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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334쪽 | A5
ISBN-10 : 8982819924
ISBN-13 : 9788982819926
카스테라 중고
저자 박민규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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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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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이 깨끗해요~ 수고하세요 5점 만점에 5점 gunj*** 2020.06.24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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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박민규의 첫 소설집. 2003년부터 각종 문학지에 게재한 단편 열편을 모았다.

전작 『지구영웅전설』,『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일찍이 한국 소설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박민규는 단편소설에서 그 세계관을 유지하며 독특한 상황과 인물, B급 영화의 상상력, 감각적인 문체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 자본주의 비판, 지구 밖으로 뻗어나가는 파괴적 상상력, 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유머는 박민규 소설의 큰 특징이다. 또한 대왕오징어, 거대한 개복치,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팝스타 링고 스타 등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저자소개

목차

카스테라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아, 하세요 펠리컨
야쿠르트 아줌마
코리언 스텐더즈
대왕오징어의 기습
헤드락
갑을고시원 체류기

해설/ 신수정
뒤죽박죽, 얼렁뚱땅, 장애물 넘어서기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무규칙 이종 소설가’ 박민규 첫 소설집 『카스테라』 2003년 여름,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선보이며 한국 소설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소설가 박민규가 등단 이 년 만에 첫 작품집 『카스테라』를 선보인...

[출판사서평 더 보기]

