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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 시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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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쪽 | 규격外
ISBN-10 : 8901230429
ISBN-13 : 9788901230429
허영의 시장. 2 중고
저자 윌리엄 M. 새커리 | 역자 서정은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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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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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 시장』은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이다”
존 캐리_옥스퍼드대학교 석좌교수

<가디언>이 선정한 100대 소설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달과 6펜스』 서머싯 몸이 꼽은 최고의 소설 영문학을 대표하는 윌리엄 새커리의 걸작 『허영의 시장Vanity Fair』이 새커리가 직접 수정하여 출간한 1853년 보급판에 기초하여 국내 번역 출간되었다. 『허영의 시장』은 1847년부터 1848년까지 19개월 동안 월간으로 연재되었다가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된 소설로, 새커리에게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찬사를 모두 안겨준 그의 대표 작품이다. 서머싯 몸은 『허영의 시장』을 격찬하며 최고의 영문소설로 꼽았고, 샬럿 브론테는 『허영의 시장』에 압도되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소설 『제인 에어』를 새커리에게 헌정했다. 또한 문학 비평가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석좌교수인 존 캐리는 『허영의 시장』은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이며, 범위와 주제 면에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견줄 만한 유일한 영문소설이라 평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허영의 시장』은 당시 영국 상류사회를 사로잡고 있던 허영과 위선을 주제로,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인 존재인지에 대해 가차 없이 풍자하면서 당대 어느 소설가보다 삶의 진실을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사실적이면서 특색 있는 인물들과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 새커리 특유의 표현력과 희극적 필치가 펼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허영의 시장』이 왜 최고의 영문소설이라 평가받으며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지 알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윌리엄 M. 새커리
1811년 인도의 콜카타에서 동인도회사 관리자였던 아버지 리치먼드 새커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1815년 아버지가 죽자 영국으로 보내져 차터하우스와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교육을 받았다. 학위를 받지 못하고 대학을 중퇴한 후 1833년에는 전문 화가가 될 결심으로 파리에 정착해 한동안 그곳에 살기도 했다. 그의 미술적 재능은 이후 그가 자신의 글들에 덧붙인 삽화에서 엿볼 수 있다. 1836년 파리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의 이저벨라 쇼와 결혼한 후 1837년 런던으로 돌아와 직업 기자로 활동했다. 새커리의 아내는 셋째 딸을 출산한 1840년부터 정신 질환이 심각해졌고 새커리도 이즈음부터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하는데, 이는 이후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커리는 1830년대 후반 <프레이저스 매거진〉, 〈뉴 먼슬리 매거진〉, 〈펀치〉지 등에 다양한 글을 기고하며 작가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역사소설 『배리 린던의 행운The Luck of Barry Lyndon』(1844)은 그가 쓴 최초의 소설로 악당, 불한당 등을 주요 등장인물로 삼고 있다. 『속물들의 책The Book of Snobs』(1848)은 〈펀치〉지에 연재해 크게 인기를 끈 「영국의 속물들The Snobs of England, by One of Themselves」 연작을 모은 것으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새커리의 특징적 문체가 잘 나타난 글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자 본명으로 발표한 첫 작품이기도 한 『허영의 시장』은 1847년부터 1848년까지 19개월 동안 월간으로 연재되었다가 1848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는데, 이 작품으로 새커리는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찬사를 모두 얻으며 유명 작가가 되었다. 후기 작품으로는 『펜더니스 이야기The History of Pendennis』(1850), 『뉴컴가The Newcomes』(1855) 등이 있으나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허영의 시장』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새커리는 그 후로도 찰스 디킨스의 유일한 맞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다수의 작품을 창작하다가 1863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갑자기 죽음을 맞았다. 『허영의 시장』은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역자 : 서정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에서 19세기 영국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18, 19세기 영국 문학과 문학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가면 뒤에서』, 『초월주의의 야생귀리』 등이 있다.

목차

34장 제임스 크롤리의 담뱃불이 꺼지다
35장 미망인이자 어머니가 되다
36장 무일푼으로 한 해를 잘 살아내는 법
37장 앞 장에 이어서
38장 영락한 집안
39장 비웃고 지나갈 일들
40장 베키, 크롤리가문의 인정을 받다
41장 베키, 선조들의 저택을 다시 방문하다
42장 오스본가 근황
43장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44장 런던에서 햄프셔로
45장 햄프셔와 런던 사이
46장 고난과 시련들
47장 곤트가
48장 독자들, 최고의 사회로 초대되다
49장 세 가지 코스 요리와 디저트를 즐기다
50장 마음 아픈 사연
51장 독자 분들이 풀지도 못 풀지도 모를 수수께끼 연극
52장 스타인 경, 더할 나위 없이 관대한 일면을 과시하다
53장 구출과 파국
54장 전투 후의 일요일
55장 앞 장에 이어서
56장 조지 신사가 되다
57장 동방으로부터의 귀환
58장 우리의 친구 도빈 소령
59장 낡은 피아노
60장 상류사회로 돌아가다
61장 두 개의 불이 꺼지다
62장 라인 강변에서
63장 옛 친구를 다시 만나다
64장 방랑자 베키
65장 이런저런 일들과 쾌락들
66장 연인 간의 불화
67장 출산과 결혼, 그리고 죽음

