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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자유(철학의 정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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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쪽 | A5
ISBN-10 : 8976823737
ISBN-13 : 9788976823731
신체와 자유(철학의 정원 9) 중고
저자 심귀연 | 출판사 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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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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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는 인간의 자유를 가능케 하는 장이다! 『신체와 자유: 칸트의 자유에서 메를로 퐁티의 자유로』는 메를로 퐁티 철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입문서이자, ‘자유’의 문제를 ‘신체’와 결부시켜 풀어 낸 연구서이다. 프랑스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신체론’을 토대로 정신과 신체를 구분하는 근대의 이분법적 논리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금껏 이성의 도구로서 여겨져 오던 ‘신체, 세계, 타자’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이들로 인해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삶의 구체적인 상황들 속에서 우리의 선택과 행위를 통해 펼쳐지는 자유와 신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저자소개

저자 : 심귀연
저자 심귀연은 경상남도 진주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경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상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석사과정에 들어가면서 은사님과 선배, 동료들과 함께 ‘포이에시스-다른 목소리로 함께’라는 독서토론 모임을 시작했고, 2006년, 모임 10주년을 기념으로 회원들의 글을 모아 작은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보냈다. 이 모임을 통해 공부의 깊이를 가지게 되었으며, 타자와 세계에 대한 이해의 눈이 뜨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새로운 모임을 통해 철학적 사유와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메를로-퐁티의 지각 개념에 관하여」(2007),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본 타자화된 여성」(2010), 「세계와 깊이: 메를로-퐁티와 세잔의 회화를 중심으로」(2012)가 있다.

목차

머리말 5

1장 _ 서론 : 자유의 실현 가능성 14

2장 _ 객관적 신체와 자유 23

1. 지각과 신체 : 경험주의와 주지주의 26
지각의 문제 26 | 신체의 문제 43
2. 칸트와 자유 59
순수이성과 선험적 자유 59 | 도덕법칙과 실천적 자유 67

3장 _ 코기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자유 77
1. 신체화된 코기토 77
코기토 : 데카르트와 메를로- 퐁티 77 | 코기토와 현상적 장 89
2. 코기토와 지향성 99
코기토와 공간성 101 | 코기토와 시간성 118

4장 _ 세계와 자유 131
1. 세계의 의미 : 데카르트, 후설, 메를로- 퐁티 131
2. 세계 - 에로 - 존재와 신체 142
주체성 : 세계 - 에로 - 존재 142 | 신체 : 타인과 세계 152
3. 세계 - 에로 - 존재와 세계 165
세계 - 에로 - 존재와 자연적 세계 165 | 세계 - 에로 - 존재와 지각된 세계 176
4. 세계 - 에로 - 존재와 자유 186
절대적 자유와 조건 지어진 자유 186 | 선택과 자유의 상황 196

5장 _ 결론 : 자유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실현 가능하다 210

참고문헌 217
국내에 발표된 메를로-퐁티 관련 논문 219
찾아보기 227

책 속으로

자유를 논한다는 것은 인간을 논한다는 것이며, 인간을 논하는 것은 결국 세계(조건)와의 관계를 배제하고서는 그 논의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란 ‘조건 지어진 자유’이며, 신체적 지평과 지각의 장에서 펼쳐지는 자유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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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논한다는 것은 인간을 논한다는 것이며, 인간을 논하는 것은 결국 세계(조건)와의 관계를 배제하고서는 그 논의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란 ‘조건 지어진 자유’이며, 신체적 지평과 지각의 장에서 펼쳐지는 자유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의 자유는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메를로-퐁티가 인간에 대해 ‘세계-에로-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 20쪽)

근대의 신체는 사물적 대상이며, 신체의 움직임은 기계적 유기체로 설명된다. 신체의 대상화는 근대의 객관적 사고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객관적 사고에 의해 사물적 존재로 취급되는 신체를 객관적 신체라고 할 때, 객관적 신체에 대비되는 신체를 ‘고유한 신체’(le corps propre)라고 한다. 객관적 사고는 신체를 분석함으로써 고유한 신체를 잃어버리고 있다. 특히 데카르트는 신체를 영혼이 없는 사물에 불과하며, 신체의 기능은 기계적 작동과 같다고 간주한다. 이때 신체는 우리가 세계에 관여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므로 신체는 철학적 사유에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본문 44쪽)