무규칙 이종 소설가’ 박민규 첫 소설집 『카스테라』 2003년 여름,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선보이며 한국 소설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소설가 박민규가 등단 이 년 만에 첫 작품집 『카스테라』를 선보인다.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열 편이 실려 있는 작품집 『카스테라』는 그야말로 유쾌한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미 제국국주의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희화하고 비판한 『지구영웅전설』, 프로가 되기를 종용하여 인간의 본래적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음모를 폭로하고, 자발적 비주류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설파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두 장편소설로 일찍이 한국 소설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박민규는 단편소설에서 그 세계관을 유지하되 독특한 상황과 인물, B급 영화의 상상력, 감각적인 문체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전생에 훌리건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시끄러운 냉장고와 동거하는 자취생(「카스테라」), 링고 스타와 함께 버스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집안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지하철의 ‘푸시맨’이 된 고등학생(「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친구 집을 전전하다 이르게 된 쪽방 같은 갑을고시원(「갑을고시원 체류기」) 등에서 볼 수 있듯,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 자본주의 비판, 지구 밖으로 뻗어가는 파격적 상상력, 이를 아우르는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유머는 박민규 소설의 큰 특징이다. 또한 대왕오징어, 거대한 개복치,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팝스타 링고 스타 등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과연 우리의 상상력은 어디까지가 온전히 우리의 것인가!?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 이외수(소설가) 박민규에게서 뭔가를 빼앗아올 수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가 창안하여 우리에게 덥석 안겨준, 그 놀랍도록 새로운 문장을 가져올 것이다. 김영하(소설가) 많은 사람들이, 많은 평론가와 작가, 독자들이 ‘그는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다르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를 차별화시킨 그 독특한 상상력은 곧 우리의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의 소설이 상쾌하고, 통쾌하고, 유쾌한 것은, 그 상상력이 전혀 새로운 것, 그저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 평범한 우리들에게서 빌려간 것들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전혀 낯선 것, 전혀 새로운 것, 이질적인 것은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뒷걸음치게 만들고, 저항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서슴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다가가게 만든다. 스스로를 ‘무규칙 이종 소설가’라 부르는 작가는, 외계인이 등장하듯 그 출현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우리를 경계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대신 책장을 펼치는 순간 무장해제시켜버린다.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책장을 덮은 이후이다. 맘껏 낄낄거리며, 양 손을 들어 항복 선언을 한 이후에야,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마냥 즐거울 수 있는 건, 작가인 그에게 빚진 게 없다는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작품을 읽는 내내 머리를 굴려가며 공감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느끼고 즐기면 된다. 그의 소설과, 박민규라는 작가와 한바탕 놀면 된다. 그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오히려 그에게 빌려주고, 우리는 그 대가로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제공받는 것이다.(실제로 이 작품집의 대부분은 그가 빚진 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한밤중에도 쉬지 않고 웅웅-거리는 냉장고 때문에 잠 못 이루며 무능한 아버지부터 미국까지를 냉장고에 ‘처’넣어버리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겠으며, 길게는 보름씩 변비에 시달리며 누렇게 뜬 얼굴로 야쿠르트 아줌마의 ‘느닷없는’ 출현을 반기지 않은 사람이 또 어디 한둘이겠는가. 몸 하나 반듯이 누이기 어려운 좁은 고시원, 옆방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을까, 냄새가 피어오르지 않을까 숨죽이는 사람이 한둘이겠으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학업을 계속해나가는 고등학생은 또 어떤가. 유원지 저수지에 떠 있는 오리배를 보며 자전거를 타고 날아간 ET처럼 날아보고 싶었던 사람은 없었겠는가. 그의 상상력이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는, 지상의 것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또한 그의 소설의 매력인 것이다. 그는 중심을 파고드는 인파이터다 이제 세계는,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고 점칠 수 있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얼굴 없는 아이가 태어나고, 사람의 ‘귀’가 자라는 쥐와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가 나타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고래들은 뭍으로 올라와 자살을 한다. 굶주림에 뼈마디마저 점점 얇아지는 검은 얼굴의 아이의 배는 터질 듯 부풀어오르고, 그런 아이들의 머리 위로는 총성이 멈추지 않는다. 불과 일이십 년 전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복제인간이 태어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멀리 보이는 산 능선 위로 비행접시가 날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의(그리고 우리의) 상상력 역시 비행접시와 함께 날아가고 있다. 자신의 경험은 글로 쓰지 않는다, 는 그는 독자들과 공유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조금은 격렬해지고 싶어 문학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치열하고 가슴 뛰고 긴장되는 그런 것, 너무 하고 싶은 것,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꿈……” “사진으로 치면 노출의 문제인데, 노출이 적정해서 좋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부족해서 좋은 사진도 있고 오버해서 찍었을 때 좋은 사진을 얻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건데, 모든 사진이 적정으로 찍는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말이지 어떤 때는 과다할 때가 더 좋을 때도 있고 부족할 때가 더 좋을 때도 있지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저절로 이런저런 것들이 나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제 개인적인 콤플렉스인데, 제 할아버지만 해도 이북 분이거든요. 친구분들이 모이시면 일본에 징용 갔던 일이며 만주에서 마적떼랑 어울렸던 일 등,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아버지 친구분들도 학도병으로 전쟁을 치르고 월남에도 갔다 오셨죠. 제 또래는 딱히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제 아들은 더하겠지요. 어느 날 문득 보니 대부분의 인간들이 너무나 마이크로해지고 소프트해진 거예요.” --2003년 여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 인터뷰 중에서 여유로워 보이고 자유로워 보이는 그이지만, 실제로 그는 잠시도 몸을 놀리지 않는 치열한 파이터다. 동작을 멈추고 딴생각을 하는 순간, 복서는 쓰러지고 만다. ‘무규칙 이종 소설가’인 그의 싸움은 정통 복싱이다. 변칙을 쓰지 않는 정직한 복서, 이야기로 승부하는 단단한 복서가, 바로 그인 것이다. 등단 후 많게는 한 계절에 네 편씩 작품을 발표해온 그이지만 한 번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없고,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없다. 이 부지런한 파이터가 격투를 벌이고 싶은 것은 다름아닌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소설과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지구영웅전설』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데뷔전을 치르고 이 년 전 링 위에 올라섰던 그는 이제 첫 작품집 『카스테라』로 그 한 팔을 쭉 뻗었다. 동시에 2005년 여름 『창작과비평』에 장편 『핑퐁』을 연재하기 시작하며 그는 다시 한 팔을 뻗었다.(한 팔만 내뻗은 채 쉴 수는 없지 않은가.) 그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이제 관중인 우리의 몫이다. 그 속에는 그를 응원하는 관중도 그렇지 않은 관중도 있겠지만, 다만 확실한 것은 그는 한시도 쉬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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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 윤주협 님 2013.08.18

    코치 형만 해도 통장이 다섯 개다.

