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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교육의 시선으로 읽다
276쪽 | 규격外
ISBN-10 : 1165190532
ISBN-13 : 9791165190538
노자 도덕경 교육의 시선으로 읽다 중고
저자 신창호 | 출판사 박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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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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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철학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전문서적입니다.

저자소개

저자 : 신창호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교육사철학)/고려대 평생교육원장/한중철학회 회장

저자 : 김학목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연구교수(노장철학)/해송학당 원장/명리학자

저자 : 강영순
전) 연변대 교수, 고려대 박사과정(교육사철학)

저자 : 권선향
서울미양초등학교 교사, 문학박사(불교), 고려대 박사과정(교육사철학)

저자 : 김광석
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 연구원, 고려대 석사과정(교육사철학)

목차

1장 ‘포용’교육 15
ㆍ 포용의 개념과 포용성의 맥락
2장 ‘실천’교육 35
ㆍ ‘명(明)’의 구조와 실천중심교육
3장 ‘미학’교육 65
ㆍ ‘미적 인간’과 ‘미적 교육’ 탐구
4장 ‘중도’교육 89
ㆍ 인간ㆍ문명에 대한 이중적 관점과 중도적 시각
5장 ‘모순’교육 113
ㆍ 유가(儒家) 비판과 교육적 모순
6장 ‘무위’교육 133
ㆍ 자연성이 담보하는 교육적 특징
7장 ‘자발’교육 149
ㆍ 학습자 중심 교육의 의미 탐구
8장 ‘대화’교육 163
ㆍ 노자의 무위ㆍ자연과 부버의 만남ㆍ대화
9장 ‘평화’교육 181
ㆍ 노자와 묵자의 평화 사상
10장 ‘자유’교육 197
ㆍ 자유학기제에 관한 단상
11장 ‘관리’교육 209
ㆍ 기업 관리와 경영 윤리
부록 ?道德經(도덕경)? ㆍ 227
참고문헌 ㆍ 267

책 속으로

출판사 서평

[머리말] 1 우리는 사실 ‘노자(老子)’라는 이름을 무척이나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노자라는 인물과 사유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때로는 아주 낯설게 느끼기도 한다. 교육학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2 노자의 삶을 들여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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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우리는 사실 ‘노자(老子)’라는 이름을 무척이나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노자라는 인물과 사유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때로는 아주 낯설게 느끼기도 한다. 교육학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2
노자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기』의 기록조차도 아주 짧다. 기록을 더듬어 보고, 노자라는 인물을 다시 살펴보자.
노자는 초(楚)나라 고현(苦縣) 여향(?鄕) 곡인리(曲仁里) 출신이다. 성은 이(李)씨이고, 이름은 이(耳)이며, 자는 담(聃)이다. 주(周)나라 황실도서관의 책임자를 지냈다. 공자가 주나라에 갔을 때, 노자에게 예(禮)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말하는 옛날의 성인도 그 육신과 뼈다귀가 이미 썩어 없어졌다. 지금은 그들이 말한 언표가 남아있을 뿐이다. 군자는 올바른 때를 얻으면 자리에 나아가 귀한 몸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만다. 훌륭한 장사치는 값진 물건을 깊이 감추고 밖에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이 알차고, 군자는 풍성한 덕을 몸에 깊이 갖추어 겉모습은 어리석은 것같이 보이지만 사람됨이 충실하다고 들었다. 그대는 몸에 가득한 교만함, 많은 욕심, 거만함, 산만한 생각 따위를 모두 버려라! 그런 것은 그대에게 어떤 이익도 주지 않는다. 내가 그대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이뿐이다.” 그 말을 듣고 돌아온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며 짐승은 달리는 족속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달리는 것은 그물을 쳐서 잡고, 헤엄치는 것은 낚시를 드리워 낚으며, 날아다니는 것은 주살로 쏘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용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른다고 하니 나는 그것이 어떤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내가 오늘 노자를 만났는데, 바로 용과 같은 사람이었다.”
노자를 만난 공자는 그를 용(龍)에 비유했다. 용은 신령한 동물이다. 그만큼 알기 어렵다. 존재가 어떤지 완전히 모르는 건 아니지만, 현실에 찌든 공자의 눈으로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묘한 존재임에 분명했다. 그러기에 공자는 제자들에게, ‘노자는 용과 같은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노자는 도(道)와 덕(德)을 닦는 사람이다. 그 학문은 스스로 재능을 숨겨 이름이 드러나지 않기를 힘썼다. 주나라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주나라가 쇠약해지자 마침내 주나라를 떠나기로 작정했다. 아니, 길을 떠났다. 그 도정에서 함곡관(函谷關)에 이르렀다. 함곡관에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던 수비대장 윤희(尹喜)가 노자를 알아보고 요청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은둔하시기로 마음을 정하신 것 같군요. 이 사람을 위해 가르침을 남겨 주십시오!” 노자는 상하 2편의 글을 저술해 주었다. 도(道)와 덕(德)의 의미를 말한 5,000여 글자를 남겼다. 그것이 바로 노자 『도덕경』이다. 그러고는 훌쩍 떠났다. 그 후, 노자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노자가 귀중하게 여긴 도(道)는 허무(虛無)하여 실체가 없다. 자연스럽게 변화를 따르며 무위(無爲)하는 가운데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사유를 중심으로 한다. 때문에 그의 문장은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노자 『도덕경』이 지닌 특성이 그러하다.

