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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선생 지식경영법
611쪽 | A5
ISBN-10 : 8934923504
ISBN-13 : 9788934923503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양장] 중고
저자 정민 | 출판사 김영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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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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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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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지식편집자 정약용은 어떻게 지식을 경영하고 정보를 조직했을까?

전방위적 지식경영인 다산 정약용의 공부법을 정리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공부방법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보판단과 지식편집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다산식 지식경영법을 활용하여, 다산의 연구작업 과정에 대한 분석과 탐구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탁월한 지식편집자로 꼽히는 다산이 어떻게 지식을 경영하고 정보를 조직했는지 알아본다.

이 책은 '다산치학 10강(綱) 50목(目) 200결(訣)'이라는 부제처럼, 열 개의 큰 줄기를 세워 각각 다섯 가지의 방법론으로 배열하였고, 하나의 방법론 안에 네 개의 소제목을 따로 두었다. 이를 통해 다산 지식경영법의 핵심을 파악하고, 방법적 노하우를 분석하고 있다. 주제를 정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가설과 목차를 세워 논거를 바탕으로 결론으로 도달하는 방법을 친절히 일러준다.

또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효율적인 공부방법을,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에게는 정보처리의 방법과 정리의 요령을 알려주고, 경영현장에서는 당면과제에 접근하고 맥락을 짚어내는 지침서로도 활용될 수 있는 책이다. 다산의 탁월한 사고와 과학적인 논리로 21세기에도 유용한 지식과 정보경영의 로드맵을 제시한다. [양장본]

저자소개

정 민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한시미학산책』과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 『꽃들의 웃음판』을 통해 한시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도교적 상상력의 문제를 다룬 『초월의 상상』, 새의 기호학적 의미를 문학과 회화 작품을 통해 읽어본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2책) 등 다양한 지적 편력을 보여주었다. 틈틈이 잠언풍의 청언소품을 모아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내가 사랑하는 삶』, 『죽비소리』, 『돌위에 새긴 생각』을 펴냈다.
최근에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사유와 지식경영에 관심이 많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미쳐야 미친다』가 여기서 나왔다.
18세기 조선지식인이 경험했던 정보화사회가 21세기 정보화사회와 본질 면에서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고 믿는다. 다산선생의 지식경영을 꼼꼼히 살핀 이 책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세상은 변해도 막상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문화는 변화할 뿐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목차

머리말
서설: 통합적 인문학자 다산 정약용의 전방위적 지식경영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적 지식경영
(1)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_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
(2)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_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
(3)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라 _ 축기견초법(築基堅礎法)
(4)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_ 당구첩경법(當求捷徑法)
(5) 종합하여 분석하고 꼼꼼히 정리하라 _ 종핵파즐법(綜?爬櫛法)

2강. 정보를 조직하라 - 큰 흐름을 잡아내는 계통적 지식경영
(6)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_ 선정문목법(先定門目法)
(7) 전례를 참고하여 새 것을 만들어라 _ 변례창신법(變例創新法)
(8) 좋은 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_ 취선논단법(取善論斷法)
(9)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_ 거일반삼법(擧一反三法)
(10)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으라 _ 휘분류취법(彙分類聚法)

3강. 메모하고 따져보라 - 생각을 장악하는 효율적 지식경영
(11) 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 보라 _ 초서권형법(?書權衡法)
(12)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_ 수사차록법(隨思箚錄法)
(13)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_ 반복참정법(反覆參訂法)
(14)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_ 잠심완색법(潛心玩索法)
(15) 기미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려라 _ 지기췌마법(知機?摩法)

4강. 토론하고 논쟁하라 - 문제점을 발견하는 쟁점적 지식경영
(16)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라 _ 질정수렵법(質定收斂法)
(17) 끝까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라 _ 대부상송법(大夫相訟法)
(18)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라 _ 제시경발법(提?警發法)
(19)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라 _ 절시마탁법(切?磨濯法)
(20)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라 _ 무징불신법(無懲不信法)

5강. 설득력을 강화하라 - 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21)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라 _ 피차비대법(彼此比對法)
(22) 갈래를 나누어서 논의를 전개하라 _ 속사비사법(屬詞比事法)
(23)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치라 _ 공심공안법(公心公眼法)
(24)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라 _ 층체판석법(層遞判析法)
(25)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여라 _ 본의본령법(本意本領法)

6강. 적용하고 실천하라 - 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경영
(26)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 _ 강구실용법(講究實用法)
(27)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혀라 _ 채적명리법(採適明理法)
(28)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라 _ 참작득수법(參酌得髓法)
(29) 좋은 것은 가리잖코 취해 와서 배우라 _ 득당이취법(得當移取法)
(30) 단계별로 다듬어서 최선을 이룩하라 _ 수정윤색법(修正潤色法)

7강. 권위를 딛고 서라 - 독창성을 추구하는 창의적 지식경영
(31) 발상을 뒤집어서 깨달음에 도달하라 _ 일반지도법(一反至道法)
(32)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라 _ 불포견발법(不抛堅拔法)
(33) 도탑고도 엄정하게 관점을 정립하라 _ 독후엄정법(篤厚嚴正法)
(34)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라 _ 대조변백법(對照辨白法)
(35) 속셈 없이 공평하게 진실을 추구하라 _ 허명공평법(虛明公平法)

8강. 과정을 단축하라 - 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36)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_ 분수득의법(分授得宜法)
(37) 목표량을 정해 놓고 그대로 실천하라 _ 정과실천법(定課實踐法)
(38) 생각들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라 _ 포름부절법(??不絶法)
(39)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_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
(40)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라 _ 조례최중법(條例最重法)

9강. 정취를 깃들여라 -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41) 정성으로 뜻을 세워 마음을 다잡아라 _ 성의병심법(誠意秉心法)
(42)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길러라 _ 득승양성법(得勝養性法)
(43)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여라 _ 일상득취법(日常得趣法)
(44) 한 마디 말에도 깨달음을 드러내라 _ 담화시기법(談話視機法)
(45) 속된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라 _ 속중득운법(俗中得韻法)

10강.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46) 위국애민 그 마음을 한시도 놓지 말라 _ 비민보세법(裨民補世法)
(47)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 말라 _ 간난불최법(艱難不?法)
(48) 사실만을 기록하고 실용을 추구하라 _ 실사구시법(實事求是法)
(49)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 _ 오득천조법(吾得天助法)
(50)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_ 조선중화법(朝鮮中華法)

