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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492쪽 | | 144*222*36mm
ISBN-10 : 8934979046
ISBN-13 : 9788934979043
뮤즈 중고
저자 제시 버튼 | 역자 이나경 | 출판사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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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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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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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버튼 장편소설 『뮤즈』. 《미니어처리스트》로 세계적 대성공을 거둔 제시 버튼.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예술과 여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화려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세밀한 묘사, 예술가의 삶과 예술작품에 대한 창의적 서사, 미묘하게 얽히고 한순간에 풀리는 관계와 갈등 등 단 두 권의 작품으로 ‘제시 버튼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제시 버튼은 단연 ‘여성’의 이야기를 꾸려가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다. 이미 ‘모든 여성은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건축가다’라는 소설 속 문장을 통해 자유로움을 획득한 여성상에 대한 이상을 살포시 드러냈고, 그 열망을 두 번째 작품 《뮤즈》에서 더욱 아름답게 펼쳐놓았다. ‘뮤즈’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인물(또는 사물)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굳이 로뎅과 카미유 클로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쪽은 남성이고 다른 한쪽은 여성이라고 가름하는 데 익숙하다.

제시 버튼은 이것은 고정관념이자 또 하나의 억압이라는 메시지를 빼어난 이야기 속에 녹여내었다. 《뮤즈》에서는 역으로 남성이 여성의 뮤즈가 되고, 나아가 여성이 여성의 뮤즈가 된다. 이는 ‘뮤즈’라는 단어에 굳건히 버티고 서 있던 편견에 대한 해체이자,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창작의 불꽃을 태운 여성 예술가들을 향한 위로이자 응원일 것이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작품은 “완전한 자유, 재정적 독립, 그 누구에게도 의존할 필요가 없는 상태, 남성이 여성의 삶 무대 가운데에 서지 않는 세상, 여성이 섹스와 고독 둘 다 고를 수 있는 세상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남성 스스로 자신에게 무엇이 이로운지 안다면 그 세상을 축복하고, 함께 혜택을 누리게 될” 거라고 덧붙였다.

저자소개

저자 : 제시 버튼
저자 제시 버튼은 영국의 작가 겸 배우. 1982년 런던에서 태어나, 왕립중앙연극원과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낮에는 개인비서로 일하고 저녁에는 배우로 무대에 서는 생활을 이어가던 중에 2014년 소설 《미니어처리스트》를 발표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하우스와 미니어처 인형이 현실의 불행을 예고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출간과 동시에 38개국에 번역 출판되면서 영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어 2014년 워터스톤 ‘올해의 책’, 내셔널북어워드 ‘올해의 책’, <옵저버> ‘최고의 소설’에 선정되는 등 영국 문학계의 영예로운 타이틀을 휩쓸었다. 현재 영국 BBC에서 드라마 촬영을 마쳤으며, 2018년 방영 예정이다.
제시 버튼의 두 번째 장편소설 《뮤즈》는 1967년 영국 런던과 1936년 에스파냐 안달루시아를 배경으로, 뮤즈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여성 예술가들의 진짜 사랑과 욕망을 담았다.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묘사, 예술가의 삶과 예술작품에 대한 창의적인 서사, 미묘하게 얽히고 한순간에 풀리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으로 ‘제시 버튼’만의 세계를 견고히 구축했다. 주인공 올리브는 에스파냐 내전이 시작되던 해인 1930년대를, 또 다른 주인공 오델은 영연방 국가에서 영국 본토로의 이주가 시작된 1960년대를 여성이자 여성 예술가, 혹은 흑인이라는 철저한 다중 소수자로 살아간다. 두 사람의 손을 거친 그림 한 점을 제외하면 서로 만난 적도 없는 두 여성이 서로 뮤즈가 되고 연대하는 과정은 세상을 바꾸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미니어처리스트》 이후 ‘성장의 시간’을 보낸 작가는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을 통해 여성이 자유로운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제시 버튼은《뮤즈》의 배경인 영국 런던에서 그토록 원하던 전업작가로 살면서 세 번째 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다. 세 번째 소설 또한 여성의 삶과 인생관이 담긴 여성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역자 : 이나경
역자 이나경은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르네상스 로맨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 출강하며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제프리 디버의 《XO》, 조조 모예스의 《애프터 유》, 스티븐 킹의 《샤이닝》, 닉 혼비의 《피버 피치》《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존 코널리의 《더 게이트》 등 다수가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인물소개

1 양배추와 왕들
1967년 6월
1 / 2 / 3 / 4 / 5 / 6
1936년 1월
I / II / III / IV / V / VI

2 소유
1967년 8월
7 / 8 / 9
1936년 2월
VII / VIII / IX / X / XI

3 사자 소녀들
1967년 10월
10 / 11
1936년 4월
XII / XIII / XIV / XV / XVI / XVII

4 사라진 세기
1967년 11월
12 / 13 / 14 / 15 / 16 / 17
1936년 9월
XVIII / XIX / XX / XXI / XXII / XXIII

