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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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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外
ISBN-10 : 8971848219
ISBN-13 : 9788971848210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양장본 HardCover) [양장] 중고
저자 페터 빅셀 | 역자 전은경 | 출판사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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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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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2 후기를 쓰기 싫다.10글자 채우기 5점 만점에 3점 subsub*** 2020.03.20
2,261 꼭 필요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마세요. 자세히 살피지 않고 구매해서 받았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중고책이면서도 정가의 두배의 가격에다가 배송비까지 물게하는 것은 사기꾼 수준...ㅠㅠㅠ 5점 만점에 1점 cjs*** 2020.03.18
2,260 깨끗한 책 감사합니다. 5점 만점에 5점 ikt*** 2020.03.12

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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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본질과 세상의 기준과는 멀지만 넉넉한 하루를 살아가는 아웃사이더들의 삶 페터 빅셀 산문집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전 세계 20여 개국의 독자를 사로잡은 ‘책상은 책상이다’의 작가 페터 빅셀이 스위스의 유력 주간지 <슈바이처 일루스트리어테>에 기고한 칼럼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스위스의 모든 교과서에 글이 실려 있을 정도로 스위스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페터 빅셀이 전하는 신랄하면서도 재미있게 포장된 일상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40여 편에 이르는 작품들을 수록했다. 1부 「기다림을 기다리며」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기다림의 미덕과 기다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부 「작은 세상, 큰 세상」편은 화려한 겉을 벗어내고, 소박한 소통 방식을 드러내는 소중한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3장 「내 고향은 어디일까?」편은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권력, 국수주의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드러낸다. 빨리빨리,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효율성을 미덕으로 소소하고 본질적인 우리의 삶을 놓치고 있다. 스위스의 국민작가 페터 빅셀은 그런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을 가만히 뒤돌아보게 하는 짧은 이야기들을 전한다.

저자소개

목차

기다림을 기다리며
존슨은 오늘 오지 않는다
기다림을 기다리며
오늘은 일요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
과거가 없는 자그마한 술집
선불 버스표와 선술집
과거의 눈송이
우리가 아직 기다릴 수 있던 시절에
위대한 황금빛 세계사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의례'
도주를 기다림
편안하고 질서 있는 무질서
말하지 않은 것에 관하여

작은 세상, 큰 세상
그들이 죽지 않기를
소음을 위한 변론
작은 세상, 큰 세상
바람에 쓴 글
그냥 그러니까
개미와 코끼리
그 여자 이름이 도대체 뭐였지?
'이해하기'보다 '듣기'
스테이크용 포크를 바라보며
발견의 자유
저녁에 만난 노벨상 수상자 두 명
낱말들아, 일어서라
작은, 아주 작은 소속감
공용어가 여러 개인 나라에서
딱 한 번, 처음 한 번만

내 고향은 어디일까?
사과나무에 올라앉은 재즈 연주자
후고를 그리며
그저 한 인간에 불과했던 황소
발리의 사제는 그저 가끔씩만 오리를 가리킨다
단어가 없이도 나눌 수 있는 대화
나는 이런 민족에서 탈퇴하련다
위험한 적의 이름은?
'해골 클럽'에 관한 판타지
나의 국가, 타인의 국가
내 고향은 어디일까?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과거, 그러니까 옛날이 지금보다 나은 이유는 지금보다 뭔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것. 기발한 상상력과 따스한 유머로 수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킨 《책상은 책상이다》의 저자 페터 빅셀의 신작 산문집 스위스 작가 페터 빅...

[출판사서평 더 보기]

과거, 그러니까 옛날이 지금보다 나은 이유는
지금보다 뭔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것.

기발한 상상력과 따스한 유머로 수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킨
《책상은 책상이다》의 저자 페터 빅셀의 신작 산문집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의 산문집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Heute kommt Johnson nicht》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뒤렌마트, 프리쉬와 더불어 스위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저자는 47그룹상, 스위스 문학상, 요한 페터 헤벨 문학상, 고트프리트 켈러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스위스의 모든 교과서에 그의 글이 실려 있을 정도로 스위스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세계 20여 개국에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단편 〈책상은 책상이다〉가 실려 있다.

