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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쪽 | B6
ISBN-10 : 8932906068
ISBN-13 : 9788932906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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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루이스 세풀베다 | 역자 권미선 | 출판사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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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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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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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의 칠레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2002년 작. 누아르 영화 기법과 추리소설 기법으로 칠레에서 일상화된 사회악을 고발한 작품이다. 현대인의 비뚤어지고 왜곡된 성 문화를 질책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칠레 역사가 안고 있는 비리와 폭력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시골 형사 카우카만은 문명과는 거리가 먼 파타고니아에서 광활한 자연에 동화되어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며 살아간다. 그는 그곳에서 성범죄 관련 기관에서 일하며 자기와 비슷한 아픔과 소외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택시 기사 아니타와 사랑에 빠지는데….

저자소개

저자 : 루이스 세풀베다
저자 루이스 세풀베다는 1949년 칠레에서 태어났다. 학생 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당시 많은 칠레 지식인들이 그러했듯 오로지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피노체트의 독재를 피해 망명해야 했다. 그 후 수년 동안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여행하며 다양한 일을 하다가 1980년 독일로 이주했다.
1989년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장편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발표하여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그는 환경 문제·생태학에서부터 사회 비평까지 아주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1997년 스페인에 정착한 뒤에 해마다 〈이베로아메리카 도서 살롱〉이라는 독자적인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정치적 탄압으로 사라진 실종자들과 가족들의 아픔을 다룬 영화 「어디에도 없다」를 기획하여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하기도 했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전 세계에서 여러 도서상을 수상한 『연애 소설 읽는 노인』, 누아르 형식의 『귀향』, 고래를 보호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이야기 『지구 끝의 사람들』, 라틴아메리카의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감정의 나약함에 대한 풍자 『감상적 킬러의 고백』, 소설집 『외면』, 동화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등이 있다.

역자 : 권미선
역자 권미선은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문학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황금세기 피카레스크 소설 장르에 관한 연구」, 「〈돈 키호테〉에 나타난 소설의 개념과 소설론」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외면』,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납치 일기』(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리아드네의 실』(산체스 드라고), 『영혼의 집』(이사벨 아옌데)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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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문명과는 거리가 먼 파타고니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시골 형사 카우카만은, 가축 도둑들을 체포하다 문제를 일으켜 수도인 산티아고롤 쫓겨난다. 그곳에서 성범죄 관련 기관에서 일하면서 자기와 비슷한 아픔과 소외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택시 기사 아니타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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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는 거리가 먼 파타고니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시골 형사 카우카만은, 가축 도둑들을 체포하다 문제를 일으켜 수도인 산티아고롤 쫓겨난다. 그곳에서 성범죄 관련 기관에서 일하면서 자기와 비슷한 아픔과 소외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택시 기사 아니타와 사랑에 빠진다. 폰 섹스 전화방에 협박 전화를 걸어오는 자를 수사하면서, 카우카만은 두 가지 단서로 인해 그 사건이 평범하지만은 않을 거라 예감한다. 핫라인을 운영하는 여자가 과거에 해외로 망명을 떠났던자로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칠레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카우카만은 평소 날카로운 시선과 통렬한 유머 감각으로 수사를 맡아 진행하면서 잊어서도 안 되고 용서할 수도 없는 엄청난 비리를 파헤치면서 정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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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이 책이 출간 될 즈음에 서점에서 책을 읽고 온 기억이 난다. 그때는 서점에서 새 책을 읽고 오는 즐거움에 빠져 있...

     이 책이 출간 될 즈음에 서점에서 책을 읽고 온 기억이 난다. 그때는 서점에서 새 책을 읽고 오는 즐거움에 빠져 있던 터라, 줄거리가 흩어질까 봐 집에 바로 와서 리뷰를 썼다. 그때 쓴 리뷰를 읽어보니, 정말 짧고 줄거리조차도 부족한 내용인 것이 단박에 드러나는데도 솔직함이 배어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구입하기가 뭣해 열심히 다른 책을 읽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을 전작하게 되면서 이제야 구입하게 되었다. 얇은 책이라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었고, 기억을 더듬듯 꼼꼼히 읽어나갔다. 두 번째로 읽으니 어렴풋이 내용이 기억나면서도, 약 5년 전에 읽었을 당시에는 무척 생소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을 통해서 남미 문학이 여전히 낯선데, 그의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작품이었으니 생소할 만도 했을 것이다.