  • 주선희 님 2011.04.25

    인간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무력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달리면서 알 수 있었다._p.207

  • 김희진 님 2011.01.25

    그래, 누구나 자신의 산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거겠지

회원리뷰

  • 산수에 지쳐서 | su**ell | 2019.05.16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일본에 오쿠다 히데오가 있다면 한국에는 박민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적어도 <공중그네>를 썼던 오쿠다 히데...

    일본에 오쿠다 히데오가 있다면 한국에는 박민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적어도 <공중그네>를 썼던 오쿠다 히데오가 살짝 정신이 나갔는지 <남쪽으로 튀어>버린 후 생각지도 못한 추리소설로 방향을 선회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변절이 유행하던 시기였고, 범람하던 변절의 유혹으로부터 작가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박민규 작가만큼은 작가 나름의 지조(?)를 지키며 <지구 영웅전설>을 들려주는가 하면 어느 날에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러나 박민규의 본심은 늘 프란츠 카프카로 향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카스테라>를 먹으며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처럼.

     

    박민규의 소설집 <카스테라>에 실린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2004년 소설가와 문학평론가가 뽑은 '가장 좋은 소설'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박민규의 유머와 상상력이 스토리에 잘 녹아든 이 소설에서 작가는 평생을 자신만의 계산기대로 살 수밖에 없는 소시민의 삶을 잘 그려내고 있다. 수학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면 평생을 자신만의 산수로 주먹구구식 계산을 하며 살아가면서도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희망의 신기루를 끝없이 기다린 탓에 기린처럼 목이 길어진 우리의 자화상을 소설 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희망에 중독된 우리의 목도 어쩌면 미래를 향해 45도쯤 기울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산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단언하는 작가의 냉정한 현실인식이 추위에 언 독자의 뺨을 후려치는 듯한 소설.

     

    "미안하구나. 아버지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아버지, 이건 나의 산수예요 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기적금 정기적금, 또 한 통의 자유적금. 시급 천오백원과 천원이 따로따로 쌓여가는 통장들을 생각하면, 세상에 힘든 일은 없었다. 말할 것 같으면, 내 주변은 주로 그랬다." (p.73)

     

    소설 속의 '나'(승일)는 상고(정보고)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착실한 학생이다. 말하자면 그렇다. 코딱지만 한 작은 회사에 다니는 아버지와 상가건물에서 청소일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나'는 중학생 시절의 어느 날 아버지의 회사에 도시락을 갖다 주면서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되고, 그날부터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편의점 알바에서부터 주유소 알바, 신문돌리기까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뺑뺑이를 돌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알바를 전전하던 '나'에게 그나마 시급이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하던 형을 '나'는 '코치'라고 부르며 따르는데, 어느 날 '코치형'이 시급이 좋은 지하철 푸시맨 일자리를 소개한다. '나'는 그렇게 시급은 좋지만 노동 강도가 높은 푸시맨이 되었고, 방학이 아닌 평일에도 담임 선생님의 허락 하에 푸시맨 일을 계속한다.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주셔야겠지만, 그게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승객들은 모두 전철을 타야 하고, 전철엔 이미 탈 자리가 없다. 타지 않으면 늦는다. 신체의 안전선은 이곳이지만, 삶의 안전선은 전철 속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곳을 택하겠는가." (p.74)

     

    가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청소일을 하던 어머니가 쓰러지고, 아버지의 회사 사정마저 어려워지자 '나'는 어머니의 병실에서 눈동자가 잿빛이 된 아버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얘기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날도 '나'는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야 하는 아버지를 밀어드렸다. 아버지가 사라진 후 '나'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밀렸던 두 달분의 월급을 받고,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어머니를 간호한다. '나'는 여전히 삶의 안전선 안쪽으로 사람들을 밀고 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온다. '나'의 집은 무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유사한 산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숨이 트인다. 여느 때처럼 푸시맨 알바를 끝냈는데, 기린으로 변한 아버지를 보게 된다.

