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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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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쪽 | 양장
ISBN-10 : 1160261229
ISBN-13 : 9791160261226
마리카의 장갑(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오가와 이토 | 역자 이윤정 | 출판사 작가정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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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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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빠르네요 책상태도 좋아요! 5점 만점에 5점 hongi***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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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좋은 책 저렴하게 잘 구매했습니다 5점 만점에 5점 wejj***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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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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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장갑 나라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의 저자 오가와 이토가 전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따스하고 포근한 이야기 『마리카의 장갑』.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를 모델로 하는 가상의 나라인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무대로, 마리카라는 한 여자의 파란 많지만 따뜻한 생애를 그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일러스트레이터 히라사와 마리코의 섬세한 삽화도 작품의 사랑스럽고 다정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권말에 실린 저자의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는 라트비아인들의 정겨운 생활상과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하나씩 풀어놓는다.

장갑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손에 꼭 맞는 장갑을 끼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큰 기쁨이다. 태어나자마자 할머니에게 새빨간 엄지장갑을 받은 마리카는 가족들의 사랑과 너그러운 자연의 품 안에서 밝고 건강한 아이로 무럭무럭 자란다. 열다섯 살이 된 마리카는 같은 댄스 동아리의 청년 야니스를 사랑하게 되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한다. 그리고 얼마 후 열린 건국 15주년 축하 행사. 마리카는 자신이 준 엄지장갑을 낀 야니스를 발견하고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5년 만에 루프마이제공화국이 얼음제국에 무력으로 병합되는 불운이 닥친 것이다. 사람들은 춤과 노래를 빼앗기고 민속의상 착용도 금지되었지만, 혹한의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엄지장갑만은 유일하게 허용된다. 힘든 시절이지만 마리카와 야니스는 서로에 대한 사랑에 의지해 소박한 일상을 꾸려나가지만 얼음제국은 그런 소박한 행복을 더는 허용하지 않는다. 야니스에게 연행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마리카는 그가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소망하며 밤새 엄지장갑을 뜨는데…….

저자소개

저자 : 오가와 이토
1973년 야마가타 현 출생. 2008년에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을 포푸라샤에서 출간했다. 이 소설은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며 2010년 시바사키 고우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따뜻함을 드세요』 『트리 하우스』 『패밀리 트리』 『초초난난』 『바나나빛 행복』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등의 소설들을 발표하고, 그림책과 에세이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마리카의 장갑』은 출생부터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엄지장갑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무대로, 한 여자의 파란 많지만 따뜻한 생애를 그리고 있다. 인생에서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없듯이 힘든 일만 계속되지 않는다는 깨우침, 베풀수록 샘물처럼 차오르는 사랑의 아이러니, 생명의 고귀함 같은 인생의 통찰과 함께 뭉클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역자 : 이윤정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과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인도방랑』 『티베트방랑』 『동양방랑』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악마의 패스』 『시대가 변했다』 『당신이 솔로일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이유』 『국수와 빵의 문화사』 『하게타카』 『영원의 숲』 『고독한 늑대의 피』 등이 있다.

그림 : 하라사와 마리코
일본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 섬세하고 따뜻한 일러스트와 에세이로 사랑받고 있으며, 『교토 안내 수첩』 『한 달 빠리지엥』 『숲에 가다』 『예전부터 이런 게 갖고 싶었어』 『베란다 시작했습니다』 『여행과 디저트 때때로 간식』 『어바웃 커피』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 등의 책을 펴냈다.

목차

1장 탄생일의 흑빵 … 07
2장 축하의 술, 시마코프카 … 33
3장 첫사랑의 꽃차 … 59
4장 영양 만점, 자작나무 주스 … 91
5장 도토리 커피를 마시며 … 121
6장 오이 피피 만드는 법 … 151
마지막 장 엄지장갑 … 185

일러스트 에세이 라트비아, 엄지장갑 기행 … 206

책 속으로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 무렵 마리카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했습니다. 야니스를 위해서 엄지장갑을 뜨기로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백은 부끄러워서 못하니까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서 전합니다. 엄지장갑은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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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을로 접어들 무렵 마리카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했습니다. 야니스를 위해서 엄지장갑을 뜨기로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백은 부끄러워서 못하니까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서 전합니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_63쪽