칸트가 의지의 자유를 최상의 원리로 간주한다는 것은 오직 신적 자유만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은 칸트가 필연성의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더불어 그가 철학적 모순에 빠졌음을 보여 준다. 칸트는 신체를 배제함으로써 존재하지 않는 자유, 선험적 자유만을 말하였다. 칸트는 순수이성이 실천이성의 기능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 사실상 우리는 이것을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오히려 칸트의 실천이성은 순수이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또한 실천이성에 의해서 현실화되었다고 간주되는 실천적 자유는 선험적 자유에 다름 아니다. (본문 75쪽)

메를로-퐁티는 데카르트와 칸트를 극복하는 길이 코기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코기토는 사유하는 코기토가 아니라 신체를 가지고 행위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코기토이다. 따라서 의지에 의해서 그 행위가 결정되지 않는다. 자유는 결심이 있고 난 후에 그것이 행위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상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본문 76쪽)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세계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보여 주려 한다. 인간은 세계 속에 기투되고 그 세계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열어 간다. 세계는 인간이 그 세계에 참여함으로써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이해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계는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또 인간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만들어 간다. 이처럼 세계와 인간 존재는 분리될 수 없으며 서로 얽혀 있다. 인간과 세계는 서로에게 향하며, 서로에게 속하여 애매한 상태로 자신들을 드러낸다. (본문 135쪽)

메를로-퐁티는 자유를 인간 정신과 신체가 서로 얽혀 있듯이 외부와 내부의 만남이라고 말한다. 외부와 내부는 옷감의 안과 밖처럼 분리가 불가능한 관계이다. 이렇듯 자유는 인간 주체와 세계의 만남을 통해 드러난다. 그러나 인간 주체와 세계와의 관계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메를로-퐁티는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선택하고 세계는 우리를 선택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참여의 방식이다. (본문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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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린비 ‘철학의 정원’ 시리즈 아홉 번째 권. 이 책은 프랑스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신체론’을 참조하여 정신과 신체를 구분하는 근대의 이분법적 도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의 신체뿐 아니라 자유를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새롭게 사유한다. 그리...

[출판사서평 더 보기]

그린비 ‘철학의 정원’ 시리즈 아홉 번째 권. 이 책은 프랑스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신체론’을 참조하여 정신과 신체를 구분하는 근대의 이분법적 도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의 신체뿐 아니라 자유를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새롭게 사유한다. 그리하여 지금껏 이성의 도구, 대상으로서 여겨져 오던 ‘신체, 세계, 타자’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이들이 있어 우리의 활동이 제약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로 인해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함을 보여 준다.

그간 근대철학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으로서 메를로-퐁티에 대한 관심은 많았으나, 국내에 주목할 만한 입문서나 연구서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메를로-퐁티 철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입문서이자, ‘자유’의 문제를 ‘신체’와 결부시켜 풀어 낸 연구서로 독특한 지위를 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삶의 구체적인 상황들 속에서, 우리의 선택과 행위를 통해 펼쳐지는 자유와 신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신체’가 있어 가능한 ‘자유’를 말한다!
메를로-퐁티의 사유를 통해 새롭게 만나는 신체, 그리고 자유!!