스위스의 유력 주간지 〈슈바이처 일루스트리어테〉에 기고한 칼럼들을 담은 산문집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에서 저자는 효율성 제고가 최대의 명제로 군림하고 있는 지금의 삶이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원했던 모습인지 물으며, 안온했던 과거의 일상과 세상의 기준과는 멀지만 오히려 더 넉넉한 일상을 일구며 살아가는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본연적인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이야기들은 ‘눈앞의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만 몰두하는 우리의 삶을 가만히 뒤돌아보게 한다.
또한 저자는 아무런 목적 없이 ‘기다리기’, ‘바라보기’, ‘이야기하기’ 같은 원형적인 행동들이 가능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효율성의 잣대로 측정되지 않는 소소하고 본질적인 삶의 기쁨과 소중함을 일깨운다. ‘밀가리 물’로 연을 만들어 날리는 소년이나, 기차 시간표를 모두 외워버린 지적장애인 등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규격 생산된 세계’에 살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이들은 그 안에서 온전하게 자기 세계의 주인이 되는 것을 보여주며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에 자신의 삶을 내준 현대인들이 다시 자신의 일상을 추스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기다림을 기다리며’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기다림과 의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2장 ‘작은 세상, 큰 세상’에서는 치장을 걷어낸 소박한 소통 방식을 통해 조우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을, 3장 ‘내 고향은 어디일까?’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권력이나 국수주의에 관한 날선 통찰을 만날 수 있다.

기다림을 기다리며
-의미 있는 일만 해야 한다면 인생은 삭막해진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지하철 몇 번째 칸, 몇 번째 문 앞에 서야 환승 통로와 가장 가까운지를 미리 살펴 길을 나서고, 대로변의 버스 정류장에서 전광판을 통해 분 단위로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렇듯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기다림이라는 행위는 저자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존재 증명’ 방법이다. 그냥 여기 있고, 그냥 존재하고,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삶이 얼마든지 풍요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내 탁자에 앉아 기다린다. 아니, 누구를 기다리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기다릴 뿐”, “롤프는 중병에, 죽을병에 걸려 있었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무엇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저 기다리는 것. […] 사람들은 침묵하며 그와 함께 탁자에 앉아 있을 수 있었고, 그와 함께 기다리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나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 있는 그를 무척이나 좋아했다”와 같은 구절에서 보여주듯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도 자기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는 사람들을 통해 기다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기다림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틈새와 여지를 선사하고 인생을 더 살 만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을 들려준다.
기다림이라는 ‘여분’의 행동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일상에서 의례까지 몰아내어 우리 삶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의례는 의미 없어 보이는 일에 정성을 다해 의미를 창조해냄으로써 인간을 좀 더 인간답게 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나 의식인 만큼 사회 안에서 함께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베를린 시내의 허름한 영화관에 친구들과 함께 다니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매번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뉴스와 함께 상영되던 육식 식물에 관한 내레이션을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큰 소리로 따라하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그런 의례가 바보 같은 장난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안에 진지하고 아름다운 열정이 오롯이 간직되어 있었던 것임을 깨닫는다. 또한 “어린 시절엔 일요일의 의례 - 산책, 조심스럽게 입어야 하는 일요일 의복 - 를 끔찍하다고 생각했지만, 의례가 없는 일요일은 더 이상 일요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 일상을 변주하여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의례라는 형식 안에 삶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일깨우며, 의례가 지배하던 사회의 감정적인 풍요로움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예전에 어느 작은 동네의 바보에게 뭘 하는지 물으면, 그는 늘 “기다려!”라고 대답했다. 모든 사람이 그에게 묻고 또 물었고, 모두 그의 대답도 알고 있었다. 도대체 뭘 기다리는지 물으면 그는 “뭘 기다리는가 하면……”이라고 말하고는, 생각해내려고 한참 동안 애를 쓰다가 “뭐냐 하면…… 뭐냐 하면…… 그냥 기다려”라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바로 그것을 기다린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철학자가 아니었고, 그의 기다림에도 별 의미는 없었다. 그는 그냥 기다렸고, 그냥 거기 있었다.
[…] 고통으로 인식된 기다림. 하지만 동네 바보는 기다림을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기다림은 존재 자체에 가까웠다. 평생 기다리기, 오로지 기다리기.-41~42쪽

영화는 화요일마다 바뀌었지만, 몇 주 뒤에는 그 영화가 다시 상영됐다. 늘 똑같은 영화였다. 본 영화에 앞서 보여주는 상영물도 늘 똑같았다. 오래된 주간 뉴스 두 편, 그리고 육식 식물에 관한 길고 지루한 ─ 내레이션은 무척 비장하게 들렸다 ─ 영화 한 편. 내가 본 영화 중에 최악이었고, 또한 제일 많이 본 영화였다. 그러나 올림피아는 내가 가본 영화관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내레이션 한 문장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남부 멕시코에 사는 끈끈이주걱의 먼 친척 가운데 하나는, 이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일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우리 모두 내레이션 전체를 외울 수 있었다. 우리뿐 아니라 거의 서른 명쯤 되던 단골손님들도 모두 그랬다. 우리는 이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했지만, 화요일마다 거기서 만났다. 육식 식물에 관한 끔찍한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큰 목소리와 영화배우 같은 요란한 몸짓으로 정확하게 내레이션을 따라했다. 명쾌하고 아름다운 합창이었다.
바로 이 합창 때문에 우리는 화요일마다 올림피아로 향했다. 이 합창은 처음에는 그저 바보 같은 장난으로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지하고 아름다운 의례가 되었다.
아니다, 나는 영화나 재즈를 향한 열정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의례를 잃었다. 열정이 깊이 간직되어 있는 의례를……. -51~52쪽

