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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 아래
256쪽 | 규격外
ISBN-10 : 1187147516
ISBN-13 : 9791187147510
살갗 아래 [양장] 중고
저자 토마스 린치 | 역자 김소정 | 출판사 아날로그(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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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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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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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 몸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심장, 폐, 갑상샘 등 지극히 생물학적인 몸속 기관이 들려주는
가장 문학적인 몸에 관한 열다섯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 이 책은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A Body of Essays)’를 엮은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성 강한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몸속 기관들을 하나씩 정해 각자의 기억과 경험,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 · 문화 · 역사 · 의학적 지식들을 더해서 솜씨 좋게 엮어냈다. 지극히 심장, 폐, 간, 맹장, 갑상샘 같은 지극히 생물학적인 주제들을 아름다운 문학적 형태로 바꿔놓는다.
나오미 앨더먼은 창자를 주제로 우리 사회의 음식 강박에 대해 이야기하고, A. L. 케네디는 뇌보다 먼저 기억을 불러내는 코의 놀라운 능력을, 아비 커티스는 눈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깊게 녹아들어 있는 글도 있다. 부모님이 HIV에 감염되어 돌아가신 잠비아 출신의 시인 카요 칭고니이는 피에 관해, 크론병을 앓고 있는 윌리엄 파인스는 대장, 천식발작을 일으킨 경험이 있는 달지트 나그라는 폐에 관해 각자의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주며, 그에 따른 사회적 편견과 무지를 함께 이야기한다. 특히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작가이자 장의사인 토머스 린치는 삶과 죽음에 대한 뛰어난 통찰로 인간 존재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인 자궁 이야기를 담아낸다.
독자들은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 몸 구석구석을 거니는 이 장엄한 여행을 통해 가장 가깝지만 낯선 경이로움이 주는 감동과 재미를,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깨달음의 순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토마스 린치
저자: 토머스 린치(Thomas Lynch)
시인, 작가, 장의사. 『The Undertaking』(1997)은 내셔널 북어워드 최종후보에 올랐고, 아메리칸 북어워드를 수상했다. 1974년부터 미시간주 밀퍼드에서 대를 이어 장의사로 일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패터슨(Christina Patterson)
작가이자 방송인, 칼럼니스트. 《가디언》과 《선데이 타임스》 등에 사회, 문화, 정치, 도서,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8년에 『The Art of Not Falling Apart』를 출간했다.

달지트 나그라(Daljit Nagra)
BBC 라디오 4의 첫 초빙시인. 『Look We Have Coming to Dover!』(2007)로 포워드 포에트리상을 받았다.

네드 보먼(Ned Beauman)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2010년에 『Boxer, Beetle』로 데뷔했고,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The Teleportation Accident(2012)와 『Madness is Better Than Defeat』(2017)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패트릭 맥기네스(Patrick McGuinness)
학자, 비평가, 소설가, 시인. 『The Last Hundred Days』(2011)로 맨부커상 후보와 코스타 신인소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근작은 『Throw Me to the Wolves』(2019)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프랑스 비교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카요 칭고니이(Kayo Chingonyi)
잠비아 출신의 시인. 『Some Bright Elegance』(2012)와 『The Colour of James』(2016) 같은 소책자를 발표했고, 정식 시집인 『Kumukanda』는 2017년에 출간됐다.

마크 레이븐힐(Mark Ravenhill)
희곡작가이자 오페라 대본 작가, 배우, 저널리스트. 『Shopping and F***ing』(1996), 『Mother Clap’s Molly House』(2001) 등의 작품을 썼다.

임티아즈 다르커(Imtiaz Dharker)
시인이자 화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2014년 퀸스 골드메달 시 부분 수상자이며, 『Over the Moon』(2014)과 『Luck Is the Hook』(2018)를 비롯해 여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나오미 앨더먼(Naomi Alderman)
소설가이자 게임 디자이너. SF 소설 『The Power』(2016)로 2017년 베일리스 여성문학상을 받았다. 첫 소설 『Disobedience』(2006)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A. L. 케네디(A. L. Kennedy)
단편소설, 비소설, 학술서, 스탠드업 코미디 각본을 쓰는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Day』(2007)는 올해의 코스타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Serious Sweet』(2016)는 맨부커상 후보작에 올랐다.

