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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세계문학 단편선 35)
| | 146*207*29mm
ISBN-10 : 8972751413
ISBN-13 : 9788972751410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세계문학 단편선 35) 중고
저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 역자 송병선 | 출판사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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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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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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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심장,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1914~1999)

비오이 카사레스는 나의 진정한 그리고 비밀스러운 스승이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비오이 카사레스는 오직 확신에 찬 문학가만이 전해 주는
매력과 사악한 재치와 복받치는 슬픔을 지니고 있다.
존 업다이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남긴 업적의 상당 부분은 ‘비오르헤스Biorges’(비오이와 보르헤스)에게 그 공로가 돌아가야 한다고 재조명되는 오늘, 보르헤스의 오랜 문학적 동반자이자 20세기 환상문학 역사의 새 장을 연 선구자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단편선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서른다섯 번째 권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라틴아메리카 문단이 유럽과 미국으로 대표되던 제국주의 언술을 대체하고 해체하려는 의식적인 창작 행위로서 새로운 소설을 시도할 때, 비오이 카사레스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작가’(카를로스 푸엔테스)였다. 추리소설의 탄탄한 플롯과 기법으로 써 내려간 ‘모험 이야기’와 인간사의 다양한 문제들이 녹아든 ‘환상 세계’를 결합한 그의 소설은 쇠락하는 경제 속에서 혐오와 불안이 만연했던 당대 아르헨티나 정치 사회를 풍자했고, 사랑과 정체성, 인간의 본질이라는 주제들을 광범위하게 탐구했다. 또한 20세기 과학 지식에 깊은 영감을 받았던 그는 과학을 문화적으로 과소평가하던 아르헨티나 환상문학의 사조에서 벗어나 이를 문학적 상상력과 혼합해 냈으며, 실존주의 소설, 고딕소설 등 여러 경향에 관심을 두고 스펙트럼 넓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난 비오이 카사레스는 열한 살에 첫 소설을 쓸 정도로 일찍부터 문학에 눈을 떴다. 1932년, 열다섯 살 연상의 작가 보르헤스와의 첫 만남은 그의 문학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이듬해 비오이는 보르헤스 그리고 훗날 아내가 되는 실비나 오캄포의 권유로 법과대학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해, 1940년 자신의 진정한 첫 소설이라고 공언한 『모렐의 발명』을 발표하며 국제적 작가로 떠올랐다. 이때 그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었다. 이러한 배경들 때문에 오랫동안 세계 문학계는 비오이를 보르헤스의 제자로 오해하여 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나이 차를 뛰어넘어 50여 년간 친구로, 문학적 협력자로 함께했고, 나아가 두 사람이 함께 쓰고 대화하고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교류한, 사랑과 우정, 꿈, 죽음, 신, 운명, 철학, 음식, 정치, 당대 문화, 지역 정체성 및 고전과 현대문학에 대한 풍요로운 사상은 구시대의 세계관에 갇혀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에 지배됐던 스페인어권 문학의 방향성을 바꾸어 놓았다.
비오이 카사레스와 보르헤스로 대표되는 아르헨티나 환상문학은 이른바 ‘환상적 사실주의’ 경향으로 명명되며, 이들은 현실적 배경에 마법 같은 초현실적 요소를 담아낸다. 비오이 카사레스에게 환상문학이란 현실은 논리적이고 정돈되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하는 도구로, 즉 확실성에 의문을 던지면서 안정된 질서에 틈을 내 일상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현실을 엿보게 한다.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인 보르헤스와 명확히 구별되는 비오이의 환상문학은 또한 일상적 삶에 더욱 밀착해 ‘사랑’의 감정을 주요하게 다루고, 현실에서 환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전개가 보르헤스보다 더욱 세밀하다고 평가된다. 경이로운 상상의 세계를 발명한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조금 전까지 현실 공간에 있었다가 부지불식간에 환상 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다시 빠져나왔을 때 매혹적인 여운과 세상을 새롭게 마주하는 달라진 시선을 체험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Adolfo Bioy Casares, 1914∼1999)
‘나에게 문학은 삶 속에 있다, 그것은 삶의 일부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라틴아메리카 문단에서 과학소설, 환상소설, 탐정소설을 혁신한 ‘합리적 상상력의 소설’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사회 정치를 비판하고, 사랑과 정체성, 인간의 본질이라는 주제를 광범위하게 탐구한 작가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나 풍부한 문화적 수혜를 누리며 자란 그는 ‘읽기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일찍이 문학에 관심을 보였다.
1932년, 열여덟 살의 비오이 카사레스는 서른세 살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처음 만나 지적이고 문학적인 모험의 동반자로 평생 교류한다. 1940년, 동료 작가 실비나 오캄포와 결혼한 그해 『모렐의 발명』을 발표하면서 큰 명성을 얻고, 이어 192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생생하게 재현한 『영웅들의 꿈』을 통해 아르헨티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다. 이후 『돼지 전쟁 일기』 『라플라타 어느 사진사의 모험』 등 모두 여섯 편의 소설과 『위대한 세라핌』 『사랑 이야기』 『환상 이야기』 『러시아 인형』 등 다수의 단편집을 펴낸다. 또한 아내 실비나 오캄포 및 보르헤스 각각과 함께 탐정소설을 썼으며, 세 사람이 공동으로 『환상문학 선집』을 발간하기도 한다.
비오이 카사레스의 환상문학은 친구 보르헤스의 단편 세계와도 자주 비교되지만, 과학적 메커니즘에 기초한 그의 환상은 보다 SF적이다. 특히 일상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현실을 밝혀내는 장치로 ‘환상’을 추구한 그는 일상적 삶에 밀착된 다양한 인간사를 다루는데 이는 단편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그의 가장 뛰어난 단편들은 모파상의 풍자적 아이러니와 H. G. 웰스의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다’(《퍼블리셔스 위클리》)라고 평가된다.
‘비오르헤스’라 불릴 만큼 비오이는 보르헤스와 수많은 문학 활동을 함께하며 환상문학 역사의 새 지평을 열었지만 그의 업적은 오랫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1986년 보르헤스가 타계하자 비로소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작가협회 대상,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멕시코 알폰소 레예스상 등을 수상했고, 1990년 스페인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 세르반테스상을 받았다