“자유로운 영혼”. 일상적인 대화에서 종종 사용하곤 하는 이 말에서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말 속에는, 우리의 몸은 비록 온갖 제약투성이인 현실 속에 있을지라도, 영혼만큼은 그 모든 현실을 초월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믿음이 가능한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머릿속에 ‘영혼/정신=자유, 신체=부자유’라는 근대철학의 도식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영혼과 신체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았을 때, 우리는 ‘자유로우면서도 자유롭지 못한’, 모순적 상황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생기는 질문 하나, 자유롭기 위해서는 이 거추장스러운(?) 신체를 벗어던져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누구나 자유를 갈망한다. 하지만 막상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적잖이 당황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어느 정도로 자유로울 때, 우리는 ‘자유롭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를 구속하는 모든 요인들이 사라지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프랑스의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철학을 참조하여 인간의 실존과 자유의 문제를 풀어 간 이 책 『신체와 자유』의 저자 심귀연은 우리의 현실 및 조건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자유란 ‘없다’고 단언한다. 예컨대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조건 지어진 상황 자체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장애인이 자신의 손상된 신체를 벗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유가 그 모든 조건을 제거해야만 실현 가능한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 삶 속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유는 우리를 조건 짓는 ‘상황’ 속에 있다고 봐야 한다.
『신체와 자유: 칸트의 자유에서 메를로-퐁티의 자유로』는 메를로-퐁티의 ‘신체론’을 참조하여 정신과 신체를 구분하는 근대의 이분법적 도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의 신체뿐 아니라 자유를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새롭게 사유한다. 근대철학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이성과 주체를 중시하는 인식론부터 철저하게 비판했던 메를로-퐁티 철학의 궤적에 따라, 이 책 역시 기존의 감각, 지각, 인식 개념에서부터 하나하나 의문을 제기하며 근대철학의 한계를 파헤쳐 나간다. 그리하여 지금껏 이성의 도구, 대상으로서 여겨져 오던 ‘신체, 세계, 타자’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이들이 있어 우리의 활동이 제약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로 인해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함을 보여 준다. 그간 근대철학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으로서 메를로-퐁티에 대한 관심은 많았으나, 국내에 주목할 만한 입문서나 연구서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저자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은 메를로-퐁티 철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입문서이자, ‘자유’의 문제를 ‘신체’와 결부시켜 풀어 낸 연구서라는 독특한 지위를 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삶의 구체적인 상황들 속에서, 우리의 선택과 행위를 통해 펼쳐지는 자유와 신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메를로-퐁티, 세계와 얽혀 있는 인간의 실존을 말하다!

근대의 신체는 사물적 대상이며, 신체의 움직임은 기계적 유기체로 설명된다. 특히 데카르트는 신체를 영혼이 없는 사물에 불과하며, 신체의 기능은 기계적 작동과 같다고 간주한다. 이때 신체는 우리가 세계에 관여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므로 신체는 철학적 사유에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본문 44쪽)

근대철학자들에게 신체는 세계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들은 ‘세계에 대한 앎’인 ‘인식’이 궁극적으로는 정신(이성)의 작용이지, 신체의 작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이전의 경험과 의식 작용이 미리 구성하고 조작해 놓은 대로 인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근대철학의 인식론은 고전주의의 화풍에 따라 그려진 회화들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다. 고전주의 화가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화폭에 옮기기보다는, 기하학적 원근법과 수학적 계산에 따라 크기와 선명도 등을 달리 그려 냈다. 우리가 실제로 보고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이때 세계는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기보다는, 우리로부터 분리된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신체와 세계를 이렇듯 주체의 의식과는 별개인, 일정한 법칙에 따라 존재하는 외부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면, 여기에 ‘자유’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지게 된다. 자유란 정해진 법칙이나 회로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메를로-퐁티가 근대철학의 ‘객관적 신체’를 ‘세계화된 신체’, ‘신체화된 의식’, ‘고유한 신체’ 등의 개념으로 전환하여 설명하는 것은, 이성적 주체와 신체, 그리고 세계가 분리 불가능한 영역임을 보이기 위함이며, 더 나아가 우리가 신체를 가지면서도 자유로울 수 있음을 말하기 위함이다.
메를로-퐁티는 정신(이성)과 신체, 주체와 세계 간의 분리 불가능한 관계를 ‘애매함’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일례로 우리는 ‘밤’이라는 공간을 대상화하여 인식할 수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밤’이라는 공간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양쪽 손을 맞잡을 때, 어느 손이 인식의 주체이고 인식의 대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정신과 신체, 주체와 세계는 ‘애매한’ 관계 속에 놓여 있으며, 그렇기에 자유 역시 어느 한쪽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념적ㆍ관념적 자유에서 신체를 통해 열어 가는 자유로!