아비 커티스(Abi Curtis)
소설가이자 시인, 요크 세인트 존 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시선집 『The Glass Delusion』(2012)으로 2013년에 서머싯몸상을 받았고, 디스토피아 소설 『Water & Glass』(2017)를 발표했다.

애니 프로이트(Annie Freud)
영국의 시인이자 예술가. 글렌 딤플렉스 시 부분 신인 작가상을 받았으며 T. S. 엘리엇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영국의 시집 협회가 2014년에 시 문학을 이끌 차세대 작가 중 한 명으로 발표했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증손녀다.

키분두 오누조(Chibundu Onuzo)
나이지리아 출신의 소설가. 딜런 토머스상과 영연방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The Spider King’s Daughter』(2012)와 『Welcome to Lagos』(2016)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윌리엄 파인스(William Fiennes)
영국의 소설가. 『The Music Room』(2009)과 서머싯몸상을 받은 『The Snow Geese』(2002)로 알려졌다. 19세에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필립 커(Philip Kerr)
히틀러 정권 초기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경찰 출신 탐정 베른하르트 귄터가 활약하는 소설 『March Violets』(1989)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프랑스 미스터리 비평가상과 프랑스 모험소설 대상을 받았고, 지금까지 영어덜트를 위한 ‘Children of the Lamp’ 시리즈를 비롯해 40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역자 : 김소정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과학과 역사를 좋아한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꾸준히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새들의 천재성』, 『원더풀 사이언스』,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비욘드 앵거』, 『악어 앨버트와의 이상한 여행』,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만물과학』 등을 번역했다.

목차

추천사_ 몸, 내 영토의 전부 (박연준 시인)
들어가기 전에_ 사람들은 자기 몸에 관해 얼마나 자주, 깊이 생각할까?

피부 . 삶이 피부에 남긴 상흔, 그 속의 아름다움을 보라 _크리스티나 패터슨
폐 . 일상의 고됨을 내뱉고 아름다움을 다시 채우는 일 _달지트 나그라
맹장 . 쓸모없는 것이 한순간에 우리를 지옥으로 떨어뜨린다 _네드 보먼
귀 . 언제나 열려 있으며 결코 잠들 수 없는 _패트릭 맥기네스
피 . 내 몸에 흐르던 것은 붉디붉은 수치심이었다 _카요 칭고니이
담낭 . 몸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겠습니까? _마크 레이븐힐
간 . 감정이 머물고 흩어지고 다시 태어나는 곳 _임티아즈 다르커
창자 . 우리가 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농담 _나오미 앨더먼
코 . 후각은 의식보다 빠르게 기억을 소환한다 _A. L. 케네디
눈 . 눈을 통해 세상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다 _아비 커티스
콩팥 . 내밀한 윤리와 감정적 충동이 자리하는 양심의 상징 _애니 프로이트
갑상샘 . 적당함을 유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_키분두 오누조
대장 . 가장 깊은 속내를 누구에게도 감출 수 없게 되었을 때 _윌리엄 파인스
뇌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경이로운 미스터리 _필립 커
자궁 . 인간 존재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 _토머스 린치

책 속으로

피부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할 때가 많다. 우리가 슬프고 화나고 절망스럽고 외로울 때면 피부는 부글부글 끓고 아프고 허물어진다. 대개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쩌면 거의 대부분 모를 수도 있다. 아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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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할 때가 많다. 우리가 슬프고 화나고 절망스럽고 외로울 때면 피부는 부글부글 끓고 아프고 허물어진다. 대개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쩌면 거의 대부분 모를 수도 있다. 아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것들(일, 가족, 집, 정신)이 피부를 스멀거리게 만든다는 것뿐이다. - 38쪽

눈은 감을 수 있어도 귀는 통제하기 어렵다. 소리를 차단하는 귀마개에서부터 300파운드나 하는 잡음 소거 이어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쉬지 않고 활동하는 귀를 막을 방법을 찾는다. 심지어 귀는 들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도 들을 소리를 찾는다. 손으로 귀를 막으면 맥박이 뛰는 소리, 머릿속에서 피가 흘러가는 소리처럼 아주 친숙하지만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우리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된다. - 79~80쪽