     

      최근에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을 연달아 읽어서인지, 이미 읽은 작품을 마주하면서도 무척 설다. 어떻게 이야기가 시작될지, 내용에 대한 기억이 희미했기에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핫 라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파타고니아가 있었고, 마푸체 인디오가 등장했다. 저자는 '예민한 후각의 소유자'인 마푸체 인디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서 <핫 라인>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저자가 만난 마푸체 인디오와의 짧은 만남으로 <핫 라인>이 탄생했다는 것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푸체 인디오의 활약상이 그 만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신선하면서도 강렬했다.

     

      시골 형사 카우카만은 온통 자연으로 둘러싸인 파타고니아에서 가축 도둑을 체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인디오라는 신분에도 굴하지 않고, 광활한 자연 속에서 가축 도둑을 쫓는 일은 그의 적성에 딱 맞았다. 형사라기보다는 산 속에서 뒹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문명과는 먼 삶을 살고 있었다. 거칠긴 해도 오랜 경력으로 인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감각도 뛰어났다. 그러던 중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칸테라스 장군의 아들을 부상 입히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카우카만 형사는 가축도둑을 잡는 과정에서 거친 처단을 한 것이었지만, 아버지의 지위 때문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 일로 인해 자연 속에서 가축 도둑을 체포하는 일을 하던 형사는 수도인 산티아고의 성범죄 부서로 좌천된다.

     

      카우카만이 산티아고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여자 형사들만 있는 성범죄 전담반에서. 도시에 도착한 순간부터 숨쉬기가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파타고니아에 두고 온 애마와 장비들과 광활한 자연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렇게 자신이 일할 곳을 돌아본 후 하숙집으로 가는 도중, 택시기사 아니타를 만나게 된다. 이미 카우카만의 일이 언론에 보도 된 터라 그녀는 카우카만을 알고 있었다. 그 만남을 계기로 카우카만은 아니타와 점점 가까워지고, 그녀가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상처는 카우카만이 일하고 있던 성범죄 전담반에 찾아 온 한 부부에 의해서였다. <핫 라인>이라는 폰섹스 방을 운영하고 있던 부부는 며칠 전부터 끔찍한 전화가 걸려온다며 카우카만을 찾아왔다. 카우카만은 그 부부가 들려준 테이프를 듣고,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카우카만은 폰섹스 방을 운영하는 부부의 말처럼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들이 끔찍하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누군가 꾸며낸 소리라고 생각했고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준 것은 아니타였다. 아니타는 그 소리를 듣더니 피노체트 독재 기간 때 행해진 고문소리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당시에 직접 수용소에 있었던 아니타는 그 모든 것을 경험했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카우카만은 아티나의 말로 인해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이 독재기간 때 연관된 사람이라는 것을 추측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더더욱 그 사건을 조사할 수도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일개 형사가 건드리기에는 너무나 큰 거물이었다.

     

      폰섹스 방을 운영하는 부부의 집으로 찾아간 카우카만은 자신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을 공격해 한 명을 인질로 잡고 협상에 나선다. 전화를 걸고 카우카만의 목숨을 위협한 것은 칸테라스 장군이 시킨 짓이었다. 칸테라스 장군의 아들도 카우카만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카우카만을 손봐주고 싶어 안달을 부리다 되레 카우카만에게 약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칸테라스 장군은 사람들을 고문한 소리를 통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카우카만이 협상을 내놓자 덥석 물어 과거의 죄가 방송국의 주파수를 통해 퍼져 나가고 만다.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아니타의 수고로 독재 기간에 가족과 연인을 잃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그 이후에 장군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니타처럼 고통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 일로 인해 그들의 마음 깊은 곳의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짧은 소설을 통해서 칠레의 과거를 드러내는 것에 서슴지 않았으며,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등장시켜 상처가 씻기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저자 또한 피노체트 독재로 인해 망명생활을 한 터라 이 소설이 주는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칠레가 가진 과오를 조금이나마 바로잡고 싶은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가진 사람이 상처를 가진 사람을 보듬어 줄 수 있듯이, 카우카만과 아니타를 비롯한 비슷한 처지를 가진 사람들끼리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이 집단을 떠날 수 없고, 속해있는 위치를 떠나 살 수 없듯이 그 안에서 행해지는 역사의 흔적을 서로 품어줄 수밖에 없다. 역사의 과오가 생명을 위협하고,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했더라도 공존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 세대를 지나서 언젠가 잘못된 것은 분명히 바로 잡힌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고 싶다.