5 루피나와 사자
1967년 11월
18 / 19

6 발붙일 곳
XXIV

후기
20

옮긴이의 말
참고 자료

책 속으로

어쩌면 그녀는 내 앞날에 곧 변화가 생긴다고 알리러 온 마녀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렇게 알려준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그 손님은 내 인생에서 한 장이 끝났음을 알려준 오싹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녀가 혹시 내게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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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녀는 내 앞날에 곧 변화가 생긴다고 알리러 온 마녀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렇게 알려준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그 손님은 내 인생에서 한 장이 끝났음을 알려준 오싹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녀가 혹시 내게 동질감을 느꼈을까? 그녀와 나는 빈자리를 종이로 메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함께했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저 새 구두를 한 켤레 사러 온 손님일 뿐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녀를 떠올리면 항상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존재 같다. 그날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으니까. - 21p

그림 한쪽에는 어떤 여자아이가 목이 잘린 여자아이의 머리를 손에 들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사자가 사냥을 하러 튀어나오기 전의 기세로 웅크리고 있었다. 우화 같은 느낌이었다. 그림의 하단 배경에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에 약간 왜곡되기는 했지만 르네상스 궁정 초상화에나 등장할 법한 노랑, 초록의 들판과 하얀 성이 뭉그러진 천 조각처럼 그려져 있었다. 그에 비해 하늘은 더 어둡고 덜 장식적이었다. 시커먼 남색 하늘이 악몽 같았다. 그림 속의 여자아이들과 사자는 어떠한 역경에 직면해 있는데, 그림에서 주는 메시지와 전체적인 색이 대조적이었다. 아름다운 색채 너머에는 섬세함이 있었고, 그런 미묘한 요소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로리가 물었다. 부엌 전등 불빛에서 벗어나니 그의 얼굴이 좀 더 부드럽게 보였다.
“저요? 전 그저 타이피스트일 뿐인 걸요.” - 55p

어머니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올리브는 학교 미술시간에 그린 어머니의 초상화를 아버지에게 보여준 일이 떠올랐다.
“오, 올리브.”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올리브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에게 선물로 드리렴.”
아버지가 그 그림에 대해 한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엄마에게 선물로 드리렴.’
아버지는 물론 여자들도 붓을 들고 그림 그릴 줄 알지만 사실상 좋은 예술가는 되지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올리브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는 갤러리 구석에서 놀던 시절부터 아버지가 남녀 고객과 그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듣곤 했다. 그러면 여자들도 종종 그에게 동의하면서 여자 화가 대신 남자 화가에게 투자하는 쪽을 택하곤 했다. - 84~85p

올리브는 손가락을 구부리면서 손톱에 묻은 물감을 이삭이 물어보면 “아, 나도 그림을 좀 그려요. 볼래요?”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다. 또 이삭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이건 특별해요. 당신은 정말 특별해요. 왜 내가 알아보지 못했지?”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키스할 것이다. 그가 양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허리를 숙여 그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포개며 설레는 첫키스를 성공시킨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놀라면서.
올리브는 그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필사적으로 원했다. - 116~117p

세라는 담배와 런던의 친구가 보내준 잡지 [크리스티]의 최신호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고, 테레사는 복도를 걸레질하기 시작했다. 올리브는 테레사를 뒤따라가 아직 걸레질하지 않은 마른 바닥 위에 섰다.
“테레사, 다음 그림의 모델이 되어줄래?” 올리브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를 그리고 싶어.”
테레사의 등이 굳었고, 대걸레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 3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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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화가는 당연히 남자여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완고한 고정관념인 나머지 올리브 자신조차 그렇게 믿곤 했다.”_본문에서 1936년,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열여덟 살 소녀 올리브는 화가를 꿈꾸며 다락방에서 몰래 그림을 그린다. 화가 이삭과의 사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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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당연히 남자여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완고한 고정관념인 나머지 올리브 자신조차 그렇게 믿곤 했다.”_본문에서
1936년,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열여덟 살 소녀 올리브는 화가를 꿈꾸며 다락방에서 몰래 그림을 그린다. 화가 이삭과의 사랑에 힘입어 올리브의 실력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마침내 파리 화단에 그림을 발표하며 전세계의 화제로 떠오른다. 단지 화가의 이름이 올리브가 아닌, ‘이삭 로블레스’로 바뀌어 있을 뿐.
1967년, 영국 런던의 스켈턴 미술관. 타이피스트이자 작가 지망생인 오델은 요절한 천재작가 이삭 로블레스의 미발표 유작을 발견한다. 화단은 30년 만에 다시 떠들썩해지지만, 오델만은 어딘지 그 그림에 어딘지 미심쩍은 곳이 있다고 느끼는데….

