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KYOBO 교보문고

금/토/일 주말특가
긴급재난지원금매장사용
[톡소다]천재소독비
교보문고 북데이
  • 교보 손글씨 2019 무료 폰트
  • 손글씨스타
  • 손글쓰기캠페인 메인
  • 손글씨풍경
휴전(창비세계문학 40)
* 중고장터 판매상품은 판매자가 직접 등록/판매하는 상품으로 판매자가 해당상품과 내용에 모든 책임을 집니다. 우측의 제품상태와 하단의 상품상세를 꼭 확인하신 후 구입해주시기 바랍니다.
244쪽 | 규격外
ISBN-10 : 893646440X
ISBN-13 : 9788936464400
휴전(창비세계문학 40) 중고
저자 마리오 베네데띠 | 역자 김현균 | 출판사 창비
정가
12,000원
판매가
10,800원 [10%↓, 1,200원 할인]
배송비
2,500원 (판매자 직접배송)
50,000원 이상 결제 시 무료배송
지금 주문하시면 4일 이내 출고 가능합니다.
토/일, 공휴일을 제외한 영업일 기준으로 배송이 진행됩니다.
2015년 1월 23일 출간
제품상태
상태 최상 외형 최상 내형 최상
이 상품 최저가
10,800원 다른가격더보기
새 상품
10,800원 [10%↓, 1,200원 할인] 새상품 바로가기
수량추가 수량빼기
안내 :

중고장터에 등록된 판매 상품과 제품의 상태는 개별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등록, 판매하는 것으로 중개 시스템만을 제공하는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는 해당 상품과 내용에 대해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교보문고 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은 직거래로 인한 피해 발생시, 교보문고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중고책 추천 (판매자 다른 상품)

더보기

판매자 상품 소개

※ 해당 상품은 교보문고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하여 안내하는 상품으로제품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신 후 구입하여주시기 바랍니다.

판매자 배송 정책

  • 토/일, 공휴일을 제외한 영업일 기준으로 배송이 진행됩니다.

더보기

구매후기 목록
NO 구매후기 구매만족도 ID 등록일
762 책 상태 좋아요~ 좋은 하루되세요~ 5점 만점에 5점 tmsnvl0*** 2020.07.03
761 배송이 늦었습니다. 5점 만점에 4점 martine*** 2020.06.27
760 필요로 한 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algml3*** 2020.06.21
759 잘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4점 jsh6*** 2020.06.12
758 배송이빠릅니다 책도 새책수준입니다 5점 만점에 5점 jj*** 2020.06.04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상품구성 목록
상품구성 목록

오늘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전 세계 20개국 언어로 번역되고 두 차례 영화화된 마리오 베네데띠의 대표적인 장편소설 『휴전』.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문체를 살려내는 적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세계문학 독서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하는 「창비세계문학」의 마흔 번째 작품이다. 마리오 베네데띠는 자신을 소설 쓰는 시인이라고 여겼지만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작품은 바로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휴전』이었다.

일기라는 가장 내밀하고도 폐쇄적인 형식으로 은퇴를 앞둔 마흔아홉의 홀아비 마르띤 산또메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염세주의와 숙명론에 길들여진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 도시 노동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개인의 운명을 넘어 사회 전체와 관련된 집단의 운명과도 마주하며 우루과이 사회의 정교한 축소판으로도 보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잔혹한 삶 앞에서 무력한 인간을 그린 이 작품에는 사회문제에 예민한 저자의 날카로운 현실 분석이 면밀히 담겨 있다. 라틴 아메리카 곳곳에서 불의에 항거하는 활동을 하며 노동자와 학생 등 남녀노소 모든 이들이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시를 써온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유한한 삶,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 죽음, 고독, 사랑과 희망 등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닌 작품이기에 많은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저자소개

저자 : 마리오 베네데띠
저자 마리오 베네데띠(Mario Benedetti, 1920~2009)는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좌파 지식인으로 언론인이자 시인, 소설가. 본명은 마리오 오를란도 아르디 암렛 브렌노 베네데띠 파루지아. 1920년 이딸리아 이민자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약사인 아버지의 사업을 따라 4세 때 몬떼비데오로 이주한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고 14세 때부터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며 문청으로 성장한다. 주간지 『마르차』의 창간(1945)부터 폐간(1974) 때까지 문학기자로 참여한다. 1973년 꾸데따로 정권을 차지한 군부는 베네데띠의 작품을 금서로 지정한다. 베네데띠는 우루과이 국립대학 학과장직을 사퇴하고 12년 간 망명생활을 한다. 군부독재가 끝난 1985년에야 귀국해 『마르차』를 잇는 『브레차』의 편집진으로 활동한다. 2009년 88세의 일기로 사망하자 우루과이 정부는 국장을 선포했다. 작가로서 베네데띠는 첫 시집 『잊지 못할 전야』(1945)를 출간한 이래 시 소설 희곡 평론 및 논설 등 90권이 넘는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고, 교육부상, 대국가상, 까마라 델 리브르 상, 펠릭스 바렐라 훈장, 아이데 산따마리아 메달, 빠블로 네루다 메달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을 ‘소설 쓰는 시인’이라 여겼고, 그가 쓴 시의 상당수가 노래로 만들어져 에스빠냐어권 전역에서 불렸지만, 그를 전세계로 알린 작품은 두번째 장편소설 『휴전』(1960)이었다. 은퇴를 앞둔 49세의 홀아비 산또메의 일기를 통해 염세주의와 숙명론에 길들여진 도시 생활자의 초상을 그린 이 작품은 전세계 2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두차례 영화화되었다.

역자 : 김현균
역자 김현균은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마드리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환멸의 세계와 매혹의 언어』 『차이를 넘어 공존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세계 문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아디오스』 『안트베르펜』 『네루다 시선』 『봄에 부르는 가을 노래』 『시간의 목소리』 『부적』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등이 있다.