마당 너머로는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이 펼쳐집니다. 그 너머에 치유의 땅이 있습니다. 치유의 땅은 정령들이 사는 신성한 숲입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작은 강이 흐르고, 강을 따라가면 호수가 나옵니다.
가진 것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_101쪽

마리카는 낚시용 장갑을 뜨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야니스의 손을 따뜻하게 지켜달라는 기원을 담아서 마리카는 해마다 정성스럽게 낚시용 장갑을 떴습니다.
어느덧 따뜻하고 아름다운 엄지장갑을 뜨는 일이 마리카에게는 삶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_148~149쪽

마리카는 야니스의 장갑에 가만히 왼손을 넣어보았습니다. 장갑 안에서 야니스의 손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천천히 손가락을 펴보았습니다. 그러자 야니스의 손에 살포시 감싸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야니스와 손을 잡고 걷던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그때는 너무 당연해서 손을 잡는다는 것이 이토록 소중한 사랑의 행위인 줄 몰랐습니다. 마리카는 장갑을 낀 손을 꼭 쥐었습니다.
_180쪽

아직 겨울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현실은 실로 엄혹했습니다. 사람들이 살해되고, 어딘가로 끌려가고, 폭행을 당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리카가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리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힘든 때일수록 더 활짝 웃습니다.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웃으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슬퍼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살아갑니다.
_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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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장갑은 마음을 전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입니다” 베스트셀러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저자, 오가와 이토 신작 장편소설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 + 오가와 이토 작가 인터뷰 + 히라사와 마리코 일러스트 수록! 대대로 이어지는 아름답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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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은 마음을 전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입니다”
베스트셀러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저자, 오가와 이토 신작 장편소설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 + 오가와 이토 작가 인터뷰 + 히라사와 마리코 일러스트 수록!

대대로 이어지는 아름답고 화려한 엄지장갑, 수제로 만든 흑빵과 소박하지만 세련된 식탁, 숲과 호수에 둘러싸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밝은 미소.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장갑 나라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 『마리카의 장갑』이 출간되었다. 일본에서는 단행본 출간에 앞서 2016년 3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월간 《모에(MOE)》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태어나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엄지장갑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무대로, 마리카라는 한 여자의 파란 많지만 따뜻한 생애를 그리고 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은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를 모델로 하는 가상의 나라다. 실제로 오가와 이토는 본문 삽화를 맡은 히라사와 마리코와 여러 번 라트비아를 방문해 사전 취재를 했다고 하는데, 라트비아는 과거 수차례 강대국의 점령과 박해를 받았던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리카는 건국 30년 만에 나라를 빼앗기고, 남편과 생이별을 하는 등 역경을 겪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마리카를 포함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 역시 타국의 침략과 농락에도 운명을 원망하거나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이웃을 잃은 슬픔을 가슴속에 안고 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마음껏 웃고, 전통 문화를 자부심을 갖고 지켜나가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 안에서 소임을 다한다. 숲과 나무와 호수, 꽃과 공기조차도 정령과 신의 기운이 깃든 나라, 사려 깊고 상냥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를 배경으로 한 『마리카의 장갑』은 읽는 내내 따스하고 포근한 털장갑에 감싸인 듯한 느낌과 함께, 행복은 멀리 있어 ‘쫓는’ 것이 아니라 일상 가까이에서 ‘발견’되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고도 뭉클하게 일깨운다.

한편 국내에서도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일러스트레이터 히라사와 마리코의 섬세한 삽화도 작품의 사랑스럽고 다정한 기운을 북돋운다. 권말에 실린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는 라트비아인들의 정겨운 생활상과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하나씩 풀어놓는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에는 독자들을 위한 특전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마리카의 장갑』 출간을 기념해 진행된 오가와 이토와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소책자를 수록한 것으로, 맑고 고운 심성을 지닌 작가의 육성을 고스란히 담아 보다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작가의 친필 메시지와 사인도 확인할 수 있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은 장갑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손에 꼭 맞는 장갑을 끼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큰 기쁨. 태어나자마자 할머니에게 새빨간 엄지장갑을 받은 마리카는 가족들의 사랑과 너그러운 자연의 품 안에서 밝고 건강한 아이로 무럭무럭 자란다.
밖에서 뛰어 놀기 좋아하는 마리카에게 수공예는 커다란 골칫거리. 코가 촘촘하고 엄지 부분의 문양을 맞추기 힘든 까다로운 엄지장갑 뜨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루프마이제공화국에는 중요한 규칙이 있었는데, 열두 살이 되면 누구나 수공예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와 기술을 익히기 위한 시험으로 남자아이들은 바구니를 엮거나 못을 박고, 여자아이들은 실을 잣고 수를 놓고 엄지장갑을 떠야 한다. 닷새에 걸친 시험을 모두 치르고 난생처음 앓아눕는 마리카. 마침내 ‘보결’이라는 단서가 붙긴 해도 마리카는 시험에 합격했고, 이로써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때에야 행복을 누릴 자격을 갖게 됨을 깨닫는다.