“아티스트와 뮤즈,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전자는 남자, 후자는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뮤즈’에게는 정해진 성별이 없습니다.”_제시 버튼
‘미니어처 하우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욕망과 미스터리를 그려낸 《미니어처리스트》로 세계적 대성공을 거둔 제시 버튼. 그가 이번에는 《뮤즈》를 통해 예술과 여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화려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세밀한 묘사, 예술가의 삶과 예술작품에 대한 창의적 서사, 미묘하게 얽히고 한순간에 풀리는 관계와 갈등 등 단 두 권의 작품으로 ‘제시 버튼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제시 버튼은 단연 ‘여성’의 이야기를 꾸려가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다. 이미 ‘모든 여성은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건축가다’라는 소설 속 문장을 통해 자유로움을 획득한 여성상에 대한 이상을 살포시 드러냈고, 그 열망을 두 번째 작품 《뮤즈》에서 더욱 아름답게 펼쳐놓았다. ‘뮤즈’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인물(또는 사물)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굳이 로뎅과 카미유 클로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쪽은 남성이고 다른 한쪽은 여성이라고 가름하는 데 익숙하다. 제시 버튼은 이것은 고정관념이자 또 하나의 억압이라는 메시지를 빼어난 이야기 속에 녹여내었다. 《뮤즈》에서는 역으로 남성이 여성의 뮤즈가 되고, 나아가 여성이 여성의 뮤즈가 된다. 이는 ‘뮤즈’라는 단어에 굳건히 버티고 서 있던 편견에 대한 해체이자,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창작의 불꽃을 태운 여성 예술가들을 향한 위로이자 응원일 것이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작품은 “완전한 자유, 재정적 독립, 그 누구에게도 의존할 필요가 없는 상태, 남성이 여성의 삶 무대 가운데에 서지 않는 세상, 여성이 섹스와 고독 둘 다 고를 수 있는 세상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힌다. 그리고 “남성 스스로 자신에게 무엇이 이로운지 안다면 그 세상을 축복하고, 함께 혜택을 누리게 될” 거라고 덧붙였다. ‘페미니즘’이 ‘양성의 조화와 평등’을 추구하는 행복의 길이라면, 《뮤즈》는 단연 가장 페미니즘적인 소설이 아닐까.

모든 여자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뮤즈》에 등장하는 여성의 캐릭터는 매우 다양하며 다층적이다. 연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의 예술성을 공유하고 싶은 여자(올리브)부터 그림 그리는 여자의 뮤즈가 되고 싶은 여자(테레사), 아름답지만 불행하고 그 공허함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여자(세라), 흑인 여성에 식민지 출신이라는 약자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당당히 꿈을 향해 가는 여자(오델)까지. 《뮤즈》의 여성은 모두 선과 악, 수동성과 능동성, 순응과 반항을 한몸에 지닌 입체적인 인간형을 드러낸다. 이들의 끈끈하면서도 복잡다단한 유대 관계를 통해 이야기는 점점 생동감을 얻으며 화려해진다. 역자 이나경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신비하고, 확고하며, 때로는 에로틱한 유대 관계는 소설 속에서 강렬한 매혹과 긴장, 여운을 선사하는 요소”라고 평했다. 제시 버튼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관계의 다양성을 통해 여성은 ‘수동적이고 단면적이고 소외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복합적 감정을 지닌,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숱한 남자들이 ‘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책 한 권’이라고 흔히 말하듯, 모든 여자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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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제시 버튼의 전작 <미니어처리스트>가 좋았기에 차기작인 <뮤즈>도 주저하지 않고 읽었다. <미니어처...

    제시 버튼의 전작 <미니어처리스트>가 좋았기에 차기작인 <뮤즈>도 주저하지 않고 읽었다. <미니어처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낯선 곳에서 생활하게 된 여성 주인공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심쩍은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성, 여성 예술가, 유색 인종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전작보다 훨씬 뚜렷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야기는 1967년 영국 런던과 1936년 에스파냐 말라가를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967년 영국 런던. 영국의 식민지였던 트리니나드 토바고 출신의 20대 여성 오델 바스티엔은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영문학 학위를 받고 작가가 되기를 꿈꾸며 런던으로 왔지만,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친구가 소개해준 구두점에서 일하며 하루 하루를 근근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델은 '설마 되겠어?"라는 생각으로 이력서를 보내본 런던 스켈턴 미술관으로부터 타이피스트로 채용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새 직장에 만족한 오델은 얼마 후 친구의 결혼식 파티에서 로리 스콧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오델이 미술관에서 일한다고 하자 로리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유품 중에 그림 한 점이 있다며 그걸 봐달라고 부탁한다.