목차

휴전

작품해설/몬떼비데오 사람들의 잿빛 초상
작가연보
발간사

책 속으로

따지고 보면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틀에 박힌 일상을 만들어낸 건 나 자신이지만, 그조차도 매순간의 축적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방식을 통해서였다. 내가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만사를 미루는 버릇이 생...

[책 속으로 더 보기]

따지고 보면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틀에 박힌 일상을 만들어낸 건 나 자신이지만, 그조차도 매순간의 축적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방식을 통해서였다. 내가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만사를 미루는 버릇이 생겼다. 결국 내 무덤을 내가 판 꼴이다. 그때부터 나의 일상은 색깔도 없고 뭐라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 돼버렸다. 항상 임시방편적이었고 늘 불확실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계속 미루면서 그것을 나의 운명에 결정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일견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준비기간일 뿐이라 여겼고, 정작 그 기간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매일매일의 의무를 견뎌내는 게 전부였다. 내가 봐도 참 허탈하다. 그렇게 살다보니 지금 딱히 나쁜 버릇은 없지만 이렇게 미루는 습관을 이제는 못 버릴 것 같다.(54면)

그러나 체념이 상황의 끝은 아니다. 처음에는 체념할 뿐이지만 그다음엔 양심을 버리고, 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한통속이 된다. “위에서 다들 그렇게 하는데, 나도 한몫 챙겨야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도 먼저 체념한 사람이다.(72면)

우린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마법이 깨졌고 이른바 절정의 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와 함께 있었고, 난 그녀를 느끼고 그녀를 만지고 그녀에게 입맞출 수 있었다. 한마디로 “아베야네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베야네다”는 말의 세계다. 나는 그 이름에 수백개의 의미를 주입하는 법을 배우고, 그녀 역시 그것들을 식별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게임이다.(131면)

나는 내가 분명 운명론자라고 생각한다. 우리들 각자는 지구상의 단 한곳에 ‘속해’ 있으며, 따라서 세금을 납부해야 할 곳은 바로 거기다. 난 이곳 출신이다. 여기에서 세금을 납부할 것이다. 지나가는 남자는 나의 이웃이다. 그는 아직 나의 존재를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나의 앞모습과 옆모습, 또는 뒷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우리 사이에 비밀스러운 무언가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우리에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끈끈한 유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날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그는 나와 닮은꼴이다.(181~82면)

[책 속으로 더 보기 닫기]

출판사 서평

언론인이자 시인, 소설가로 활동한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좌파 지식인 마리오 베네데띠의 『휴전』이 창비세계문학 40번으로 출간되었다. 1960년에 발표되어 2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두차례 영화화되면서 베네데띠의 명성을 전세계로 알린 그의 대표 장편인 『...

[출판사서평 더 보기]

언론인이자 시인, 소설가로 활동한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좌파 지식인 마리오 베네데띠의 『휴전』이 창비세계문학 40번으로 출간되었다. 1960년에 발표되어 2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두차례 영화화되면서 베네데띠의 명성을 전세계로 알린 그의 대표 장편인 『휴전』은 은퇴를 앞둔 마흔아홉의 홀아비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를 통해 염세주의와 숙명론에 길들여진 몬떼비데오 도시 노동자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다. 볼라뇨, 네루다의 작품은 물론 루벤 다리오, 호세 까를로스 까네이로 등 에스빠냐어권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김현균 서울대 교수의 번역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라틴아메리카가 존경하고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고작 탄식밖에 못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열정이 부족한 거지.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인 이 거대한 민주적 난장판의 비밀이야.”


20세기의 라틴아메리카에서 작가는 언제나 작가 이상이었다. 미국의 실질적 지배와 군사정권의 독재에 맞서 총과 펜은 다를 수 없었다. 하지만 글로는 이룰 수 없는 혁명이기에 무기로서의 문학에 회의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여기 ‘흥을 깨는 사람’(El Aguafiestas)이라 불린 한사람이 있다. “나는 정부, 적어도 우파 정부에게는 흥을 깨는 사람이었고 제국주의자들에게는 말썽꾼이었으니 이 꼬리표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양심 있는 말썽꾼이었고, 그래서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믿고 싶다. 나는 글쓰기와 그밖의 다른 활동들을 통해서 이 단어가 가진 최상의 의미에서 훼방꾼이 되고자 노력했다.” 이 훼방꾼이 바로 라틴아메리카가 존경하고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마리오 베네데띠다.
1920년 우루과이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베네데띠의 주요 활동은 그가 첫 시집 『잊지 못할 전야』를 출간하고, 후안 까를로스 오네띠(Juan Carlos Onetti), 까를로스 끼하노(Carlos Quijano) 등과 함께 주간문학지 『마르차』 창간을 함께하게 된 해인 1945년부터 두드러진다. 30년간 우루과이 문화 전반에 대해 중요한 토론장 기능을 수행한 『마르차』에서 문학기자로 활동하면서도 거의 매해 소설 희곡 평론 및 논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발표해 평생 9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발화는 펜과 종이의 영역을 넘어 꾸바혁명(1959)을 적극 지지하고, 전세계를 향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우루과이 군부독재(1973~85)에 저항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이에 1973년 정권을 독차지한 군부는 베네데띠의 작품을 금서로 지정하고 탄압을 펼쳐 그는 우루과이 국립대학의 학과장직을 사퇴하고 12년간 망명생활을 하는데, 극우테러단체의 살해 위협에도 아르헨띠나 꾸데따에 저항하는 등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불의에 항거하는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토록 현실 참여적인 그의 행보는 그 자신의 작품세계가 지향하는 바와 다르지 않았다. 공허한 서정주의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시는 소수의 교양 있는 지식인들만이 아니라 노동자와 학생 등 남녀노소 모든 이들이 쉽게 읽고 즐길 수 있었기에 여러 가수들이 곡을 붙여 에스빠냐어권 전역에서 불리며 민중의 사랑을 받았다. 2009년, 베네데띠가 88세의 일기로 사망하자 우루과이 정부는 국장을 선포했고, 그의 시신이 안치된 국회의사당에는 어린 학생부터 노동자까지 그의 숭배자들이 찾아와 작가가 시집 『하이쿠 코너』(1999)에서 “나를 땅에 묻을 때 / 제발 잊지 말고 / 내 볼펜도 넣어주오”라고 노래했던 바대로 수많은 꽃과 볼펜을 바쳤다.