주해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윌리엄 새커리 윌리엄 새커리는 찰스 디킨스가 함께 영국문학 황금기인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풍자와 조소를 통해 동시대의 지적인 각성을 유도했다. 『허영의 시장』의 배경인 19세기 영국 사회는 근대화로 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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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윌리엄 새커리
윌리엄 새커리는 찰스 디킨스가 함께 영국문학 황금기인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풍자와 조소를 통해 동시대의 지적인 각성을 유도했다. 『허영의 시장』의 배경인 19세기 영국 사회는 근대화로 인해 상공업이 발달하고 중산계급이 눈에 띄게 성장하던 시기로 부의 축적과 신분 상승의 욕망이 가득한 시기였다. 새커리는 뛰어난 관찰력과 날카로운 역사의식을 이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내며, 부유한 중상층 인물들이 허영과 속물근성에 빠져 있는 상황을 신랄하고 풍자적인 태도로 그려내는 동시에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우리 개개인은 ‘허영의 시장’에 늘어서 있는 임시 건물과도 같다”
이 책의 제목인 『허영의 시장』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에서 가져온 말이다. 천상으로 가는 순롓길 중 주인공이 ‘허영’이라는 도시에서 만나는 휘황찬란한 ‘시장’은 인간의 탐심과 욕망을 드러내는 물건들로 가득한데, 새커리는 이를 소설 속 인물들과 영국 사회에 빗대었다. 그는 소설의 주제를 확연하게 부각하는 이 제목을 한밤중에 떠올리고는 기쁨에 넘쳐 침대에서 뛰어나와 방을 세 바퀴나 걸어 다녔다고 한다.

쉴 틈 없이 펼쳐지는 매혹적인 이야기와
인간의 탐욕과 위선에 대한 신랄한 풍자
『허영의 시장』은 가난한 고아 레베카와 유복한 상인 집안에서 자란 아멜리아의 대조적인 삶과 그들의 운명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전개된다. 새커리가 창조한 최고의 인물로 평가받는 레베카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새커리가 소설의 앞부분을 상당 부분 고쳐 등장시킨 도빈은 겸손하고 이타적이며 아멜리아를 향해 충직한 모습을 보이지만, 도빈을 대하는 아멜리아의 태도가 너무나 무정하기에 그의 모습도 어리석게만 보인다. 도빈의 친구이자 아멜리아와 오래전부터 혼인 이야기가 오간 조지는 인간의 자만심과 천박함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외에도 『허영의 시장』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부, 사랑, 결혼, 명예, 지위, 쾌락 등 각자의 허영을 추구하는 동안 새커리로부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풍자와 조소, 연민의 대상이 되다가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흥미진진한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반영웅 소설의 선구자 ; 주인공 없는 소설
『허영의 시장』의 연재 당시 제목은 『영웅 없는 소설: 펜과 연필로 그린 영국 사회의 스케치』였고,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될 때에도 ‘영웅 없는 소설’을 부제로 붙였다. 따라서 ‘영웅 없는 소설’은 이 작품을 설명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이는 ‘주인공 없는 소설’을 의미하기도 하고, 따를 만한 인물이 소설 속에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물 설정으로 인해 『허영의 시장』은 낭만주의의 허식과 영웅 숭배에 대한 반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반영웅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유럽 사실주의 소설의 발전에서 이정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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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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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ϻ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이제 우리의 인형극이 끝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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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이제 우리의 인형극이 끝났으니 꼭두각시 인형들을 집어넣고 상자의 뚜껑을 덮자구나."라며 윌리엄 M. 새커리는 《허영의 시장》을 끝맺었다. 1권과 2권을 합쳐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인물들은 자신들이 가진 욕심과 허영을 뽐냈고, 그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기도 했다. 한 가문의 수장으로서 경제권을 쥐고 흔들고, 전쟁을 피해 비싼 돈을 지불하며 도망을 가고, 또 망해버린 사업으로 딸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던 인물들은 결국 죽음으로 이 연극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들 중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그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녀의 썩은 양심이 이번만은 정말 순수함을 지켰던 것일까? 그녀의 모든 거짓말과 계략, 이기주의와 음모, 기지와 영리함이 결국 이렇게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 p. 363