나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리고 받아들여야지만, 나는 진정한 나로 존재할 수 있다. 진정한 나로 존재해야만 누군가 나에게 우리 부모님에 관해 물었을 때 그분들은 대학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으며,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지금도 마음 아프며, 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아프더라도 나는 여전히 여기서 살아가고 있고, 내가 나인 한 그 고통이 내가 느끼는 전부가 되지는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98쪽

입과 항문,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창자는 아름다움을 부패로, 군침 도는 식욕을 구역질로 바꾸어버린다.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우리 몸과 맺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유산이 될 부패와 부식을 매일같이 경험한다. 몸은 신비롭다. 우리야말로 우리가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큰 수수께끼는 바로 여기, 창자이다. 음식을 전혀 다른 형태로 바꿀 능력을 가진 우리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 136쪽

나는 가장 복잡하고도 복잡한 구조물 속에서 살고 있지만 어쨌거나 아침에 깨어 활동을 하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내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거의 흥미가 없다. 하지만 내가 매일같이 쓰고 읽고 생각하는 동안 내 목의 가장 아랫부분에서는 모든 일이 골디락스 지점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애쓰는 작은 용광로가 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가 되도록 애쓰는 나비넥타이 모양의 용광로가 말이다. -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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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몸을 들여다본다는 것,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일” 삶은 우리 몸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그 상흔 속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자신은 각각의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대체는 ‘몸’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서 표현한다....

[출판사서평 더 보기]

“몸을 들여다본다는 것,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일”

삶은 우리 몸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그 상흔 속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자신은 각각의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대체는 ‘몸’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서 표현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활동을 하고 밤에 다시 잠드는 순간까지 내내 그 안에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몸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대부분 육체보다는 정신을 더 높이 평가해서 흔히 ‘나’라는 사람을 나답게 만드는 것은 육체가 아닌 정신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몸’은 그저 인간의 고귀한 정신이 잠시 머물다 가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일까?
시인 마이클 헤퍼난은 「그것을 칭송하여」라는 시에서 “몸을 갖는다는 것은 비통함을 배우는 일”이라고 했다. 몸은 우리의 감정과 정신이 깃드는 곳으로, 애초에 둘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다. 감정은 반드시 몸으로 드러나고, 몸의 상태는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기쁨에 흐르는 눈물, 사랑하는 이 앞에서 붉어지는 뺨, 감동의 전율로 살갗에 돋는 소름, 극도의 슬픔 때문에 칼로 찔린 듯 날카로운 심장의 통증 같은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 아니던가. 그런 경험들은 몸 곳곳에 문신처럼 새겨져 문득문득 그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장소와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시인과 소설가 등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살갗 아래 기관들에 깃든 ‘나를 나이게 만든 것들’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A Body of Essays)’를 모아 엮은 것이다. 영국에서 주목받는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피부, 눈, 코, 폐, 심장, 갑상샘 같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에 얽힌 이야기를 한 편씩 들려준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 관련 지식들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가들은 몸 속 기관이라는 지극히 생물학적 주제를 아름다운 문학적 형태로 바꿔놓는다.

“흉터가 남더라도 피부는 상처를 낫게 한다. 하지만 복숭아 같은 뺨은 더는 남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많은 생을 살아갈수록 피부는 복숭아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더 오래 살아갈수록 이 세상과 당신을 가르는 이 탄력적인 장벽은 당신이 싸우고, 결국 이겨낸 전투의 흔적을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는 그런 상흔들 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_ 「피부」, 40쪽

부분은 전체의 본질에 관해 어느 정도 드러내 보여준다. 이 책에서 열다섯 명의 작가들은 자신을 이루는 부분들을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과 특성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들을 여행한다. 누구보다 감정의 영역에 가까운 시인과 소설가들이 그 반대편에 있다고 여겨지는 인체, 그중에서도 살갗 아래 깊숙한 곳들을 들춰 그 아래 잠들어 있던 아름다운 몸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우리 몸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부분들에는
제각각 들려주고 싶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에 실린 열다섯 명의 작가들은 소설, 시, 오페라, 스탠드업 코미디 등 활동 분야뿐만 아니라 출신지나 앓고 있는 질병, 작가 외의 직업 등 제각각 다양한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몸과 몸속 기관들에 대해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그들은 각자의 삶이 각자의 몸에 새긴 고유의 무늬를 읽어낸다.