3
이러한 사마천의 기록을 아무리 깊이 탐구하더라도, 노자를 알기란 쉽지 않다. 노자가 누구인지, 실존 인물인지 가상 인물인지, 『도덕경』이라는 책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도무지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그만큼 답답할 수도 있지만, 독해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흥미를 느낄 만하다. 여기서는 노자 『도덕경』이라는 저서에 담긴 의미 체계를 ‘교육’이라는 프리즘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기존에 철학의 프리즘으로 읽은 텍스트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교육의 시선으로 읽고 풀이한 텍스트는 희소하다. 그것이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다.

4
사마천의 『사기』에 그려진 노자는 ‘용’과 같이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은둔(隱遁)하고 있는 존재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자, 무위(無爲)를 중시한다. 너무나 다양하게 묘사되다 보니, 그 모습이 오히려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도 그를 그려볼 수 있는 주요한 보배가 남아 있다. 그가 남겨주었다는 『도덕경』이다.
노자는 『도덕경』 1장 첫 구절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길을 길이라고 말하면 늘 그러한 길이 아니다! 이름을 이름이라고 말하면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그 유명한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이란 표현이다.
이 무슨 말인가? 단순하게 일반적인 논리로 파악하기 쉽지 않는 발언이다. 이게 뭐지? 일단 편안하게 따라가 보자. 노자가 길[道]과 이름[名]을 설명하는 방식에 비춰볼 때, 말이라는 도구는 인생의 가치에서 참을 추구하는 방식은 아닌 듯하다. 노자는 말로 표상된 언표가 자기 동일성을 갖는다는 생각을 접은 듯하다. 말의 유의미함보다 무의미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진짜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표시를 강조하는 듯하다. 그 의문은 “말이 많으면 자주 궁해진다[多言數窮]”라는 『도덕경』 5장의 언표에서 해소된다.

5
교육은 흔히 언어(言語)를 통해 전달되고 수신된다. 언어활동을 통해, 어떤 개념이 대상에게 전달되는 심적ㆍ물리적 과정에서 진행된다는 말이다. 언어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사용하는 인간의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인간의 이중적 성격을 지원하였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언어를 통해 ‘변명(辨明)’할 수 있는 계기를 갖는다. 이는 인간의 지식과 지혜, 언어의 발달 과정에서 볼 때, 진실의 적극적 해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의 적극적 은폐 역할도 했다. 따라서 어떤 언어의 속살에 담긴 뜻, 또는 대화의 과정에서 내뱉는 말은 항상 참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에서 흔히 경험한다. 교육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개념을 설명하거나 사유나 행위를 해명할 때,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것을 풀기 위한 말은 더욱 많아진다. 말이 많아질수록 또다시 무수한 억측들이 나돌고, 결국 진정한 의미는 말속에 매몰되기도 한다.

6
노자는 이런 말의 춤사위를 경계한다. ‘길[道]’을 ‘바로 그 길’이라고 말하고, ‘이름[名]’을 ‘바로 그 이름’이라고 말할 때, 정말 그 길이고 이름인가? 이에 대한 의심(疑心)이 그 사상의 출발점이다. 이는 데카르트의 ‘회의(懷疑)’를 연상케 한다. 우리가 ‘한국교육은 어떠어떠하다!’라고 말할 때, 그것이 정말 ‘한국의 모든, 또는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교육의 현주소를 수많은 담론으로 펼쳐나갈 때, 그 속에서 우리의 교육문제를 풀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말의 홍수 속에 참된 교육의 가치는 놓쳐버리고, 교육 외적인 말단을 근본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노자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준다.
“길을 바로 아는 성인은 ‘억지로 행함이 없음’을 일삼고, ‘말없는 가르침’을 편다[聖人,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도덕경』 2장의 언표다. 말은 말하려고 애쓰는 자에게서 나온다. 말하려고 억지로 애쓰지 않는 자에게는 행위가 있을 뿐이다.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런 행위를 발견할 수 있다. 이에 앞서 노자는 현실의 아름다움과 추함, 선함과 악함이 인간 문화의 인위적 개념, 서로 싸우고 절대시하는 자기주장들의 소산으로 보았다. 그러나 인생의 가치 개입 이전에 ‘있음과 없음’, ‘어려움과 쉬움’, ‘높고 낮음’은 끊임없이 서로 낳고 이루는 과정을 통해, 개념적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무런 폐단도 생기지 않고, 무리나 억지도 없다. 이런 행위를 본받아 나오는 역동성이 훌륭한 사람을 이끄는 힘이다.
그 행위의 정점에 ‘말없는 가르침’이 자리한다. 말없는 가르침은 인간이 만들어 사용하는 언어 문자의 한계와 병폐를 일깨워 준다. 말하지 않고도 가르치는 ‘불언지교(不言之敎)’는 언어의 부정적 폐단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교육방법론이다. 달리 말하면, 언어라는 인위를 소극적으로 대하는 교육이다. 즉 학생이 스스로 교학(敎學)하고, 저절로 바르게 행동하며, 저절로 부유하게 노력하고, 저절로 순박한 모습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불언지교의 방법은 하나의 형이상학적 교육의 길을 제시한다. 가르침의 기술 가운데 가장 높은 경지, 교육의 미학과 예술적 차원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불교의 선승(禪僧)들이 모범을 보이듯이, 묵묵함 가운데 인생의 진리를 비춘다.