역자 : 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의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영웅들의 꿈』 『모렐의 발명』 『픽션들』 『알레프』 『칠 일 밤』 『부에노스아이레스 어페어』 『거미 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꿈을 빌려드립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염소의 축제』 『밤 기도』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2666』 등이 있다.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목차

파울리나를 기리며
하늘의 음모
눈雪의 위증
이상하고 놀라운 이야기
남의 여종
파리와 거미
그늘 쪽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열망
위대한 세라핌
기적은 복구되지 않는다
지름길
일등실 여자 승객

옮긴이의 말?과학소설, 탐정소설, 형이상학과 사랑의 통합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연보

책 속으로

나는 그날 저녁의 모습 ― 어둡고 매끈매끈한 거울 깊숙이 있던 파울리나 ― 을 선택했고, 그 모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자, 나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파울리나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의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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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저녁의 모습 ― 어둡고 매끈매끈한 거울 깊숙이 있던 파울리나 ― 을 선택했고, 그 모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자, 나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파울리나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의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응시하는 데 전력을 쏟고자 했다. 그러나 환상과 상상은 변덕스러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의 주름, 그리고 그녀를 에워싼 희미한 어둠을 떠올렸지만, 정작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파울리나를 기리며」, 23쪽

그때 어둠 속에서 거대한 몸집의 사람 모습이 나타났다. 모리스는 모자챙을 아래로 쓱 잡아당기고, 현관에서 가장 불빛이 약한 곳까지 뒷걸음질 쳤다. 곧 그는 졸음에 취한 채 분개한 그 남자를 알아보았고, 꿈을 꾸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 절름발이 그리말디, 카를로스 그리말디야.’ 이제 그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이제는 믿을 수 없게도 15년 전에, 아니 더 이전에 그의 아버지가 그 집을 샀을 때 그곳에 살았던 세입자 앞에 있었다.
-「하늘의 음모」, 53쪽

내 눈은 멀리 숲속으로 지붕이 있는 조그만 축사 문을, 그리고 그 너머 나무 사이로 어둡게 사라지던 좁은 길을 보았다. 갑자기 하얀 점이 나타났다. 그때 나는 그것이 마차를 끄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동료를 쳐다보았다. 그는 쌍안경을 내게 빌려줄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서 쌍안경을 빼앗고서 초점을 맞추고는 노란 마차를 끄는 흰말을 선명하게 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한 사람이 굳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남자는 마차에서 내렸다. 나는 아주 작은 점으로 나타난 그가 축사 문을 향해 부지런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그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반복된 행위가 서로 겹쳐졌으며, 쌍안경으로 확대된 이미지가 영원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눈의 위증」, 94쪽