몬떼비데오 도시 노동자들의 잿빛 삶
―“우리처럼 외로운 영혼들은 대체로 남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법이다.”


베네데띠는 자신을 ‘소설 쓰는 시인’이라 여겼지만, 그를 전세계로 알린 작품은 1959년 1월부터 5월 사이에 집필하고 1960년에 발표한 그의 두번째 장편소설 『휴전』이었다. 권태롭고 고독한 삶에 느닷없이 찬란한 빛이 번쩍하듯 찾아온 사랑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는 이 소설은 2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1974년 세르히오 레난(Sergio Ren?n)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두차례나 스크린으로 옮겨졌고, TV와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되며 대중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스물여덞에 아내를 잃고 남겨진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며, 소모적인 노동에 몰두하며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메마른 삶을 20여년간 이어온 마르띤 산또메는 퇴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회계 업무를 수년간 해온 그답게 시간 또한 꼼꼼하게 다루며 산또메는 지난한 하루하루를 세는 작업, 즉 일기를 쓰며 “길고, 황량하고, 한결같은 권태”를 가까스로 견디고 있다. 또한 여러 관계들을 맺고 있지만 우정, 사랑, 신앙, 부성애, 동료애라 명명하기에는 모두가 그저 겉돌 뿐이다.
사무실에서는 인간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임원들은 “직원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동료들은 함께 모여 있을 때는 임원진에 대한 반감을 토로하면서도 기회만 닿으면 굽신거리기 일쑤다. 즉 사무실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환경에 의해 강요된 유대”만이 가능한 공간이다. 사무실 밖에서의 삶 역시 다르지 않다. 일에 몰두하며 지내느라 소원한 사이가 된 아이들은 각기 산또메의 기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큰 아들 에스떼반은 연줄을 이용해 고위 공무원 자리를 차지했고, 막내아들 하이메는 산또메가 그토록 혐오하는 동성애자가 되어 가정과 사회로부터 떨어져나갔다. 딸 블랑까와 예비사위 디에고는 자신들의 앞날만을 염려하며 한숨 쉬는 걱정쟁이들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 역시 탐탁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토록 철저한 고립 속에서 염세주의와 숙명론에 길들여진 그의 삶에 어느날 스물네살의 신입사원 라우라 아베야네다가 틈입해 들어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된 산또메는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되면서 하느님과 행복을 차츰 신뢰하게 되지만, 이 사건은 다만 그의 삶이 잠시 선언한 ‘휴전’에 불과했음을 곧 깨닫게 된다.
『휴전』은 잔혹한 삶 앞에서 무력한 인간을 그리면서, 사회문제에 예민한 베네데띠의 날카로운 현실 분석이 면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산또메의 1년간의 일기 속에는 타성과 무기력에 빠진 우루과이 사회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1950년대 우루과이는 국가 주도하에 급속한 산업발달과 경제성장을 이루며 관료주의와 연금체계를 공고히 다지게 된다. 이 결과 공무원과 연금생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국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무실처럼 변하게 되는데, 수도인 ‘몬떼비데오’는 그러한 현상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였다. 즉 이 작품은 ‘몬떼비데오의 기록자’인 베네데띠가 이 시기의 역사적 전개가 평범한 도시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적하면서 우루과이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전형적인 도시 노동자의 소외 경험에 대한 주관적인 진술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휴전』은 일기라는 가장 내밀하고도 폐쇄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몬떼비데오 도시 노동자의 특별할 것 없는 삶은 곧 개인의 운명을 넘어 사회 전체와 관련된 집단의 운명과도 조응하며, 그의 삶은 곧 사무실화된 우루과이 사회의 정교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유한한 삶,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 죽음, 고독, 사랑과 희망 등의 인간조건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산또메의 삶은 곧 오늘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 추천의 글

『휴전』은 전통적인 글쓰기의 한 예다. 베네데띠는 낡은 작업도구로 진정한 ‘고전’을 썼다. 그의 손에서 낡은 도구는 칼날처럼 예리해졌다.?『쌔터데이리뷰』

나의 벗이자 형제인 마리오 베네데띠의 작품 세계는 모든 면에서?광범한 장르, 밀도 있는 시적 표현과 극도로 자유로운 개념 사용 등?경이롭다. 베네데띠에게 언어란, 그 자체로 시어였다.?주제 싸라마구

베네데띠는 문학 그 자체에 안주해 순수하게 문학을 즐기는 작가가 아니라 일관되고 항구적이나 줄곧 성장하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문학의 형식과 장르를 ‘이용’하는 작가다.?로베르또 페르난데스 레따마르

도시와 농촌, 지역주의와 세계주의 사이의 거짓 선택, 영향과 문체를 둘러싼 쓸모없는 논쟁들을 극복할 줄 알았던 점증하는 라틴아메리카 소설가 그룹의 선구자.?헤수스 디아스

■ 역자의 글
『휴전』은 작가의 사회적 관심이 두드러진 최초의 소설로 고독과 소외, 사랑과 욕망, 행복, 죽음과 함께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작가의 이데올로기적 지향이 잘 나타나 있다. 물론 ‘정치적’ 소설이나 ‘혁명적’ 소설과는 거리가 멀지만, 작가의 지적대로 이 작품이 단순한 연애소설로 읽혀서도 곤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닫기]