. 질병에 관하여
손가락은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평소에는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 신체 부위다. 하지만 손끝에 작은 가시라도 하나 박히는 날이면, 온 신경이 쏠려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몸의 어느 한 부분에 병이 있다면 어떨까? 크리스티나 패터슨은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여드름 때문에 피부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열아홉 살에 크론병 진단을 받은 윌리엄 파인스는 다른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한 대장에 관한 특별한 기억들을 갖고 있다. 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달지트 나그라는 천식을 앓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인 그의 부모님은 전통 민간요법으로 그의 천식을 치료하려 했지만, 그는 ‘시’로 자신의 병을 이겨냈다. 그는 전통적인 믿음 대신 시가 지닌 힘을 믿게 되었다.

“나는 시인으로서 시는 그 시의 풍성함으로 읽는 사람이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일시적인 호흡 장치 역할을 해준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나에게는 시를 읽으면서 시에 흠뻑 빠져드는 행위가 일상의 고됨을 버리고 다시 아름다움을 채울 수 있게 도와주는 교환 시스템이다.” _ 51쪽

. 가족에 관하여
내 몸은 내 것이지만, 부모님의 일부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기 몸을 돌아보며 가족을 떠올리기도 한다. 카요 칭고니이는 잠비아 출신으로, 그의 부모님은 HIV에 감염되어 돌아가셨다. 그 때문에 그에게 ‘피’는 숨겨야 하는 수치심 같은 것이었는데, 그 수치심을 내려놓고 자신을 짓누르던 무게를 들어 올리게 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임티아즈 다르커의 엄마는 그녀를 ‘나의 간 조각’이라고 불렀다. 영어식 표현인 ‘달콤한 심장(스윗하트)’의 파키스탄식 표현이다. 그들에게 ‘간’은 감정이 머물고 흩어지고 다시 태어나는 곳으로 심장만큼이나 상징적인 기관이다. 코의 역할과 냄새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 A. L. 케네디는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이나 흐른 뒤에 거리를 걷다가 한 남자에게서 맡은 할아버지의 애프터셰이브 로션 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라며 그런 일들이야말로 코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 기관들이 하는 독특한 역할에 관하여
몸속 기관 그 자체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들도 있다. 패트릭 맥기네스는 귀야말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기관으로 언제나 열려 있고 쉬지 않고 활동한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들을 것이 전혀 없을 때조차 맥박이 뛰는 소리나 머릿속으로 흘러가는 피의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에비 커티스는 눈의 역할을 설명하며 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한편,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켜보게 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준다고 말한다. 갑상샘에 관한 키분두 오누조의 묘사는 특히 흥미롭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가 되도록 애쓰는 용광로”(210쪽)라고 표현했는데, 이보다 더 정확하게 갑상샘의 역할을 설명할 방법이 또 있을까?

가장 가깝지만 낯설고 경이로운 우리의 몸,
당신 몸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까?
이 책에 글을 쓴 작가 중 가장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은 아마도 대를 이어 장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토머스 린치일 것이다. 그는 자궁에 관해 썼지만, 사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요람은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고, 모든 관은 우리에게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다”는 로버트 G. 잉거솔의 글을 인용하며, 자궁을 ‘인간 존재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런 토머스 린치의 글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열다섯 명의 작가들은 각각의 몸속 기관을 통해 삶에 대해 말하지만, 결국 그것은 죽음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아름답게 빛나면서도 한편으로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독자들은 개성 넘치는 열다섯 명의 작가들을 따라 우리 몸의 경이로운 풍경 사이를 거니는 동안 예상치 못한 감동과 재미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몸속에 이토록 풍성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들은 때로 몸이 곧 자신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박연준 시인이 추천사에 썼듯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정신의 영역에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이 책은 몸의 영역을 들여다봄으로써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해준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그 누구라도 자신의 살갗 아래에 잠들어 있던 잊고 지낸 기억들을 되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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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 문장

내가 존재함을 가장 물리적으로 보여주고 스스로도 감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세상'의 경계인 '몸'을 스스로 탐색하고 들여다 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신체가 평소와 다르게 작동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내 '몸'을 자각하고, 알고 싶어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 <살갗 아래>가 던진 화두가 너무나도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살갗 아래>에는 피부, 폐, 맹장, 귀, 피, 담낭, 간, 창자, 코, 눈, 몽팥, 갑상샘, 대장, 뇌, 자궁이라는 우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내부에 존재하는 15가지의 신체 기관들에 대해 15명의 작가가 쓴 글들로,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A Body of Essays)' 시리즈를 모아 엮은 것이다.

