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한스는 엄마가 자기를 화나게 만들자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을 외워 커다란 털북숭이 곰으로 변한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 어린아이로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야심차게 하나하나 해 나간다. 무엇이든 제 맘대로 하고 싶은 아이의 간절한 마음, 자동차를 멈춰 세우는 호기, 그리고 친구에게 충고하는 의젓함, 자긍심,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 제약을 두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창조력 등, 아이 입장에서 바라본 세계를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담았다. 삽화의 빛바랜 느낌이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그림 동화.
저자소개
야노쉬 폴란드 국경 근처의 '자브르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대장간과 공장 등지에서 일하며 어렵게 그림 공부를 했는데 1953년 이후 그림과 동화 창작에 전력을 쏟았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1960년에 첫 그림책을 발간하였다. 이후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면서 300권 이상의 그림책과 소설을 출간해 브라티슬라바 비엔날레 황금 메달 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독일 청소년 문학상, 프랑스 청소년 도서상 등 그림책과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 권위 있는 여러 상을 받았다. 야노쉬는 주로 동물을 주인공으로 거친 터치의 그림과 대비되는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 철학적인 내용을 전하는 작가이다. 그는 대개 수채물감을 주재료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는 여행을 즐기는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고 한다. 수채물감처럼 가볍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없었던 것이다. 늘 자유를 꿈꾸며 그림을 그린다는 그의 그림은 원색에 가까운 강한 색채와 마치 어린이가 그린 듯한 어색함으로 친근감을 준다.
▷커다란 게 힘?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한 번쯤은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돈이 많건 적건, 힘이 세건 약하건 이룰 수 없는 소망이다. 이런 일이 상상 속에서는 가능하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 한스는 엄마가 자기를 화나게 만들자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을 외워 커다란 털북숭이 곰으로 변한다. 아이는 왜 하필 커다란 곰으로 변한 걸까? 아마도 어른이 행사하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이 커다란 덩치에서 나오며, 자신처럼 다른 사람들도 커다란 털북숭이 곰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그렇게 자신이 믿는 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아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대개 건강과 돈, 그리고 명예가 중요한 것으로 통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좀 다르다. 커다란 곰으로 변한 한스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보다 빨간 식탁의자이다. 늘 들고 다니는 이 의자는 맨 처음 엄마와 마주한 식탁에서 걸터앉았던 의자인데, 아이에게 있어 엄마를 포함한 가족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가족에 대한 애착은 상상의 날개를 꺾는 게 아니라 더욱 커다랗게 보이고 싶은 아이의 상상을 훨훨 펼치게 해 준다. 그 다음으로 아이에게 소중한 존재가 바로 ‘친구’이다. 아이는 커다란 곰으로 변한 후에 제일 먼저 친구인 ‘페터 프레제’를 찾아가 언제나 함께 다닌다. 그리고 온갖 모험을 친구와 함께 한다. 작품 끝에서는 착하게도 친구를 돌려보내고 여자 친구에게 간다. 이성 친구 역시 아이의 소중한 ‘친구’인 것이다. 어른이 보면 그저 그런, 아이가 직접 운전할 수 있는 파란 자동차, 다른 사람을 돕는 영웅적인 행동 역시 아이에게는 몹시 소중하다.
▷아이가 그린 듯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그림 이런 아이들의 마음은 야노쉬의 그림을 통해 잘 구현되었다.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붓터치와 콜라주 기법이 어우러져 아이가 그린 듯 천진난만한 느낌을 준다. 특히 작품의 주인공 털북숭이 곰을 표현한 붓터치는 어리숙하면서도 순진한 곰의 느낌을 잘 살려 냈다. 또한 빛바랜 느낌이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진과 자동차 사진은 작품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실재감을 부여해 준다. 그래서 아이로 하여금 ‘이건 바로 난데……. 나도 이렇게 하고 싶은데…….’ 하며 쉽게 동감할 수 있게 한다. 함께 읽는 어른 역시 아이를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본문 소개
엄마가 화나게 하고 잔소리하자 요술을 부려 커다란 곰이 된 한스. 한스는 커다란 털북숭이 곰인 채로 돌아다니며 학교 수업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수업에서 나온 친구와 함께 도로의 자동차들을 멈추기도 하며, 파란 자동차를 사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닥친 어려움을 헤치며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스는 자신의 여자 친구인 푸티에게 간다. 푸티에게 “넌 정말 커다란 털북숭이 곰이구나!”라는 말을 들은 한스는 아이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며 “난 한스이기도 해.”하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