“슬픔의 눈물은 흐르지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 뿐입니다.”

열다섯 살이 된 마리카는 같은 댄스 동아리의 청년 야니스를 사랑하게 되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한다. 그리고 얼마 후 열린 건국 15주년 축하 행사. 마리카는 자신이 준 엄지장갑을 낀 야니스를 발견하고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낀다. 마리카가 선물한 엄지장갑을 꼈다는 것은 야니스가 마리카의 마음을 받아들였다는 증거였는데 루프마이제공화국에는 ‘예스’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듬해 하지 축제의 밤, 마침내 마리카는 그에게 프러포즈를 받는다. 청혼을 수락하기 위해 복잡한 문양이 들어간 결혼식용 손가락장갑 뜨기에 돌입해야 하는 마리카. 이제 마리카는 장갑 뜨기가 전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5년 만에 루프마이제공화국이 얼음제국에 무력으로 병합되는 불운이 닥친 것이다. 사람들은 춤과 노래를 빼앗기고 민속의상 착용도 금지되었지만, 혹한의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엄지장갑만은 유일하게 허용된다. 힘든 시절이지만 마리카와 야니스는 서로에 대한 사랑에 의지해 소박한 일상을 꾸려나간다. 꿀벌을 치고, 일주일 치 흑빵을 굽고, 엄지장갑을 뜨고, 동식물 가족을 보살핀다. 둘이 손을 잡고 숲속을 거닐고, 여름이면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란히 그네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보고, 온실 방에 마주 앉아 도토리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얼음제국은 그런 소박한 행복을 더는 허용하지 않는다. 야니스에게 연행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마리카는 그가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소망하며 밤새 엄지장갑을 뜬다.

“고마워(Paldies)!
살아 있다는 걸 축복처럼 느껴지게 해줘서……”

삶의 기쁨과 감동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선량한 사람들의 따스하고 포근한 이야기

“딱딱해 보이지만 속은 말랑말랑하고 살짝 단맛”이 나는 흑빵, “매혹적인 냄새의 캐러웨이 씨앗을 듬뿍 넣은 흰 치즈”, “물통 속에서 발효되어 소다수처럼 짜릿”한 자작나무 주스. 소설의 풍미를 한층 돋우는 것은 이처럼 오가와 이토 특유의 맛깔 나는 음식 묘사다. ‘축하의 술, 시마코프카’, ‘첫사랑의 꽃차’, ‘도토리 커피를 마시며’, ‘오이 피피 만드는 법’ 등의 장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하다. 마리카에게 닥치는 고난과 역경, 그때마다 계속되는 장갑 뜨기는 마치 하나의 선율처럼 아름답게 연주된다.
첫 장편 『달팽이 식당』 이후 10년째를 맞는 오가와 이토는 이번 『마리카의 장갑』 출간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행복이란, 일상에서 작은 기쁨, 잔잔한 감동을 발견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라트비아의 문화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은 일상의 기쁨과 감동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근면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풍습과 현명한 지혜라는 문양으로 짜 내려간 장갑과도 같다. 오가와 이토가 전하는 반짝이는 희망의 빛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잊지 못할 특별한 문양으로 아로새겨질 것이다.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라트비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이야기 조각들을 모았다.
그곳에서 만난 숲, 바람, 햇빛, 호수, 사람들의 선량한 웃음이 독자 여러분께 전해지길 바란다.” _오가와 이토

* 일러두기
본문 중의 ‘ミトン(미튼)’은 통상적으로 엄지손가락만 분리되어 있는 장갑인 ‘벙어리장갑’을 가리키지만, ‘벙어리장갑’이라는 단어에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여 ‘엄지장갑’으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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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오가와 이토의 최신작 <마리카의 장갑>은 오가와 이토가 유럽의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라트비아를 직접 여행하...

