늘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를 써내는 것도 그렇고, 빠져들 수 있는 소설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부러운 능력이 아닐수 없다. 주제에 대해 공략하는 에세이와 대중가요 '얄미운 사람'을 적절하게 차용한 대중문화 기호들이 이 작품에 경쾌한 패러디의 맛을 더해 주는 것 같다.
    '폴 스튜어트' 라는 남성복 브랜드가 소개되고 있는데, 뭐, 잘은 모르지만, 알마니보다 윗선이라고 하니..., 알마니도 못 입히는 형편인데, 폴 스튜어트를 언제나 입혀볼라나? 모르겠다~  

    2016.7.12.(화)  두뽀사리~

  • 사랑이라니, 선영아 | eh**kavnd | 2009.09.24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제목에도 끌리고 김연수라는 작가에도 끌리고 사실은 그가 썼던 다른 책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샀던 책인데.   ...

    제목에도 끌리고 김연수라는 작가에도 끌리고 사실은 그가 썼던 다른 책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샀던 책인데.

     

    젊은 작가만의 새로운 맛은 있지만

    왠지 더 익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그의 단어와 말솜씨는 확실히 젊은 작가들 중에서도 신이 난다.

    그래도 김영하씨보다는 뭔가 살짜 어설프게 키치적(?)이고

    오정희씨의 필력을 따라가기엔 너무 샛노란 작가.

    (왜 오정희와 비교당하는가, 하면 이 바로 전에 읽었던 책이 오정희씨의 책이기 때문이라는.)

     

    작가 자신도 쉬면서 쓴 소설이라고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엄청 기대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뭐 ^^:;

     

     


     

     

     

    -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옵바, 그건 옵바가 영원하리라 믿는 낭만적 사랑이 실은 공산품이어서 그런 거예요."

     

     

    -

    "발단 전개 절정 결말. 세상사가 다 이런 아치 모양의 다리를 건너가는 게 아니겠니? 그러니까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거지. 여름 매미가 가을 단풍을 알 턱이 없지. 너는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본 어리보기라서 잘 모르겠지만, 낭만적 사랑도 마찬가지야. 너는 사랑이 발단하고 전개되어 절정에서 영원할 것 같니? 결말은 영원히 유예될 거라고 생각하니? 천만의 말씀. 천 년의 사랑이든 만 년의 사랑이든 한 번 지나가면 사랑은 잊혀져. 그래도 너 같은 애들은 아둔한 표정으로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중중거리겠지. 결말까지 가보면 말이야, 잃은 것은 일시적인 사랑이요, 얻은 것은 영원한 임금노동의 사슬뿐이라는 걸 알게될 테지. 그렇다고 만국의 유부남들이 단결할 일도 없을 테니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니? 나? 나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지. 영원하지도 않을 사랑을 위해 매일 넥타이 매고 만원전철 손잡이에 매달릴 일이 없지 .옛날에 사랑했던 여자? 그건 포커판에 펼쳐진 카드에 불과해. 앞으로 내게 어떤 카드가 들어올지 몰라. 하지만 분명한 건 바닥에 펼쳐진 카드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지."

     

     

     