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휴전 | he**39 | 2020.06.1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이제 퇴직까지 6개월 28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 지 어느덧 5년이 넘었다. (2월 11일 월요일, p9)      재미라고는 하나 없을 지독히 고독하고 단조로운 인생이다.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마리오 베네데띠의 장편소설『휴전』의 첫 시작은 그저 퇴직할 날만을 고대하는 한 중년의 쓸쓸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처음 『휴전』을 접했을 때 제목 때문인지 당연히 전쟁 소설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과는 전혀 연관 없는 그저 평범한 한 남자의 일기다. 일기가 모이고 모여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살벌한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은 전쟁 같은 나날의 연속이다. 20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삼남매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로 살아야만 했던 마르띤 산또메, 자식들에게 살가운 아버지는 아니더라도 마음 속 깊이 그들을 사랑하며 성실한 사회의 일꾼으로 일평생 헌신했다. 특별할 것 없는 쳇바퀴 같은 삶이기에 그는 더욱더 인생에 권태를 느꼈으리라. 무역회사 부장으로 중책을 맡은 그의 밑으로 신입사원이 들어온 후, 감정이 메말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던 그에게 봄바람이 불어온다. 처음에는 그저 똑똑한 여직원일 뿐이었다. 아내 이사벨이 죽고 나서 한 여자와 두 번 관계하지 않을 만큼 철저히 혼자였던 그가 자식뻘인 여자에게 눈길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길고, 황량하고, 한결같은 권태(p69)에 익숙했던 그에게 가랑비처럼 젖어들은 감정의 출렁임은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된다. 지극히 무료했던 그의 일기가 점차 다양한 색채를 띠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5월에 이르러 그는 이전과는 다른 고뇌에 빠진다. 불완전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이 시간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눈을 감고 애써 무시해보지만 마르띤과 아베야네다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장벽은 한없이 높다.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사이. 그들의 관계는 그 무엇으로도 서로를 속박할 수 없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그럴 나이다. 나를 찾아온, 나를 발견한 이 합당한 행복을 필사적으로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8월 29일 목요일, p182)      퇴직을 앞둔 마흔아홉 살의 중년, 회사 역사의 산증인(p60)일만큼 오랜 사회생활로 많은 연륜을 쌓았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의 행복은 ‘조건부’라는 것을. 당신 나라의 하찮은 미물로 승격된 원자에 불과한(p176)자신에게 마음 쓰는 하느님을 상상할 수 없으면서도 하느님이 제 손닿는 곳에 있기를 바라는 모순이 마르띤을 지배한다. 어쩌면 제게 주어진 이 행복을 제발 뺏어가지 말라는 처절한 울부짖음일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치열한 전쟁을 치룬 그에게 이 달콤한 시간은 처절한 외로움과 싸워온 그에게 하느님이 내민 짤막한 휴전 상태라는 알기에, 그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한번쯤은 선을 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니.       하느님이 내게 암울한 운명을 주신 건 분명하다. 잔혹하진 않다. 단지 암울할 뿐, 하느님이 내게 휴전을 허락하셨다는 건 분명하다. 처음엔 이러한 휴전이 행복이라면 믿지 않으려 했다.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결국 굴복했고 그렇게 믿게 되었다. 그러나 단지 휴전이었을 뿐, 행복은 아니었다. 이제 또 다시 나의 운명에 휘말렸다. 전보다 더 암울하다. 훨씬 더. (2월 24일 월요일, p219)      참으로 기구한 팔자다. 한 여자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졌지만 행복을 누린 건 고작 찰나에 불과하다. 그녀는 떠났고 이제 그는 다시 혼자가 됐다. 앞으로 그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상실감을 생각하면 어떻게 한 사람에게 이렇게 큰 시련을 주는지 신이 원망스럽다. 마르띤이 바란 건 아주 작은 행복이었지만 그에게 허락된 건 퇴직이 전부였다. 퇴직이후, 그를 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독하리만치 쓸쓸하고 메마른 책이라 읽는 나도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마음 둘 곳 없는 중년의 초라함이, 가슴 아리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가야겠지.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그는 살아갈 것이다. 어떻게든. 인간의 생명력이 이토록 질겼는가 놀랄 만큼.      ...

    이제 퇴직까지 6개월 28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 지 어느덧 5년이 넘었다. (211일 월요일, p9)

        

    재미라고는 하나 없을 지독히 고독하고 단조로운 인생이다.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마리오 베네데띠의 장편소설휴전의 첫 시작은 그저 퇴직할 날만을 고대하는 한 중년의 쓸쓸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처음 휴전을 접했을 때 제목 때문인지 당연히 전쟁 소설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과는 전혀 연관 없는 그저 평범한 한 남자의 일기다. 일기가 모이고 모여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살벌한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은 전쟁 같은 나날의 연속이다. 20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삼남매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로 살아야만 했던 마르띤 산또메, 자식들에게 살가운 아버지는 아니더라도 마음 속 깊이 그들을 사랑하며 성실한 사회의 일꾼으로 일평생 헌신했다. 특별할 것 없는 쳇바퀴 같은 삶이기에 그는 더욱더 인생에 권태를 느꼈으리라. 무역회사 부장으로 중책을 맡은 그의 밑으로 신입사원이 들어온 후, 감정이 메말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던 그에게 봄바람이 불어온다. 처음에는 그저 똑똑한 여직원일 뿐이었다. 아내 이사벨이 죽고 나서 한 여자와 두 번 관계하지 않을 만큼 철저히 혼자였던 그가 자식뻘인 여자에게 눈길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길고, 황량하고, 한결같은 권태(p69)에 익숙했던 그에게 가랑비처럼 젖어들은 감정의 출렁임은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된다. 지극히 무료했던 그의 일기가 점차 다양한 색채를 띠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5월에 이르러 그는 이전과는 다른 고뇌에 빠진다. 불완전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이 시간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눈을 감고 애써 무시해보지만 마르띤과 아베야네다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장벽은 한없이 높다.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사이. 그들의 관계는 그 무엇으로도 서로를 속박할 수 없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그럴 나이다. 나를 찾아온, 나를 발견한 이 합당한 행복을 필사적으로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829일 목요일, p182)

        