    1936년 에스파냐 말라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술품 거래상 해럴드 슐로스는 아내 세라와 외동딸 올리브를 데리고 말라가에 정착한다. 올리브는 얼마 전 부모 몰래 유명 미술 학교에 자신의 그림을 보내 합격 통지를 받았지만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여자는 좋은 예술가가 되지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버지 앞에서 화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슐로스 가족의 집으로 이삭과 테레사가 찾아온다. 남매인 이삭과 테레사는 슐로스 가족의 허드렛일을 해주겠다고 하고 슐로스 가족은 이를 받아들인다. 올리브는 이 남매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둘에게 홀딱 반해버린다. 연상인 이삭에게는 이성으로서의 애정을, 나이가 비슷한 테레사에게는 친구로서의 우정을 기대한다. 이삭을 볼 때마다 영감이 떠오른 올리브는 그걸 그림으로 그린다. 어느 날 올리브는 자신의 그림을 테레사에게 보여주고, 테레사는 이 그림을 세상에 발표하자고 하지만 올리브는 거절한다. 여자는 좋은 예술가가 되지 못한다던 아버지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이루는 두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델과 올리브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둘 다 이방인이고,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 사랑을 쉽게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 여자로부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지원을 받지만 그 또한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예술적 재능이 있으면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오델은 자신에게 작가가 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투고조차 하지 않고, 올리브는 미술 학교에 등록조차 안 한다. 남들이 그들의 작품을 보고 칭찬해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델과 올리브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나는 못 해', '나는 할 수 없어'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포기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리고 오델과 올리브로 하여금 '나는 못 해', '나는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게 만든 주변 사람들의 말 - '여자는 좋은 예술가가 되지 못한다' - 을 생각하니 더욱 답답했다.


    어디 예술가뿐인가. 여자는 정치인이 될 수 없고, 법조인이 될 수 없고, 의사가 될 수 없고, 체육인이 될 수 없고... 등등의 수많은 편견이 역사상 존재했고 지금도 남아있다. 여성들은 그러한 말들을 이겨내왔고, 지금도 이겨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올리브의 뮤즈인 이삭이 올리브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롤하는 대목이다. 올리브는 자신이 이삭을 너무 사랑해서 이삭에게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지만, 이삭은 올리브가 자신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게 불편하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타인이 멋대로 그린 내 그림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평가되는 일이 마뜩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에게 행해졌다. 수많은 남성 화가들이 여성을 뮤즈로 삼아 작품을 완성하고 그것들을 공개해 돈을 벌고 명예를 얻었다(이 중에는 여성의 누드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적지 않다). 그 작품들의 뮤즈였던 여성들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 적나라한 모습이 노출되고, 입방아에 오르고, 부정확한 평판을 얻었지만,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졌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아내나 애인, 여자 형제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으로 소개해 명성을 얻은 예술가들도 많다고 한다.


    소설 자체만 보면 1967년 영국 런던의 이야기와 1936년 에스파냐 말라가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는 방식의 스릴러 소설인데, 구석구석을 잘 살펴보면 스릴 이상으로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곳곳에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은 왜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없는가. 여성은 왜 욕망의 주체가 될 수는 없는가. 남성은 원래 이렇고 여성은 원래 이렇다는 생각은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들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재생산하고 있는가. 소설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고 의미도 적지 않은 작품이다.

  • 뮤즈 | kk**dol8 | 2018.08.12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리드 씨의 바람대로 신문에서 진시 기사를 크게 실었다. <데일리그래프>는 5면에 '에스파냐의 성녀와 영국의 사자: 미술전문가가...

    리드 씨의 바람대로 신문에서 진시 기사를 크게 실었다. <데일리그래프>는 5면에 '에스파냐의 성녀와 영국의 사자: 미술전문가가 이베리아의 보석을 구하다' 라는 헤드라인을 실었다. 또한 '사라진 에스파냐의 화가 이삭 로블레스의 수작이 영국의 주택에서 발견되었으며, 미술사학자이자 스켈턴 미술관 관장인 에드먼드 리드에 의해 대중에 공개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나는 로리가, 혹은 퀵이 이 마지막 문장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p376)


    이 소설은 1936년과 1967년 두 시간을 교차하면서 예술 작품과 예술가의 연결고리, 혹은 미스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소설은 예술과 여성차별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어서, 상당히 진지하면서 , 세밀하게 묘사되고 묘사되고 있다.1967년 영국 런던, 영국의 식민지였던 트리니나드 토바고 출신 오델 바스티엔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런던 스켈턴 미술관 타이피스트 자리 하나를 얻게 되었다. 이 곳에서 오델은 로리 스콧과 연결되면서 ,에스파냐의 사라진 화가 이삭 로블레스의 미스터리를 추적하게 된다.