     

    "나는 혼자 울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버지... 곧장 나는 가슴속의 말을 꺼냈고, 기린의 무릎 위에 내 손을 올려놓았다. 떨리는 손바닥을 통해, 손으로 밀어본 사람이 기억하는 양복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져왔다." (p.93)

     

    어느 날 갑자기 흉측한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 잠자처럼 소설 속 '나'의 아버지 역시 기린으로 변해 있다. 오지 않을 희망을 평생 기다려온 탓에 종국에는 우리 모두가 기린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때 이른 더위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지는 오후, 나는 오늘도 나만의 산수를 하며 하루를 견디고 있다. '논픽션은 현실을 픽션화하는 작업이고, 픽션은 허구를 현실화하는 작업'이라는데 나의 삶은 과연 픽션인가 논픽션인가. 산수에 지친 나는 픽션과 논픽션의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 카스테라 | ni**nina | 2016.04.07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요리법에 대한 책인가 싶은 제목 카스테라. 단편소설이라 한편씩 금방 읽는다. 재미난 표현이 많고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

    요리법에 대한 책인가 싶은 제목 카스테라. 단편소설이라 한편씩 금방 읽는다. 재미난 표현이 많고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게 황당하기도 하다. 문단 나누기와 줄 바꾸기, 쉼표도 많고 좀 색다른 문체다. 환상적이면서 현실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져서 유쾌하고 조금은 서글프고 허무하기도 하다. 재미난 글쓰기를 하는 작가 같다.

    ​전부터 읽어 봐야지 했는데 읽기를 잘했다. 일단 재밌으니까. 이야기에 확 빨려들어가니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작가라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진다.

    나는 인간. 결국엔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15

    냉장의 세계에서 본다면

    이 세계는 얼마나 부패한 것인가.

    22

    이불을 펴고 나는 자리에 누웠다. 두 개의 창문 틈으로 시린 우풍이 새어들어왔다. 세기의 마지막 밤은 - 그런 식으로 우리의 세계를 냉장하고 있었다. 오늘 밤만은 이 세계의 부패도 잠깐 그 진행을 멈추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32

    아무리 쉬쉬해도

    언젠가 인간은 세상이 엉망이란 걸 알게 된다.

    59

    증기가 피어오르는 그 물줄기 속에서 나는 갑자기 혼자란 느낌이었고, 쓸쓸했고, 눈물이 났다.

    63

    타지 않으면, 늦는다. 신체의 안전선은 이곳이지만, 삶의 안전선은 전철 속이다.

    74​

    조금씩, 열차는 흔들렸고, 조금씩, 마음도 흔들렸다. 삶은, 세상은, 언제나 흔들리는 것이었다.

    89

    ​마음의 벽을 뚫고, 무언가 사방연속무늬 같은 것이 창공을 향해 터져나갔다.

    108

    마음속에서 10만 2062번을 감아둔 고무줄이 탁, 하고 풀리는 소리가 났다.

    119​

  • 지구는 둥그니까 | su**ell | 2016.02.1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어떤 소설은 우리가 사는 메이저한 세상에서 메이저한 방법으로 읽어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어떤 소설은 우리가 사는 메이저한 세상에서 메이저한 방법으로 읽어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아귀가 맞지 않는 맷돌처럼 한없이 겉돌기만 하다가 종국에는 '아몰랑' 내팽개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럴 땐 곰팡내 나는 마이너한 공간으로 내려가서 마이너한 방법으로 책을 읽어야만 한다. 눈의 초점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하지 않으면 '매직 아이'에 나타나는 입체 사진이나 그림 속에 숨겨진 특정 글씨가 3D로 나타나는 경이적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박민규의 단편 소설집 <카스테라>도 어쩌면 그렇게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식의 한 쪽 눈을 한 자리에 고정시킨 채 다른 쪽 눈을 몽롱한 꿈의 세계에 반쯤 걸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매직 아이'를 볼 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읽지 않으면 현실과 꿈의 층위가 한 화면에서 3D로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아무리 애를 써도 2D로 밖에 볼 수 없는, 조금 덜 떨어진(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여 작가에게 '적녹안경'을 요구한다거나 소설의 리콜을 요구하는 등의 덜떨어진 짓을 하는 사람은 물론 없겠지만 말이다.