다산 정약용 선생 저술 연보
참고서목

책 속으로

“다산 정약용! 그에 대해 무어라 규정을 내리는 일은 참으로 난감하다. 그는 경전의 미묘한 뜻을 낱낱이 파헤친 걸출한 경학자였다. 그 복잡한 예론(禮論)을 촌촌이 분석해낸 꼼꼼한 예학자였다. 목민관의 행동지침을 정리해낸 탁월한 행정가요, 아동교육에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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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그에 대해 무어라 규정을 내리는 일은 참으로 난감하다. 그는 경전의 미묘한 뜻을 낱낱이 파헤친 걸출한 경학자였다. 그 복잡한 예론(禮論)을 촌촌이 분석해낸 꼼꼼한 예학자였다. 목민관의 행동지침을 정리해낸 탁월한 행정가요, 아동교육에 큰 관심을 가져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 교육학자며, 지나간 역사를 손금 보듯 꿰고 있었던 해박한 사학자였다. 그는 또한 화성 축성을 설계하고 거중기와 배다리와 유형거(游衡車)를 제작해낸 토목공학자요 기계공학자였고, 다시 보면 《마과회통》과 《촌병혹치》 등의 의서를 펴낸 의학자였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동시에 그것도 아주 탁월한 성취를 이룩할 수 있었을까? 그는 내게 하나의 경이(驚異)요, 우리 학술사의 불가사의다. 나는 그를 세계의 정보를 필요에 따라 요구에 맞게 정리해 낼 줄 알았던 전방위적인 지식경영가라고 부르겠다. 현대가 필요로 하는 통합적 인문학자, 다산의 쾌도난마와 같은 명쾌한 작업 방식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해 준다.” -저자의 말 중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은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다산만한 논술 선생이 없다.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에게는 이 책이 정보처리의 방법과 정리의 요령을 일깨워주는 논문작성법 참고서로 읽혔으면 좋겠다. 탐구 주제를 정하고 가설과 목차를 세워 논거를 바탕으로 결론에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와 해결법을 다산은 친절하게 일러준다. 경영현장에서는 당면 과제에 접근하고 맥락을 짚어내는 유용한 경영지침서로 활용되기 바란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그는 독서에서 푹 젖어듦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나기가 휘몰아쳐 땅 위에 갑자기 도랑이 생길 지경이 되어도, 날이 갠 뒤 흙을 파보면 금세 마른 땅이 나온다. 빨리 많이 읽기만 힘쓰고 의미를 살펴보고 따져보아 깊이 젖어들지 않는다면 소나기가 잠깐 땅 위를 휩쓸고 지나간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파의 껍질과 속살을 구분해 내려면 아홉 자 우물을 파야한다. 석자 파다 그만 두고 다른 데서 또 파려들면 부뚜막 바를 젖은 흙밖에 얻을 게 없다. 쓸데없는 파 껍질만 수북이 쌓아놓게 된다. 부단한 노력만으로도 안 되고, 꼼꼼한 정리나 관련 자료의 섭렵만으로도 안 된다. 물론 그것 없이는 더더욱 안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공부하는 사람은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는 단서를 잡아야 한다. 여기에는 거듭되는 훈련과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다산은 말한다. 문제를 회피하지 마라. 정면으로 돌파하라.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고 탐구해 들어가라. 처음에 우열을 분간할 수 없던 정보들은 이 과정에서 점차 분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서 실마리를 잡아라. 얽힌 실타래도 실마리를 잘 잡으면 술술 풀리게 마련이다. 더 이상 파 껍질을 붙들고 씨름하지 않게 된다. 실마리를 못 잡은 채 자꾸 들쑤석거리기만 하면 나중엔 아예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손 쓸 수 없게 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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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탁월한 지식편집자 정약용은 어떻게 지식을 경영하고 정보를 조직했을까? 다산 정약용. 조선 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가 곪아터지던 18세기에 인간 중심의 새로운 학문을 추구한 실학의 완성자, 개혁 군주인 정조의 오른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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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탁월한 지식편집자 정약용은 어떻게 지식을 경영하고 정보를 조직했을까?

다산 정약용. 조선 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가 곪아터지던 18세기에 인간 중심의 새로운 학문을 추구한 실학의 완성자, 개혁 군주인 정조의 오른팔로 이상 사회 실현에 열정을 바친 개혁사상가, 정조의 죽음 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개인의 꿈과 이상을 접고 유배로 점철된 만신창이의 삶을 살아야 했던 시대의 불운아. 인간 정약용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수백 권의 저서를 통해 우리 학술사에 불가사의한 업적을 남긴 지식인 정약용은 누구인가? 한 마디로 규정짓기 어렵다. 그는 경전의 미묘한 뜻을 낱낱이 파헤친 걸출한 경학자(經學者)요, 복잡한 예론을 촌촌이 분석해낸 빈틈없는 예학자(禮學者)였다. 목민관의 행동지침을 정리해낸 탁월한 행정가요, 아동교육에 큰 관심을 가져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 교육학자며, 지나간 역사를 손금 보듯 꿰고 있던 해박한 사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어느새 화성 축성을 설계하고 기중가와 배다리와 유형거를 제작해낸 토목공학자요 기계공학자였으며, 『아방강역고』와 『대동수경』을 펴낸 지리학자였고, 한편 『마과회통』과 『촌병혹치』 등의 의서를 펴낸 의학자였다. 그래서 과학자인가 싶어 보면 또다시 그는 형법의 체계와 법률적용을 검토한 법학자로 돌아왔고, 어느새 속담과 방언을 정리한 국어학자가 되었었다. 뛰어난 시인이자 날카로운 문예비평가이기도 했다.
흔히 정약용의 삶을 세 시기로 나눈다. 스물두 살에 진사 시험에 급제,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그와 고락을 함께한 시기, 39세인 1800년에 정조가 비명에 죽고 반대파가 권력을 잡자 난신적자로 몰려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한 시기, 쉰일곱에 귀양살이에서 풀려난 뒤 고향인 경기도 양주로 돌아와 후학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낸 시기.
그의 저술 성과는 대부분 18년간의 강진 유배생활의 고초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20년에 가까운 오랜 귀양살이는 다산 개인에게는 절망이었으되, 그는 그 불행을 오히려 학문에 정진할 수 있는 기회로 뒤집었다.

“나는 바닷가 강진 땅에 귀양을 왔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배움에 뜻을 두었지만 스무 해 동안 세상길에 잠겨 선왕의 큰 도리를 다시 알지 못했더니 이제야 여가를 얻었구나. 그러고는 마침내 흔연히 스스로 기뻐하였다. 그리고 육경과 사서를 가져다가 골똘히 연구하였다. (중략) 경계하고 공경하여 부지런히 노력하는 동안 늙음이 장차 이르는 것도 알지 못했다. 이야말로 하늘이 내게 주신 복이 아니겠는가?”

정약용이 회갑을 맞아 지은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의 일부다. 여기 밝힌 바에 의하면 그는 18년 유배생활 중 『논어고금주』 『주역심전』 『매씨상서평』 『중용강의』 등 경전에 관한 책 232권을 지었고, 『목민심서』『경세유표』『흠흠신서』『아방강역고』『대동수경』『마과회통』『아언각비』 등 문집만 260여 권을 지었다. 그저 베껴쓰기만 해도 10년이 넘게 걸릴 일을, 그는 참고할 서적도 넉넉지 않은 척박한 귀양지에서 마음먹고 해냈다. 경이로운 성과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엄청나고 방대한 작업을 다산은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 그 작업방식과 절차, 그리고 편집과 정리의 전 과정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다산의 인간과 학문의 위대성을 다룬 수많은 저술이 있었다. 하지만 작업 자체에 대한 탐구는 별로 없었다. 결과에 대한 찬탄은 쏟아졌지만, 과정에 대한 검토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18세기 정보홍수의 시대에 지식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효율적 실천적 지식경영의 대가