    퇴직을 앞둔 마흔아홉 살의 중년, 회사 역사의 산증인(p60)일만큼 오랜 사회생활로 많은 연륜을 쌓았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의 행복은 조건부라는 것을. 당신 나라의 하찮은 미물로 승격된 원자에 불과한(p176)자신에게 마음 쓰는 하느님을 상상할 수 없으면서도 하느님이 제 손닿는 곳에 있기를 바라는 모순이 마르띤을 지배한다. 어쩌면 제게 주어진 이 행복을 제발 뺏어가지 말라는 처절한 울부짖음일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치열한 전쟁을 치룬 그에게 이 달콤한 시간은 처절한 외로움과 싸워온 그에게 하느님이 내민 짤막한 휴전 상태라는 알기에, 그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한번쯤은 선을 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니

        

    하느님이 내게 암울한 운명을 주신 건 분명하다. 잔혹하진 않다. 단지 암울할 뿐, 하느님이 내게 휴전을 허락하셨다는 건 분명하다. 처음엔 이러한 휴전이 행복이라면 믿지 않으려 했다.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결국 굴복했고 그렇게 믿게 되었다. 그러나 단지 휴전이었을 뿐, 행복은 아니었다. 이제 또 다시 나의 운명에 휘말렸다. 전보다 더 암울하다. 훨씬 더. (224일 월요일, p219)

        

    참으로 기구한 팔자다. 한 여자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졌지만 행복을 누린 건 고작 찰나에 불과하다. 그녀는 떠났고 이제 그는 다시 혼자가 됐다. 앞으로 그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상실감을 생각하면 어떻게 한 사람에게 이렇게 큰 시련을 주는지 신이 원망스럽다. 마르띤이 바란 건 아주 작은 행복이었지만 그에게 허락된 건 퇴직이 전부였다. 퇴직이후, 그를 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독하리만치 쓸쓸하고 메마른 책이라 읽는 나도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마음 둘 곳 없는 중년의 초라함이, 가슴 아리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가야겠지.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그는 살아갈 것이다. 어떻게든. 인간의 생명력이 이토록 질겼는가 놀랄 만큼.

     

     

     <o:p></o:p>

  • 한 남자의 찰나의 휴식에 대하여.    책의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사람이 낮은 포...

    한 남자의 찰나의 휴식에 대하여.

     

     책의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사람이 낮은 포복을 하는 것 같아 '아, 이 책은 전쟁 중에 잠시 휴식을 꾀하면서 일어난 책이구나' 라고 생각했으나 내가 생각했던 '휴전'의 의미와 달리 마리오 베네데띠는 그보다 더 깊은 일상적인 심연의 깊이로 한 남자의 개인사를 다뤘다. 라틴아메리카가 존경하고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의 대표 장편인 마리오 베네데띠의 <휴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읽었던 장편과는 달리 주인공이 써 놓은 일기를 통해 그의 심연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퇴직까지 6개월 28일밖에 남지 않았다.(p.9)는 주인공의 내밀한 일기를 통해 마흔 아홉의 한 남자의 고독과 소외, 스치듯 만난 여자들을 비롯해 이제 막 갓 신참내기로 회사에 입사한 아베야네다와의 사랑과 욕망, 육체적 나이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책이다.

     

    단순히 젊은 아까시 아베야네다와의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가 갖추고 있는 조건들이 그를 옭아매는 것 뿐만 아니라 그는 마흔 마홉의 성인 남자로 앞으로 시간이 더해진다면 자신이 갖추고 있는 모든 것들이 자신과 상관없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있다. 때로는 그가 느끼는 무력감과 세 아이들과의 벽이 우리나라의 아버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내와 사별하고 세 아이를 키우를 홀아비, 욕망이 생길 때마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여자들과의 의미없는 만남이 그를 지치게 했고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조금씬 지쳐나갈 때쯤 회사에 출근한 어린 아가씨가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말해, 결국 밤에 찾아올 쾌락, 무미건조한 일상의 한가운데서 날 지켜주는 그 쾌락의 존재감이었다. 증오가 치밀어 오르고 입술이 달싹거릴 때면, 우리가 느꼈던 밤의 쾌락과 곧 맛보게 될 환희에 대한 유혹이 눈앞에 펼쳐졌고, 결국에는 모든 분노의 싹을 잠재우는 애정의 물결이 되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이 사실을 부인하진 않겠다. 나의 결혼은 좋은 선택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 p.52

     

    그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삶에서도 거리감을 두고 있는 그가 문득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아베야네다에게 떨리는 마음을 고백하며 그녀의 마음에 들었을 때 그는 젊은 시절의 나를 떠올리지만 발칙하게도 그는 젊었을 때 자신의 아내인 이사벨과의 만남을 동시에 떠올린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인생에서 아이들의 엄마인 아사벨을 떠올리고, 아베야네다를 만난 이후에도 그녀의 몸과 이사벨의 몸을 비교하며 지금의 자신이 처한 위치를 떠올린다.

     

    여기서 우리가 맺은 협정의 모순이 드러난다. 우리는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상황을 다시 보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가 내버려두든 말든 시간은 흘러갈 테고,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더 탐스럽고 더 성숙하고 더 생기가 넘치는 완숙한 여자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 똑같은 하루하루가 나에겐 병약함과 노쇠함을 선물하고 용기와 활기는 앗아가는 위협적인 시간이다. 하루 빨리 우리가 일치를 이루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중략) 연륜과 정력이 공존하는 기간은 매우 짧다. 나는 지금 그 짧은 기간에 있다. 사실 크게 내세울 것도 못된다. - p.98

     

