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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프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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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209*34mm
ISBN-10 : 8971999608
ISBN-13 : 9788971999608
사랑은 오프비트 중고
저자 베키 앨버탤리 | 역자 신소희 | 출판사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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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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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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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계속 달아나고 있잖아.”
“넌 계속 날 찾아내고.”
한순간 난 할 말을 잃는다. 사랑스러운 게이 소년 사이먼의 이야기를 그린 『첫사랑은 블루』의 후속편. 이번에는 사이먼의 최고 절친이자 자칭 “뚱보 슬리데린 로리 길모어”라고 말하는 레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쾌하고도 진정성 있게 ‘정체성’과 ‘성장’의 중심을 파고드는 베키 앨버탤리의 섬세한 통찰력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빛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많은 것이 흔들리고 변한다. 레아는 매사 무심하고 냉소적인 듯하지만 실은 손댈 수 없이 변해 가는 상황들로 인해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젊고 아름다운 엄마는 쉰 살쯤 돼 보이는 구닥다리 골프 애호가와 연애하며 신경을 긁고, 절친 닉은 대학 진학과 장거리 연애 문제로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이성을 잃고 시한폭탄처럼 군다. 결정적으로, 사회의식 투철하던 소꿉친구 모건이 지망한 대학에 떨어진 직후 애비를 두고 인종주의적 발언을 내뱉는 일이 벌어지면서 레아는 모건과도, 모건을 두둔하던 애나와도 사이가 틀어진다. 친구들끼리 함께 활동하던 밴드 ‘이모지’도 해체 위기에 놓인다. 그 와중에 남자사람친구일 뿐인 개릿은 자꾸만 눈치 없이 레아에게 들이댄다.
사실 레아의 머릿속을 가장 복잡하게 만드는 건 애비 슈소, 바로 닉의 전 여자친구다. 레아가 모건 앞에서 애비의 편(레아에 따르면 “품위의 편”)을 든 뒤로 둘은 묘하게 가까워진다. 레아와 마찬가지로 형편을 고려해 가깝고 학비 싼 조지아대에 지원한 애비는 대학 예비 답사를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제1의 형제”이자 커밍아웃한 게이인 사이먼에게도 말하지 못한 레아는 이성애자일 게 분명한 애비가 알쏭달쏭한 태도를 보일 때마다 화가 나면서도 배 속이 간질거린다. 답사 전후로 둘의 관계는 더 야릇해지고 레아의 갈등도 그만큼 깊어진다. 애비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여기에 닉, 개릿, 모건까지, 외면할 수 없는 숙제들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로 맞이한 프롬. 과연 레아는 엄마가 그토록 바라던 “완벽한 프롬 날 밤”을 보낼 수 있을까.

저자소개

저자 : 베키 앨버탤리
임상 심리학자로서, 영리하고 특이하고 매력적인 십대 청소년들과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특권을 누렸다. 또한 워싱턴에서 다양한 성 정체성을 지닌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팀 공동 대표를 7년간 맡았다. 애틀랜타에서 청소년 소설을 쓰며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첫 소설 『첫사랑은 블루』로 단숨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작품은 <러브, 사이먼>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후속작 『사랑은 오프비트』에서는 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물의 성적 지향과 관계 설정을 과감하게 바꾸었다. 이로써 다시 한 번 격하게 독자를 사로잡는 소설이 탄생했다.

역자 : 신소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일해 왔다. 옮긴 책으로 『첫사랑은 블루』 『아웃사이더』 『분리된 평화』 『피너츠 완전판』 『위험한 독서의 해』 『밴 라이프』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안달루시아의 낙천주의자』 등이 있다.