     


    이 리뷰는 리뷰 마블 이벤트 응모작 입니다
  • -똥냄새가 나는, 비열한 도시- 『핫 라인』을 읽고 루이스 세풀베다는 내가 아는 소설가 중에 가장 마음이 따뜻한...
    -똥냄새가 나는, 비열한 도시-
    『핫 라인』을 읽고


    루이스 세풀베다는 내가 아는 소설가 중에 가장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지만, 그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의 소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뉠 수 있는데, 생태소설과 흑색소설이다.「연애소설 읽는 노인」,「악어」,「지구 끝의 사람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며, 「감상적 킬러의 고백」,「귀향」,「핫라인」은 음모와 계략이 판치는 뒷골목의 이야기다.
       그중에 「핫라인」은 부패한 칠레 정부에 대항하는 한 시골형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초기 생태소설에서 볼 수 있는 인간과 자연의 대립구도를 도시와 시골의 대립으로 옮겨 놓았고, 칠레 정부에 대한 불신을 칸테라스 장군과 원주민 시골형사 카우카만의 대립으로 그리고 있다. 도시의 변태적인 성행위를 상징하는 「핫 라인」(폰섹스서비스을 상기시키는 용어)은 시골형사가 칸테라스를 찾아가는 매개가 된다.

    1. 똥 속에 담그고
    “저는 목까지 똥 속에 담그고 산 지 20년째입니다”(본문_19쪽)고 말하는 카우카만은 시골형사다. 하는 일은 가축도둑을 잡는 일. 아무래도 칠레의 국경이 길고 넓기 때문에 가축을 훔쳐 국경을 넘는 일이 많았다. 카우카만은 시골에서 가축도둑을 잡는 일로 유능한 형사였다. 목까지 똥 속에 담그고 살았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일은 매우 거칠고 어려운 일인데, 그의 삶이 위험하면서도 역동적이라는 점과 치안이 불안한 칠레의 상황을 보여준다.