“(……) 넌 둘이 얼마나 비슷했는지 몰라. 무척 알랑거리고 아양 떨면서 거짓으로 가득한 고양이는 항상 속이고 농락했지만, 내가 그런 것을 알게 될 때면, 나를 현혹했어. 아주 우아하고 예민했으며, 더러움은 참지 못했어. 밥을 먹은 후에 고양이 아가씨는 모든 훌륭한 부인들이 입을 닦듯이 수염을 닦았어. 어느 날 애정의 증거를 보여 주며 나를 맞이했고, 그러자 나는 매우 기뻐했어. 나는 그것을 라비니아가 집 안에 들어와도 좋다고 허락하는 증명서를 내미는 것과 같다고 이해했거든. 언젠가 한번은 내 파란색 양복을 염색집으로 보내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암고양이가 나를 친절하게 대하면서 속였고, 그렇게 내 바지를 냅킨처럼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늘 쪽」, 260~261쪽

“사자가 동물원에서 도망쳤어요.”
그들은 모두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어느 조그만 튜더 양식의 성에서 떨어져 나온 거실 같았다. 그곳에 있던 라디오에서 이런 설명이 흘러나왔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어느 자동차 운전자는 사자가 대로를 마구 건너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경찰 대변인에 따르면, 지금쯤 사자가 아틀레티코 클럽 언덕에 이르렀으리라고 예상됩니다.”
“우리 나라 만세!” 오를란도가 중얼거렸다.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 290쪽

“더 이상한 일도 일어날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존 윌리엄 던의 이론을 아나요? 나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을 보낸다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데……”
“난 관심 없어요.” 캄폴롱고가 말했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있을 수 있소.” 린치가 말했다. “시간은 때때로 서로 연결되기 때문이오. 특별한 사람들, 그러니까 진짜 예언자들은 과거와 미래를 봐요. 당신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게 있는데,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예언은 수용될 수 없다오. 없는 것을 어떻게 볼 수 있겠소?”
캄폴롱고가 질문했다.
“당신은 알바레스 씨를 예언자라고 여기나요?”
“절대 그렇지 않소.” 린치가 단언했다. “가장 일반적인 사람들, 심지어 가장 세속적인 사람들도 조건이 되면 다른 시간에서 서로 연결된다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오늘 아침 알바레스 씨는 해적 돕슨이 배에서 내리는 것을 예감했을 수도 있어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여주인이 의견을 피력했다. “돕슨이 살아 있다면 오늘날 150살 이상 되었을 거예요. 아무도 그 나이만큼 살 수는 없어요.”
-「위대한 세라핌」, 381~382쪽