     

    "이불을 펴고 나는 자리에 누웠다. 두 개의 창문 틈으로 시린 우풍이 새어들어왔다. 세기의 마지막 밤은 - 그런 식으로 우리의 세계를 냉장하고 있었다. 오늘밤만은 이 세계의 부패도 잠깐 그 진행을 멈추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p.32)

     

    이 책은 표제작인 '카스테라'를 비롯하여 10편의 단편을 한 권에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카스테라'는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한 내가 소음이 심한 냉장고를 구입하여 2년여를 같이 지내는 동안 온갖 황당무계한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냉장고의 전생이 훌리건이었을 거라는 발상에서부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나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는, 그러니까 책을 읽는 동안 전두엽에서 이탈한 나의 뇌세포가 변연계를 지나 해마로 숨어들었다가, 십삼 년 전 범죄를 저지른 어느 살인자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은신하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작가와 어렵사리 접선한 느낌이 들었다. '귀신 씨나락이라도 까먹는 듯한 음악이 울려퍼지는' 너구리 게임의 폐인과 친구가 된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를 읽고, 흔들리는 삶을 붙잡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읽고, '이 세계가 너무, 그렇고 그렇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지구 탈출기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를 다 읽을 즈음이면 그래, 점심을 먹어야지.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딱 하나만 더, 일흔세 곳의 직장에서 퇴짜를 맞고 유원지 오리배를 관리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한 취준생의 이야기<아, 하세요 펠리컨>을 읽는 바람에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전문대라는 단어 역시, 늘 어딘가에서 32킬로미터 떨어진 느낌이었다. 퐁당퐁당 퐁당. 그래서 그곳의 가족들이, 혹은 커플들이 한 마리의 오리를 타고 앉은 광경을 지켜보노라면 묘한 연민의 정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뭐랄까, 저렴한 인생들 사이에 흐르는 심야전기와 같은 것이었다." (p.130)

     

    변비로 고생을 하는 한 남자의 일상을 다룬 <야쿠르트 아줌마>, 대학시절 학생 운동을 함께 했던 선배의 몰락을 지켜보는 한 직장인의 삶을 그린<코리언 스텐더즈>, 어린 시절에 구독하던 잡지 '소년 중앙'에서 보았던 대왕오징어의 추억이 '괴수대백과사전'으로, '주간경향'으로, '사상계'로 옮겨오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대왕오징어의 기습>, 미국 유학 시절 헤드락을 당한 경험과 자신이 행한 헤드락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이야기의<헤드락>, 대학 시절 학교 근처의 고시원에서 이년 육 개월을 살았던 어느 샐러리맨의 추억을 다룬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읽었다.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사실과, 이 세상은 혼자만 사는 게 아니란 사실을 - 동시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모순 같은 말이지만 지금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즉, 어쩌면 인간은 - 혼자서 세상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혼자인 게 아닐까." (p.286~p.287)

     

    박민규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큭큭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하고, 찡한 감정의 자신도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이 울컥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읽어나가면 저렴한 인생을 사는 전세계 인간 군상들을 모두 만나볼 것도 같고, 그들 사이로 흐르는 심야전기가 찌리릿 느껴질 것도 같다. 찌릿 찌릿 찌리릿!

  • 박민규 작가의 독특한 문체로 약간의 재미와 함께 이 글을 읽고 난 뒤 처음 받은 느낌은 ‘뭐지?’,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었...

    박민규 작가의 독특한 문체로 약간의 재미와 함께 이 글을 읽고 난 뒤 처음 받은 느낌은 뭐지?’,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거지?’였다. 처음 느낌은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한 번 읽고 생각을 깊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며칠 뒤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 보았다.

     