18세기는 조선사회, 아니 우리 역사가 최초로 경험한 정보화 시대였다. 중국 청나라를 통해 『사고전서(四庫全書)』 류의 백과사전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새로운 지식과 이론, 서구의 과학문물들이 밀려들어왔다. 이러한 정보의 범람은 정보가치의 우선순위를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이제 경전의 구절에 대한 사소한 해석 차이를 놓고 티격태격하던 시대가 힘을 잃고 근대적 지식사회의 패턴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수집벽과 정리벽은 이 시기 지식인들을 특징짓는 중요한 표징이 되었다. 다산의 형인 정약전은 귀양지인 흑산도에서 물고기에 관한 정보를 정리해 『현산어보(玆山漁譜)』를 남겼다. 이덕무는 일본에 대한 정보를 편집해 『청령국지(??國志)』를 정리했고, 다른 학자들도 『일본록』과 『화국지』를 잇따라 펴내, 한때 지식인들 사이에 일본서 붐을 일으켰다.
영의정을 지낸 이서구는 젊은 시절에 앵무새를 기르다가 아예 앵무새에 대한 정보를 모아 『녹앵무경(綠鸚鵡經)』을 썼고, 유득공은 관상용 비둘기 사육에 취미가 있어 『발합경』을 지었다. 그는 호랑이 이야기만 모아 『속백호통(續白虎通)』이라는 책도 썼다. 이옥은 담배에 관한 정보를 한자리에 모아 『연경』을 엮었다. 『무예도보통지』라는 책은 무려 148종의 국내외 무예서를 참고해 편집한 종합 무예교과서다.
이러한 저작들 중에는 실학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주제도 있고 단순한 호사취미에 불과한 주제도 있지만 공통적인 저술원리는 바로 여기저기 널려있는 정보를 수집, 배열해서 체계적이고 유용한 지식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다산의 작업 역시 이러한 18세기적 지식경영의 산물이었다. 『목민심서』는 역대 역사 기록 속에서 추려낸 수만 장의 카드를 바탕으로 정리한 목민관의 행정지침서다. 『목민심서』를 집필하다 보니, 형법 집행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이 부분만 따로 확대해서 『흠흠신서』를 엮었다. 『경세유표』는 이러한 부분 작업의 결과들을 국가 경영의 큰 틀 위에서 현장 실무 경험을 살려 하나의 체계로 재통합한 것이다. 장기에 귀양 살 때 다산은 약을 못 구해 병을 키우는 시골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처방 중심으로 『촌병혹치』라는 의학서를 편집했다. 또 수십 종의 의학서에서 천연두 관련 항목만 추려내 목차에 따라 재가공해서 『마과회통』을 엮었다.
수원 화성을 쌓을 때는 왕명에 따라 중국의 여러 책을 참고해서 배다리를 제작하고 화성 설계안을 제출했다. 서양의 과학서적을 뒤져 기중기도 발명했다. 서양 것을 대충 본떠서 만들었겠지 싶지만, 막상 도면을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르다. 현실 상황에 맞춰 실로 발명이란 표현에 걸맞는 새로운 유형의 기계를 만든 것이었다. 지리서인 『아방강역고』를 엮다가 『대동수경』의 편찬 필요성을 느껴 작업을 병행했다. 아이들 교재용으로 『소학주천』을 엮고는 다시 2천자문인 『아학편』을 대안교과서로 제출했다. 사서오경에 관한 다산의 방대한 저술들은 경학이든 예학이든 따로 노는 법 없이 서로 맞물려서 진행된 작업의 결과다. 연보를 통해 저술연대를 추정해보면 그는 언제나 동시에 7~8가지 이상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의 작업방식과 일처리 방식은 명쾌하고 통쾌하다. 먼저 필요에 기초하여 목표를 세운다. 관련있는 자료를 취합한다. 명확하게 판단해서 효과적으로 분류한다. 분류된 자료를 통합된 체계 속에 재배열한다. 작업은 아들, 제자 등의 역할분담을 통해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어떤 헝클어진 자료도 그의 솜씨를 한번 거치면 일목요연해졌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그의 머리를 돌아나오면 명약관화해졌다. 명확한 목표관리와 체계적인 단계 수립, 여기에 효율적인 작업 진행, 조직적인 역할분담이 더해진 것이다. 다산은 이 모든 작업을 진두지휘한 야전사령관이었다.


탁월한 사고, 과학적인 논리로 21세기에도 유용한 지식과 정보경영의 로드맵을 제시한다!

다산의 작업과정을 보면, 그의 정보 조직 방법과 사고가 너무도 현대적이고 과학적이어서 놀랍다.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배우고 참고할 만한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검을’ 현(玄)자를 칭칭 감는다는 감을 전(纏) 자의 뜻으로 알고, ‘누르’ 황(黃) 자를 꽉 누른다는 ‘누를’ 압(壓) 자로 풀이한다. 이것이 그 아이들이 재주가 없어서가 아니다. 능히 종류별로 접촉해서 곁으로 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산이 쓴 「천자문에 대한 평(天文評)」 일부다. ‘천지현황’, 즉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뜻으로 시작하는 천자문 공부를 당시 많은 아이들이 지겨워하였다. 하늘은 검지 않고 푸른데 검다고 하니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천지(天地)라는 글자를 배웠으면 다음엔 일월(日月) 성신(星辰) 산천(山川) 같이 연결되는 글자를 배워야 하는데 갑자기 ‘검고 누르다’는 현황(玄黃)을 배운다. 그러면 청적(淸赤) 흑백(黑白) 등을 배워야 하는데, 또 느닷없이 우주(宇宙)를 배우게 한다. 한마디로 천자문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뒤죽박죽 네 글자씩 엮어 운자를 맞춘, 계통도 없는 체계도 없는 책인 것이다.
다산은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한자를 학습시키는 대안으로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는’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을 제시한다(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 中 2절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36쪽).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연쇄적으로 가르쳐, 이것으로 미루어 저것까지 알게 하는 학습법이다.
맑을 청(淸) 자로 흐릴 탁(濁) 자를 일깨우고, 가까울 근(近)으로 멀 원(遠) 자를 깨우치며, 얕을 천(淺)으로 깊을 심(深)을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산은 대립되는 개념어를 짝지어 하나를 배우는 동시에 다른 하나를 엮어서 가르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2천자문인 『아학편(兒學編)』을 지어, 자신의 신념을 즉각 실천에 옮겼다. 상권 1천자는 명사인 유형자를, 하권 1천자는 동사·형용사 등의 무형자를 다뤘다.

정보가 차고 넘치는 정보화 시대의 관건은 어떻게 알짜 정보를 가려내고 필요에 맞게 재배열하는가이다. 논문을 쓸 때도 그렇고 시장의 타당성을 조사할 때도 그렇고, 작업은 방대한 자료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에서 시작한다. 일단 정보가 집적되면 이것을 다시 갈래별로 나눠 교통정리를 하고, 갈래별로 쪼개어 나눈 정보는 다시 큰 묶음으로 모아 하나의 질서 속에 편입시켜야 한다.
다산은 자료를 읽고 분석하여 새로운 질서 속에 통합시키는, 정보 조직의 귀재였다. 그가 쓴 「식목연표의 발문(跋植木年表)」이라는 글을 보면 그 사례가 나온다. 즉, 정조가 화성 신도시 건립에 착수한 뒤 수원, 광주, 용인, 과천, 남양 등 여덟 고을에 명하여 나무를 지속적으로 심도록 하였다. 이후 1789년부터 1795년까지 7년간 여덟 고을에서 나무를 심을 때마다 보고문서가 계속 올라왔다. 나중에는 그 문서가 수레에 가득 싣고도 남을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서류가 하도 많고 복잡해서, 어느 고을이 무슨 나무를 심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고, 심은 나무의 총수도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정조의 명에 따라 다산은 그 자료를 정리하고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는데, 가로로 열두 칸(7년을 12차로 배열)을 만들고 세로로 여덟 칸(여덟 고을을 배열)을 만들어 칸마다 그 수를 적었다. 총수를 헤아려보니 소나무와 노송나무, 상수리나무 등 여러 나무가 모두 12,009,772그루였다. 결과를 보고받고 정조는 입이 딱 벌어졌다. 수레 가득 실어도 넘칠 지경이던 그 많은 서류가 단 한 장의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올라온 것이다. 작업의 핵심가치에 맞게 자료를 나누고 분석해낸 다산식 지식경영의 쾌거였다(2강 ‘정보를 조직하라’ 中 10절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아라’, 124쪽).

이 책의 부제는 ‘다산치학 10강(綱) 50목(目) 200결(訣)’이다. 열 개의 큰 줄기를 세워 각각 다섯 가지의 방법론으로 배열했고, 하나의 방법론 안에는 네 개의 소제목을 따로 두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다산 지식경영법의 핵심을 파악하고, 방법적 노하우를 분석하였다.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은 효율적인 공부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다산만한 논술선생이 없다.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에게는 정보처리의 방법과 정리의 요령을 일깨워주는 참고서가 될 것이다. 주제를 정하고 생각을 발전시키고 가설과 목차를 세워 논거를 바탕으로 결론으로 도달하는 방법을 친절히 일러준다. 경영현장에서는 당면과제에 접근하고 맥락을 짚어내는 유용한 경영지침서로 활용될 것이다.


한국 지성사의 불가사의, 다산 정약용의 연구작업 과정에 대한 최초의 분석과 탐구! 다산식 지식경영법을 활용하여 쓴 정민 교수의 역작!