작은 세상, 큰 세상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만나는 기쁨


넉넉함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순간의 의미나 소중함을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단지 피상적으로 관찰하고 성급하게 이해한 후 그 상황을 ‘처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저자는 ‘관찰하기’나 ‘이해하기’보다 ‘바라보기’나 ‘듣기’같은 좀 더 단순한 행동을 우위에 둔다. 바라보기나 듣기를 통해서만 우리가 받았던 교육이나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모두 내려놓은 채 순수하고 본질적인 순간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하기’보다 ‘듣기’〉에는 지적장애인 시설에서 열린 낭독회에 참여해 진정한 ‘듣기’의 순간과 조우했던 경험이 등장한다. 저자는 지적장애인들이 자신의 글을 알아듣지 못하리라 지레짐작하고 가장 간결한 내용을 찾아 다듬어 갔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섰을 때는 생각을 바꿔 준비했던 내용이 아닌 원본 그대로의 글을 읽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지적장애인들은 저자가 그들의 ‘듣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계획보다 오래 읽었고, 읽는 게 재미있었으며, 내 이야기들을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편견이나 성급한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소통의 순간을 들려준다.
또한 이 책에는 “나는 관찰하지 않는다. 그저 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저자가 ‘바라본’ 광경들이 그려져 있다. 소녀가 다락에 처박힌 고장 난 타자기로 타자를 치는 것을 보며 “소녀가 했던 그런 인내심으로, 그렇게 진지하고 경건하게” 글을 쓰지는 못했노라 반성하기도 하고, 가로 세로 낱말퀴즈를 풀 때 이제 유행이 지나 낱말퀴즈에 등장하지 않는 단어들을 떠올리며 “누가 이제 내 머리에서 불필요한 단어를 삭제해줄 건가? 하드디스크를 한번 정리해야 할 텐데”라며 슬쩍 유머를 건네기도 한다. 동물원에서 동물의 이름을 가르치려 애쓰는 부모들과는 달리, 이름 따위에는 상관없이 이미 동물들에게 감탄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동물들 스스로는 자기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세상은 자기 이름을 모른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 부르면서 세상을 멀리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이런 바라봄의 순간들은 독자들에게 기차 여행을 떠날 때 느끼는 것과 같은 소소한 즐거움과 모든 치장을 걷어낸 세상과의 만남이라는 기쁨을 선사한다.

몇 년 전, 어느 방학 캠프에서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낭독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거절하지 못했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쓴 글들을 세밀하게 읽으며 가장 간결한 이야기를 찾아 이를 다시 단순하게 다듬고는 낭독 계획까지 ─ 평소에는 거의 하지 않는 일이다 ─ 세웠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서 낭독을 할 때는 그 계획을 포기하고, 아마 문학적 소양이 있는 청중 앞에서 읽었을 것과 똑같은 내용을 낭독했다. 나는 그들보다 더 집중해서 듣는 청중들을 만난 적이 없다. 그들은 정말 귀를 기울였다. 얼마나 집중하여 듣는지, 낭독하는 내가 그들의 ‘듣기’를 몸으로 느낄 정도였다. 나는 계획보다 오래 읽었고, 읽는 게 재미있었으며, 내 이야기들을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이 내 이야기를 이해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집중해서 들었다.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도보다 더 집중해서. 그리고 그들은 능동적으로 들었다. […]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가 ‘이해’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곳에서 청중에게 이해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듣기’란 ‘이해하기’보다 훨씬 단계가 높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대단찮은 청중일 것이다. 언제나 성급하게 이해하려고 하니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우리는 진정으로 들을 수 있다. -102~104쪽