    오가와 이토의 최신작 <마리카의 장갑>은 오가와 이토가 유럽의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라트비아를 직접 여행하고 쓴 동화풍의 소설이다.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 장난꾸러기 아들 셋이 있는 집에 귀여운 딸이 태어난다. 가족들은 이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마리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껏 돌본다. 가족들의 바람대로 마리카는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자라난다. 문제는 수공예를 못한다는 것이다. 수공예를 중시하는 이 나라에선 아이들이 열두 살이 되면 누구나 수공예 시험을 치러야 한다. 남자아이들은 접시를 만들고, 바구니를 엮고, 못을 박는 시험을 본다. 여자아이들은 실을 잣고, 수를 놓고, 레이스를 달고, 엄지장갑을 뜰 줄 알아야 한다.


    할머니와 어머니, 새언니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시험을 통과한 마리카. 그리고 얼마 후 운명처럼 야니스라는 소년을 만난다. 마리카와 야니스는 서로 좋아하게 되고, 얼마 안 있어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자 또다시 문제가 생긴다. 이 나라에선 신부가 결혼하기 전에 엄지장갑을 잔뜩 떠서 상자 하나를 가득 채워야 하는 전통이 있다. 엄지장갑을 잘 못 뜨는 마리카는 이러다 야니스와 결혼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잠을 잊고 필사적으로 엄지장갑을 뜬다. 결국 마리카는 야니스와 결혼하게 되지만, 결혼 후 이때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던 마리카의 일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끝내 생채기가 난다. 그게 꼭 우리네 삶의 모습 같아서 마지막 책장을 덮는 마음이 씁쓸했다.

  • 아름답고 소중한 인생 | 19**rain | 2019.03.0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자극적인...

     자극적인 맛, 자극적인 뉴스, 자극에 자극을 더하는 세상이 되었다. 심심하거나 순수한 것은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 이상한 세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연 그럴까. 우리 삶에 필요한 맛은 맵고 짠맛뿐일까. 이러다 재료 자체의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두렵다. 오가와 이토의 『마리카의 장갑』은 우리에게 그런 맛을 선물한다. 자연 그대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중한 것을 간직하고 그것들과 함께 어울려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작고 예쁜 마을의 사람들. 그곳에서 태어난 작은 여자아이 마리카의 인생을 들려준다.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엄지 장갑(벙어리장갑)을 선물 받는다.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떠준 장갑, 마리카도 그 엄지 장갑을 떠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모든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오빠들의 사랑을 받고 자유롭게 성장한 마리카에게도 그런 순간이 왔다. 배우고 통과해야 할 과제가 아닌 진짜 사랑하는 이를 위한 엄지 장갑, 마음을 전하는 고백의 장갑의 주인을 만난 것이다. 야니스, 그에게 마리카의 직접 뜬 엄지 장갑을 건넸고 그는 엄지 장갑을 손에 꼈다. 마리카의 청혼을 야니스가 수락한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사랑을 나누며 행복한 일생을 살아가는 일만 남았다 믿은 마리카.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변수투성이다.

     

     얼음제국이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병합하고 그들의 삶을 제약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춤과 노래가 사라지고 민족의상도 입을 수 없다. 엄지 장갑 전통만 허락되었다. 힘들고 고된 생활이었지만 야니스와 마리카의 사랑은 점점 깊고 단단해졌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야니스에게 연행 명령이 떨어지고 둘을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혼자 남은 마리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마리카는 슬픔 대신 다짐을 선택하고 울고 있는 게 아니라 웃는 일상을 유지한다. 마리카에게 주어진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길고 추운 겨울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믿음을 간직한 채.