오래 살아갈수록 이 세상과 나를 가르는 탄력적인 장벽인 '피부'는 싸우고,결국 이겨낸 전투의 흔적을 드러내 보여주며 그 상흔들 속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크리스티나 패터슨의 이야기에 거울 속 내 주름이 노화의 잔재이자 폐허로만 보던 시선을 거두고 그것이 갖는 치열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일상의 고됨을 내뱉고 아름다움을 다시 채우는' 우리의 '폐'가 하는 일을 시의 호흡으로 치환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달지트 나그라의 이야기와 쓸모없어 보이는 '맹장'이 간직한 위협과 관련된 오해를 풀어주는 네드 보먼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선으로 나의 기관들을 바라보게 한다. '언제나 열려 있으며 결코 잠들 수 없는' '귀'를 통해 소리의 여정을 따라가 보기도 하고 평형감각과 방향감각까지 담당하는 멀티플레이를 한다는 패트릭 맥기네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게 된다. 부모 모두 HIV로 잃은 카요 칭고니이가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를 '붉디붉은 수치심'이라 부르며 마침내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듣기까지의 이야기는 피가 상징하는 것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맹장과 더불어 쓸모없는 기관처럼 치부되는 '담낭', 결석으로 인해 고통받은 마크 레이븐힐은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우리에게 '몸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유일하게 재생 능력이 있어 잘라내도 다시 자라는 기적의 장기 '간'을 '감정이 머물고 흩어지고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는 임티아즈 다르커의 말에 간과 관련된 다양한 우리말 표현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우리의 소화관이 뇌세포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창자'를 '우리의 불안이 머무는' 곳이라 이야기하는 나오미 앨더먼의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우리 얼굴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코'와 관련해서 '후각은 의식보다 빠르게 기억을 소환한다'는 A.L. 케네디의 이야기는 때로 냄새가 불러일으키는 어떤 기억에 대한 경험을 떠오르게 한다. 아비 커터스는 '눈은 세상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고, 본다는 것은 경계를 만드는 일'이라 정의하며, 시력을 잃는 여러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성함과 감춰진 위치 때문에 가장 내밀한 윤리와 감정적 충동이 자리하는 '콩팥', 그래서 사람의 양심을 상징하기도 하는 콩팥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요리를 하기도 하고, 요리법과 노래 그리고 시로 넘나드는 애니 프로이트의 다양한 접근으로 몸 속에 뿌리 내린 두 그루의 나무 같은 콩팥의 존재가 신기하기만 하다. 키분두 오누조가 들려주는 모든 것이 골디락스 지점 그러니까 가장 적당한 상태가 되도록 애쓰는 작은 용광로 같은 목 아래쪽에 있는 나비넥타이처럼 생긴 '갑상샘'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갑상샘이 있는 자리를 지긋이 눌러보게 된다. '대장'에 문제가 생겨 보조장치들을 도움을 받다 내장이 밖으로 쏟아진 윌리엄 파인스의 경험은 낯설고도 생생하고, 필립 커가 묘사하는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이자 경이로운 기관인 '뇌'를 수술하는 전두엽 절제술의 과거부터 현재로 넘어오는 과정은 무섭고도 끔찍한 공포물에서 최첨단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인간 존재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 '무덤(tomb)'과 운율을 맞추는 단어 '자궁(womb)', 생명이 시작되고 가장 짧은 시간에 생을 마친 아기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 장의사인 토머스 린치가 말하기에 더 짙고도 무거운 여운을 남긴다.

노화되어가는 나의 피부 아래에 있는 기관들이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누군가에게 또는 어떤 문화권과 사회인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나 개인적인 체험들이 자신을 구성하는 일부 하나에 집중해 그 의미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정말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어원을 통해 그 의미를 되짚어 보기도 하고, 역사와 문화 속에서 맺는 관계들을 듣기도 하며, 예술로 표현되는 다양한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며 내 살갗 아래에 존재하는 '나'를 만나는 일.