    인물 소개가 주를 이루었던 《허영의 시장 1》과는 달리 《허영의 시장 2》에서는 본격적으로 인물들의 욕심과 허영을 보여준다. 로던과 비밀리에 결혼해 야반도주를 했던 레베카는 특유의 성격으로 사교계를 휩쓸며 남심을 사로잡고 많은 여성들의 질투를 받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높은 콧대를 유지하며 자신의 생활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가 만약 그 시대의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한자리 차지하고도 남았을 만큼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유혹한다. 그렇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의 영국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1817년과 1818년의 그 행복했던 시기 동안 영국인들의 부와 명예에 대한 존경은 대단한 것이었다. 듣자 하니 그때의 영국인들은 아직 현재의 그들을 특징 짓는 집요하고도 인색한 흥정의 기술 같은 것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유럽의 주요 도시들 역시 아직 악랄한 영국 사기꾼들의 공격을 받기 이전이었다. 그러나 이제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어떤 도시에서도 영국의 귀족이라는 작자들이 상표처럼 달고 다니는 거만한 자세로 여관 주인들을 등쳐먹고 믿을 수 없는 은행에서 발행된 허위 수표들을 남발하고 마차 제작자들에게는 마차를, 세공인들에게는 장신구를 만들게 한 후 돈을 지불하지 않고 가버리고 카드놀이로 순진한 여행객들의 돈을 뜯고 심지어 공공 도서관에서 책을 훔쳐 가는 등의 만행을 일삼는 것을 볼 수 있다. / p. 63

    새커리는 이런 레베카의 모습을 통해 당시 영국인들의 허영 넘치던 모습을 비판한다. 돈이 곧 명예라고 생각하고 돈을 좇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아첨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들에 빗대어 영국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물을 향한 논평을 하는 척 《허영의 시장》을 읽는 독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아주 냉정한 어조로.

    《허영의 시장 2》에서는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등장한다. 로맨스. 당시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임을 감안하면, 새커리 입장에서는 이런 소재를 넣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은 웃기게도 독자들이 기대했던 로맨스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그저 한 남자의 애절한 짝사랑만이 남아있을 뿐. 남편 조지가 전사한 뒤, 아들을 낳아 홀로 키우는 아멜리아가 바로 그 짝사랑의 대상이다. 작가가 묘사하기에도 청순하고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아멜리아를 늘 옆에서 지켜보는 도빈의 사랑은 가슴 아프다.

    그건 핑계에 불과해요, 아멜리아. 그렇지 않다면 난 지난 십오 년 간 아무 보람 없이 당신을 지켜보고 사랑해온 걸 겁니다. 나도 그동안 당신의 마음을 읽고 당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어요. 당신의 애정이 무엇인지 나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충실하게 기억에 매달리며 몽상을 소중히 여기고 있지요. 하지만 제가 당신에게 바쳐온 마음은 소중히 여기지 않아요. 당신보다 너그러운 여자에게 제가 받을 수도 있었을 애정을 느낄 줄도 모르고요. 네, 당신은 내가 그동안 바쳐온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 p. 608

    작가는 인물들이 각자의 허영을 추구하도록 만들고는 그들을 비판을 위한 대상으로 삼았던 걸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허영의 시장》 속 인물들이 말하는 스타일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레베카는 남편을 멍청한 양반, 작은 괴물 등으로 불러대기도 하며, 자신의 행동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는 말투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뿐더러 읽는 독자들조차도 그리 좋게 느끼지는 못한다. 읽는 동안 그런 스타일로 말하는 인물 주변에 여전히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충격적이었던 《허영의 시장》. 원하는 대로 시원한 결말을 맞이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가진 욕심과 그 본성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아! 헛되고도 헛되도다! 우리 중 누가 대체 이 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설사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한들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인간이 가진 허영의 끝은 어디일까. 부디 그 시장의 중간에서 헤매지 않길.

     

     

  • ϻ 1,000쪽이 넘는 『허영의 시장』 ...

    ϻ




    1,000쪽이 넘는 『허영의 시장』 시리즈를 다 읽었다. 언제쯤 행복해지는지 궁금한 주인공이 끝내 행복해지는 이야기였다. 굉장한 분량의 이야기의 끝은 엇갈리고 또 엇갈린 아멜리아와 도빈의 결혼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만 담았다면 1,000쪽일 이유가 없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와 영국이 맞섰던 시절을 배경으로 삼은 『허영의 시장』은 극적인 상황에서 사람의 욕망을 담아낸 소설이다.