     

     비 갠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습니다. 지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그네도 반짝입니다. 아름다운 꽃밭이 보이고, 그 너머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마리카는 자신이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변화했을 뿐입니다. 야니스도 그렇습니다.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바람과 빛과 비와 무지개와 흙과 나무로 모습을 바꾸었을 뿐입니다. (193쪽) 

     

     누군가는 마리카의 인생이 불행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야니스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마리카는 홀로 할머니가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마리카의 인생을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소설 속 루프마이제공화국은 유럽 북동부 발트해의 동해안에 있는 나라 라트비아의 다른 이름이다. 작가 오가와 이토가 반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 관습이 이 소설에 녹아 있다. 라트비아를 검색하면서 겨울 왕국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얼음처럼 차갑고 추운 나라에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줄 엄지 장갑의 의미는 감사함과 사랑은 아닐까. 한 편의 동화 같은 소설이다. 아니, 아름답고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이다. 

     

     오기와 이토의 『마리카의 장갑』는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책을 덮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손뜨개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 손재주라고는 1도 없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처음 만난 오기와 이토의 소설은 엄마의 집밥 같은 맛이었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맛, 자꾸만 생각나는 은근한 맛 말이다.

  •   <마리카의 장갑>, 표지부터 동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띠지가 둘러져 있다. 작가가 여행이라도 다녀왔던 것...
      <마리카의 장갑>, 표지부터 동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띠지가 둘러져 있다.
    작가가 여행이라도 다녀왔던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책의 제일 마지막에 작가의 라트비아 기행문이 실려있다.
    책의 차례는 총 7장으로 이루어진다. 흑빵, 시마코프카 술, 꽃차, 자작나무 주스, 도토리 커피, 오이 피피, 그리고 엄지장갑. 모두 라트비아에서 작가가 만났던 것들을 소재로 각 장을 삼았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마리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서 라트비아를 소개하는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작가 오가와 이토의 포근한 문체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추운 겨울날의 엄지장갑처럼 따스하게 품어주는 듯하다.

      마리카는 가족들의 사랑은 한몸에 받으며 추운 겨울날에 태어났다.
    그녀는 루프마이제 공화국보다 한달 늦게 태어났다고 했다. 그러니까 공화국과 나이가 같은 셈이다.

    마리카가 태어난 곳은 기후가 매우 춥고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자라는 곳이다. 실제 수종이 서식하는 기후는 어디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전나무와 가문비나무는 추위에 강한 수종으로 동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에 분포하고 있었다. 마리카의 가족은 이 가문비나무를 가지고 트리를 삼는다. 책 표지에 사용된 흰색, 빨간색, 파란색을 보고 러시아 국기가 먼저 생각났다. 현실이라면 가상의 국가 루프마이제는 동유럽 어딘가에 존재했을 것이다.

      루프마이제 공화국의 자연관은 자연 친화적이다. 함께 공존하고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문비나무를 벨 때에도 한 가족이 한 그루를 베어야 한다는 규칙은 엄격하게 지켜진다. 이들은 국가를 이루기 전에도 이 땅에 대대로 산 사람들이고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특정 음식들이 <마리카의 장갑> 각 장에 배치된 것을 보고 멕시코 소설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을 떠올렸다.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은 요리하는 모습을 통해 인물의 감정표현과 맛깔나는 음식 묘사까지 이어지는 소설이다. 
    <마리카의 장갑>에서 등장하는 음식들 또한 루프마이제 공화국 사람들의 전통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

     호밀가루에 캐러웨이 씨앗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가볍게 섞은 다음 반죽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담요를 덮어 하룻밤 재워둡니다. 밤사이에 빵 반죽은 따뜻한 담요 안에서 천천히 자라납니다. 
    1장 탄생일의 흑빵, <마리카의 장갑>, 24p

      마리카가 태어난 지역은 시골 농촌의 단란한 가정인 것 같다. 어머니는 이번 출산이 무려 네번째라고 한다. 아이가 쓸 목공 식기를 만들던 할아버지는 목공 장인이었다. 할머니는 아이의 엄지장갑을 뜨개질하고 어머니는 마리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 모두가 나눠먹을 흑빵을 굽고 요리를 준비한다. 마리카의 오빠들은 트리를 장식한다. 흑빵은 가족의 결속을 다지고 마리카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다.


      마리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에서 동백꽃을 건네며 축하를 전한다. 사람들은 도수가 높은 시마코프카 술을 함께 마시며 마리카의 탄생을 기뻐한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이들은 마리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며 해가 질때까지 집에서 작은 축제를 열었다.