내 고향은 어디일까?
- 죄송하지만 나는 이런 민족에서 탈퇴하련다


저자가 살아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권력이나 국수주의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태양이 지구 위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듯이, 권력이나 이와 관련된 문제들도 사회적인 계약을 맺고 있는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 이런 문제들이 자신과 관계없는 먼 것이라 여기기 쉽다. 바라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눈 밝은 저자는 평온한 일상에서 이런 문제들이 튀어나오는 순간을 섬세하게 잡아낸다.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를 할 때, 경기장에서 상대팀 선수들과 응원단에게 폭력적인 야유를 보내는 것을 ‘분위기’라고 표현한다거나, 자국이 우승한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도록 강요당하거나, 심지어 이런 스포츠에 ‘민족’이라는 단어를 붙여 광적으로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며 “빌어먹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은 단호히 “죄송하지만 나는 이런 민족에서 탈퇴하련다”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이렇듯 일상에서 국수주의와 마주치게 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이런 문제들이 거대한 무엇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일상적인 상황에 비추어 독자들이 그 실체를 생생히 느끼게 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돕는다.
또한 권력자들이 자주 내세우는 주제인 ‘융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외국인들에게 자국 언어를 배워 융화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모든 상거래가 짧고 현금은 현금 인출기에서, 차표는 차표 자동 발매기에서 찾는 요즘 세상에서 외국인들이 과연 자국 언어를 배워 “누구와 이야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하며, 융화란 이런 것과는 다르고, 외국인들만 일방적으로 융화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무기력한 사람들이 권력자에게 맞추는 것이 진정한 융화인지 되묻는 저자는 융화는 약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을 허용하지 않은 채 효율만을 목표로 삼는 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제 조정 경기에 관해 스스로를 문외한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그 텔레비전 해설자가 유일하고, 다른 스위스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 덕분에 조정 전문가가 되었다. 우리는 이제 ‘조정 민족’이다. 사 년 전에 어떤 저널리스트가 재미있게 역설적으로 한 말인데 ─ 우리는 이제 ‘스키 민족’이 아니라 ‘조정 민족’이라고 - 이제는 씁쓸한 현실이 되었다.
죄송하지만 나는 이런 민족에서 탈퇴하련다. 조정 민족의 구성원이 되고 싶지 않다. 조정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무척 멋지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게다가 갑자기 ‘민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나라는 정말 빌어먹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167쪽

이상스럽게도, 나 혼자 살고부터는 집이 작아졌다. 원래는 커져야 하지 않는가. 그러면 아마 이 집보다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할 텐데.
금붕어는 몸 크기를 환경에 맞춘다. 작은 어항에서는 작은 채로 있고 큰 어항에서는 커지며, 연못에 놓아주면 정말 큰 물고기가 된다. 그러나 인간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성장한다. 그러니 환경은 어쩔 수 없이 인간에게 적응해야 한다. 아마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 집은 언제나 작았지만, 내가 여기서 혼자 살면서부터 더 작아졌다. 집은 크기를 잃어버렸다.
[…] 나는 금붕어처럼 환경에 적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즐긴다. 또한 우리 집이 입주자의 수에 적응하여, 혼자 사는 나를 위해 작아진 것도 좋은 일이다. 옛날의 그 큰 집에 나 혼자 살게 되었더라면 아마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 하지만 사람들은 이걸 망상이라고 부른다. 언급할 필요도 없긴 하지만 우리 집 크기는 실제로는 예전과 똑같고, 그저 내 느낌이 나를 속일 뿐이다. 주변 환경이 나에게 적응했다고……. 그러나 권력자들도 이런 망상 속에서 산다. -141~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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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

     

    20200102_165405.png

     

    남아도는 시간에 여유를 갖고 읽으셔도 됩니다

     

      한 사람이 서있다. 언뜻 봤을 때, 그저 서있는 것인지 누구를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초조한 듯 발을 동동 구른다거나 불안한 눈빛으로 계속 시계를 쳐다본다면? 우리는 그가 누군가를 아니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이나 시기나 특정 상황이 정해져있음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기다림은 설렘을 유발하지만, 부정적인 기다림은 불안과 초조를 야기한다. 기다리며 사는 삶이 때론 그리 달갑지 않은 이유다.

     

      계획하고 준비하고 기다리고 행하는 삶의 방식이 당연한 듯 살아왔지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갑갑한 인생이다. 우리 삶에 남아도는 시간’, ‘여유로운 시간이 없어진 것이고, 이는 곧 나만의 시간이 없어졌다는 걸 뜻한다. 그래도 젊었을 때 열심히 살다가, 나이를 먹으면 여유를 갖고 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의 페터 빅셀은 이야기한다. 글쓴이의 안타까운 마음과 작은 바람이 책 속에 녹아들어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시간 관리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거나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는 둥 남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 책은 삶의 여유를 꿈꾸는 한 어른이 우리 삶을 바라보며 기록한 산문집이다. 기다림과 여유에 관한 이야기 외에도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짧은 산문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이 또한 여유를 갖고 관찰하며 사유했을 때 보이는 것들이 아니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시간 많은 어른이 되어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를 손에 쥐었다면 책 속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눈을 부릅뜬다거나 남들보다 먼저 읽기 위하여 다급하고 촉박하게 읽을 필요 없다. 남아도는 시간에 여유를 갖고 읽었으면 한다. 페터 빅셀은 우리에게 그 정도의 여유는 누려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 작은 실천이 책 제목처럼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을 뛰어 넘어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 기초단계가 될 것이다.