'나'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현미경 같은 '눈'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그들의 시선을 통과해 나의 시선으로 옮겨졌다. 나의 마음과 감정은 나와 연결되어 있지만 육체와는 분리된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살갗 아래>를 보며 그것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감정과 마음은 내 육체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란 존재로 완벽하게 '나'로 있을 수 있음을 감사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글들을 만나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는 <살갗 아래>

눈에 보이는 내 몸과 살갗 아래 존재하는 나의 부분들 하나 하나가 갖는 비밀스럽고도 다양하며 놀라운 이야기들을 듣는 즐거움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이란 사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이로운 탐험을 선물해 줄 책이다.

  •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들 | qu**tz2 | 2020.03.12 | 5점 만점에 4점 | 추천:0
    제목이 야릇하다. 왠지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읽어야만 할 거 같다. 제목 때문에 이끌린 건 물론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

    제목이 야릇하다. 왠지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읽어야만 할 거 같다. 제목 때문에 이끌린 건 물론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라는 부제 때문에 구입했다. 내 경우엔 자신감 결여가 신체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언제나 어깨를 당당히 펴라는 소릴 들으면서도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고수했다. 걸을 때면 시선은 땅에 고정됐으며, 이따금씩 발을 질질 끌며 걷기도 했다. 나름 예민한 편이라고 자부하지만 이런 내 모습을 감지하는 일은 드물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비로소 난 내 모습을 인지했다. 동시에 걱정하기도 했다. 과연 내가 다른 이들에겐 어찌 보이고 있는지 염려하는 마음은 급속도로 커졌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인간의 신체를 다룬 책이야 여러 권 있겠지만, 그럼에도 난 책을 읽으며 ‘독특한 시도’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자주 내 자신을 온전한 ‘나’가 아닌 것으로 여겨왔던가. 이런저런 장기와 이를 덮고 있는 피부 따위로 구성됐다고 말할 수야 있겠지만, 굳이 헤아리고픈 마음은 없다. 부모루부터 물려받은 몸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가끔 해도 딱 거기까지다. 내 심장이, 내 위나 장이, 내 갑상선이 각기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으며 ‘나’라는 하나의 실체 안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까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다분히 의도적인 시도라고 믿고 싶다. 남이 시키지도 않는 다음에야 폐를, 맹장을, 담낭을, 창자를 일일이 살필 위인(!)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글에는 일가견 있는 이들이 남긴 기록이어서 그런지, 인간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난 신체의 각 부분은 기대와는 달리 제법 그럴싸하게 그려졌다. 피부에 대한 글을 읽으며 난 나도 모르게 내 피부를 살폈다. 피부만 말끔해도 인간이 달라 보인다고 했지만, 내 경우엔 중학교에 진학하기가 무섭게 시작된 여드름으로부터 아직도 졸업을 못했다. 나이가 듦에 따라 반복해 그을렸던 손등에는 잡티와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도 마찬가지다. 온몸을 뒤덮고 있는 피부는 내 자신이 겪은 수많은 상흔을 홀로 품는다. 종종 탈이 나 제거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는 장기인 맹장에 대해서도 글을 쓴 이가 있다니, 신기했다. 그야말로 쓸모 없는 기관이라고 많은 이들은 이를 여기고 있다. 실제로 수술로 제거를 한들 살아가는데 지장을 초래하지도 않는다. 오죽했으면 ‘흔적 기관’이라는 말로까지 불리겠는가. 그래도 예방적 차원에서 맹장 제거 수술을 강행했다는 식의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대신, 전두엽 제거술에 대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끔찍함의 극치였다. 다른 부위도 아니고 뇌를 너무도 쉽게 잘라냈다는 사실이 혐오스러웠다. 성격이 마음에 안 들어서 등 이유도 하찮았다. 하루에 스물 다섯번 전두엽 절제술을 행한 의사도 있었다. 대부분이 수술 이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다 떠났으리라는 건 얼마든지 짐작 가능했다. 윌리엄 파인스는 자신의 지난 경험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의 신체에는 작은 흉터가 남아 지난날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신체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치 못해 이를 대신할 인공물질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그려지지 않았는데, 그가 필요로 했다는 배변주머니는 더더욱 그랬다. 손에서 느껴지는 주머니의 묵직함, 그 안에서 풍기는 시큼한 냄새는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는 오히려 그와 같은 경험을 통해 제 안에 막연히 존재하던 장기의 실체에 눈 떴다 하였다. 알아서 잘 돌아가겠거니, 아니, 있다는 확신조차 지니기 힘들었던 것들을 실제로 목격했으니 기분이 남달랐을 것이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마냥 아름답지는 않아도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을 듯도 하다. 지금의 내 모습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거 같고, 나를 이루는 요소들 중 어느 것 하나 뒤틀리면 더는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아찔함 또한 느낄 거 같다. 나를 나이게 만드는 모든 걸 사랑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이 책의 저자들처럼 찬찬히 내 자신을 뜯어 살피는 노력을 기울이면 세상에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나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필연 중 하나였다는 확신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 살갗 아래 | mo**0 | 2020.02.14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몸을 둘러싼 에너지가 곧 그의 성정이나 형질을 반영한다. 사람의 몸은 안과 밖으로 나뉜다. 몸 안에는 오장육부와 뼈,...