이 책의 저자인 정민 교수는 2005년 8월부터 2006년 8월까지 1년간 안식년을 맞아 미국 동부의 프린스턴에 머물렀다. 집 근처에 있는 프린스턴대학의 고고미술사도서관과 동아시아도서관을 날마다 드나들면서 안식년의 대부분을 다산과의 만남에 바쳤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연암 박지원에 몰두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18세기의 새로운 지식경영에 대해 공부하다가 다산과 새롭게 만난 것이다. 18세기 조선지식인이 경험했던 정보화사회가 21세기 정보화사회와 본질 면에서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변해도 막상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문화는 변화할 뿐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 책의 모든 작업과정을 철저하게 다산의 방식을 활용하고 적용했다. 그 과정 속에서 다산식 지식경영법이 오늘날에도 얼마나 위력적일 수 있는가를 실감했다고 한다.
냉철한 학자이기 이전에 시대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고 민초들의 삶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던 따뜻한 인간이자 실천적 지식인이었던 다산 정약용. 18년 유배생활 동안 공부작업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떼지 않았던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그의 집념과 열정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식경영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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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구희일 님 2010.05.03

    공부해서 무엇에 쓰겠느냐고 묻지 마라. 공부는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 하는 것이다.

  • 구희일 님 2009.07.04

    학문의 길은 끝이 없다. 그 끝은 오직 내 마음에 석연하고 세상을 향해 떳떳할 때일 뿐이다. 그러나 공부가 나아갈수록 예전에 석연하던 것도 다시 의심이 생기게 마련이니, 결국 공부의 끝은 없고, <시경>의 말처럼 쉽없는 절차탁마와 잠심완색이 있을 뿐이다.

  • 정종호 님 2009.04.25

    다산은 말한다. 상식과 타성을 걷어내라. 나만의 눈으로 보아라.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새롭게 해라. 관습에 전 타성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생각의 각질을 걷어내고 나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인순고식을 버려라. 듣고 나면 당연한데 듣기 전에는 미처 그런 줄 몰랐던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 들을 때는 그럴듯한데 듣고 나면 더 혼란스러운 것은 괴상한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안된다. 깨달음은 평범한 것 속에 숨어 있다. 그것을 읽어내는 안목을 길러라.

회원리뷰

  •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 ez**nd | 2019.01.0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멈추어서는 ...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 스콧 니어링 자서전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하지만 때로는 멈추고 싶다. 사는 게 복잡다난하고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게 편하고 익숙하니까 말이다. 이런 타성에 익숙해질 때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온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한양대 교수의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은 다산(茶山) 정약용에 대해 다르게 질문한 책이다. 다산이무엇을 했느냐보다어떻게 했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저자는 지금까지 다산의 인간과 학문의 위대성에 대한 찬탄은 쏟아졌지만 다산의 작업 과정에 대한 검토는 찬찬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청대사고전서간행 이후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온 18세기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18세기 지성사를 연구하다 보니 그 시기를 실학이 아니라 정보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다산의 공부법을 정리한 것이지만, 단순히 공부 방법만을 다루지 않고 정보판단과 지식 편집의 문제를 염두에 두었다. 책 내용은 600여 페이지에 이르고 익숙지 않은 한자어가 많긴 하지만, 고전에 현대적인 관점과 해석을 덧붙여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 덕분에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다산은 10여 년간 연암 박지원만을 연구했던 저자가 새롭게 찾아낸 인물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다산에게 매달리고 집중했는지 그 느낌이 전해진다고 할까. 길을 가면서도 다산만 생각하고, 밥 먹으면서도 다산만 떠올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산이 저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다산의 생각을 저자를 시켜 말하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책 내용 중에 다산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감정도 자연스레 표출된다. 이 책의 모든 작업과정 또한 철저하게 다산의 방식을 활용하고 적용할 정도이다.

     

    이 책의 부제는다산치학 10() 50() 200()’이다. 다산의 지식생산 방식을 일목요연하게 50개의 방법으로 정리하여 다산 지식경영법의 핵심을 파악하고, 방법적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핵심은 지식을 편집하고 경영하는 안목이다

    그저 베껴 쓰기만 해도 수십 년이 걸릴 경집(經集) 232권과 문집 260여 권을 다산은 강진 유배 18년간 모두 정리해냈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귀양지에서 말이다. 게다가 다산은   한 분야만 정통한 것이 아니었다. 경학자(經學者),  예학자(禮學者),   행정가,  교육학자,  사학자,   토목공학자, 기계공학자, 지리학자,  의학자,  법학자, 국어학자,  문예비평가였다. 

     

    다산은 이 모든 작업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떼지 않았던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 이와 머리카락도 다 빠졌다. 풍증으로 손발이 마비되는 증세도 있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성치 않은 몸으로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동시에, 그것도 탁월한 성취를 이룩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작업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제자들과의 집체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많은 경우 다산은 목표와 지침만 내렸다. 작업은 아들과 제자들이 다 했다. 정리가 끝나면 다산은 그 내용을 감수하고 서문을 얹어 책으로 묶었다. 문제의 핵심은 지식을 편집하고 경영하는 안목에 있었다. 달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명확한 목표 관리와 체계적인 단계 수립, 여기에 효율적인 작업 진행, 조직적인 역할 분담이 더해졌다. 다산은 이 모든 작업을 진두지휘한 야전 사령관이었다. (p.18)"

     

    이른바 '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이다.

    다산은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는 조례최중법(條例最重法)에 따라, 일을 진행할 때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의 성격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해 거기에 맞는 방식을 결정하고   일사불란하게 진행했다. 많은 일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도 혼동과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조례가 분명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에 앞서 반드시 밑그림을 그리면서 질문을 하라. 지금 하는 작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하는 것인지를 꼼꼼히 점검하라는 다산의 조언은 새겨봐야 한다. 귀찮거나 일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주어진 일에 대해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타성적으로 임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라는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그전에 느끼지 못한 일의 의미와 나만의 방식을 새롭게 풀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는 분수득의법(分授得宜法)에 따라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역할을 분배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다만 집체 작업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구성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 번 갖춰진 팀워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해서 확대재생산되고  가속도가 붙는다. 

     

    또한 목표량을 정해 놓고 그대로 실천하는 정과실천법(定課實踐法)에 따라 매일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 나간다. 다산의 엄청난 저술은 하루하루 정과를 실천하고, 제자들의 집체 작업에 의한 성실한 뒷받침이 있었던 결과이지, 다산 자신의 천재성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하지만 아무리 다산초당의 제자들이 전심합력해서 거들었다 해도 다산은 이 많은 일을 도대체 언제 다 기획하고 정리하고 엮어냈을까?

     

    그 비결의 하나가 바로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이다. 한 작업을 중심에 놓고 진행하면서도 다산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작업을 진행시켰다. 저자가 연보를 통해 저술 연대를 추정해 본 결과 다산은 언제나 동시에 7, 8가지의 작업을 병행해 추진했으며 한 작업이 다음 작업의 원인이자 결과로 엮여 있었다고 한다. 특히 1810년에는 무려 아홉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여 마무리했다. 그간 훈련시킨 제자들의 작업 능률과 시스템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해의 과도한 작업량은 다산에게 풍증을 안겨주어, 손발이 마비되는 증세가 찾아왔다.

     

    한마디로 다산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 전무후무한지식경영, 지식 편집의 귀재였으며, 어떤 복잡한 정보도 그의 손을 한번 거치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정조가 명한 현륭원 식목부를 정리한 대목은 인상적이다. 다산이 왜 지식 편집의 귀재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1795년 현륭원에 나무 심는 일이 끝났다. 그러자 정조는 다산에게 논공행상을 할 것이니 지난 7년간 여덟 개 고을에 심은 나무가 모두 몇 그루인지, 어느 고을이 가장 많이 심었는지 보고하라고 명했다. 다산은 먼저 나무 심기와 관련된 공문을 다 모았다. 수레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정조의 명을 받은 지 불과 며칠 만에 고을별로 통계를 낸 단 한 장의 보고서(현륭원 식목부)를 올렸다. 결과를 보고받고 정조는 입이 딱 벌어졌다. 수레 가득 실어도 넘칠 지경이던 그 많은 서류가 단 한 장의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올라온 것이다.