목차

사랑은 오프비트 9
감사의 말 385
옮긴이의 말 388

책 속으로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샘내지 않고선 못 배길 정도다. 진실한 사랑은 도저히 숨길 수 없다는 식의 동화 속 마법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이 그 감정에 솔직했다는 게 중요하다. 두 사람에게 ‘알 게 뭐야, 조지아 따윈 엿이나 먹어, 이곳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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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샘내지 않고선 못 배길 정도다. 진실한 사랑은 도저히 숨길 수 없다는 식의 동화 속 마법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이 그 감정에 솔직했다는 게 중요하다. 두 사람에게 ‘알 게 뭐야, 조지아 따윈 엿이나 먹어, 이곳의 호모포비아 멍청이들 모두 엿이나 먹으라고’ 하며 나설 배짱이 있었다는 게. _19쪽

난 눈을 깜박거린다. “이야. 그래, 모건이 아주 끔찍하게 인종주의적인 발언을 했지. 그래서 내가 비난했고. 근데 우리 둘 다 똑같이 말도 안 된다고? 그냥 여자애들끼리의 멍청한 소동이란 거야?”
“레아, 넌 과민 반응하고 있어. 너도 알잖아. 그냥 어리석은 말 한마디였다고.” 애나가 말한다.
“인종주의적인 말 한마디였지.” _116쪽

바로 그 순간?정말 눈 깜짝할 순간이지만?난 느낄 수 있다. 얼마나 짧은 순간이었는지. 모든 게 얼마나 순식간에 변해 버렸는지. 이상한 일이다. 내게 작별 인사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거의 한 번도 실감해 본 적은 없는 것이니까. 그래서 작별의 충격에 대비한다는 건 내겐 어려운 일이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부재를 어떻게 미리 아쉬워할 수 있는지 난 모르겠다. _117~118쪽

내가 둘 중 어느 쪽에게 더 화가 났는지도 잘 모르겠다. 날 놀리는 애비인지, 그야말로 항상 자기에게로 얘기를 돌리려 드는 개릿인지. 양성애자 여자애들의 존재 이유가 그거란 말이지, 개릿. 네 자위용 판타지 말이야. 걔 면전에 대고 소리 질러 주고 싶다. 야, 네가 날 좋아한다면?그러니까 정말로 날 좋아하는 거라면?질투를 해 보라고. 걱정을 해 봐. 뭐라도 해 보라고. 나한테 추파를 던진 사람이 닉이었다면 개릿은 한번 해 보자는 거냐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상대가 애비라면 아무 의미 없다 이거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싶은 거지. _140쪽

“레아.” 엄마가 고개를 젓는다. “이런 짓 좀 하지 마.”
“무슨 짓?”
“뭔가 잘 안 풀릴 때마다 모든 걸 다 망가뜨리려 드는 짓 말이야.”
그 말은 한동안 허공에 걸려 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그러지 않는다. 난 내가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너한테 바라는 게 뭔지 아니?” 잠시 후 엄마가 미소를 띠며 말한다. 거의 서글퍼 보이는 미소다. “네가 불완전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_152쪽

가끔은 그 점이 기묘하게 느껴진다. 사이먼은 내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난 걔한테 그러지 못했다는 게. 말하자면 레이아가 ‘사랑해’라고 말했더니 한 솔로가 ‘나도’라고만 대꾸한 것과 비슷한 상황일까. 모든 게 살짝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 점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걔한테 솔직히 말하려고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1년 전에 얘기했어야 했는데. 그때라면 그렇게까지 큰일은 아니었겠지만, 이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어딘가에서 한 박자를 놓치는 바람에 이젠 한 곡 전체가 엇박자가 되어 버린 것 같다. _196쪽

엄마도 날 보며 미소 짓는다. “넌 오늘 밤 정말로 재미있게 지낼 거야, 리.”
“이상할 거 같은데.”
“설사 이상하다고 해도. 내 이상하고 엉망이었던 프롬 날 밤도 정말 즐거웠거든.” 엄마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냥 받아들여. 나도 그랬거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내 프롬에 끔찍한 일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고 결심했던 게 기억나네. 설사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풀린다 해도 말이야.”_305~306쪽