    1936년 에스파냐 말라가에 살았던 올리브 슬로스와 이삭 로블레스, 두 사람은 연인관계였으며, 두 사람의 관계는 예술가와 뮤즈였다.뮤즈 하면 먼저 여성을 떠올리게 되는데, 소설 속에서 뮤즈는 올리브가 아닌 이삭 로블레스였다. 예술가로서 자질이 충분하였던 올리스 슐로스는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편견과 맞서게 되는데, 이삭 로블레스와 함께 하면서 자신의 예술가적 자질을 채워 나가게 된다. 물론 이 소설은 1936년 과 1967년 두 시대를 그리면서 올리브와 오델 바스티엔의 연결, 그 안에 감춰진 미스터리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 그림 한점이 가져 오는 파급효과를 엿볼 수 있으며, 1936년 그 무렵에 있었던 예술가적 스토리를 추적해 나가고 있었다.
  • 그녀들의 은밀한 이야기 | lh**19 | 2018.03.06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그녀들의 은밀한 이야기  제시 버튼의 데뷔작인 <미니어처리스트>는 17세기의 암스테르담을 눈에 그려질...

    그녀들의 은밀한 이야기


     제시 버튼의 데뷔작인 <미니어처리스트>는 17세기의 암스테르담을 눈에 그려질 듯 그려냈고, 배경 만큼이나 인물 또한 특색이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제법 도톰한 책이었음에도 이야기가 끝이나는 것이 아쉬워 페이지를 일부러 천천히 넘기곤 했다. <미니어처리스트>가 배경과 인물들 모두를 초점으로 둔 반면, 그녀의 두번 째 작품인 <뮤즈>는 시대적 상황 보다는 인물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1967년 6월과 1936년 1월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교차하며 각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 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시대와 상관없이 흐르는 듯 보였으나 점차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져 나가며 교집합을 이루어가는 것이 특징인 소설이다.

     

    1967년 6월 현재의 시점에 등장하는 인물은 오델이다. 그녀는 신발 판매원으로 근무하다가 영국 스켈턴 미술관에 타이피스트로 직장을 얻게 되고, 함께 살았던 친구의 결혼으로 인해 집에 홀로 남게되고, 축하 자리에 온 낯선 남자 로리를 만나게 된다.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쓴 시를 오델이 읊게 되고, 우연히 들은 로리는 그 시를 쓴 오델에게 관심을 갖고 그녀에게 다가선다.


    1936년 에스파냐 안달루시아에서 부유한 저택의 외동딸인 올리브는 자신의 식구들 몰래 그림을 그린다. 그녀 곁에 친구처럼 다가서는 테레사가 마음에 든 올리브는 은밀하게 자신의 그림을 테레사에게 보여주게 되고, 그 사이 그녀의 어머니 세라는 이삭 노블레스에게 자신들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한다. 세라와 함께 모델을 서는 올리브는 이삭을 마음에 품게 된다. 사랑을 하게 된 올리브는 그 모든 마음이 영감이 되어 풍부한 색채의 그림을 그리게 되지만, 이삭이 완성되었다며 가져온 그림은 올리브가 그림이었다. 당시, 여자들은 아무리 좋은 그림을 그렸다 할지라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회였고, 미술학교의 통지서를 받았음에도 숨어서 그렸던 올리브의 재능에 탐이난 한 소녀의 실수 아닌 실수로 이야기는 점점 꼬이게 된다.


    오델은 로리와 데이트를 하게 되지만 자신에게 성큼 다가서는 그에게 벽을 치게 된다. 그러던 중 그에게 유일하게 남겨주신 어머니의 유품인 그림을 오델이 근무한 스켈턴 미술관에 의뢰하게 되고, 그곳에 근무하고 있는 오델의 상사인 퀵은 로리와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녀가 쓰는 글에 대해서 누구보다 응원해주며 도와주는 퀵의 손길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비밀을 안고 사는 그녀의 모습에 오델은 로리와 퀵 사이를 오가며 갈등한다. 화가 이삭 노블레스의 삶에 대해 현재와 과거에 밝혀지게 되고, 그림은 그가 아닌 누군가가 대신하여 그린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하며 전문가들이 나눈 이야기를 이야기를 우연찮게 오델은 엿듣게 된다.