     

    ---------- 나를 흔들어 놓은 문장들 ----------

     

    핵심 단어 : 기다림

    생각 정리 :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 지금과 다른 변화를 고려해서 기다리기.

      우리는 왜 기다리는 걸까? 왜 기차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복도에 서서 기다릴까? 아마 우리가 기다림만큼 고통스럽게 배운 건 없기 때문일 테지. 유치원과 학교 입학 기다리기, 졸업 기다리기, 은퇴 기다리기, 그리고 어쩌면 기다림조차 기다리기. 병원에 약간 일찍 도착해서 그 앞을 오가며 기다리기, 이 기다림이 끝나면 대기실에서 또 기다리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림의 기다림을 기다리기.

    페터 빅셀의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18

     

    핵심 단어 : 추억

    생각 정리 : 바뀐 것은 없다. 그저 추억으로 남을 뿐.

      과거, 그러니까 옛날이 지금보다 나은 이유는 지금보다 뭔가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추억이라는 것.여기에는 모든 것이 지금과 아주 달랐을 때 자기도 그걸 경험했다는 기억도 포함된다.

    페터 빅셀의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29

     

    핵심 단어 : 기차

    생각 정리 : 기차에 몸을 싣고 무작정 떠나기.

      아무 목적 없이, 정말 아무런 목적 없이 기차를 탈 때면 어딘가로 가거나 창밖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거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타기 위해 탈 때 나는 도주에 대해 이렇듯 소박하고 각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냥 떠나기, 일상에서 탈출하기, 기차로 떠나는 많은 도주는 나에게 소시민적인 즐거움을 안겨준다.이런 도주는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 기계가 안전하다는 확신뿐만 아니라, 이 플랫폼이 나를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해주리라는 안전한 감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도주. 돌이킬 수 없는 도주가 아니라 예행연습으로 해보는 자그마한 도주에 불과하니까.

    페터 빅셀의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55

     

    핵심 단어 : 신뢰

    생각 정리 : 정치.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신뢰를 쌓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그런 다음 딴짓거리.

      어쩌면 대중의 입을 바라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해 먼저 신뢰를 쌓으려고 같은 의견을 지닌 주제를 찾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

    페터 빅셀의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63

     

    핵심 단어 : 일기

    생각 정리 : 일기를 쓰기 위해 살게 된 내 하루. 하루일과 중 기억나는 거 아무 거라도 쓰라고 하지만 그마저도 기억나는 게 없는 날도 있다.

      나는 일기 쓰기가 두렵다. 살면서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이삼일 뒤에는 늘 포기했다. 일기장은 내 날들을 망쳤다. 낮에 경험한 일을 저녁에 쓰는 것이 아니라, 일기장을 위해 살기 시작했으니까. 일기장을 위해 움직이고, 일기장을 위해 관찰했다. 일기장을 위해 술집을 고르고, 일기장을 위해 이야기할 사람을 찾았다. 의미 있는 일만 해야 한다면 인생은 삭막해진다. 일기장에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었음이라고 적은 그 오늘도 상황에 따라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을 수도 있을 테니.

    페터 빅셀의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84

     

    핵심 단어 : 듣기

    생각 정리 : 많은 경험을 통해 구축한 자신의 주관은 선입견을 쌓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선입견을 품고 이해하려고 든다면 제대로 듣고 읽을 수 없다.

      어쩌면 듣기이해하기보다 훨씬 단계가 높은 것인지도 모른다.우리는 결국 대단찮은 청중일 것이다. 언제나 성급하게 이해하려고 하니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우리는 진정으로 들을 수 있다.

    페터 빅셀의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103

     

    핵심 단어 : 권력

    생각 정리 : 권력을 가진 자. 대중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하고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런 권력자를 사랑하는 대중들이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권력자들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믿을 때 비로소 안전함을 느낀다.