다시 노래가 바뀐다. 첫마디를 듣자마자 곧바로 무슨 곡인지 기억이 난다. 스티비 원더.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곡. 멋진데. 지금 내게 간절히 필요한 건 어깨 너머로 날 바라봐 주는 엄마의 존재니까.
하지만. 모르겠다. 이 노래가 어떤 신호처럼 느껴진다. 누군가 속삭이는 비밀 메시지처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그만 괴로워해. 지나치게 분석하지 마. 울지 마. _371~372쪽
내가 생각했던 완벽한 프롬 날 밤은 아니다. 내가 상상했던 해피엔딩도 아니다. 사실 엔딩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내 것이다.
이 순간 전체가 내 것이다. 전구 불빛이 깜박이는 이 연회장도. 너무 커서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 음악 소리도. 전부 내 것이다.
그래, 모든 게 엉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모든 게 변해 가는 중이겠지. 내 얼굴은 퉁퉁 붓고 얼룩덜룩할 테고, 내 군화는 진흙투성이일 거다. 내 머리는 완전히 산발이 되었고, 목소리는 나오긴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사이먼과 브램을 따라 계속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 난 계속 애비의 손을 잡고 있다. _3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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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독자와 작가가 함께 만든 ‘갓벽한’ 후속편 이 책의 첫머리에는 작가가 독자에게 바치는 헌사가 실려 있다. ‘나도 전혀 몰랐던 뭔가를 이미 눈치채고 있던 독자 여러분에게’. 베키 앨버탤리는 원래 『첫사랑은 블루』의 후속편에서 레아와 개릿의 ...

[출판사서평 더 보기]

■ 독자와 작가가 함께 만든 ‘갓벽한’ 후속편
이 책의 첫머리에는 작가가 독자에게 바치는 헌사가 실려 있다.
‘나도 전혀 몰랐던 뭔가를 이미 눈치채고 있던 독자 여러분에게’.
베키 앨버탤리는 원래 『첫사랑은 블루』의 후속편에서 레아와 개릿의 이성애 로맨스를 다룰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작을 아끼는 많은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레아와 애비의 로맨스를 창작하고 소비하며 작가에게 일종의 힌트를 주었다. 앨버탤리는 전작과 설정이 달라지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독자들과 함께하는 모험을 택했고, 그의 과감한 결단에 독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앨버탤리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작품으로 증명했다.
『사랑은 오프비트』에는 이른바 ‘덕후’ 레아가 휴대전화로 팬픽션을 읽거나 제가 그린 팬아트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레아를 통해 사이먼이 예전에 〈러브 액추얼리〉 팬픽션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브램이 그 팬픽션의 설정을 가져다 사이먼에게 프롬포즈(프롬+프러포즈)를 하는 장면도 나온다. ‘해리 포터’를 좋아한다면 고개를 주억거릴 만한 문장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설이든 만화든 연예인이든 한 번이라도 무언가에 푹 빠져 ‘덕질’해 본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레아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 깊이 공감할 것이다. 『사랑은 오프비트』는 그야말로 수많은 레아들이 만들어 낸 레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일과 아이돌 덕질을 병행하는 직장인 여성을 그린 TV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해외에서는 영국 보이밴드의 멤버를 주인공으로 쓴 팬픽션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영화화되었다. 음지 문화로 불리던 하위문화, 팬덤의 창작 문화가 ‘주류 무대’에 등장하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다. 더불어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일방적,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2차 창작,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자들의 2차 창작이 작가의 1차 창작에 결정적 단서를 마련해 준 『사랑은 오프비트』, 어쩌면 그 존재 자체가 한 발 더 나아간 시대의 유쾌한 예고편 같다.