    다시 한 번 책을 읽고 나니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로 끝난 결말의 궁금증 보다는 주인공 승일의 삶의 무게와 그의 아버지의 삶의 무게가 깊이 느껴지면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상업고등학교 학생인 주인공 승일은 한참 친구들과 어울리며 꿈을 꾸어야 할 청소년 시기에 집안 환경으로 인해 학교 수업도 빼가며 시급 3000원 짜리 푸시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다행히 고등학교 선배 코치형의 도움을 받으며 힘든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에 반해 승일의 아버지는 변변치 않은 수입에 책임져야 할 식구들, 불안정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집을 나가버린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일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돈이 있어야 삶의 풍요를 누리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수고하고 애를 써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의 만족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매일의 반복되는 삶이 힘들고 고되기만 할 뿐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지금 책임져야 하는 일에 붙잡혀 빠듯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승일의 마음을 엿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저 어둠 속의 누군가에게 몸을 떠밀리는 기분이었다. 밀지 마, 그만 밀라니까. 왜 세상은 온통 푸시인가. 왜 세상엔 <푸시맨>만 있고, <풀맨>이 없는 것인가(p.91) 아버지가 집을 나가자 어린 나이에 가장의 책임을 떠안고 끊임없이 벼랑 끝으로 밀려가는 두려움의 순간에 누군가 자신을 잡아 당겨 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깊이 느껴졌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렵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행인 것은 승일에게는 코치형과의 소중한 만남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코치형과의 만남이 승일에게 <풀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풀맨>이 되어준 소중한 만남으로 인해 승일은 현실의 어려움들을 잘 이겨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하여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좋은 만남도 없고, 젊음마저도 남아있지 않은 아버지에게 느껴지는 삶의 무게는 버겁기만 했을 것이다. 가장으로서 느끼는 커다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집을 나가버린 승일의 아버지에게도 <푸시맨>만이 아니라 어떤 모양으로든 <풀맨>이 있었더라면 인생의 후반부를 다시금 힘 있게 일어설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이 책을 많은 물질과 권력의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삶을 실천해야 할 그들이 이 책을 읽으며 책속의 인물들이 겪는 아픔과 고민을 함께 느끼고,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승일이와 그의 아버지와 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풀맨>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이와 같은 좋은 만남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이 조금 더 숨통 트이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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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變身, Die Verwandlung)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變身, Die Verwandlung)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한 마리 흉측한 벌레로 바뀐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 벌레로 변신한 주인공을 통해 추악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 카프카의 소설처럼 『카스테라』에도 많은 '변신'이 나타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표제작에서는 냉장고에 들어간 세계가 '놀랍도록 따뜻한, / 반듯하고 보드라운' 카스테라로 변합니다.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의 손정수 팀장은 너구리로 변하고,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의 주인공 아버지는 기린입니다. 그런가 하면 「아, 하세요 펠리컨」의 오리배는 펠리컨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뀝니다.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에게 호되게 당한 「헤드락」의 주인공은 더 이상 나약한 인간이 아닙니다.
     
    사람이 다른 존재로 변하는 것은 물론 사물도 다른 존재로 바뀝니다. 이러한 '변신'은 세상이든 '나'든 어떠한 '변신'이라도 있어야 하는 주인공의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늘 불쾌할 정도로 외로웠'던 「카스테라」의 주인공은 굉장한 소음의 냉장고와 동거하고,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의 주인공 인턴은 정식 직원이 되기 위해 남색가 인사부장에게 허벅지를 내줍니다.「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의 주인공은 주유소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지하철의 푸시맨 노릇을 하며 허덕입니다. 「아, 하세요 펠리컨」의 주인공은 일흔세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헤드락」의 주인공은 이국에서 친구의 애인을 생각하며 자위를 합니다. '변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인 것입니다.
     
    인간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산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물론 세상엔 수학(數學) 정도가 필요한 인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삶은 산수에서 끝장이다. 즉 높은 가지의 잎을 따먹듯 - 균등하고 소소한 돈을 가까스로 더하고 빼다보면, 어느새 삶은 저물기 마련이다. 디 엔드다. 어쩌면 그날 나는 《아버지의 산수》를 목격했거나, 그 연산(演算)의 답을 보았거나, 혹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즉 그런 셈이었다. 도시락을 건네주고, 산수를 받는다. 도시락을 건네주고, 산수를 받았다. 그리고 느낌만으로 《아버지 돈 좀 줘》와 같은 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73쪽)
     
    나이 마흔다섯에 시간당 삼천오백원의 인생을 사는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건네주며 아버지 일터를 보게 된 주인공의 '변신'입니다. '원래 좀 노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 나는 조용한 소년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 《나의 산수》와 같은 게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것은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아니었으며, 누구를 원망할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세계는, 이미 한 마리의 괴수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변신'입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듯 세계를 냉장고에 넣습니다. 그러면 '속은 텅 비어 있었고 / 오직 냉장실의 정중앙에 / 희고 깨끗한 접시 하나가 반듯하게', '그리고 그 접시 위에 / 한 조각의 카스테라가', '마치 하나의 세계'이듯, 비현실적이지만 유쾌하게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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