7
그런데 어떻게 인간이 ‘억지로 행함이 없음’, 즉 ‘무위(無爲)’를 일삼을 수 있는가? 교육은, 특히, 우리가 좁은 의미의 교육이라고 지칭하는 학교교육이나 의도적 교육은 적극적인 말과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행함이 없이 가르침을 실천하라니?
여기에서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자의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절대 아니다! 어떻게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태어난 순간부터 활동하는 실존이 인간인데. 노자의 무위는 ‘인위적’ 또는 ‘의도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인간의 역사는 작위(作爲)를 일삼아 왔다. 일을 꾸민 만큼 무언가를 짓고 만들어온 내력을 지니고 있다. 인간(人間)과 사회(社會)라는,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 작위, 그 행위가 역사이다.
그런데 노자는 작위(作爲)에 대립되는 무위(無爲)를 말한다. 왜 이런 태도를 취했던가? 노자가 얘기하는 무(無)는 단순히 텅 빈 공백을 넘어서 있다. 따라서 무위는 절대적으로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는, 고요함 가운데 ‘함이 없음’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불위(不爲)’를 의미하는 언표가 아니라, 사물이 활동하고 작용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준거하는 또 다른 역동성을 뜻한다. 역동적인 힘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위 주체자의 의식을 순화하여 무위의 경지를 체득해야 한다. 무위의 경지를 체득한 사람은 의도적으로 사물의 활동과 작용에 순응하려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자신의 본성이 내키는 대로 행위할지라도 모든 일이 저절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무위는 오히려 모든 행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유효한 삶의 태도로 전환된다.

8
아래의 인용문을 보면 그 역설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도덕경』 48장이다.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지만, 곱씹어보면 의미심장하다.

“세상에서 말하는 배움을 하면 할수록 배울 것은 날마다 불어난다! 그런데 도를 실천하면 할수록 날마다 할 일이 줄어든다! 줄고 또 줄어들어 함이 없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함이 없는 데까지 이르고 나서야 모든 것이 되지 않음이 없다!”

노자는 배움에 대한 적극적인 반성을 촉구했다. 배움이 과연 인간이 올바르게,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유용한가? 배우면 배울수록 지식과 욕망, 허위의식이 싹트고, 인간 세계를 어지럽히는 것은 아닌가? 노자의 긴장은 치열하다. 그것은 배움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배움으로 인해 드러나는 폐해를 경계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비춰볼 수 있을까? 지식을 많이 습득하면 습득할수록, 그것은 힘으로 축적된다. 지식은 쌓이는 만큼 권력으로 자란다. 지식을 통한 욕망은 확대된다. 다시 말하면, 교육 자체가 하나의 권력을 재생산하여, 끊임없이 인간 스스로가 인간을 말살시켜 가는 방향으로 직진한다. 이에 노자는 참지 못했다. 폭발했다. 노자는 『도덕경』 20장에서 “학문을 끊어라! 근심이 없을 것이다[絶學無憂]”라는 극언을 내놓는다.
이렇게 이미 오래 전에 배움에 대한 경종을 울려준 것이 바로 노자의 무위 사상이다. 노자의 이런 사유는 사실, 인위로 하지 않음, 또는 자연(自然, self-so; 스스로 그러함)의 적극적 표현이다. 따라서 노자의 무위자연 철학은 적극적 교육철학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위’는 흔히 소극적인 대응방식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위를 넘어서는 적극성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역사에서 고대사회는 정치와 종교, 그리고 교육이 따로 분리되어 논해지지 않았다. 인류의 심적 기능 속에 숭배와 경애의 마음이 있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의식은 정치적이며 윤리적이고 교육적인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다스리는 자[治者]는 정치적 지도자이자 동시에 제사장이며 교육자였던 것이다. 노자는 바로 이 다스리는 자의 철학[교육학]을 ‘무위’로 내세운다. 『도덕경』 3장은 그것을 잘 일러 준다.