비오이의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두 개의 현실, 즉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빛과 어둠 사이에서 움직인다. 방심하거나 조그만 실수로, 혹은 강박적인 탐색의 결과로, 대부분 여행을 하는 동안 ‘동요하지 않는 현실의 틈’이 발견되고, ‘다른 땅’과 연결된 비밀 통로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다른 세상에서는 무진장한 미스터리가 발견된다. 핵심은 그런 세계를 들여다보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며, 현실이란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 아니라 틈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476~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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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이 책에 대하여 ‘좌절된 사랑, 변형된 꿈, 뒤틀린 시공간과 같은 주제들은 비오이 카사레스의 독특한 창조적인 공장에서 제분製粉된다. 그의 가장 뛰어난 단편들은 모파상의 풍자적 아이러니와 H. G. 웰스의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다.’ 《퍼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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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하여
‘좌절된 사랑, 변형된 꿈, 뒤틀린 시공간과 같은 주제들은 비오이 카사레스의 독특한 창조적인 공장에서 제분製粉된다. 그의 가장 뛰어난 단편들은 모파상의 풍자적 아이러니와 H. G. 웰스의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비오이 카사레스는 1944년부터 1967년까지 여덟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고, 1972년에 그동안 쓴 단편소설들을 『사랑 이야기』와 『환상 이야기』로 분류해 모아 내놓았다. 이번 단편선에 수록된 열네 편은 모두 『환상 이야기』에 실린 작품들로, 작가의 젊은 시절 상상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동시에 비오이 환상문학의 전범을 이루는 대표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 삶에 환상성을 도입한 그의 단편들은 자잘한 인간사와 아르헨티나 현실을 은유로 응축시킨다.
표제작 「눈雪의 위증」은 비오이의 시학을 가장 잘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단편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멈춘 공간이라는 이야기의 환상적 요소가 탐정문학과 형이상학적 사고와 합쳐지며 혁신적인 독창성을 획득한다. 작가는 또한 평행 우주, 가능세계, 외계 생명체, 인간의 생각 내지 영혼을 불멸로 남기는 기계 등 SF적 설정들을 자유자재로 끌어오면서 여기에 유머와 패러디를 가미해 독특한 작품들을 창조했다. 그 대표적 단편인 「하늘의 음모」와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그리고 『모렐의 발명』 패러디 격인 「열망」은 SF 소설로 분류해도 모자람이 없다. 비오이의 환상은 이처럼 물리적, 수학적, 철학적 세계에 기초하지만 이는 세상 종말이 다가오는 「위대한 세라핌」이나 무신론자가 뜻밖의 존재와 맞닥뜨리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상하고 놀라운 이야기」처럼 신화와 종교적 색채가 짙은 초자연적인 이야기로 피어나기도 한다. 한편 이 책의 단편들은 『환상 이야기』로 분류되기는 했으나 ‘환상’만 담긴 것이 아니라 ‘사랑’도 환상과 뒤섞인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파울리나를 기리며」 「남의 여종」 「파리와 거미」 「그늘 쪽」 등 비오이의 사랑 이야기는 연애 관계에서 비롯된 질투와 혼란스러운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이들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다.
마지막으로, 일찍이 페로니즘의 도래를 경고한 작가는 여러 작품에서 조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을 은밀한 비유로 숨겨 놓았다. 사자가 동물원을 탈출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가 비평가와 작가들이 비오이 최고의 소설로 꼽은 『영웅들의 꿈』(1954)에서 묘사한 문명과 야만의 대립을 우화적으로 풀어냈다면, 짧은 단편 「일등실 여자 승객」은 조국의 현재를 야만에 비유한 작가의 사상과 문제의식을 보다 명징하게 드러낸다. 이와 같이 혼란한 조국 상황을 통찰하고 일생 문명적 태도를 견지하려 한 비오이를 가리켜 훌리오 코르타사르는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언제나 존경한다’고 상찬한 바 있으며, 1999년 3월 비오이가 사망하자 《가디언》지는 ‘완벽한 아르헨티나의 댄디dandy가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라는 첫 줄로 부고 기사를 냈다.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를 향한 찬사
● 때때로, 내가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은 방식으로 전혀 시작해 낼 수 없을 때, 나는 정확히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가 되고 싶다. _ 훌리오 코르타사르

● 비오이 카사레스는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작가다. 그의 독특한 재능은 비할 데 없다. _ 카를로스 푸엔테스

● 비오이 카사레스는 보르헤스와 더불어 우리 시대 문학의 위대한 장인이다. _ 카밀로 호세 셀라

● 비오이 카사레스가 다루는 주제는 세상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이다. 즉 상상의 육체에 우리는 모든 종류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 그에게 사랑은 무엇보다 우선한다. _ 옥타비오 파스

● 비오이는 보기 드문 문체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사실적이고도 꾸밈없이 보여 줄 줄 알았던 독창적인 작가다. _ 알바로 무티스

● ‘환희’는 비오이 카사레스 문학을 정의하는 정확한 단어다. _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

● 20세기 후반 모든 위대한 라틴아메리카 작가들 가운데서 비오이는 후안 룰포와 더불어 가장 품위 있다. _ 하비에르 세르카스

● 아르헨티나의 모든 소설가 가운데 가장 광대하고 영속적인 작품을 남긴 것은 바로 비오이다. _ 오스발도 소리아노

● 비평가들이 보르헤스의 작품보다 당연히 먼저 읽었어야 할 비오이의 비범한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제야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_ 에미르 로드리게스 모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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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회원리뷰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단편집으로 "눈의 위증" 외 13편을 모아놓았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이라고 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작가가 쓴 소설을 잇달아 읽게 되었다.

    (하아...;;; 그 바로 앞에 읽었던 국내작가의 소설도 너무나 난해했더랬다는...)