    그의 고독이 아베야네다를 만나 잠시 그의 마음 속에서 봄이 왔지만 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젊은 날의 사랑과 같은 방법으로 그녀를 묶어 두기를 주저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무척이나 보편적이면서도 남자의 마음과 여자의 마음이 어떻게 다른 것인가를 마리오 베네데띠는 극명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이사벨을 품었음에도 그녀는 죽음을 통해 그와 영영 이별했고, 현재 연인인 아베야네다  역시 그가 마음으로 품었지만 독감을 통해 생을 다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그는 몸과 마음으로 체감하고 있으며 그가 사랑한 연인과의 이별이 사랑과 욕망, 행복과 동시에 영원히 이어질 수 없는 죽음으로 남녀의 작별을 고한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그 순간이, 일상의 그 작은 조각이 지고의 축복이자 행복임을. 전에는 그 순감만큼 완벽하게 행복했던 적이 결코 없었지만, 다시는 그런 감정을, 적어도 그 정도로 강렬하게는 느끼지 못하리라는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행복의 절정은 무른 그러하다. 분명 그러하다. 더욱이 그 절정은 섬광처럼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찰나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더 길게 늘일 권리는 없다. - p.130

     

    중년 남자의 고독감이 진하게 베어져 있는 동시에 그가 현재 느끼고 생활하는 것들을 그는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묵묵히 기록해 놓았다. 인간에게 과연 평화스러운 휴식이 있는걸까? 어렸을 때는 삼십대가 되면 무척이나 안정된 삶을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그 나이가 되니 안정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행복은 인생에 있어 찰나의 순간이고, 그 순간, 순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가고 싶어도 인간으로서는 그 행복을 내 삶 끝까지 가져갈 수 없다. 당시 우리가 오감을 통해 느꼈던 것들을 충만하게 몸과 마음을 통해 축적해 놓는 수 밖에.

     

    어떤 대의적 명분이 있는 책은 아니었으나 어른 남자의 고뇌가 깊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현실감있는 그의 생각이 그를 안타깝게도 했고 때로는 그의 행동이 코메디처럼 크큭거리며 웃기도 했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연인의 부재는 그를 또다시 깊은 심연의 늪으로 빠트렸다. 사회적으로 그는 일선에서 퇴직을 했고 그는 완전한 휴식을 얻었다고 했지만 정말 그의 삶에서 진짜 휴식을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인간의 삶이란 어디 진짜 휴식이 있었던가. 부디 그가 원만한 삶을 이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 휴전 | ch**aland | 2015.03.1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었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위로 찬...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었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위로 찬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라는 시를 떠올리며 전쟁과도 같은 노동의 압박과 인간에게 있어 끝날 수 없는 노동이지만 잠시 숨쉴 틈을 주는 '휴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해했다.

     

    지금까지는 라틴문학에 대해 - 물론 폭넓게 읽거나 깊이있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내게 라틴문학은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며 은유적으로 사실주의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휴전]은 또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가 존경하고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마리오 베네데띠의 전세계적인 대표 장편'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이 책을 집어들기 전까지 나는 그의 이름을 몰랐다. 간혹 라틴아메리카의 작가 작품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나의 얄팍한 인식체계는 그저 전설과 토속신앙과 민화가 뒤섞이면서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잠깐 하고 있을 뿐 그들의 현대문학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책이 몇년도쯤에 출판된 작품인지 확인을 해봐야 할 만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시작해서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에 이르기까지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은유의 환상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의 모습때문에 더 강렬한 느낌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이리도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물론 누군가의 말처럼 더 강렬한 '노동문학'을 생각했다면 [휴전]은 기대에 못미치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사무노동자의 삶을 생각해본다면 이건 지독한 사실주의 문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휴전]은 1950년대 당시 우르과이의 법적 퇴직연령인 50세를 앞둔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 형식으로 쓰인 소설작품이다. 일기처럼 쓰여있는데다 이십여년이 넘게 홀아비로 지내면서 아버지로서뿐만 아니라 어머니 역할까지 해야하는 어려움이 세아이들과의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연애감정이라든가 직장 동료와의 에피소드에서도 많은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책읽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저 재미있게만 읽고 끝낼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러한 글조차 대수롭지 않게 비아냥처럼 읽고 지나쳐버릴수도 있으니 가볍게 술렁거리며 읽어도 좋고, 좀더 깊이있게 의미를 곱씹으며 읽어도 좋은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책을 다 읽고 어떤 부분을 예로 들어볼까, 하며 휙 펼쳤는데 3월 25일의 일기가 눈에 띈다. "에스떼반이 공무원이 되다니. 사교 클럽에서 활동한 덕분이다. 그애가 고위직에 임명된 것을 마냥 기뻐해도 될지 모르겠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윗자리를 꿰찬 꼴이지 않은가. 다들 어지간히 텃세를 부리겠지. 어련할까"

    에스떼반은 마르띤 산또메의 아들이다. 아들이 공무원이 된 것을 슬그머니 비꼬고 있지 않은가. 책을 읽다가 순간순간 이런 글들에 약간의 통쾌함도 느끼고 반세기전의 우르과이나 현재의 한국사회나 별반 다르지 않은 자본주의 사회의 생활상이구나 싶은 자괴감도 느끼게 되는데, 그렇다고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를 읽다보면 중년이 지난 홀아비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기도 하고 딸 또래의 어린 여자를 사랑하며 망설이고 주저하는 감성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기도 하니까.

    하지만 또 [휴전]의 의미가 마르띤 산또메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다보면 그의 인생에서의 휴식의 의미, 사랑과 욕망과 죽음, 사회적인 보편인식의 변화와 삶의 굴곡에서 느낄 수 있게되는 휴전과 나 자신의 삶에서의 휴전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조금씩 더 깊이 파고들어가게 되겠지만.

     

     

     

     

     

     

     

     

     


  •    살면서 가벼운 사건만 마주친다면 그것은 순탄한 삶인가, 재미없는 삶인가? 스스로가 던진 질문이지만 답...

     

     살면서 가벼운 사건만 마주친다면 그것은 순탄한 삶인가, 재미없는 삶인가? 스스로가 던진 질문이지만 답변하기 어렵다. 내 인생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기에 지금의 시점이 긴지 짧은지 모르겠다만, 어찌됐든 크게 나를 흔들었던 사건 몇 가지가 있었다. 사건의 직접적인 주인공인적도 있었고, 주변인으로서 휘말렸던 적도 있었는데 일련의 전개과정을 통해 책이나 학습을 통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다.