“어진 이를 숭상하지 말라. 그래야 백성들이 자기가 잘나 보이기 위해 다툼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말라. 그래야 백성들이 그것을 가지려고 도적질하지 않을 것이다. 욕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을 보이지 말라. 그래야 백성들이 마음의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다스림[정치/교육]은 백성의 마음을 비워 백성의 배를 채워 주며, 백성의 뜻을 부드럽게 하여 백성의 육체를 강건하게 한다. 늘 백성에게 앎이 없게 하고 바람이 없게 한다. 지혜롭다고 하는 위정자들에게 감히 무엇을 하지 못하게 한다. 백성들이 억지로 행함이 없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도록 맡겨두어도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으리라!”

백성들이 편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명과 보화 등을 통하는 방법이 좋다. 이러한 것은 세상의 보통사람들이 선호하며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들이다. 인간은 이를 추구하고 달성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인간관계나 인간다운 심성이 망가져도,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의 획득이라는 목적을 이루면, 그것도 일종의 의미 있는, 위대한 인생일 수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통치자는 힘을 갖고 인간 세상을 지배하지만, 일반 서민인 피통치자는 그들의 권력 의지를 충당해 주거나 실현시켜 주는 도구로 전락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진 이나 능력 있는 자가 되어 권력을 잡으려고 욕심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정치의 정점에 자리할 수는 없다. 정점의 자리에는 극소수만이 앉을 수 있다. 이 치열한 경쟁은 많은 사람을 도태하게 한다. 현재 우리 교육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쟁 구조는 이런 논리와 흡사하다.

9
노자의 무위는 바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정치, 교육 상태에 대한 대안이자 질타이다. 인간인 이상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간섭이나 관계가 없을 수는 없다. 따라서 가능한 한 간섭하지 않는 교육, 자유 또는 자율의 무위 교육이 요청된다. 지나친 간섭과 꽉 짜여진 지식 교육보다 좀 느슨하고 자유로운 자율과 자치의 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현대문명이 발달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분별지식의 분량이다. 분별지식은 양적으로 아무리 늘어나도 사람 대뇌 속의 정보량만 늘려줄 뿐 생명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분별지식도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정보로서 가치는 있다. 하지만 생명력을 업그레이드하며 단련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인물, 건전한 인격의 소유자란 잘 단련된 ‘소박한 마음의 소유자’를 말한다. 현대의 지식중심과 주입식 입시위주 교육은 대뇌의 전두엽과 좌뇌만을 지나치게 발달시켰다. 이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을 관장하는 간뇌, 시상하부, 자율신경계의 퇴화를 가져와, 생명력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부족한 이상한 인간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자가 제시한 무위의 교육철학은 현대사회의 비인간화 교육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제공한다. 무위를 통해 보다 근본적으로 돌아가려는 자세, 자연스러운 교육을 중시하는 태도는 현대교육의 병폐에 대한 수많은 대안들과도 상통한다. 교육에서의 무위! 너무나 많은 언설들 속에서 그것을 벗어나는 교육적 가치, 무언(無言)의 교육에 대한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10
여기에 수록한 글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강의시간에 다룬 내용을 중심으로 재 정돈한 글이다.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도 있고, 교육학적 아이디어나 시사점을 제공하는 차원의 성숙하지 않은 글도 있다. 초고는 개별적으로 썼지만, 강의에 참여한 대학원생들과 교수가 함께 읽고 정돈한 학문공동체의 결실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으나 이 모두가 말없는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을 이행하는 작업이라 생각하며, 할 수 있는 한의 용맹정진(勇猛精進)을 다짐해 본다. 〈부록〉에는 한 학기 동안 강의를 이끌어준 김학목 교수의 노자 『도덕경』 번역본을 실었다. 본 연구에서 인용한 『도덕경』은 김 교수의 번역을 기초로, 논의하는 내용에 맞게 적절하게 번안하여 정돈하였다. 가능한 한 글을 짧게 끊어서 이해하기 쉽게 하도록 했다.
아직까지 한국 교육학계는 『도덕경』과 관련한 연구가 풍부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몇 편의 연구논문은 있으나, 교육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노자 『도덕경』에 관한 단행본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책도 『도덕경』 전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아니다. 하지만 포용교육을 비롯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교육적으로 『도덕경』을 다루려고 고민했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도덕경』을 교육학적으로 인식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0. 1

지은이를 대표하여
신창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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