     

    "실상을 파악할 때 다산이 즐겨 쓴 것은 표로 작성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왕명으로 현륭원 식목부(植木簿)를 정리할 때도 수레에 가득한 자료를 달랑 표 한 장으로 정리해 내 임금을 놀라게 했던 것처럼, 다산은 현실의 소용에 맞게 실상을 파악하고 자료를 장악하는 데 뛰어났다. (p.573)"

     

    다산의 위대성은 작업의 성격에 있다

    하지만 다산의 위대성이 그의 작업량이 아니라 작업의 성격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산은 한 가지 편집 원리로 경학과 경제의 핵심 주제들을 관통하는 작업을 해냈으며 그 저변에 깔린 정신은 위국애민이었다는 것이다.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라. 이 마음이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제 몸만 아끼고 제 식솔만 챙기는 공부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다산의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다산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다.

    셋째 형은 참수형을 당해 죽고 둘째 형은 자신과 함께 귀양살이, 한 집안이 온통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다산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기 보다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학문에 매진했다. 다산은 저술 작업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떼지 않았던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나고 이와 머리카락도 다 빠졌다. 풍증으로 손발이 마비되는 증세도 있었다. 정말 온전히 살아가는 삶 자체도 힘든 상황 속에서, 제 몸만 아끼고 제 식솔만 챙기는 공부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고 다산은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구실용(講究實用), 이 네 글자야말로 다산의 학문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다산은 실용의 기치를 높이 세워, 학문을 세상과 무관한 별도의 가치쯤으로 여기는 시대 풍조를 맹렬히 비판했다.

     

    "다산은 모든 일처리에서 실용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다. 중국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적용 가능성을 고려하여 실정에 맞게 바꾸었다. 화성 건설 당시 왕명으로 『고금도서집성』과 『기기도설』등의 서적을 참고하여 기중가(起重架)를 제작할 때도 그랬다. 기아의 톱니바퀴를 만들 기술력이 없었던 조선의 현실을 감안해, 기아 제작을 포기하고 도르래 장치의 성능을 대폭 강화해 조선식 기중가를 발명했다. (p.568)"

     

    여기서도 질문의 중요성을 되짚을 수 있다. 일에 앞서 쓰임새를 생각하라. 왜 이 공부를 하는지, 이 일을 무엇 때문에 하는지 자주 점검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하고 본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거둘 성과가 없다고 다산은 말한다.

     

    질문을 바꾸는 학자로 기억됐으면 한다 

    저자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질문을 바꾸는 학자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했다.

    모두가 다산의 청렴과 애민 사상만 강조할 때 저는 다산이 18세기 정보 폭발 시대에 어떻게 지식을 습득하고 편집해 탁월한 성취를 했는지에 관심을 가졌죠."

     

    지식을 편집하고 경영하는 안목!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 교수도 말한다. “창조란 유에서 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며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데서 탄생한다.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다산은 이미 200여 년 전에 이런 시도를 한 셈이다.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을 읽으면서 질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다산은 상식과 타성을 걷어내고 질문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 여러 해법을 참고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그것이 왜 문제인지 질문하고 인지하는 것이 아닐까.

    귀찮거나 익숙하기에?라는 질문이 어색하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어색함의 이유를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 책을 읽으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이 있다. 마치 보편적 이야기인 척, 하는 이야기가 나 자신의 단점을 콕 찝어 맞대고 하는...

    책을 읽으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이 있다.

    마치 보편적 이야기인 척, 하는 이야기가

    나 자신의 단점을 콕 찝어 맞대고 하는 이야기로 들릴 때.

    내 속내를 들추어 낼 때.

    그런데 정민선생님이 쓰신 다산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이렇게도 어리석고 미련스러운 짓을 하며 살았구나...'

    하고 느낀다.

    다산은 혹시 뇌 속에 정리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건 아닐까?

    또, 정민선생님(이분의 여러 저서로 많은 깨달음과 가르침을 얻고 있으니 일단 선생님이라 하자)은

    다산의 정리코드를 풀어내는 해독기를 가지고 계신걸까?

    시간이 나면 읽겠다 미뤄둔 지 3개월...

    그러나 막상 펴고나니

    그간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정리와 분류, 통합...공부가 아니라,

    인생 전체에 필요한 사고방식을 익히는 데 필수적인 지침서가 아닐까?

    내 아이들에게, 주위의 젊은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고

    이미 권하고 있는 책이다.

    세기를 넘어 통하는 근본적인 운용법...

    다산이 개발하고 정민선생님이 재해석하여 전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지식경영지침서라 감히 말하겠다.

  •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xy**ne2 | 2012.10.30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나도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학교를 꽤 오래 다녔다. 또한 항상 나의 학습 능력이나 연구 결과물 창출능력에 대해 부족함을...
    나도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학교를 꽤 오래 다녔다. 또한 항상 나의 학습 능력이나 연구 결과물 창출능력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며 이러한 능력들을 신장 시키고자 나름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18세기 최고의 통합적 인문학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지식 경영법을 배워 보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선생의 전생에 걸친 저술을 근거로 그의 지식 경영법을 파헤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다산 선생의 학문에 대한 자세, 공부법, 정보 수집 및 처리, 자료 편집 및 정리, 저술법 등을 배울 수 있다. 물론 다산 선생의 대표적 저서와 다산의 일대기에 대해서도 공부할수 있는 책이지만 그 부분은 다음 독서때 배워 보고자 한다.
     
    공부를 오래한 사람,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하여 지식인이 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사람으로써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산의 지식경영 법 모든 것을 다 배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꼭 기억하고 배워야 할 사항이라면 아래에 제시된 다산의 자료 수집 및 정리, 편집, 저술 법에 대한 내용이다.
     
    1.단계별로 학습하라
    1)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2)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3)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져라
    4)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문제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도록 요령 있게 탐구하라
    5)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라
     
    2. 정보를 조직하라
    1)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2)전례를 참고하여 새것을 만들라
    3)좋은 것을 가려 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4)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5)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아라
     
    3. 메모 하고 따져보라
    1)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보라
    2)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3)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4)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5) 기미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려라
     