    문학 책은 주로 영미권을 읽다 가끔 접하게 되는 제3세계의 작품이었다.

    그 책이나 이 책이나 난해한 듯해서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학창시절에는 주로 고전이나 명작이라는 작품들로만 읽었더랬는데...

    어쩌다 현대문학(당시에는) 작품을 읽노라면 그렇게 맹탕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세월이 훌쩍 (아주 훌쩍!) 흘러 지금은 주로 현대문학 작품을 읽게 되었다.

    (안 그런 작품도 있지만) 이제는 맹탕이란 느낌에서 벗어나 점점 익숙해졌나 보다.

    예전이었으면 몰입해서 읽었을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가 내겐 너무 버거웠다.

    "작가의 젊은 시절 상상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동시에...

    비오이 환상문학의 전범을 이루는 대표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하는데...

    작가의 흐름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내가 너무 쉬운 현대문학으로만 치우쳤구나 했다.

    꼬고 비틀고 길게 설명하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도통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솔직히 표제작인 "눈의 위증"까지는 내가 뭘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나마 한 소녀의 죽음과 그 죽음에 얽힌 진실(비밀)에 대한 이야기란 것 밖에는...

    비오이 카사레스는 1944년부터 1967년까지 여덟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고,

    1972년에는 <사랑 이야기>와 <환상 이야기>로 그동안 쓴 단편소설들을 내놓았단다.

    이번 단편선에 수록된 열네 편은 모두 <환상 이야기>에 실린 작품들이라고 한다.

    먼저 읽었던 멕시코 작가의 책이나 이번 아르헨티나 작가의 책에 대한 내 느낌은...

    처음 접하던 구구단 외우기처럼 까탈스럽고 생경해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한 책과 친해지기가 힘들었지만 조금씩 나아짐을 느꼈더랬다.

    1914년에 태어나 1999년에 생을 마친 작가여서인지 고전은 고전이구나 했다.

    아무튼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작품은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야 할 책 같았다.

    현재의 내 상태가 너무나 고차원(?) 적인 작품을 받아들이기에는 무리여서 아쉬웠다.

    신정, 구정 다 보내고 추위가 풀리면 다시금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었더랬다.

    다만 역부족으로 이번에는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라는...

    난생처음으로 접한 아르헨티나의 작가가 있었노라는 사실에 만족해야만 할 것이겠다.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 ka**808 | 2019.12.12 | 5점 만점에 3점 | 추천:0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심장,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비오이 카사레스는 나의 진정한 그...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심장,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비오이 카사레스는 나의 진정한 그리고 비밀스러운 스승이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1914~1999) 는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1932년 열여덟 살의 비오이 카사레스는 서른 두 살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처음 만나 지적이고 문학적인 모험의 동반자로 평생을 교류했다고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보르헤스 생전에는 잘 인정받지 못하다가, 1986년 보르헤스 타계후 비로소 재조명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르헤스의 이름은 꽤 여러번 들었던 이름인데,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거의 평생을 보르헤스와 교류하며 함께 쓴 작품이 많아서인지 그만의 작품은 뒤늦게 재조명된 것 같다. 보르헤스는 왜 생전에 비오이 카사레스를 밀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1944년부터 1967년까지 비오이 카사레스는 소설집 여덟 권을 출간했다. 그는 1972년에 그때까지 쓴 단편소설들을 [사랑 이야기] 와 [환상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모아 놓았다. 이번 단편선에 수록된 작품은 모두 [환상 이야기] 에 수록된 이야기들이다. 나이로치면 30~50대에 쓴 단편들로 가장 전성기때 쓰여진 작품들이 아닐까 싶다. 비오이 카사레스의 작품들은 '환상적 사실주의' 가 특징이라고 하는데, 그게 뭔지는 책을 읽어보면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의 영향이 짙게 배인 나라다. 19세기에 스페인들에게 점령당한 후 원주민들은 밀려났고, 스페인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자리잡아 언어는 스페인어 이고 국교는 카톨릭이다. 세계2차대전 이후 '페론' 독재 시기가 있었고, 이후 군부와 독재와 개혁 사이에서 혼란을 거듭해오던 시기에 비오이 카사레스가 살았고, 작품을 썼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려고 할때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이 쓰여졌던 시기는 독재와 혁명의 혼란기였고, 스페인이주민이 원주민을 무시하던 때였고, 다양한 차별적 성향이 만연하던 때였다. 그리고 같은 아르헨티나 사람인 체 게바라가 죽은 년도가 1967년이다. 아르헨티나는 짧은 안정기와 긴 혼란기를 반복하고 있던 곳이었다.