    몸을 둘러싼 에너지가 곧 그의 성정이나 형질을 반영한다. 사람의 몸은 안과 밖으로 나뉜다. 몸 안에는 오장육부와 뼈, 근육 등이 있고, 몸 밖에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어디메에 우리의 영혼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겉만 보고는 사람을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니체가 말했듯 "표면이 곧 심연"이다. <살갗 아래>는 시인 박연준의 이러한 요지의 추천사와 함께 시작된다.

     

    인간의 몸은 감정을 드러낸다. 인간의 몸은 감정에 쉽게 지배당한다. 감정에 따라 얼굴색이 변하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배가 아프고, 체모가 곤두서고, 오한을 느껴 몸을 움츠리고, 기운이 쇠해 감기에 걸리고, 두통을 느끼고, 긴장과 피로로 근육이 경직되고, 허리가 휘거나 뻣뻣해지고, 긴장이 극에 달해 위경련을 일으키거나 기절하고, 스트레스가 쌓여 암에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서 우리의 현재를 반영하고, 몸을 관찰하면 그 사람이 보인다.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의 예를 들었지만, 물론 행복하고 기쁠 때 역시 몸은 긍정적 신호를 보여준다.

     

    <살갗 아래>는 피부 아래 우리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테마로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했던 '몸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현재 영국에서 주목 받는 15인의 작가들이 각각 피부, 폐, 맹장, 귀, 피, 담낭, 간, 창자, 코, 눈, 콩팥, 갑상샘, 대장, 뇌, 자궁에 대해 탐색했다. 해부학자나 의사로서의 탐색이 아닌 작가로서의 고찰이지만, 우리 몸의 전체와 부분을 보다 잘 이해할 때 우리가 처한 모든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속에 해부학자나 의사만큼 치밀하게 우리의 몸에 대한 고뇌한 기록이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몸의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몸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를 우리 자신이라 여겨도 될까? 피부에 남은 상흔의 의미, 아픈 폐와 호흡곤란과 시와 아름다움, 맹장 퇴화와 삶의 의미, 고막을 빼면 아무것도 없지만 항상 열려있는 귀, HIV와 온몸을 흐르는 피,담낭은 진정 무시당해도 괜찮은가, 간과 감정의 관계, 우리 창자의 양극, 코의 위대함 등등 인체 구성요소를 테마로 한 작가들의 성찰이 담긴 에세이를 읽는 것은 참신하고 즐겁고 감성적이고 깊이가 있다.

  • 살갗 아래 | r7**5 | 2020.02.13 | 5점 만점에 5점 | 추천:0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몸을 이루는 기관 하나씩을 정해서 쓴, 내밀하고 시적인 이야기~ 피부...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몸을 이루는 기관 하나씩을 정해서 쓴, 내밀하고 시적인 이야기~ 피부, 폐, 맹장, 귀, 피, 담낭, 간, 창자, 코, 눈, 콩팥, 갑상샘, 대장, 뇌, 자궁을 어떻게 시적으로 표현했을지 무지무지 궁금했다. 몸을 이루는 기관을 시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런 의문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A Body of Essays)’를 엮은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성 강한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몸속 기관들을 하나씩 정해 각자의 기억과 경험,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 · 문화 · 역사 · 의학적 지식들을 더해서 솜씨 좋게 엮어냈다. 심장, 폐, 간, 맹장, 갑상샘 같은 지극히 생물학적인 몸속 기관들을 가장 아름다운 문학적 형태로 바꿔놓았다.