    긴 시간 동안 읽었다. 3개월을 읽었다. 손에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간신히 일독을 하였다. 장 시간 동안 읽으면서 때로는 나의 학습능력이나 공부방법, 연구결과물 창출 능력이 부끄러워 책장을 덥기도 하였다. 또한 장시간 걸친 독서로 부터 나의 독서 체력에 대해 반성도 해보고 이 책을 읽으면서 쌓이게 될 나의 독서 체력을 생각하며 희망도 가져 보았다. 여하튼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을 읽고 정민 교수님의 저서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은 다...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을 읽고
    정민 교수님의 저서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7621836) 저술한 수많은 서적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현대인들에게도 놀라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다산 선생의 일대기 중에 18011818 기간은 강진 유배기 시기 이다. 이 시기에 저술한 서적은 500여 권이었다. 제자들과 함께 이룬 성과이지만 본인은 과도한 작업량으로 손발이 마비되는 증세가 찾아왔다.
    다산은 정리를 체계적으로, 작업은 능률적으로 하며 끊임없이 초서하고 쉬지 말고 정리하라. 하였다. 작업의 목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계속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라. 고 했다.
    다산은 경전의 미묘한 뜻을 낱낱이 파헤친 경학자 이다. 목민관의 행동 지침을 정리해낸 행정가 이다. 아동 교육에 큰 관심을 가져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 교육자 이다. 수원 화성을 설계하고 기중가와 배다리와 유형거를 제작해낸 토목 공학자 이다. 아방 강역고와 대동 수경을 펴낸 지리학자 이다. ‘마과화통’, ‘촌병 혹치’, 등의 의서를 펴낸 의학자 이다. 속담과 방언을 정리한 국어학자 이다. 그의 판단은 늘 합리적이었고 실천 가능한 대안이었다. 그가 가장 혐오했던 것은 현실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공리공론 이었다.
    1. 단계적 학습법
    여박총피(如剝蔥皮)는 파 껍질을 벗겨내듯 하라는 말이다. 파의 껍질을 벗겨나가는 것은 실마리를 잡기 위해서다. 그래야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을 갈라 낼 수 있다.
    촉류방통(觸類旁通)은 비슷한 것 끼리 엮어 옆에까지 통한다. 는 뜻이다. 다산은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한자를 가르치기 위해서 촉류방통법을 제시한다.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연쇄적으로 가르쳐 이것으로 미루어 저것까지 알게 하는 방법이다.
    다산은 갈래를 나누고 종류별로 구분하라. 고 한다. 그래야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드러난다.
    축기견초 (築基堅礎)는 터를 다져 주추를 굳게 한다. 배움에 바탕은 孝悌(효제), 즉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로운 것일 뿐이다. 모름지기 먼저 힘껏 효제를 행하여 바탕을 세운다면 학문은 저절로 이루어지게 된다. 공부보다 먼저 인간이 되라는 것이다.
    18년간 강진 유배 생활에서 경집 232권과 문집 260여 권을 정리해 냈다.
    당구첩경 (當求捷徑)은 마땅히 지름길을 구하라. 는 말이다.
    서양 속담 중에 사람이 빵만 구하면 빵도 얻지 못하지만, 빵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빵은 저절로 얻어진다.” 대학 입시 논술 공부를 잘 보려면 논술 학원 보다 평소에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쓰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다산의 지름길은 남들이 보기에는 돌아가는 길이다.
    학문에는 자기를 위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과 남을 위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있다. 위기가 먼저고 위인이 나중이다. 내 몸을 닦는 위기 지학이다.
    종핵파즐(綜覈爬擳)은 복잡한 것을 종합하여 하나하나 살피고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빗질하듯 깔끔하게 정리해 낸다는 뜻이다. 공부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독서란 매번 한 글자라도 뜻이 분명치 않는 곳과 만나면, 모름지기 널리 고증하고 자세하게 살펴 그 근원을 얻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차례차례 설명하여 글을 짓는 것을 일과로 삼아라.
    모르던 것을 하나씩 깨쳐나가는 동안 앎이 내 안에 축적되고 그 앎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 지혜가 된다. 격물지치(格物知致)란 실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짓을 완전하게 한다.는 의미이지만 무엇을 먼저하고 나중할 지를 아는 것이다. 바깥 사물을 격물지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치를 따져 내 삶속에 깃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을 궁리진성(窮理盡性) 이라 한다.
    2. 정보를 조직하라.
    선정문목(先定門目)은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목, 즉 목차를 먼저 정하라. 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전체 그림을 그려라. 생각의 뼈대를 세워라.
    변례창신(變例創新) 은 기존에 있던 것을 참고하여 새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다산은 옛것에서 배울 것은 생각하는 방법 뿐 이지, 내용 그 자체는 아니다. 옛사람의 발상을 빌려 와 지금에 맞게 환골탈퇴(換骨奪胎)하라.
    취선논단(取善論斷) 은 여러 정보 가운데 가치 있는 것만 골라 추려내어 다시 하나하나 타당성을 따져보고 검토하는 것이다. ‘논어 고금주는 고주와 신주를 망라하여 독창적 해석 체계를 확립한 탁월한 저술이다. 기본 문장 해석과 아울러 보완, 반박, 질의, 인증, 고이로 항목을 세분하여 보완하고, 반박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증명하며 대조하는 여러 단계를 거쳐 독자적인 해석 체계를 구축했다.
    거일반삼(擧日反三)은 한 모서리를 들어 나머지 세 모서리를 뒤집는 것이다. 하나를 배워 열을 아는 것은 배우는 자의 책무다. 다산은 끊임없이 자식과 제자들에게 읽고 공부한 것들을 간추려서 정리해 둘 것을 요구했다. 정리하는 습관을 몸에 베게 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을 기르며 한 분야의 지식이 다른 부분으로까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휘분류취(彙分類聚)는 자료를 모아 분류한 다음 종류에 따라 다시 한데 묶어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공부는 복잡한 것을 갈래지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서랍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다.
    3. 메모하고 따져보라.
    초서권형(鈔書權衡)은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초록(抄錄:필요한 대목만을 가려 뽑아 적음)하며 정보의 가치를 저울질 하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책을 읽다가 요긴한 대목과 만나면 곁에 쌓아둔 종이를 꺼내 옮겨 적었다. 필요한 계기를 마련하여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했다. 초서(글을 옮겨 기록하는 것)는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학문에 도움이 될 내용을 추려내고 도움이 안 되는 것을 건너뛰며 읽는 것을 제시했다. 독서에 메모 습관을 들이면 그 핵심 내용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다. 무심히 읽었던 내용이 다른 텍스트와 교차 연결되면서 정보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생겨난다. 눈으로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하고 쉼 없이 기록하라.
    수사차록(隨思箚錄)은 그때그때 떠 오른 생각을 메모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중요한 부분을 초록하고 의미가 맺히는 대목에는 자신의 생각을 메모해 가면서 지적인 성장과 인간의 성숙을 함께 이루어 가는 행위였다.
    다산은 부지런히 메모하라, 쉬지 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습관처럼 적고 본능으로 기록하라.
    반복참정(反覆參訂)은 되풀이해서 따져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다. 공부는 따지는 데서 시작해서 따지는 것으로 끝난다.
    잠심완색(潛心玩索)은 마음을 온통 쏟아 음미하고 사색하는 것이다. 잠심은 마음을 그 속에 푹 담근다는 것이다. 완색은 아이들이 완구를 가지고 놀 듯 항상 몸에서 떼어 놓지 않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잠심완색의 목적은 융회관흡( 融會貫洽)에 있다. 전에는 하나도 모르든 것이 어느 것 하나 모를 것 없는 상태로 올라서는 것이 융회이고, 한 꿰미로 꿰어 속속들이 젖어드는 것이 관흡 이다.
    지기췌마(知機揣摩)는 기미를 미리 알아 미루어 헤아려 준비하는 것이다. 평소의 공부는 지기췌마를 위한 수련 과정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으려면 달사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 안 보이는 것까지 보아야 한다. 변죽만 울리지 말고 핵심을 찔러라. 맥락을 읽고 행간을 읽어라 글을 읽지 말고 마음을 읽어라 껍데기만 쫓지 말고 알맹이를 캐내라.
    4. 토론하고 논쟁하라.
    질정수렴(質定收斂)은 질문하고 대답하는 가운데 논란이 있던 문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가는 것이다. 질의와 응답으로 이어지는 토론이다. 토론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면 토록과 글을 주고받으며 하는 서면 토론이 있다. 다신의 시문집에 수록 된 수많은 편지글은 학문적 관심사에 관해 질정 수렴해 가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편지의 세 가지 유익한 점은 (1) 의문점을 정확히 짚어내어 깊은 뜻을 점차 깨닫게 해 주는 것 (2) 질문에 답하는 사람 또한 감히 쉽게 주장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것 (3) 글 상자에 남겨 두어 뒷날에도 잊지 않게 해 주는 것이다.
    대부상송(大夫相訟)이란 춘추시대 대부들이 서로 시비가 엇갈려 이를 가릴 수 없을 때 소송을 걸어 증거로 따지고 논란하여 제 3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의견이 팽팽히 맞설 때 제 3자에게 문제를 넘겨 시비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판단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다산은 저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복수의 토론자에게 논평을 부탁하여 토론자끼리도 서로 비교. 대조해 가면서 지적한 논평을 받았다.
    제시경발 (提撕警發)은 이끌어 일깨우고 경계하여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제시는 붙들고 하나하나 일깨워 줌을 말한다. 경발은 깨우쳐 오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는 경우라도 그 내용을 즉각 기록으로 남겼다. 공부를 잘 하려면 식견(識見)이 열려야 한다. 깨달음이 없으면 여기서 이 말 듣고 저기서 저 말 들을 때 마다 우왕좌왕 하게 된다. 입과 배를 위해 애쓰지 말고 네 영혼의 각성을 위해 힘써라.
    절시마탁(切偲磨濯)은 잘못을 바로잡고 책선해서 역량을 갈고 닦는 것이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서 상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잘못한 것을 드러내서 더 향상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비판에 대해서도 마음을 비워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내 세울 것은 더 확고히 내세워야 한다.
    공부하는 사람의 바람직한 태도는 개과불린(改過不吝)이다. 잘못 되었다 싶을 때 즉각 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무징불신(無懲不信)은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다. 증거 없이 말하지 말라. 학문의 일은 가설을 세우고 논지를 찾아 이를 입증하는 과정일 뿐이다. 토론 뿐 아니라 저술에 임하는 다산의 태도 또한 바로 이 무징불신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5. 설득력을 강화하라.
    피차비대(彼此比對)는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대조한다는 뜻이다. 다산은 분명한 근거를 끌어와서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용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했다.
    속사비사(屬詞比事) 는 글을 엮을 때 적절한 예시를 함께 얹는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조목을 갖춰 실례를 얹어야 글에 힘이 붙는다. 글을 쓰기 전에 핵심 개념을 잡는다. 덮어놓고 가지 말고 갈 길을 알고 가라.
    공심공안(公心公眼)은 공정한 태도로 선입견을 배제한 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옳다고 확신하는 것을 객관적인 논거를 바탕으로 해서 주장을 한다.
    층체판석(層遞判析)은 단계별로 하나하나 따져서 판단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다산의 저작은 그 목차만 보더라도 생각의 길과 방향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단계를 뒤섞는 법이 절대로 없다. 다루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밝히고 이것이 왜 중요한자 검토한 뒤에 어떻게 다룰 것인지 점검했다.
    본의 본령(本意本領)은 작업을 함에 있어 핵심가치를 세워야 한다. 작업의 바탕이 되는 것이 본의이고 작업의 의미와 의의를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 본령이다.
    6. 적용하고 실천하라.