      어쨌든 모든 권력은 공포다. 권력은 자신이 퍼뜨리는 공포를 먹고 산다.나는 권력 획득과 유지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권력을 원하는 사람들은 일단 공포를 퍼뜨려야 한다. 권력자들은 그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부터 왜 그다지도 사랑받을까?(중략) 포에 떠는 사람들은, 공포를 퍼뜨리고 안전을 약속하는 사람의 뒤를 좇는다.불합리한 결합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기들 스스로 권력이 있다고 믿는다. 자기가 권력자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페터 빅셀의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153

  • 이미 최영미 시집은  사기로 마음을 먹었고,   버지니아 울프의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이미 최영미 시집은  사기로 마음을 먹었고,
     
    버지니아 울프의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과 이 책을 놓고
     
    어떤 것을 살까 망설이다가 <고통...>은 그 자리에서 읽기로 하고 이 책을 샀다.
     
    제목이 끌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에도 제목이 끌려서 산 책이 있었는데,
     
    그 책도 요 사람책이었다.
     
    어디에 기고한 글 모음이라는데 책 띠지에 극찬한 광고 카피만큼  내게 와 닿진 않았다.
     
    뭐, 선지국을 못 먹는 게 잘못은 아니니까.
     
    음... 살짝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 같은 느낌?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소녀는 문으로 들어서다가 뭔가를 보고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과거를 소유하는 일은 이렇게도 일찍 시작된다!
    .
    .
    .
    '추억'이라는 것. 여기에는 모든 것이 지금과 아주 달랐을 때 자기도 그걸 경험했다는 기억도 포함된다. 노화현상 중 하나다.
    p29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언제나 과거 형태이며,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오직 그 이유에서 우리는 과거에는 모든 것이 더 좋았다는 치명적인 오류에 계속 빠진다.
    p39
     
     
    잠들기 위한 소음, 잠에서 깨기 위한 소음이 필요하니까.
    p74
     
     
    일기장은 내 날들을 망쳤다. 낮에 경험한 일을 저녁에 쓰는 것이 아니라, 일기장을 위해 살기 시작했으니까. 일기장을 위해 움직이고, 일기장을 위해 관찰했다. 일기장을 위해 술집을 고르고, 일기장을 위해 이야기할 사람을 찾았다. 의미 있는 일만 해야 한다면 인생은 삭막해진다. 일기장에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었음'이라고 적은 그 오늘도 상황에 따라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을 수도 있을 테니.
    p85
     
     
    행복의 많은 부분은 햄과 빵 조각의 두께와 관련이 있었다.
    p150
     
     
    2010.01.21
  • 우리는 왜 기다리는 걸까? 왜 기차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복도에 서서 기다릴까? 아마 우리가 기다림만큼 고통스럽게 배운 건 없기 때문일 테지. 유치원과 학교 입학 기다리기, 졸업 기다리기, 은퇴 기다리기, 그리고 어쩌면 기다림조차 기다리기. 병원에 약간 일찍 도착해서 그 앞을 오가며 기다리기, 이 기다림이 끝나면 대기실에서 또 기다리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림의 기다림을 기다리기.   ...
    우리는 왜 기다리는 걸까? 왜 기차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복도에 서서 기다릴까? 아마 우리가 기다림만큼 고통스럽게 배운 건 없기 때문일 테지. 유치원과 학교 입학 기다리기, 졸업 기다리기, 은퇴 기다리기, 그리고 어쩌면 기다림조차 기다리기. 병원에 약간 일찍 도착해서 그 앞을 오가며 기다리기, 이 기다림이 끝나면 대기실에서 또 기다리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림의 기다림을 기다리기.
     
    무슨 일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할까? 효율성이라는 괴물이 없다면, 모두 쓸데없는 일일까? 그렇다면 과연 쓸모 있는 일은 무엇일까? 돈이 되는 일?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일? 아니면 땅 파고 삽질하고, 강을 뒤집는 일?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은 ‘넉넉함’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규격화’된 그 무엇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말한다. 때문에 그의 글을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위안이다.
     
    기다림과 의례. 우리가 점점 견디지 못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기다림에 익숙해졌기에, 기다림을 ‘기다린다’는 것을 모른다. 언제나 정확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안절부절한다. 시간이 우리를 지배한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만 해야 한다면 인생은 얼마나 피곤할까.
     
    또한 우리는 의례를 잃어가고 있다. 전통이라는 이름이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되고, 소중한 기억들이 쓸모없는 행동으로 전락한다. 저자는 의례가 의미 없어 보이는 일에 정성을 다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을 좀 더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참여하는’ 의식이라 생각한다. 의례라는 형식 안에 담겨 있는 삶의 열정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점점 의례는 필요 없는 것들 중 하나로 치부되고 있다.
     
    의례가 필요한 곳은 공동사회뿐인데, 이 공동사회는 이제 사적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모두는 게토에 살게 된다. 호화스러울 때도 있긴 하지만, 탈의례화한 게토에.
     