    -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 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는 채워지지 않는다. 정열, 갈망, 초조, 망설임, 투정, 침착, 냉정, 이기심, 헌신, 질투, 광기, 웃음 , 상실, 환희, 눈물, 어둠 , 빛, 몸, 마음, 영혼 등 그 어떤 것이든 이 깊은 관계는 삼켜버린다. 모든 게 비워지고 두 사람에게 방향과 세기만 존재하는 힘,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원초적인 감정의 움직임만 남을 때까지 그 관계 속으로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밀어 넣는 일은 계속된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마음의 숲 속 빈터가 열리게되면 뜨거운 육체의 아름답고 털 없는 동물들이 뛰놀게 된다고 서양의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일단 온 존재가 완전히 비워지면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랑은 '나'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질투로 몸이 달아 자살을 더올리는 심약한 청년이 되기도 하고 어떤 투정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너그러운 성자가되기도 하고 청소차가 지나가는 새벼 거리를 비스듬히 누워서 바라보는 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레너드 코헨의 노래처럼 권투선수와 의사와 운전수가 될 수 도 있고 안치환의 노래처럼 그대 뺨에 물들고 싶은 저녁 노을이나 그대 위해 내리는 더운 여름날의 소나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이 끝나면 이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다. 사랑의 종말이 죽음으로 비유되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사랑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데, 그러면서 무한히 확장됐던 '나'는 죽어버린다. 진우의 말처럼 한 번 끝이 난 사랑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죽음은 비가역적인 과정이다. 사랑의 종말도 그와 마찬가지다. 확장이 끝난 뒤에는 수축이 이어지게 된다. 사랑이 끝나게되면 우주 전체를 품을 수 있을 만큼 확장됐던 '나'는 원래의 협소한 '나'로 수축하게 된다. 실연이란 그 크나큰 '나'를 잃어버린 상실감이기도 하다.
      다락 같던 '나'에게서 벗어나 엉거주춤 관계 속에 집어 넣었던 온갖 잡동사니들을 챙겨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은 우연히 발견한 초등학교 시절의 일기장을 펼쳐보는 일과 비슷하다. 내가 그렇게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었구나, 슬픔이란 유행가 가사에나 나오는 얘기인 것처럼 늘 맑게  웃었구나, 참 떼도 많이 쓰고 참을성도 없었구나 등등의 회한이 들면서 그런 자신으 ㄹ아련하게 그리워하게된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 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것. 그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여러 여자들과 연애하면서 진우는 사랑이란 프리즘과 같으 ㄴ것이라고 생각하게됐다. 어쨌든 사랑을 통과하게 되면 자신의 모습은 여러 가지 빛깔로 나누어진다. 그중의 어떤 빛가링 두드러지는가는 사랑하는 대상에 따라 달랐다.어떤 여자는 진우가 남자답게 믿음직하다고 했고 또 다른 여자는 질투가 너무 심하다고 해싿. 진우가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을 써서 가슴이 답답해 미치겠다고 말하 ㄴ여자도 있었고 어쩌면 한 번도 집에 바래다주지 않을 정도로 무심하냐고 비난한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사랑할 때의 진우는 남자답게 믿음직하기도 하고 질투가 심하기도 하고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을 쓰면서도 한 번도 집에 바래다주지 않을 정도로 무심하기도 했다. 말했다시피 사랑 안에서 일어나지 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세상의 다른 모든 일들은 나이든 사람들이 잘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만은 모험을 겁내지 않는 젊은이들의 전공 분야다. 젊은이들은 아직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잇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사랑이라는 관계에서 혼자서 빠져나올 때마다 뭔가르 빼놓고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사랑이 되풀이될수록 그 관계 속으로 밀어 넣을만한게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쯤이면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헷갈리지 않게 되는데, 그건 이제 불타는 사랑이란 자신보다 더 어린 사람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소진됐기 대문에 더 이상 사랑에 소진될 수 없을 때, 우리는 사랑 외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게 된다. 그래서 인류는 실연의 상처로 멸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그럭저럭 굴러온 셈이다.

     

     

    -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덧정을 쏟을 곳은 기억뿐이다. 사람도 없는 막차버스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집에까지 가는 동안 뭐가 그리 즐거웠던지 한없이 웃었던 기억, 아파트 근처 으슥한 벤치에 어깨를 붙이고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말을 멈추고 어색한 마음에 둘이서 처음 입맞췄던 기억, 자존심 때문에 공연히 투정을 부리다가 되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어 그만 혼자서 울어버린 기어그 사랑이 끝난 뒤 지도에 나오는 길과 지도에 나오지 않는 길과, 차가 다니는 길과 차가 다니지 않는 길과, 가로수가 드리워진 길과 어두운 하늘만 보이던 길을 하염없이 걸어다니던 기억.  모든 게 끝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처럼 사랑했던 마음은 반품시켜야만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은 영수증처럼 우리에게 남는다. 한때 우리가 뭔가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물. 질투가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사랑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다.

     

     

  • 사랑이라니... | sk**996 | 2008.09.20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에서 시작된 김연수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소설로 옮겨졌다.   흔히, 산문집에 감동해도 소설...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에서 시작된 김연수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소설로 옮겨졌다.

     

    흔히,

    산문집에 감동해도 소설을 읽고는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하여 조심스럽게 펼쳤지만...

     

    그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남자에게 결혼은 달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것과 같고,

    여자에게 결혼은 호두를 까먹는 일과 같다는 이유있는 비유...