     

     마리오 베네데띠의 『휴전』은 퇴직을 앞둔 49세 남자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이다. ‘일기’ 형식을 취한 만큼 가족, 욕망, 사랑, 슬픔이 진솔하게 서술되어 있다. 초반의 몇장은 지루하다. 특별한 갈등이 일어나지도 않고 그저 한 남성이 느끼는 고독감이나 소외가 이야기된다. 그가 이전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비춰지는 마르띤은 20대부터 소설 속 현재에 이르기까지 크게 치열한 삶을 살았던 것 같진 않다. 그는 회사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선호하고, 부인을 꽤 오래전에 잃었지만 아이들과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그런 그가 퇴직을 몇 개월 앞두고 신입 직원을 받게 된다.

     

     남루하고 타성에 젖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년 남자의 일기를 어찌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타인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보다 재미없는 누군가의 일상을 들어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기실 결혼 5년 만에 온몸으로 전율하며 사랑해온 그리고 육체적 관계를 가졌던 여자를 잃었을 때, 자기에게 남겨진 세 아이를 보았을 때 마르띤의 절망감과 막막함은 그가 상황만 제시하더라도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 그의 삶은 무기력했어야만 견디기 쉬웠는지도 모른다.

     

     “… 가끔 아빠를 보면 전 그렇게 오십을 맞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아빠의 강인함과 평정심도 부럽지 않아요. 이유는 단순해요. 제 눈엔 지루하고 진부해 보이거든요. …”

     

      이름만 들어본 남미의 국가 우루과이, 세계의 아버지들은 별반 다르지 않은 걸까. 우리나라의 '삼식(三食)이' 아버지들이 떠올랐다. 자식을 위해서, 자식만 보고 살아가는 인생은 한 아이가 스스로를 책임지기 전까지 대신 그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떼반, 블랑까, 하이메 삼남매는 이제 자기 인생을 각자 살아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아버지 마르띤은 퇴직을 앞두고 있다. 마르띤은 자식들과 친밀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면서 서먹했음을 고백한다. 신경질적이고, 무심한 말투로 응대하는 아들들 가운데 심지어 에스떼반과는 어색하다고까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보다 여유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에스떼반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아버지가 자식들과 소통을 하는 이야기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신입여사원 아베야네다는 이야기의 흐름을 함께 한다. 마르띤이 점점 그녀에게 욕망을 품어갈 때부터 읽는 속도에 탄력이 가해졌다. 죽은 아내 이사벨의 이야기가 드문드문 등장하며 그의 욕망을 비춰주지만, 직접적인 상대가 나타나자 그의 수작(?)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사실 20대 여자로서, 별 생각 없진 않았다. 마르띤이 연신 자신의 사랑을 원색적인 불륜이 아니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등의 자기방어적인 문장을 반복할 땐 오히려 더 거부감이 들었다.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50대 남성이 아닌 개인의 욕망으로 읽어내려 했던 것이 나에겐 주인공 마르띤 산또메와의 소통이었다.

     

      그는 굉장히 신중했고 또 차분했다. 나름대로 간만에 찾아온 감정이었는데, 화르륵 타오른 것 치곤 점잖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베야네다의 말처럼 주인공은 배경이 괜찮은 사람이다. 들끓는 성욕으로만 점철된 감정이었다면, 이사벨과 아베야네다를 비교하며 이사벨의 육감적인 몸매와 달큰한 체취를 부각했을 테다. 조심스럽지만 열정적으로 사랑을 써내려가는 49세의 남성은 마치 죽은 전 부인과 무척이나 사랑했었던 20대였다. 마치 그 시간을 간직해뒀다가 다시 불러온 것처럼 별반 괴리 없이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연륜 있는 그가 사랑하는 모습은 아직 사랑을 잘 모르는 20대에게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건지도.

     

      마지막 4개월은 비단 마르띤 뿐아니라 독자에게도 충격적일 수 있다. 상황 설정이 꽤나 극단적이어서 더 애처로웠다. 사랑도, 감정도, 전개도 가장 절정으로 치닫은 순간에 해소과정이 생략되어 있지만 오히려 더 납득 가능한 방안이었다. 묵직하게 깔려있던 무기력함에서 활기로, 그리고 드러나지 않았지만 깊은 절망에서 회복으로. 퇴직을 앞뒀던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는 끝이 난다.

     

      우루과이의 50년대를 사전에 알고 있었더라면 더 수월하게 읽혔을 것 같다. 무기력했던 당대의 직장인들이라던지, 막 자유를 찾아가는 중에 혼란스러워하는 20대들이라던지ㅡ마르띤의 세 자녀를 통해ㅡ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시대적 격동을 겪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1인칭 시점에서 잘 전달되었다. 이름을 제외하고 보면 우리나라 주인공이라 해도 크게 괴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글에서 제시되는 장소 가운데 거리가 참 많은데 '4월 19일의 거리' 등 우루과이의 역사가 드문드문 스며 있는 것도 제법 흥미를 돋우는 소재 가운데 하나였다.

     

      남미의 소설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이후로 처음이다. 세계의 문학은 내가 깊게 관심을 품지 않는 한 접근하기 어려운데 기회가 잘 맞아떨어졌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지구 반대편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다 바쳐 사랑하던 중년 신사의 일상을 엿본 느낌이다. 40대의 끝무렵에 겨우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사랑을 찾고, 50대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을 뒤흔든 일을 겪은 그가 퇴직 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 휴전, 결국 마지막을 위한 제목이었던 것 같다.

  • 찰나가 영원이 되는 지점 | mi**821 | 2015.03.05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우루과이, 머나먼 중남미 어딘가에 있는 나라, 축구를 잘한 것 같은 나라 사전 정보는 이게 전부다. &n...

     

    우루과이, 머나먼 중남미 어딘가에 있는 나라, 축구를 잘한 것 같은 나라

    사전 정보는 이게 전부다.