    올리브와 이삭, 이삭과 세라, 올리브와 테레사 각각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자신의 욕망과 예술에 대한 질투, 혹은 성공이라는 목표아래 그녀의 아버지 해럴드는 페기 구겐하임에게 '밀밭의 소녀들'을 팔게되고, 유명한 컬렉터인 그녀는 해럴드를 통해 이삭에게 또다른 그림을 그려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던 중 전쟁이 터지게 되고, 그들의 상황은 또 한번 반전이 일어난다. '뮤즈'라고 통칭되는 오델과 올리브는 닮은 듯 다른 시대의 사랑과 예술을 통해 펜으로, 붓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만은 벽을 치고 살지만 퀵의 당부에도 로리와 밤을 보내게 되고, 우연히 로리의 집을 구경하게 된다. 그림과 그림사이에 어긋난 시간들을 돌이키듯 그녀가 발견한 팜플렛은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듯 하나의 힌트가 되어 이야기가 조합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오델과 올리브도 매력적이었지만, 그녀들의 앞 길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퀵'와 '테레사'는 그들의 재능을 더 깊이 끌어올린 것과 동시에 나락으로 빠트렸던 인물이라 주인공들 보다 더 눈에 띈다. 책을 읽는 내내 자신 보다 더 재능이 있으면서도 자신을 사랑한 여자 올리브를 이삭은 사랑했을까? 어쩐지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혁명이라는 목표아래 여자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마음은 함께 하지 않았나 싶다.

     

    부유한 조건에 엄청난 재능을 겸비한 해럴드와 세라의 딸 올리브가 오델이 살고 있는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30년 후에 재능이 있음에도 가난했던 오델과 비교가 되기도 했다. 각 시대가 갖는 어려움 그래서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각각의 퍼즐 조각을 통해 그려냈다. 비로소 각 조각들을 맞추어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영감의 원천인 그들이 더 이상 사그러지지 않고, 우리들 앞에 드러냈으면 좋겠다. 많은 예술의 대표주자들이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 평등하게 채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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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좋아하는 사람,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사람을 볼 때면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이 제일 나은 사람이라 여기게 된다.  - p.59


    이삭이 올리브의 손에 장작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올리브는 그의 손끝이 붉게 물든 것을 보았다. 올리브도 그를 만난 뒤로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작은 캔버스에 그리고, 공책에도 스케치를 빼곡하게 채웠다. 올리브는 자신의 내면과 연결된 기분이 들었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단지 이 길고 긴 영감이 끝날까 두려우면서도 이삭이 곁에 있는 한 창작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16


    이삭은 이따금 유명한 화가를 보통의 다른 화가보다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요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참신함이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들의 그림이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 다른 점이라면서 '훌륭한 제도사는 될 수 있지만, 세상을 다르게 보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라고 말했다. 테레사는 온몸을 스치는 고통의 파도를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참신함이 아니었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힘이었다. 테레사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이 소녀가 축복받은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 p.132


    "모든 건 무너져요. 조금씩 별하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죠. 그러다 알게 돼요. 발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다리가 부러졌다는걸. 그런데 그건 내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던 일이에요, 오델. 타인의 마음 속에서, 혹은 당신이 만나지 못할 신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거죠. 그러다 어느 날, 돌 하나를 던지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 돌이 힘 있는 얼간이의 차 창문에 맞아요. (생략) - p.257

  • 때로는 허구의 세계가, 비록 실제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걸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현실과 그것은 구분할...

    때로는 허구의 세계가, 비록 실제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걸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현실과 그것은 구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삶에의 비유가 삶이 남긴 혼란보다 더 근사하게 되는 그것. 나는 제시 버튼의 전작을 읽고 그런 경험을 했었다. <미니어처리스트>는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과 행간 사이에 숨겨진 비밀들이 페이지마다 넘쳐 흐르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우아한 기품과 매혹적인 미스터리들과 함께 어우러져 한 여성의 삶을 단단하게 구축해나가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이번에 만난 두 번째 작품 <뮤즈>에서는 1960년대 영국과 1930년대 에스파냐를 오가며 여성 예술가가 '뮤즈'라는 허울 아래 연인, 모델, 영감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어두운 시대를 그려내고 있다. 차별과 억압 이전, '예술가'로서 여성들이 지녔던 진짜 욕망은 제시 버튼의 글을 통해서 눈부시게 그려진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배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거나, 인생의 여정을 바꾸어놓는 여러 순간을 마주하는 것은 순전히 행운에 좌우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 누구도 추천서를 써주거나 비밀을 털어놓는 상대로 골라주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가 내게 준 가르침이다. 운이 좋으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패를 제대로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 행운이 찾아왔던 날은 무척이나 더웠다. 나는 구두 매장에서 유니폼 블라우스 겨드랑이가 젖은 채로 일하고 있었다.