    저자는 관찰이 아닌 그저 ‘바라본다’고 말한다. 성급하게 관찰하고 결론을 짓기 보다는 그저 바라봄으로서 단순함 속에 본질을 찾는다. 이는 넉넉함을 상실한 이 시대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매우 소중한 일이기도 하다.
     
    단순하고 짤막한 문장 속에 튀어 오르는 깨달음은 놀랍고 반갑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우리는 무질서만이 아니라 아마 질서 때문에 환경을 훨씬 더 많이 파괴할 것이다. 우리 마음에 들어야 할 뿐 환경의 동의는 얻지 않는 질서 때문에.”
    4대 공사나 기타 등등이 ‘질서적인’ 재앙들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니니라.
     
    이해하기보다 ‘듣기’를 소중히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세상은 조금은 더 정돈되고 차분해질지 모른다.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멋지기 때문이다. 이해가 때로는 공격과 반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 저자는 이미 알고 있다.
     
    글에는 따스함이 담겨있다. 거창한 명분이나 이상보다는 다만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다.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함 속에 자질구레한 인간들이 존재함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작은 소속감을 사랑하지만, 그 어떤 배타성에도 반대하는. 그는 더불어 살 줄 아는 아주 ‘희귀한’ 인간 중 하나다.
     
    인사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인식했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소속감을 서로 표현하는 상징의 하나다. 인사를 받고 인사를 안다는 것은 우울한 날에 약간의 온기를 가져다주는 행위다. 자동차를 몰고 가는 사람은 이런 기회가 없다. 인사는 보행자의 특권이다.
     
    저자는 권력, 국수주의에 반대한다. 단호히 거부한다. 축구와 같은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에서 나타나는 ‘광적인’ 분위기는 자칫 상대에 대한 무차별 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러한 것들을 애국심이나 민족주의로 몰아가는 행태에 대해 저자는 ‘빌어먹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 따위 국수주의에 매몰된 국가라면, 민족이라면 ‘탈퇴’하겠다고 말한다. 2002월드컵으로 시작된 우리의 살벌한 민족주의, 혹은 이상야릇한 애국심을 보았을 때, 우리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G20과 같은 쓸데없는 짓거리에 국민들을 동원하고 겁주는 정부의 형태 역시 똑바로 봐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권력에 순응하고, 그 권력에게 관심을 받게 된 이들은 자신들 역시 권력의 주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으로 타인을 구속하고 괴롭혀도 된다고 합리화한다. 이런 빌어먹을 발상들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정부와 국가라는 괴물이 만들어낸 손쉬운 무기이기도 하다. 권력에 굴복하고 기생하는 것은 ‘융화’가 아님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바쁘게 살아간다. 안 그러면 죽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 왜 사는 지를 잊는다. 먹기 위해 왜 먹는지 잊는다. 살기 위해 사랑이 무엇인지를 잊는다. 그리곤 왜 살았는지도 모른 채 죽는 것을 기다린다.
     
    때로 빨대 크기만이라도 숨 쉴 구멍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말’ 살 수 있다. 똑바로 살 수 있다는 말이다. G20이 어서 끝나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자신의 ‘생각’이라면 정당하다. 그 다음 또 아시안게임으로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려는 수작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 거부감이 진실이다.
     
    소소한 행복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회, 오직 효율성과 이윤만을 미친개처럼 거품 물어가며 떠드는 사회는 단언컨대, 살만한 곳이 아니다. 저자의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은 때문에 오늘 여기를 살아가는 나에게 또 다른 고민을 던져준다.
     
    넌 도대체 뭣 때문에 이리 바쁘게, 생각 없이 사느냐고.
     
  • 행간을 읽는 재미 | su**ell | 2010.10.08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재밌는 책이다.
    먼저 그것을 전제로 시작해보자.
    작...

    재밌는 책이다.
    먼저 그것을 전제로 시작해보자.
    작가는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교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로 말한다.
    평범한 이야기를 전혀 평범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그의 칼럼은 독특하다.
    재치와 위트를 적절히 구사하는 촌철살인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17C 프랑스 극계를 대표하는 고전주의 비극작가 장 라신느를 떠올렸다.
    대표작 페드라(phaedra)로 유명한 그녀 말이다.
    시니컬한 문체와 현실에서 한발 비켜선 작가.
    독자는 저자를 잊고, 그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자신의 체험인 양 빠져들게 된다.