    강구실용(講究實用)은 실제에 유용한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유학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본령으로 한다. 안으로는 자신을 닦는 수기 공부와 밖으로는 세상에 펴는 치인 공부가 있다. 수기지학(修己之學)은 사서오경에 실린 성현의 말씀을 내 마음에 깃들여 아로새기는 공부다. 치인지학(治人之學)은 안으로 은축 된 도를 밖으로 실현하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공부를 한다. 즉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는 공부를 한다. 다산은 이 두 본령을 늘 명확히 구분했다. 쓸모를 따지는 일에서 공부를 하라. 나의 이 공부가 무엇에 소용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채적명리(採適明理)는 적합한 방법이나 적절한 예시를 채택하여 의미 또는 의의를 밝히는 것이다. 관념만으로는 안 된다. 실제로 쓸모가 없으면 쓸 데가 없다. 탁상공론, 공리공담은 우리 모두의 적이다.
    참작득수(參酌得髓)는 다양한 자료를 참작하여 정수만을 가려 뽑는 것을 말한다. 여러 자료를 섭렵한 바탕위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추려내 정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꼼꼼히 따지고 폭넓게 검토하라. 실용에 기초하여 문제에 접근하라. 아이디어를 모으고 발상을 바꿔라.
    득당이취(得當移取)는 남에게서 좋은 것을 얻어다가 내게로 옮겨 오는 것을 말한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남의 장점을 금방 포착하여 내 것으로 만들 줄 안다는 말과 같다. 부족한 것을 익히고 필요한 것을 배워라. 배우는 자리에서 체면을 따져서는 안 된다. 남의 좋은 면을 받아들이고 나의 나쁜 면을 과감히 버려라. 남의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실상에 맞게 바꿔야 한다.
    수정윤색(修正潤色)은 부족한 것을 끊임없이 고치고 다듬어서 완성된 상태로 끌어 올리는 것을 말한다. 작은 문제를 키워서 큰 문제로 발전시켜라. 작은 메모 하나가 수정과 윤색을 반복하는 동안 큰 프로젝트로 변한다.
    7. 권위를 딛고 서라.
    일반지도(一反至道)는 한 차례 생각을 돌이켜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이다. 늘 하던 대로만 해서는 새로운 성취를 이룰 수가 없다. 생각을 바꾸고 방법을 바꾸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환하게 드러난다. 상식과 타성을 걷어내라. 나만의 눈으로 보아라.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새롭게 하라. 관습에 젖은 타성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의 각질을 걷어내고 나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불포견발(不抛堅拔)은 포기하지 않고 굳세게 나아가는 것이다. 힘 있게 주장하고 강단 있게 밀어붙여 자신의 입장을 세운다. 옳다는 확신이 서면 어떤 권위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다산은 자기 주장의 모든 논리를 철저하게 경전의 논거를 끌어와 입증하고 있었으므로 트집을 잡을 수가 없었다.
    독후엄정(篤厚嚴正)은 도탑고도 엄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힘 있는 제 목소리를 내려면 바탕 공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말의 무게는 겉 꾸밈 만으로는 생겨나지 않는다. 듣는 이를 압도하는 묵중함은 평소에 쌓아온 온축의 힘에서 비롯된다.
    대조변백(對照辯白)은 이것과 저것을 대조하고 꼼꼼히 살펴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생각의 단어는 념(). (). (). () 가 모두 생각이다. ()은 지금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며, ()이미지로는 떠오른 생각 이다. ()는 짓누르는 생각이다.
    허명공평(虛明公平)은 마음을 텅 비워 다른 속셈이나 전제를 깔지 않고 과제를 탐구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리 결론을 도출해 놓고는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끌어들이고 불리한 것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데서 항상 폐단이 생긴다. 그렇게 내린 결론이라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같은 자료를 가지고도 그 정반대로 바뀔 수도 있다.
    8. 과정을 추구하라.
    분수득의(分授得宜)는 작업을 진행할 때 역량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여럿이 서로 원문을 점검해 가며 원문을 대조하고 주석을 확인하고 관련 원전을 살피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집체 작업이 효율적인 지식 경영의 토대가 되었다.
    정과실천(定課實踐)은 매일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전체의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소용되는 날짜를 계산한 후 , 하루에 할 수 있는 작업량을 결정하는 것까지가 정과다. 문제는 실천이다. 학생들의 방학 중 생활계획표처럼 세워만 놓고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다산은 퇴계집의 33편 편지를 읽고 자신의 평설을 달았다.‘陶山私淑錄책이다. 제목의 의미는 퇴계 선생을 마음으로 만나 스승으로 사숙했다는 뜻이다. 옛 사람들은 한 종류의 책을 되풀이해서 읽었다. 독서백편의자현 (‘讀書百遍議自見’)은 책을 백번 읽으면 의미가 저절로 드러난다는 말이다. 다산은 17세 때 형과 함께 동림사에서 40일 간 맹자를 읽었다. 새벽부터 식사 시간을 제하고 온종일 책을 읽었다. 휴식은 저녁 식사 후 절 뒤 눈 덮인 언덕을 산책하는 것이다. 지금도 화순 만연산 자락에 위치한 동림사지에는 다산 선생의 독서비가 있다.
    포름부절(疱廩不絶)은 계속되는 토론을 통해 문제를 심화하고,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포름은 고기와 쌀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양분이다. 밥과 고기를 끊이지 않고 먹어야 신체가 건강해진다.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학문의 일과는 관련이 없다.
    어망득홍(魚網得鴻)은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둔 그물에 기러기가 걸린다는 말이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여기저기 이삭이 떨어져 있어 이루 다 주울 수 없는 지경이 된다. 하고 싶은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생각이 사라지지 않도록 별도의 공책에다가 끊임없이 초록하고 메모해야 한다. 정리는 체계적으로, 작업은 능률적으로 하라. 시스템만 갖추어 지면 동시 다발적인 작업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초서하고 쉬지 말고 정리하라. 작업의 목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계속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라.
    조례최중(條例最重)은 일을 진행할 때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의 성격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해 거기에 맞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를 편 것, () ; 경전의 의미를 풀이하고 해설한 것, (): 산만하고 복잡한 자료를 편집하여 질서를 부여한 것, (): 여러 사람의 견해나 흩어진 자료를 한데 모아 정리 한 것, 편차(編次)주제 별로 엮어 차례를 매긴 것, 작업에 앞서 반드시 밑그림을 그려라. 전체 설계 도면을 갖고 얼개를 짠 후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9. 정취를 깃들여라.
    성의병심(誠意秉心)은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마음을 다 잡아 일에 몰두 하는 것이다.
    황상이란 제자가 자신이 너무 둔하고, 앞뒤가 꽉 막히고, 답답하다. 고 스스로 자책하자. 다산은 학문하는 자의 세가지 병통을 전하면서 너는 여기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신뢰감을 주었다.
    배우는 사람의 3가지 병통을 전했다. (1) 외우는데 민첩한 사람 (2)글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버리는 것 (3)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작하는 사람이 막혔다가 뚫리면 성대해진다. 천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제자인 황상은 훌륭한 시인이 되었다. 황상 문집인 치원유고에는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해라. 그러면 못할 일이 없다. 다산은 자신이 없어 머뭇대는 소년에게 이 삼근계(三勤戒 )를 내려주셨다. 이 한마디 말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득승양성(得勝養性)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 노닐며 성품을 기르는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성품을 기르고 자연과 마주해서 마음을 닦아라. 조이기만 하고 풀 줄 모르면 마침내는 부러진다.
    일상득취(日常得趣)는 일상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린다는 말이다. 운치는 내가 찾아내고 만드는 것이다. 맑은 눈, 밝은 귀, 그리고 무엇보다도 텅 빈 마음이 있어야 한다. 탐욕과 운치는 서로 인연이 없다. 내가 사는 공간에 정성을 쏟아 그곳에서 일상의 기쁨을 만끽하라.
    담화시기(談話視機)는 일상의 대화나 주고받는 글속에 번쩍이는 깨달음을 드러내 보인다는 말이다. 몸뚱이를 위해 사는 소인과 정신을 기르는 대인 가운데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속중득운(俗中得韻) 은 학문 외적인 일에서도 공부의 방법을 미루어 속되 않을 격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공부는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10. 핵심 가치를 잊지 말라.
    비민보세(裨民補世)는 백성의 삶에 도움을 주고 세상을 바로 잡는데 보탬이 된다는 말이다. 다산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뜨겁고 붉은 마음을 잠시도 내려놓지 않았다.
    간난불최(간난불최)는 어떤 역경과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군자는 태산처럼 늠연한 기상을 길러야 한다. 역경 앞에 담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산은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했다. 남 탓을 하는 대신 자신을 성찰했다. 위기를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
    실사구시(實事求是)는 일을 실답게 하고 바름을 추구한다. 쓸모에 맞게 바른 방향을 설정하거나 알찬 결과를 얻는 것이다. 실상을 파악할 때 다산이 즐겨 쓴 것은 표로 작성해서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오득천조 (吾得天助)는 하늘의 도움을 받아 일을 이룬다. 는 뜻이다. 자신의 장점을 잘 파악해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조선중화(朝鮮中華)란 조선을 문화적인 선진인 중화로 여긴다는 뜻이다. 우리 것에 대한 자존심을 지녀 남을 추종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것이 소중하지만 내 것만 좋다고 우기는 것은 더 나쁘다. 정신의 주체를 굳건히 새워라. 그 바탕 위에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이용후생(利用厚生:국민의 생활을 나아지게 함)을 강구하라.
    사자성어를 통해서 다산의 업적과 가치관을 분명하게 인식 할 수 있도록 편성되어 있다. 장한권의 책을 완성하자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자신이 쓴 글을 읽고 보충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찾기 위해 동료와 상호 의견 교환을 하거나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야 참다운 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0장으로 나누어 책을 구성하였는데 각장 끝 구절에는 일괄하여 요점을 정리한 점이 돋보이는 구성이다. 수많은 책을 저술하기 위해서는 참고 서적을 구하고 내용을 탐색 하기위해 노력했다. 정리한 내용은 카드에 메모해서 소중하게 보관하였다.
    특히 다산은 책의 목차를 구성할 때 내용을 체계적으로 담을 수 있도록 최대한 관심을 기울여서 내용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책에 어떤 내용을 담을 지를 결정하기 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항상 기존의 관련 서적을 바탕으로 할 때는 미비한 점을 찾아 보완해 나갔다. 실사구시의 사상을 실천한 면이 뚜렷이 나타난다. 실생활에 도움을 주거나 적용시키지 못하는 내용은 배격하였다. 건축, 의료 처방, 지리, 농사 기술, 예의범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남긴 업적은 지금에 와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 18세기 보다 21세기에 더 빛나는 다산 학문 한 사람은 주로 한 가지 분야에서 기억된다. 특히, 역사적 인물 중에는 그가 ...
    18세기 보다 21세기에 더 빛나는 다산 학문
    한 사람은 주로 한 가지 분야에서 기억된다. 특히, 역사적 인물 중에는 그가 남긴 다양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실이 주목되어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수 천 년 우리역사에서 한 가지 분야에 특출한 업적을 남기고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다수다. 한글 세종, 측우기의 장영실, 화약 최남선 등과같이 기억되는 것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한 가지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기도 어려운데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사람이 있다. 피폐해진 민생을 살리고 정치적 쇄신을 위해 정조가 활동하던 조선후기 사람으로 18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 정약용 같은 사람이다. 이 사람을 통해 역사는 천재가 있음을 알게 한다.
     