     

    <휴전>을 읽으면서 무심결에 카뮈의 <이방인>이 떠올랐다. 우루과이와 알제리. 분명 다른 대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풍기는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제'에서 일하는 뫼르소와 '몬떼비오'에서 일하는 마르띤.

    물론 몬떼비오의 태양은 알제의 태양처럼 뜨겁지않고 따뜻해서 죽음을 향한 네번의 노크소리를 들리지 않는다.

    ​다행히 마르띤은 뫼르소보다 더 많은 권태를 참아내고 정년퇴직을 앞둔 쉰 살이 되었다.

    쉰 살까지 산 다는 것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

    죽어가는 시간의 전쟁이 종전을 향해갈 무렵, 잠시의 휴전이 찾아온다.

    늘 그렇듯, 세상일은 참 뻔히 흘러가는 듯하다가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

    어제와 오늘이 별 반차이가 없던 어느 날, 갑자기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들이 선사된다.

    그것이 휴전이다.

    ​삶이라는 전쟁에서의 휴전.

    1월 26일 일요일.

    28일,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내가 마침내 기도를 하게 되었다.

    "이 상태가 지속 되기를" ... 그러나 끝내 하느님은 매수할 수 없는 존재임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7월 6일엔 여전히 이렇게 쓰고 있다. '문득 난 깨달았다. 그 순간이, 일상의 그 작은 조각이 지고의 축복임을, 그것이 행복임을.' 그러나 곧이어 경계의 말을 덧붙였다. '그 절정은 섬광처럼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찰나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더 길게 늘일 권리는 없다' ... 마음 속으로는 그 순간은 확장할 수 있으며, 절정은 하나의 점이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고원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쩌다가 참전하여, 전쟁을 치르는 것이 일상이 되다가  어느날 갑자기 휴전을 맞이한다면 어떨까?

    처음엔 "정말 휴전이 왔는가", "왜 갑자기 휴전이 찾아왔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다가도 휴전이 주는 편안함에 서서히 물들 것이다.

    휴전의 어느 날, 무의미하던 도시는 갑자기 의미를 갖게된다.

     

    8월 27일 화요일.

    여행을 한다 해도, 이곳을 떠나 풍경과 기념물, 도로 그리고 예술품에 경탄할 기회를 갖는다 해도, 그 무엇도 '사람들'만큼 나를 매혹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것, 도처에서 행복과 비통함의 표정을 확인하는 것, 그들이 자신들의 덧없음, 자신의 하찮음, 자신들의 삶을 의식하지 못한 채 거침없이, 심지어는 울타리에 갇혔다는 의식도 없이, 그리고 자신들이 울타리에 갇혔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고 얼마나 서두르는지를 알아채는 것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금껏 나는 마뜨리스 광장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틀림없이 그 광장을 수도 없이 가로 질렀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분수대를 우회하려고 방향을 틀 때마다 걸핏하면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물론 전에도 분명 분수대를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관찰하고 느끼고, 그 특징을 끄집어내 꼼꼼하게 검토해본 일은 없다. 위압적이고 견고한 영혼의 시청사와 깔끔하게 단장된 위선적인 얼굴의 대성장, 힘없이 흔들거리는 나무들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하나의 확신, 즉 내가 이곳, 이 도시에 속해있다는 결정적인 확신에 이른 것 같다.

     

    이런 생생한 묘사로 하여금, 몬떼비오라는 도시가 살아난다. 거리를 걷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이 도시를 다니면서 도시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루과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마 이 책을 읽고난다면 몬떼비오에 다녀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2월 3일 월요일.

    그녀는 내 손을 잡곤 했는데,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를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곤 했는데, 그녀와 입을 맞추고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보다, 그 무엇보다 그게 사랑이었다.

     

    바로 사랑이 휴전이었던 셈이다. 새로운 사랑으로 새로운 희망과 삶의 의미를 찾았던 마르띤.

    드디어 소설 말미에서 그는 명예퇴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명예퇴직과 함께 더 이상 일기를 쓰기 않기로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그래서 더이상 그가 어떻게 살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인생사가 그러하듯, 죽음이라는 종전이 있기까지는 우리는 수없는 전쟁을 치뤄야한다. 젊을 때의 열정적이고 소모적이었던 단기전, 나이가 듦에따라 맡게되는 무기력한 장기전 그리고 이따끔식의 휴전들. 그런 과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다보니 점점 감각은 마비가 되가는 것 같다. 주인공이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갈때, 즉 마비가 풀릴 때 느끼는 생생한 감정들은 '찰나'에 느낀 것이었을지라도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인생은 마치 마취약을 맞고 안맞을 때 같다. 휴전은 마취된 우리의 상태를 잘 보여준다. 곧 마취가 풀릴 걸 알면서 마취의 상태때 만큼은 뭐든 걸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교만해졌다가 서서히 다시 겸손해지는 그 과정.

     

    멈춰진 일기, 그 이후... 는 어쩌면 마르띤이 아닌 우리가 채워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블로그 원글

    http://blog.naver.com/2x5mm/220291089469

교환/반품안내

※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교환/반품안내
반품/교환방법

[판매자 페이지>취소/반품관리>반품요청] 접수
또는 [1:1상담>반품/교환/환불], 고객센터 (1544-1900)

※ 중고도서의 경우 재고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교환이 불가할 수 있으며, 해당 상품의 경우 상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으며 교환/반품 접수 전에 반드시 판매자와 사전 협의를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중고도서의 경우 판매자와 사전의 협의하여주신 후 교환/반품 접수가 가능합니다.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반품/교환 불가 사유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등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1) 해외주문도서 :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개인주문상품이므로 단순 변심 및 착오로 인한 취소/교환/반품 시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는 판매정가의 20%를 적용

2) 중고도서 : 반품/교환접수없이 반송하거나 우편으로 접수되어 상품 확인이 어려운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판매자
우주책방
판매등급
특급셀러
판매자구분
사업자
구매만족도
5점 만점에 5점
평균 출고일 안내
3일 이내
품절 통보율 안내
27%

이 책의 e| 오디오

바로가기

최근 본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