    2. 갈등의 포인트
    책에는 중요한 갈등의 포인트가 있다. 인종문제가 권력의 횡포와 함께 드러난다. 카우카만은 원주민이다. 그는 ‘마푸체 인디오’인데, 칠레 지역 원주민이다. 칠레도 스페인의 제국주의에 문명이 파괴당한 곳인데, 원주민들 역시 위험한 인디오로 취급받아 차별대우를 받고 살았다. 그가 시골에서 도시로 갔을 때 성폭력 상담을 담담하는 부서의 여자경찰이 넘긴 말이 이렇다.“...대부분 이 부서에는 매 맞는 여자들이 찾아옵니다. 매 맞고 사는 여자라면 그 누구도 남자를 믿지 못하지요. 그것도 마푸체 인디오라면 더더욱 믿지 못하지요. 미안해요. 하지만 현실이 그런걸요...”(본문_47쪽) 주인공, 카우카만은 이러한 인종차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마푸체 인디오 카우카만과 갈등을 빚는 이는 칠레 정권을 장악한 군부의 칸테라스 장군이다. 인디오와 군정의 갈등은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 불법적 군부와 일반 소시민의 갈등, 혹은 힘을 많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갈등이라 해도 될 듯하다. 그는 이러한 갈등의 포인트를 통해서 칠레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군부에 대한 불신이 어떻게 결론나는지 살펴본다면, 작가의 의도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3. 문명비판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과 근대화로 칠레 사람들이 폰 섹스에 눈을 떴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그래서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핫 라인을 개설했습니다”(본문_60쪽) 전화기를 발명하여 인간이 좀 더 편해지고자 했지만, 이는 또 다른 타락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문명의 이기가 항상 인간에게 이롭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게다가 카우카만은 시골과 도시를 비교하여 가축도둑이 판치는 시골을 더 선호한다. 도시로 떠나는 것을 싫어했는데, 다음은 그가 산티아고에 대해 가진 인상이다. “카우카만은 산티아고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하루빨리 그곳을 떠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본문_32쪽) 작가는 카우카만의 눈을 통해 문명이 발달한 도시가 사람이 살기에 나쁘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친한 세풀베다의 성향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4. 흥행요소
    작품 초반에 대중소설을 쓰겠다는 프롤로그가 있었는데, 과연 그런 요소들이 많다. 우선 사랑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조력자인 레데스마는 갑자기 나타나서 그를 돕는다. 카우카만의 발이 되어서 산티아고를 안내하며 결국 그와 사랑에 빠진다. 반드시 필요한 인물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면서 흥미를 더해준다.
        해피엔딩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실주의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쉬운 방법이다. 결말부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해피엔딩인 것은 분명하다. 또 추리소설 기법을 사용하는데, 요즘 현대작품들이 대부분 빌려쓰는 것이 추리소설 기법이다. ‘핫 라인’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를 추적하여 갈등을 해결한다.
        주인공의 말투에 위트가 넘치는 부분도 그렇다. 책을 읽다가 한 두 번씩 말투 때문에 웃게 된다. 카우카만이 처음 성폭력 상담부서에 배치되었을 때 얌전히 있으라는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아주 확실하게 이해했습니다... 혹시라도 자기 마누라의 얼굴을 뭉갠 놈을 잡으러 가야 한다면 38구경은 놔두고, 탄약통에다가 사회 복지 여자 보조원 한 명을 넣어 가지고 가겠습니다.”(본문_46쪽)

    5. 약점
    작품 내 서사구조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좀 아쉽다. 일단 레데스마라는 인물이 아쉽다. 그녀는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카우카만을 전심으로 돕게 되었고, 특별한 계기 없이 그와 관계를 맺게 된다. 뜻밖의 조력자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흥미를 가져오기는 충분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다. “나는 점을 믿어요. 그리고 점괘에서는 당신과 내가 결국에는 침대까지 갈 거라고 나왔어요. 그러니 모두 확실해졌으니 우리, 괜히 서로 정복하고 유혹하고 거짓말하는 절차를 생략하면 어떨까요?”(본문_55쪽) 화끈한 사랑이야기이긴 해도, 사실 이 부분 읽으면서 작가가 글쓰기를 귀찮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복하고 유혹하고 거짓말하는 절차는 작가를 귀찮게 하니까.
       또 핫라인을 통해 칸테라스 장군을 추적하는 이야기도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카우카만에게 주어진 단서가 너무 부족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일은 어차피 아니더라도 개연성이 좀 떨어졌다.

    세풀베다의 소설이 모두 괜찮은 것은 아니다. 「지구끝의 사람들」 같은 경우 허무맹랑한 결말로 독자들을 허탈하게 한다. 그래도 그의 소설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글로 표현하려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잘못된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권력에 꺾이지 않는 자의 삶을 보여준다. 또한 군부의 불법적 점령으로 인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며 이를 해결해야만 칠레가 올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 리뷰는 추억의 백일장 : 가을 응모작 입니다. 백일장 바로가기
  • 그동안 누군가 나에게 전작주의를 하는 작가가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나에게 전작주의에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두 명의 작가를 만났으니 한 명은 커트 보네거트이고, 다른 한 명은 루이스 세풀베다다. 뒤늦게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세계와 만나게 된 나는 그 늦음을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세풀베다의 책들을 구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 아쉬운 점 중의 하나는, 출간된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았지만 그의 책들이 절판의 운명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

    그동안 누군가 나에게 전작주의를 하는 작가가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자신 있게 대답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나에게 전작주의에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두 명의 작가를 만났으니 한 명은 커트 보네거트이고, 다른 한 명은 루이스 세풀베다다. 뒤늦게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세계와 만나게 된 나는 그 늦음을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세풀베다의 책들을 구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 아쉬운 점 중의 하나는, 출간된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았지만 그의 책들이 절판의 운명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감상적 킬러의 고백>,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귀향>(모두 절판되었다)에 이어 네 번째로 내가 만난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은 바로 <핫 라인>이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친환경적인 자연과 동화된 삶을 그린 자연주의적 색채를 가진 작품 군과 추리소설의 양식을 품은 흑색소설 혹은 누아르 소설로 나뉜다고 한다. 폰 섹스를 뜻하는 <핫 라인>은 후자의 분류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겠다.