■ 서툰 만큼 짜릿하고, 불안하지만 달콤한 ‘오프비트 로맨스’의 참맛
“진짜 인생, 어른의 삶”의 시작을 앞둔 지금, 인생은 레아가 연주하는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와 달리 자꾸만 엇박자를 탄다. 주변의 누구도, 심지어 레아 자신도 기대하지 않은(혹은 기대해서는 안 되는) 애비와의 로맨스가 결정적이다. 단지 ‘이성애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이성애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관계들’이 문제다. 친구들은 레아가 애비를 잘 구슬려 다시 닉에게로, ‘완벽한 커플의 전형’으로 돌아가게 만들기를 바란다. 게다가 레아는 공개 프롬포즈 같은 민망한 상황을 미리 막으려 개릿에게 프롬 파트너 신청을 해 버렸다. 늘 예측 가능한 틀 안에 머물며 무심한 척 굴던 레아는 “우주 전체에서 가장 사람 헷갈리게 하는 여자애” 때문에 매일 뇌와 심장이 따로 노는 기분을 느낀다. 애비 때문에 무너지는 닉과 속없이 자기를 좋아하는 개릿을 떠올리며 애비를 향한 마음을 부정해 보지만 널뛰는 감정은 주체할 수 없다.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똑똑이 애어른처럼 보여도 사랑에는 서툰 레아와 애비의 엉망진창 삽질 퍼레이드가 어찌나 아슬아슬하고 간질간질한지, 남의 사랑에 과몰입하게 만드는 로맨스 장인의 솜씨에 읽는 사람도 아찔해진다.
갈등의 형태가 전작보다 좀 더 복잡해졌지만, 베키 앨버탤리는 이번에도 독자를 선물 같은 결말로 이끈다. 기존의 ‘바람직해 보이는’ 관계들을 망가뜨리지 않으려 애쓰던 레아와 애비는 문제의 ‘프롬 날’ 밤에 결국 생각을 멈추고 저질러 버린다. 오로지 두 사람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아무리 고민하고 발버둥을 쳐도 변할 것은 변한다. 그게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바람직하다고들 믿고 있는 것이 정말로 바람직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리고 걱정한 것처럼 레아와 애비는 친구들을 “세상의 종말을 불러오지” 않았다.
LGBTQ 문학에서 흔히 보이는 이른바 ‘불행 서사’들에 비해 앨버탤리식의 해피엔딩은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보내는 메시지에는 분명하고 확실한 격려가 담겨 있다. 넌 지옥 불에 뛰어들 거나 폭탄을 터뜨린 게 아니야, 다만 사랑에 빠진 거지. 누구도 네 사랑으로 인해 불행해지지 않을 거야, 물론 너도. ‘소수자’라는 이름 위에 어둡고 칙칙한 음지에서 홀로 고통 받는 이미지를 덧씌우며 시혜를 베풀 듯 ‘이해’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유쾌하지 않은가. 어떻든 『사랑은 오프비트』는 잘 쓴 연애소설이다. 각 잡고 심각해지려는 마음은 내려놓고 즐겁게 읽으면 된다. 아니, 그렇게 될 거다. 삽질 퍼레이드에 이어, 너무 냉소적이라 엄마의 걱정을 사던 레아가 “너한테서 빛이 나는 것 같다”는 둥 “애비 슈소에게 키스하기 전문가를 직업으로 삼아도 될 것 같다”는 둥 거침없이 떨어 대는 막판 주책 퍼레이드까지 자꾸만 올라가는 광대를 붙잡아 내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테니까.

■ 뚱보 슬리데린 로리 길모어와 흑인 그리핀도르, 완벽하게 엉망인 우리의 밤
한편 『사랑은 오프비트』는 빈부 격차, 인종차별, 외모, 성 정체성 등의 이슈에서 전작보다 현실적인 밀도가 깊어진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비교적 평등해 보였던 고교 생활의 테두리를 벗어날 준비가 시작되면서 감춰져 있던 문제들이 민낯을 드러낸다.

브램의 부모님은 이혼하셨는데, 그 사실이 내겐 묘하게 위로가 된다. 나쁜 뜻에서 그런 건 아니다. 그러니까 브램의 가정생활이 고통스럽거나 하길 바란다는 게 아니다. 그냥 내 친구들 대부분이 이야기책에 나오는 것처럼 완벽한 가족을 갖고 있어서다. 시트콤 속 가족들이 살 법한 큰 집에, 정식으로 결혼한 엄마와 아빠, 계단 옆에 줄지어 걸어 둔 가족사진 액자들. 그런 게 없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란 게 위안이 되는 듯하다.(31쪽)