    저자는 생활 속에서 그때그때 떠오른 단상과 직접 견문한 일화에서 미끄러져 나온  생각들을 掌篇이라는 형식을 통해 전달한다.   페터 빅셀은 그야말로 짧은 이야기(掌篇)의 마술사이다.
    "그는 장편(掌篇)이라는 형식을 통해 얼마 안 되는 낱말들로 아주,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하는 위대한 이야기꾼이다."라고 말하는는 게오르그 파처의 평은 적절하다.
    적절한 예화와 인용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깨어나게 하는 글이 많으며,  논리 전개가 날렵하고 행간은 깊다.  짤막한 일화를 통해 만나는 가르침은 때로 저도 몰래 무릎을 치게 하고 즉시 눈앞의 현실과 겹쳐 읽게 만든다.  하지만 화두는 항상 세상이 아닌 나에게로 향해 있다.  남을 탓하고 세상을 허물하기 전에 나 자신의 가늠이 어떠해야 할지가  늘 먼저다.  그러나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림을 기다리듯이.
    그가 깨끗이 닦아둔 거울에 스스로를 비춰 본다면 중심을 잃고 휩쓸리기 쉬운 복잡한 현실에서 좌표를 점검하고 방향을 살피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아버지들도 팻말에서 팻말로 걸음을 옮기며, 지식의 신처럼 아이들에게 동물이름을 전달한다.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도 이미 동물들에게 감탄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건 그렇고,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온 동물들도 이름은 독일어로 쓰여 있다.  동물들 스스로는 자기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세상은 자기 이름을 모른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 부르면서 세상을 멀리하는 것이다.  알바니아인, 프랑스인, 터키인...... "(P.95) 


    그의 글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무뎌지고 무감각해졌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아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익숙함이란 무덤에 자라는  이름 없는 잡초에 지나지 않는다.

  •   누구나가 꿈을 꾸는 이상적인 어른의 삶에 대한 모습, 특히나 시간에 쫓기듯 바쁜 생활을 하는 어른이 되어서는 자...
     

    누구나가 꿈을 꾸는 이상적인 어른의 삶에 대한 모습, 특히나 시간에 쫓기듯 바쁜 생활을 하는 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풍요로운 시간에 대한 끝없는 욕구를 차분히 억누르며 시간을 맞이한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쩌면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존슨은 오늘 오지 않는다’ 저자는 늦은 오후에 적포도주를 한잔 들고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는 누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그의 테이블 건너편의 의자는 빈 채로 놓여져 있다. 시간이 흘러간다. 그는 존슨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어 있는 건너편 자리는 그를 기다림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 그는 시계를 본다. 그리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저 무언인가를 무작정 기다린다.

    ‘우리가 아직 기다릴 수 있던 시절에’ 저자의 작은 동네에는 바보가 한명 있었다. 그에게 뭘 하는가를 물어보면 그는 항상 “기다려!”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그래서 무엇을 기다리냐고 물으면 머뭇거리다 돌아오는 말은 “그냥 기다려”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착지에 도착하는 열차 안에서 도착방송이 나오면 그 몇 분전부터 열차 복도에 길게 줄을 서고 열차의 멈춤을 기다린다. 그들의 기다림은 목적이 있고 이 목적은 정확한 예측도 가능한 기다림이다. 그래서 그 기다림에는 고통이 뒤따른다. 예측은 기다림을 방해하고 기다림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바보의 기다림에는 고통이 없다. 단지 기다림이란 자체를 기다리기 때문에...

    ‘그 여자 이름이 도대체 뭐였지?’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름을 부르면서 관계를 맺는다. 저자를 어린 여학생 몇 명이 인터뷰하러 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몇 권의 책을 쓰셨어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등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적인 질문들이다. 그런데 한 소녀가 묻는다. ‘이름을 어떻게 생각해내세요?’ 그는 이 소녀가 자신의 예전처럼 사람들 몰래 소설을 쓴다고 생각한다. 그 소녀와 많은 대화를 한다. 다른 아이들은 지루해 한다. 그리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름이 갖고 있는 힘을... 이름으로 인하여 대상의 윤곽은 더욱 명확해지며 뚜렷한 존재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름이 부여해주는 존재감은 점점 더 확장되어져 대상의 존재감을 표현해주는 정도를 넘어 이름 자신의 존재감만을 남게 되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존재에 대한 윤곽은 남아있지 않고 이름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책의 고상한(?)제목에 이끌려 손에 쥐었던 글은 자칫 본질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곳에서 목적지를 찾아 헤메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다. 많이 단순해보이고 느리고 조금은 엉뚱한 일상의 생활습관과 사고들에 대한 저자의 인식들이 내 자신이 망각하고, 나를 둘러싼 사회가 망각시켜버린 본래의 모습들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되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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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고도서 : 반품/교환접수없이 반송하거나 우편으로 접수되어 상품 확인이 어려운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판매자
예성사랑
판매등급
특급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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