     

    이번에도 이야기의 시작은 파타고니아 아이센 부근해서 가축도둑과 밀매업자들을 사냥하는 마푸체 인디오 출신 형사 조지 워싱턴 카우카만으로부터 시작된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즐겨 읽었다는 아버지가 지은 이름 조지 워싱턴은 한 때 사회주의 국가 칠레를 전복시키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보부까지 동원해서 군부의 쿠데타를 유도한 어느 나라의 초대 대통령 이름에서 유래한다. 자기 동네 쇠똥의 냄새만으로도 사건을 해결해낸다는 카우카만 형사는 어느 날, 가축도둑질을 하던 유력자의 아들의 엉덩이를 장총으로 날려 버리게 되면서 폭력형사로 낙인이 찍혀 수도 산티아고의 성범죄 연구소로 좌천(?)이 된다.

     

    깡촌 파타고니아에서 서울 산티아고로 전보된 것이 영전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상을 다스리면서 다시 소설에 집중한다. 사실 평생을 파타고니아에서 자고 나란 인디오 형사가 수도에서 할 일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자기 부서 사람들조차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인종적 차별과 더불어 “폭력”이라는 딱지가 붙은 형사를 환영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아이러니는 피노체트 독재 아래서, 수십 년간 참을 수 없는 끔찍한 폭력들을 경험한 이들이 여전히 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는 군사독재의 찌꺼기들에 대해 관대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여전히 칠레의 민주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일까?

     

    퇴근길에 택시 기사 아니타 레데스마와 우연하게 만나게 된 카우카만 형사는 곧 자신을 옭아매는 이전의 가축도둑 사건과 연계된 <핫 라인> 사건을 맡게 되면서 위기 속으로 뛰어든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최소한의 매너가 필요했다는 회상을 통해 다른 차원의 똥이 차고 넘치는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그런 절차들을 모두 생략해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성적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욕망들만이 들끓는다고 작가는 지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필적할만한 서민적 주인공의 도전을 주로 그리고 있는 세풀베다의 캐릭터 창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핫 라인>에서도 작가는 깡촌 출신의 촌뜨기 형사와 한가닥 한다는 마누엘 칸테라스 장군(아주 의미심장한 안티 캐릭터 설정이다)의 대결 구도로 몰고 간다. 이는 개인과 권력의 실체로서의 도전과 응전을 형상화하고 있다. 물론 그 한편에는 사회적 부조리와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경직된 사회 체제에 대한 분노가 그야말로 악머구리 끓듯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서론에서 작가가 말했다시피, <핫 라인>은 대중 연재소설의 양식을 취하고 있다. 세풀베다의 작품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키워드는 바로 “대중”이다. 다른 책들도 물론 대중적인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 <핫 라인>은 지금까지 읽을 책 중에서도 다른건 몰라도 그 점에서만큼은 최고다. 오히려 책의 말미로 갈수록 이렇게 짧아도 되는거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 전개와 결말의 속도감이 빠르다. 물론 그에 대해 전혀 불만은 없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곳곳에서 흘리고 있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칠레식 사회주의 실험과 그 실패의 단서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그 중에서도 피노체트의 쿠데타 이후, 비극적인 최후를 마친 빅토르 하라의 이름이 접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전율 그 자체였다. 1973년 9월 쿠데타 당시 아옌데 대통령의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마지막 연설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 때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던 이들의 숱한 변절을 목도하면서, 이 시대 지식인과 작가들에 대한 실망은 거의 좌절의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잊지도 말고 용서하지도 말자>는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여전히 글을 통해 실천에 옮기고 있는 루이스 세풀베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작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충실한 한 인물과 만난 즐거움이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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