    새언니는 시집올 때 엄지장갑이 가득 든 큰 퀘짝을 가져왔습니다. 큰 궤짝을 가득 채운 엄지장갑은 삼백 켤레 정도. 그 중 무늬가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2장 축하의 술 시마코프카, <마리카의 장갑>, 46p

      루프마이제 공화국의 결혼풍습에 관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집 올 때 엄지장갑을 가득 채운 궤짝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져온 엄지장갑은 이웃과 친척, 친구들에게 모두 나누어준다고 한다. 또한 루프마이제 공화국은 수공예를 중시하여 열두 살이 되면 아이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한다. 마리카는 수공예 기술에 관심이 없었지만 춤 파트너 야니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엄지장갑을 뜨기로 결심한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3장 첫사랑의 꽃차, <마리카의 장갑>, 63p

        수줍음이 많아, 말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 표현한다는 루프마이제 공화국 사람들. 야니스는 마리카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둘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마리카의 궤짝에 엄지장갑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둘은 함께 춤을 추며 마음을 확인한다. 마리카의 결혼식은 마을축제로 열려 며칠간 춤을 추며 성대하게 치러졌다. 마리카와 야니스는 소박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집을 마련했다. 야니스는 양봉 일을 하고 마리카는 화단을 가꾸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비록 아이가 없었지만 둘은 화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얼음제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루프마이제 공화국은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가 금지되었다. 그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엄지장갑만은 추위 때문에 허용되었다. 오래지 않아 남편 야니스도 징집되고 소식이 두절된다.

     마리카의 엄지장갑은 누군가를 위한 선물
    4장 영양만점 자작나무 주스, <마리카의 장갑>, 119p

      야니스의 소식이 없자, 마리카의 마음도 겨울처럼 추워진다. 하지만 마리카는 슬퍼하지만은 않는다. 처음에는 양봉장의 벌들이 모두 얼어죽어서 할 일을 찾던 마리카는 양털로 직접 실을 만들어  야니스의 장갑을 뜬다. 야니스의 장갑을 뜨고 나서는 주변 이웃과 친구, 친척을 생각하며 엄지장갑을 뜨기 시작한다. 가족이 없거나 장갑을 뜨지 못하는 소녀들을 위해서도 뜨개질을 한다. 야니스의 빈 자리를 남들을 위해 장갑을 뜨며 보내는 마리카.

      징집된 야니스의 소식도 어느 날 얼음제국 사람이 보낸 엄지장갑을 통해 전해졌다. 마리카에게 야니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진흙이 묻은 왼쪽 장갑 한짝과 Paldies(고마워)!라고 새겨진 떡갈나무 잎. 남편이 전해준 마지막 한마디를 소중히 보관하면서 마리카는 그가 항상 곁에 함께한다는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엄지장갑을 뜨는 일에 관심이 없었던 마리카는 사랑하는 야니스를 위해 엄지장갑을 떴고 이웃과 친구, 친척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장갑을 떴다. 이제 마리카도 그녀의 할머니처럼 엄지장갑을 뜨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마리카는 야니스의 유품인 엄지장갑에서 나온 칠엽수 씨앗을 그들이 만나 춤췄던 숲속에 심는다. 칠엽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로니에다. 무럭무럭 자란 칠엽수는 야니스의 부재 대신에 마리카를 곁에서 지켜준다.


      남을 위해 뜨개질을 했던 마리카는 이제 자신을 위한 엄지장갑을 뜬다.
    마리카는 남편이 실종되고 조국이 지배받는 상황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방을 내어주고 따뜻하게 맞이한다.
    힘든 일이 있을수록 더 활짝 웃으며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는 루프마이제 공화국 사람들.
    야니스의 엄지장갑을 풀어서 새 장갑을 뜬 마리카는 루프마이제 공화국이 독립한지 7년만에 남편의 손을 꼭 맞잡듯 그 장갑을 낀채로 생을 마감한다.