스스로 “뚱보 슬리데린 로리 길모어”(슬리데린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음침하고 냉혹한 마법사, 로리 길모어는 미혼모 엄마와 함께 사는 〈길모어 걸스〉의 주인공이다)라고 말하듯, 사실 레아는 외모나 가정 형편에 대한 은근한 열등감을 무심하고 냉소적인 완벽주의자의 모습으로 덮어 왔다. 그리고 “난 실패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내가 바라는 건 실패하지 않는 거다”라며 잘될 것 같지 않으면 어떤 일에도 발을 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여태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내 재능이 처음부터 완성된 것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발전해 가는 과정을 남들이 보는 게 싫다. 무대에서 내려와서야 속옷이 드러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렇다고 이젠 내 은유적 속옷이 완벽하게 가려져 있다는 건 딱히 아니지만. 아직도 내 그림엔 여기저기 결점들이 많이 보인다. 맥 빠지고 굴욕적이고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261쪽)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친구들은 대학 전형료로만 수백 달러를 쓰고 합격 여부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옮긴이의 말마따나 “미국 전역의 여러 명문대를 쇼핑하듯” 답사를 떠나지만, 레아는 애초부터 형편을 고려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정해 놓고 다른 곳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늘 의식 있는 사람처럼 행동해 온 모건은 자신의 입시 문제 앞에서 ‘백인 역차별’ 같은 끔찍한 인종주의적 발언을 내뱉고 만다. 일련의 상황들은 레아가 애비를 의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모건을 비난하며 애비의 편을 들고, 형편이 비슷한 애비와 자주 어울리며 마음을 주었던 과거를 회상하고, 애비와 함께 답사를 떠나고, 헷갈리게 행동하는 애비의 본마음을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레아는 인정하기 싫은 자신과 마주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못나게 보이고 싶지 않고 “멍청한 짓거리”에 불과한 프롬에 가고 싶고 내가 잘하는 일들(그림 그리기, 드럼 연주)로 인정받고 싶은 속마음, 내 프롬 파트너 말고 내 친구의 전 여자친구와 키스하고 싶은 속마음, 그러지 못해서 안달복달하고 괴로워하고 도저히 침착하게 굴 수 없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모습.
레아가 보기에는 디즈니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완벽해 보이는 애비도 마찬가지다. 성적 이야기를 하며 완벽하다고 말하는 레아에게 애비는 “그게 내 인생이니까. 흑인 여자애들은 두 배로 노력해야 하니까”라고 말한다. 모건의 경우처럼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곧바로 공격받기 때문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런 애비가 레아를 좋아하면서, 레아에게 미움 받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스스로 자신의 빈틈을 모두 내보인다. 애비가 사촌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다며 자신이 “아마도 약간 양성애자”일 거라고 말하자, 레아는 발만 담글 거라면 나는 빼 달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그래, 맞아. 내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야.” 애비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알겠니? 나 때문에 모든 걸 망쳐 버렸잖아. 난 너랑 달라.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단 말이야.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당장은 그냥 너무 무섭다고.”
“뭐가?”
“모르겠어. 내가 일을 망칠까 봐. 네가 날 미워할까 봐.”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아니면 너한테 상처를 줄까 봐. 그러기는 싫단 말이야.”(299쪽)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엄청나게 두려운 일이다. 그것이 나 자신에 대한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은 듣기에는 좋지만 실제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괴롭다. 누구도 뒷감당을 대신해 주지 않을 테니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이런 것이다. 내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사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 내가 믿고 있던 균형과 안정이 사실은 아주 허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아마도 레아와 애비에게 기존의 세계를 허물고 진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동력은 바로 ‘사랑’이었을 것이다. 눈물콧물 범벅에 머리는 산발이 된 모습으로 달빛 아래 서로를 껴안고 키스하는 뚱보 슬리데린과 흑인 그리핀도르, 그 완벽하게 엉망인 이 밤은 그래도 오롯이 두 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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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베키 앨버탤리의 소설 <첫사랑은 블루>를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마침 &l...