    14편의 단편들이 거의 시간순서로 배치되어 있는듯 하니 읽어갈수록 저자의 작품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몇 년 동안 나는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이별로 인한 고독보다는 단절로 인한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 좋았는데, 그것은 그 순간을 그녀와 함께 보냈기 대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들을 살펴보았고, 자세히 되돌아보았으며, 되살리려고 했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지나간 일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고 믿는다.

    <파울리나를 기리며> -p. 16

    '나' 는 파울리나를 사랑한다. 파울리나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울리나는 갑자기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나'는 떠났고 2년후 돌아왔을때 집으로 찾아온 파울리나와 재회한다. 그러나 사실 파울리나는 2년전 살해당했다.

    아마도 같은 세계는 무한히 많을 것이다. 약간의 변화만 있는 세계도 무한하며, 서로 다른 세계도 무한할 것이다. 지금 내가 토로 요새의 감옥에 갇혀 쓰는 것은 내가 이전에 이미 썼던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 쓰게 될 것이다. 책상에서, 종이에, 감옥에서 쓸 것이며, 이런 모든 것은 완전히 똑같을 것이다. 무한한 세상에서도 내 상황은 똑같을 테지만, 아마도 내가 갇힌 이유는 점차로 숭고함을 상실하여 결국 추잡하고 천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내가 쓰는 글은 아마도 다른 세상에서 명언에 버금가는 부정할 수 없는 탁월한 것이 될 것이다.

    <하늘의 음모> -p. 69

    알베르토와 모리스는 친하지 않은 친구 사이다. 의사인 알베르토에게 어느날 모리스가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다. 그리고 알베르토가 찾아갔을 때 모리가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모리스는 다른 세계에 다녀왔으나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알베르토는 다수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오리베는 루시아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눈에 띌 정도로, 거의 연극을 하다시피 침울해져 있었다" 실제로 오리베는 훌륭한 배우 같았고, 자신이 맡은 배역을 분명하게 상상했으며,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과 자기 자신을 혼동하곤 했다.

    <눈의 위증> - p. 122

    '나' 는 비야파네 의 유고집을 출간하며 비야파네가 숨기려 했던 것이 분명한 어떤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비야파네 는 어떤 여행에서 젊은 시인 오리베를 만났다. 오리베가 살해당한 후 오리베에 대한 이야기를 펴냈던 비야파네의 글은 사실 거짓이었다. 루시아의 아버지는 오리베를 죽였고, 오리베는 그것을 알았음에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비야파네의 장화에 묻은 눈이 증거였다. 하지만 비야파네는 시인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기도 했다.

    "지옥으로 갔어요." 바보들의 입에서는 진실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인자는 우리 쪽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이 사람이 음산한 외모의 소유자이자 파리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기를 보대던 코우토씨였을까? 사람들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는 악마, 진정한 악마였다.

    <이상하고 놀라운 이야기> -p. 166

    '나' 는 랑케르와 올리비아를 소개 받는다. 랑케르는 '신' 들은 믿지만, 기독교의 '하나님'은 믿지 않는다. 어느날 파티에서 랑케르의 논리에 격분한 사람과 결투를 하게 되고 랑케르는 죽는다. 그런데 살인자들은 사실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시기를 보냈지만, 거스를 수 없는 갑작스러운 우연의 공습으로 혼란스럽고 영웅적인 절정의 순간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이것이 비천한 무명작가의 전혀 철학적이지 않은 외침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가 비천한 무명의 사람이기에 하나 이상의 끔찍한 사건에 관해 증언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심지어 의미가 있다고 반박하고 싶다.

    <남의 여종> - p. 169)

    우르비나는 플로라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주변에서 플로라는 미쳤거나 사생활이 문란하다고 험담하는 사람들이 많다. 플로라는 비밀이 많다. 우르비나는 플로라의 비밀이었던 루돌프를 만나게 되고 실명까지 하게 되는데, 루돌프는 아프리카 피그미족이 축소시킨 소형인간이었다. 플로라는 우르비나를 버리고 자신의 난쟁이 남자에게로 갔다.