    • 슬픈 역사에도 꿋꿋하게 웃으며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는 라트비아 사람들에 대한 소개

      작가의 인터뷰에서도 밝히고 있듯 라트비아와 일본은 유사한 점이 있었다고 했다. 전통을 중요시한다거나 다신교를 믿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루프마이제 공화국의 모티브가 된 라트비아는 소설 속의 얼음제국처럼 소련의 지배 하에 있다가 독립한 국가로, 독립한지 겨우 24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시달린 역사가 있는 라트비아 사람들은 그럼에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라트비아에 대해 큰 인상을 받았나보다. 엄지장갑을 혼수로 가져온다는 결혼풍습도 재미있고.
    특히 흑빵은 인도의 난이나 중국의 만두처럼 라트비아의 대표음식이다.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 사이좋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들어있다고 한다. 라트비아의 음식들은 향토 요리 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오가와 이토는 소설을 읽고 라트비아의 풍경과 문화를 떠올려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전쟁에 의해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마리카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추운 겨울날에 벌들이 얼어죽자, 대신에 양털을 손질하고 실을 만들어 장갑을 뜰 생각을 한 마리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남에게 베풀고 자연과 함께 한 마리카의 마지막 한마디는 야니스가 마리카에게 전해준 말과 같은 Paldies(고마워)!였다.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고마워" 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는 두 사람의 인생을 함축하는 듯하다. 자신의 시련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마음을 나누었던 마리카의 이야기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다.
  •      어머니는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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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는 겨울이 다가오면, 으레 뜨개질을 하셨다. 그렇게 가족들의 옷과 목도리 등을 지으시고는 했다. 어느날, 어머니는 나에게 말 문양이 들어간 스웨터를 입혀 주셨다. 나는 그 옷을 자랑스레 입고 다녔고, 친구의 부름으로 그 집에도 갔다. 친구의 어머니는 놀라시며, 그 옷의 출신을 물으셨다. 그 출신은 어머니의 손끝이라고. 정성으로 어머니께서 지으셨다고 하니, 더 놀라셨다. 어머니의 솜씨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기에. 나는 그런 어머니의 따스함으로 자랐다. 이제 어머니에 이어 여동생이 따스함으로 키우고 있고. 그리고 따스함을 잇는 이야기가 있다. 마리카의 이야기. 한 편의 동화 같은.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63쪽.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148~149쪽.


     마리카라는 여자아이가 첫울음을 낸다.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그곳은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나라. 흑빵 등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음식의 나라. 노래와 춤을 더없이 사랑하는 나라. 꽃과 나무 등의 정령을 믿는 나라. 그리고 엄지장갑이 함께하는 나라다. 그 나라에서 마리카는 자란다. 역시 따스함으로. 나라에서 정한대로 열두 살에 수공예 시험도 치르고. 열다섯 살에 사랑을 만나서 사랑의 엄지장갑을 뜨고. 마리카의 깊은 사랑을 받는 그는 야니스. 그 둘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고. 그런데, 결혼하고 5년이 지난 시간, 마리카의 나라가 지워진다. 얼음 제국에 의해서. 그렇게 노래와 춤이 지워지고, 민속의상도 사라진다. 오직, 엄지장갑만이 이어진다. 털실로 쓰는 편지인 엄지장갑만이, 온기를 선물하는 엄지장갑만이. 그럼에도 마리카와 야니스는 순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야니스마저 연행되어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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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작가정신 블로그)


     '비 갠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습니다.

     지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그네도 반짝입니다. 아름다운 꽃밭이 보이고, 그 너머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무지개가 아름다운 빛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마리카는 자신이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변화했을 뿐입니다.

     (…)

     슬픔의 눈물은 흐르지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 뿐입니다.' -193쪽.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웃으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슬퍼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습니다.' -200쪽.


     '"Paldies!"

     마리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고맙다는 말로 생을 마쳤으니 행복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203쪽.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일상에서 작은 기쁨, 잔잔한 감동을 발견하고 만들어나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가와 이토 인터뷰 중에서.