    『허영의 시장』은 마치 일일드라마와 닮아 있었다. 불행에 불행을 거듭하는 주인공이 끝내 행복해지는 이야기였다. 그 행복의 열쇠는 첫눈에 반했지만, 친구가 사랑하는 여자라서 고백을 삼켜야 했던 한 남자의 고백에 달려 있었다. 독자라면 진작에 눈치챈 도빈의 사랑을, 여자 주인공만 몰라, 애틋했던 짝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나 싶었다. 『허영의 시장 1』에서부터 수상쩍었던 도빈은 죽은 친구 조지의 아내인 아멜리아를 사랑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드디어 이 애매모호한 관계가 끝나는가 싶었다. 내가 놀랐던 건, 도빈이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아멜리아를 좋아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친구의 약혼녀였고, 친구의 아내였고, 이젠 죽은 친구의 아내이자 친구의 아들 어머니가 된 그녀를 의무처럼, 우정으로 포장하여 아멜리아를 도울 뿐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어디서나 티가 나기 마련이다. 결국 도빈은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어 고백한다.


    "그래요, 당신을 위해서 제가 그 피아노를 샀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말을 해야겠어요. 난 조지가 약혼녀를 소개하기 위해 날 당신 집에 데려갔던 그날, 당신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그때 굵은 고수머리를 늘어뜨린 소녀였지요. 노래를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있었어요. 기억하세요? 우리는 함께 복스홀에 갔었죠. 그때 이후 나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한 명의 여인만을, 당신만을 생각해왔었어요. 인도로 가기 전에 당신에게 마음을 고백하러 왔었지만, 당신은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차마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내가 런던에 있든 인도로 가든, 당신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으니까요."


    도빈의 절절한 고백은 꽤 아팠다. 소설 내내 도빈은 한결같이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백을 너무 늦게 했을 뿐, 그는 시종일관 아멜리아만 바라보았다. 반대로, 아멜리아는 너무할 만큼, 도빈에게 무관심했다. 도빈이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인정할 수 없어 마음을 숨겼던 만큼, 아멜리아 역시 도빈의 마음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아멜리아가 조지의 사랑을 확신할 수 있었던 '피아노 선물'은 도빈이 아멜리아에게 한 것이었다. 그때, 그녀가 실망할까 봐 자신이 했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나 고백을 뒤로 미룰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순간 도빈은 자신의 마음을 단념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길을 선택했다. 마치, <해리 포터>의 세베루스 스네이프처럼. 하지만. 아멜리아는 죽지 않았고, 친구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에게 그녀와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그 타이밍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조지가 죽은 후로, 두 사람은 자연스러워졌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은 긴 시간 동안 서서히 이루어졌다. 극적인 상황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서로를 붙잡아야 할 타이밍이 어제였는지, 오늘인지, 내일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시간만 지나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긴 시간 동안 서로의 존재가 익숙해졌다. 그래서 두 사람에겐 사랑을 고백할 타이밍이 없었다. 조지가 죽고 난 이후로 무수히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도빈이 고백할 수 없었던 이유. 불행에 불행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도빈에게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던 아멜리아의 사정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 사랑은 이제 정말 떠나고 말았다. 윌리엄의 사랑은 끝이 난 것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아멜리아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그녀를 그렇게 사랑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긴 세월 충실하게 바쳐온 그런 마음은 일단 한 번 내동댕이쳐져 부서지고 나면 흉터 없이 원래대로 수선될 수 없었다. 그 작고 부주의한 폭군이 그것을 그렇게 파괴하고 말았다.


    하지만 절절한 고백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또 어긋났다. 그는 '만약 그녀가 내가 비친 것 같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그 사랑에 화답했을 것이다. 그건 낭만적인 착각이었다. 인생이란 모두 그런 착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던가? 설사 그녀를 얻었다 해도 그 승리의 바로 다음 날 내 환상은 깨어지지 않았을까? 그러니 패배를 슬퍼하거나 부끄러워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자신의 오랜 사랑을 곱씹었다. 그는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마음을 정리한다. 하지만 많은 소설이 그러하듯,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상황 뒤에 극적인 반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두 사람은 이어진다. 굉장히 의외의 사람의 도움으로.


    결국 아멜리아와 도빈을 보고 있으면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랑도 있지만, 오래도록 내 곁에 있어 내가 자연스레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 곁에 있고, 내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 지금이란 시간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주변 상황에 휩쓸려 묻어두었던 자신의 감정은 결국 지나가지 않는다는걸. 참을 수 없는 그 마음이 자신의 욕망을 이길 때 사랑의 타이밍이 찾아온다고 말하는 듯싶다. 자신에게 솔직할 때, 나의 욕심을 내려놓을 때에 말이다. 도빈과 아멜리아는 18년이 걸려서야 깨달았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영화 <러브, 로지>가 생각났다. 어긋나기만 하는 모습이 꼭 닮아서. 두 사람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어긋남에 어긋남을 반복하는 두 사람의 끝을 확인해주어야 할 것 같은 아릿한 감정이 『허영의 시장』 을 읽는 내내 느껴져 다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18년은 너무 하지 않았나 싶다.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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