     

    1967, 영국 런던. 영국의 식민지였던 트리니나드 토바고 출신 흑인 여성 오델은 절친한 친구 신스와 함께 구두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영국으로 건너온 이후 5년 동안 온갖 회사에 지원했고 아무데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오게 되고, 오델은 스켈턴 미술관의 타이피스트로 일하게 된다. 작가 지망생인 오델은 그곳에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상관인 마저리 퀵의 도움으로 소설을 발표하게 되기도 한다. 신스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로리와 가까워져 데이트를 하게 되고, 그는 어머니 유품인 그림을 미술관에 가져와 보여준다. 그 그림은 요절한 천재작가 이상 로블레스의 미발표 유작인 걸로 확인되고, 화단은 떠들썩해지지만 오델은 마저리 퀵의 태도에서 어딘지 그 그림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1936,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열여덞 소녀 올리브는 화가를 꿈꾸며 미술 학교의 입학 통지서를 받지만, 차마 부모님에게 보여주진 못한다. 당시만 해도 화가는 당연히 남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시대였기에, 올리브 자신조차 그렇게 믿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림을 거래하는 갤러리를 운영했고, 아름다운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다. 그들은 런던을 떠나 에스파냐 남부 시골로 막 이사를 온 참이었고, 그곳에서 집안 일을 도와주겠다고 찾아온 테레사와 이삭 남매를 만나게 된다. 가정부로 일하게 된 테레사와 친구처럼 가까워진 올리브는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테레사는 그녀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본다. 올리브는 이삭과 사랑에 빠지면서 점점 더 그림에 몰입하게 되고, 그녀의 재능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테레사가 그림을 바꿔치기한 덕분에 올리브의 그림은 이삭이 그린 것처럼 되어 버린다. 하지만 올리브는 어차피 여자인 자신의 이름으로 그림을 발표할 수 없을 거라고, 이삭의 이름으로 그림을 팔게 되는 상황을 스스로 허용한다.

     

    "모든 건 무너져요. 조금씩 변하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죠. 그러다 알게 돼요. 발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다리가 부러졌다는 걸. 그런데 그건 내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던 일이에요, 오델. 타인의 마음속에서, 혹은 당신이 만나지 못할 신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 거죠. 그러다 어느 날, 돌 하나를 던지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 돌이 힘 있는 얼간이의 차 창문에 맞아요. 그러면 그가 복수를 하려고 나서거나 자기 여자한테 멋지게 보이려고 들죠.  아니면 보병들이 움직이고, 다음 날 당신의 마을은 불에 타버릴 수도 있어요. 어리석음 때문에, 섹스 때문에, 당신 침대에는 관이 놓여 있어요."

     

    현재와 과거가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되어 미스터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각 시간대 속의 여성 캐릭터들 자체가 너무도 매혹적인 작품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오델, 그녀는 로리의 사랑 고백이 어색했고, 불편해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반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거침이 없는 올리브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삭에게 드러내어 표현하고, 그를 향한 욕망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된듯한 기분마저 느낀다. 테레사와 올리브의 관계는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의 아가씨와 하녀의 그것처럼 비밀스럽고,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전혀 다른 색깔과 분위기로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말이다. 화려한 외모로 어디서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럼에도 불행하고, 공허한 올리브의 엄마 세라는 사랑의 외로움을 알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제시 버튼은 전작인 <미니어처리스트>에서도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를 구축해 섬세하고, 미묘한 여성 심리를 그려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성격의 여성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그들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티스트와 뮤즈가 등장하면, 우리는 당연하게 아티스트는 남자, 뮤즈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제시 버튼은 바로 그 편견을 뒤집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는 남성의 도움 없이 여성이 다른 여성의 뮤즈가 되어주고,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예술 작품의 영감이 되어 그림이 탄생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여성이라는 존재를 작품을 통해 대상화하고 소비하며, 여성 예술가를 주변화 해온 미술의 역사에 대한 반격'이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미술사를 배경으로 우리가 그 동안 숱하게 보아온 여타의 다른 작품과는 뚜렷하게 다른 점을 보여주어 특별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여성 화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미술상 아버지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올리브의 모습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통쾌하게 멋지다. '여자들은 할 수가 없어요. 여자들에겐 비전이 없어요. 내가 알기론 눈도 있고, 손도 있고, 심장도 있고, 영혼도 있지만. 나는 기회도 얻기 전에 실패했어요.'라는 극중 올리브의 외침이 오래도록 가슴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이야말로 단연 가장 페미니즘적인 소설이 아닐까라는 리뷰가 굉장히 와 닿았으니 말이다. 모든 여자들에게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제시 버튼은 여성의 삶을 그리고, 내면을 그려내는 데 정말 탁월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 뮤즈 | mo**ardin | 2017.10.24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예술가들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재의 대상들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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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들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재의 대상들로서  자신의 뮤즈들의 역할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로댕과 카미유의 관계, 클림트, 에곤 쉴레, 그 밖의 문학가들에게도 뮤즈들의 역할은  그들의 원천적인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눈과 귀를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두 번째로 만나는 저자의 작품은 이전의 작품에서 보이는 주인고 여성이 시대의 흐름에 맞으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의지를 그렸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번 작품에서 만나는 분위기 또한 그렇게 다르게 보이진 않는다.