    사랑하는 라울, 생각 전송이라는 것을 아나요? 당신이 내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여긴다면 그건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당신이 무엇을 하든 나를 슬프게 만들어요. 호세피나 같은 개에게, 혹은 당신 같은 사람에게, 또는 당신 아내에게 생각을 전송하고 꿈을 전송하는 것은 모두 같은 하나의 것이지요.

    <파리와 거미> -p. 245

    라울과 안드레아는 사랑해서 결혼했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라울은 와인가게를 운영했고 안드레아는 하숙집을 운영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라울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꿈속에서 안드레아는 불륜을 저지른다. 라울은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드레아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다 안드레아는 자살을 하고 라울은 하숙인인 한 여자에게서 '생각전송' 을 당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내가 확실하게 말하는데, 여기 있는 고양이는 라비니아야. 나는 먼저 레토와 함께 느끼고 경험했는데, 그건 라비니아였어. 같은 것과 유사한 것은 엄청나게 달라. 네가 설명해 달라고 하면, 나는 니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말하는 영원한 회귀를 떠올려 주고 싶어. 지금은 암고양이로 제한된 영원한 회귀만 생각하도록 해. 고양이를 원래 이루고 있던 요소들이 호텔이 타면서 흩어졌는데, 갑작스러운 우연 때문에 그것들이 모여 똑같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그늘 쪽> -p. 284

    '나'는 여행하던 중 우연히 옛 친구 '베블런'을 만난다. 그리고 베블런이 왜 그곳에 머물게 되었는지를 듣게 된다. 베블런은 레다를 사랑했다. 그러나 레다에게는 남편도 있었고 애인도 있었다. 그러나 레다도 베블런을 사랑한다고 한다. 둘은 여행을 떠나고 베블런이 레다를 떠났을때 호텔에 화재가 발생했다. 베블런은 고향으로 돌아왔고 하인이 재산을 탕진하고 도망간 것을 알고 좌절했을때 새로운 일자리가 들어온다. 그일을 하기 위해 온 곳에서 화재에서 죽은 것은 고양이 뿐이라며 레다에게서 편지가 온다. 둘은 만나고자 했지만, 레다가 사고로 죽는다. 베블런은 고양이를 다시 만난 것처럼 레다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레다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 일화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씩씩하고 활기차며 무감각한 성격의 신사인 스탄들 사니첼리를 제외한 사망자는 더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자와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사자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영혼 깊숙한 곳에 있는 고대의 동물적 본성을 따랐다. 그들은 공격적이고 잔인했으며, 비겁했고 멍청했다. 시청 직원들이 맹수를 생포하자, 모든 사람의 안에서 다시 인간의 기준과 척도가 널리 퍼졌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 기준은 위선으로 더러워졌지만, 마찬가지로 동정심과 용기로 찬란하게 빛났다.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 - p. 299

    어느날 동물원에서 사자가 탈출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어떤 사람은 나갔고 어떤 사람들은 나가지 않은채 집에서 먹고 마시고 희롱하며 창밖을 살폈다. 그러다 아이가 숲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낸 순간 사자는 잡혔고 누군가는 죽어있었다.

    좋건 나쁘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길 바랐다. 강도 높은 삶에 익숙해진 탓인지, 나는 게으르고 나태한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이었다. (p.312)

    "메기는 죽었어요" (p. 320)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한 마을에 무료한 일상속에 사소해보이던 변화가 품고 있던 진실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알게 된 것은 외계인이 왔었다는 것. 본적은 없지만 안타깝게도 죽었다는 것.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계속 생각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어요. 계속 생각하는 것이 죽은 것보다 더 낫다고 말했어요. 불멸성으로서의 생각은 확실히 보장되어 있다고 했어요. 내가 외운 그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면, 나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그의 생각을 전하게 될 거에요. 그는 인간이 물질과 영혼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결합체며, 항상 파ㅗ기와 죽음이 물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러고는 자기가 어떻게 그 일을 진행했는지 하나하나 말해주었어요.

    <열망> - p. 352

    나와 엘라디오는 친구다. 마을에 있는 모든 청년들이 밀레나를 사랑한다. 밀레나는 엘라디오와 결혼한다. 그런데 부부생활이 행복하지 않다. 어느날 엘라디오는 죽고 엘라디오의 막내동생 디에고는 나에게 엘라디오의 비밀을 말해준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밀레나는 엘라디오의 '틀'을 부수었고, 밀레나를 사랑하게 된 디에고와 결혼했다. 나는 엘라디오가 만든 '틀'을 전시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는 자신이 무한히 살 것이며, 항상 모든 것을 할 시간이 있으리라고 믿었다. 비록 그의 직업은 과거와 관련되었지만 항상 미래에 호기심을 느꼈다.