    정약용(1762년(영조 38)∼1836년(헌종 2)은 조선후기 문신이며 실학자다. 그가 (1801년(순조 1))가 일어나 천주교도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유배를 갔던 신유박해에 관련되어 그의 둘째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당한 것이다. 이 유배기간 동안 강진의 거처에서 학문을 닦고 재자들을 길렀으며 이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과 다산학파를 이뤄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방대한 서적을 출간한다. 18년이 넘는 유배기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그의 학문적 열정은 식지 않고 계속되어 당시 학자들 사이에 주목을 받았다. 주의 주요저서로는 매씨상서평, 상서고훈, 상례사전, 악서고존,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총 500여권을 헤아린다.
     
    하면, 정약용은 유배기간 동안 강진에서의 생활이 어떠했기에 여유당전서에 포함된 50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서적을 출간할 수 있었을까?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바로 그 문제에 대해 주목한다. 정약용이 남긴 저서는 특정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전을 비롯하여 사람들이 살아가며 실제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정민은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정약용의 학문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주목한 것이다. 정민이 평하는 장약용은 한마디로 ‘통합적 인문학자’라 규정한다.
     
    통합적 인문학자란 정약용의 저서를 분류하고 분석하면 경전을 연구한 경학자, 예론을 분석한 예학자, 목민관의 행동지침을 정리한 행정가, 아동교육의 실천적 대안을 만든 교육자이며 지난 역사의 맥을 찾을 줄 아는 역사가, 배다리와 유형거를 만든 토목공학자, 지리학자, 의학자, 법학자, 국어학자이며 시인 그리고 문예비평가로 이 모든 것은 실질적으로 정약요이 남긴 서적에 의해 관련된 항목을 찾아서 붙인 이름이다. 이렇기에 통합적 인문학자라고 한다는 것이다.
     
    정민이 정약용의 수백 권에 이르는 방대한 서적을 살펴 그가 어떤 방법으로 그 많은 저술을 남길 수 있었는지 정약용의 공부법을 살펴 이 책에 수록했다고 한다. 정민 역시 정약용이 공부한 그 방법으로 체계를 세우고 초록을 하는 과정에서 현실에서도 매우 유용한 방법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해서 지식경영법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다산치학 10강 50목 200결’이라는 일정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큰 줄기를 세우고 다섯 가지 방법론과 네 개의 소분류를 더해 정약용의 공부법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 방법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정민은 이런 연구과정을 통해 다산의 삶과 학문이 가지는 핵심가치를 분류한다. 그것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인 비민보세,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간난불최, 실용을 우선하는 실사구시,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오득천조,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한다는 조선중화 이 다섯이 그것이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다산의 편지글이다. 우선, 자식들에게 가족에게 닥친 어려움에도 굴하지 말고 스스로를 갈고 닦는 공부에 열중하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내용과 다산이 연구하는 분야의 결과를 둘째 형이나 벗 그리고 당파를 불문하고 당대 학자들에게 검증하고자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편지글을 통해 본 다산의 학문적 열의와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굳은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의 저자 정민은 이렇게 정약용의 공부법을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공부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등이다. 18세기를 살았던 사람의 삶이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속에 진정한 공부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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