     마리카의 일생을 그리며, 슬픔의 강을 건너 웃음을 만나라는 이야기다. 때마다 엄지장갑으로 '털실로 편지'를 쓰는 사람들의 따스함. 잠에는 자장가가 다가가고, 따스함에는 엄지장갑이 찾아간다. 그 따스함이 혈맥에 정겹게 흐르며, 고마움을 남긴다. 엄지장갑은 따스함이 고마움으로 이어지는 실이다. 따스함은 자라게 하기에 고마움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에는 한 결, 한 결 아리는 슬픔에서 웃음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 웃음이 모여, 소소한 행복을 이루고. 그렇게 행복은 은은히 빛나는 색과 무늬로 우리의 곁에 머물고. 애써 찾지 않아도. '파랑새'처럼.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라트비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이야기 조각들을 모았다. (……) 그곳에서 만난 숲, 바람, 햇빛, 호수, 사람들의 선량한 웃음이 독자 여러분께 전해지길 바란다.' -'일러스트 에세이 '라트비아, 엄지장갑 기행'' 중에서. (218쪽)


     라트비아를 바탕으로 한 상상의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이라는 나라. 그 나라의 얼굴과 마리카의 일생. 따스함이 마리카를 자라게 했다. 마리카도 따스함으로 많은 이들을 자라게 했고. 그리고 마리카의 마지막에는 고마움으로 장식하고. 나도 어머니의 따스함으로 자랐다. 그런 어머니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드린다. 이 이야기를 만나며. 고마움은 행복의 시작이다. 그리고 작가 오가와 이토의 바람처럼 라트비아의 숲, 바람, 햇빛, 호수, 사람들의 선량한 웃음이 어김없이 나에게 전해졌다. 처음 만난 그녀의 이 소설. 그 따스함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이 고마움은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녀의 다른 소설에서도 그러하리라.




     덧붙이는 말.

     

     하나. '본문 중의 ‘ミトン(미튼)’은 통상적으로 엄지손가락만 분리되어 있는 장갑인 ‘벙어리장갑’을 가리키지만, ‘벙어리장갑’이라는 단어에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여 ‘엄지장갑’으로 옮겼다'고 한다.

     둘. 이 책 마지막에 일러스트 에세이 '라트비아, 엄지장갑 기행'이 수록되어 있다.


  •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엄지장갑은 마음을 전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이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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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엄지장갑은 마음을 전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이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주는 것이다. 

     

    겨울엔 몹시 추워서 엄지장갑 없이는 살 수 없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의 한 가정에서 온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탄생한 마리카의 이야기로 잔잔하게 소설 『마리카의 장갑』은 시작된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를 모델로 오가와 이토 작가가 건설한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사람들은 더없이 선하고 따뜻하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로 선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읽힌다. 루프마이제공화국과는 180도 다른 날씨와 이미지인 아프리카의 유명 속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떠올랐는데 가족들과 이웃들뿐만 아니라 자연과 루프마이제공화국만의 풍습이나 문화 등이 따뜻하게 어우러져 그 안에서 마리카가 뜨개질이라면 질색을 하며 턱걸이로 겨우 시험을 통과하는 아이에서 첫사랑을 경험하는 소녀가 되고 어엿한 숙녀가 되어 사랑의 결실을 이루지만 나라를 잃고 전쟁에 연행된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을 뭉클하게 그려냈다. 

     

    『마리카의 장갑』은 더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이다. 뜨개질에 소질이 없어 시험도 겨우 통과한 소녀 마리카는 첫사랑을 경험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뜨개질을 배우고 장갑을 선물한다. 야니스는 마리카를 만날 때마다 꽃이 아닌 꽃씨를 선물한다. 마리카와 야니스의 간질간질하고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다 못해 너무 달달해서 당뇨 걸릴 것 같을 지경이다. 그리하여 여느 동화들처럼 마리카와 야니스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가 나의 예상과 전혀 반대로 가면서 이 책이 더 좋아졌는데 따뜻하고 포근한 시선으로 읽어갔지만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져 있었다. 소설의 후반뿐만 아니라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와 오가와 이토 작가의 인터뷰까지 뒷심을 톡톡히 발휘해주었다.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 『계란을 사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크다. 국내에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마리카처럼,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처럼 누군가에게 장갑을 선물하며 온기를 나누고 싶다. 야니스처럼 꽃이 아닌 꽃씨를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씨앗에 싹이 텄으면 좋겠다. 연말을 보내고 연초를 맞이하는 시점에 이 책을 읽은 터라 오가와 이토 작가에게 새해 선물로 엄지장갑과 꽃씨를 선물 받은 것 같다. 내 손잡아 줘서 고마워요. 씨앗도 잘 틔워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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