자유는 그 자체로서 순수할 수는 없다. 그러한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 자유이다. 인간 존재는 세계-에로-존재로 구조화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와의 관련 속에서 존재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란 조건 지어진 자유일 수밖에 없다. 자유는 세계에 참여하면서 실현된다.(본문 195~196쪽)

앞서 말했듯, 서구의 철학 전통 안에서 ‘자유’는 철저하게 정신, 이성의 영역이었으며, 신체는 이성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었다. 메를로-퐁티가 ‘자유’ 개념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대척점으로 삼았던 칸트는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자유(선험적 자유)에 대해 말했다. 그는 실천이성과 실천적 자유 개념을 통해 ‘선험적 자유’에 현실성을 부여하려 했지만, 자유를 여전히 이성의 영역에 국한시킴으로써 이념적이고 관념적인 의미로부터 구출해 내지는 못했다.
메를로-퐁티는 내적 의지나 외적 상황 중 어느 하나에만 의존해서 자유를 설명하지 않으며, 그 둘 간의 관계 속에서 자유가 실현된다고 말한다. 메를로-퐁티가 우리 모두를 자유로운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칸트가 말했던 것처럼) 자유가 선천적으로 주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주어진 상황들 속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 선택을 통해 다른 상황들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우리에게 열려 있으며, 우리 또한 신체를 통해 세계를 열어 갈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많은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메를로-퐁티는 이러한 자유를 ‘조건 지어진 자유’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이는 한계 상황을 인정하고 그 상황 속에서만 자유롭다고 하는 제한적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와 그 안에서 행위할 수 있는 신체가 있어야 비로소 자유가 가능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생각만으로 가능한 자유는 없다!

메를로-퐁티의 철학이 가지는 의미는 신체와 지각을 그의 철학의 전면에 내세운 것에 있다. 이로 인해 우리의 구체적 삶의 세계는 다시 생기를 되찾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철학이 더 이상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자유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메를로-퐁티를 통해 신체와 지각의 의미를 회복함으로써 자유의 실현을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다. 메를로-퐁티에 의한 자유는 상황의 자유이다. 이 자유를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타인과 타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구체적 삶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본문 215~216쪽)

메를로-퐁티의 자유 개념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생각만으로 가능한 자유란 없다’ 아닐까? 예컨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사회의 많은 고등학생들은 성인, 대학생이 되면 자연스레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자유를 ‘고등학생의 자유’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욱이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고등학생들에게도 선택의 상황은 주어진다. 이들에게 주어진 교육과정과 규율을 묵묵히 따를 것인지, 아니면 학교 밖의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인지. 강압적인 학교의 분위기에 침묵할 것인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킬 것인지. 이 모든 선택의 상황은 고등학생에게 ‘자유’ 그 자체로서 주어지며, 이 선택들로 인해 얼마든지 다른 상황들이 자신 앞에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도 유보한 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관조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망설인다면, 자유의 장은 끝내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도 쉽게 ‘부자유’를 이야기하곤 한다. 언론에도, 정치에도, 개인의 사적인 생활에도 자유가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런 부자유를 말하는 우리는 그 상황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관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 자유로운지, 그렇지 않은지를 끊임없이 재고 판단하면서 말이다.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선택과 행위를 통해 펼쳐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러한 ‘자유’ 개념은 우리에게 순간순간 행위의 방향을 선택하고 세계에 참여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우리가 세계와 상황으로부터 떨어져 그것을 ‘관조’하는 순간, 다른 상황은 펼쳐질 수 없게 되며, 자유로부터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메를로-퐁티는 우리에게 말한다. 자유를 원한다면,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다른 상황들을 만들어 가라고, 세계와 더 많이 얽혀 있을수록, 더 많은 타자와 몸을 부딪칠수록 자유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말이다. 말 그대로 ‘자유가 이상이 되어 버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메를로-퐁티가 신체와 세계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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