     

     

    - 피부

      피부 미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생기 넘치는 젊은 피부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피부에 흉터가 남는 것을 원치 않는다. 몸이 아니라 마음에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한다.

    p. 31

    아이의 피부는 어른의 심장을 환희로 뛰게 할 수도 있고 보호해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도 하지만 공포에 사로잡히게도 한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순수하다'라고 말하는 무언가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며 삶이 그 순수함을 반드시 앗아간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 콩팥

      콩팥은 사람의 몸에 두 개가 있으며, 한 번 심장이 뛸 때마다 심장에서 나간 피 가운데 25퍼센트는 콩팥으로 간다. 매일 24시간 동안 43번이나 콩팥은 혈장을 3리터씩 걸러낸다. 콩팥은 한쪽 콩팥이 기능을 잃어도 다른 한쪽 콩팥의 기능이 있다면 삶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두 개의 콩팥이 망가지면 삶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콩팥 이식 수술을 받거나 일주일에 3번 투석을 해야 한다. 음식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물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지인 중에 투석을 하는 분이 계셔서 콩팥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투석을 가지고 이렇게 시도 쓰다니, 정말 놀랍고 잘 관찰을 했다.

    이 책은 정말 특별한 책이다. 평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내 몸속에 숨겨진 신체 기관에 대해 생각하는 좋은 시간이었고 신체 기관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니, 정말 놀랍다. 내 몸을 사랑하듯 나의 신체 기관에도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야겠다. 누구나 이 책을 읽고 놀라운 신체 기관에 대해 알아보시길!

  •     몸을 들여다본다는 것,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일 이렇게 색다른 에세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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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들여다본다는 것,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일

    이렇게 색다른 에세이를 만나다니?! 읽는 즐거움에 신체 기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단, 문학적인 시선으로 말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신체 기관은 항상 마주하는 부분이라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지만,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기관들은 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아야만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뿐이었다. 거울을 들어 얼굴을 들여다봤다.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건 경력이나 나이뿐만 아니라 희미하게 또는 또렷이 남아있는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다쳤는지 모를 흉터부터 실수로 생긴 상처들이 보였다. 가벼운 상처는 쉽게 잊혔다. 내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흔적이 남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익숙함에 쉬이 지나칠 뿐이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을 뿐 내 몸은 아프기 전까진 무관심한 상태였던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세월이 머물고 있구나는 고작 사진에서 확인할 뿐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장은 유물이자 골칫거리다. 하지만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몸이라고 자랑스럽게 부르는, 굼뜨고 벗겨져 떨어지고 불거지고 끊임없이 욱신거리는 모든 부분과 정확히 같은 정도일 뿐인, 나의 일부이기도 하다. / 70

    담낭이나 맹장을 제거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아주 오래전부터 특별한 상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화적으로도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으니까. 하지만 의학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몹시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됐다. 우리 신체 기관 가운데 어느 부분이 의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까? 나는 내 몸이기는 한 걸까? 나는 내 신체 기관을 어느 정도나 필요로 하고 원하고 있을까? / 114
    단지, 몸이라 큰 덩어리가 아니라, 세부적으로 내 몸 구석구석에 대한 이야기들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심을 두게 만들기 충분했다. 영국 BBC 라디오에서 방송된 이야기를 엮은 몸에 관한 소재는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부위부터 몸속을 구성하는 부분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장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그 글들은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들은 친근하면서도, 낯설고, 신선하면서도 문학이 가진 힘이 이런 게 아닌가. 하고 다시금 감탄하게 만들기도 했다. 각 각의 내밀하고, 문학적인 이야기에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글의 소재를 간혹 헷갈리게 만들 정도로, 섬세한 관찰과 더불어 삶의 통찰까지 녹아져있다.

    친근함과 신선함 그 사이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내 몸에 관한 관심 권장 에세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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