    얼마 전 베키 앨버탤리의 소설 <첫사랑은 블루>를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마침 <첫사랑은 블루>의 후속편인 <사랑은 오프비트>가 바로 올해 국내에서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거슨 운명이야!"를 외치며 당장 서점으로 달려갔고, 그날 밤부터 읽기 시작해 이틀 만에 완독했다. <첫사랑은 블루>도 좋았는데 <사랑은 오프비트>도 좋다니. 아무래도 이 작가와 사랑에 빠진 듯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베키 앨버탤리의 작품 중에 국내에 출간된 작품은 오직 이 둘뿐이라서 원서를 읽지 않는 한 당분간 이 사랑은 잠시 멈춰야 할 듯하다. 비슷한 작품이 많기를 바라며 돌베개의 '꿈꾸는돌' 시리즈를 읽어봐야 할 듯하다.


    <사랑은 오프비트>의 주인공은 <첫사랑은 블루>에서 주인공 사이먼의 단짝 친구로 나왔던 레아다. <첫사랑은 블루>에서 레아는 친구인 닉을 짝사랑하는 여자아이로 그려졌는데, <사랑은 오프비트>에선 놀랍게도 레아가 남자와 여자를 모두 사랑하는 양성애자로 나온다. 레아는 오래전 사이먼의 누나인 앨리스를 좋아한 적이 있고, 앨리스가 대학에 진학하며 동네를 떠난 후에는 앨리스의 동생인 사이먼에게 약간이나마 호감을 가진 적이 있다. 그 후엔 닉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면 레아가 닉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닉의 여자친구인 애비에 대한 감정의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레아가 사실은 닉이 아니라 애비를 좋아해왔다는 말이다.


    레아는 단짝 친구인 사이먼이 커밍아웃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커밍아웃하고 싶다고 느끼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사이먼은 집안 환경도 좋고 가족들 사이도 좋은 반면, 싱글맘의 딸인 레아는 집안 환경도 좋지 않고 엄마와의 사이도 원만한 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게 과연 좋을지 레아로선 확신이 들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레아가 좋아하는 애비는 이성애자인 게 너무나 확실해 보인다. 레아는 애비에 대한 마음을 접고 자신을 좋아하는 개릿과 잘해보려고 하는데, 하필 이때 닉과 애비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레아는 닉의 친구로서 닉과 애비가 다시 잘 되게 도와줘야 할 책임을 느끼지만, 닉보다 먼저 애비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은근히 둘이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끼고 혼란스럽다.


    <첫사랑은 블루>에서 사이먼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반면, <사랑은 오프비트>에서 레아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아직 탐색하는 중이다. 여성에게 끌리는 마음이 있는 건 분명한데 이것이 단순한 호감인지 아니면 성적 욕구를 동반한 감정인지 애매하다. 남성에게 끌리는 마음도 없는 건 아닌데 막상 남자와 잘 되려고 하면 뭔가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든다. 아직 완벽한 짝을 만나지 못해서인지,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애비 또한 오랫동안 자신이 이성애자인 줄 알았고 이성애자로 정체화한 기간이 워낙 길었기에 레아에 대한 마음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감정은 존재하는데 그 감정을 정의할 단어를 찾지 못하니 오해가 이어지고 상처만 늘어간다.


    <첫사랑은 블루>에서 사이먼이 했던, "모든 사람이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는 생각 안 들어? 왜 이성애를 기본으로 여겨야 하지? 누구나 자신이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고 선언을 해야만 해.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거창하고 어색한 순간을 겪어 봐야 해."라는 말처럼, 오랫동안 디폴트 값으로 여겨져 왔던 이성애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이성애자인지 아닌지, 아니라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과정은 누구나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한다. 이 소설에서처럼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발견해야 마땅한데, 한국에선 오로지 이성애라는 선택지만 제공하고 그마저도 청소년기에는 못하게 억압하니 답답한 일이다.


    <사랑은 오프비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들의 복잡한 감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룬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대학 입시를 앞두면 예민해지고 껄끄러워지기 마련이다. 레아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산층 집안의 아이들은 부모의 후원 아래 여유롭게 대입을 준비하고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에 진학하는 반면,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한 레아나 애비 같은 아이들은 일찌감치 등록금이 싼 주립대를 목표로 입시 준비에 전념한다. 레아의 친구 모건이 애비가 유색인종이라서 입시에 특혜를 받았다고 말해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한국의 고3 교실 모습과 다르지 않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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