     

    아마도 저자의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성'이라는 이름 앞에 동등한 기회를 두고서 불리했던 기억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말하고 싶었던 부분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요즘 많이 출간되는 '페미니즘'의 한 갈래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예술과 여성의 능력, 시대가 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에 대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란 점에서 인상적이다.

     

     

    두 시대의 공간과 흐름을 '그림'이란 소재를 두고 펼치는 이야기의 구성은 1936년 에스파냐에 잠시 휴양처럼 오게 된 올리브란 여성과 1967년 트리니나드 토바고 출신의 흑인 여성인 오델을 내세우며 연관성을 부여한다.

     

    영국에 온 지 5년 되는 오델은  스켈턴 미술관에 타이피스트 자리를 얻으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된다.

    어느 날 친구 결혼식에 자신이 쓴 축사를 읽으면서 그녀가 쓴 글에 반해 접근한 청년 로리 스콧이란 백인 청년은 자신의 어머니가 갖고 있던 그림 한 점을 오델에게 보여준다.

     

    <루피나와 사자>란 신화를 모티프로 한 그림으로 이 작품은 그동안 유명한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표현으로 나온 적은 있지만 요절한 천재 작가 이삭 로블레스의 미발표 유작으로 알게 된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은 미술관장인 로드에 의해 본격적으로 전시 계획을 하게 만든다.

     

    자신의 어머니가 왜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었는지, 오델을 채용하고 그녀가 쓴 글을 런던 리뷰에 보냄으로써 그녀의 능력을 알리게 된 마저리 퀵은 이 그림이 이삭이 그린 것이 아님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에 대한 궁금증은 각기다른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보인다.

     

    이야기의 흐름은 오델이 퀵의 실질적인 신분의 존재와 그녀가 말하지 않는 비밀들은 무엇인지, 이 그림과 연관된 그 어떤 숨겨진 사실들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과 그림을 실제적으로 그린 사람은 이삭이 아닌 올리브란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들이 교차되면서 독자들에게 추리를 하게 만든다.

     

    지금도 그렇지만 보통 뮤즈 하면 여성들을 떠올린다.

    편파적인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고정된 이미지의 탈피를 이 책을 통해 보인 저자의 의도는 그런 점을 의식해 또 다른 뮤즈의 탄생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독자들이나 일반인들의 생각을 바꾸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1930년대의 올리브는 미술 화상인 아버지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여성이다.

    당시의 분위기상 같은 미술 작품을 두고서 볼 때라도 여성과 남성이 그린 작품을 비교할 때는 아무리 뛰어난 작품을 그린 여성이라도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였고, 전시 조자도 꿈꿀 수없었던 분위기 탓에 올리브는 자신이  그린 그림과 이삭이 그린 그림을 바꿔치기한 테레사에 의해 숨겨진 화가로서의 능력에 만족한다.

     

    여기엔 자신이 사랑한다고 믿는 이삭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삭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그림이 세상에 나오게 된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만족을 했던 여인이자 욕망과 자신의 재능을 모두 이루어내려 했던 청순한 여인이었다.

     

    에스파냐의 내전과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치 못할 결과를 초래한 과정들을 통해 작품의 유한성은 유지됐고, 오델 또한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알아챈 퀵이란 존재가 있었기에 세상에 자신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조합과 한 사람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보고 그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이뤄주게 한 또 다른 사람들의 결합은 1936년과 1967년이란 긴 시간의 공간을 넘어 마주 보게 하는 결실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읽으면서 진취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보게 한다.

     

    올리브는 이삭이 그녀의 뮤즈였고 그런 올리브의 능력을 알아본 테레사는 과정이 어떻든 올리브의 또 다른 뮤즈, 오델의 능력을 알아본 퀵은 오델의 뮤즈였다.

     

    이렇듯 남녀의 구분을 떠나 진정한 능력 하나만 가지고 인정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인 흐름 속에 두 여성들이 느꼈던 한계들은 우회해서 세상에 드러내 보인 올리브의 경우나 흑인 여성이란 차별을 딛고 자신만의 글을 세상에 내보인 오델이란 모델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뮤즈'의 개념을 바꾸어 놓게 한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작인 '미니어처 리스트'에서 보인 시대의 섬세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여성의 강인함을 내세운 이야기의 전개도 좋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보인 '예술'이란 장르에서 여성의 역할이 뮤즈에서 그친 것이 아닌 진정한 한 개인의 뛰어난 재능을 차별화된 시각의 고정의 틀을 깨며 그린 작품이란 점에서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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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외주문도서 :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개인주문상품이므로 단순 변심 및 착오로 인한 취소/교환/반품 시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는 판매정가의 20%를 적용

2) 중고도서 : 반품/교환접수없이 반송하거나 우편으로 접수되어 상품 확인이 어려운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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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서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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