     

     

    우리 말에 이런 단어들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적절한 단어를 찾아서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감동 받은... 소설을 이렇게 열심히 사전을 찾아가면서 봐야 한다니...ㅋ

  •     # 사랑, 질투, 의심 ...  연애에 관한 짧은 소설!     1...
     

     


    # 사랑, 질투, 의심 ...  연애에 관한 짧은 소설!

     


      1997년에 출간된 작가의 <7번 국도>라는 소설을 좋아한다. 이제는 절판이 되었고 대중들에게 많은 사람도 받지 못했지만, 특별한 연애소설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2009년에 출간 될 특별판 소설을 내기 전에, 그리고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 을 구상하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쓴 소설이며,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하는 <7번 국도> 팬에게 보내는 특별판 소설이다.

     

      광수는 13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했던 선영이와 결혼을 하게 된다. 광수에게는 대학 동기 소설가 진우가 있고, 진우와 선영은 대학시절 서로 사귀었던 적이 있다. 결혼식 하기 직전 신부 대기실에서 진우가 선영에게 불러주었던 노래 '얄미운 사람'과 그 노래에 대해 히스테리를 부르는 선영의 모습, 부케를 던지는 순간 부케 윗 단의 꽃 팔레노프시스가 꺽여진 모습을 본 광수에 마음에 의심과 질투의 마음이 커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가 모두 팔레노프시스라고 생각한 광수! 의심에 대한 마음으로 진우에게 전화를 하고, 셋의 사랑에 엇갈린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독특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 개성강한 캐릭터와 패러디의 미학이 스며있는 소설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여자에게 사랑한다며 함께 자고 싶어 매달리는 남자 진우, 한 번도 광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적이 없었던 선영, 선영을 사랑하지만, 진우의 존재가 못 미더운 남자 광수, 제각각 개성강한 인물들이 부딪치며 이야기하는 사랑 다툼에서 흥미로운 점은 기억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이다.

     

      선영과 함께 잠을 잤는지 안 잤는지를 따지는 광수의 머리속의 그 사이의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선영과 함께 밤을 보냈지만 관계를 맺지 않은 진우는 자기의 합리화를 위해 지나온 과정 중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으로 기억을 재구성한다. 진우와 함께 보냈던 길을 거닐며 옛 추억에 잠기었던 선영 역시, 그 이야기는 다 사라지고, 광수에게는 사랑한다는 이야기만을 되뇌인다.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행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와  그 당시 유행하던 옥동자 유머의 패러디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장난척 하기는"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사랑해 선영아" 티저 광고 패러디 등 그 당신의 대중과 호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때 유행하던 이야기가 다 식어버릴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었지만, 책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련한 추억과 함께, 엇갈리는 그들의 행보와 사건의 전개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로 사랑한다고 믿지만, 결국 서로의 속마음을 언제나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자 매력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을 억누르고, 그이를 믿는 마음이 사랑!

     


      예전에는 사랑앞에서는 모두가 솔직한게 좋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의 모습, 흔들리는 모습까지 다 고백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꼭 그게 좋은 것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불안함을 알면서도 감싸줄 수 있는 마음, 굳이 말하지 않았을 때에는 덮어줄 수 있는 마음, 끝까지 기다려주며, 그를 믿어주는 마음이 사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닭고기에 대한 애정보다 더 쉽게 변하기 쉬운 사랑의 마음! 내 마음속의 불안함과 컴플렉스가 그럼직한 상황과 결합되어  의심과 질투의 마음이 쑥쑥 자라난다. 의심할 수 있는 마음,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장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라는 광수의 말에 진우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모든 건 너한테 달린 문제야.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그때 선영이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하지만 진실을 다 알고 난 뒤에는 니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책임져야만 하는 일도 생길 거야. 나는 세상만사의 진실을 샅샅이 알아낸다고 해서 더 나아지는 건 없다고 생각해. 그러나 니가 정 원한다면 말해줄 수는 있어. 얘기해줄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까?"

     

      내가 광수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라는 고민과 함께, 사랑과 기억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현재의 나에게 끼치는 영향, 기억의 불안전성의 한계를 알고 있는 우리는 사랑을 기억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사랑을 기억하고 자신의 신념에 사랑을 꿰어 맞추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기억에 관한 독특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진지하려면 얼마든지 깊어질 수 있는 소설! 그게 김연수만의 매력이자, 특징인 것 같다. 쉽게 소설을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잔뜩 느끼게 해주는 작가, 김연수! 2009년 출간 될 그의 또다른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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