    <위대한 세라핌> - p. 361

    알바레스는 건강이 안좋아져서 요양차 여행을 떠난다. 호텔에서 만난 사람들은 피곤했고 건강이 좋아지기는 커녕 어느날 주변엔 유황냄새가 진동을 하고 물은 썩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종말을 믿지 않는다. 알바레스는 종말을 예감하며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행동을 선택한다.

    염려나 배려와는 거리가 먼 부인은 재빠르게 애국적 내용의 불평을 들려주었어. 아르헨티나 사람이 보이는 것과는 달리 깃털을 꽂은 원주민이 아니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외국 소설이 들어온다는 말이었어. (p. 412)

    "그건 회복될 수 없는 순간들이야. 즉시 과거로 들어가기 때문이지. 진짜 순간들인데, 그것은 또 다른 세상의 것이야. 그곳에서는 자연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아" (p. 414)

    한 도시에 이틀 혹은 사흘간 머무르는 대신, 나는 내 여정의 다음번 목적지로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여행했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시곗바늘을 앞으로 돌리거나 뒤로 돌려야 했지. 그런 시차로, 그리고 피로 때문에, 나는 모든 것, 그러니까 시간과 나 자신이 비현실이라고 느끼게 되었지. (p. 425)

    <기적은 복구되지 않는다>

    나와 그레베는 기차역에 너무나 일찍 도착한 나머지 함께 커피를 마시게 된다. 나는 여행에서 같은 인물이 동시에 다른 곳에 존재하는 듯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레베는 카르멘과 사랑했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카르멘은 죽었으나 다시 만났던 경험을 이야기 한다.

    "가야 할 길을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군요" 구스만은 마음속으로 기쁘게 이런 찬사를 음미하면서 그럴 만하다고 여기고는, 자기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 아닌지 의심을 품었다. .. 하지만 그 길은 힘들게 절약한 몇 분이라는 시간을 허비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 그는 이 길로 가는 게 맞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묻지 않고 지나쳤고, 자기가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 그러니까 바틸라나가 제안한 것처럼 길을 잘 아는 사람의 이미지를 지키려고 마음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름길> - p. 439

    구스만은 동료 직원인 바틸라나와 차를 타고 출장을 가는 중이다. 갑자기 차가 고장나서 도움을 청하러 간 곳에서 둘은 감금되고 구스만 혼자 탈출하게 된다. 구스만은 자신이 겪은 일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의 일등실은 모두 이점을 상실했어요. 심지어 금과 유사하게 그 가치만 보존하는 속물근성까지도 말이에요. 하지만 나는 결점 때문에, 그러니까 내 나이 때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치유할 수 없는 흠 때문에 이등실 승객이 될 마음은 없답니다.

    <일등실 여자 승객> p. 464

    이 책에서 가장 짧은 이 단편은 단 4페이지이고 여자승객의 독백이다. 이등실 승객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과 일등실이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끝까지 일등실만을 고집하는 여자승객의 마지막 대화이다.

    이 책에 대한 작품들 면면 모두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은 아니었다. 읽다가 저자에 대해 조사해보고 읽다가 작품에 대해서 찾아보고 읽다가 옮긴이의 말 부터 읽어보고 해가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던 책이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 보다 더 적절한 평을 쓸 수 없어서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의 문학은 환상문학에서 사실주의로 혹은 그 반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두 흐름은 공존했다. 이것이 바로 이 단편선에 수록된 작품들이 보여 주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비오이 카사레스는 완전히 확실한 세상에서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환상문학의 사실주의 경향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환상문학의 서술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 앞에서 우리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서 추측에 도전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당혹해서 혼란스러워하는 것들을 공유한다" 비오이 카사레스에게 환상문학이란 현실은 논리적이고 정돈되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도구, 즉 의문을 던지면서 안정된 질서에 틈을 만들고 또 다른 통일성을 엿보게 하거나, 혹은 단순히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드러내면서, 우리를 혼란스러워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옮긴이의 말> - p.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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